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1 - 청소년 성장 장편소설 아사노 아쓰코 장편소설 1
아사노 아쓰코 지음, 양억관 옮김 / 해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특별히 좋아하는 스포츠가 없다. 잘하는 스포츠 역시 없다. 그런 내가 스포츠 만화라면 사족을 못 쓴다. 시작은 <슬램덩크>였다. 나이 서른을 코앞에 두고 지인에게서 우연히 건네받은 만화에 나는 쏙 빠져버렸다. 두어 달 간격으로 감질나게 한 권씩 출간되는 만화를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는지 모른다. 덕분에 농구의 ‘농’자도 모르던 나는 농구 경기의 기본규칙이나마 알게 됐다. 만화로 스포츠를 배울수도 있다는 거, 이때 처음 알았다.




<슬램덩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휘슬> <스피드 도둑> <플라이 하이> <신학원 라이벌전> <H2> <그린의 정복자> <Happy!> <테니스의 왕자> <저스트 고고> <홍색히어로> <카페타>...같은 만화를 읽으며 여러 종목의 스포츠를 하나하나씩 섭렵해나가고 있다.




옆으로 찢어진 날카로운 눈, 꼭 다문 입매에서 반항아 기질이 엿보이는 소년이 그려진 표지의 <배터리>를 손에 들고 가슴이 설렜다. 제목이 ‘배터리’인 걸 보니 야구인 건 분명한데, 누가 투수고 누가 포수인 걸까.




전근가는 아버지를 따라 닛타로 이사가게 된 다쿠미. 그는 누구도 손댈 수 없을 정도의 강속구를 던지는 한마디로 천재투수다. 작은 지방도시에서 살게 된 것에 불만을 갖고 있던 다쿠미는 우연히 ‘나가쿠라 고’란 소년을 만난다. 예전에 다쿠미의 경기를 보고 그의 공에 반한 고는 자신이야말로 다쿠미와 배터리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다쿠미 역시 자신의 공을 제대로 잡아줄 포수는 고가 유일하다고 여기면서 둘은 단짝 친구가 된다.




다쿠미에겐 고가, 고에겐 다쿠미가 있기에 환상적인 중학시절이 될 거라 생각했던 두 사람에게 위기가 닥친다. 상냥하고 배려심이 깊은 고에 비해 너무나 자신만만하고 이기적인 성격의 다쿠미는 다른 팀원과 쉽사리 융화되지 못한다. 야구부 선배들은 다쿠미의 재능과 실력을 시기한 나머지 폭력을 행사하고 그 일로 인해 야구부의 활동이 정지되는 사태에 이르는데....




막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한 사춘기 소년들의 야구에 대한 정열과 고민을 담은 책 <배터리>. 스포츠를 소재로 한 소설이나 만화의 등장인물이 으레 그렇듯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천재투수와 그의 포수이자 단짝친구가 있고 그 반대쪽에 대립되는 성격의 인물들이 있으며 주인공과 운명적인 대결을 펼칠 또 한명의 천재타자가 기본적인 인물구도를 이룬다. 그리고 작은 것도 엄격하게 따지는 감독과 그들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때로 중요한 조언을 해주는 전직 야구감독인 다쿠미의 할아버지와 오직 야구밖에 모르던 아버지로 인해 야구를 싫어하게 된 다쿠미의 엄마. 천재투수인 형을 동경한 나머지 야구를 시작하게 된 동생 세하. 이렇게 일종의 공식 같은 전형적인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야구를 사랑하고 오직 야구밖에 모르는 많은 소년들이 등장하지만 이 책의 엄연한 주인공은 배터리, 다쿠미와 고이다. 언제나 최고의 공을 던지면 자신의 역할은 다하는 거라고 여겼던 다쿠미는 고로 인해 자신 이외의 사람들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고 고 역시 포수는 투수의 공을 잘 받기 이전에 그가 던지는 마음과 내면 역시 보듬어줄 줄 알아야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일본에선 800만부 이상이 판매되고 영화와 만화로까지 제작됐다는 소설 <배터리> 두 소년이 만나 서로 끌어안고 부딪히면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이 펼쳐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지난 학창시절을 떠올렸다. 어떤 것에 뜨거운 열정을 갖기보다 무덤덤하게, 선생님의 눈 밖에 나지 않고 학교 - 집 - 학교 - 집....이것만을 반복하면서 그저 무사히 학교생활을 마치는 것에 치중했던 날들이었다. 성장소설을 좋아하고 스포츠 만화를 즐겨보는 이유도 아마 밋밋하고 재미없는 나의 학창시절에 대한 보상심리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럼 또 어떤가. 나의 학창시절은 지났지만 내 아이들에겐 몇 년 후 다가올 미래의 모습이다.(운동신경이 무딘 큰아이가 스포츠 선수가 될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그래서 내 눈엔 사춘기 소년들의 열정과 고민도 그저 이쁘게만 보인다. 몇 년 후면 내 아이에게 이 책을 슬쩍 건네줄 날이 오겠지. 그 날이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아노의 숲 15 - 신장판
이시키 마코토 지음, 박선영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마악 마라톤을 끝내고 돌아온 기분이다. 호흡이 가쁘다. 계속 숨을 몰아쉰다. 

       

카이의 피아노는!!

역시나 굉장하다.
 

쇼팽 콩쿠르 1차 예선 다섯째날, 

아마미야 슈우헤이를 포함한 네 명의 참가자 연주가 있었다.

예비선발 때 실수했던 기억을 떠올린 카이는

'쇼팽의 숲'으로 달려가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콩쿠르 출전이 무섭고 두렵지만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고,

결과가 어떻든간에 최선을 다해서 뛰어넘을 거라고.


 

아지노 : 산기슭에서 보는 풍경과  중턱에서 보는 풍경, 정상에서  보는 풍경은 아주 다르지? 그러니까 올라가야 돼. 올라가면 본 적도 없는 풍경이 보이게 되지.

카이 : 그럼 그 산을 다 올라가면 끝이에요?

아지노 : 아니....더 높은 산을 올라가고 싶어지지....

카이 : ( 난 여태껏 본 적 없는 풍경을......보고 싶어.)

 

카이의 피아노를 어서 듣고 싶은 마음에 급하게 내달렸다.

그리고 15권 중반 이후에 등장한 카이의 피아노. 숲의 피아노!!

 

1차 예선 마지막날,

카이 특유의 매력적인 소리를 듣기 위해

장 자크 세로를 비롯한 아마미야 슈우헤이와 아버지 요우이찌로우,

이상하리만치 아지노의 피아노를 증오하던 중국인 출전자 팡 웨이 등,

유명인사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한다.



사실, 콩쿠르 마지막날이라 심사위원들이나 관객들은

연이어 들은 쇼팽의 음악에 지쳐있고 어느정도 긴장이 풀어진 상태.

 

선발기간 내내 컨디션 난조로 연주순서를 여러번 바꿨던 폴란드의 레프,

섬세하면서도 부드럽고 그러면서도 유리알처럼 투명한 그의 연주에

폴란드 심사위원들은 '샛별'이라며 기뻐하고

청중들 역시 폴란드 참가자 중에 우승후보가 나타났다며 환호한다.



그 다음 두번째로 등장한 카이!

그는 초등학교 음악실에서 아지노의 음악을 통해 쇼팽을 처음 만난 순간을 떠올린다.

 

'여어, 쇼팽. 나 드디어 여기까지 왔어.

고마워, 쇼팽. 나한테 이 무대를 선물해줘서...'


 

드디어 연주를 시작한 카이,

그의 연주로 콩쿠르 회장안은 일순 살랑살랑...바람이 이는듯,

콩쿠르 회장 안의 모든 사람들을

숲의 가장자리, 피아노의 숲으로 데려간다.

 


아아....어떻게...어떻게 이런 소리가!

피가 끓어오르는 이 느낌....

생명을...불어넣는 것 같은 느낌은...

이 피아노는....

쇼팽을 듣느라 지친 나와....

쇼팽에게 마비되어 있는 청중들을

아니, 이 회장 전체를....

서서히 깨어나게 만든다.

 



어둠이 내린 숲을 살며시 지나가는바람, 나뭇잎들의 속삭임....

 
카이는 쇼팽 그 자체였다!!!



그리고 갑작스레 번쩍하고 내리치는 번개!!

.....

 

<피아노의 숲>을 읽고나면 늘 갈증에 허덕인다.

유아들을 위한 사운드북처럼 만화도 그렇게 제작할 순 없나???

음악을 듣고 싶어. 카이의 음악!!!!!

 

띠지를 보니 조만간 국내에서 애니메에션이 개봉될 예정이라는데...

과연 언제일까....기다려진다.

아이 손 잡고 가서 눈으로만 듣던 파이노의 숲, 카이의 피아노에 푹 빠져보고 싶다.

(카이가 드디어 쇼팽의 강아지 왈츠를 연주한다. ^^)

 

이제 목을 길게 늘이는 일만 남았다.

16권.....제발 올해안으로 나와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번역사 오디세이
쓰지 유미 지음, 이희재 옮김 / 끌레마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책을 (보통 평범한 사람에 비해) 조금 많이, 꾸준히 읽는 편이지만 번역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번역된 책을 읽을 때 매끄럽지 않은 문장이나 몇 번을 읽어도 그 뜻을 도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하거나 껄끄러운 대목이 나오면 ‘이게 내 한계야...’라며 넘어가곤 했다. 그러다 아이의 그림책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데 리듬감없이 밋밋한 문장이나 단어나 용어의 선택에 의심가는 대목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눈으로 읽는 글과 입으로 소리내어 읽는 글에 이렇게 엄청난 차이가 있을 줄이야!) 그림책의 역사애서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세계의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이라는데 내 아이는 외면했다. 왜 그럴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린이독서지도사를 공부하면서 알게 됐다. 바로 '번역'의 문제였다. 그럴때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들은 원문을 비교해서 확인해 본다지만 한글 외엔 어떤 나라의 외국어도 모르는 내겐 불가능했다. 번역자가 누구인지 확인해보고 책을 선택하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번역사 오디세이> 이 책은 프랑스 서적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번역가인 저자가 쓴 프랑스 번역사이다. 번역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로 얘기를 시작한 이 책은 서유럽과 아랍권, 다시 프랑스를 아우르며 그 곳에서 어떤 분야의 책이 주로 번역되어지고 그 번역이 어디로 어떻게 전달되었는지 그리하여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꼼꼼하게 짚어주고 있다. (학창시절 세계사를 배우지 않아선지 사실 이 부분은 그리 쉽지 않았다.)

 




특별히 기억나는 것. 서유럽이 십자군 원정을 통해 이슬람을 정복했지만 그들은 이슬람의 문명, 아랍문화에 놀라게 된다. 자신들이 야만족이라 여겼던 이슬람이 따로 번역기관을 두고서 그리스, 로마의 문명을 고스란히 받아 아랍어로 번역하고 이슬람교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모습을 봤으니!! 그에 자극을 받은 서유럽은 번역에 몰두하게 되고 그로 인해 ‘르네상스’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번역의 힘이란, 실로 놀랍다.

 




번역의 질을 거론하면서 ‘벨 앵피델’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프랑스어로 벨 앵피델은 글자 그대로 말하자면 ‘부실한 미녀’인데 ‘아름답지만 원문에 충실하지 않은 번역’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프랑스가 라틴어보다 우월하고 아름답다는 우월감이 아름답지만 정확하지 않은 번역을 낳았다는 것이다.

 




또 번역사마다 번역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있었다. 그 유명한 <율리시즈>를 번역한 발레리 라르보는 한 권의 책을 번역하는 과정을 연애와 비슷하다고 했다. 자신이 번역하는 책은 바로 먼 나라의 공주님이어서 그 아름다운 공주님의 마음을 사로잡아 남편의 지위를 얻고 얼마나 행복한 부부생활을 할 수 있는지는 바로 번역자의 열의에 달려있다고 했는데 무척 인상깊은 대목이었다.

 




의외의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됐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작가 중에 번역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사람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삼총사>,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저자 알렉상드르 뒤마가 <햄릿>과 <아이반호>를 번역했으며 프랑스문학의 대표작가인 앙드레 지드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프랑스어로 번역했는데 20년이 넘는 시간을 오직 <햄릿>을 번역하는데 몰두했다고 한다.

 




2년전인가? 국내 모방송국의 아니운서가 번역한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화제가 됐다. 얼마후에 그 책은 다시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렸다. 아나운서 자신이 번역한 것으로 알려졌던 책에 엄연한 번역자가 따로 있었던 것, 즉 대리번역을 했다하여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었다. ‘번역도 엄연한 창작’인데 마치 자신이 한 것처럼 독자를 우롱했다며 반환소동까지 일었던 기억이 난다.

 




'번역은 창작이다.' 당시엔 그 말이 100% 진실인 줄 알았다. 하지만 <번역사 오디세이>를 통해 번역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또 깊이 생각해보게 됐다. 번역은 창작이 아니다. 그렇다고 창작이 아니냐면 그것 역시 아니다. 일부 사람들이 말하는 ‘번역은 반역’도 아니다. 번역은 단순히 어떤 언어로 된 글을 다른 언어의 글로 옮기는 일이 아니다. 저자와 일대일로 만날 수 없는 독자들을 위해 둘 사이에서 안내와 조언을 하고 더불어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 예술, 철학을 또 다른 언어로 옮겨 표현하고 전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문화의 전달은 바로 번역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기억하자.

 







‘번역은 한마디로 말의 무게를 다는 것’이다. 저울의 한쪽에 저자의 말을 얹고 또 한쪽에는 번역어를 올려놓는다. 그리고 이 둘이 균형을 이룰 때까지 작업을 계속해나간다. 하지만 저울에 올리는 것은 사전에 정의된 말이 아니라 저자의 말이다.... 그것은 살아서 고동치는 말이며 원문에서 벗어나 있다 하더라도 다리를 뻗어 작품 전체와 긴밀히 얽혀 있다. 저울에는 그 생명의 무게가 얹힌다. 따라서 저울의 또 한편에도 ‘똑같은 생명의 리듬을 타고 움직이는 등가의 무게’가 필요하다. -- 발레리 라르보 .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넛공주 2008-06-30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꼭 읽어보고 싶어요! 알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구텐베르크의 조선 2 - 꽃피는 인쇄술
오세영 지음 / 예담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서양에서는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최초로 발명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이는 당시 교황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한 뒤 얻어온 기술이다.” -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전 미국부통령 엘 고어. 





구텐베르크 인쇄공방은 교황청의 ‘42행 성서’ 인쇄계약을 체결하면서부터 훔브레히트 지역에 규모가 3배나 큰 인쇄공방을 새로 짓는 등 크게 확장해 나간다. 그러나 인쇄량이 점점 늘어나면서 활자주형에 균열이 생기게 되면서 석주원은 보수에 필요한 안티몬을 구하기 위해 이레네와 콘스탄티노플을 방문한다. 당시 콘스탄티노플은 오스만투르크와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일촉즉발의 위기와 폭풍 전야의 고요. 오스만투르크 제국 군대는 금각만 상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오로지 그리스의 불만이 오스만투르크 제국 군대의 상륙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이다. 바로 그런 때에 석주원은 큰스탄티노플로 되돌아왔고, 그리스의 불 제조에 매달린 지 사흘만에 처음으로 시제품을 만든 것이다.





천년제국 콘스탄티노플이 언제 함락될지 모르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석주원은 그리스 불의 제조비법을 알게 된다. 천년제국이 오스만투르크에 의해 막 함락될 때 석주원과 이레네는 간신히 마인츠로 향한다. 그동안 숨기고만 있었던 서로에 대한 사랑을 새삼 가슴깊이 느끼면서....

 

 

 "당신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요. 당신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으면서도 그 사람이 당신 때문에 자기 나라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있어요....두 사람에게 아직은 좀더 시작이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세월은 원하는만큼 마냥 기다려주지 않아요....사랑은 소중한 거예요. 그리고 기회는 한번 흘러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그즈음 마인츠는 물론 독일 전역에서 최고의 인쇄공방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구텐베르크의 공방에 위기가 닥친다. ‘42행 성서’ 인쇄사업과 관련해서 대부업을 경영하는 요한 푸스트와 야콥 푸스트 형제에게 많은 자금을 빌렸는데 그 푸스트 형제가 구텐베르크 인쇄소를 통째로 삼키려는 계략을 꾸민다. 구텐베르크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채 훔브레히트 인쇄공방을 어이없이 빼앗기고 만다.




그러나 불행중 다행이라고, 이레네가 자신의 법률지식으로 구텐베르크 인쇄소만은 지켜낸다. 석주원은 훔브레이트 인쇄공방을 반드시 되찾아오겠다고 이레네와 약속한다. 뺏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긴박한 법정공방이 인상적이었다.




1455년 11월, 구텐베르크는 푸스트 형제와의 재판에서 훔브레이트 인쇄공방과 성서 인쇄권, 그리고 많은 돈을 잃었다. ....그러나 석주원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 닫혔던 세상이 열리고 사람들의 생각도 새로운 융합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텐베르크의 조선 3 - 르네상스의 조선인
오세영 지음 / 예담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서양에서는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최초로 발명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이는 당시 교황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한 뒤 얻어온 기술이다.” -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전 미국부통령 엘 고어. 





훔브레히트 인쇄공방을 뺏었지만 석주원과의 대결에선 패배했던 푸스트 형제는 피렌체와 로마에서 또다시 부딪힌다. 피렌체에서 르네상스를 주도하고 있던 메디치. 그가 피렌체 플라톤 아카데미의 부설인쇄소를 건립하는데 거기에 석주원의 구텐베르크 인쇄소와 푸스트 인쇄소가 경쟁을 하게 된 것이다.

 

 

저 사람이 코시모 데 메디치란 말인가. 강렬한 열정과 압도하는 존재감이 느껴지면서 석주원은 긴장이 되었다...석주원은 문득 저 사람을 만나기 위해 먼 여정 끝에 여기에 당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석주원의 일행이 살인사건에 휘말려 잡히지만 소년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만나 또한번 무사히 고난을 넘긴다. 석주원의 도움으로 피렌체에서 무사히 로마로 피신할 수 있었던 이폴리토는 필경사가 되어 로마에서 석주원의 큰 힘이 되어준다. 그리고 조선을 떠날 당시 10대의 청년이었던 석주원은 오십대의 노인이 되어 콜럼부스를 만나 꿈에도 그리던 고향, 조선으로 향하는데...

 

오랜 세월이 흘렀다. 많은 것이 변했을 것이다. 어쩌면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석주원은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놓지 않기로 했다.




조선에서 명나라로, 명나라에서 다시 사마르칸트, 독일의 마인츠로 향하고 마인츠에서 콘스탄티노플과 피렌체, 로마로 향하는 석주원의 여정이 3권의 책 속에 펼쳐져 있다. 한 권당 약 300쪽, 모두 합해 950여쪽에 방대한 분량의 책이지만 몰입해서 읽어나가는 데엔 크게   없었다. 구텐베르크와 석주원의 숙적인 푸스트 형제와의 대결에서 편법이나 속임수를 쓰지 않고 오직 진실된 자세와 실력으로 임하는 석주원의 모습에서 당당한 활자장인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끊어진 역사를 저자가 자신의 상상으로 메워서 이어나가다 보니 스토리 전개에 있어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더러 눈에 띄었다. 석주원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매번  우연히 만난 인물에 의해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것에서부터 자신의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고 하기보다 오히려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데 앞장서는 석주원의 행동이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다소 억지스러웠다. 우리의 인쇄술이 우수하다는 것에 너무 중점을 두다 보니 구텐베르크의 존재감이 석주원에 비해 희미하게 표현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이 책은 각 권마다 주된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가 조금씩 다른데도 불구하고 앞면지의 지도는 1,2,3권 모두 같은 지도다.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와 나라에 따라 그 지역만을 부분적으로 확대하거나 조금씩 달리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각 권마다 끝부분에 ‘자료그림’이 첨부가 되어 있어서 책 한 권을 읽을때마다 그림을 보면서 나름대로 내용을 정리할 수 있었다. 운명에 힘에 이끌려 조선에서 머나먼 독일까지 머나먼 길을 떠나야 했던 석주원. 마지막 순간에도 그리운 나라, 조선으로 가겠다는 그의 꿈이 과연 이루어졌을지 궁금해진다.



이정명 작가의 <뿌리 깊은 나무>란 책을 통해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과정을 엿볼 수 있었고 <구텐베르크의 조선>을 통해 그 다음 창제 후 반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동쪽의 작은 나라, 꼬레아. 고려와 조선을 거쳐 이어져온 활자문명이 지구 반대쪽인 멀리 유럽으로까지 영향을 끼쳤다니 자부심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가슴이 뿌듯해진다. 설령 허구가 상당부분 차지한다고 해도 역사의 기본 틀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말이다. 우리의 금속활자가 얼마나 우수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던 된 책이었다. 세계에 우뚝 선 우리의 인쇄술, 잃어버린 ‘활자로드’를 찾아 되살리려 애쓴 저자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