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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살까지 살 각오는 하셨습니까? - 아프지 않고, 외롭지 않은 노년을 위한 100세 인생 지침서
가스가 기스요 지음, 최예은 옮김 / 아고라 / 2019년 6월
평점 :
백 살까지 살 각오는 하셨습니까?
이 책은 처음부터 이렇게 강렬한 문제 제기에서 시작된다.
현재 중장년기를 헤쳐가는 것만 해도 벅찬데 백 살까지 살 각오라니 과연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저 처음에는 막연하게 부모님 봉양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다 보니 나에게도 노후의 문제가 아주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오'의 사전적 의미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나 당할 어려움 따위에 대하여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것을 뜻하니 고령화 사회를 사는 우리 누구나 '노후 대비'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90세까지의 생존 비율을 비교해보면 1990년에는 여성 26.3 퍼센트, 남성 11.6퍼센트였으나 2017년에는 여성 50.2퍼센트, 남성 25.8퍼센트로 상승했다. 이제 여성 두 명 중 한 명, 남성 네명 중 한 명은 아흔 살까지 사는 시대가 되었다(그림 1 참조).
그리고 가족이 노후를 책임져줬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가족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의지할 가족이 없는 독거노인 세대, 노인 부부로만 구성된 세대가 증가했으며 자녀와 함께 사는 고령자 세대는 대부분 미혼 자녀와 동거하는 경우다. 결혼한 자녀의 가족과 생활하는 고령자는 이제 소수파가 되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80대, 90대, 100대의 초고령기를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26쪽
일본의 통계여서 우리나라 현황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특별한 사고가 없는 한 우리는 꽤 오래 살 확률이 높은 것이다. 처음에는 진짜 이 부분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아아아, 생각보다 꽤 오래 살 수 있는데 그간 아무런 대비가 없었구나.
서장에서는 100세 시대를 맞아 노년의 경험을 쓴 작가들의 책이 많이 팔리고 있는 현상에 주목했다. 그리고 책을 쓰고 사회생활을 하는 노인들의 경우 단순히 신체의 '건강'만으로 답할 수 없는 뭔가가 있기에 노년에도 왕성한 활동이 가능하다는 데 주목했다. 노년에 이르면 과거에 어떤 병을 앓았든 간에 자신만이 꼭 해야 할 뭔가를 가능하게 하는 '기력'이 있으면 활기차게 지낼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1-2장에서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기력' 있는 분들의 일상을 들여다보았다. 이분들은 대개 '습관 나이'에 따라 살아가고 있었다. 나이가 들었으니 이런 일은 이제 할 수 없겠지,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그건 해오던 일을 꾸준히 매일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건강 유지나 사회적 교류, 삶에 위안이 되는 즐거운 활동. 삶의 기력을 북돋워주는 이런 활동들을 일과에 포함시켜 ‘습관 나이’로 사는 사람은, 달력 나이를 뛰어넘어 습관 나이로 살게 된다. 그리고 ‘나는 오늘 이 일과를 달성했으니 아직 늙지 않았다’라는 형태로 자신의 나이를 느낀다. 93쪽
특히 고령 남성의 경우 집안일을 하고 요리를 해서 드시는 분들이 더 기력을 유지하고 계셨다.
'습관 나이'라는 건 중장년에게도 유용한 것 같다. 한동안 이제 틀렸어, 를 달고 살며 운동을 가지 않았는데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매일 조금씩이라도 지속하는 게 기력을 돋울 수 있을 것 같다.
3장 이후를 읽으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중장년이 되어 접하게 되는 '봉양', '간병'과 관련한 주제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과거의 기억들이 겹쳐졌다.
과거 노인 세대는 본인들도 부모를 봉양했기에 막연하게나마 자녀들도 자신들처럼 부모를 돌볼 것이라 여기고 노후 대비에 소홀했다.
그런데 막상 부모가 운신이 힘들 지경이 되면 모두가 당황해 본인이나 자녀가 우왕좌왕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서로가 상처를 주고 받게 된다.
노후에 자신이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에 걸려 판단이 흐려질 것을 대비하는 쪽은 오랫동안 미혼으로 홀로 살았던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었다.
책에 나온 고령의 어떤 할머니는 젊은 시절에 오래 일을 해서 연금이 충분히 나오게 대비하였고 노쇠해져서 처리할 일들이 생겼을 때 조카에게 일정 비용을 주고 부탁하는 것으로차분하게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4장 노후를 위해 무엇을 대비하고 있는가, 에서는 자명한 진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극소수의 운 좋은 사람만 예외일 뿐, 누구나 늙고 쇠약해져서 다른 사람의 돌봄을 받는 인생을 살 수밖에 없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라면 늙어서 다른 사람의 돌봄을 받는 것도 인간의 운명이라고 봐야 한다.
고령화 사회인 오늘날에는 '어떻게 나이 들어야 하는가.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 그 답을 모르겠다'며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성공적인 노화를 삶의 목표로 삼은 W씨 부부 같은 노인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149쪽
여기에서 W씨 부부 같은 이들이란 돌봄이 필요한 상황을 부정적으로 여기고 그저 좋아하는 활동만으로 노후 일과를 가득 채우는 사람들을 뜻한다. 너무 미래에 대해 비관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홀로 거동하기 힘들고 배변을 혼자 처리할 수 없을 때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배우자나 자녀들과 공유해야 하는 것이다.
요양센터를 견학하는 부분에서는 많이 슬퍼졌다.
특별양호노인홈에 견학을 갔을 때예요. 거기 입소해 계시던 분이 “내가 이 시설에서 나가는 날은 죽은 후”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 말을 들으니 노인 요양시설은 종신형을 선고받았다고 생각하고 들어가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서 한동안 시설 찾는 일을 중단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절박한 상황이 되었죠. 건망증이 심해졌거든요. (중략)
예전엔 오른쪽 귀로 들어가서 왼쪽 귀로 빠져나가던 설명을 이제는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하며 들을 수 있었습니다. 194쪽
이런 말을 한 X씨는 임종 준비도 차분히 해나가고 있었다. 남들이 우울한 주제라 회피하는 것을 어차피 나중에 자신이 다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라 생각하고 피하지 않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가며 처리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부록으로 인생 마무리의 구체적 예시가 목록으로 자세하게 제시된다.
부모님이 현재 편찮으시거나 혹은 자신의 노후에 대한 상을 그려가고 싶다면 자세히 정독해도 좋을 것이다.
'나가며'에서 저자는 이 책이 단순히 개인의 노후 대비에 그치는 것에 우려를 보이며 고령화와 가족형태의 변화에 대비해 사회적으로 어떤 준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물음으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문단에
"사람은 몇 살이 되어도 계속 변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밝혔다.
나 역시 노인들을 그간 평면적으로 바라보았는데 이 책을 통해 고령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엿볼 수 있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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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말 각오는 되었냐고요?
막연한 두려움이 확실한 두려움으로 다가오게 되었지만
그래도 담대한 몇몇 분의 사례를 통해 약간의 용기를 얻었다고나 할까요?
성찰의 기회를 주신 데에 감사드립니다.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책을 받아보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