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어떠리
지개야 지음 / 묵언마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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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날씨가 수상하다. 달력상으론 분명 봄의 한복판인데 하늘과 바람에선 겨울의 기운이 느껴진다. 일교차가 큰 날씨 때문에 올해는 예년에 비해 독감환자가 부쩍 늘었고 또 오래도록 유행하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 골칫거리가 바로 미세먼지. 직경 10㎛ 이하의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아주 작은 물질이 대기 중에 떠다니면서 호흡기질환을 야기 시키는데 문제는 이 미세먼지가 우울증까지 유발한다는 것이다. 국내의 한 연구팀이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의 대기오염(미세먼지, 오존 농도 변화)과 자살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랬더니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일주일을 기준으로 대기 중의 농도가 37.82㎍/㎥ 증가할 때 마다 우리나라의 전체 자살률은 3.2%씩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고 오존 농도 역시 일주일간 농도가 0.016ppm 증가하면 그 주 우리나라 전체자살률은 7.8%가 올랐다고 한다. 미세먼지와 오존이 우울증을?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데 연구팀은 미세먼지나 오존과 같은 대기오염 물질이 우리 몸 안의 스트레스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줘서 자살과 관련 있는 기분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놀랍고 충격적인 기사를 보면서 순간 두 가지가 떠올랐다. ‘가족들에게 필히 황사마스크를 챙겨줘야겠다’ ‘자살률이 높아진다니 지개야 스님께서 마음아파 하시겠구나’....

 

지개야. ‘복을 구걸하는 거지’라는 의미의 법명인 지개야 스님은 경북 안동의 산골 마을에서 나무꾼의 아들로 태어나 거지, 구두닦이, 노점상 등으로 힘겹게 살면서도 철학, 심리학, 자연과학 같은 여러 학문을 꾸준히 공부해서 경북도의원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어느 날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심각하다는 기사를 보고 출가하여 자살예방을 위한 사찰을 창건하는데 그곳이 바로 [묵언마을]이다. 자살하려는 이들이 묵언마을을 찾으면 지개야 스님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처투성이 마음을 보듬어주면서 위로와 용기의 말을 건넨다. 그렇게 ‘자살’에서 ‘살자’로 마음자리를 바꾸어 돌아간 사람이 수백 명에 이른다.

 

세상에 답 없는 문제는/ 하나도 없단다./ 모든 문제는/ 너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마카 다 내가 문제란다./ 문제의 답도/ 니가 아닌/ 선지식과 같이 내 안에서 찾아라 - 16쪽 ‘답은 내 안에 있다’

 

한 손으로 들고 읽기에 적당한 크기의 책 <그냥 어떠리>는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스님이 건네는 용기의 말이자 시이다. 스님은 악성댓글은 누군가의 가슴에 망치질 하는 것이라고 꾸짖고 욕심을 버려 번뇌에서 벗어나라며 강조한다. 행복, 사랑, 희망과 절망, 공덕의 의미가 무엇인지 짚어주고 힘겨운 고난도 삶의 일부분이라고 다독인다.

 

배는 항해가 목적이지만/ 태풍을 만나면/ 항구에 피신하는 것은/ 다음 항해를 위함이란다. - 79쪽. ‘태풍’

 

책 속의 시를 하나하나 읽다보면 마치 지개야 스님과 차 한 잔을 나누며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든다. 일상에 지쳐 방황하는 내게 스님은 따스한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하지만 때론 “정신 단디 차리라”고 크게 호통을 친다. 마치 사찰에서 기도하다가 깜빡 졸았을 때 죽비로 어깨를 탁! 하고 내려치는 것 같은 느낌. 그런데 기분이 나쁘지 않다. 몽롱하고 어지럽던 정신을 몰아내는 것처럼 후련함마저 든다. 책에는 본문에 소개된 시를 지개야 스님의 육성으로 담아놓은 시디가 수록되어 있다.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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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04-12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또 찜.^^.
한달 용돈 앵꼬...보고 싶은 책은 넘치고 능력은 한정적이고...난감 난감.

2015-04-13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5-04-13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좀 일찍 알았더라면.ㅎㅎㅎ
벌써 주문 했습니다..아이고야..

2015-04-13 2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5-04-13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흑 이미 배송중이라서요..그나저나 마음 고맙습니다..

2015-04-13 2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5-04-13 20:14   좋아요 0 | URL
에쎄이 이런 류의글 아닌가 싶은 예감...맞나요

yureka01 2015-04-13 20:16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오면 읽어 보고 리뷰써야겟어요 ^^

몽당연필 2015-04-13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세이가 아니구요
스님의 말씀 그 자체에요

뒷북소녀 2015-05-11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몽당연필 2015-05-11 18:01   좋아요 0 | URL
왠 축하?

뒷북소녀 2015-05-11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월 마이리뷰 당선!ㅋㅋㅋ

몽당연필 2015-05-11 18:03   좋아요 0 | URL
엇 정말? 땡큐땡큐 ^^

프레이야 2015-05-30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당선 축하합니다. 스님의 말씀이군요. 읽어보도록 담아갑니다. ^^

몽당연필 2015-05-30 10:24   좋아요 0 | URL
담에 뵐때 제가 챙겨갈게요 ^^

2015-05-30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몽당연필 2015-05-30 13:53   좋아요 1 | URL

시간이랑 장소가 정해지면 말씀해주세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
 
내가 나를 치유한다 - 신경증 극복과 인간다운 성장
카렌 호나이 지음, 서상복 옮김 / 연암서가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신경증이란 뭔가. 책을 읽다 말고 검색부터 했다. 어렴풋하게가 아닌 정확한 의미를 알고 싶었다. ‘신경증이란 내적인 심리적 갈등이 있거나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다루는 과정에서 무리가 생겨 심리적 긴장이나 증상이 일어나는 인격 변화’라고 한다. 여러 가지 원인으로 나타나는 불안 증상 자체와 불안을 다루기 위해 방어기제가 동원되고 그런 증상들을 유발하는 것이 ‘신경증’으로 불안과 불면증, 두통, 원인을 알 수 없는 위장 장애, 화병과 같은 것들이 모두 신경증의 증상이다. 문제는 이런 ‘신경증’이 현대에 와서는 조현병(정신분열증) 같은 정신증보다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신경증이 어떻게 해서 나타나고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신경증을 극복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삶의 질’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가 나를 치유한다>의 부제가 ‘신경증 극복과 인간다운 성장’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신경증은 현대인들이 대부분 앓고 있는 정신 질환이다. 우리가 일평생 감기를 앓고 낫기를 반복하듯이, 신경계를 기반으로 감각하고 욕구하고 생각하는 인간은 모두 가볍거나 심각하게, 길거나 짧게 신경증을 앓고 낫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23쪽

 

카렌 호나이. 정신분석이나 심리학 서적을 읽을 때 간혹 만나게 되는 이름인데 독일 출생의 정신분석학자이다. ‘정신분석’하면 바로 떠올리게 되는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았지만 여러 면에서 그와는 다른 이론을 주장한다. 정신분석가의 역할에 있어서도 호나이는 프로이트와는 달리 “환자가 자신의 본능을 지배하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경증 경향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을 만큼 불안을 덜어주는 것”이라며 환자가 보다 능동적으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내가 나를 치유한다>에서는 신경증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신경증의 일반적인 특징을 설명하면서 신경증에 걸리는 사람의 성격유형과 치유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모두 15개의 장으로 나누어 풀어내고 있다. 성장과정에서의 오류나 올바르지 않은 인간관계는 불안과 내면의 갈등을 불러오고 그로 인해 신경증에 걸리는 과정을 하나하나 설명하는데 두 아이를 기르는 부모여서인지 아이, 양육에 관한 대목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이를테면 아이는 어떤 조건에서 성장하든 정신에 특별한 결함이 없다면 ‘진실한 나’, 자아를 계발해서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고 인생의 목표를 찾는 자신이 본래 지닌 잠재력을 발현한다고 한다. 하지만 성장환경에서 만나는 이들이 갖고 있는 신경증에 따라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 이럴 때 아이는 심각한 불안감과 막연한 걱정 ‘근본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자신의 진실한 감정을 자발적으로 드러내지 못해서 남들과 맛서 사는 방법을 택하거나 때로는 파괴력이 강한 복수의 충동에 휩싸이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인물로 히틀러를 꼽는다. 어린 시절의 굴욕과 유년기 이후의 신경증으로 인해 전 생애동안 대중을 지배하고 승리를 쟁취하려는 미친 욕망에 사로잡혀 살았던 히틀러. 저자는 그와 유사한 성향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일상 속에서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무작정 영광을 좇는 충동이 강박에 사로잡히게 하고 그것이 좌정될 경우 공황이나 우울, 절망, 현실 도피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신경증 환자는 아주 많이 알지만 만족할 줄 모르고 모든 것을 알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파우스트’라고 할만큼 완벽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절실하게 필요한 자신감과 자존감을 얻지는 못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저자는 입센의 <페르 귄트>를 통해 설명한다. 현실이 아닌 이상과 꿈만을 좇는 ‘페르 귄트처럼 몽상의 세계에 사는 한, 당신은 자신에게 진실할 수 없다. 몽상계와 진실한 나를 잇는 다리는 없다’고 꼬집는다. 뿐만 아니라 신경증 환자는 자존심과 자부심에 상처를 입는 상황을 피하려고 무작정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삶을 제한하고 속박하다보면 진실한 나와는 더욱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경증은 급성 장애로 진행되기도 하고 정지 상태로 꽤 오래 머물기도 하지만, 본래 급성 장애도 아니고 정지 상태도 아니다. 그것은 자체의 운동량에 따라 변화를 겪는 과정으로 자체의 무정한 논리에 따라 가차 없이 인격의 넓은 영역을 점점 집어삼킨다. 또 갈등을 야기할뿐더러 갈등을 해결해야 할 필요를 낳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데 개인이 찾아낸 해결책은 인위적인 수단이므로 다시 새로운 해결책을 요구하는 갈등이 자꾸 생겨나기 마련이다. 개인은 새로운 해결책 덕분에 쉽고 평탄하게 기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경증은 개인을 진실한 나에게서 멀리 아주 멀리 떨어뜨려서 인격이 드러나는 개인의 성장이 위태로워지는 과정이다. -459쪽

 

어려운 글은 아니다. 문장은 평이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신경증에 시달리고 있고 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기에 예를 들어 쉽게 풀어내고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정신분석을 바탕으로 둔 것이기에 쉽지 않았다. 특히 ‘신경증’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프로이트를 바탕으로 해서 그에 다른 이론을 풀어놓은 거라 기본적으로 프로이트의 이론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으면 이해하는데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싶다. 본문 곳곳에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조지 오웰의 <1984>, 스탕달의 <적과 흑>, 허먼 멜빌의 <모비 딕>처럼 익숙한 문학작품을 언급하고 있어서 반가웠고 ‘신경증’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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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삼국지 5 - 사라지는 영웅들 어린이 고전 첫발
이광익 그림, 김광원 글, 나관중 / 조선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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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의 첫 삼국지는 초등 5학년때였다. 집에 있는 동화를 모두 섭렵하고 다음 먹잇감을 살피던 내게 장식장 제일 위 칸에 꽂혀있는 <삼국지>가 눈에 들어왔다. 다섯 권짜리 두툼한 양장본으로 된 <삼국지>가 어떤 내용인지 당시의 내가 알 수는 없었을 터. 그럼에도 그 책을 덥석 집어들 수 있었던 건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마치 금단의 열매를 탐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언니들이나 어른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책곽은 남겨두고 책만 빼는 ‘완벽한 알리바이’까지 동원했다. 그렇게 해서 만난 <삼국지>는 2단 세로 쓰기로 된 책이었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유비,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고 도원결의하는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책장은 일사천리로 넘어갔다.

 

성인이 되어서 다시 <삼국지>를 봤다. 아무것도 거릴 것 없이 당당하게. 그런데 이상하게도 예전만큼 느낌이 강렬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분명 재미는 있었지만 재미 외에 뭔가가 달랐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도 ‘처음’이란 것에서만 느낄 수 있는 몰입감이 아니었을까 싶다.

 

얼마전 <나의 첫 삼국지>가 출간됐다. <삼국지>를 초등저학년을 대상으로 쉽게 풀어놓은 책인데 저자가 초등학교 교사이다. 어렸을 때 읽은 삼국지에 매료되어 성인이 되어서 20년간 삼국지를 연구했다는 저자는 <삼국지>에는 시대를 초월하는 이야기와 교훈이 있어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지혜의 보물 상자’라고 강조한다.

 

5권 <사라지는 영웅들>은 ‘1부 떠난자와 살아남은자’, ‘2부 남만정벌과 북벌의 시작’, ‘3부 나누어졌더 다시 합해지는 천하’로 구성되어 있다. 장비의 진지를 기습공격한 장합을 장비가 매복계로 역이용해 무찌르는 것을 시작으로 유비는 형주, 익주, 한중까지 다스리는 왕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한편 조인을 쫓던 관우는 전투 도중 독화살을 맞는부상을 입지만 지략으로 우금을 물리친다. 하지만 육손의 계략을 알아차리지 못해 손권에 의해 목숨을 잃고 만다. 관우의 죽음은 유비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장비를 복수에 눈이 멀게 만들었다. 장비마저 어이없는 죽음을 맞게 되자 유비는 병을 얻어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나고 마는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해서인지 본문에는 그림이나 등장인물에 말풍선을 넣어 내용의 이해를 돕고 있다. 또한 각각의 부가 끝날 다음 ‘속마음 삼국지’라는 코너를 마련해서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풀어놓고 있다. 다만 41쪽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관우가 “내 자부심이 나를 죽였구나”라는 그림이 있는데 이 대목에는 ‘자부심’이 아니라 ‘자만심’이 맞는 표현일 듯하다. 다행히 57쪽의 ‘속마음 삼국지’의 관우의 대목에는 ‘자만심’으로 되어 있는데 이후 개정판이 나올 때 본문을 수정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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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미술관이다 - 로마, 바티칸,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 미술관 순례
최상운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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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험, 세계의 박물관>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엿볼 수 있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해외여행이라곤 일본과 태국을 짧게 다녀온 것이 전부여서 완전몰입해서 봤습니다. 패션의 발상지 프랑스의 세느강변에 있는 [오르세 미술관]은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개장했다고 하는데요. 르누아르와 모네의 그림을 소장하고 있구요. 동양의 종교에 매혹된 프랑스 사업가가 설립한 [기메 박물관]에는 다양한 불상이 전시되어 있어서 세계 최고의 불교 미술박물관이라고 불린다고 하는군요. 독일 베를린의 [페르가몬 미술관]에서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러 신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담은 조각을 비롯해서 고대 그리스의 제단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페르가몬 제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우피치 미술관]. 15세기 중세 유럽에서 르네상스가 꽃을 피운 고장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은 당시 수많은 예술가들을 후원해줬던 메디치 가문의 수집품이 토대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 유명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만나려면 바로 이 [우피치 미술관]을 찾아야 한다더군요. 모든 회차를 보지 못했던 게 아쉬웠지만 제가 언제가 됐든 반드시 유럽여행을 가고 말리라 다짐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답니다.

 

<이탈리아는 미술관이다> 제목을 보는 순간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다큐멘터리로 만난 오르세, 기메, 우피치 미술관이 떠올랐습니다. 몇 개의 미술관만 해도 엄청난데 이탈리아는 그 외에 얼마나 많은 예술작품이 있길래 나라 전체가 미술관이라고 하는걸까 궁금해지더군요. 백 번 읽는 것보다 한 번 직접 보는 게 낫겠지만 그것이 지금으로선 실현 불가능한 것임을 알기에 책의 저자를 가이드 삼아 사전조사와 대리만족을 겸한 책읽기를 시작했습니다.

 

로마, 바티칸, 피렌체, 베네치아, 밀라노. 저자는 이 다섯 개의 도시로 독자를 안내합니다.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 중에서 이곳이 가장 유명하고 또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기 때문인데요. 로마에서는 베르니니의 에로틱한 성녀로 알려진 <성 테레사의 법열>과 세계의 4대 강인 이집트의 나일강, 인도의 갠지스강, 남미의 라플라타강, 유럽의 도나우강을 다스리는 네 명의 신들의 모습을 조각한 <4대 강의 분수>, 서양회화사에서 악마적 천재, 회화의 반 그리스도라 불리는 카라바조의 그림을 만날 수 있는데요. 특히 카라바조의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는 적장의 목을 베는 유디트의 표정과 숫구치는 선혈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어 놀랍습니다. 특히 [보르게세 미술관]에 전시된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은 카라바조가 자신의 얼굴을 목이 잘린 골리앗으로 묘사한 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림에 화가가 자신의 얼굴을 넣어서 그린다는 건 알고 있지만 카라바조의 경우는 왜 그랬을지...의문이 듭니다. 바티칸은 교황이 머무는 성스러운 곳인 만큼 불멸의 걸작들이 많이 남겨져 있는데요. 성 베드로 대성당에는 죽은 예수를 무릎 위에 올려 안고 있는 성모의 모습을 담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대리석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시스티나 예배당에서 만날 수 있는 미켈란젤로의 천장화와 <최후의 심판>. 인류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웅장한 작품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그 느낌을 맛보고 싶어집니다.

 

피렌체에서는 아래에서 위를 향해 쳐다봤을 때 완벽한 신체 비례를 볼 수 있다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가 전시된 [아카데미아 미술관]을 비롯해서 [산 마르코 미술관][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메디치 궁전], 이탈리아 르네상스 회화의 세계 최고 컬렉션을 자랑하는 [우피치 미술관]에서는 보티젤리의 작품과 카라바조와는 다른 느낌을 주는 젠틸스키의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밀라노의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에서는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에 언급이 됐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벽화 <최후의 만찬>이 있는데요. 훼손이 너무 심각해서 원작의 80% 가량은 복원사들의 손을 거쳤고 때문에 일반 관객이 관람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하는군요.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황금벽화와 화려한 모자이크로 알려진 [산 마르코 성당], 베네치아 예술의 흐름과 변화를 느껴볼 수 있는 [아카데미아 미술관] 등을 둘러봅니다. 도시 전제, 아니 나라 전체가 미술관이자 박물관인 이탈리아. 오랜 시간과 여러 전쟁으로 수많은 작품들이 훼손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이탈리아가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탈리아는 미술관이다>는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것으로 끝나는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본문 곳곳에 수록된 컬러 사진을 머리에 담아두었다가 언제가 됐든 직접 눈으로 바라보고 가슴에 담아낼 때, 그때 진정한 <이탈리아는 미술관이다>의 독서는 마무리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바라건대 그 날이 빨리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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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저 Silver Spoon 1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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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무의 만화를 좋아한다

대학입시를 향한 치열한 경쟁에 시달린 주인공이
농고에 진학하는데
대학이 아니지만 각자 목표와 꿈을 향해가는 친구들을 보며 매사에 무기력하던 주인공도 조금씩 변화를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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