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날아간 집오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8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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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동물을 키워보고 싶다고 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여느 아이들답게 우리 아이들도 지금처럼 봄이 오면, 학교 앞에서 노란 병아리를 사오길 즐겼고, 며칠이 지나 죽어버리는 병아리들 때문에 울고불고하던 일이 많았다. 해마다 봄만 되면 병아리 때문에, 밤엔 삐악삐악 울어대는 소리에 시끄럽고, 놀이터며 학원이며 데리고 다니다가 죽었다고 우는 소리에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다. 그 후에도 친구가 강아지를 키운다며 강아지를 데려오고, 놀이터에서 강아지와 놀다가 강아지에게 물려 부랴부랴 병원에 가 주사 맞히던 기억들도 있다. 또한 친구한테 분양받아 온 햄스터 때문에 온 집을 뒤지던 일도 생각난다.

 

 

이처럼 아이들은 동물들을 사랑하는 존재인것 같다.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담은 청소년 문학을 만났다. 생태작가 라고 불리는 이상권 작가의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이다. 이 책은 오래전 1997년 창비에서 나왔었고,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으로, 이번에 자음과모음에서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작품이다. 작가가 어렸을때 살았던 마을을 배경으로 동물의 이야기를 여섯 편으로 나눠 이야기하고 있었다.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해 아이들이 동물들을 생각하는 마음과, 그 동물들을 잡아 돈을 벌려는 사람들의 이기심을 말하는 책이었다.

 

 

저자가 살았던 말을, 강이 있고 산이 있는 배경으로 해서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이는 아이와 동물들이다. 여섯 편의 이야기에서는 집오리, 수달, 족제비, 살쾡이, 들쥐, 개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편의 경우, 산골짜기에 사는 양갑수 씨가 집오리를 키우면서 생기는 이야기이다. 마당 한가운데 연못을 파고, 그곳에 몇 마리의 오리를 키우던 중 산에서 내려온 살쾡이나 구렁이들에게 잡아먹히지 않게 머리를 짜는 집오리들을 볼 수 있다. 집오리들의 생태를 설명하기 때문에 더 알기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동물의 자유를 알아야 사람도 자유로워지는 법이다. 자기가 가지려고 하면 안 돼. 욕심을 버려야지. 꽃도 그렇단다. 욕심을 버리면 들이나 산에서 피는 게 더 보기 좋아. 하지만 욕심을 가지면 말이다. 꼭 집안에서 피워야만 예쁘거든. 그게 사람의 마음이야. 이기심이지.  (74페이지, 「나산강의 물귀신 소동」중에서)

 

 

이처럼 작가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며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밤의 사냥꾼 살쾡이」편을 보면, 겨울만 되면 산에서 마을로 내려와 닭을 잡아가는 살쾡이 때문에 부모들은 긴장하며 지키고 있어도, 어느새 아무도 모르게 닭을 훔쳐가버리는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는 책에서 할머니의 말을 빌어 살가지(살쾡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살쾡이는 원래 닭이나 오리를 잡아 먹고 사는 동물이 아닌데, 산에 먹을 게 없으면 어쩔수 없이 인가로 내려와서 닭이나 오리를 잡아간다고 했다. 또한 산짐승이 많았을때는 닭을 잡아가는 일도 없었는데, 잡아먹을 산짐승들이 없기 때문에 그런 일들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사실 뉴스에서나 근처의 산에 갔을때, '멧돼지가 출몰하는 지역이니 조심하시오' 라는 팻말을 보았다. 산에 먹을 게 없기 때문에 자꾸 인가로 내려오기도 하고, 밭의 작물들을 먹어버린다고 했다. 저번 주말에는 밭에 갔는데, 한 어르신이 봄이면 먹을 게 없어 멧돼지들이 한번씩 내려와 밭작물을 먹어치운다는 말씀을 하셨다. 이와 같은 맥락일것이다. 사람들이 산을 일궈 밭을 만들기도 하고, 사람 손을 타니 동물들도 사라지는 것이고 먹잇감도 부족한 것이다.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소설이지만, 이런 내용들이 작가의 경험담처럼 느껴졌고, 사실적으로 그려져 자연에 대한 것, 동물과 인간의 어우러짐을 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아이들과 부모들이 같이 읽으면 좋을 내용이었다. 말미에 한 마디를 덧붙이자면, 그렇게 해마다 봄만 되면 노란 병아리들을 사왔던 딸아이가 지금은 닭 백숙을 너무도 좋아한다는 것. 그것도 옻넣어서 끓여달라며 보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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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짧은 소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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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킬킬거린 적이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었던 적 같다. 신경숙 작가의 글들은 유달리 아픈 내용이 많았다. 아픔과 고통으로 인해 심연에 침잠하는 글들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책은 작가의 말에서 했던 말처럼 달에게 조곤조곤 이야기하며 우리를 웃게 만든 책이었다. 별것 아닌 이야기에 나는 혼자서 킬킬거리고 있었다. 책속에서 주인공이 웩웩 거리고 있었을 때에도. 이렇게 짧은 글들을 모아 놓은 책이 사람을 위로하는 글이라고 생각못했는데,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웃음과 감동을 주는 글들을 만났다.

 

 

작가가 말했던 것처럼, '손바닥만한', '자유롭게' 쓴 글들을 이쁜 동화같은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책을 펴냈다. 정말 짧은 소설이다. 에세이같기도 하며, 그날의 생각을 짧게 소설로 풀어낸 이야기이다. 책에서는 다양한 생각들을,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의 일상들을 보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그들의 이야기들은.

 

 

「J가 떠난 후」라는 챕터를 읽을때는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그토록 가깝게 느껴지는 엄마와 딸과의 관계에서도, 속엣말을 더 하는 딸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딸도 있다는 걸 알수 있었다. 마치 우리 자매들처럼. 책에서는 여동생이 외국으로 떠난후, 엄마에게서 아침마다 전화가 오는데 특별한 말없이 일어났느냐며 묻곤 그냥 끊곤 했었다고 한다. 아침마다 계속 전화 하시길래 외국에 있는 여동생에게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여동생이 아침마다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어젯밤에 본 드라마 이야기를 하며 그냥 일상들을 이야기했었다고. 엄마는 그런 일상들이 아주 소중했으며, 마치 습관처럼 딸의 온기를 찾았던 것이다. 그걸 알게된 주인공은 바쁜 와중에 드라마를 보고 다음날 엄마에게 전화를 먼저 해 드라마속 남자 주인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었다.

 

 

아주 평범한 일상들이 엄마에게는 아주 소중한 일상이었으며, 그리움이었다는 걸.

우리는 삶을 살면서 너무 거창한 행복을 바라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따라 행복의 크기는 달라질 수 있는데, 너무 멀리 있는 행복에만 안달을 하는 것 같다.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 소소한 일상들이 행복임을 우린 알았으면 좋겠다.

 

 

 

 

내게

당신이라는 존재는 언젠가 내가 읽었던 아픈 책을 같이 읽은 사람이다. 그 사람을 나는 당신이라고 부른다. 당신이 이미 읽은 어떤 책은 앞으로 내가 읽을 것이다. 달에게 먼저 전해진 이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들이 가능하면 당신을 한번쯤 환하게 웃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 중에서)

 

 

신경숙 작가의 이 짧은 소설들 중에서 내가 가장 킬킬거렸던 작품은 「인생 수업」이다.

방송국의 프리랜서 작가로 있는 여자 주인공은 프로그램 때문에 외국에 왔고, 그 프로그램의 테마는 음식이었다. 각종 음식을 취재하고 먹으면서 프로그램을 만들던 중, 여자 주인공은 계속 튀긴 음식만 먹어서인지 탈이 났다. 갖가지 재료로 음식을 하는 현지 음식을 당분간 끊고 컵라면만 먹고 있다가 무사히 프로그램을 마쳤다. 여행의 마지막 식사를 하는데, 음식은 꽤 맛이 있었다. 마지막에 나온 튀긴 음식이 닭 목처럼 기다랗게 생겼지만 아삭거리는 맛이 먹을만 해서 먹고 있었다. 옆자리에서도 어떤 음식인줄 몰라 물었더니, 글쎄 뱀이란다. 여자 주인공과 연애를 꿈꾸는 정피디는 한술 더 떠 '이제 겨우 우리가 서른인데 말이야.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는 아무도 모르잖아. 이 세상일이 힘겨울때면 이렇게 생각하는 거야. 나는 뱀도 먹은 년이다.' '뱀도 먹은 년인데.... 내가 뭘 못 하겠냐, 이렇게 생각하면 N은 앞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거야, 안 그래?' 이렇게 말한다.

우울했던 순간에, 폭소를 터트릴만한 내용이었다.

 

 

우리는 이처럼 아주 조그만 일에도 웃을 수 있어야 한다. 웃는 일이 줄어드는 지금, 이처럼 가뭄에 단비 같은 아주 짧은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마음을 달랜다. 아주 짧은 소설에 위로와 감동을 받는 것이다. 작가가 달에게 해주었던 이야기를, 나는 달님에게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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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의 세상
주원규 지음 / 새움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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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폈을때, 책을 들어가기 전 '작가의 말'을 읽었을때, 작가가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치매에 걸린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꺼냈을때, '이 이야기 어쩐지 따스하겠구나' 그랬다. 작가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작가의 책을 읽지도 않았을때, 작가의 느낌에 한 걸음 다가간 느낌이랄까. '작가의 말'부터가 마음에 들어왔다. 또한 작가가 말했던 것처럼,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달팠던 지난한 삶의 자리를 향해 할머니가 가고 싶어 했다'는 그 부분이 마음에 들어왔다.

 

 

가족이란 건 그런 존재인가.

가족때문에 울 일이 많고, 가슴 아픈일도 많지만, 결국엔 가족밖에 없을까.

 

 

타워팰리스에 살고 있는 친구를 응징하기 위해 잠입한 우빈과 그의 친구들, 타워팰리스의 어느 한 가정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는 엄마 지수가 있다. 빚 때문에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로 마트에서 일하지만, 비정규직에도 들지 못하는 딸 세영, 경호업체에서 한 회사를 위해 일하고 있었지만 하루 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은 아빠는 회사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고, 집에선 치매때문에 잠긴 문 안에 있어야하는 할아버지 최인보가 이들 가족이다. 다섯 명의 가족은 경제적 상황때문에 모두 뿔뿔히 흩어져 살고 있다.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이들. 어느 날 갑자기 9.0의 지진이 발생했다.

각자가 있는 곳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살기 위해서,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애쓰는 이들이 있다. 자신의 직장을 그만 두게 한 사람들을. 지나가는 한 소녀를. 움직이지 못한 환자를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는 중, 그들은 서로 가족을 찾는다. 무심함으로, 미움으로 전화조차 제대로 나누지 않는 가족이었지만, 그들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을때, 그들은 가족의 휴대폰 번호를 눌러,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엄마, 울지 마, 내가 있잖아.

 

내가 있잖아.  (88페이지)

 

 

 

 

가족은 그런 것 같다.

위기에 처했을때, 서로에게 지긋지긋한 존재였지만, 가장 먼저 부르는 이름은 가족 뿐이다.

그들이 그 날만 되면 일 년에 한번씩 그곳에 모였듯이, 그들에게는 가야 할 곳이 있었다. 내일을 알 수 없는, 지진이 일어난 곳에 있지만, 갑자기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그곳으로 가야만 했던 것이다. 치매로 인해 정신이 없던 와중에도 한 소녀를 살리고 그곳으로 가고자 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도 우리는 가족애를 볼 수 있다.

 

 

우린 살아날 것이다. 모두 살아서 만날 것이다. 내일이 있기에.  (269페이지)

 

 

살아야겠다는 강한 열망, 가족을 향해 달려가고자 그들의 하나되는 마음들이 보였다.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어도, 가족을 만나야겠다는 강한 열망으로 인해 그들에게도 희망이 남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죽음의 고통속에 있었을때 비로소 가족의 소중함이 보였다. 이들에게 안식을,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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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처럼 단단하게
옌롄커 지음, 문현선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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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작가의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다.

『바둑 두는 여자』의 샨사나 『열세 걸음』의 모옌의 책이 상당히 좋았다. 그외 다른 작가의 책을 읽었으나 많은 작품을 읽지 못했다. 이번에 옌롄커의 『물처럼 단단하게』는 중국 작가의 작품을 더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 책 속에서 그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 나라의 사회나 생각들을 알 수 있다. 또한 이처럼 그 나라의 역사까지도 짚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있었다. 옌롄커의 문화대혁명의 시기에 하층민이었던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혁명을 불사르는 가오아이쥔의 이야기는 중국인들에게도 국가적 재난이라고 간주되기도 했던 중국 역사의 한 축을 바라볼 수 있었다.  

 

 

중국의 역사 속에서 '문화대혁명'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문화대혁명'을 찾아보니,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중화인민국화국에서 벌어졌던 사회적, 정치적 격동으로, 공산당의 총서기인 마오쩌둥의 제창으로 시작되었고, 부르주아 계급의 자본주의 요소가 공산당을 지배하고 있으니 이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홍위병들의 움직임으로 생긴 혁명이라고 하였다. 어느 곳에서나 혁명이란 것은 자신이 현재 몸담고 있는 것을 부조리하게 보고, 그곳에서 탈피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얻겠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책속의 주인공 가오아이쥔도 하층 계급에서 벗어나고자 혁명을 마음에 품었다.

가오아이쥔이 고등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을때, 청강진 마을의 지부 서기인 장인이 아이쥔의 미래를 약속하며 자신의 둘째 딸과의 결혼을 제의하였다. 군대에서 제대하고 돌아왔을때 자신에게 한 자리를 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는 것 같자 아이쥔의 혁명에 동참하기로 했다. 또한 군에서 제대하고 돌아오는 중에 만났던 샤훙메이에게 빠져, 마을 사람들을 선동해 마오쪄둥의 문화대혁명에 동참하고, 샤훙메이에 대한 사랑의 혁명도 동시에 행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아내가 있었고, 훙메이에게도 아이쥔의 동창이기도 한 남편이 있었지만, 그들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을 찾아다니며 욕망의 혁명도 시작했다.

 

 

 

 

공산당이 사회주의를 부르짖으며, 자본주의에 대한 것을 배제하려 했지만, 또한 누군가는 마을사람들이 다같이 분배해 경작해야 할 토지들을 개인별로 나눠 주었을때 수확량이 훨씬 좋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 또한 반혁명이라고 고발하며 다른 사람들을 음해하는 것 또한 자신의 혁명도 내리막길을 향하고 있을거란 사실은 눈치채지 못했다.

 

 

혁명과 사랑에 대한 욕망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삶을 한층 더 올려보겠다는 혁명에 대한 욕망과 혁명을 하는 와중에도 성적인 욕망은 혁명을 부르짖는 그 순간에 불처럼 더 타올랐다. 자기가 원하던 지부 서기에 올랐지만, 더 높이 올라가고자 하는 욕망에 누군가를 고발하고, 그 자리를 자신의 자리로 만들고자 했다. 또한 좋아하는 훙메이의 몸을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나누기 위해 자신의 집에서부터 훙메이의 집까지 밤을 새워 땅굴을 파는 행위 또한 변절된 정욕의 한 모습이었다. 누군가를 음해해 그 자리에 오르고자 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을 음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더 큰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또한 권력의 치부를 숨기기 위해 희생양이 되고 만 가오아이쥔의 독백이었다.

 

 

가오아이쥔의 독백 형식을 빌어 쓴 이 소설은 그의 혁명에 대한 욕망과 정욕에 대한 것들도 한낱 꿈이었음을, 권력과 시대의 희생양이었음 보여주고 있었다. 물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은 굳어지게 해야 하는 것. 가오아이쥔은 물을 단단하게 만들고 싶었으리라. 물 위에 지은 집처럼 그의 삶은 한 편의 불꽃과도 같은 사랑이었으며, 혁명으로 똘똘 뭉친 허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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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브레스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3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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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을 보았던 충격이 되살아난다.

북유럽 소설을 좋아하기도 했었지만, 추리소설도 이토록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실을 깨달았다. 북유럽의 차가운 감성을 제대로 살린 해리 홀레의 일곱 번째 시리즈 『스노우맨』을 보면서 그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소개한 요 네스뵈의 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던 다른 책이 있었을뿐인데, 그 책은 해리 홀레 시리즈만큼 강력한 느낌을 주지는 않았다. 그리고 여덟 번째 해리 홀레 시리즈 『레오파드』를 읽었고, 이번엔 본격적인 해리 홀레 시리즈를 알렸던 『레드브레스트』다.  

 

 

해리 홀레 시리즈 세 번째인 이 작품은 1999년 말과 2000년의 해리 홀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직은 때가 덜 묻은 순수한 남자 해리 홀레. 『스노우맨』에서 해리는 사랑하는 라켈 때문에 몹시 아파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데, 이번 『레드브레스트』에서는 라켈과의 첫 만남이 나온다. 라켈을 처음 만나는 순간의 설렘과 떨림을 볼 수 있다. 또한 라켈의 아들 올레그와 어떻게 친해졌는지까지도.

 

 

다른 작품들이 해리 홀레 위주로 쓴 작품이었다면 이 책은 한편으로는 해리 홀레 이야기로 진행된다면, 다른 한편으로는 해리 이외의 인물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1999년에서 2000년 사이의 오슬로에 미국대통령이 왔을때 경호업무를 하던 중 비밀 경호원을 테러리스트로 오인해 총격을 가하고, 오슬로 정부에서는 이 일을 무마하기 위해 그를 경위로 특진시키고 국가정보국으로 발령을 낸해리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1942년부터 1944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으로 자원입대한 노르웨이의 청년들이 동부전선에서 배고픔과 소련의 공격을 받은 군인들인 이야기와, 살 날이 얼마남지 않은 현재의 '우리아'(다윗 왕이 밧세바를 차지하기 위해 부하들을 시켜 전쟁터로 보낸 남자)라 불리는 노인이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매르클린 라이플을 구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십자가에 매달린 남자의 이마에 박힌 가시를 빼내는 동안 남자가 흘린 피 한 방울이 새의 가슴에 떨어져 진홍가슴새가 되었다는 신화를 발췌했다. 진홍가슴새가 어떻게 진홍빛 깃털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신화에 모티프를 얻어 이 책을 쓴 요 네스뵈의 이 작품은 굉장히 탄탄한 스토리이다. 책의 내용이 전개될수록 과연 '우리아'라 불리는 남자의 정체가 도대체 누구인지 종잡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가 구한 매르클린 라이플로 첫 사람을 죽였을때도 그의 정체를 어느 정도 짐작 할 수 있었지만, 왜 죽였는지, 무엇 때문에 죽였는지 매우 긴장하게 만들었다.

 

 

제2차세계대전을 보면 독일 나치에 동조했던 나라는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에서 작가는 노르웨이의 많은 청년들이 독일군에 자원 입대해 나치를 위해 싸웠다고 말하고 있었다. 독일의 히틀러를 우상으로 생각했었다는 장면을 보고는 우리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을 알수 있었다. 나치 전범들이 재판을 받을때 이들 또한 매국노로 찍혀 재판을 받고, 몇년을 감옥에 있었고, 감옥에서 나와서는 어딘가에 취직할수도 없었다. 작가는 자신의 나라인 노르웨이의 치부일 수도 있는 이런 이야기들을 아주 냉정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또한 아버지가 나치를 위해 입대해 싸웠다는 사실까지 밝히고 있었다. 원래는 아버지가 쓰려고 했던 이야기를 자신이 썼다고 말했다 한다.

 

 

 

 

 

이것은 슬프고 치열한 이야기이다. 첫 장을 쓸 때부터 예감했다. 그리고 이 깊은 상처를 어떻게 헤집고 들여다 볼 것인가에 대해 집필 내내 고민했다. 『레드브레스트』는 거대한 역사이자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고 무엇보다도 나의 개인사이기 때문이다.  - 요 네스뵈  

 

 

해리 홀레의 파트너였던 엘렌의 죽음과 엘렌을 죽게 만든 남자의 이야기가 해결이 되지 않은 것 같아 이대로 묻히고 마는가란 의문이 들긴 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하는 책이었다. 요 네스뵈의 작품답게 반전의 반전이 있어 숨막히는 긴장감때문에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게 만든 책이기도 했다. 그의 이력과 작가에 대한 설명이 책날개의 앞 뒤를 거의 다 차지할 정도로 넘치는 그의 책이 참 좋다. 스칸디나비아의 시린 겨울 풍경처럼 이토록 서늘한 감성을 자랑하는 요 네스뵈의 책이 좋다. 나는 또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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