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 버락 오바마 자서전
버락 H. 오바마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버락 오바마, 그의 이름을 처음 본 것은 어느 인터넷 서점의 신간안내 코너에서였다. 참 특이한 이름이네...생각하고는 곧 잊혀졌다. 텔레비전이 장식용으로 둔갑한지 오래된지라 그의 이름을 다시 접할 기회도 없었다. 인터넷으로 뉴스나 신문기사를 꼼꼼하게 챙겨봤더라면 그와의 만남이 조금이나마 앞당겨졌겠지만 그렇지도 못했다. 매사에 둔하고 게으른 내가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그가 어떤 인물인지 금세 알 수 있었을텐데...




이 책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랜덤하우스>은 현재 미국 대선 예비후보인 버락 오바마의 자서전이다. 하지만 이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가 아프리카 케냐 출신의 흑인인 아버지와 미국의 백인 어머니 사이에 출생한 아프리카계 혼혈 미국인이라는 것.




지금까지 미국에서 대통령으로 흑인이 당선된 적은 없다. 영화를 제외하면. 하지만 그 몇 편의 영화 속에서 흑인대통령의 역할은 그야말로 보잘 것 없어 보인다. 전세계가 위기에 빠진 재난 상황에서 침착하게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든든한 대통령의 모습보다 당황하고 때로 코믹하게 묘사되어 있다. 백인대통령이 우주선이나 비행기를 직접 조종하면서 지구를 위협하는 존재를 물리치는 영웅으로 그려지는데 비하면 그야말로 천지차이다.




그래서 초반에 이 책을 읽을때 버락 오바마가 어떤 인물인지 궁금한반면 미국이 또 무슨 쇼를 벌이려고 하는 걸까...의구심도 들었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수록 의혹을 가졌던 처음과 달리 그의 세계에 빠져들고 있었다.




7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두께의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뿌리’에서는 외조부와 외조모를 비롯한 아버지와 어머니, 어머니가 재혼한 인도네시아 출신인 의붓아버지 등 가족이야기를 털어놓고 있다. 버락의 부모님이 결혼할 당시의 1960년대 미국은 흑백의 결혼을 죄악으로 여겼다는 것과 그런 사회분위기 속에서 외조부와 외조모를 비롯한 어머니는 변함없는 사랑으로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워줬으며 케냐에 살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그리움을 품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아버지가 사망하고 어머니는 인도네시아 출신의 남자와 재혼을 하면서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생활하게 되는데 이 때의 경험이 그의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듯하다.




2부 ‘시카고’편에서는 버락이 본격적으로 조직사업에 뛰어들면서의 생활이 다뤄지고 있다. 자신의 몸 속에 절반을 차지하고 흐르는 흑인의 피를 외면하지 않고 그들을, 이른바 흑인형제들을 끌어안고 빈민가에서 보잘것 없이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버락의 노력이 돋보였다. 하지만 조직사업의 내용이나 그 진행절차를 너무 상세하게 표현한 점도 있어 다소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마지막 3부 ‘케냐’는 한마디로 ‘버락의 정체성 찾기’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의 나라 케냐를 찾아가 머물면서 그 곳에서 체험하고 느꼈던 것들이 펼쳐져있는데 그 내용이 무척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해피엔딩을 찾아가는 버락의 결혼...




내게 그의 책이 이 책이 처음이지만 읽을수록 느껴지는 것은 그의 문장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흑인과 백인, 그 어느 곳에도 속할 수 없어서 방황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뇌하는 심리묘사가 마치 소설처럼 리드미컬하게 읽혀졌다. 아, 그러고보니 그는 ‘하버드’란 학술지의 흑인최초 편집장을 했으니 그의 문장력이나 상황을 판단하는 통찰력 같은 게 어찌보면 당연한건가?




이 책을 읽고 그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다. 그랬더니 수많은 사진과 기사들이 쏟아졌다.




‘젊은 세대가 가장 지지하는 정치인, 공화당원이 가장 좋아하는 진보주의자, 백인보다 더 백인 같은 흑인….’




‘젊은 케네디’라 불리는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통령선거 예비후보 버락 오바마(46)에게 붙어 다니는 수식어들이다.




그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는 누구보다 준비된 대통령 후보인 퍼스트레이디 출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까지 위협할 정도다.




그가 이렇게 대단한 인물이었단 말인가.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와 경쟁할 정도로...정치에 무관심 하다못해 무지하다는 것이 부끄럽게 여겨졌다. 온전한 자신을 알아가기 위해 고뇌하고 방황하는 속에서도 굳건한 의지와 목표의식이 존경스러웠다.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가 된다.




정체성을 둘러싼 내 고민의 시작은 인종이라는 객관적인 사실에서 출발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끝은 거기가 아니었다. - 204쪽.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간혹 문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는데 번역이 잘못된 건 아닐까...싶다. 또 오자도 눈에 띄었다.




161쪽 10째줄 “...그 결정은 그들이 내리는 것이지 리는 것이 아니다” --> “...것이지 리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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