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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 2 - 건축가 김원 편 ㅣ 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 시리즈 2
이용재 지음 / 도미노북스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첫인상. 정말 중요하지요? 그런데 처음 만난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이 호감, 비호감인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겨우 0.3초...라는 건 아세요?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결정되어 버리는데요. 책도 비슷한 것 같아요. 표지를 보고 읽을까 말까? 갈등하다가 책장을 넘겨 본문을 읽기 시작하면 몇 장 넘기지 않아서 단박에 빠져버리는, 그런 글이 있어요. ‘아, 좋은데?’ ‘매력적인 글이네.’ 그런 글을 만나면 전 다음이 궁금해져서 책 속으로 점점 파고듭니다. 밀린 빨래도 제쳐두고, 주변에 쌓인 뽀얀 먼지는 질끈 눈을 감고, 끼니도 거르고. 그러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느껴지는 쾌감, 후련함, 개운함. 정말 멋지거든요.
건축가인지, 택시기사인지, 작가인지 정체를 도통 알 수 없는 이용재. 그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어요. <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 이색박물관 편>의 책장을 몇 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입에선 감탄사가 흘러나왔어요. 오호~. 독특한데? 무례한 듯 시원하고 짧고 경쾌한 문장은 제게 왠지 큰 매력으로 다가왔거든요. 그래서 <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 두 번째 책이 출간되었을 때, 망설임은 없었습니다. 그렇지! 바로 선택!
전작에서 [이색박물관]를 이야기한 저자는 이번에 건축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대한민국 대표 건축가 김원 실록’이란 부제가 붙은 걸 보면 말입니다. ‘실록’. 이것이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실록(實錄)’이라면 조선왕조실록, 고려왕조실록...이 전부인줄 알았는데, 제왕들이 그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저자는 거기에 ‘건축가 김원’을 붙였습니다. 왜냐면 그는 ‘대한민국 대표 건축가’니까. 왠지 억지가 아닌가 싶다가도 궁금해집니다. 대체 그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길래 ‘대표 건축가’이고 ‘실록’을 꾸밀 생각을 다했을까!
책은 김원이라는 건축가의 작품, 건축물들을 크게 ‘문화시설’ ‘교육시설’ ‘주거.업무시설’ ‘종교시설’ ‘못다 한 김원이야기, 그리고 김수근...’으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각각의 건축물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 건축물에 관련된 역사를 비롯해서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설계 과정과 건축과정, 그 가운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등을 저자 특유의 문장, 서술어가 생략되어 경쾌한 리듬이 살아난 글로 툭툭 던지듯 건네고 있는데요. 대한민국 대표 건축가의 작품 건축물에 대한 책이니만큼 사진도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제일 처음 소개된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에서는 한 포털 사이트 ‘지식인의 서재’의 조정래편에서 작가 조정래는 ‘누구든 태백산맥을 필사하면 태백산맥 문학관에 전시해주겠다’고 해서 ‘그럼 나도 태백산맥 필사를?’ 했던 순간이 생각났습니다. 또 수학여행으로 다녀온 [독립기념관]이 어떤 과정으로 세워졌는지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알게 됐어요. 자칫하면 삼청교육대를 가게 됐으니 당시 도지사들, 얼마나 조마조마 했을까요? 안봐도 비디옵니다. 그것도 4D! 큭큭. 아, 제가 사는 곳이어설까요? 가톨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몰운대 성당]는 왠지 오래 눈길이 머물더군요. 몰운대란 이름에 얽힌 사연도 그렇고 철근이 없어 공사가 중단되었지만 한 푼 두 푼 모아 ‘아트’가 나왔다는 대목도 그렇고.
사실, 건축에 대해 아는 건 거의 없습니다. 제게 있어 건축은 아파트나 상가 분양을 알리는 전단지 속의 설계 도면정도? 저자 덕분에 제 눈을 덮은 막이 한 꺼풀 벗겨지는 느낌입니다. 김원이라는 건축가의 건축 인생 속에 역사가 있고, 문화가 있고, 사람이 있었습니다. 서두에 저자는 털어놓습니다. 이 책의 탄생 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자신은 김원 선생의 제자도 아니고 무엇도 아닌데 거의 반강제로 글을 쓰게 됐다고. 그것도 10년간이나. 다만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인문학적 건축의 위대함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저자는 얘기하지만 건축에 문외한인 전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건축이란 게 그저 건물을 짓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구요. 가장 중요한 궁금증도 풀었습니다. 표지사진의 저건 대체 뭔가...했거든요. 너무 소박한 의문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