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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
이중텐 지음, 박경숙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지하철을 탔다. 한참동안 책에 코를 박고 있는데 어? 뭔가 낯설다. 왠지 모를 위화감. 첨엔 애 키우느라 외출을 너무 안 해서 그런가...오랜만에 지하철을 타서 그런가보다...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책에서 눈을 떼고 주위를 둘러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내 옆자리와 앞쪽에 앉은 사람들이 중국어로 대화를 하고 있다는 걸...거기다 지하철엔 마침 다음 정차역을 알리는 중국어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순간 내가 중국을 여행하고 있는 듯한 착각 속에 빠졌다. 중국이란 나라, 중국인이 이렇게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와 있었던가. 미처 몰랐다.
중국. 정확한 국가명이 중화인민공화국인 중국은 요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티벳과의 마찰로 인해 다가오는 8월에 개최될 베이징 올림픽도 출발이 순조롭지 못하다. 거기다 국내의 모사이트에서 천만명 이상의 회원 개인정보가 유출이 됐는데 그게 또 중국과 관련이 있는 모양이다. 이런 기사들을 접할 때마다 중국...참 알 수 없는 나라..란 생각이 든다.
<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에서 인문학 교수로 널리 알려진 이중톈 교수이다. 국내에서도 <삼국지 강의>를 비롯한 <초한지 강의> <제국의 슬픔>과 같은 책이 출간됐다는데 나는 이 책이 이중톈 교수와의 첫만남이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중국인에 대해 알려면 중국 문화를 먼저 알아야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음식, 의복, 체면, 인정, 단위, 가정, 결혼과 연애, 우정, 한담이라는 9가지의 키워드로 중국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흔히 중국 사람은 네 발 달린 것 중에 책상과 의자 빼고 다 먹는다...는 말을 곧잘 하는데 본문 중에 비슷한 대목이 있었다. ‘신호등의 빨간불까지 ’먹어버린다‘고 하는데 무엇인들 못 먹을까?’...이 말에서 중국인에게 먹는 것,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옷차림이 튀는 건 싫어하면서도 유행에 민감해서 친구에게 빌려서라도 명품의류를 입는다거나 뇌물을 혐오하면서도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 다 뇌물을 받는데 나 혼자 안 받으면 바보가 되는 격이니 안 받을 순 없다는 의식들은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반면에 중국과 우리는 정말 많이 닮았다...고 여겨지는 부분도 있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체면을 중시하고 인정에 약하다는 거, 결혼했다가 이혼하려고 할 때 이혼을 허락하는 할 때 ‘칠출’이란 게 중국 고대에 있었는데 그 내용이 조선시대의 우리와 닮아 있었다. 또 자신이 속해 있는 가정이나 단체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결혼은 필수적으로 꼭 해야 하는 일로 여겨졌다는 것 등이 우리와 매우 흡사했다. 자녀를 많이 낳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자녀만을 위한 결혼생활이 유지되고 부모의 자녀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이 ‘지나친 사랑’ ‘비뚤어진 사랑’으로 어긋나면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중국의 대표적인 문학작품들이 본문의 사례를 설명하기 위해 자주 인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큐정전’에서부터 ‘홍루몽’ ‘사기’ 등에서 중국인의 모습이 드러난 대목을 꺼내서 설명하고 있는데 본문에 언급된 책을 아직 읽지 않아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게다가 본문의 내용을 설명해주는 각주를 매 장 뒤쪽에 달아놓았는데 그게 의외로 불편했다. 각 각주마다 본문의 페이지를 명시했으면 책을 읽거나 상세설명을 챙겨보는데도 도움이 됐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 이번에 알게 된 의외의 사실이 있다. 중국...하면 의례 차를 떠올렸는데, 그에 얽힌 일화 한가지. 어느 장관이 성가신 손님을 내쫓으려고 할 때 차를 내오면서 “차 드십시오”라고 한다는 거다. 이때 손님이 눈치를 채고 자리에서 일어날 줄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땐 “손님 가신다~아!!”하고 소리친다는 것이다. 참 절묘한 방법이다.....이 방법 나도 언제 써먹어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