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에 도심 속 짧은 여행을 나섰다.
늘 그렇듯이 홀로.
1층에서 차, 아트 굿즈, 에코백, 쿠키류, 비누를 팔고 있다.
책 읽다 내려와보니 맥주와 피자도 팔아서 나이 지긋한 분들이 낮술 한 판을 벌이고 계셨다.
입구 쪽
가을에 오면 좋을 베란다
폭염이라 사진 한 방 찍고 얼른 들어옴
2층에 약간 책도 있다.
작년에 여기서 묵독 파티라는 걸 했는데 신청하고 나서 못 갔다.
애들이 아팠나
그런데 사진 보니 20-30대 위주 모임이라 안 가길 잘한듯하다.
모여서 휴대폰 반납하고 조용히 책을 읽는다고 한다.
<내게 무해한 사람>은 최근에 사두고 안 봐서 여기서 잘 읽었다.
이렇게 어디 나와야 잘 읽히니 문제다.
전에 본 <나는 아내와...>, <아직도...>가 카페에 비치되어 있어 다시 발췌해 보니 좋았다.
특히 중년에 이르러 김정운 교수 책을 보니 남편이 이해되는 면도 있고
그냥 왠지 생활 속에서 느낀 점이나 중간중간 심리학 지식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남자는 아내와의 결혼을 '가끔' 후회하고
여자는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가끔' 만족한다.
정말 적절한 표현이고 제목은 자극적이지만
그래도 이분 꽤나 애처가인듯하다.
방송에서 한동안 활동하시더니
유니크한 외모 지분을 어느분(알라딘에서 특히 유명한 분)에게 빼앗겨? 방송에 잘 안 보이시는듯하다.
지하 갤러리에서 운보 김기창, 김점선, 김병종 님을 비롯해 여러 화가 작품을 볼 수 있었다.
그림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어제 수업으로 힘들어 마음이 쉬고 싶었는데
잘 쉬었다.
몇백만에서 몇십만 하는 그림들.
사고 싶다. 갖고 싶다, 하다가
딸이 그리고 내가 그려서 거실에 걸면 되는거다.
아직은 여유가 없으니 이렇게 둘러다니다 그냥 보면 되는거다.
사러 오는 분도 많겠지.
멀리서 오시면 대인시장, 아시아문화전당까지 같이 보기 좋을 위치에 있다.
3-4층 게스트하우스이고 루프탑도 있다고.
늘 혼자 여행이 꿈인데 뚜벅이에다가 아직 초등이라 멀리는 못 가니
애들 맡길 수 있는 날에 도심지 게스트하우스에 혼자 묵으면서 책도 실컷 보고 밥도 먹고 싶을 때 먹는 것도 좋겠다.
이 근처에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해 유명세를 탄 화랑궁회관, 박순자 녹두집, 달고당이란 옛날 빙수가게가 있다.
빙수가게는 가격도 옛날 가격 3천원 정도다. 우왕.
비오고 나서 미세먼지 치수도 좋고 하늘이 높아 충동적으로 중앙초에 들어가보았다.
딱 봐도 애들 엄마니 그냥 가도 되려나 싶었는데 지킴이 아저씨가 부르셔서
졸업생이고 운동장만 보고 간다 하니 들여보내주셨다.
전국 어느 국민학교에나 있었던 단군 상
<밤의 초등학교에서>와 같이 밤에 막 걸어다니실듯
중앙초 나와 길 건너 가면 손탁앤아이허가 있어 자주 애용하는 산책로가 될듯하다.
대프리카 못지 않은 광프리카가 되어가는 중이라
가을에나 다시 걸어봐야겠다.
중간중간 또와 분식에서 최민석 작가를 생각하며 꽈배기도 사고
예술의 거리 입구 과일가게 노점에서 자두도 사고 봉다리 흔들며 마구 걸어다녔더니
집에 와보니
자두가 몇 개 터져서 엉망.
그래도 애들이 꽈배기랑 자두 보고 좋아한다.
자두 터졌다고 뭐냐고 불평하더니
씻어주니 맛있게 먹는다.
한살림도 가지만 역시 노점 과일만의 맛이 있다.
복불복 하는 기분,
오늘은 다행히 성공!
나는 너희들 오기 전에 항시 에어컨 켜두고 하는데
아이들은 선풍기조차 안 켜두고 정해진 시간 훌쩍 넘겨가며 휴대폰 화면만 보고 있었다.
애들은 시원한 것이나 간식보다는
때로는 엄마 간섭이 없는 이런 여유 시간을 바랐나보다.
표정이 유난히 밝다.
냉동고에 하드나 몇 개 넣어두고
좀 오래 노닐다와도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