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슬링
이상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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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키워 본 사람이라면 동물이나 사람이나 똑같다고 생각하는 면이 많을 것이다. 개는 더욱 그렇다. 어린 시절 우리집에서도 강아지를 키웠다. 족보가 없는 잡종이었다.

우리집 8남매중 끝의 여섯번째가 애정을 쏟았다. 나보다 세살이 많은 오빠는 그 강아지를 정말 좋아했다. 지금은 강아지 이름이 메리였는지, 쫑이였는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지금처럼 사료를 먹이던 시절도 아니었다. 우리가 먹던 음식을 남겨서 개밥을 만들어 먹였던 것 같다. 개를 방안에 들일 생각도 절대 품어보지 않았고, 바깥에서 길렀다. 마당에 작은 개집을 만들어 주었던 건 기억난다.

그 개가 어느정도 자랐을때 이웃집 아저씨에게 팔려갔다. 젊잖기로 소문난 아버지가 그 개를 파셨는데 왜 팔았는지 잘 모르겠다. 이웃아저씨가 먼저 요청했던 것 같다. 약으로 쓰려고 한다고. 그 시절만해도 개를 식용으로 키우던 때였으니 당연히 그 개는 개소주가 되었거나 보신탕이 되었을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 오빠가 엄청 울던 모습이 아직도 내 눈에 선하다. 나도 슬펐지만 오빠처럼 난리를 치지는 않았다. 그 뒤로 우리집에서는 애완 동물을 기르지 않았다.

[휘슬링]은 수채라는 소녀의 성장 이야기다. 수채네 집에 개를 처음 분양해온 건 초등학교 6학년 말이다. 중학생이 된 수채가 중1학년부터 고등학교때까지니까 딱 6년을 반려견 덤덤이와 함께 살면서 벌어진 이야기다. 수채네는 개를 기르기 위해서 서울 외곽의 주택으로 이사한다. 마침 도서관에 근무하는 아버지의 직장이 그곳으로 발령이 난것도 한 몫했다.

이사간 동네에는 개를 키우는 집이 많다. 수채네 집뒤에는 반려견 덤덤이와 산책할 수 있는 언덕이 있다. 수채는 덤덤이와 자주 산책을 하고 그 언덕에는 들개들이 있다. 수채는 그 곳에 사는 들개과도 친해지고, 나중에는 온 동네 개들과도 휘파람으로 교감을 한다.

중학생이 된 뒤 이사를 온 수채는 친구가 없다. 수채는 내성적이고 소심한 아이다. 적극적으로 다가가 친구를 사귀는 성격이 못되는데 수채에게 먼저 다가온 미주와 친해진다. 아무튼 친구들과 갈등이 생기고, 부모들의 개입으로 학교 생활이 힘들때 한결같이 수채를 위로해 주는 존개가 개들이었다.

[휘슬링]을 읽으면서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았고, 어떤 면에서는 나름 뿌듯하기도 했다. 물론 때론 반성도 했다. 수채 부모도 수채를 보호하고 싶어서 실수도 하고 걱정도 많다.

수채엄마를 보면서 우리아이들이 사춘기를 보내던 때가 생각났다. 나도 수채 엄마와 별반 다르지 않은 부모였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아이들 의사를 존중하고 인격적으로 대할 수 있었던 것은 공동육아를 하면서 아이들이 어릴때부터 부모교육을 받은 덕인것 같다. 해마다 상,하반기 두차례의 부모교육을 받았다. 각종 책들도 엄청 읽었다. 이제 모두 성인이다. 아이들이 자기 인생을 나름 주도적으로 잘 살아내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어른도 모르면 공부하는 수 밖에 없다.

부모도 모르면 상담하고, 공부하고, 교육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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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과 경복궁 - 초등학생을 위한 어린이 궁궐 탐방 1
이향우 지음 / 인문산책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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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을 위한 한양도성과 경복궁]을 쓰신 이향우 선생님은 우리 역사와 문화를 좋아해서 궁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지난번 선생님의 [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으로 충분히 맛보고 실제로 경복궁을 다녀오기도 했다. 지방에 살다보니 덕수궁은 37년전에 딱 한번 가보았고, 아직 경희궁, 창덕궁은 가보지 못했다. 내년에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서울에서 한달 살기'를 해보고 직접 모든 궁궐과 한양도성을 꼭 둘러 볼 작정이다. 어쩌면 한달로는 다 돌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일단 목표는 그렇게 새워두었다는 말이다.

나는 이향우 선생님 책을 여러 권 읽었다. 앞서 읽었던 책들에서 우리 궁궐의 아름다움을 한 껏 만끽했다. 이 책은 우리궁궐지킴이와 문화재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선생님이 조선왕조 첫 번째 궁궐이자 법궁인 경복궁과, 조선왕조의 수도인 한양을 둘러싸고 있는 한양도성을 소개하고 있다.

[한양도성과 경복궁]에서는 경복궁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작가 선생님, 궁궐에 대해 알송달송한 것들을 질문해 주는 유진이, 그리고 과거 왕세자로 궁궐에 살았다는 동궁이를 내세워서 재미있게 경복궁과 한양도성에 대해서 구석구석 안내하고, 알려주고 있다.



 

경복궁에 있는 다양한 문양을 찾아보기만해도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흥미진진한 현장 학습이 될 것같다. 정말 일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학부모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직접 탐방하면서 지도하기에 딱 좋게 구성되어 있다. 완전 사회 교과서와 연계 수업 교재로도 안성맞춤이다.

'서울에서 한 달 살기'할 때 꼭 가지고 가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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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생각은 철학에서 시작된다 -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들뢰즈까지, 철학자들이 들려주는 20가지 생각 도구
오가와 히토시 지음, 이정미 옮김 / 오아시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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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철학이라는 학문은 고리타분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리 교과서에서 잠깐씩 다루었던 철학자들의 생각을 나의 좌우명으로 삶기도 했지만 말이다.

나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철학은 아무래도 유학이다. 조선의 통치 철학이 유학이었고, 일제 강점기를 거치고 대한민국이라는 민주 공화국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생활 곳곳에 유학 이념이 잠재되어 있다. 그러니 이땅에서 태어난 내가 유학적 사고에 지배 당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다.

차츰 나이를 먹으면서 문학보다 철학에 관심이 가기시작하는 때가 왔다.

내가 철학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것은 불혹을 넘기고 나서부터였다. 육아에서 벗어난 시점부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주어졌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철학에 관심이 갔다. 물론 서양철학부터 시작한 건 아니다. 나와 가까운 동양철학부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과 [논어]를 비롯한 사서 삼경을 먼저 읽었다. 그러면서 역사와 서양철학으로 점점 범위를 넓혀갔다. 예전에는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했던 철학이 중년이후에는 내 마음속에 콕콕 박히는 명언이 되어주었고,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지금도 그 여정은 계속 되고 있다.

[탁월한 생각은 철학에서 시작된다] 는 서양 철학자와 그의 대표 주장을 매우 간단하게 알려주고 있다. 이름을 이미 들어본 유명 철학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가브리엘, 카이와, 힐티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되었다. 그들의 생각중 내 마음에 쏙 든 철학자는 힐티였다. 힐티의 수면 철학의 핵심은 '억지로 자지 않기'다. 그의 '수면론'은 나의 수면론이기도 하다. 나는 잠이 오지 않을 때 억지로 잠들려고 하지 않는다. 지쳐서 잠이 올때까지 일을 하거나 책을 본다. 그러다가 다음날 기진맥진해서 힘들때도 있지만 그러고 나면 매우 잘 자게된다.

솔직히 [탁월한 생각은 철학에서 시작된다]는 내게 큰 감동을 주지는 않았다. 이 책을 쓴 오가와 히토시 작가도 독자에게 감동을 주기보다 실전에서 응용하라는 취지로 이 책을 썼을 것이다. 사실 처음부터 여러 작가를 다루고 있어서 철학적 깊이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탁월한 생각을 가진 철학자를 은근히 기대하지 않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이 책에서는 철학자의핵심 주장을 소개하고 그 사상을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알려주고 있다. 말하자면 실전에서 바로 응용할 수 있는 실용서다.

기업을 경영하거나 사회 생활을 시작한는 젊은이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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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 번역이 쉽다고?
김서정 지음 / 책고래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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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되어 출판된 책을 볼 때면 때론 도저히 우리 정서와 맞지 않아서 실망하게 되는 작품도 있다. 서양인들은 같은 말도 빙빙 돌려서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아마도 우리와는 어순이 달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단테의 신곡] 은 시다. 시는 일종의 노래다. 그냥 서사만 번역한다고 의미가 다 전달되는 것은 아닐것이다. 내가 신곡을 처음 읽었을 때는 특별한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 다시 읽으니 종교적인 성숙도 있었겠지만 시의 느낌을 살리는 번역이라서 훨씬 잘 읽혔다.

아이들 책도 마찬가지다. 같은 작가의 책도 번역자에 따라 많이 다르다.

내가 김서정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마리아 니콜라예바의 [용의 아이들]을 읽으면서이다.

우리 아이들중 첫 아이가 막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둘째는 유치원, 세째는 임신중이었다. 아이가 셋이나 되니 자연스럽게 나의 모든 코드가 교육에 꽂혀 있던 때였다. 나는 아이들이 좋은 책과 만나기를 바랐다. 하지만 좋은 책에 대한 기준이 없었다. 그때 내 수준은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는 계몽사 아동문학 전집 정도였다. 그 때가 변화가 시작되고, 책이 쏟아져 나오는 시절이었다. 386세대가 민주화 운동을 넘어서 교육운동으로 넘어가던 시대이기도 했다. 우연히 한 도서관에서 주체한 동화 작가와의 만남에서 어린이 책읽는 어른들의 모임 [얼레와 연]도 알게 되었다. 나는 그 모임의 멤버로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어린이 책에 관한 공부도 하고 진짜 그림책과 동화책을 직접 읽기 시작했다. 국내 작가의 아동문학 비평서 뿐만아니라 외국작가의 안내서도 찾아읽었다.

우리나라 작가로는 이오덕 선생인의 [어린이를 지키는 문학], [원종찬 평론] 등등을 읽었고, 외국 서적으로는 마쓰이 다다시의 [어린이와 그림책]과 마리아 니콜라예바의[용의 아이들]이었다.

그러다보니 책을 고를 때 기준이 생겼다. 전집으로 한꺼번에 구입하지 않겠다는 것, 그림책도 작가와 출판사까지 따져서 사자는 것, 꼭 나와 남편의 입말로 읽어 주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진 분들도 많을 것이다. 아무튼 그뒤 아이들과 서점 나들이를 하면 아이들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게 하고, 그 책을 사 주는 조건으로 내가 추천하는 책도 꼭 함께 사게 해서 읽어 주었다.

김서정 작가님의[어린이 책 번역이 쉽다고?]를 꼼꼼하게 읽었다. 작가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감이다.

작가님은 이 책에서 어떤 책을 아이에게 골라 주어야할지 알려준다.







 

위의 사진은 아이들의 주의을 집중시키고 흥미를 유발하는 데 성공한 책들의 텍스트들을 정리한 내용이다.

김서정 작가님의 이런 세세한 것들을 고려하면서 번역을 한다는 것이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번역에 대한 내용을 읽었을때는 번역을 또다른 창작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충분히 공감했다. 우리말로 도저히 번역이 되지 않는 말이 분명히 있고, 그 느낌이라도 독자에게 전달하려고 번역하는 분들이 얼마나 힘들게 고뇌하는지를 잘 알게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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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인사
함정임 지음 / 열림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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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으면서 꼭 W.G. 제발트의 [현기증, 감정들]을 읽고 있는 착각에 빠지곤했다.

화자의 서술 방법도 다르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도 다른데 왜 그럴까?

아마도 화자가 어떤 인물이 살다간 흔적을 따라 여행하면서 쓴 기행문 같은 소설이기 때문인가보다.

[현기증, 감정들] 속의 네 가지 이야기 모두 어떠한 장소가 어떤 인물과 연관 되어 그 인물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밤인사]도 비슷하다.

[현기증, 감정들]은 스탕달, 카프카 등 작가들을 생각하며 읽었고, [밤 인사]에서는 발터 벤야민의 흔적을 따라가며 발터 벤야민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검색해 보면서 읽어었다.

두 작품 모두 작가의 시야에 펼쳐지는 풍경들을 잘 묘사해 놓았고, 덧붙여 상념을 일기처럼 쓴 글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현기증, 감정들]보다 [밤 인사]가 훨씬 잘 읽혔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작가가 쓴 글이니 공감하는 감정선이 비슷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밤 인사]에 나오는 묵독 모임을 보고 '참 나와 비슷한 사람이 여기도 있네'라고 생각했다.

밤 9시부터 이어진 묵독 모임 '파리-n' 은 오프라인 모임이라는 게 나와 조금 다르다. 그런데 나도 비슷한 모임을 하고 있다. 내가 하는 모임은 온라인 모임이고 이름이 '9시 독서방'이다. 우리는 같은 책을 묵독하기도하고 토론을 펼치기도 한다. '파리-n'도 비슷한 것 같다.

[밤인사]에서는 미나와 장(Jean)의 우정, 고독 등이 느껴지면서도 미나를 향한 윤중, 장의 사랑도 느낄 수 있었다.

작품 중에 나오는 여러 작가의 시가 참 좋았다. 그리고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을 내가 읽을 도서 목록에 올려 놓았다. 대부분 읽지 않은 작품들이었다. 발터 벤야민의 작품은 전혀 읽지 않았고,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책을 사 두고도 아직 못 읽었다. 발터 벤야민의 저작들을 찾아서 읽어야겠다.


함정임 작가의 소설도 [밤 인사]가 처음이다.

오랜만에 나와 결이 맞는 작가를 만나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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