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삼국지 5 - 사라지는 영웅들 어린이 고전 첫발
이광익 그림, 김광원 글, 나관중 / 조선북스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나의 첫 삼국지는 초등 5학년때였다. 집에 있는 동화를 모두 섭렵하고 다음 먹잇감을 살피던 내게 장식장 제일 위 칸에 꽂혀있는 <삼국지>가 눈에 들어왔다. 다섯 권짜리 두툼한 양장본으로 된 <삼국지>가 어떤 내용인지 당시의 내가 알 수는 없었을 터. 그럼에도 그 책을 덥석 집어들 수 있었던 건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마치 금단의 열매를 탐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언니들이나 어른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책곽은 남겨두고 책만 빼는 ‘완벽한 알리바이’까지 동원했다. 그렇게 해서 만난 <삼국지>는 2단 세로 쓰기로 된 책이었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유비,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고 도원결의하는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책장은 일사천리로 넘어갔다.

 

성인이 되어서 다시 <삼국지>를 봤다. 아무것도 거릴 것 없이 당당하게. 그런데 이상하게도 예전만큼 느낌이 강렬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분명 재미는 있었지만 재미 외에 뭔가가 달랐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도 ‘처음’이란 것에서만 느낄 수 있는 몰입감이 아니었을까 싶다.

 

얼마전 <나의 첫 삼국지>가 출간됐다. <삼국지>를 초등저학년을 대상으로 쉽게 풀어놓은 책인데 저자가 초등학교 교사이다. 어렸을 때 읽은 삼국지에 매료되어 성인이 되어서 20년간 삼국지를 연구했다는 저자는 <삼국지>에는 시대를 초월하는 이야기와 교훈이 있어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지혜의 보물 상자’라고 강조한다.

 

5권 <사라지는 영웅들>은 ‘1부 떠난자와 살아남은자’, ‘2부 남만정벌과 북벌의 시작’, ‘3부 나누어졌더 다시 합해지는 천하’로 구성되어 있다. 장비의 진지를 기습공격한 장합을 장비가 매복계로 역이용해 무찌르는 것을 시작으로 유비는 형주, 익주, 한중까지 다스리는 왕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한편 조인을 쫓던 관우는 전투 도중 독화살을 맞는부상을 입지만 지략으로 우금을 물리친다. 하지만 육손의 계략을 알아차리지 못해 손권에 의해 목숨을 잃고 만다. 관우의 죽음은 유비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장비를 복수에 눈이 멀게 만들었다. 장비마저 어이없는 죽음을 맞게 되자 유비는 병을 얻어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나고 마는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해서인지 본문에는 그림이나 등장인물에 말풍선을 넣어 내용의 이해를 돕고 있다. 또한 각각의 부가 끝날 다음 ‘속마음 삼국지’라는 코너를 마련해서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풀어놓고 있다. 다만 41쪽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관우가 “내 자부심이 나를 죽였구나”라는 그림이 있는데 이 대목에는 ‘자부심’이 아니라 ‘자만심’이 맞는 표현일 듯하다. 다행히 57쪽의 ‘속마음 삼국지’의 관우의 대목에는 ‘자만심’으로 되어 있는데 이후 개정판이 나올 때 본문을 수정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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