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
이중텐 지음, 박경숙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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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탔다. 한참동안 책에 코를 박고 있는데 어? 뭔가 낯설다. 왠지 모를 위화감. 첨엔 애 키우느라 외출을 너무 안 해서 그런가...오랜만에 지하철을 타서 그런가보다...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책에서 눈을 떼고 주위를 둘러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내 옆자리와 앞쪽에 앉은 사람들이 중국어로 대화를 하고 있다는 걸...거기다 지하철엔 마침 다음 정차역을 알리는 중국어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순간 내가 중국을 여행하고 있는 듯한 착각 속에 빠졌다. 중국이란 나라, 중국인이 이렇게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와 있었던가. 미처 몰랐다.




중국. 정확한 국가명이 중화인민공화국인 중국은 요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티벳과의 마찰로 인해 다가오는 8월에 개최될 베이징 올림픽도 출발이 순조롭지 못하다. 거기다 국내의 모사이트에서 천만명 이상의 회원 개인정보가 유출이 됐는데 그게 또 중국과 관련이 있는 모양이다. 이런 기사들을 접할 때마다 중국...참 알 수 없는 나라..란 생각이 든다.




<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에서 인문학 교수로 널리 알려진 이중톈 교수이다. 국내에서도 <삼국지 강의>를 비롯한 <초한지 강의> <제국의 슬픔>과 같은 책이 출간됐다는데 나는 이 책이 이중톈 교수와의 첫만남이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중국인에 대해 알려면 중국 문화를 먼저 알아야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음식, 의복, 체면, 인정, 단위, 가정, 결혼과 연애, 우정, 한담이라는 9가지의 키워드로 중국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흔히 중국 사람은 네 발 달린 것 중에 책상과 의자 빼고 다 먹는다...는 말을 곧잘 하는데 본문 중에 비슷한 대목이 있었다. ‘신호등의 빨간불까지 ’먹어버린다‘고 하는데 무엇인들 못 먹을까?’...이 말에서 중국인에게 먹는 것,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옷차림이 튀는 건 싫어하면서도 유행에 민감해서 친구에게 빌려서라도 명품의류를 입는다거나 뇌물을 혐오하면서도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 다 뇌물을 받는데 나 혼자 안 받으면 바보가 되는 격이니 안 받을 순 없다는 의식들은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반면에 중국과 우리는 정말 많이 닮았다...고 여겨지는 부분도 있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체면을 중시하고 인정에 약하다는 거, 결혼했다가 이혼하려고 할 때 이혼을 허락하는 할 때 ‘칠출’이란 게 중국 고대에 있었는데 그 내용이 조선시대의 우리와 닮아 있었다. 또  자신이 속해 있는 가정이나 단체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결혼은 필수적으로 꼭 해야 하는 일로 여겨졌다는 것 등이 우리와 매우 흡사했다. 자녀를 많이 낳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자녀만을 위한 결혼생활이 유지되고 부모의 자녀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이 ‘지나친 사랑’ ‘비뚤어진 사랑’으로 어긋나면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중국의 대표적인 문학작품들이 본문의 사례를 설명하기 위해 자주 인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큐정전’에서부터 ‘홍루몽’ ‘사기’ 등에서 중국인의 모습이 드러난 대목을 꺼내서 설명하고 있는데 본문에 언급된 책을 아직 읽지 않아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게다가 본문의 내용을 설명해주는 각주를 매 장 뒤쪽에 달아놓았는데 그게 의외로 불편했다. 각 각주마다 본문의 페이지를 명시했으면 책을 읽거나 상세설명을 챙겨보는데도 도움이 됐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 이번에 알게 된 의외의 사실이 있다. 중국...하면 의례 차를 떠올렸는데, 그에 얽힌 일화 한가지. 어느 장관이 성가신 손님을 내쫓으려고 할 때 차를 내오면서 “차 드십시오”라고 한다는 거다. 이때 손님이 눈치를 채고 자리에서 일어날 줄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땐 “손님 가신다~아!!”하고 소리친다는 것이다. 참 절묘한 방법이다.....이 방법 나도 언제 써먹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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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대답해주는 질문상자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이레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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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빛 표지에 둘러진 하늘색 띠지...거기에 마음씨 좋~아보이는 할아버지가 손을 흔든다. 얼굴 가득 커다란 웃음(꼭 개구쟁이 웃음 같다)을 띠고서 날 반겨준다. “여~어, 안녕! 잘 지내지?”....그 옆으로 흰곰 한 마리가 편지를 손에 들고 온다. 할아버지와 흰곰...뭔가 엉뚱한 이 조합에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의 긴장감은 어느새 달아나버리고 쿡, 웃음이 나온다. 순식간에 완전히 무장해제 되버렸다.




‘정말 알고 싶은 게 있다면 일본 최고의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에게 물어보세요’ 라고 띠지에 씌여있듯이 <무엇이든 질문해주는 질문상자>는 정말 다양한 질문과 답변들로 이뤄진 책이다. 총 여섯 개의 장으로 나눠졌는데 저자가 시인이어선지 멋지게 표현했다. 새벽녘 플랫폼, 떠들썩한 깊은 숲, 운동장의 아이들, 친구들에게 온 편지, 해질녘 해변, 출구의 점원들...(우와!!)..여기에 총 64개의 질문과 64개의 답변들이 있는데 질문한 사람의 나이가 최저 4살 꼬마부터 64살의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만큼 질문의 내용도 정말 가지각색이다.




6살 꼬마가 “왜 사람은 죽어?”라고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20대의 젊은이는 “왜 매일 목욕을 해야 하는지” 묻는다. ‘러시아워를 잘 보내는 방법’을 묻기도 하고 ‘왜 친구들과 놀아야 하나’ ‘‘나라‘에 속하지 않은 인간은 나쁜지’ ‘왜 둥근 것이 많은지’ ‘거짓말을 왜 멈출 수 없는지’...등등 어린 아이들의 순수함이 뚝뚝 묻어 나오는 질문부터 ‘이 사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질문을 하는거지?’란 의문이 들 정도의 엉뚱하고 어처구니 없는 질문, 삶과 인생에 대해 저마다 진지하게 고민한 이들의 심오한 물음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저자의 답변이다. 질문한 이의 나이와 성별, 내용에 따라 때론 유머스럽고 익살스럽게, 때론 따스한 부모의 품이 느껴지는 애정이 담긴 답변을 해주고 있었다. 물론 오히려 질문자에게 다시 질문을 던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다니카와 씨의 ‘어른’을 가르쳐주세요. (고모모, 17세)

--> 자신의 내면에 있는 어린 아이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각하여, 늘 거기서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다면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최소한의 어른 룰은 지켜야 하겠지만 때로 그 룰을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어른의 증거. (다니카와의 대답)




그리고 이 책은 일러스트나 삽화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다른 책과 좀 다르다. 정확하게 꼬집어서 말하기 어렵지만 그냥 쓱쓱 그려넣은 듯은 모나지 않은 선과 한 두가지의 색감으로 표현된 삽화가 왠지 낯선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의 분위기나 본문의 내용과 정말 잘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책의 끝에 가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9살 큰아이에게 늘 얘기한다. 사람은 평생을 공부해야 한다고. 모르는 걸 부끄러워 하거나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고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누구한테든 물으라고...이제 그 물음을 나 자신에게 던진다. 그래, 넌 뭐가 가장 궁금한데? 뭘 알고 싶지?....멋진 질문을 하고 싶은데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생각나는 거라곤 고작 “아이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요. 어떻하면 되죠?”....이 질문에 다니카와 슌타로 씨는 어떤 대답을 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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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 베스파
박형동 지음 / 애니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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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혹은 2학년 여름. 바람을 타고 싶어서 자건거 페달을 힘주어 열심히 놀렸다. 곧이어 내리막길. 살짝 바람을 탔다. 쓰윽~. 그런데 착지장소를 잘못 택했다. 작지만 톡 튀어나온 돌이 있었는데, 어두운 밤이라 보지 못했다.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한 나와 자전거는 넘어지면서 함께 굴렀다. 청바지에 뻥 하니 뚫린 구멍 속으로 사정없이 깨진 무릎팍이 보였다. 다쳐서 피가 흐르는 다리보다 엄마에게 야단맞을 일이 더 걱정이었다. 여기저기 부서진 자전거를 끌고 들어서는 내 모습을 보고 놀란 엄마에게 서둘러 변명처럼 이런 말을 했다. “어~엄마...이제 다신 빨리 안 달릴게. 절대루...”




파도가 밀려오는 바닷가인가. 파랑과 하양. 파랑도 그냥 파랑이 아니다. 이름을 모르는 몇 가지의 파랑, 눈이 시리도록 선명한 파랑에서 바닥이 훤히 비춰 보일듯한 옅은 파랑이 솜털같은 하양을 만났다. 거기로 한 대의 빨간 스쿠터. 마치 파도를 뛰어 넘으려는 듯하다. 휙~하니 뒤로 나부끼는 흰색셔츠와 목에 질끈 묶은 스카프에서 바람이 느껴진다. 기분 좋고 시원한 바람이....지그시 눈을 감고 두 팔을 벌리면 나도 바람을 탈 수 있을까.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을까.




<바이바이 베스파>. 이 책에는 짧막한 만화 다섯편이 실려있다. 서랍정리하다 우연히 발견한 몇 장의 사진에서 서툴기만 했던 옛사랑을 떠올리기도 하고(톰과 제리의 사랑), 함께 했던 시간이 오히려 상처가 되어 헤어지게 된 연인이 병든 고양이로 인해 갈등하는 모습(스노우 라이딩), 자신을 밍키라고 믿는 소녀가 마법의 시간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본모습에 당당해지기도 하며(밍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소녀), 무리에서 따돌림을 받던 소녀가 수족관을 찾아 깊은 잠을 빠지기도 하고(그랜드마마 피시), 목술걸고 락밴드 했던 주인공이 기타를 그만두고 몇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던 애정결핍의 여자친구와도 헤어진다. 전재산을 털어 산 스쿠터 베스파도 팔아버린다. 갑작스레 변해버린 그의 모습이 혼란스러운 친구에게 그는 뭔가 딴 게 돼서 돌아오겠다고 말한다.(바이바이 베스파)




책을 펼치고 채 한시간도 안돼서 다 읽었지만 느낌은 반대로 오래 남았다. 특히 다섯 번째 이야기인 ‘바이바이 베스타’에서 주인공과 친구의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난 끈을 하나 잡고 있었어. 그걸 놓치면 보통 사람이 되어버리는 그런 끈이야. 이걸 놓으면 내 의미가 없어지니까 안간힘을 쓰며 끈을 잡고 있는거야....”

“끈들을 전부 놓을거야?”

“응”

“난 좀 혼란스러울 것 같군. 그렇게 되면 내가 아는 네 특징들이 모두 없어져버리니까...”




만약 내 가족이나 주변사람이 주인공처럼 목숨걸고 하던 록밴드를 그만두고 스쿠터를 팔았다면 난 분명 이렇게 말할거다. “그래, 정말 잘했다. 니가 이제야 겨우 철이 드나보네...” 당사자의 마음이 어떨지, 얼마나 굳은 결심을 했을지 생각조차 안했을 게 틀림없다.




“혹시 어른이 되려는 거니?”




사람은 그냥 있어도 늙어간다. 애써 늙음을 재촉할 필요는 없다. 어느 책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유아 시절의 세월은 기어가고, 어린이 시절에는 걸어가고 청년기에는 뛰어가고 성인기에는 달려가고 노년기가 되면 덧없이 날라 간다."




꼭 쥔 손을 놓아버리면 보통 사람이 되어버리는 끈. 내게도 그런 끈이 있을까. 지금의 난 그 끈을 쥐고 있는건지, 아님 예전에 이미 놓아버린걸까.




어린 아이가 소년(소녀)이 되고 어른이 되는....지극히 당연하다고 여겼던 과정을 <바이바이 베스파> 이 책으로 인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제부턴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스쿠터를 바라보는 내 시선이 달라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조금은 따스해지지 않을까...그나저나 이렇게 다양한 스쿠터가 있을 줄이야...처음 알았다. 새로이 알게 된 세상, 하나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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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비 터커, 나를 찾아서 - 이집트에서 미라 만들기 1 도시락 16
발 와일딩 지음, 김영선 옮김, 마이클 브로드 그림 / 사파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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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 누구나 한번쯤 이런 의문을 갖는다. 오랫동안 반복되는 이 질문에 어느 과학자가 답을 했다. ‘NO!!’라고. 아니, 지금말고 이담에, 머~언 미래엔 가능하지 않을까? 그에 대한 답도 역시 ‘NO~, NO!!’란다. 왜냐고? 만약 미래에 타임머신이 존재한다면 이미 미래의 사람들이 현재로 찾아왔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거다. 듣고 보니 그럴듯하다. 또 왠지...시시하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꿈같은 일은 결국 꿈으로 끝나버리고 마는 건가.




그런데 그렇지 않다. 여기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다녀온 소년이 있다. 그의 이름은 토비 터커. 부모 없이 자란 고아였던 그는 새 부모님을 만나 새 집으로 온다. 묵직한 나무 상자만을 갖고. 자신에 대한 어떤 기록도 존재하지 않다는데 실망한 토비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무상자를 연다. 그리고 그 속에서 찢어진 종잇조각들과 이런 메모를 발견한다.




“이 상자에 든 종이는 너희 집안 족보란다.....찢어진 종잇조각을 붙여 보거라. 그러면 네가 누구이고, 네가 언제 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지이.” - 15쪽.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었던 토비는 종이 조각을 맞추다 우연히 이름 하나를 맞춘다. “세...티...”. “세티?” 그 순간 토비는 자신의 방에서 뜨거운 황금빛 모래의 나라 이집트로 가게 된다. 세티란 소년이 사는 고대 이집트로...




농장을 소유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세티는 두 가지가 늘 불만이었다. ‘왕짜증’이란 못된 수탉에게 발목을 쪼이는 것과 아버지의 뒤를 이어 농부가 되는 것. 곡식이나 과일, 채소를 가꾸고 가축을 기르는 농사일보다 미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은데 아버지에겐 입도 벙긋 못한다. 그에 비해 세티의 사촌 네브는 집안의 가업인 미라 만드는 일보다 농사일을 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세티와 네브는 서로에게 일을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 주기로 약속한다. 나일강이 범람해서 농사일이 적은 ‘아케트’ 기간엔 네브가 세티에게 미라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고, 물이 빠져서 농사일을 시작하는 ‘페레트’때는 반대로 세티가 네브에게 농삿일을 가르쳐주자고. 그리곤 맹세의 의미로 행운의 부적인 쇠똥구리를 교환한다.




드디어 세티는 미라 만드는 일을 시작하지만 코를 찌르는 엄청난 냄새와 네브의 아버지가 콧구멍으로 기다란 갈고리를 넣어 뇌를 꺼내는 걸 지켜보면서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이 진짜 미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하게 되는데....




<토비 터커, 나를 찾아서> 그 첫 번째 이야기인 [이집트에서 미라 만들기] 이 책은 자신을 찾기 위해 고대 이집트로 떠난 소년이 그 시대에서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노력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들의 모습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때 진실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재미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집트의 문화나 생활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일강의 범람에 따라 시기를 어떻게 나누는지, 피라미드나 신전을 짓는 일에 인력동원이 어떤 방법으로 이뤄졌는지, 역사 속에서 미라를 왜 만들게 됐으며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고대 이집트에선 어른과 아이 모두 맥주를 마셨다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도 있었지만...




찢어진 종잇조각을 붙이면 자신이 누구이고 언제 왔는지 알 수 있다...첨엔 황당했지만 갈수록 궁금해진다. 나무 상자에 수북한 종잇조각을 부지런히 맞춰가면 자신을 알게 될까?




참, 끝부분에 토비가 ‘세티’라고 적힌 메모를 보는 장면, 토비의 오른쪽 손목에 쇠똥구리 문신(?)이 그려져 있다. 그건 무엇을 뜻하는 걸까. 다음엔 어떤 여행, 어떤 모습의 토비를 만나게 될까...기대가 된다.




“그래! 토비 터커, 너를 찾아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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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
안도현 엮음, 김기찬 사진 / 이가서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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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이 좋았던 지난 주말, 바닷가를 찾았다. 작은아이와 한참 모래장난을 하다가 큰아이가 날리던 연을 억지로 넘겨받았다. “엄마도 한번 해보고 싶어.” 근데 어려웠다. 연이 잘 날리려면 바람의 흐름과 세기에 따라 얼레를 조절해야 하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아차, 하는 사이에 얼레에 감겼던 실이 몽땅 풀어지면서 연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올라갔다. 그걸 보던 큰아이가 면박을 준다. “어, 어엄~마! 그게 머야. 나보다 못하네!!”

시를 읽은지 무척 오래됐다. 감수성 예민한 학창시절이나 20대 초반엔 시를 그렇게 좋아했는데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한 발짝씩 뒷걸음질 쳤나보다.  어느날 문득 정신차리고 보니 시와 엄청나게 멀어진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마치 내 맘과는 달리 하늘 저 높은 곳까지 날려버린 연처럼. 손으로 쉽게 잡을 수 없는 거리, 저 먼 곳으로 가버린 시를 어떻하지? 견우직녀처럼 까치와 까마귀를 풀어서 오작교라도 놓아야하나?

그럴때 만났다. 해맑은 웃음으로 반겨주는 표지의 소녀처럼 어색함에 주춤거리는 내 손을 살며시 끌어주는 시들을. 아름답고 다정하며 구수한 48명의 안내자들을.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이 책은 안도현 시인이 그동안 문학공부를 하면서 자신의 노트에 옮겨 적었던 시 중에서 특별히 아끼고 좋아하는 시들이 실려있다. 총 4부로 나누어 각 부마다 12편의 시를 선별해서 수록했는데 그 하나하나의 시마다 안도현 시인은 짤막한 글을 덧붙여놓았다. 시인을 소개하거나 그 시에서 느껴지는 정경이나 감상, 더 나아가 저자가 그 시를 좋아하는 이유를  풀어놓아서 시를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또 이 책에는 김기찬 사진작가의 사진이 함께 실려 있는데 흑백이어선지 하나같이 어린 시절의 지나온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구불구불 이어진 골목길에서 여동생을 등에 업고 “똥 푸소~” 놀이를 하는 소녀와 친구들, 온갖 그릇과 병, 깡통, 하얗게 타버린 연탄재까지 모아놓고 소꿉놀이를 하는 단발머리를 한 어린 기집애들, 지게 양쪽에 연탄 하나씩 지고 열심히 나르는 소년, “뻥이요~~!!”하고 큰 소리가 날 듯한 사진,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하는 할머니, 우루루 담벼락에 올라앉아 만화삼매경에 빠진 아이들...이런 사진들이 시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어쩜 이리도 시의 분위기에 꼭 들어맞는지...이 시를 위해서 사진을 찍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촌스러움, 이런 구닥다리, 이런 케케묵음, 이런 한가로움, 이런 퇴행이 오히려 신선하게 뵈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 50쪽.

 

물론 이 책에 수록된 48편의 시를 모두 이해할 순 없었다. 절반은 읽는 순간 가슴에 찌릿...하게 와닿았지만 나머지 절반 가까이는 안개 속을 헤매는 듯했다. 시 한 편에 자신의 인생을 고스란히 녹여낸 시인들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으면 정말 좋으련만...십년 가까이 시를 읽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조급해하지 말자고, 차 한 잔을 마시듯 매일 시 한 두 편을 읽어보자...아이들에게 소리내어 읽어주고 시를 눈이 아니라 오감으로 느껴보자고 다짐해본다.

불혹이란 인생의 전환점에 만난 의미가 되어버린 이 책 한 권을 조금씩 야금야금 먹고서 가슴에 꼭 안았다. 그래, 이 느낌이야. 가슴 한 켠의 열기가 조금씩 퍼지는 것 같은...이걸 잊지 말자...이번엔 절대 놓치지 말자고 주문을 걸듯 몇 번이고 되뇌었다.

불혹의 첫 봄에 정말 사랑하고픈 풍경을 만났다. 이런 기분, 다른 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한동안 이 책은 나의 선물목록 1호가 될 듯하다.


 

 

<불혹不惑, 혹은 부록附錄  /   강윤후>  - 84쪽.

마흔 살을 불혹이라던가

내게는 그 불혹이 자꾸

부록으로 들린다 어쩌면 나는

마흔 살 너머로 이어진 세월을

본책에 덧붙는 부록 정도로

여기는지 모른다

삶의 목차는 이미 끝났는데

부록처럼 남은 세월이 있어
덤으로 사는 기분이다

봄이 온다

권말부록이든 별책부록이든

부록에서 맞는 첫 봄이다

목련꽃 근처에서 괜히

머뭇대는 바람처럼

마음이 혹할 일 좀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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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자 2008-04-19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불혹] 저 시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더라구요^^;;
부록으로 펼쳐질 제 2의 인생도 멋질 거라는 기대감...전 그런게 있어요.

세실 2008-05-11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불혹을 작년에 끝냈지만 아직도 제 마음이네요.
부록....살짝 서글픈 마음 들지만 뭐 생각하기 나름이겠지요.
'목련꽃 근처에서 괜히 머뭇대는 바람처럼 마음이 혹할 일좀 있어야 겠다'필이 팍 옵니다. ㅎㅎ

몽당연필 2008-05-11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장 맘에 들었던 시인데 함께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이 책 이번 스승의 날에 선물하려고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