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 1
스제펑 지음, 차혜정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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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몇 년 전 모방송국 프로그램에서 우리나라 국민 중 삼분의 일 가량이 <삼국지>를 읽었다는 얘길 했다. 삼분의 일. 상당한 숫자다.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소설도 아닌 중국의 역사를 다룬 <삼국지>를 남녀노소 불문하고 이토록 많은 이들이 찾는 이유는 뭘까. 그건 바로 개성강하고 매력적인 수많은 영웅들과 흥미진진한 전술과 전투, 당시 역사를 기본으로 한 방대한 지식이 <삼국지>에 들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오우삼 감독의 영화 <적벽대전>의 원작소설이 출간됐다. 유비와 손권이 손을 잡고 남하하는 조조의 대군에 맞서 화공으로 싸운 전투 ‘적벽대전’은 ‘삼국지’에서 치러지는 수많은 전투 중에서 단연코 가장 돋보이는 전투 중의 백미다. 소설 <적백대전>이 담고 있는 것도 바로 그 ‘적벽대전’이다.




중국 후한 말기, 원소를 무찌른 조조는 중국을 통일하기 위해 약 18만의 대군을 이끌고 남하한다. 당시 관우, 장비와 의형제를 맺고 있던 유비는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유표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건 뛰어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유능한 참모란 걸 깨달은 유비는 삼고초려 끝에 천재전략가인 젊은 제갈량을 맞아들인다. 유표가 죽은 후 형주가 혼란에 빠지자 조조는 군대를 이끌고 유비의 뒤를 쫓는다. 조조에게 패한 유비는 제갈량을 오의 손권에게 사신으로 보낸다. 한편 조조 역시 손권에게 사자를 보낸다. 자신과 연합해서 유비를 치자고. 이에 오에서는 조조에게 투항할 것인지, 저항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해진다. 주유와 만난 제갈량은 ‘동작대부’란 시의 일부 구절을 바꿔 조조가 대교와 소교 자매를 차지하려 한다는 내용으로 읊어 주유의 화를 부추기고 마침내 손권은 유비와 손을 잡고 조조에 맞서기로 다짐한다. 그리고 본격적인 전쟁 준비에 돌입하는데...




워낙 오래전에 ‘삼국지’를 읽었기 때문인지 ‘적벽대전’ 어떤 전투인지는 알았지만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그 과정은 기억하지 못했다. 이번에 소설 <적벽대전>을 읽으면서 비로서 아....그랬지..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조조가 그렇게 탐을 낸다는 대교와 소교 자매에 대해선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아마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그 자매를 그다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게 아닌가 싶다. 형수를 사랑하는 손권의 안타까운 사랑과 주유와 소교의 헌신적 사랑은 나라의 존폐가 걸린 전투로 인해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소설에 재미를 더해줬다.




책의 출간과 비슷한 시기에 영화 <적백대전 2>가 상영됐는데 미처 보지 못했다. 책으로만 접했던 제갈량(본문에 수록된 사진을 보니 제갈량 역을 진청우란 배우가 맡았는데 너무 멋있다)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정말 아쉽다. 짚을 가득 실을 배로 전쟁을 치르기 위해 필요한 10만 개의 화살을 구하고 조조의 배를 쇠줄로 연결하는 연환계를 쓰도록 한 것과 겨울에 결코 불지 않으리라던 동남풍이 블어와 조조의 배가 불에 휩싸이는 장면을 오우삼 감독의 화려한 영상으로 꼭 보고 싶었다. 이 멋진 장면들을 꼭 영화관의 대형화면으로 봤어야 하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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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트 1 Medusa Collection 7
제프 롱 지음, 최필원 옮김 / 시작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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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천천히 위로위로 가지를 뻗는다. 숨을 죽여라.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의 이성까지도 깨워라. 그래야 살아남는다. 그렇지 않으면 아차 하는 순간 저 암흑의 지옥으로 엄청난 공포에 삼켜지게 될 것이니...




히말라야 산맥 탐험에 나선 아이크 일행은 매서운 폭풍을 만나 동굴로 몸을 피한다. 동굴 속의 만다라를 살펴보던 아이크는 바싹 말라버린 시체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끔찍하게 훼손된 시체. 거기엔 온몸 가득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영어로, 그것도 거꾸로. ‘사탄은. 존재한다’고. 어느 순간 일행 중 한명이 사라지자 그를 찾기 위해 아이크 일행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지만 누군가에 의해 모두 순식간에 살해되어 처참한 시체가 되어 버린다.

 

언어학자이자 수녀인 앨리는 남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의 나병 환자촌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곧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기념으로 마을 사람들과 사진 촬영을 하던 그녀는 한 소녀에게서 알 수 없는 얘기를 듣는다. 원로 지미 샤코를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사람, 굶주린 신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앨리 대신으로. 착각이나 미신 같은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 그녀는 곧 소녀에게서 선물로 받은 목걸이가 사람의 가죽으로 만든 거란 군인의 말에 일순 혼란에 빠진다.




한편 보스니아의 몰리 캠프에서는 내전 당시 대량학살이 벌어진 지역에서 질소의 농도가 과다하게 배출되는 걸 포착한다. 이에 브랜치는 동료와 함께 문제의 현장에 탐사를 나가서 근접비행을 시도하다가 갑자기 추락한다. 그리고 헬리콥터에 함께 탑승했던 동료가 참혹한 모습으로 발견되고 브랜치 역시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아이크, 앨리, 브랜치. 이 세 명의 주인공이 주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처음엔 따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사건들이 아이크와 브랜치가 만나고 앨리와 브랜치, 아이크와 앨리, 또 다른 이들이 합류하면서 서로 연결되고 눈덩이처럼 커진다.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와 배경도 어마어마하다. 바로 우리의 땅속. 저 깊은 곳에 존재하는 지하동굴 속에 현생인류와 반대의 진화과정을 거친 ‘헤이들’이 존재한다니! 흉측한 모습에 비해 엄청난 괴력을 보여주는 그들은 사람을 노예로 부리고 끔찍하게 고문하는가 하면 인육을 먹기도 한다. 지하동굴을 탐색나갔던 군인 25만명이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지지만 정부와 기업의 관심은 오로지 태평양까지 이어지는 깊은 지하세계였다. 그곳에 새로운 나라, 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하는데...




책은 끓는 냄비를 연상시켰다. 냄비 밑바닥에서 물이 보글보글 막 끓어오르려는 찰라 불을 꺼버리는 것처럼 소설은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갑자기 다른 인물과 사건으로 튀었다. 몇 번이나 반복되는 스토리 전환 때문에 몰입하기가 힘들어서 초반엔 꽤나 애를 먹었다. 그러다 미처 생각지 못한 곳에서 대형타를 터트린다. 틀림없이 불이 꺼진 상태라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계속 조금씩 끓고 있다가 어느 순간에 이르러 여기저기 널려있던 냄비가 한꺼번에 부글부글 끓어넘치기 시작한다. 숨가쁘게 몰아가는 속도, 따라가자니 정신을 차릴 수 없다. 갑작스런 전개는 앞을 돌아볼 여력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땅 속 깊은 곳에 지옥이 존재한다. 자신들만의 문명과 역사를 가지고 생존을 거듭해온 그들. 기이한 모습만큼 포악하고 잔인하기 이를데없는 그들의 모습이 왠지 낯설지가 않다. 저자는 탐사대를 땅 속 깊은 곳으로 이끌었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난 이상하게도 우리의 내면 깊숙한 곳을 훔쳐본 느낌이다. ‘사탄은 존재한다’. 무엇이 사탄인가. 어디에 존재하는가.




정신 바짝 차려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까마득한 낭떠러지에서 검은 연기를 내뿜는 지옥의 깊은 구렁텅이, 공포의 세계로 빠져버릴지 모른다. 쉬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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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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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시절의 기억이나 체험, 경험은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까. 어떤 경험 혹은 기억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겠지. 그런데 그게 만약 성적인 경험이라면 어떻게 될까.




주인공은 열다섯 살의 소년 미하엘. 그는 어느 날 길을 가다가 간염으로 인해  심한 구토를 한다. 갑자기 벌어진 일에 난처하고 당황한 미하엘을 마침 우연히 길 가던 여인이 도와준다. 감사의 인사를 하라는 엄마의 말에 미하엘은 그녀의 집을 찾아간다. 꽃다발을 들고서. 무작정 기다리다가 그녀, 한나와 다시 만난다. 미하엘의 존재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한나. 무심한 듯 보이는 동작, 몸에 배인 자연스러운 몸놀림에 미하엘은 순식간에 매료된다. 어린 소년, 한창 사춘기의 몸살을 겪는 미하엘에게 한나와의 두 번째 만남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후 미하엘은 다시 한나의 집을 찾고 서로에게 이끌린 듯 둘은 관계를 갖는다. 스물 한 살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둘의 만남은 계속되고 어느 날인가 한나는 미하엘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그날부터 ‘책 읽어주기, 샤워, 사랑나누기, 그리고 나란히 누워있기’가 그들 만남의 의식이 된다. 부활절 연휴엔 여행을 떠나서 둘만의 시간을 갖기도 하지만 어느샌가 미하엘은 한나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곧이어 한나가 사라져버린다.




언제부터인가 그녀에 대한 기억이 나를 따라다니기를 멈추었다. 그녀는 기차가 계속해서 앞으로 달리면 뒤쪽에 처지는 도시처럼 뒤에 남았다. 그 도시는 그대로 있다. 우리의 등 뒤 어디에선가 우리는 기차를 타고 가서 그 도시를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그런 일을 하겠는가. - 94쪽.




한나가 떠난뒤 미하엘은 그녀를 찾기 위해 도시를 방황한다. 한나와의 기억으로 인해 심한 상실감과 굴욕을 느낀 미하엘은 점차 오만하고 차가운 성격으로 변해간다. 그런 어느날 세미나의 일환으로 참석한 법정에서 미하엘은 한나를 만나게 된다. 그것도 과거 나치수용소에서 여자감시원으로 있을 때의 사건으로 피고석에 자리한 모습으로. 재판이 계속되면서 당시 함께 일했던 감시원들의 증언과 한나의 행동을 통해 미하엘은 그녀가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한다는 걸 알게 된다. 한나가 그 사실을 밝히면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를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완강히 거부하고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 결국 한나는 종신형을 받고 미하엘은 그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미하엘은 책을 읽는다. 테이프에 녹음해서 한나에게 보낸다. 그것이 바로 한나에게 이야기하는 그만의 방식이었으므로...




나는 사실 한나에게 손가락질을 해야 했다. 하지만 한나에게 한 손가락질은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을 뿐 아니라 그녀를 선택했다. - 182쪽.




열 다섯 살의 소년과 서른 여섯 살의 여인이 관계를 갖는다...처음 느낌은 너무 싫다...였다. 하지만 책은 그런 원색적인 걸 얘기하고자 하는 게 아니었다. 남녀간의 사랑과 나치의 시대사,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밑바닥에 자리잡은 인간의 자존심과 약점의 문제(237쪽)를 책은 담아내고 있었다. 쉽게 읽혀지지만 다분히 철학적인 사색과 질문들로 인해 책을 읽고 나서도 개운하지 않았다. 가슴 밑바닥에 뭔가 묵직한 게 남았는데 그게 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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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3-02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곧 개봉하는 영화의 원작이 이 책인가요? 몽당연필님 글 속에 소설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네요.

몽당연필 2009-03-02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바람돌이님.
이 책이 원작이에요. 더 리더. 강인하면서도 소녀처럼 순진한 한나를 케이트 윈슬렛이 어떻게 담아냈을지 궁금해요. 꼭 보고 싶은데...시간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석란1 2009-03-07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를 안고 읽어볼게요.
 
[365 오늘의 역사 - 세계사편]의 서평을 써주세요.
365 오늘의 역사 - 세계사편
이환주 글, 이동철 그림 / 조선북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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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거 내 책이지! 맞지!” 큰아이가 보자마자 신이 났다. 만화도 아니고 뭣 때문에 저렇게 신이 났나 싶어서 물었더니 바로 스티커 때문이었다. 2장 가득 빼곡하게 들어있는 자잘한 스티커가 맘에 들었나보다. 그래 니꺼 라고 말해주니까 냉큼 가져간다. 어떻게 보는 건지 가르쳐주겠대도 필요없단다. 척 보면 안다나뭐래나? 큰소리 뻥뻥 치고 가지고 들어갈땐 솔직히 의심스러웠다. 스티커 가지고 장난만 치고 말 줄 알았는데 한참 있다 나와선 대뜸 내 생일을 물었다. 옳거니, 제대로 보고 있긴 했네...




<365 오늘의 역사>는 겉모양부터 독특하다. 겉으로 보기엔 두툼한 탁상 캘린더 같다. 근데 속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간신문의 ‘오늘의 역사’ 코너를 연상하면 된다. 매일매일 일어났던 역사적인 사건이나 인물의 탄생과 죽음을 비롯해서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수록해놓았다.




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매일의 날짜에 해당하는 사건이나 특별한 일들이 소개되는데 왼쪽의 점선으로 된 연대표를 보면 그 일이 벌어진 시대를 알 수 있고 그것과 유사하거나 관계있는 날이 있다면 보충설명과 함께 @월@일과 ‘비교해보세요’라는 문구가 있어서 찾아보는 재미와 함께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다. 관련사진이나 그림, 혹은 몇 컷의 재미있는 만화를 넣어서 아이들이 이해하기도 쉽다. 그리고 ‘나의 역사’란에는 스티커를 이용해 자기만의 이벤트나 역사를 기록할 수도 있다.




매일 한 장씩 넘기면서 보면 좋겠지만 아이들의 특성상 ‘매일 한 장’은 지켜지지 않는다. 그냥 기분 내킬 때마다 쭈루룩 보고 킥킥 웃고, 또 며칠 있다가 이리저리 넘기면서 뒤적거리곤 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소련에 최초로 맥도날드가 문을 열었’는데 세계 최대 규모의 식당이란 것과 ‘마우스를 이용한 컴퓨터 등장’이라든가 ‘만우절의 기원’ 박물관 관람을 통해 알게 된 ‘진시황의 병마용갱 발견’ 딱정벌레처럼 생긴 자동차 ‘비틀’에 관한 것 등이었다. 아이가 이제 3학년이라 서서히 역사에 관심을 갖게 해야겠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마침 꼭 맞는 책을 만났다.




* 이 책의 좋은 점 - 역사를 좀 더 쉽고 흥미롭게 받아들인다.

* 이 책과 맥락을 같이 하는 책  

         
 

* 권하고 싶은 대상 - 역사를 비롯한 여러 가지 상식을 알고 싶은 초등학생과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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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세상이다 - 청소년과 가정을 위한 지식사전
피에르 제르마 지음, 최현주 옮김 / 하늘연못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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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보면 난처할 경우를 때가 많다.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툭툭 던지는 질문들.  내가 아는 거라 대답해줄 수 있으면 천만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때도 있다. 그럼 아이는 몹시 실망한 표정으로 말한다. “엄만, 왜 이것도 몰라?”. 엄만 천재도, 만물박사도 아니라  모르는 거 많다고, 그래서 열심히 책도 보고 계속 공부하는 거라고 말하지만 아이의 머릿속엔 이미 ‘피...엄만, 아는 게 없어’란 인식이 박힌 상태다. 할 수만 있다면 아이에게 ‘세상을 다 가져라’고 말하고 싶은 게 엄마의 마음인데, 그걸 몰라주니 나 역시 섭섭하다.




‘청소년과 가정을 위한 지식사전’ <이것이 세상이다>. 이 책엔 제목 그대로 세상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내 손안의 지식사전’이란 표현이 꼭 어울린다. 지구의 나이는 적어도 40억 살이라는 것에서 출발한 책은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에 대해 말한다. 총 8개의 장으로 나눠 수많은 도구와 관습이나 제도, 발명, 탈것과 종이, 의복, 의학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416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중 몇가지를 소개하자면.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기원전 3500년경 수메르인들의 최초의 바퀴그림에 등장한 이후 형태의 변화와 육상교통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말한다. 최초의 백화점은 1837년 파리의 ‘르 프티 마틀로’였는데 대형상점과의 경쟁을 의식해선지 당시 백화점 중엔 ‘성 앙트완의 유혹’ ‘바람둥이 남자 들러리’ ‘고삐 풀린 소녀’처럼 선정적인 상호를 내걸기도 했다고 한다. 매일밤 지친 몸을 누이는 ‘침대’에 대해서도 이런 대목이 있었다.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일어나자마자 침대부터 깔끔하게 정돈했는데 그 이유는 침대의 잠잔 흔적을 칼로 찌르면 그 사람에게 해가 돌아온다고 믿었기 때문이고 마크 트웨인은 ‘침대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다. 80% 이상의 사람들이 거기서 사망하니까’란 말을 했다고 전한다. 잠깐 갤럽의 여론조사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어서 최초의 여론조사가  미국의 심리학자 조지 갤럽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대목이 기억에 남았다.




최초의 포켓북은 앙드레 모루아의 <아리엘 또는 셜리의 생애>와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인데 신문가판이나 역 주변에서 담배 한 갑 정도의 가격에 판매되었으며 타자기로 최초로 소설을 쓴 사람은 마크 트웨인인데 그 작품이 <톰소여의 모험>인지 <미시시피강의 생활>인지 아직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또 정치가, 인쇄업자, 신문기자, 과학자 등으로 불리는 벤야민 프랭클린은 모든 독서가들의 꿈이자 나의 소망인 흔들의자와 이중초점안경, 피뢰침 등 실용적인 물건을 많이 발명한 것으로 유명했다. 대형여객선의 출발인 그레으트 이스턴호는 1858년 진수 당시 세상에서 큰 화물,여객선으로 기록됐지만 너무 시대를 앞선 탓에 외면받았다고 한다. 결국 1867년 200명의 승객을 태우고 마지막 항해를 떠났는데 거기에 작가 쥘 베른이 끼어있었고 그때의 경험을 <떠 있는 도시>란 작품에 묘사했다고 하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책은 한 가지에 대해 다룰 때 아무리 길어도 두 페이지를 넘기지 않는다. 때로 하나의 사물이나 도구를 그와 관계있거나 연관된 것들을 함께 묶어서 설명하기도 한다. 악기 ‘기타’를 설명하면서 북이나 색소폰, 아코디언, 오르간, 플루트, 피아노 등과 같은 여러 악기를 함께 다뤄서 하나의 궁금증에 대한 사고를 유사한 것과 연결하고 보다 넓게 확대할 수 있었다. 또 책에는 수많은 그림과 사진, 명화들이 컬러로 수록되어 있어서 책을 보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속면지에도 여러 가지 그림을 배치한 꼼꼼함이 엿보인다.




마음 내킬 때마다 손에 들고 펼쳐지는 페이지를 읽을 수 있고 부모와 아이, 모두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책 <이것이 세상이다>. 몇 년후 이 책을 아이 손에 건넬 날이 기다려진다. 그때 이렇게 말해야지. “It's World!!". 훗, 생각만으로도 벌써 신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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