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잔기침과 침사레로 소소하게 골골대고 있다. <이슬아 수필집>을 주말에 걸쳐 다 읽어 뿌듯하다.

 

작가님이 작가님 글보다 얼빠에요, 라는 말이 듣기 좋았다고 해서 굳이 인스타랑 유튜브를 찾아보았는데 뭔가 전에 본 현경 교수님과 얼굴이나 몸의 윤곽이 비슷한 느낌이다. 중심이 꽉 들어찬 사람들의 자태 혹은 한국 태생이 아닌 외국에서 나고 자란 교포들 같은 얼굴이라고나 할까. 한국의 매스컴이나 인습적으로 예쁘고 청초하다고 회자되는 그런 얼굴이 아닌 자신의 삶을 옹골지게 잘 꾸려온 그런 사람들이 가진 당당함이 얼굴에 잘 드러난다.

 

유튜브 클립으로 책읽아웃에서 오은 시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의외이기는 했다. 아직은 강연보다 지인들과 가지는 편한 자리에 익숙해서인지 어미가 -고요로 마무리되는 고요 요정님. 그마저도 신선했다.

 

슬아님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은 항상 찡하고 가슴 한켠을 시리게 만든다. 난 어디를 가든 엄마 이야기를 잘 안 하는 편이고 엄마랑 인간 대 인간으로 우정을 나누지도 못했다. 우리 엄마도 복희 씨만큼이나 신산하고 아픈 삶을 살았는데도 제대로 이해하고 사랑하지 못한 듯하다.

 

슬아 님이 독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수필이라지만 진짜 현슬이가 아닌 가공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데에 동의한다. 나 역시 미약하게나마 끄적거린 서재글을 보니 그렇다. 사실 요즘 엄청 마음이 힘든데 여유 있는 척하고 쓴 글이 많다.

 

어찌 되었든 한 독자의 이야기처럼 이슬아 수필집의 매력은 나도 한번 내 이야기를 써볼까 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는 데 있다. 읽고 나서 아, 난 도저히 이렇게 쓸 수는 없어, 하고 우러러볼 수 있는 작품도 소중하지만 나도 한번 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작품은 정말 사랑스럽다. 작가에게는 매일매일 소모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런 실험은 정말 귀하다.

 

 

 

 

 

 

 

 

 

 

 

 

 

 

 

 

 

 

 

아이들이 캡틴 마블을 보고 싶다고 해서 영화관에 들여보내고 <나의 사랑, 매기>를 읽기 시작했다. 뭔가 지지부진한 연애담이라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읽다 말다 하고 있다. 사랑에서의 약자는 언제나 더 사랑하는 사람 쪽이라는 건 자명한 진리이다. 어떻게 파국을 맞을지 궁금하기는 하다.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를 읽고 나서 우리나라에 법의학자가 많지 않다는 사실에 놀랐다. 한꺼번에 대절한 버스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나면 학계의 명맥이 끊긴다는 말이 우스개이자 진담일 정도로 그 수가 적다니. 

 

뭔가 범죄수사 드라마나 영화에서 법의학자는 엄청 멋지게 나오지만, 매 순간 낯선 죽음과 맞닿뜨리는 일은 엄청 고될 듯하다.

 

누구나 공평하게 일생에 한번 죽음을 맞지만 끝이 두려워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린다. 심도 있게는 아니지만 안락사나 존엄사에 대한 논의도 나온다. <서가명강>이라고 서울대에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라는 기획 중의 하나인데 너무나 축약되어 법의학을 간략히 소개하고 짧은 에피소드들이 나열된 정도라서 금방 읽었다.

 

 

아이들과 나의 자서전 쓰기 같은 것을 하면 아이들은 하나같이 예순 살 정도에서 자신의 삶을 마치는 것으로 쓴다.

 

백세시대라고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스무 살조차 엄청난 것일 터.

 

*

 

올해는 서재글이라도 자주 써보고 싶었는데

이야기하고 싶은 건 가슴 속 가득인데

이제 슬아님 나이대가 아니라서 그런지

자꾸 주저하게 된다.

 

가족과 나의 일 그리고 내 일상에서 좋았던 것들이나

내가 소모되는 일, 분노하는 일 따위는

나에게만 중요하지 않은가, 하는 자기 검열이 강하게 작동하는 중년이라서 그런가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사실 그렇게 나이가 든 사람들이 아니고 누가 보기에도 어떤 분야에 도전하기에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그저 묵묵히 그렇게 조용히 일상을 꾸려갈 뿐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자연인이다>, 가 조용히 인기를 끌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마음 속에 작게 숲 속의 집을 짓고 고요를 간직해야

하루하루 전쟁터 같은 일상을 버틸 수 있으니.

 

 

분주한 수요일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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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학생의 마음으로 살아서 그런지 3월이 분주하고 설렜는데

이번 3월은 분주하기는 한데 별로 설레지는 않았다.

 

오랜 인후염으로 잔기침을 계속해서 갈비뼈가 부러졌나 싶을 정도로 근육통이 심했다. 자다가도 침 사레가 들릴 정도로 너무나 고통스러운 한 주였다. 검색하니 잦은 침 사레가 노화의 한 현상이기도 하다는 글이 있어 서글펐다. 그래도 누군가는 한창 부러워할 나이이니 징징대지 말자.

 

게다가 믿었던 동네 엄마에게 자잘하게 실망하는 일이 있었는데, 지금도 사실 그 여파가 크다. 그냥 아이를 매개로 만난 사이는 딱 그 정도인 듯하다. 믿었던 단골가게가 결국은 얄팍한 거래처에 불과했다 그 정도.

 

 

(거창하게 썼지만 별거 아닌.

아니다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 엄마는 유통기한이 살짝 지난 과자를 잔뜩 떠안겼다. 전부터 소소하게 그런 일이 있어 실수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렇게 만든 건 내 책임도 큰데 그간은 받아서 버리다가 어제는 문자로 내가 원하지 않는 건 안 주면 좋겠다고 정중히 써서 보냈다. 역시 답 문자조차 없다. ) 

 

그나마 아이들이 새로운 반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서 다행이다. 최고 학년이 된 아들은 첫날 뭐했냐고 하니 뭐했겠어, 신학기에 늘 하는 거 하지, 라고 시큰둥하게 답한다. 딸아이는 선생님이 이마트에 자주 오신다고 했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기대를 드러낸다.

 

 

*

 

<우주호텔>은 6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이다. 우주와 관련된 어떤 내용일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폐지 줍는 할머니의 이야기이다. 아들에게 감상을 물으니 내가 기대한 반응은 나오지 않는다. 너무나 한심한 반응이라 여기 적기도 망설여진다. 아들의 미래를 위해 나만 알고 묻어야겠다. 초등 고학년이 되더니 드립만 늘어서 사람이랑 대화하는 건지 유튜브를 보는 건지 알 수 없는 지경이다. 어려서 유명 전집 한 질 안 들이고 한 권 한 권 고르고 골라서 책을 읽혔는데 허망하기만 하다.  

 

아이들에게는 스무 살조차도 머나먼 미래이다 보니 폐지 줍는 할머니의 절절한 외로움은 잘 와닿지 않을 것이다. 친할머니나 외할머니도 자주 뵙지 못해 살갑게 구는 편이 아니라서 책 속에 등장하는 메이처럼 종이할머니에게 다가서기 힘들다.

 

폐지만 줍고 다녀 종이할머니라는 별칭이 붙은 할머니 있다. 채소가게에서 나온 폐지 상자를 두고 얼굴에 혹이 난 할머니와 몸싸움도 하는 그런 그악스런 할머니이다. 늘 그렇고 그런 날을 지내던 어느 날, 할머니는 이사온 메이라는 아이를 만나게 된다. 아이네 집에서 폐지 더미를 건네주고 그중에서 메이가 그린 우주 그림을 보고 할머니는 어릴 적 꿈을 떠올린다. 달을 품고 살았던 시절을 떠올리고 메이가 그린 그림을 유심히 본다. 메이를 통해 포도송이 모양 성에 앉아 있는 아이와 초록외계인 뽀뽀나도 만난다.  메이를 만나고 이제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를 찾은 할머니는 길을 가다 예전에 자신과 다툰 혹이 있는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외계인'이라는 놀림을 받고 있는 걸 본다. 이후 종이할머니와 혹이 난 할머니는 폐지도 함께 줍고 차도 마시는 사이가 된다.

 

전혀 연결될 것 같지 않은 소재들이 연결되어 어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아름다운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건조하게 줄거리만 나열했지만, 그림과 글이 잘 어우러진 그림책이었다. 표지나 마지막 장에 작게 불을 밝힌 여러 집들을 들여다보면 결국 우리가 지내는 이 작은 보금자리 하나하나가 우주호텔의 한 부분임을 깨닫게 된다. 사람들 하나하나가 저마다 다르고 이해할 수 없는 외계인 같기도 하지만, 우리는 모두 우주 호텔에서 연을 맺으며 살아가는 서로 도와야만 하는 소중한 이웃들이다.

 

여기까지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감상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학교 가서 수업을 해본 결과 요즘말로 폭망이었다. 일단 이 정도 텍스트도 길다고 여기는 아이들이 많았고 가난하고 늙는 게 두렵다는 반응도 있었다. 우리가 사는 곳이 우주 호텔이니 지금 자도 되냐는 아이도 있었다.  

 

그리고 이 단원은 지난 교과서에서 전체적 감상보다는 비유적 표현을 배우기 위한 텍스트로 쓰였고 개정 과정에서는 요약을 위한 단원에 나오는듯하다. 문학작품이 이렇게 교과서에 실리면 무엇을 배우기 위한 한 수단이 되고 자연스러운 감상에 이르지 못하는듯하다.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다행히 온작품 읽기를 진행하시는 선생님이 많기는 하다.

그렇다 해도 긴 호흡의 작품을 무리없이 읽어낼 아이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듯하다.

 

이번은 실패했지만 몇 년 뒤 다시 읽어보라고 해야겠다.

 

 

<골든아워>는 어쩌다보니 1권이 계속 예약이어서 2권부터 보았다.

전부터 이 책을 보고 싶었던 이유는 '진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외상외과' 일이 참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분초를 다투는 환자를 구하기 위해 추락의 위험이 높은 헬기에 오르고 불편하고 낡은 비행복을 입어야 하고 때로는 행정적 문제에 부딪히고 여론이나 주변의 냉소에도 초월해야 한다. 

 

책을 읽기 전에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헬리콥터 소음에 대한 민원이 심하다는 것이었다. 내가 사는 이 지역도 공군부대나 대형병원 응급실 주변 단지의 집값이 물론 다른 데보다 낮은 수준이다.

 

일반인이 소음에 대해 민감한 것은 그렇다 쳐도 왜 굳이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민원인을 직접 연결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미국, 일본 등에서 천이삼백 명 수준으로 외상 환자들을 이송해도 문제가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300명 정도인데도 늘 민원에 시달린다고 한다. 아무래도 이건 국토가 좁고 병원이 민간 아파트 단지들과 너무 밀집되어 있는 문제가 커서 그런듯하다.

 

말미에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 소개도 세세하게 읽어보았다. 이력 몇 줄만으로도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을지가 그려진다.

 

<식물 저승사자>는 어느 독립서점 인스타에서 보자마자 진짜 어머, 나를 위해 나온 책이야, 하고 외치게 만들었다.

 

키우기 쉽다고 주는 어떤 식물이든 우리 집에선 장수를 누리지 못하고 단명해왔다. 산세베리아, 카랑코에, 스투키 등등

 

난 내가 반려식물을 세세히 돌보지 못할 것을 알기에 내 손으로 사서 들인 적이 없다. 대개 선물을 받았는데 받고 어쩌다보니 식물 학대였나, 서서히 말라갔다.

 

이사를 다닐 때마다 화분 정리해 버리는 것도 일이었다. 아이들 때문에 1층에 살기는 하는데 빛이 잘 드는 편이 아닌 위치이고, 물을 너무 자주 주고 해서 식물들을 많이 저세상으로 보냈다.

 

가끔 봄이 오면 프리지아나 다발로 사서 두고 볼 뿐 

현재 집에 있는 건 역시 애들이 받아온 행운목 두어 개가 전부이다.

 

이제 책을 정독하고 근처 화훼시장에 가서 다육이부터 시작해볼 생각이다.

실내 그늘지고 서늘한 책장 군데군데서도 잘 자랄 만한 애들을 골라와야지.

 

책에서 보면 집 안에서 집 안으로의 아주 작은 이동이라 해도 식물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환경의 변화에 따라 잎을 다 떨구고도 또 정성을 다해 살피면 새 잎이 돋는 게 신기했다.

 

 

*

 

지난 주에는 변화된 환경에 나도 상처받은 식물같이 온 잎을 떨구고 기침을 쏟아냈다.

 

그 와중에 틈틈이 여러 힐링 에세이를 읽었는데

정작 힘이 된 건 꾸준히 들고 있던 앞의 세 권이었다.

 

 

 

 

 

 

 

 

 

 

 

 

 

 

 

 

 

 

 

이런 류의 책들이 별로라는 건 아니지만,

자신의 상황에 빠져 우울에 허우적거릴 때

무조건 쏟아내는 긍정, 자존감, 미니멀은 별 의미가 없는듯하다.

 

 

 

   

 

 

 

 

 

 

 

 

 

 

 

 

세트 드디어 구매완료

이번 유리컵 굿즈가 맘에 든다.

찍어둔 사진이 어딘가 있는데 ^^: 

 

딸도 두고 보니 좋다고 한다.

 

 

*

그저 나만의 방식으로 일을 하고

내가 꼭 있어야 할 곳에 그렇게

있자.

 

꼭 다시

새 잎이 돋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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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이나 삼일절이면 그래도 아이들이랑 지역 기념관, 유적지라도 가곤 했는데 미세먼지와 인후염으로 꼼짝도 못했다. 대신 아이들이랑 <말모이>를 다시 보고 광화문에서 열린 기념식을 보았다.

 

'오등은 자에 아-'로 시작하는 선언서를 외우고 주석을 달아가며 배우던 세대라 그런지 요즘 말로 번역해서 한 문장 한 문장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읽어가는 것을 들으니 뭉클했다.

 

유년기와 학창시절을 삼일 만세운동길에서 보내서 그런지 새록새록 생각났다. 아이들에게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았다고 말해주었다. 이어서 유관순 열사가 나온 학교를 엄마도 다녔다고 하니 놀란다.(예전에 시험 봐서 들어가던 시절도 아니고 90년대에 운좋게 배정받아 다니던 시절이었다.)

 

현재는 데이트 코스로 낭만이 있는 정동길이었지만, 내가 다니던 시기에는 전경차가 즐비했고 밥 먹던 전경들이 여학생들을 슬금슬금 훔쳐보기도 했다. 그래도 고풍스런 건물로 둘러싸인 고요한 교정에 들어서면 다른 세상 같았다.

 

이 시기에 외고가 설립되어서 외고와 여고는 같은 교정을 쓰게 되어 미묘한 갈등이 있었다. 가끔은 노천에서 작은 말다툼도 있었다. 한 아이가 씩씩대며 '외년(적개심의 강도로는 거의 왜년)'들이 불어로 욕하면 모를 줄 알고, 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선생님들 중 가끔 어떤 분들은 시험 봐서 들어온 그애들이랑 너희랑 같니, 하기도 했고 당시에 유능한? 분들이 외고로 많이 전출되어 아이들이 박탈감을 느끼던 시기라 그랬을듯하다. 옆 동에 위치했고 가까웠지만, 어찌되었든 별개의 학교였을 뿐. 

 

졸업하고 가끔 외고 출신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고 교복 엄청 이상했다고. ㅋ 그건 어느 정도 인정. 칙칙한 수박색이고 점퍼스커트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덩치 큰 친구들은 가끔 임신부로 오해받아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받기도 했었다.

 

유관순 열사에 대한 흔적을 이야기하려다 엉뚱한 추억은 방울방울. 

 

매주 예배 보러 가는 강당 전면에 열사의 사진이 있고, 무엇보다 좋은 곳은 유관순 우물터였다. 그늘진 그곳에서 책도 보고 아이들과 이야기도 했었다. 어느 5월 개교기념일에는 열사와 함께 학교를 다니신 남동순 할머님도 뵌 적이 있다.  재학생이나 졸업생 모두에게 엄청난 호응을 얻었던 햇불예배도 생각이 난다. 놀랍게도 봉사로 덕수궁을 청소한 적도 있다. 이른 아침에 낙엽 타는 냄새를 맡으며 고궁 마당을 싸리빗자루로 쓸어볼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기념식에서 이화합창단과 아이들을 보고 오랜만에 추억에 젖었는데 아름답지만은 않은 기억도 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교'인가보다.

어디 가서도 이렇게 가끔은 이야기하게 된다.      

 

*

다시 책으로 돌아와 요즘 역사동화들은 참 다양하고 심도 있게 잘 나오는듯하다.

 

 

 

 

 

 

 

 

 

 

 

 

 

 

 

 

 

 

어제 드디어 <그런 책은 없는데요....>보았는데, 이런 서점 진상들은 귀엽다고 해야 하나.

우리나라 독립서점에서는 서로 사진 찍기 바쁜데 독자와 주인이 다정하게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런 풍경이 부럽다.

 

<저 청소일 하는데요?>를  우연히 발견했고 다 보지는 못했다.

 

이 책을 보니 오래 전에 페이스북에서 본 쓰레기집?만 청소하시는 분이 생각났다. 방송에 나올 법한 쓰레기로 가득한 집을 집주인과 함께 치우는 게 더 보람 있다고 하셨다. 일반적인 정리가 필요한 그런 집이 아니라 오래 방치되었던 집을 집주인과 이야기하며 함께 치우는 게 인상적이었다. 블로그도 하셔서 자주 봤는데 키티 매니아이기도 하셨고 글도 조곤조곤 정답게 쓰셨다. 눈여겨 보다 언젠가 페이스북 계정 없애면서 주소를 잃어버렸다.

 

인스타스타 인절미, 딸이 좋아해 책으로 함께 보았다. 강아지를 귀여워하지만 잘 만지지도 못하고 사진으로만 보는 게 좋은 모녀이다. 둘 다 개한테 쫓긴 기억이 있어서. ㅜ.ㅠ

아주 작은 아기 강아지 정도만 살짝 가까이에서 본다.

 

랜선 이모들이 사료길만 걷자며 열심히 사서 봐주고 있어서 순위권.

좋은 환경에서 잘 크고 있는 절미 보기 좋다.

 

 

 

 

 

 

 

 

 

 

 

 

 

 

 

 

 

 

이제 조금 있으면 미사에 가야 한다.

 

'부조리한 평화' 속에서 안식을 얻는다,고 어느 날의 일기에 적은 적이 있다. 어설프게 여성신학, 해방신학 등의 강의를 들은 적도 있지만 아직 정리되지 않은 문제가 너무나 많다.

 

아직 이 책을 읽지 못했고 제목에 이끌려 잠시 보았다.

 

천주교 신자이면 낙태에 절대 반대해서는 안 되는가.

 

이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 싶다.

 

 

*

 

그래도 드디어 개학.

 

이번주엔 개학 기념으로

양림동 카페라도 꼭 가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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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막바지에 아들이랑 이런 책들을 보고 있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좋은 책들이다.

 

<35년> 중 2권을 읽고 있다.  한국사 시험 볼 때보다 더 자세히 나온다. 여러 단체와 인물들, 분열이 마음 아프다.

 

그리고 변절자들. 조선이 독립할 능력이 없어 자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궤변들을 늘어놓기도 하고 밀정으로 수십년 활약하며 많은 사람들을 죽게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얼마 전에는 수업 자료를 찾다가 일제강점기와 관련된 다큐를 보았다. 회관에 80대 할머니들을 찾아가 어릴 때 기억나는 노래를 물으니 기미가요와 일본 노래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불러주셨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너무나 정확해 소오름.

 

난 어느 정도 식민지 세대로부터 떨어져 있다고 여겼는데 어릴 때 향유하던 모든 하위문화 역시 일제 강점기로부터 온 것이었다. 퐁당퐁당, 학교 종이, 여우야여우야, 꼬마야꼬마야 등이 일본 노래 번안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우리집에 왜 왔니- 같은 꽃찾기 놀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까꿍 놀이 다 일본에서 온 것이었다. 쎄쎄쎄나 푸른하늘 은하수 같은 손유희 역시 일본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즐기는 놀이였다. 7-80년생 여아들의 대표 놀이인 고무줄 놀이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고무줄을 뛰며 부르는 노래들 역시 거의 일본 노래를 번안한 것이었다.

 

일본총독부가 비석치기, 투호 같은 우리 전통놀이를 금지하고 학교에서 조직적으로 자기네 놀이를 전파해서 전통놀이라 할 만한 건 이제 어디 체험장이나 가봐야 체험할 수 있다.

 

 

 

 

 

 

 

 

 

 

 

 

 

 

 

 

 

 

말과 역사, 전통 문화를 파괴해 우리 정신을 잃게 하려고 치밀하게 통치질서를 구축한 일제가 실로 무섭다. <말모이>를 지난 일요일에야 보았는데 일제 35년간 말을 잃지 않은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보아야 할까. 예상되는 스토리였지만 <증인>에 이어 이런 착한 영화를 또 보고 싶었다.  아역들도 귀엽고 의젓하게 연기 잘하고 윤계상, 유해진도 역시 자기 역할을 다 해주었다. 다 보고 나니 조선어학회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 실존 인물은 누구인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찾아보는 기쁨을 뒤늦게 누리고 있다. 전공 시간에나 잘 배워두지. ㅎ

 

돈이 안 되는 ? 아니지 돈이 되게 살리지 못한 내 전공이지만 그래도 이젠 좋다. 어느 학교에나 흔하게 있는 전공이고 늘 맞춤법 공격을 받게 하는 전공이지만, 우리말을 평생 배워간다는 건 적어도 나한테는 의미가 있으니까.     

 

*

 

이제 아이들이 일본놀이든 우리나라 놀이든 잘하지 않고 사춘기 고학년에 이르면 게임으로 대동단결된다. 아들이 부쩍 다른 아이들 따라 피씨방도 가고 싶어한다. 친구들 하고 있을 때만 게임하기로 한 나름 착실한? 아들인데도 너무 누워 있어 자주 구박하게 된다.

 

 

 

 

 

 

 

 

 

 

 

 

 

 

 

 

<당신의 아들은 게으르지 않다>를 미리보기로 보고 고학년 사춘기 아들을 위해 희망도서로 신청해 꼭 읽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딸아이는 엄마가 따로 말하지 않아도 척척 알아서 자기 일?을 한다. 이런 상황이니 내가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아들을 못 미더운 시선으로 보고 있는 걸 아들도 느낄 것이다.

 

아들을 지금보다 더 이해하고 믿어주어야 할 시기이다

 

 

 

 

 

 

 

 

 

 

 

 

 

 

 

 

 

 

 

 

방학에 독서록에 쓴다고 다시 찾은 시집들이다.

 

<쉬는 시간 언제 오냐> 늘 봐도 흐뭇하다. 아들은 올해 여기 말로 유강년이 된다. 벌써 유강년이라니 정겹기 그지없다. 항상 니가 시방 유강년이 된다냐 소리에 아들이 대체 유강년이 뭐길래 하고 얼굴을 찌푸린다.

 

딱 아래의 시에 나오는 상황과 같다.

 

 

소수의 나눗셈

 

풀기도 힘들고

짜증도 났지만

 

교육의 의무를 위해

하였다.

 

이태훈 (장내초등학교 6학년)

 

재미없는 6학년

 

6학년 언니 오빠들

응원도 재미없게 하고

서 있는 것도 귀찮아 한다.

역시 6학년은

다컸나 보다.

 

강은비(장곡초등학교 5학년)

    

 

이 시집 통틀어 가장 눈에 띄는 시는 <지루한 날>이다. 김진영 학생 정말 순간을 잘 포착했다. 왜 아버지들은 술만 들어가면 아이들과 때아닌 정체성 논쟁을 하는지 ㅋ 한 시간이나 시달리고 나서야 겨우 풀려난다.

 

 

 

지루한 날

 

아버지가 술 드시고 오신 날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지금 시간은 밤 10

니가 누구냐?

저는 진영이입니다.

진영이가 누구냐?

아빠 아들인데요.

아빠 아들이 누구냐?

진영인데요.

드디어 아빠가 주무신다.

지금 시간은 밤 11

나한테는 이제

자유가 온다.

 

김진영(소양초등학교 3학년)

    

 

<마리카의 장갑>을 소소하게 잘 읽고 <옥상에서 만나요>를 보고 있다. <보건교사 안은영>을 읽다 포기했는데 <옥상에서 만나요>는 잘 읽고 있다. 첫 단편 44가 좋았다. 웨딩드레스에 얽힌 사연을 통해 현대 결혼의 의미를  무겁지 않게 짚어보고 있다.  위트 있는 대사들과 있을 법한 기발한 상황들. 흥미롭게 보고 있다.

 

표지도 예쁘고 내용도 고운 <마리카의 장갑>이었으나 읽다가 성인이 되고 결혼하는 과정에서 뜨개가 필요하다면 난 아마 중도 탈락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나를 보면 다 칭찬인지 뭔지 모르겠으나 뜨개 같은 거 잘하게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20여년 전 가사 시간에 이미 인증 받은 똥손. 누군가가 입을 만한 조끼를 떠오는 게 숙제였는데 하다 하다 안 되어서 미래의 아이를 입힐 조끼라고 엄청 작게 떠간 기억이 난다. 기념으로 둘 것을.

 

그때그 시절엔 당연히 아이는 무슨, 하고 버려서 아쉽다. 

 

개학

뭔가요? 무슨 학문인가요?

오긴 오나요, 하며 지냈는데

 

방학이 끝나간다.

 

그간 가끔은 왜 이렇게 느슨하냐고 애들을 몰아붙이기도 했는데

책 보고 클레이하고 영화 보고 학원도 가고

하루하루 조용히 분주하게 지냈다.

 

우리들 다 게으르지 않았다.

 

그리고 또 방학인데 좀 게으르게 지내면 어떤가.

 

똑같이는 다시 오지 않을 방학이기에 

잘 쉬어갔으면 그걸로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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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02-27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사 시험도 보셨어요? 당신의아들은게으르지않다 저도 읽어보려고요.

뚜유 2019-02-27 13:33   좋아요 0 | URL
몇 년 전에 봤어요 ^ ^ 역사 좋아해서 동영상 보고 재미있게 공부했어요
<당신의 아들은...> 저도 다 읽어보고 싶은 책이에요

북극곰 2019-02-27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의 아들은 게으리지 않다. 저도 읽어보려구요.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어서요. 게임만이 내 세상~인 듯해요. 빈둥거리는 것보다 게임하는 거 보는 일이 세상에서 젤 힘들어요. ㅠ..ㅠ

뚜유 2019-02-28 06:02   좋아요 0 | URL
우와 제 페이퍼 중 댓글이 가장 많은 글이네요.
아들과 사는 엄마들이 한번쯤은 고민하는 문제인가봐요. ^^:

psyche 2019-02-28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내려오다가 당신의 아들은 게으르지 않다에 눈이 확! 안그래도 지금 아들에게 소리치려던 참이었는데요. 다른 분들도 관심이 있으신듯하니 위로가 좀 되네요.

뚜유 2019-02-28 06:05   좋아요 0 | URL
저도 매일 소리치지 말자고 다짐하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관심 있으신듯해 저도 위로받고 가요.
 

 

 

 

 

 

 

 

 

 

 

 

 

 

 

 

<내 어머니 이야기>를 읽고 적어도 엄마 이야기만은 잘 들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하루도 못 갔다. 통화를 하다가 또 울컥 하고 말았다. 엄마하고 동생이 연락하는 횟수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잦다.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는 전에 읽었는데 한동안 좀 착한 마음을 유지하게 해주었다.

 

<노년의 부모를 이해하는 16가지 방법>은 노년기에 이른 의학박사가 알아듣기 쉽게 썼다. 이 책에서 부모님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괴팍스러운 의도나 고집스런 성격 때문이 아니라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해준다.

 

시어머니가 며느리 말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노년의 귀에 여성의 높은 주파수의 목소리는 잘 안 들린다고.

 

어르신들이 알아 들을 수 있게 천천히 이야기해야 하고, 낮은 톤의 목소리가 노인들에게 익숙하다고 한다.

 

미리보기로 일부 보고 아직 다 읽지 못했고 희망도서로 신청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는 어린아이들의 연령별 특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부모님 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별로 하지 않았다. 그저 쳇, 난 늙으면 저렇게 안 될 테다, 하고 오만하게 속으로 다짐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중년이 되어 나도 딸에게 '거기', '여기', '그거' 대명사를 남발하기 시작하면서 나도 시작되었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

 

책 소개에서 발췌한 것 중 잘 들어맞고 흥미로운 것.

 

-본인에게 불리한 말은 못 들은 척한다.

-시끄럽다고 화를 내고 정작 본인들은 큰 소리로 말한다.

-약속해 놓고 나중에 엉뚱한 말을 한다.

-같은 말을 질리도록 반복한다.  

 

아, 이래서 노인정에서 자주 싸움이 나는구나. ㅋ

 

사실 아이들도 그렇다. 방학 동안 남매가 나를 붙잡고 늘 엉뚱한 소리를 해서 중재하느라 힘들었다. 그리고 나도 어느 정도는 그렇겠지. 잔소리 대신 차라리 큰소리 내자 ㅋ

 

*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노년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해 '틀딱충'이니 '할줌마'니 하는 혐오 단어들이 넘쳐난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나 자신도 연장자와 대화하는 건 참 어렵다.

 

앞서의 상황과 모순되는 이야기, 필터 한 번 거르지 않고 머릿속 생각을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데에는 도통 적응이 되지 않는다.

 

엄마와 여러 일이 있은 후 나름대로 정리한 건 이해와 사랑이 없이는

N가지 방법도 다 소용이 없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랑을 채울 시간이나 노력을 할 사이 없이 둘 다 너무 바쁘게만 살았다는 것.

 

 

게다가 지금은 물리적으로도 멀어져서 대화마다 어긋난다.

 

미사에 가서 '사랑 없이는 소용이 없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성가를 부를 때면 뜨끔할 뿐 

실제 엄마 이야기를 들어드릴 때면 답답하기만 하다.

 

늘 같은 패턴의 불평과 원망, 한탄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아무튼, 배드민턴.

 

어제는 전날 밤 학교 서류작업과 수업 준비로 신경이 쓰여 잠을 설치고 여러 가지로 힘들어 체육관에 안 나가려다 갔는데 운동을 하고 나니 몸은 피곤해도 기분은 나아졌다.

 

멀리서 어르신들 농담이 정겹고 재미있다. 한동안 안 보인 회원에게 어디 전지 훈련다녀왔냐고 하신다.

 

누가 좀 잘 치면 어디서 몰래 레슨 받고 왔냐고 하시고 어이 없는 실수를 하면 옆코트 우리아들 가리키며 왜 00이같이 치냐고. 귀엽게 보일 줄 아냐고. ㅋ

 

어제 온풍기 앞에서 아들이랑 치는데 역시나 몇 달이 지났으나 우리는 바보 배드민턴.

그냥 근본 없는 배드민턴.

 

경기는 안 하고 그냥 둘이 난타만 친다. 가끔 시간 남는 분이 쳐주시기도 해서 고맙다. 아들은 레슨을 받지만 난 아직은 뛰어들 준비가 안 되었다. 그냥 점점 멀어지는 아들과 이 정도 접점을 찾은데 만족한다.  

 

아들이랑 치고 있는데 착실한 어떤 청년이 00아, 치는데 방해되면 온풍기 꺼도 된다고. 사오정 아들이 못 알아들어 대신 답했다.

"저희 온풍기 바람 때문에 못 치는 게 아니라 원래 이래요" 하고 주접을.

 

연예인을 티브이에서 보고 친숙하게 여기듯이 몇 달 자주 보니 혼자 친한 마음에 돼도 않는 드립을 친 것이다. 말없이 아들이랑 주로 치는 조용한 아줌마가 그렇게 말하니 얼마나 어색했을지. 청년이 당황해서 우리 못 친다고 뭐라고 한 거 아니라면서 머쓱하게 돌아선다.

 

저도 농담이에요,  이 말을 못하고 그냥 보냈다.

 

애초에 담백하게 네, 불편하면 끌게요, 이러면 될 것을 ㅎ

 

서로 친해져서 자주 게임하고 대회 나가고 하시는 분도 있지만 

그저 우리는 우리만의 속도로 천천히 가야겠다.

 

아무튼, 배드민턴

우리끼리는 민턴이

그래도 올해는 언젠가는 게임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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