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텐베르크의 조선 3 - 르네상스의 조선인
오세영 지음 / 예담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서양에서는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최초로 발명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이는 당시 교황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한 뒤 얻어온 기술이다.” -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전 미국부통령 엘 고어. 





훔브레히트 인쇄공방을 뺏었지만 석주원과의 대결에선 패배했던 푸스트 형제는 피렌체와 로마에서 또다시 부딪힌다. 피렌체에서 르네상스를 주도하고 있던 메디치. 그가 피렌체 플라톤 아카데미의 부설인쇄소를 건립하는데 거기에 석주원의 구텐베르크 인쇄소와 푸스트 인쇄소가 경쟁을 하게 된 것이다.

 

 

저 사람이 코시모 데 메디치란 말인가. 강렬한 열정과 압도하는 존재감이 느껴지면서 석주원은 긴장이 되었다...석주원은 문득 저 사람을 만나기 위해 먼 여정 끝에 여기에 당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석주원의 일행이 살인사건에 휘말려 잡히지만 소년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만나 또한번 무사히 고난을 넘긴다. 석주원의 도움으로 피렌체에서 무사히 로마로 피신할 수 있었던 이폴리토는 필경사가 되어 로마에서 석주원의 큰 힘이 되어준다. 그리고 조선을 떠날 당시 10대의 청년이었던 석주원은 오십대의 노인이 되어 콜럼부스를 만나 꿈에도 그리던 고향, 조선으로 향하는데...

 

오랜 세월이 흘렀다. 많은 것이 변했을 것이다. 어쩌면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석주원은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놓지 않기로 했다.




조선에서 명나라로, 명나라에서 다시 사마르칸트, 독일의 마인츠로 향하고 마인츠에서 콘스탄티노플과 피렌체, 로마로 향하는 석주원의 여정이 3권의 책 속에 펼쳐져 있다. 한 권당 약 300쪽, 모두 합해 950여쪽에 방대한 분량의 책이지만 몰입해서 읽어나가는 데엔 크게   없었다. 구텐베르크와 석주원의 숙적인 푸스트 형제와의 대결에서 편법이나 속임수를 쓰지 않고 오직 진실된 자세와 실력으로 임하는 석주원의 모습에서 당당한 활자장인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끊어진 역사를 저자가 자신의 상상으로 메워서 이어나가다 보니 스토리 전개에 있어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더러 눈에 띄었다. 석주원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매번  우연히 만난 인물에 의해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것에서부터 자신의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고 하기보다 오히려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데 앞장서는 석주원의 행동이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다소 억지스러웠다. 우리의 인쇄술이 우수하다는 것에 너무 중점을 두다 보니 구텐베르크의 존재감이 석주원에 비해 희미하게 표현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이 책은 각 권마다 주된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가 조금씩 다른데도 불구하고 앞면지의 지도는 1,2,3권 모두 같은 지도다.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와 나라에 따라 그 지역만을 부분적으로 확대하거나 조금씩 달리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각 권마다 끝부분에 ‘자료그림’이 첨부가 되어 있어서 책 한 권을 읽을때마다 그림을 보면서 나름대로 내용을 정리할 수 있었다. 운명에 힘에 이끌려 조선에서 머나먼 독일까지 머나먼 길을 떠나야 했던 석주원. 마지막 순간에도 그리운 나라, 조선으로 가겠다는 그의 꿈이 과연 이루어졌을지 궁금해진다.



이정명 작가의 <뿌리 깊은 나무>란 책을 통해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과정을 엿볼 수 있었고 <구텐베르크의 조선>을 통해 그 다음 창제 후 반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동쪽의 작은 나라, 꼬레아. 고려와 조선을 거쳐 이어져온 활자문명이 지구 반대쪽인 멀리 유럽으로까지 영향을 끼쳤다니 자부심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가슴이 뿌듯해진다. 설령 허구가 상당부분 차지한다고 해도 역사의 기본 틀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말이다. 우리의 금속활자가 얼마나 우수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던 된 책이었다. 세계에 우뚝 선 우리의 인쇄술, 잃어버린 ‘활자로드’를 찾아 되살리려 애쓴 저자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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