고양이가 기른 다람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9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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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전쯤, 밭에 과실나무나 농작물을 심기 위해 주변에 살고 있는 분에게 밭을 갈아달라고 해서 트랙터로 갈았었다. 두 시간여를 갈고 있는 모습을 보며 생각한게, 얼마전에는 그걸 다 소들이 했는데 하는 생각을 문득 했다. 시골에서 살때 우리집은 소를 키운적은 없었지만, 주변에 소 한 마리씩 가지고 계신 분들은 많았다. 그시절 시골에서는 집집마다 돼지를 키웠었다. 남은 음식들을 챙겨주면 돼지는 무럭무럭 자랐었다. 꿀꿀거리고 냄새나는 돼지였지만, 돼지가 새끼를 낳고 그걸 또 팔아서 생활에 보태썼다.

 

 

이 책은 자타가 공인하는 생태작가인 이상권 작가의 청소년을 위한 단편소설집이다.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같은 경우는 중학교 3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린 소설이라고 하니 어른들 뿐만 아니라 청소년이 꼭 보았으면 하는 책이기도 했다.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속에 든 네 편의 단편 소설들은 돼지, 닭, 소, 다람쥐의 이야기를 담았다.

 

  

단편중「젖」같은 경우, 구제역에 걸린 소들을 한꺼번에 살처분 해야 했을때, 멀쩡하게 살아있는 동물들을 죽여야 하는,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고 있어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베트남에서 시집 온 아직 스물이 안된 아이엄마 쩐 투윗의 입장을 바라 본 글이다. 사고가 난 남편은 병원에 입원해 있고, 시어머니는 베트남 며느리가 집 나갈까봐 두려워 휴대폰을 빼앗고, 주민등록증도 빼앗아 버리는 강팍한 노인네로 나온다. 그 이면에 구제역에 걸린 소들을 모두 살처분해야 했었다. 자신들의 꿈이었던 소들을 모두 죽여야 하는, 자신들의 희망마저도 사라지는 것을 보아야만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딸아이가 유달리 삼겹살을 좋아한다. 주말만 되면 삼겹살을 찾고, 아침에 학교에 가기 전에도 삼겹살을 구워주면 엄청 좋아할 정도이다. 책의 첫 부분에 나왔던 「삼겹살」에서 삼겹살을 좋아하는 태희의 오빠처럼. 태희의 오빠는 자다가도 '삼겹살' 하고 말하면 벌떡 일어날 정도로 삼겹살을 좋아했다. 그런 오빠가 군대에서 휴가 나왔을때, 여느때처럼 삼겹살 먹으러 가 혼자서 3인분을 거뜬히 해치우고 화장실 간다고 나가서 들어오지 않자, 오빠를 찾으러 밖에 나왔다가 나무 둥치에 기대어 있는 오빠를 발견했다. 태희는 곧 삼겹살을 토해버리는 오빠를 보았다. 그러면서 오빠는 군대에서 구제역 때문에 동물들을 살처분하는 대민 지원을 나갔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자신의 죽음을 눈치채고 굵은 눈물을 흘리는 소의 커다란 눈망울,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돼지들을 보았던 일 때문에 가슴이 아팠던 이야기였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 그 동물들을 살처분해야 하는 농가에서는 마치 자식을 죽이는 것처럼 마음 아파하는 것을 보았다. 이 외에도 토종닭을 키우다 주변 주민들의 성화에 못이겨 결국엔 한 시인에게 닭 몇 마리를 야생에서 키우게 해 조류 독감과 홍수에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시인으로부터 닭님이라 불렸던  닭이야기「시인과 닭님들」도 있었다.

 

 

 어제 아침 뉴스에서 들은 것처럼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뉴스가 있다.

바로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에 관한 내용이다. 동물 특히 돼지나 소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구제역이 걸리면 가족처럼 키우던 돼지나 소들을 살처분해야 한다. 주변에 소 몇십 마리를 키우다가 빚더미에 올랐다는 말도 많이 들었었다. 이처럼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동물들, 동물들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돈을 벌게 해주는 것이요, 고기를 좋아하고 먹는 사람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기도 한 소나 돼지에 대한 생각들을 다시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돼지나 소들도 하나의 생명이란 걸, 인간과 가까이에서 지내는 하나하나의 생명이란 걸.

 

사람도 생명이 있고, 동물도 생명이 있다는 아주 간단한 진리를 이야기해주는 내용이었다.  모든 생명들의 목소리가 살아 숨쉬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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