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치유한다 - 신경증 극복과 인간다운 성장
카렌 호나이 지음, 서상복 옮김 / 연암서가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신경증이란 뭔가. 책을 읽다 말고 검색부터 했다. 어렴풋하게가 아닌 정확한 의미를 알고 싶었다. ‘신경증이란 내적인 심리적 갈등이 있거나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다루는 과정에서 무리가 생겨 심리적 긴장이나 증상이 일어나는 인격 변화’라고 한다. 여러 가지 원인으로 나타나는 불안 증상 자체와 불안을 다루기 위해 방어기제가 동원되고 그런 증상들을 유발하는 것이 ‘신경증’으로 불안과 불면증, 두통, 원인을 알 수 없는 위장 장애, 화병과 같은 것들이 모두 신경증의 증상이다. 문제는 이런 ‘신경증’이 현대에 와서는 조현병(정신분열증) 같은 정신증보다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신경증이 어떻게 해서 나타나고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신경증을 극복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삶의 질’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가 나를 치유한다>의 부제가 ‘신경증 극복과 인간다운 성장’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신경증은 현대인들이 대부분 앓고 있는 정신 질환이다. 우리가 일평생 감기를 앓고 낫기를 반복하듯이, 신경계를 기반으로 감각하고 욕구하고 생각하는 인간은 모두 가볍거나 심각하게, 길거나 짧게 신경증을 앓고 낫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23쪽

 

카렌 호나이. 정신분석이나 심리학 서적을 읽을 때 간혹 만나게 되는 이름인데 독일 출생의 정신분석학자이다. ‘정신분석’하면 바로 떠올리게 되는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았지만 여러 면에서 그와는 다른 이론을 주장한다. 정신분석가의 역할에 있어서도 호나이는 프로이트와는 달리 “환자가 자신의 본능을 지배하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경증 경향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을 만큼 불안을 덜어주는 것”이라며 환자가 보다 능동적으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내가 나를 치유한다>에서는 신경증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신경증의 일반적인 특징을 설명하면서 신경증에 걸리는 사람의 성격유형과 치유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모두 15개의 장으로 나누어 풀어내고 있다. 성장과정에서의 오류나 올바르지 않은 인간관계는 불안과 내면의 갈등을 불러오고 그로 인해 신경증에 걸리는 과정을 하나하나 설명하는데 두 아이를 기르는 부모여서인지 아이, 양육에 관한 대목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이를테면 아이는 어떤 조건에서 성장하든 정신에 특별한 결함이 없다면 ‘진실한 나’, 자아를 계발해서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고 인생의 목표를 찾는 자신이 본래 지닌 잠재력을 발현한다고 한다. 하지만 성장환경에서 만나는 이들이 갖고 있는 신경증에 따라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 이럴 때 아이는 심각한 불안감과 막연한 걱정 ‘근본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자신의 진실한 감정을 자발적으로 드러내지 못해서 남들과 맛서 사는 방법을 택하거나 때로는 파괴력이 강한 복수의 충동에 휩싸이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인물로 히틀러를 꼽는다. 어린 시절의 굴욕과 유년기 이후의 신경증으로 인해 전 생애동안 대중을 지배하고 승리를 쟁취하려는 미친 욕망에 사로잡혀 살았던 히틀러. 저자는 그와 유사한 성향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일상 속에서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무작정 영광을 좇는 충동이 강박에 사로잡히게 하고 그것이 좌정될 경우 공황이나 우울, 절망, 현실 도피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신경증 환자는 아주 많이 알지만 만족할 줄 모르고 모든 것을 알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파우스트’라고 할만큼 완벽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절실하게 필요한 자신감과 자존감을 얻지는 못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저자는 입센의 <페르 귄트>를 통해 설명한다. 현실이 아닌 이상과 꿈만을 좇는 ‘페르 귄트처럼 몽상의 세계에 사는 한, 당신은 자신에게 진실할 수 없다. 몽상계와 진실한 나를 잇는 다리는 없다’고 꼬집는다. 뿐만 아니라 신경증 환자는 자존심과 자부심에 상처를 입는 상황을 피하려고 무작정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삶을 제한하고 속박하다보면 진실한 나와는 더욱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경증은 급성 장애로 진행되기도 하고 정지 상태로 꽤 오래 머물기도 하지만, 본래 급성 장애도 아니고 정지 상태도 아니다. 그것은 자체의 운동량에 따라 변화를 겪는 과정으로 자체의 무정한 논리에 따라 가차 없이 인격의 넓은 영역을 점점 집어삼킨다. 또 갈등을 야기할뿐더러 갈등을 해결해야 할 필요를 낳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데 개인이 찾아낸 해결책은 인위적인 수단이므로 다시 새로운 해결책을 요구하는 갈등이 자꾸 생겨나기 마련이다. 개인은 새로운 해결책 덕분에 쉽고 평탄하게 기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경증은 개인을 진실한 나에게서 멀리 아주 멀리 떨어뜨려서 인격이 드러나는 개인의 성장이 위태로워지는 과정이다. -459쪽

 

어려운 글은 아니다. 문장은 평이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신경증에 시달리고 있고 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기에 예를 들어 쉽게 풀어내고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정신분석을 바탕으로 둔 것이기에 쉽지 않았다. 특히 ‘신경증’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프로이트를 바탕으로 해서 그에 다른 이론을 풀어놓은 거라 기본적으로 프로이트의 이론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으면 이해하는데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싶다. 본문 곳곳에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조지 오웰의 <1984>, 스탕달의 <적과 흑>, 허먼 멜빌의 <모비 딕>처럼 익숙한 문학작품을 언급하고 있어서 반가웠고 ‘신경증’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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