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제목과 발랄한 표지만 보고 미니멀리즘 책인줄 알았다. 사기병(사들이는 병)을 극복한 경험이 나오나 싶었는데 위암 4기라고. 그래서 4기병이고 믿을 수 없는 내 인생의 사기 같은 병이라는 의미로 사기병이라니 ㅜ.ㅠ
인스타를 정주행하며 울다가 웃다가 했다.
가끔 기분 부전이 심할 때면 애들이 어느 정도 크면 떠나도 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는데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군대 가는 걸 볼 때까지 하면서 의지를 다지는 작가님을 보고 나니 이런 생각들은 아무리 우울한 날이 왔을 때라도 떨쳐내야겠다는 의지가 솟는다.
진부한 문장이지만 나의 오늘은 누군가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 맞나 보다.
병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가족들과 차분하게 일상을 이어가는 것을 덤덤하게 이야기하시니 더 마음이 아프다.
분식점을 운영하시면서 먼거리를 오가며 딸을 살피는 어머님, 푸쉬킨의 시를 찾아보라고 하신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이신 아버님, 표현은 부족하지만 아내를 무척 사랑하는 것이 분명한 남편분, 천진한 건오까지 모두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책이 출간되었다는 기사에서 작가님 아들 건오가 왜 건오인 줄 아세요?
엄마 건강하게 오래 살라고 건오라고 쓴 댓글을 보고 뭉클해졌다.
인스타 피드나 댓글에 병을 극복하신 분들이 달아주신 댓글 읽으며 훌쩍
그런데 가끔 작가님에게 암으로 세상을 떠난 가족들 이야기를 하신 분들이 있다니 그것은 새삼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분들의 절절한 마음은 어느 정도 짐작이 되지만 희망적인 사례만 들어주고 용기를 주어야 할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게시물을 보니.
며느라기 작가님 <3그램>은 아주 오래전에 보았는데 이 작품을 보니 다시 생각이 났다.
어제 미사를 드리며 작가님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분들을 위해 짧게 기도했다.
그저 잠시라도 덜 아프길.
몸은 고통 속에 있지만 영혼만은 평안하기를.
정신질환계의 암인 '조현병'에 대해 아들을 병으로 잃은 아버지가 쓴 책인데 읽고 싶기도 하면서 읽을 생각을 하니 두렵기도 하다.
가까이에서 비슷한 질병을 앓는 것을 고통스럽게 지켜본 적이 있어서 두렵다.
사람들은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둔 엄마는 동정하지만,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를 둔 엄마는 비난한다. 양육과정에 무슨 문제가 있지 않았냐고 하면서.
조현병에 걸린 사람들이 범죄를 일으키는 비율은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높지 않다고 하는데 일반에게 이 병은 곧 범죄 이미지와 연결되어 환우와 그 가족들은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어릴 때 좋아했던 시인 최승자 님도 이 병으로 오랫동안 투병 중이시라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병원에서 약과 밥을 잘 먹으면 나아진다고 말씀하신 시인님의 깡마른 최근? 사진을 보니 마음이 더 아프다. 약과 밥 잘 챙겨드시고 오래오래 좋은 시를 많이 써주시면 좋겠다.
이 책은 한참 지난 생일에 딸에게 받은 책인데 최근에야 다 읽었다.
파란 상자에 내가 좋아하는 아몬드빼빼로와 클레이로 만든 손바닥 만한 케이크 그리고 이 책이 들어 있었다.
선물 받고 싶은 게 있냐고 물어서 책 제목을 말하니 기억해두었다가 동네 서점에서 샀고 내가 안 볼 때 미니 케이크를 만든 것이다.
케이크 크기 대조하려고 찍어둔 사진이 있는데 케이크 사진만 남았다.
실제로 보면 정말 작은 이 케이크를 공들여 만든 딸아이 생각하니 눈물이... 하는데 진짜 울어버린 어느 아침을 생각하며 기운내는 요즈음이다.
이름은 우리의 정체성이랄지 존재감이 거주하는 집이라고 생각해요. 여기는 뭐든지 너무 빨리 잊고, 저는 이름 하나라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사라진 세계에 대한 예의라고 믿습니다. -p.17
다 읽어보니 정말로 생일에 받기 좋은 책이었다.
내 본디 성품과는 다르게 너무나 거룩한 의미를 담은 이름이라 늘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하루하루 이름처럼
그렇게 어질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보지만
집만 엄청 어지르고 있다.
어질 인 아닌
어지를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