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는 아이들이 고대하던 코난이 개봉하는 날이라 극장에 데려다주러 갔다. 여전히 무사고경력 수십년을 자랑하는 장롱면허 소지자라 왕복 다 택시를 탔다. 극장에 갈 때는 무척 어린?  기사님이 한마디도 안 하고 데려다주셨다.

 

매우 선호하는 유형.

 

집에 올 때는 정말 말이 많은 할아버지셨는데 일단 타자마자 담배 냄새에 가만히 있는 아이들에게 엄마말 잘 들어야한다고 호통에 이명박 나온 학교 졸업한 아들 자랑, 아들 직업자랑에 힘들었다. 원래는 중년 아저씨들이 하는 말, 거 참,  조용히 갑시다, 를 너무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못했다. 가면을 쓰고 아드님 잘 키우셨네요, 연발하다 내렸다.

 

진짜 아이들에게도 힘들었을 시간,

그런데 일단 남의 차를 타면 고분고분해진다,

참으로 이상하지.

 

딱 한번 자유로운 동승 경험은

어릴 때 친구와 했던 서울 밤드라이브.

 

아이들 어릴 때 간신히 면허를 따긴 했는데

학원 강사가 강압적인 사람이라 운전을 즐겁게 배우지 못했다.

 

아무도 없는 비오는 국도에 단둘이 있던 날들

지금도 공포스럽다.

 

그 강사가 윽박지르며 구박하는데

멍하니 참고 참아가며 겨우 면허를 취득했다. 

 

좀더 내 마음이 단단해지면

친절한 분에게 연수받고

다시 운전대를 잡아볼 용기를 내봐야지.

 

 

2. 

새벽에 깨서 일단 <19호실로 가다>부터 읽었다.

 

한 문장 한 문장 아껴서 읽었다.

 

작년과 요즘 계속해서 카페를 찾아다니고 있는데

최근에는 이마저도 많이 아쉽다.

 

온전히 나만의 공간도 아니고

복불복인 경우가 많다.

 

익히 알던 곳인데도 다시 가면 미묘하게 다르다.

 

최근에는 차라리 동네 프리미엄 독서실을 끊어볼까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진짜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누구 신경 쓰지 않고 홀로 있을 공간이 필요하다.

수전같이 남는 방에 혼자 있어보려 해도

엄마 책도 보고 글도 쓸게 라고 애들에게 말해봐도

딸이나 아들이나 금방 잊고 엄마 뭐 어디 있어, 이건 어떻게 해, 묻고 또 묻는다.

 

이건 약과다.

 

아이들과 같이 있지 않을 때에도 아이들을 염려하고 다음 스케줄에는 무엇을 해야 하고 집에 떨어진 물건이나 처리할 서류 등을 생각하는 시간이 너무 많다는 게 혼자 있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나는 소설 속의 수전이 아니라 다 놓아버릴 수만은 없다.

 

그냥 어느 때의 내 심정, 내 상황과 같기에

그저 읽고 또 읽을 뿐이다.

 

 

3.

수전같이 다 갖추어진 중산층 여성, 살림과 육아도 따로 맡아주는 사람이 있는 팔자 좋은 여자가 혼자 있고 싶다는 것을 남편조차 이해하지 않는다.

 

자신의 꿈과 멀어져 생계에 붙잡힌 중년 남성이 고독할 권리는 있지만

평생 가족, 특히 아이와 잡다한 가사에 얽매여 온전히 '자신'으로 있을 시간을 잃은 여성은

고독할 권리를 주장하는 순간 이기적이고 미친 여자가 된다.

 

여자들은 미친 것보다는 낫기 때문에 혼자 있기 위해 변명을 꾸며댄다.

 

나도 동네엄마에게조차 혼자 평일에 동네 카페며 독립서점에 일부러 시간을 내서 다닌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한번 우연히 이야기했다가 팔자 좋다는 식의 말을 듣고 난 후로는.

 

 

도리스 레싱말고도

오정희를 비롯해 우리나라 여성작가들  다수가

집에서 먼 공간에 자신을 혼곤히 놓아버리는 여자들을 자주 그렸다.

 

결혼도, 아이도 먼 이야기인

아니 연애마저 먼 이야기인 시기에 읽었을 때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캐릭터를 이제는 너무나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게

결혼생활의 큰 수확 중 하나이다.

 

집은 여성에게는 안식처만이 아닌

치열한 일터이자 공허한 폐허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자신이 겪어보기 전에는 전혀 알지 못한다.

(한 일년간 미취학아동 전담 육아해봐도 온전히 공감할 수 없다, 고 자신한다. )

 

 

그래서 결혼제도가 유지되는 것이겠지.

 

한편으로는 차차 그래서 결혼제도가 많이 달라지고 가족이 해체되기도 하는 듯하다.

 

다들 입을 모아 여권이 신장되고 사회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는데

왜 이 단편들은 전혀 낯설지 않은 건지. 

 

 

4.

긴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당분간 홀로 있고 싶다.

 

수전이 당신이 내가 어디 있는지 아는 순간부터 내가 그 곳에 있을 이유가 없어진다고 했던 게

너무나 잘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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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9 20: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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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9 22: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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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떡볶이를 먹었더니만 더부룩해 깼나보다. 

 

<베를린 일기>에서 최민석 작가는 이제는 뼈가 부러지면 잘 안 붙을 나이라고 했지만

40대라면 그건 좀 과장이다!

 

(사실 안 부러져봐서 잘 모른다.)

 

그냥 이제는 떡볶이 같은 걸 먹으면 잘 소화시키지도 못할 나이라고 우겨본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은 처자의 사정이 궁금하기도 했고 나도 어려서부터 워낙 떡볶이를 좋아해 무려 사서 읽었는데 실망스럽게도 떡볶이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기분부전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충분히 힘들다는 건 아는데 의사 선생님과의 상담은 뭔가 모범적으로 흘러가고 내가 그 시기를 건너와서 그런지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요즘 독립 출판물들도 다 소소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이 에세이도 어떤 이들에게는 큰 위안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난 아마도 이런 에세이를 읽어야 했나?

 

 

 

 

 

 

 

 

 

 

 

 

 

 

 

도서관에서 대강 훑어봤는데 내 상황과는 또 다른 면이 있다.

주부라 해도 상황이 다 너무나 다르다.

 

남편이 어떤지, 아이들이 어떤지, 본가와 시가가 어떤지, 하는 일이 얼만큼인지에 따라 생활이 다르고 감정의 결이 달라진다.

 

그냥 가끔씩 글 한편 써서 혼자 조용히 간직해야겠다.

요즘도 너무 힘들 때면 보안 걸어서 뭔가 끄적이기도 한다.

 

농담 삼아 내가 갑자기 어떻게 되면 비번 줄 테니

출간해서 애들 학원비라도 보태라고 하기도 한다.  

 

사실 비번을 잊는 경우가 많아서 이건 불가능하다. 

대개는 그런 파일들을 얼마 지나서 삭제한다.

 

남아 있다고 해도 어디 출간할 수준도 아니고.

 

한바탕 수다 떨 친구나 지인? (아줌마 용어인데 이 지인이라는 말이 내게는 낯설고 별로다. 뭔가 아줌마 수다에서 자신만의 써클임을 확인하는 그런 의미로 쓴다. 이 단어에 대한 나만의 느낌이다, 물론)이 없어 이 방식이 그나마 낫다.

 

흠흠....

  

그나저나 <죽고 싶지만...>

아, 진짜 나중에 살걸,

포크를 왜 이제 주냐고.

 

 

<언젠가...>는 엄청나게 기대를 한 탓인지 초반에는 잘 읽히지 않았다.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잘 읽고 있다.

 

<나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어제 오전에 애들 도서관 데려다주려다가 미사도 빠지고 읽게 된 책이다.

 

막돼먹은 영애 씨 작가인 저자는 '영혼결혼식'이라도 열어 그간의 축의금을 회수받고 싶을 정도이며 엄마가 혼자 살아도 되지 하고 슬며시 내려놓는 말을 하면 엄마라도 포기 안 했으면 한다고!

 

결혼은 했지만 뭔가 정신적으로는 싱글 같은? 상태에 머물러서 그런지 공감이 간다. 

 

내가 결혼을 안 하고 있었더라도 비슷했겠지.

 

저자도 모르는 부분이 있는데

 

여자가 결혼을 하면

더구나 일을 관둔다면

진짜 나에게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이 늘어간다.

 

올해 내 다이어리?를 봐도 본가, 시가 행사들, 아이들 건사할 일들, 부업으로 꽉 채워져 있다.

 

<잘 돼가? 무엇이든>은 보고 싶기는 한데 실망할까봐 두렵다.

한국에 얼마 안 되는 여성감독은 어떻게 살았고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하다.

 

감독님의 부모님이 나이 들면 좋은 일 없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부분이 마음에 든다.

 

신체나이가 젊은이 못지 않고 존경을 받을 만한 위치에 있는 소수라 해도 나이가 들어 곤란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안녕, 헤이즐>은 못 봤으나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를 지난 주 내내 애들이랑 다니며 누더기 시간에 봤다.

 

'아만자'들의 사랑은 더 특별한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시니컬하면서도 나긋나긋한 이 이야기는 내 메마른 감수성 우물 밑바닥을 잠시 적셔 주었다.

 

그래도 나는 뭔가 이런 성장소설 같은 이야기를 읽어주어야 조금은 힘이 난다.

 

'소멸'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래도 죽어가면서 한 뼘 더 자라는 이야기라고 할까?

 

남부의 폭염에 지쳐 더위먹은 소리인가?

 

사실이 그렇다. 몸의 소멸을 받아들이고 영혼이 자라는 사람들의 이야기.

 

헤이즐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뭔가 <원더>의 어기의 부모님과 같다.

 

이 세상에 있을까, 이런 분들은.

 

있겠지, 내가 못 보았다고 해서 없는 건 아니겠지. 

 

 

 

 

 

 

 

 

 

 

 

 

 

 

 

 

 

우리가 자주 가는 청소년 도서관 한 벽이 웹튼 코너가 되자 도서관이 중고생으로 붐빈다.

 

열람실도 아니고 서가 테이블마다 중고생 아이들이 문제집을 펼쳐두고 웹툰 단행본을 보고 있다.

 

열살, 열두살 초등 고학년 우리 아이들 자기들도 십대라고 이 대열에 합류 무진장 웹툰을 보고 있다.

 

특히 <신과 함께>를 둘 다 너무나 좋아해서 1편은 뒤늦게 집에서 2편은 극장에서 같이 보았다.

 

원작을 너무 망쳤다는 이야기가 자자해서 안 보려다 봤는데 그냥 재창작 수준이고 캐릭터 성격도 변해서 아이들도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어느새 이만큼 커서 같이 12세 관람가도 보러 다니고

차원 높은 얘기도 하고 감격 ㅜ.ㅠ

(그래봐야 그렇게 거짓말 하면 거짓 지옥에 가서 혀가 쑤욱 이런 수준이지만)

 

 

아이들이 미취학 꼬꼬마를 벗어나니 물리적인 에너지는 덜 드는? 대신 정신적 소모가 상당하다.

 

여전히 톰과 제리 수준인 남매 사이를 중재하다가 (그 와중에 서로 니가 톰이네 하고 우긴다)

폭발하기 일쑤다.

나와서 외식 메뉴 하나 통일 못하다가

결국에는 이럴 거면 그냥 집에 가서 짜장에 밥이나 비벼먹어, 가 되버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9호실...> 읽다가 답답해져서 일단 두었다.

 

 

책도, 떡볶이도 아니고

 

나에게도 '19호실'이 필요하다.

 

이 폭염이, 방학이, 이런저런 행사가 끝나고

선선한 가을이 되기만을 기다린다.

 

가을에 차분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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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를 보게 되었고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신작이 나오면 본다.

 

요즘은 그냥 무언가를 많이 '좋아한다'고 말하기 여기말로 여로워서(열없다, 부끄럽다 비슷한 어감인듯) '보기 편하다' 그 정도로 이야기해두고 싶다.

 

결혼하고서는 남편 근무지를 따라 분갈이하듯이 여러 지역을 옮겨다녔고

그렇게 이곳 광주에 왔다.

 

13년경부터 광주극장에 가서 조조영화를 보는 것이 일상의 소소학 낙이 되었다.

 

특히 애들 방학 직전이면 꼭 가주는 것 같다.

 

공교롭게도 고레에다 감독 영화는 거의 다 광주극장에서 보았다. 

 

내일이면 초등방학이라 26일이 개봉인 게 정말 다행이고 반갑다.

 

개봉 첫날에 보다니

 

이야.

 

 

<어느 가족> 포스터 버전 중에 마음에 든 것  

 

버려졌던 아이 '유리'가 쇼타네를 만나 살았던 때의 기억을 담은 그림은 유괴되었던 아이에게서 나올 수 없는 그림이다.  

 

이하 내용 유출일 수 있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가족의 의미를 '혈연'에 한정 짓지 않는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고 많은 비극은

사실 가족, 특히 부모를 자신이 택해 세상에 나올 수 없다는 데 있다.

 

어제오늘자 사회면만 대강 훑어보아도 알 수 있다.

사소하게는 성격 차이로 인한 다툼, 사회적 공분을 사는 아동학대, 외도, 불륜, 유산 분쟁 등을 보면 가족관계가 인간관계의 최상급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도 지극히 동양적인 아니지 실은 한중일의 정서일 뿐이다.

 

실상 혈연으로 맺어지기만 한 가족은 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구정물같이 혼탁한 관계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도 평화롭게 잘 지내기 힘든데 여기 피 한 방울 안 섞이고도 그럭저럭 살아가는 집이 있다.

 

전남편의 연금으로 근근이 생활하는 할머니 곁에 수상한 인물들이 잔뜩 모여 산다. 오사무는 건설현장 일용직을 꾸역꾸역 나가고 노부요는 세탁부로 일하고 노부요의 이복동생 아키는 유사 성매매업소에 나가며 할머니 집에 같이 모여 산다. 

 

어느날 오사무와 노부요(겉보기엔 평범한 현실 부부같은)는 집에 오다가 어린 여자아이가 추운데 밖에 나와 있는 걸 보고 데려와 먹을 것을 먹이고 따뜻하게 재운다. 상처투성이에 잔뜩 움츠린 아이는 오사무 일행? 가족과 만나면서 아이다운 모습을 찾아간다.

 

이 가족은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근처 가게에서 슬쩍하고 집청소는 그 누구도 열심히 하지 않고 식사도 누가 준비한다기보다 그날그날 대강 때운다. 구시렁대기는 해도 누구 하나 크게 화내는 일 없이 지낸다. 그리고 우연히 데려온 유리를 통해 이들의 결속력은 더 높아진다.

 

노부요와 유리가 같이 목욕을 하다가 노부요의 팔뚝에 난 화상 흉터를 유리가 오래오래 만져주는 장면에서 눈물이 살짝.

 

겨우 다섯 살 난 아이가 다리미 흉터를 용케 알아보고 나도 그렇게 다쳤다고 하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

 

'유리'는 이들과 같이 지내고 나서야 바다에 처음으로 가본다.

 

자가용으로 편하게 가는 것이 아닌 전철을 다같이 타고 도착해서 돗자리를 편다.

 

오사무는 수영복이 아닌 팬티 바람이고 '유리' 수영복은 마트에서 슬쩍한 것이지만 모두가 즐겁다.

 

 

 

그러나 이들의 짧은 평화는

할머니의 죽음과

쇼타의 돌발행동으로 막을 내린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지만 이들은 장례를 치를 비용이 없어 할머니를 집 마당에 묻고 할머니의 연금으로 근근이 살아간다. (오사무는 산재를 당했고 노부요는 세탁부 자리에서도 밀려나 실직중) 

 

쇼타는 유리가 자신과 같이 양 손가락을 맞대고 돌리다가 도둑질을 하는 것을 보고 유리가 들키지 않게 눈에 띄게 물건을 훔쳐 달아나다가 다치고 경찰에 잡힌다. 쇼타로 인해 오사무와 노부요는 할머니 시신 유기와 유리의 유괴라는 죄목으로 잡힌다. 

 

생모는 남자 만나는 데나 관심이 있고 아이를 학대했고 아이가 실종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신고하지 않았는데도 나중에 유리를 다시 맡게 된다.

 

쇼타는 유치장에 갇힌 노부요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그 가족의 일원이 된 까닭을 알게 되지만 친부모를 찾기보다는 시설을 택한다.

 

결말에서 쇼타는 오사무와도 부자 관계를 끊게 된다. 오사무가 아저씨로 돌아가겠다고 하면서도 쇼타가 타고 가는 버스를 집요하게 따라가는 게 너무 짠하다.

 

쇼타는 버스 안에서야 속엣말로 '아빠' 라고 불러본다.

 

그렇게 원했는데 아빠 소리 한번 못 듣고 헤어진다.

 

고레에다 감독 작품에 자주 보이는 릴리 프랭키는 진짜 이런 짠한 아버지 역에 최적화된 배우다.

엄청 가난하고 사회적 지위도 없지만 아이에게는 한없이 다감한.

 

(현실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이런 아빠는 사양하겠지만 ㅋ)

 

 

우리에게는

하이킥 신애 아버지로 나온 배우 정석용 님이 있다.

 

드라마에 이 분 나오면 그 가정은 IMF시기에 도산하거나 가게를 몇 개나 말아먹은 그런 집.

 

 

지붕뚫고 하이킥 결말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예상했던 씁쓸하고 당연한 결말이다.

 

아직 사회복지나 여러 가지 제도가

혈연을 기초로 한 가정에 맞추어져 있고

인간의 자식은 제대로 사회에 나가 제 구실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

 

고레에다 감독은 좀도둑질을 해야 만 살아갈 수 있는 이들을 윤리적으로 비판하거나 사회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냥 이렇게 경제적, 감정적 유대를 지속하며 살아가는 유사 가족이 있고

이들이 혈연을 기반으로 한 가정과 무엇이 다른지 조용히 묻고 있다.

 

그리고 고레에다 감독 영화에 나오는 아이들은 항상 그렇듯이 마냥 미숙하지만은 않고 나름의 생각과 판단이 있다.

 

쇼타는 오사무와 같이 좀도둑질을 하며 살아가기는 했지만 여동생인 유리가 자신과 같이 되어가는 것을 보고 큰 결단을 내린 것이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누구에게나 있다.

쇼타는 순간 인생의 큰 결단을 내린 것이다.

 

아이가 보살핌을 받고 잘 성장하다보면 자신만의 윤리적 감각을 회복하는 시기가 있다, 분명히.

 

유리는 오사무 일행에서 벗어나 친엄마에게 돌아가서도 할머니와 같이 부른 수 세는 노래를 부른다. 가족은 이렇게 함께 살아가며 알 게 모르게 영향을 주고 받는 존재라서 어릴 때일수록 정말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아이가 가족을, 그것도 부모를 택할 수 있다면 버림받는 부모도 꽤 많을 텐데.

 

언제까지 아이들이 이렇게 학대당하고 힘들어야 하는지 안타깝다.

(아이 낳고는 정말이지 뉴스 보기가 너무 힘들다)

 

그렇지만 그런 역기능 가정이라 해도 가정을 벗어나면 아이에게는 그냥 정글이다.

 

가출 청소년들끼리 만든 팸에서 일어나는 범죄라든가 홀로 있는 노인들을 보살펴준다는 명목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 등을 보면

이 영화는 동화 같은 판타지.

 

고레에다 감독의 사회적 약자를 향한 애정어린 시선은

쇼타가 도둑질하는 걸 알면서도 눈감아주며

동생은 도둑질 시키지 말라고 했던 잡화점 아저씨의 행동에 드러나듯이

 

어떤 사람의 일탈 행동을 단죄하기보다

인생 전체의 흐름을 보자는 데 있다.

 

어떤 인생이든 한 순간은

실수를 눈감아주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같이 놀아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제대로 된 어른으로 자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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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과장해서 백 번도 넘게 듣는 말

엄마,

엄마아,

 

음마

 

엄. 마.

 

배가 고파도

찾는 물건이 없어도

뭔가 재미난 볼거리가 생기거나

아니면 그냥 심심해서 엄마를 찾는다.

 

 

나에게도 이런 엄마가 필요해.

 

 

 

 

 

해서 일요일에 오전 미사를 빠지고(결국 저녁미사로 갔다) 딸과 어린이도서관에 갔다. 아들은 마냥 집에만 있고 싶다고 해서 두었다. 아들은 5학년이지만 벌써부터 자신만의 동굴을 택하는 편이 늘고 있다. 걱정도 되지만 내키지 않는데 데리고 나가 오히려 나들이를 망치곤 해서 그냥 두고 갔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다들 물놀이장을 간 건지 도서관이 무척 한산했다. 특히 유아방에 아무도 없어서 한참 그림책을 봤다. 백희나, 이수지, 안녕달 작가의 이런저런 그림책을 봤다.

 

전에 한번은 다들 본 거지만 이런 어린이, 유아실에 있다 보니 동심 회복 !

 

 

누워 있던 아이들은 어디로

 

다들 교회나 성당에 있거나

물놀이를 갔나보다.

 

일요일 오전의 도서관 좋구나.

 

더운 여름 오전에 딸과 쉬고

저녁미사를 가는 것도 좋겠다 !

 

 

 

 

 

 

작년에 생긴 청소년 도서관 영유아실

 

우리 아이들 꼬꼬마 시절에 강원도 곳곳의 도서관 유아방은 이곳의 4분의 1도 안 되었지만

그래도 어디 나간다는 사실만으로 큰 기쁨을 주었지.

 

 

그림은 귀엽지만 사실 어른을 위한 그림책.

 

 

 

 

 

 

 

 

 

 

 

 

 

 

 

 

 

 

 

알았다냥

 

 

 

 

너무 더워 활자도 눈에 안 들어오는 날들

시원시원한 그림들 좋구나.

 

그림책을 보고 심리, 예술 서가를 돌다가 발견한 책.

<사모님 우울증>

 

다소 자극적 제목에 이끌려 보기 시작했는데

회화를 통해 중년 여성의 심리를 풀어가는 시도가 좋았다.

 

모르는 그림도 많았고, 사실 이분을 김병후 님과 헷갈리고는 그분책인가 하고 봤다.

강연도 많이 하시고 책도 많이 내셨나보다.

 

나는 '사모님'도 아니고 심각한 우울증은 아니지만 공감가는 내용도 많았다.

 

내가 산후우울증이라 하자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친구가 언제 네가 우울하지 않은 적이 있더냐 일갈해서 시무룩한 적이 있었다.

 

여자의 일생은 우울증의 산을 끝없이 넘어야 하는 것.

아이를 낳고는 산후우울증, 육아우울증 그리고 갱년기 노년 우울증....

 

시댁, 친정 다 노후대비 되어 있고 남편도 잘하고 하는데 우울하다면 다들 배부른 소리라고 하겠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우울할 만하다고 수긍이 가는 사연이 많았다.

 

그리고 잘 몰랐던 그림을 알아가서 잘 읽고 있는 책이다.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여름이라 장르물을 보던 차에 우리나라 작가도 읽어보려 해서 집어든 책

아직 많이 못 보았다.

 

한동안 미미 여사, 히가시노 게이고를 너무 봤는데

<기린의 날개>도 책 반납하러 갔다가 빌려왔다.

 

 

 

 

 

 

 

 

 

 

 

 

 

 

 

집 근처에 도서관이 도보로 두 군데나 있어 번갈아 다닌다.

 

어느날 동네 엄마들끼리 밥을 먹다가 누구 엄마를 어디서 봤는데

말이 나오다가

다 나도나도 하고 증언하기 시작했나보다.

 

사실 수업 없는 날과 주말 이렇게 가서 몇 시간 머무르다 오는 게 다인데

졸지에 매일매일 도서관에 가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ㅎ 아무려면 어떤가, 뭐.

 

초복이라고 지인들(이 표현이 나는 그냥 별로다)끼리 모여 밥먹는데

나는 과감히 초밥집에서 혼밥했다.

 

동네에서는 애들친구 엄마들 눈이 두려워 대개 포장하거나 했는데

오늘은 그냥 혼자 새로 생긴 데에서 여유롭게 먹었다.

 

밥을 먹고 주말에 놀러갈 데 찾느라 육아카페에 가보니

 

혼자 있는데 에어컨 켜고 청소할까요? 이런 글이 자주 보인다.

 

당연히 켜고 청소해야 하는 건데

혼자 맞는 에어컨 바람에도 죄책감을 느끼는 게

한 푼 못 버는 ? '전업'의 속내다.

 

브런치하며 떠드는 무리 중 매일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전업주부입니다만> 

제목 보고 내용이 궁금해 보고 싶은데

계속 대출중이다.

 

 

 

 

 

 

 

 

 

 

 

 

 

 

 

 

 

 

그건 그렇고

나란 별주부

 

혼자 있으니 에어컨 켜기 그렇네, 하고는

에어컨 바람 맞으러 도서관 갔다가 오히려 더 쓰고 다녔네.

 

이럴거면 차라리 집에서 종일 에어컨을 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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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에 도심 속 짧은 여행을 나섰다.

 

늘 그렇듯이 홀로.

 

 

1층에서 차, 아트 굿즈, 에코백, 쿠키류, 비누를 팔고 있다.

 

책 읽다 내려와보니 맥주와 피자도 팔아서 나이 지긋한 분들이 낮술 한 판을 벌이고 계셨다.

 

 

 

입구 쪽

 

 

가을에 오면 좋을 베란다

폭염이라 사진 한 방 찍고 얼른 들어옴

 

 

 

2층에 약간 책도 있다.

 

작년에 여기서 묵독 파티라는 걸 했는데 신청하고 나서 못 갔다.

애들이 아팠나

 

그런데 사진 보니 20-30대 위주 모임이라 안 가길 잘한듯하다.

 

모여서 휴대폰 반납하고 조용히 책을 읽는다고 한다.

 

 

 

 

 

 

 

 

 

 

 

 

 

 

 

<내게 무해한 사람>은 최근에 사두고 안 봐서 여기서 잘 읽었다.

 

이렇게 어디 나와야 잘 읽히니 문제다.

 

전에 본 <나는 아내와...>, <아직도...>가 카페에 비치되어 있어 다시 발췌해 보니 좋았다.

 

특히 중년에 이르러 김정운 교수 책을 보니 남편이 이해되는 면도 있고

그냥 왠지 생활 속에서 느낀 점이나 중간중간 심리학 지식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남자는 아내와의 결혼을 '가끔' 후회하고

여자는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가끔' 만족한다.

 

정말 적절한 표현이고 제목은 자극적이지만

그래도 이분 꽤나 애처가인듯하다.

 

방송에서 한동안 활동하시더니

유니크한 외모 지분을 어느분(알라딘에서 특히 유명한 분)에게 빼앗겨? 방송에 잘 안 보이시는듯하다.

  

 

 

지하 갤러리에서 운보 김기창, 김점선, 김병종 님을 비롯해 여러 화가 작품을 볼 수 있었다.

 

그림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어제 수업으로 힘들어 마음이 쉬고 싶었는데

잘 쉬었다.

 

몇백만에서 몇십만 하는 그림들.

사고 싶다. 갖고 싶다, 하다가

딸이 그리고 내가 그려서 거실에 걸면 되는거다.

 

아직은 여유가 없으니 이렇게 둘러다니다 그냥 보면 되는거다.

 

사러 오는 분도 많겠지.

 

멀리서 오시면 대인시장, 아시아문화전당까지 같이 보기 좋을 위치에 있다.

3-4층 게스트하우스이고 루프탑도 있다고.

 

 

늘 혼자 여행이 꿈인데 뚜벅이에다가 아직 초등이라 멀리는 못 가니

애들 맡길 수 있는 날에 도심지 게스트하우스에 혼자 묵으면서 책도 실컷 보고 밥도 먹고 싶을 때 먹는 것도 좋겠다.

 

 

이 근처에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해 유명세를 탄 화랑궁회관, 박순자 녹두집, 달고당이란 옛날 빙수가게가 있다.

 

빙수가게는 가격도 옛날 가격 3천원 정도다. 우왕.

 

  

비오고 나서 미세먼지 치수도 좋고 하늘이 높아 충동적으로 중앙초에 들어가보았다.

 

딱 봐도 애들 엄마니 그냥 가도 되려나 싶었는데 지킴이 아저씨가 부르셔서

졸업생이고 운동장만 보고 간다 하니 들여보내주셨다.

 

 

 

 

전국 어느 국민학교에나 있었던 단군 상

 

<밤의 초등학교에서>와 같이 밤에 막 걸어다니실듯

 

 

중앙초 나와 길 건너 가면 손탁앤아이허가 있어 자주 애용하는 산책로가 될듯하다.

 

대프리카 못지 않은 광프리카가 되어가는 중이라

가을에나 다시 걸어봐야겠다.

 

중간중간 또와 분식에서 최민석 작가를 생각하며 꽈배기도 사고

예술의 거리 입구 과일가게 노점에서 자두도 사고 봉다리 흔들며 마구 걸어다녔더니

 

집에 와보니

자두가 몇 개 터져서 엉망.

 

그래도 애들이 꽈배기랑 자두 보고 좋아한다.

 

자두 터졌다고 뭐냐고 불평하더니

씻어주니 맛있게 먹는다.

 

한살림도 가지만 역시 노점 과일만의 맛이 있다.

복불복 하는 기분,

오늘은 다행히 성공!

 

나는 너희들 오기 전에 항시 에어컨 켜두고 하는데

아이들은 선풍기조차 안 켜두고 정해진 시간 훌쩍 넘겨가며 휴대폰 화면만 보고 있었다.

 

애들은 시원한 것이나 간식보다는

때로는 엄마 간섭이 없는 이런 여유 시간을 바랐나보다.

 

표정이 유난히 밝다.

 

냉동고에 하드나 몇 개 넣어두고

좀 오래 노닐다와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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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4 20: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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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5 01: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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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5 14: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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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6 05: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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