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는 미술관이다 - 로마, 바티칸,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 미술관 순례
최상운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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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험, 세계의 박물관>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엿볼 수 있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해외여행이라곤 일본과 태국을 짧게 다녀온 것이 전부여서 완전몰입해서 봤습니다. 패션의 발상지 프랑스의 세느강변에 있는 [오르세 미술관]은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개장했다고 하는데요. 르누아르와 모네의 그림을 소장하고 있구요. 동양의 종교에 매혹된 프랑스 사업가가 설립한 [기메 박물관]에는 다양한 불상이 전시되어 있어서 세계 최고의 불교 미술박물관이라고 불린다고 하는군요. 독일 베를린의 [페르가몬 미술관]에서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러 신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담은 조각을 비롯해서 고대 그리스의 제단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페르가몬 제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우피치 미술관]. 15세기 중세 유럽에서 르네상스가 꽃을 피운 고장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은 당시 수많은 예술가들을 후원해줬던 메디치 가문의 수집품이 토대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 유명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만나려면 바로 이 [우피치 미술관]을 찾아야 한다더군요. 모든 회차를 보지 못했던 게 아쉬웠지만 제가 언제가 됐든 반드시 유럽여행을 가고 말리라 다짐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답니다.

 

<이탈리아는 미술관이다> 제목을 보는 순간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다큐멘터리로 만난 오르세, 기메, 우피치 미술관이 떠올랐습니다. 몇 개의 미술관만 해도 엄청난데 이탈리아는 그 외에 얼마나 많은 예술작품이 있길래 나라 전체가 미술관이라고 하는걸까 궁금해지더군요. 백 번 읽는 것보다 한 번 직접 보는 게 낫겠지만 그것이 지금으로선 실현 불가능한 것임을 알기에 책의 저자를 가이드 삼아 사전조사와 대리만족을 겸한 책읽기를 시작했습니다.

 

로마, 바티칸, 피렌체, 베네치아, 밀라노. 저자는 이 다섯 개의 도시로 독자를 안내합니다.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 중에서 이곳이 가장 유명하고 또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기 때문인데요. 로마에서는 베르니니의 에로틱한 성녀로 알려진 <성 테레사의 법열>과 세계의 4대 강인 이집트의 나일강, 인도의 갠지스강, 남미의 라플라타강, 유럽의 도나우강을 다스리는 네 명의 신들의 모습을 조각한 <4대 강의 분수>, 서양회화사에서 악마적 천재, 회화의 반 그리스도라 불리는 카라바조의 그림을 만날 수 있는데요. 특히 카라바조의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는 적장의 목을 베는 유디트의 표정과 숫구치는 선혈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어 놀랍습니다. 특히 [보르게세 미술관]에 전시된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은 카라바조가 자신의 얼굴을 목이 잘린 골리앗으로 묘사한 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림에 화가가 자신의 얼굴을 넣어서 그린다는 건 알고 있지만 카라바조의 경우는 왜 그랬을지...의문이 듭니다. 바티칸은 교황이 머무는 성스러운 곳인 만큼 불멸의 걸작들이 많이 남겨져 있는데요. 성 베드로 대성당에는 죽은 예수를 무릎 위에 올려 안고 있는 성모의 모습을 담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대리석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시스티나 예배당에서 만날 수 있는 미켈란젤로의 천장화와 <최후의 심판>. 인류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웅장한 작품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그 느낌을 맛보고 싶어집니다.

 

피렌체에서는 아래에서 위를 향해 쳐다봤을 때 완벽한 신체 비례를 볼 수 있다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가 전시된 [아카데미아 미술관]을 비롯해서 [산 마르코 미술관][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메디치 궁전], 이탈리아 르네상스 회화의 세계 최고 컬렉션을 자랑하는 [우피치 미술관]에서는 보티젤리의 작품과 카라바조와는 다른 느낌을 주는 젠틸스키의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밀라노의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에서는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에 언급이 됐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벽화 <최후의 만찬>이 있는데요. 훼손이 너무 심각해서 원작의 80% 가량은 복원사들의 손을 거쳤고 때문에 일반 관객이 관람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하는군요.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황금벽화와 화려한 모자이크로 알려진 [산 마르코 성당], 베네치아 예술의 흐름과 변화를 느껴볼 수 있는 [아카데미아 미술관] 등을 둘러봅니다. 도시 전제, 아니 나라 전체가 미술관이자 박물관인 이탈리아. 오랜 시간과 여러 전쟁으로 수많은 작품들이 훼손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이탈리아가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탈리아는 미술관이다>는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것으로 끝나는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본문 곳곳에 수록된 컬러 사진을 머리에 담아두었다가 언제가 됐든 직접 눈으로 바라보고 가슴에 담아낼 때, 그때 진정한 <이탈리아는 미술관이다>의 독서는 마무리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바라건대 그 날이 빨리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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