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1 세계신화총서 6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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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의 무식이 드디어 탄로가 났다. 그동안 다양한 분야의 많은 책을 읽어왔다고 생각했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다. 중국에 관해 내가 아는 게 거의 전무하다는 사실을...이번에 깨달았다.




맹강녀가 눈물로 만리장성을 무너뜨렸다는 중국의 고대 설화를 바탕으로 탄생한 쑤퉁의 장편소설 <눈물>. 요즘들어 그의 작품들이 연이어 번역 출간되고 있는데 내게 쑤퉁은 이 책 <눈물>이 첫만남이다.




“신도군이 북산에 은거할 당시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로 시작한 이 소설은 황제의 숙부인 신도군이 죽음으로 인해 북산이란 곳에 눈물 흘리는 것이 금지되고 만다. 그것은 걸음마를 시작한 어린 아기들에게도 마찬가지여서 그 곳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눈물을 흘리는 법을 터득한다. 귀로 울거나 입술 혹은 가슴으로 우는 등 두 뺨 위로는 한 방울의 눈물자국도 남기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비누는 어머니가 일찍 죽는 바람에 눈물을 감추는 비법을 전수받지 못한다. 결국 머리카락을 이용해 눈물을 흘렸는데 그것이 마을 사람들에게 놀림감이 되었고 고아인 완치량에게 시집을 가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도촌의 마을 남자들과 함께 비누의 남편인 완치량도 사라져 버린다. 바로 북방의 대연령에서 만리장성을 쌓는데 그 노역으로 끌려간 것이다. 여름에 웃통도 벗은 채로 끌려간 치량이 다가오는 겨울에 추위로 고생할 것이 염려스러운 비누는 치량의 겨울옷과 신발을 지어서 대연령으로 떠난다.




그러나 시대가 여자를 하찮게 여기던 때라 비누가 그것도 홀몸으로 치량을 찾아 대연령으로 가는 길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대연령으로 서방이 끌려간 사람이 너 하나뿐이냐...치량이 비누의 혼까지 빼갔다...는 주변 사람들의 비난과 멸시를 비롯하여 사슴인간, 말인간들을 만나고 온몸으로 눈물을 흘리는 비누를 억지로 죽은 남자의 아내로 삼아 관에 묶이는가하면 황제를 시해하려는 자격으로 몰려 철창에 갇히기까지 한다.




말은 없지만 성실하고 자신에게 다정했던 남편에게 일편단심 마음을 쏟았던 비누의 여정을 그린 이 소설은 두 권이란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속도감 있는 쑤퉁의 문장을 만나 쉽게 빨리 읽혀진다.




하지만 신화나 설화가 그러하듯 내용에 있어서 잔인하거나 유치하게 여겨지는 부분이 있었다. 또 죽기로 결심하고 먹을 것조차 거부하여 시체나 다름없던 비누가 샤오치란 자객을 만났을 때 계속 수다를 떠는 모습은 앞뒤 정황을 미루어봐서 다소 억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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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산책 - 바람과 얼음의 대륙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고경남 지음 / 북센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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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넌, 그 상황에서 책이 눈에 들어 오냐?”

달리는 차 안에서, 혹은 밤에 아이 잘 때 옆에서 취침등 켜두고 책을 읽고 있으면 신랑은 내게 묻는다. 그것도 아주 딱하다는 표정으로.  그 상황에서 책이 눈에 들어 오냐고...그럼 난, “어, 지금 아니면 언제 읽을 수 있는데?”하고 대답하지만 사실...요즘 부쩍 눈이 피곤하다. 그다지 시력이 나빠진 건 아닌 것 같은데...괜히 침침해지는 것이...혹시, 노안??

 

그러고보니 나의 가시거리가 엄청 짧아진 것 같다. 거의 100미터 이내의 것만을 보고 생활하고 있으니까...더 이상 눈이 나빠지기 전에 내 시야를 넓혀야겠다. 뭔가 탁, 트인 곳을 바라보고 싶다....

 

서울에서는 한 순간도 멈춰서는 안 될 거 같았다.

주위를 둘러보면 아무도 멈춰있지 않았으니까.

잠시라도 멈췄다가는 곧 뒤쳐져서 도태될 거 같았으니까.

그래서 폭풍우 때문에 한 발자국 내딛기 힘들 때조차

앞으로 나가려고 아득바득 헤맸었다. - 40쪽.

 

뒤뚱뒤뚱 펭귄 한 마리가 다가온다. 아니, 자세히 보니 한 마리가 아니다. 세 마리의 펭귄이 마치 거울을 마주 보고 있을 때처럼 줄을 지어 걸어온다. 뒤뚱뒤뚱...거리면서.

 

귀여운 펭귄들이 나를 마중 나오고 있는 듯한 표지의 <남극산책>. 이 책은 소아과 의사인 저자가 남극 세종기지에 1년간 의료담당으로 머물면서 남극의 자연과 생물들을 바라보며 사색하고 체험한 것들을 사진과 함께 기록한 남극 체험기다.



얼마만인가. 아이 그림책을 제외하고 글보다 그림이 더 많은 책을 바라본 게... 뒤뚱거리고 멈취서 있는 펭귄의 사진 위로 쓰여진 단 한 줄, “나는 뒤뚱거리거나 멈추어 있었다”는 프롤로그를 보는 순간,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이 풀어지듯 맥이 탁 풀렸다. 그래, 이제 긴장을 좀 풀자구...하는 마음으로 이 책 앞으로 다가섰다.

평소보다 책을 좀 멀리 두고 이 책을 즐기기 시작했다. 남극의 하늘을 온통 붉게 물들인 노을과 부산에선 결코 볼 수 없는 눈보라, 블리자드. 잠에 취해 완전히 골아떨어진 해표, 바다에 떠오른 푸른 하늘(저자는 이걸 바다는 푸른색의 거대한 데칼코마니...라고 표현했다. 정말 너무 멋지다!.), 그리고 수많은 펭귄과 갈매기....

 

한국에 있을 때는 새를 잊고 살았다. 정확히 말하면 새들이 날 수 있다는 걸 잊고 살았다. 서울에 있는 새들의 절반은 나는 법을 잊어버린 비둘기이고 나머지 절반은 양념통닭 아니면 안동찜닭이니까. 남극에 와서 진짜 새들을 만났다. 그냥 만난 게 아니라 함께 살았다. - 102쪽.

 

사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 남극의 색채는 얼음과 펭귄의 하양와 까망이 전부일거라 여겼다. 하지만 나의 오산이었다. 남극은 흑백이 아닌 다양한 빛깔이 어루러진 칼라의 세계였다. 순백의 얼음 속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갖가지 푸름이 깃들어 있었으며 노을진 하늘은 옅은 주황에서 빨강으로 불타올랐다. 또 펭귄의 빨간 주둥이와 황제펭귄의 금빛 가슴털....


거기에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빙하와 보기만 해도 아찔한 빙벽, 가지각색의 빙산들을 보고 있으니 자연이란 참으로 위대하구나....는 말이 절로 나왔다. 사진만 봐도 이 정돈데 실제로 보면 어땠을까...

 

누구라도 빙벽을 한번 보면 가슴 속에 영원히 녹지 않는 얼음 한 조각을 간직하게 된다. 빙벽은 세월을 품은 채 바다로 밀려온다. 시간의 아울렛, 빙벽. 그 앞에 서면 30여년의 세월을 담고 있는 내 몸의 유효기간이 유난히 짧게 느껴진다. - 131~132쪽.

몇 년 전 대학원을 졸업한 시동생에게 남극 세종기지의 근무제의가 들어왔었다. 그 곳의 열악한 환경에 우려와 반대의사를 내비치는 시댁어른들 속에 “좋은 기회 같은데요.”...하는 내 목소리는 묻혀버렸다. 그게 지금 너무나 후회가 된다. “적극 찬성!! 절대 찬성이에요!!”하고 목청껏 외쳤어야 하는건데...

남극....그 곳에 가고 싶다. 그 곳에 서서 멍하니 바라보고 싶다. 나도, 저자처럼.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운 풍경과 장엄함 앞에 나 자신을 비워내고 한껏 낮추면...나 역시 자연의 일부로 녹아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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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
잭 캔필드.게이 헨드릭스 지음, 손정숙 옮김 / 리더스북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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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큰아이가 8,9개월무렵...내 생활은 그야말로 뒤죽박죽이었다. 하루종일 울고 안아달라 칭얼대는데다 잠투정은 또 어찌나 심했는지...10킬로도 안되는 아기와 매일 씨름하면서 나는 짜증만 늘어갔다. “나한테 도대체 뭘 바라는 거냐고~오!!” 소리치며 울고 싶었다.




그때 만난 책이 바로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창가의 토토>였다. 토토란 아이의 경쾌하고 밝은 일상을 읽어가면서 나는 조금씩 여유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퇴학당한 아이를 문제아로 보지 않는 토토의 엄마와 교장 선생님의 모습에서 내가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아이의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서른살 넘은 애가 애를 키우려고 쩔쩔맸다면 지금부터는 아기와 서른살 넘은 엄마가 처음 만나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으로 여기자고...그러고나니 신기하게도 딱딱하게 굳은 어깨의 근육이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그래도 뭔가 아쉬웠다. 아주 중요한 부품 하나가 빠진듯한 느낌이었다. 뭘까...고민하다가 내가 아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만난 운명적인 책, 이상금씨의 <그림책을 보고 크는 아이들>. 단언하건대...나의 인생은 이 책으로 인해 바뀌었다. 이 책으로 인해 아이들에게 그림책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다. 아이들은 가장 먼 시대를 살아갈 사람이며 우리 아이들이 좋은 그림책을 만나려면 어른이 먼저 넉넉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꼭 감겼던 눈이 번쩍 뜨였다. 어두운 밤, 길을 잃고 헤메는 내게 이쪽으로 가야 한다고...누군가 깜빡이는 방향지시등을 켜둔 것 같았다. 그 이후 나는 아이들에게 평생친구가 되어줄 그림책을 찾아 팔방으로 뛰어다녔고 아이들의 모습과 생활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수많은 책들을 보면서 아이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 모든 변화가 한 권의 책으로 시작되었다. - 344쪽.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 이 책을 읽자니 내 인생을 바꾼 책이 떠올랐다. 사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인상적이고도 뭔가 아주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 이 책은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작가에서부터 의사, 교사, 운동선수, 사업가...등 48명의 유명인사가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킨 한 권의 책을 각자의 사연과 함께 소개해놓은 책이다. 그리고 그 내용에 따라 삶의 나침반, 깨달음의 열쇠,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 최고의 스승, 끝없는 도전과 용기, 변화의 연금술...이란 소주제로 구분해 놓았다.




소개된 책들을 보면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책이 있는가하면 생소한 책도 있었다. 또 그들에겐 인생의 변화를 가져올 정도로 인상적이고 감명깊은 책으로 소개되고 있는 책이 내겐 그저 그런 느낌인 경우도 있었다.




같은 책도 읽는 시점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사람마다 같은 책에서 서로 다른 것을 배우기도 한다. - 책머리중에서




책은 인생의 어려운 시기에 마술처럼 다시 나타나곤 했다. - 156쪽.




하지만 48명, 그들의 공통점은 바로 책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책을 좋아하고 꾸준히 읽어왔기에 자신에게 시련이 닥쳤을 때 그것을 이겨낼 뿐 아니라 그 전환점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두 가지에서 영향받지 않는다면 우리 인생은 5년이 지나도 지금과 똑같을 것이다. 그 두 가지란 우리가 만나는 사람과 읽는 책이다.” - 책머리중 일부.




내 인생을 바꾼 책 중의 하나인 <창가의 토토>...이 책을 처음 만난건 내가 20대였다. 그때의 느낌은 ‘아...괜찮네, 그림도 이쁘고...’였던 것 같다. 하지만 10년이란 시간이 지나 아이엄마가 되어 다시 읽었을 땐 같은 책이 전혀 다르게 와닿았다. 내가 변화를 얼마나 목말라 하는지...지금 놓여진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에 따라 책은 내게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감동과 경험을 선사했다. 그 모든 것이 책의 힘이라니...실로 놀라울 따름이다. 앞으로 또 어떤 책들이 내 삶에 변화를 가져올지...가슴 두근대며 기다린다.




처음에 독서는 내게 호의적이지 않은 현실에서 달아나 숨는 도피처였지만 곧 수많은 다른 현실의 비전들을 배우고 껴안도록 해주는 도구가 되었다. 책은 내 발로는 결코 가지 못했을 도시로, 나라로, 심지어 우주로 나를 데려다주었다. -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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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27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 운명처럼 만나게 되는 인연이 있어요. ^^

몽당연필 2007-09-10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런것 같아요. ^^
 
꿈의 실크로드를 찾아서
심형철 지음 / 포스트휴먼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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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행이 자유화되면서 수많은 여행안내서들이 거의 쏟아지다시피 출간되고 있다. 그 많은 책들의 옥석을 가리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일단 내가 가보지 않은 곳을 다루고 있으니 그 내용의 진실여부를 확인할 수 없을뿐더러 그 나라에 대한 것을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여행서, 혹은 기행문은 나와 코드가 통하는 책,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그 곳을 다녀온 사람의 책을 수많은 책 중에서 골라내야 한다.




이번에 바로 그런 책 한 권을 발견했다. <꿈의 실크로드를 찾아서/포스트휴먼>. 이 책은 중국여행 전문가인 저자의 실크로드 여행기다. 동양과 서양을 이어주는 길, 그 길을 통해 중국의 실크가 서양으로 전해졌으며 문화의 교류도 활발히 이뤄졌다는 길, 실크로드를 저자가 다니면서 그 곳 사람들의 생활과 풍습, 모습들을 사진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책의 앞부분엔 실크로드가 생기게 된 배경에 대해 짤막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그 시작이 기원전 2세기 전후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중국에서 흉노족이 막강한 세력으로 떠오르자 한무제는 이들을 물리치기 위해 대월씨란 부족과 함께 흉노를 협공할 계획을 세우고 장건을 사절단으로 보낸다. 그러나 장건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흉노족에 포로로 잡히면서 협공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하지만 지금의 실크로드의 대부분을 그때 장건이 개척했었다고 하니 보다 큰 업적을 쌓았던 셈이다.




실크로드가 단순히 교통로일 뿐이라면 굳이 그곳을 발로 밟아야 할 이유가 없다. 그곳에는 우리의 과거의 모습, 아니 우리가 잃어버린 그 무엇이 있기에 누구나 가보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 저자의 말 중에서.




이 책은 5부로 나뉘어져 있고 그 각각의 여정에 따라 ‘대지의 기나긴 복도’라든가 ‘별, 하미꽈 그리고 포도’ ‘모래의 나라’ 등의 제목을 따로 붙였다. 또 각 장마다 실크로드의 전체 지도와 각 여정의 노선을 그려놓았다. 그 지도 덕분에 책을 읽어나가기가 훨씬 수월했지만 해당되는 노선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자세히 들여다봐야 해당 노선이 다른 노선과는 색깔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에 잘 띄도록 좀 굵게 표시를 해줬더라면 좋았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옛날 실크로드로 향하는 사람들이 시안 성문을 나서는 것에서 시작했듯이 저자도 실크로드의 첫 발걸음을 시안 성문에서부터 시작했다. 나는 책으로나마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저자가 여행한 실크로도의 여러 오아시스 도시와 유적지 중에 내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둔황의 막고굴이었다. ‘타오르는 횃불’이란 뜻을 가진 둔황이 과거의 오아시스 도시로서의 모습은 사라지고 지금은 오로지 석굴만이 남아있는데 화려하고 엄청난 수와 크기를 자랑하는 석굴 뒤에 숨겨진 것, 과거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 의해 자행된 대량의 유물약탈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 사람들의 가난하고 고단한 생활이 대비되어 왠지 처연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책에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포인트를 실크로드를 통해 전해진 문명이나 문화가 아니라 실크로드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의 생활이나 풍습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 속에서 저자가 경험한 갖가지 에피소드들은 실크로드의 매력을 한층 더 빛나게 했다.




처음 이 책을 들고 표지의 사진에서 아래쪽 젤 오른쪽의 사진을 보고 무척 놀랐다. 저 사람에 등에 지고 가는 것이 도대체 뭘까...크기가 정말 엄청나네...보기엔 꼭 동물 같은데 동물을 저렇게 쌓아서 지게에 질 수 있나?...하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책 속에서 그것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난 “에에~~???” “우와..!!!.”를 연발했다.




또 끝없이 펼쳐진 모래산 사이에 아늑히 자리잡은 초승달 모양의 작은 호수 월아천과 월아산장은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그 아름다움이 어떨지 느낄 수 있었고 중국의 소수민족 중에서 음주가무에 뛰어나다는 웨이우얼족의 노래가 책을 읽으면서 무척 궁금했다. 책과 함께 들어있는 동영상 CD는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책 속의 사진으로 느낄 수 없었던 실크로드의 자연이나 현지 사람들을 보다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




실크로드...이 얼마나 가슴설레는 이름인가.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이렇게 아름다운 이름을 붙인 곳이 또 있을까...하고 생각했었다. 불과 몇 년전까지 줄곧. 하지만 박물관 강좌를 통해 나의 생각은 그야말로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실크로드는 그야말로 땀과 희생의 결정체였다. 지금은 실크로드의 모래속에 파묻혀 있지만 그 속엔 우리가 결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유물이 잠들어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많은 유물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약탈되어 왔다는 것이다.



 

훠옌산! 아마 신라의 혜초도 이곳을 지났으리라. 사막 한가운데 그저 민둥산일 뿐, 풀 한포기조차 생존할 수 없는 황량한 곳....차를 타고도 오기가 힘든 이 험난한 길을, 두 다리에 의지하여 한낮의 불볕을 온 몸으로 받아가며 한 걸음씩 옮겨갔을 불심이 새삼 위대하게 다가왔다. - 붉게 이글거리는 훼옌산, 83쪽.


내가 언제든 꼭 가보고 싶은 곳 0순위, 실크로드. 이 책으로 인해 실크로드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실크로드에 대한 나의 갈증을 해소하기엔 아직 2% 부족한 느낌이다. 그 2%는 내 발로 채울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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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20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당연필님, 실크로드에 책표지부터 멋있어요. 2%부족한 부분은 내 발로 채울 수
있기를, 이대목이 더 맘에 들어요. 언제간 그리 되겠지요. 저도 그러고 싶거든요^^

몽당연필 2007-08-20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도 실크로드를 동경하시나 보군요. 언제쯤이면 부족한 2%를 채울 수 있을지...^^;;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 버락 오바마 자서전
버락 H. 오바마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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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그의 이름을 처음 본 것은 어느 인터넷 서점의 신간안내 코너에서였다. 참 특이한 이름이네...생각하고는 곧 잊혀졌다. 텔레비전이 장식용으로 둔갑한지 오래된지라 그의 이름을 다시 접할 기회도 없었다. 인터넷으로 뉴스나 신문기사를 꼼꼼하게 챙겨봤더라면 그와의 만남이 조금이나마 앞당겨졌겠지만 그렇지도 못했다. 매사에 둔하고 게으른 내가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그가 어떤 인물인지 금세 알 수 있었을텐데...




이 책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랜덤하우스>은 현재 미국 대선 예비후보인 버락 오바마의 자서전이다. 하지만 이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가 아프리카 케냐 출신의 흑인인 아버지와 미국의 백인 어머니 사이에 출생한 아프리카계 혼혈 미국인이라는 것.




지금까지 미국에서 대통령으로 흑인이 당선된 적은 없다. 영화를 제외하면. 하지만 그 몇 편의 영화 속에서 흑인대통령의 역할은 그야말로 보잘 것 없어 보인다. 전세계가 위기에 빠진 재난 상황에서 침착하게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든든한 대통령의 모습보다 당황하고 때로 코믹하게 묘사되어 있다. 백인대통령이 우주선이나 비행기를 직접 조종하면서 지구를 위협하는 존재를 물리치는 영웅으로 그려지는데 비하면 그야말로 천지차이다.




그래서 초반에 이 책을 읽을때 버락 오바마가 어떤 인물인지 궁금한반면 미국이 또 무슨 쇼를 벌이려고 하는 걸까...의구심도 들었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수록 의혹을 가졌던 처음과 달리 그의 세계에 빠져들고 있었다.




7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두께의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뿌리’에서는 외조부와 외조모를 비롯한 아버지와 어머니, 어머니가 재혼한 인도네시아 출신인 의붓아버지 등 가족이야기를 털어놓고 있다. 버락의 부모님이 결혼할 당시의 1960년대 미국은 흑백의 결혼을 죄악으로 여겼다는 것과 그런 사회분위기 속에서 외조부와 외조모를 비롯한 어머니는 변함없는 사랑으로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워줬으며 케냐에 살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그리움을 품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아버지가 사망하고 어머니는 인도네시아 출신의 남자와 재혼을 하면서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생활하게 되는데 이 때의 경험이 그의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듯하다.




2부 ‘시카고’편에서는 버락이 본격적으로 조직사업에 뛰어들면서의 생활이 다뤄지고 있다. 자신의 몸 속에 절반을 차지하고 흐르는 흑인의 피를 외면하지 않고 그들을, 이른바 흑인형제들을 끌어안고 빈민가에서 보잘것 없이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버락의 노력이 돋보였다. 하지만 조직사업의 내용이나 그 진행절차를 너무 상세하게 표현한 점도 있어 다소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마지막 3부 ‘케냐’는 한마디로 ‘버락의 정체성 찾기’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의 나라 케냐를 찾아가 머물면서 그 곳에서 체험하고 느꼈던 것들이 펼쳐져있는데 그 내용이 무척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해피엔딩을 찾아가는 버락의 결혼...




내게 그의 책이 이 책이 처음이지만 읽을수록 느껴지는 것은 그의 문장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흑인과 백인, 그 어느 곳에도 속할 수 없어서 방황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뇌하는 심리묘사가 마치 소설처럼 리드미컬하게 읽혀졌다. 아, 그러고보니 그는 ‘하버드’란 학술지의 흑인최초 편집장을 했으니 그의 문장력이나 상황을 판단하는 통찰력 같은 게 어찌보면 당연한건가?




이 책을 읽고 그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다. 그랬더니 수많은 사진과 기사들이 쏟아졌다.




‘젊은 세대가 가장 지지하는 정치인, 공화당원이 가장 좋아하는 진보주의자, 백인보다 더 백인 같은 흑인….’




‘젊은 케네디’라 불리는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통령선거 예비후보 버락 오바마(46)에게 붙어 다니는 수식어들이다.




그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는 누구보다 준비된 대통령 후보인 퍼스트레이디 출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까지 위협할 정도다.




그가 이렇게 대단한 인물이었단 말인가.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와 경쟁할 정도로...정치에 무관심 하다못해 무지하다는 것이 부끄럽게 여겨졌다. 온전한 자신을 알아가기 위해 고뇌하고 방황하는 속에서도 굳건한 의지와 목표의식이 존경스러웠다.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가 된다.




정체성을 둘러싼 내 고민의 시작은 인종이라는 객관적인 사실에서 출발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끝은 거기가 아니었다. - 204쪽.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간혹 문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는데 번역이 잘못된 건 아닐까...싶다. 또 오자도 눈에 띄었다.




161쪽 10째줄 “...그 결정은 그들이 내리는 것이지 리는 것이 아니다” --> “...것이지 리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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