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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 ㅣ In the Blue 3
백승선.변혜정 지음 / 쉼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틈만 나면 작은 가방을 둘러메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사람 많고 번잡한 곳을 꺼리는 사람도 있는데요. 저는...부끄럽게도 후자에 속합니다. 물론 마음만으로는 언제나 전자에 속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낯선 곳에서 느낄 수 있는 새롭고 신선한 충격은 그 자체만으로도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는 거 왜 모르겠습니까. 다만 용기가 없어서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건데요. 이런 제게 불쑥불쑥 여행 가방을 꾸리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책이 있어요. 바로 가치창조의 번짐 시리즈랍니다.
첫 번째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 오렌지빛 지붕이 오밀조밀 머리를 맞대고 모여 있는 풍경을 수채화풍의 맑은 그림으로 된 책을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구요. <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는 작은 면적의 왕국에 중세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간직된 것과 달콤한 초콜릿, 어린 시절 즐거움을 안겨줬던 동화의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 ‘불가리아 = 요구르트’. 사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불가리아는 제게 이런 공식이 성립하는 나라였습니다.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는 저도 먹을 수 있는 유제품이 있다는 거. 왠지 기분 좋은 일이었거든요. 그런데 불가리아는 ‘요구르트’만이 아니었어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여성 노동자가 많은 여성의 나라이고 온 도시에 장미의 향긋함이 그득한 장미의 나라였으며 어딜 가더라도 거리 곳곳에 노인들이 자리한 노인의 나라, 이름마저 낯선 키릴 문자의 나라였습니다.
책은 불가리아의 수도이자 고대 그리스어로 ‘지혜’를 뜻하는 소피아를 시작으로 발칸반도 최대의 수도원인 릴라 수도원, 슬라브 문화의 중심지이며 ‘불가리아의 아테네’로 불리는 벨리꼬 투르노보, 우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면서 거리 곳곳에 로마와 터키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과 유적이 남아있는 곳 플로브디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답니다.
번짐시리즈의 책을 보는 저만의 방법이 있습니다. 처음엔 책의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본문의 글귀는 애써 외면하고 오로지 사진에만 집중해서 봅니다. 그다음엔 사진과 글을 함께 보구요. 세 번째, 앞서 눈여겨봐뒀던 사진들을 또한번 꼼꼼하게 살펴보는데요. 처음엔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오래도록 눈길이 머물지만 가장 최후까지 남아 제게 큰 인상을 남기는 건 역시 그네들의 일상이 담긴 모습이었습니다.
한껏 짜증이 나서 성큼성큼 걸어가는 엄마 뒤로 울먹이며 종종 거리며 따라가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보며 생각합니다. 엄마가 왜 화가 났지? 아이의 뒤에 보이는 가판대의 풍선과 맥도@@ 간판을 보곤 지레 짐작해보는 거지요. 아하...아이가 아이스크림이나 햄버거를 사달라고 떼를 쓴 모양이네. 근데 엄마는 임신해서 컨디션이 안 좋은 거야. 딱해서 어쩌누...벼룩시장의 도서매장에 늘어놓은 책표지를 보면서 혹시나 제가 읽었던 책은 없나(설마 그럴리야 없겠지만)...코를 박고 뒤져보구요. 우리나라의 변두리 마을이나 산동네 마을을 연상케 하는 사진에선 왠지 친근함이 묻어나왔습니다.
하지만 가장 극적이고도 아름다운 장면은....바로 두 연인의 모습이었습니다. 앞과 뒤, 옆에서 볼 때의 모습이 모두 다르다는 알렉산드르 네브스키 교회를 요모조모 감상할 때였어요. 그 유명하다는 교회를 뒤로 하고 입을 맞추는 연인의 모습. 그들의 옆에 세워진 두 대의 자동차, 운전석 문이 열린 걸 보고 제 식대로 해석해버립니다. 어떤 이유 때문에 이별을 선언했다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극적인 화해를 한 게 아닐까. 이 얼마나 낭만적인 모습인가....
바로 어제였어요.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누군가가 여름휴가로 서유럽을 다녀왔다는 얘길 했는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말이 저절로 나왔답니다. “아아.....지인~짜 부럽다”
<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 이 책을 읽는 데엔 아주 잠깐의 시간이면 됩니다. 책이 담고 있는 모습과 풍경에 시선을 빼앗기고 감탄사를 늘어놓는 시간도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만나고 가슴에 가득 번져오는 기운, 열기, 여행에 대한 충동은...아마 오랫동안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이 일을 어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