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실크로드를 찾아서
심형철 지음 / 포스트휴먼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여행이 자유화되면서 수많은 여행안내서들이 거의 쏟아지다시피 출간되고 있다. 그 많은 책들의 옥석을 가리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일단 내가 가보지 않은 곳을 다루고 있으니 그 내용의 진실여부를 확인할 수 없을뿐더러 그 나라에 대한 것을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여행서, 혹은 기행문은 나와 코드가 통하는 책,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그 곳을 다녀온 사람의 책을 수많은 책 중에서 골라내야 한다.




이번에 바로 그런 책 한 권을 발견했다. <꿈의 실크로드를 찾아서/포스트휴먼>. 이 책은 중국여행 전문가인 저자의 실크로드 여행기다. 동양과 서양을 이어주는 길, 그 길을 통해 중국의 실크가 서양으로 전해졌으며 문화의 교류도 활발히 이뤄졌다는 길, 실크로드를 저자가 다니면서 그 곳 사람들의 생활과 풍습, 모습들을 사진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책의 앞부분엔 실크로드가 생기게 된 배경에 대해 짤막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그 시작이 기원전 2세기 전후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중국에서 흉노족이 막강한 세력으로 떠오르자 한무제는 이들을 물리치기 위해 대월씨란 부족과 함께 흉노를 협공할 계획을 세우고 장건을 사절단으로 보낸다. 그러나 장건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흉노족에 포로로 잡히면서 협공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하지만 지금의 실크로드의 대부분을 그때 장건이 개척했었다고 하니 보다 큰 업적을 쌓았던 셈이다.




실크로드가 단순히 교통로일 뿐이라면 굳이 그곳을 발로 밟아야 할 이유가 없다. 그곳에는 우리의 과거의 모습, 아니 우리가 잃어버린 그 무엇이 있기에 누구나 가보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 저자의 말 중에서.




이 책은 5부로 나뉘어져 있고 그 각각의 여정에 따라 ‘대지의 기나긴 복도’라든가 ‘별, 하미꽈 그리고 포도’ ‘모래의 나라’ 등의 제목을 따로 붙였다. 또 각 장마다 실크로드의 전체 지도와 각 여정의 노선을 그려놓았다. 그 지도 덕분에 책을 읽어나가기가 훨씬 수월했지만 해당되는 노선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자세히 들여다봐야 해당 노선이 다른 노선과는 색깔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에 잘 띄도록 좀 굵게 표시를 해줬더라면 좋았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옛날 실크로드로 향하는 사람들이 시안 성문을 나서는 것에서 시작했듯이 저자도 실크로드의 첫 발걸음을 시안 성문에서부터 시작했다. 나는 책으로나마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저자가 여행한 실크로도의 여러 오아시스 도시와 유적지 중에 내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둔황의 막고굴이었다. ‘타오르는 횃불’이란 뜻을 가진 둔황이 과거의 오아시스 도시로서의 모습은 사라지고 지금은 오로지 석굴만이 남아있는데 화려하고 엄청난 수와 크기를 자랑하는 석굴 뒤에 숨겨진 것, 과거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 의해 자행된 대량의 유물약탈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 사람들의 가난하고 고단한 생활이 대비되어 왠지 처연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책에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포인트를 실크로드를 통해 전해진 문명이나 문화가 아니라 실크로드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의 생활이나 풍습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 속에서 저자가 경험한 갖가지 에피소드들은 실크로드의 매력을 한층 더 빛나게 했다.




처음 이 책을 들고 표지의 사진에서 아래쪽 젤 오른쪽의 사진을 보고 무척 놀랐다. 저 사람에 등에 지고 가는 것이 도대체 뭘까...크기가 정말 엄청나네...보기엔 꼭 동물 같은데 동물을 저렇게 쌓아서 지게에 질 수 있나?...하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책 속에서 그것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난 “에에~~???” “우와..!!!.”를 연발했다.




또 끝없이 펼쳐진 모래산 사이에 아늑히 자리잡은 초승달 모양의 작은 호수 월아천과 월아산장은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그 아름다움이 어떨지 느낄 수 있었고 중국의 소수민족 중에서 음주가무에 뛰어나다는 웨이우얼족의 노래가 책을 읽으면서 무척 궁금했다. 책과 함께 들어있는 동영상 CD는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책 속의 사진으로 느낄 수 없었던 실크로드의 자연이나 현지 사람들을 보다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




실크로드...이 얼마나 가슴설레는 이름인가.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이렇게 아름다운 이름을 붙인 곳이 또 있을까...하고 생각했었다. 불과 몇 년전까지 줄곧. 하지만 박물관 강좌를 통해 나의 생각은 그야말로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실크로드는 그야말로 땀과 희생의 결정체였다. 지금은 실크로드의 모래속에 파묻혀 있지만 그 속엔 우리가 결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유물이 잠들어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많은 유물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약탈되어 왔다는 것이다.



 

훠옌산! 아마 신라의 혜초도 이곳을 지났으리라. 사막 한가운데 그저 민둥산일 뿐, 풀 한포기조차 생존할 수 없는 황량한 곳....차를 타고도 오기가 힘든 이 험난한 길을, 두 다리에 의지하여 한낮의 불볕을 온 몸으로 받아가며 한 걸음씩 옮겨갔을 불심이 새삼 위대하게 다가왔다. - 붉게 이글거리는 훼옌산, 83쪽.


내가 언제든 꼭 가보고 싶은 곳 0순위, 실크로드. 이 책으로 인해 실크로드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실크로드에 대한 나의 갈증을 해소하기엔 아직 2% 부족한 느낌이다. 그 2%는 내 발로 채울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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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20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당연필님, 실크로드에 책표지부터 멋있어요. 2%부족한 부분은 내 발로 채울 수
있기를, 이대목이 더 맘에 들어요. 언제간 그리 되겠지요. 저도 그러고 싶거든요^^

몽당연필 2007-08-20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도 실크로드를 동경하시나 보군요. 언제쯤이면 부족한 2%를 채울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