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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류의 책이 집에 널리고 널렸지만 개정판이고 이 판본을 아이들이 더 잘 보아서 또 주문했다.(실은 가림판이 궁금해서이기도 하다.)


아들 보라고 샀는데 초 5 딸이 더 잘 보고 좋아한다. 다 이해된다고 자신이 중학생 수준이라고 좋아한다. 그런데 막상 물어보면 좀 엉뚱하게 이야기한다. 그게 진짜 귀엽다
















문제집 류는 동네서점에서 사는 편인데 사실 사서 끝까지 한 게 없다. 아들의 경우.

딸은 그래도 일단 사면 같이 충실하게 푸는 편이다.


기적의 시리즈나 훈민정음 등등 버리면서 어찌나 아까운지.


자기 자식은 가르치는 거 아니라지만, 신기하게 이 시리즈는 잘 하고 있다. 학원 다녀와 20분 정도만 하면 되는데 일요일 빼고 벌써 6일째 하고 있다. 어제는 내가 너무 피곤해 일찍 자는 바람에 채점이랑 피드백을 못해 주었다. 피드백은 아들의 표현 ㅋ 잔소리의 또다른 표현.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아들 수학과외 선생님 구하려고 요 며칠 속 끓이다가 포기했다. 애들 어릴 때는 내가 진짜 이러고 있을지 상상도 못했다. 책 많이 읽어주고 미술놀이하고 나가서 놀고 그게 다였다. 아이 둘 다 학습지 하면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이 굴었는데 ㅎ 중등이 되니 자꾸 조바심만 든다


어제도 아이들 옷을 동네 엄마에게 물려주고 뭐 들을 학원 얘기라도 없나 이러고 있다.



유아기 초저학년까지 확고하게 학습지 하나 하지 않았는데, 고학년이 되니 아들이 연산이 너무 뒤처지고 공부하는 습관도 들어있지 않아 그제야 뒤늦게 반성했다. 학령기에는 그에 맞게 적절하게 학습시키는 것도 훈육인데 너무 방치했다는 생각에 손쉬운 선택을 했다.


학원행.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많지만 진정한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그냥 학원 간 시간만이라도 핸드폰 덜하라고 보내는 것일뿐. 서민의 사교육은 일종의 보육이라는 생각을 애들 초저학년기부터 했는데 중등 역시 마찬가지다. 그 시간만이라도 핸드폰 덜 쓰고 유해환경에 노출되지 말라고 보내는 것일뿐. 


완전히 내려놓지는 못한 자의 비겁한 변명인 건지 ㅎ

아무리 봐도 난 대안학교 보내고 홈스쿨링할 그릇은 아닌지라 내 자리에서 묵묵하게 아이들 갈 길을 지켜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교만을 버려야지.

그간 아이들 학습지며 시키지 않은 건 뭔가 난 아이들 교육에서마저 특별할 거라는 자만감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애들아빠랑 내가 그래도 학창시절에는 줄세우기식 그 체제에서 어느 정도 앞줄에 있어서 아이들도 자연히 따라오겠지 하고 그냥 두었다.  


하지만 초고학년을 지나 중등에 이른 아들을 보니 독서가 자연스럽게 학습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국영수 기초를 확인해보니 우리의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과한 기대도 아닌 평균, 중급 정도를 바란 것이었는데도. (물론 이 평균이라는 기준 역시 교만이고 함정이지만 말이다 )


좋은 종자?만 믿고 거름도 안 주고 가꾸지도 않는 어리석은 농부같이 굴었다. 


















이런 책들도 장바구니에 담아두고는 있다. 

사실 교육학 수업 한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다면 다 아는 얘기다. 블룸의 완전학습이론.

역시나 실천이 어렵다.


베스트셀러라고 무시하지 말고 들을 얘기는 새겨듣고 실천해보련다.


















나가는 학교 시험 범위가 한글 창제, 올바른 표기 이런 부분이다. 가끔은 교과서 범위를 벗어나는 질문을 하는 아이들이 있어 보게 된다. 오른편 책은 집에 없다. 언젠가 꼭 주문해야지.


김차균 충남대 명예교수가 직접 감수한 15세기 3성조 발음에 따른 세종어제훈민정음 발음을 아이들 들려주면 병맛 코드로 보고 좋아한다. ㅋ


오늘은 1935년 조선어독본 발음을 들려주고, 표준발음법에 대해 학습할 예정이다. 음운변동을 3학년에 배우는데 무작정 2학년에 표기부터 배우다 보니 너무 재미없게만 여긴다.


노래가사에서 틀린 발음찾기 등등 별별 흥미로운 시도를 해봐도 결국 이해할 거 이해하고 외울 건 외워야 하는 부분이다.















이 책도 사서 보고 싶당. 


아니 책을 보지 말고 그냥 쉬라고 ㅋ


이번 달은 문제집 기타 등등 책 구매가 너무 많아서 ㅜ.ㅠ 민망해서 동네 서점도 세 군데로 나누어 다니는 형편인지라 조금 쉬고 빌려보든지 해야겠다.


*

출근을 보통 7시 반에서 8시 사이에 하는데 아침 운동을 4일째 이어 하고 있다. 운동이 아니라 산보 수준이지만, 앞으로 다가올 이 시간이 기다려진다. 


우효나 계피님 노래를 안 어울리게 볼륨 빵빵해서 산책길에 시끄럽게 틀고 다닌다. 트로트 크게 틀고 큰 보폭으로 다니는 아줌마 아저씨들 진짜 싫어했는데 내가 요새 그러고 다닌다. 


별별 이어폰 다 써봐도 귀가 아파 못 듣겠다. 

볼륨 줄이고 귀에 핸드폰 대고 그렇게 듣고 다닌다.


사람 진짜 없는 구간에서 조승우, 황광호 버전의 지금 이 순간을 크게 틀고 따라부르기도 하고

콜드플레이도 내한 공연온 마냥 듣는다. 쓰고 보니 진짜 더 민망한 그림이네. 조금 돌다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하면 편의점에서 마 음료를 사서 마시고 애들 아침 주고 자가진단하고 나면 학교갈 시간이다.


시간은 다가오는데 마무리를 어찌하지 ㅎㅎ


*

딸아이는 어느 정도 알아서 학습하는 편인데도 자신을 채찍질할 때가 많다.


엄마 난 왜 늘 작심삼일이지 하길래,

그럼 3일마다 새로 그 마음을 먹어가며 그냥 해, 라고 답해주었다.


실은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공기가 날로 차가워지지 슬슬 꾀가 난다.


그래도 이 창 닫고 이제 나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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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큼 책을 안, 못 읽은 해는 살면서 드물었던 것 같다. 


넷플릭스 때문인지 줄곧 영상에 빠져 살았다. 아니, 넷플은 죄가 없지 그냥 아무 생각하고 싶지 않아 영상의 늪에만 빠져 들었다.


처음에 장르물로 유명한 <비밀의 숲>으로 시작. 

3일 밤 정도를 투자해 순식간에 다 보았다. 원래부터 조승우, 배두나 팬이었고, 큰 기대 없이 보기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도서관에 가서 대본집도 빌려보았다. 조승우의 대본집과 미묘하게 다른 대사 톤에 반해서 다 보고 나서는 유튜브에 빠져 살았다. 


이렇듯 뒷북은 뒤늦게 한번 울리면 정말 무섭다. 다루는 악기 하나 없다고 생각했는데 뒷북은 그냥 실용음악과 수준으로 치는구나.


사실 상황이나 대사들은 절묘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한참 개연성이 떨어졌다. 정의를 증명하기 위해 더 큰 부정을 저지른 게 되어서.


다만, 배우들의 엄청난 호연이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었다. 특히 조승우가 맡은 황시목이라는 캐릭터는 전무후무한 정말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이성적이고 냉철하고 일처리를 잘하지만 뇌수술로 감정을 잃어 다른사람의 희노애락에 공감할 수 없다. 이런 황시목이 주변 인물들과 부딪히는 상황들이 매번 큰 웃음을 주었다. 


조승우가 주변 인물들에게 팩폭하는 장면만 편집한 '지옥에서 온 주둥아리' 영상을 보고 자주 웃었다.


웃을 일이 별로 없었고 특히 뭔가 혼자 웃어야 하는 상황에 큰 힘이 되어준 고마운 드라마.


그래서 비밀의 숲 2는 본방 사수 


1편에도 그랬지만 작가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 초반에는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막판에는 조금 이야기에 힘이 실렸고,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었다. 이번 시즌에서는 조직이라는 괴물과 그 안에서 개인의 선택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묻고 있다. 


큰 조직에 속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힘든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마저 동경하게 된다고나 할까. ㅋ


정경유착을 본격적으로 다루지는 못했고 이번 시즌에 팬이 된 서동재 검사가 제대로 활약을 못해서 시즌 3도 기다려 보련다. 이준혁 배우는 아주 서동재로 개명을 해도 될 정도로 얄밉게 연기를 잘했다.


















이 책은 읽지 않았지만, 관심은 있다. 

비숲 중반에 전개가 답답할 때 본 드라마 <365> 원작이라고 한다. <365>는 이준혁 배우가 주연이라고 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김지수 배우 연기도 좋았고 주변 여러 인물들의 삶도 돌아볼 만했다.


시간을 과거로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보여주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자신의 사고를 막거나 미래에서 취한 정보를 가지고 부자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꼬여만 가고 결국 닥치지 않은 미래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것만이 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름 반전의 반전이 있는 시간 보내기 좋은 작품이었다. 책은 어떨지 궁금하다.
















드라마 <365>만 봤으면 좋았겠지만, 이준혁 배우가 나온 <60일, 지정생존자>까지 밤잠을 쪼개가며 봤다. 


원작은 미국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의 상황으로 옮겨서 만든 작품인데 우리나라 상황에 어느 정도는 부합했다. 인물들을 보며 현실 정치의 누군가를 떠올리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그 어느 인물도 현실 정치인과는 아주 같지 않고 어느 정도 이상향을 그렸다.


이준혁 배우 보려고 보기 시작했지만 대통령 유고 시 권한 대행으로 나온 지진희 배우는 역시 멋졌고, 청와대 주변 인물들도 흥미롭게 잘 봤다. 


의외로 수트핏에 환장하는 엄청나게 스투핏 상태였던 내가 그저 시간 보내기 좋은 작품이었다고나 할까.



















<연년세세>


몹시 기다렸던 정은 님의 신작.

아껴가며 다 읽고 나니 아쉽기도 하다. 그건 이미 읽어본 편이 있어서 그렇다는 뜻이다.

<파묘>를 보고 탄식. 아 읽은 거잖아. 


더더 많은 신작을 원했어요. ㅜ.ㅠ


작가님은 전부터 가부장제가 가족과 한 개인에게 작동하는 방식을 그리고 싶다고 하셨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본주의와 결합한 가부장제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한 개인의 삶을 논하려면 역사적 상황과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 전체를 조망하는 시각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다만 장편이 아니기에 어느 장면 장면에만 주목해야 하는 정도에 그쳐 아쉽기도 하다.


그냥 잘 살기, 정도도 힘든 세대와 그 후손들의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 수만은 없다고 끝없이 읊조리며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 가족들을 보았다.


외할머니, 엄마, 이모들 그리고 나, 여동생의 삶이 겹쳐진다. 


 

<복자에게>는 단숨에 읽기는 했는데 법정물을 엄청 보고 난 다음이어서 그런지 많이 아쉽다.

주인공이 법조인인데 그 장점을 살릴 여지도 없이 조금은 사건 해결이 밋밋하다고 여긴 건 역시 내가 영상을 너무 봐서일까.


잘 알아볼 수 없어 몇 번이나 찾아본 제주 방언들과 고고리 섬에 대한 묘사들은 작가의 노력을 짐작케 했다.


하지만 내가 아는 금희 작가님은 법조인이나 의사보다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인물들의 내면을 더 밀도 있게 그릴 수 있는 듯하다. 강연 자리에서 판사님들을 만나고 책을 읽고 자료 조사도 많이 하셨겠지만 읽는 내내 낯설었다. 금희 작가님 맞아요? 엉엉


역시나 기대 속에 펼쳐든 김연수 작가님 신작은 아직 다 읽지 못했다.

북한이 배경이니 뜬금없이 <헬로우, 평양>이 보고 싶어져서 보다가.




















백석 시인의 안타까운 삶을 제대로 살핀 적이 없어 소설을 다 보고 평전도 챙겨보려고 한다. 


소설에 자주 나오는이태준 생각이 나서 문장강화나 유명한 단편들말고 다른 작품도 보고 싶어졌다.


넷플과 비티비를 끊어야 가능한 일이다. 


*


역시나 긴 연휴를 마치고 일을 가야 해서 그런지 새벽에 악몽을 꾸다가 일어나 글을 쓰기 시작했다.


꿈에서 엄마는 뜬금없이 진주의 어느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하고 낯선 사람들이 나에게 천문학적인 금액의 병원비를 청구했다. 


그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엄마가 몇 군데 전원을 거듭하는 동안 동생이랑 내가 찾아오지 않아 무연고 처리로 홀로 병원을 옮겨다녔다며 주변에서 나를 질책하는 것이었다.


사실과는 다르지만 상황은 마찬가지라 눈물을 흘리며 꿈에서 깼다. 


몇 달간 여러 병원을 전원을 거듭하다 지금은 경기도의 한 요양병원에 계시고 코로나와 이런저런 사정으로 거의 네 달을 못 보고 있다. 


비가 지겹게 오던 여름엔 엄마 짐을 정리하여 다른 사람을 들이고 보니

이 가을에 방문할 본가는 없어진 셈이다. 


그 죄책감으로 꿈에 자주 시달리곤 했다. 


그리고 깨고 나서는 영상의 늪으로 그런 패턴이었으니

생활이 어떨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훗.

 

이미 결정나버린 것이 많은 올가을

이제 좀 정신 차리고 영상도 책도 덜 보고 생활로 돌아가야겠다.


청소, 정리, 바른 섭식, 바른 관계에 힘쓸 것.

청소 차원에서 이렇게 서재 먼지도 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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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싶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괜찮은 척하고 있지만 아직은 투병 및 간병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병원비를 감당해야 하고 반찬값도 벌어야 해서 넋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 수업 노동을 하는 중이기도 하다. 글을 쓸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뜻. 그리고 이어질 글이 엄청 후질 수 있다는 변명이기도 하다.

 

독립서점 때문에 인스타를 하던 중 최초딩 님을 팔로우 하게 되었다. 초딩님의 절절한 간병기에 내 모습이 겹쳐졌다. 그리고 이 글을 쓰지 마시고 조금이라도 더 주무시면 좋겠다, 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는 잘 안다. 쪽잠보다는 때로는 그런 토로가 살아가는 힘이 될 수도 있지.

 

힘들던 어느 날 나 역시 전원기라는 긴 글을 썼다. 누군가에게 보일 기회가 있어서 보여드리고 혹독한 평?(이런 류의 글은 너무나 흔하다)을 받기도 했지만, 적막한 서재에 먼지를 떠는 기분으로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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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기 1

 

 

어릴 때 즐겨보던 전원 일기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전원이라는 낱말을 들으면 누군가는 한가로운 자연을 떠올릴 것이다. 나 역시 예전에는 그러했다. 그러나 엄마가 자주 그리고 오래 편찮으시게 된 이후로는 전원(병원을 옮김)’은 나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낱말이 되었다.

    

 

2월 말 평안한 주말 저녁 엄마가 계시는 요양병원에서 다급하게 보호자를 찾았다. 스마트폰 스피커폰 너머로 익숙한 담당 간호사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있으며 모든 생체 징후 수치들이 좋지 않다면서 대형 병원으로 응급실로 급히 옮겨야 한다고 하셨다. 코로나 19가 점차 팬데믹화되며 맹렬히 세를 확장하던 때로 요양병원에서도 면회를 금지하여 근 한 달을 엄마를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일단 부평구에 사는 여동생이 엄마를 구로구의 요양병원에서 부천성모병원 응급실로 급히 옮겼다. 경기도 광주도 아닌 광주광역시에 사는 우리 가족은 급히 야밤에 고속도로를 탔다. 임종을 못 지킬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눈물만 그저 흘렀다.

 

병원에 도착하자 보호자 1인 외에 다른 가족은 들어갈 수 없다고 해서 여동생과 우리아이들, 남편을 돌려보내고 나홀로 응급실에 남았다. 응급실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환자들이 코로나 19 검사를 받아야 해서 기도삽관을 한 채 고통스러워 하는 엄마와 응급실에 남았다.

 

급하게 따뜻한 남쪽에서 추운 윗지방으로 온 것이라 그런지 2월 말 응급실은 춥고 적막했다. 응급의학과 교수님이 계속 엄마만 주시하셨고 전광판에 위중한 환자임을 알리는 표식이 되어 있었다.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 잘 지내는 편이시라는 이야기만 들어서 마르고 욕창이 생긴데다 이렇게 급성 폐색전증으로 기도삽관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계속 눈물이 흐르고 심장이 조이는 듯 아파왔다. 간만에 본 엄마는 몹시 마르고 온 피부가 버짐같은 것으로 덮여 있었다. 기도삽관의 고통이 엄청나 계속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온몸을 뒤틀고 계셨다. 그간 여러 힘든 모습을 보아왔지만 단연코 이번이 제일 고통스러워보였다.

 

다음날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코로나 음성이라는 결과가 나와 엄마는 중환자실로 가시게 되었다. 사실 2년 전에도 중환자실에 며칠 계셨던 터라 이번에도 꼭 회복하실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아니 이제는 솔직히 말할 수 있다.

나는 어느 정도는 어머니를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했다.

 

내가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누구와 통화를 했는지도 부끄럽지만 밝혀본다. 

 

그 기간에 나는 최근에 상을 치른 친구들에게 전화해 장례식장은 어떻게 알아보고 부고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집요하게 캐물었다.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던 무심한 친구였던 내게 어릴 적 친구였던 남사친들은 친절하고 상세하게 자신들의 부모님의 투병기와 장례절차를 담담하게 들려주었다. 성당 친구들이지만 장례는 일반 식장에서 했고, 장례식장 메뉴 중에 뺄 것이 많다는 팁을 주었다. 특히 전이나 떡이 많이 남아 버리니 많이 하지 말라고 했다. 수량 체크 잘하라는 것은 기본. 장례 절차를 적어둔 블로그를 열어 노잣돈 많이 넣어봐야 중간에 슬쩍 사라지니 부모님 노잣돈이나 금붙이를 함께 묻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는 글까지 읽고 있었다.

 

장례 절차만 읽다가 이러다 진짜 이상해질 듯해서 폐색전증 치료와 예후에 대해 읽어보았다. 김대중 대통령도 생의 말기에 걸린 적이 있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누워만 계시다 혈전이 생겨 여기저기 혈관을 막기도 하는 병이라고 한다. 엄마의 경우 혈전이 폐로 가는 곳을 막아 폐색전증이 된 것이다. 치료가 아주 어렵지는 않지만 재발이 잦다고 하니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늠이 되지 않아 막막했다. 정겹게 손을 잡고 이런저런 검사실 복도를 다니는 어르신들과 홀로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엄마가 대비되어 그저 눈물만 흘렀다. 코로나 시국인지라 항상 마스크를 쓰게 되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 와중에도 생각은 돌고돌아 이 시국에 진짜 가시면 엄마가 너무 쓸쓸하실 것 같다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동안 엄마에게 살갑게 대하지 못한 것에 대해 관용구로 뼈에 사무칠 정도로 회한이 들었다. 진짜로 종아리 뒷편이 당기고 머리가 울렸다. 접수처며 검사실이며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잠을 못자고 울었으니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이러다가 진짜 돌아가시면 책에 나오는 대로 하늘이 무너질듯하겠지. 하지만 곧 이어 천만 원이 넘는다는 장례비와 코로나도 오지 못할 조문객들 생각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중환자실 앞에서 대기하니 주치의 선생님이 나오셔서 엄마 상태를 설명해주셨다. 그리고 2년 전과 달리 코로나로 가족도 중환자실 면회 시간에 면회할 수 없다며 돌아가서 기다리라고 하셨다.

 

하릴없이 동생 집에 가니 아이들은 아무 생각없이 휴대폰을 보거나 아주 어린 이종사촌과 놀아주고 있었다. 꼬박 하룻밤을 응급실에서 지새운 탓인지 일찍 잠이 들어 새벽에 잠이 깨어 6시에 무작정 부천성모병원으로 향했다. 면회도 되지 않는 중환자실 앞에서 8시경이 되니 교수님과 회진을 도는 무리들이 보였다.

 

뒤이어 한 떼의 대가족이 손수건을 손에 들고 넋이 나간 듯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어제 간신히 막아두었던 눈물샘이 다시 터지면서 그 가족들 곁에서 먼 친척이라도 되는 양 함께 울게 되었다. 몇 분 후 중환자실 문이 열리고, 진짜 임종하실 것 같다고 들어오라고 하셨다, 그때 중환자실 너머에 계시던 우리 엄마 담당 간호사님이 예외적으로 나도 잠시 엄마를 보고 가도 된다고 하셨다. 명부를 작성하고 손을 소독하고 엄마 병상으로 향했다. 기도에서 관을 제거한 상태로 산소마스크를 쓰고 계셨고 이틀 전과는 달리 표정에도 한결 생기가 돌았다.

 

좀 어떠시냐는 나의 첫 질문에 우리 엄마의 첫 대답은 상상을 초월했다.

여기 성모 의사들이 핸섬하고 젠틀하잖아. 좋아.”

그 순간 안도하면서도 아득해졌다. 진짜 사고뭉치 우리 엄마로 돌아온 거 맞네.

 

밖에서 마음 졸일 가족들이 걱정되어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대는 진상짓을 나도 모르게 했지만 찍은 2초간의 영상을 삭제하지 않아도 되니(의료진은 엄마가 찍힌 자체를 모르고 계셨다. 급하게 제지하셨고 나도 사과를 했다) 안도감이 들었다. 걱정하시는 이모님들과 여동생에게 전송하고 버스를 탔다.

 

환승하는 지점에 마침 버거킹이 있어 아이들에게 줄 햄버거와 음료를 사서 버스에 올랐다. 내릴 때 여러 짐을 허둥지둥 챙기다가 그만 콜라를 쏟아버렸다. 아저씨의 지청구를 뒤로 하고 내리면서 얼른 아이들 먹여서 진짜 우리집으로 다시 갈 궁리만 했다. ‘이제 얼른 버거를 먹이고 콜택시를 부르고 고속버스 뒷좌석을 앱으로 예매하면 10프로 싸니 얼른 해야 되겠지. 아차차. 마스크도 더 사야 하는데 신애한테 얻어야지

 

버거를 나누어주고 다 먹을 시간이 없어 밖으로 무작정 나왔다. 코로나 19로 고속도 하루에 두 번 다니고 콜택시 전화도 연결이 안 되어 간신히 차를 잡아타고 아슬아슬하게 세 식구가 고속버스에 올랐다. 두 번 다시 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이상하게 엄마가 편찮으셔서 친정동네에 오면 두 번 다시 집에 못갈 것 같은 공포가 엄습한다) 버스를 잡아타고 나니 맥이 풀렸다.

 

나의 며칠간의 행적을 더듬으니 한없이 창피해서 누군가에게 언젠가 이야기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는 집에 와서 동생에게 마구 떠들어댔다. 내 수준이 이렇군, 하는 생각에 허탈해서 웃었다.

 

그렇지만 헛헛한 웃음도 오래가지 않았고 미간에 다시 주름을 만들게 되었다.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와 일반 병실로 가실지 또 그곳에서는 어느 병원으로 옮길 수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단 한 가지 이상한 확신이 나를 감쌌다. 우리 엄마 아직은 그래도 가시지 않을 거야. 안도되면서 두려운 이 감정 누가 또 아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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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고단한 일정을 마치고 어제는 간만에 단잠을 잤다.

 

<내가 내일 죽는다면>은 오래 전에 감명 깊게 읽은 책인데, 어제야 비로소 실천을 했다.

 

엄마 병원에 계신 동안에 집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보관 이사를 신청하면서 무시무시한 잡동사니 더미와 마주했다. 

 

남편의 이동 때문에 이사를 여섯 번이나 다녔지만 어제 이사가 제일 힘들었다.

 

이 나이 먹어서 똥멍청이 짓을 한 탓인데 급하게 업체를 알아보고 사무실 말만 믿고 신청했더니 반포장 이사였다.

 

싸게 견적받았다고 좋아한 바보.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무엇이든 가격만큼 하는 것이다. 싸고 편한 것이란 없다. 

 

주방이모님도 오지 않고 아저씨 두 분뿐이어서 내가 거의 이사업체 이모님처럼 일했다. 그 좁은 집에 두 대나 있는 엄마의 냉장고는 엄청났다. 깊이가 엄청난 옛날 냉장고와 작년에 새로 들인 김치냉장고에 있는 엄청난 양의 김치와 종류별로 썩은 과일들, 각종 양념, 여러 가지 담금 액체류를 버리는데 너무나 힘이들었고 음식물 쓰레기 봉투도 엄청 들었다.

 

그러고 나서 씽크대 상하부에 묵은 옛날 그릇을 전부 버렸다. 저장 강박이 있는 엄마는 밀가루도 몇 포대, 엄청난 장류, 다시마, 미역, 말린나물 등 끝도 없이 뭔가를 모아두셨다. 화를 낼 기력도 없이 기계적으로 일했다.

 

그리고 내가 결혼하기 전에 쓰던 작은 방에 있던 책장 하나분의 책들을 거의 전부 버렸다. 알라딘 중고로 팔 것을 분류할 기력도 없어 그냥 다 버렸고, 오래된 테이프(이런 게 아직 있다니!)나 씨디들도 거의 다 버렸다.

 

엄마의 이불과 옷도 엄청났지만 그건 건드리지 않았다.

 

하나 살 때 품질 좋고 비싼 제대로 된 걸 사기보다는 그때그때 싸고 편한 것을 구매하는 엄마가 안타깝지만 불안정한 소득 때문에 생긴 오랜 버릇이라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일이다. 숱하게 싸우고 좋은 걸로 사드리기도 하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내가 선택해서 그때그때 사들이는 기쁨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니.

 

그래도 다이소(진짜 싫은 다있소!)에서 기분대로 산 여러 플라스틱 류에는 진짜 한숨이 나오고 여기서 생활비가 줄줄 샜다는 생각에 화가 났지만 편찮으신 분이니 어떻게 해볼 노릇이 없는 일이다. 병원에 입원한 동안 늘 해온 일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아저씨들도 나중에는 내 사정을 딱하게 여기며 반포장인데도 쓰레기도 다 내려주시고 많이 도와주시고 가셨다. 내려가서 경비 아저씨한테 엄청 버렸다고 한소리 듣고 대형폐기물 처리하고 동생이 와서 마저 정리했다.

 

다음은 인테리어 업체와 미팅이 있었다. 블로그에서 본 업체는 디자인이 좋았지만 예산을 엄청 초과해서 그냥 집앞 상가에 맡기기로 했다. 오랫동안 소형 평수 전문으로 하셨고 연세가 있어 감각적이진 않지만 소박하고 실용적으로 잘 바꿔주시리라 믿고 계약했다. 이러면 될 것을.

 

블로그 여러 개 보고 찾아가고 고생한 게 아깝다. 특히 집닥이나 숨고 같은 앱에서 견적 받아 엄청난 전화 공세에 시달린 게 바보 짓이었다. 힘든 때에는 뭐든지 편하고 단순하게.

 

이제 병원에서 퇴원하시면 고친 집에 살게 되실지 고친 집을 세를 주고 광주로 내려와 사시게 될지 아니면 다른 기관을 알아봐야 할지 모르는 일이다.

 

이 책들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한 여자>

 

어머니가 4월 7일 월요일에 돌아가셨다, 로 시작되는 이야기.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면서도 딸은 남부럽지 않은 교육을 받게 하고 그 딸이 꿈을 펼치도록 살림을 맡아 해주기도 했지만 결국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서 죽음을 맞은 어머니를 회상하는 책이다.

 

나는 내 딸이 행복해지라고 뭐든지 했어.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걔가 더 행복한 것은 아니었지.

102쪽 

 

정말 그랬다.

어딘가 영화 <보이후드>를 떠올리게 하는 구절이다.

 

 

<나의 엄마 시즈코 상>

사노 요코의 어머님도 모진 삶을 살아내셨다. 이 책에도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낸 후의 죄책감, 회한 등이 그려진다.

 

왜 엄마와 딸들은 서로 애써 노력하는데도 종국에는 이런 관계에 놓이게 되는 것일까?

 

혈육이란 몰라도 되는 것까지 알게 하는 집단이다.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샅샅이 알기에 잔인해질 수 있고, 가장 가까운 집단이다 보니 알 게 모르게 실망과 상처를 주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228쪽

 

옮긴이의 말에 나오는 구절도 공감이 간다. 진짜 엄마랑 있다보면 내 바닥을 보일 때가 많다.

 

 

*

<나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는 오며 가며 읽으려고 했는데 머릿속이 복잡해 많이 읽지는 못했다. 생각보다 분량이 많이 적어 아쉽다.

 

 

 

 

 

 

 

 

 

 

 

 

 

 

 

 

 

 

집 비우는 동안 애들 보라고 주문했는데 ㅜ.ㅠ

책은 안 보고 안 봐도 그냥 유튜브다.

 

딸은 <수화 배우는 만화>에 나오는 오빠라는 표현의 손동작이 법규랑 비슷하다며 좋아했다.

 

꼭 오빠를 수화로 부르겠다고.

 

*

 

오며 가며 휴게소에 들러도 점포들도 편의점말고는 거의 문을 닫았고, 이용객도 거의 없었다.

이 시국에 이동할 일들이 자꾸 생기니 큰일이다.

 

개학이 언제 될지도 알 수 없고

어서 진정되면 좋으련만.

 

이렇게 자가 격리, 강제 휴식하는 동안 열심히 집에서 비울 것 비우고 나눔하며 보내봐야겠다.

 

 

*

 

미사를 못 드리니 이렇게라도  

 

 

하느님 아버지,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부터

저희를 보호해주시길 청하며 당신께 나아갑니다.

 

이 질병의 성격과 원인을 연구하며

더 이상 전염되지 않도록 분투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당신의 도우심을 청합니다.

 

의료진들이 환자들을 잘 돌볼 수 있도록

능력과 연민을 더해주시고,

정부와 담당자들이 치료 방법과

이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찾도록,

이들의 마음과 손길에 함께해 주십시오.

 

또한 이 질병으로부터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의 쾌유를 위해 기도드리며,

모든 이의 선익을 위해 일하고

특별히 곤경 중에 있는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은총을 저희에게 내려주시길 간구합니다.

 

성부와 성령과 함께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 모든 그리스도인의 도움이신 마리아,

◎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 대천사 라파엘,

◎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Oratio Imperata" (2020년 1월 29일, 필리핀 주교회의) PRAYER FOR PROTECTION against the spread of N-CORONAVIRUS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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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어딘가를 오고 갈 때 꼭 이 잡지들을 사서 읽고 다니셨다.

 

사회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명사들과 평범한 소시민의 글이 교차 편집되는 구성을 하고 있다. 

 

두 잡지의 성격이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한결같이 '감사'나 '봉사' 같은, 개인이나 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나에게는 그리 와닿지 않는 가치와 논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지하철 역사 게시판에 짧게 올라오는 글들 혹은 교회나 성당의 주보에서 볼 수 있는 글들이 많지만 소박한 삶 속에 성찰이 보이는 글도 있고 진짜로 힘겨운 어느 날에는 아, 그 잡지에서 본대로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잠시 먹은 적도 있다.

 

푸쉬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같은 옛날 연습장에 조잡한 글씨체로 적힌 그 구절같이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날도 있다.

 

이렇게 단정한 잡지들을 들고 다녔던 엄마의 실제 생각과 말투는 이 잡지들의 논조와는 달랐다.

 

마음에 안 드는 딸들의 행실에 분개하여 말다툼 끝에는 내가 다시는 여기 오나봐라, 내가 죽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ㄴ 등등 저주의 말들로 이별을 맞곤 했다.

 

아주 요즘말로 영혼이 탈탈 털려 기진해서 동생에게 하소연을 하다보면 우리 엄마는 안 어울리게 왜 저런 잡지들을 들고 다니는 걸까, 월간 <나쁜 생각>이나 <하수처리장> 이런 잡지 발행인 되어서 찰지게 사회와 딸들에 대한 불만을 욕쟁이 할머니 욕으로 랩하듯이 토로하면 될 텐데라고 실없는 농담을 주고 받기도 했다.

 

엄마가 다시 병원에 입원하셨고 코로나 19 사태로 언제 면회가 가능할지 알 수 없다. 간단한 간식과 두 잡지의 3월호를 큰글씨 판으로 사서 부쳐 드리고 싶다. 그리고 나도 잡지들을 새로 사서 정독해야겠다.

 

진짜 3월에는 감사하고 온유하게 살기로 다짐하며.

 

어제도 역시나 집 근처 학교에 면접을 가게 되었다. 인력시장 끝물이라서 시간강사뿐.

 

이 학교는 이 지역 전통을 자랑하는 지역 사학재단 중 하나로 특성화학교인데 대기 장소가 교내 카페이고 모르는 분이 커피도 내려주셔서 대기시간 중에 잘 마셨다.

 

면접장에 들어가니 진지하게 진짜로 이 자리 시간강사 자리인 줄 아느냐고 물으신다.

그리고 이 학교에 왜 지원하냐고 물으셨는데 엄마도 여상을 나오셨고 나 역시 그 옛날에 서울여상을 갈 뻔한 적이 있다는 답을 했다. 장황하고도 뜬금없는 TMI.

 

그냥 이 지역 취업 명문이자 진학 명문인 이곳의 교육환경을 경험해보고 싶었다고 짧게 말할 것을.

 

버스를 기다리다가 그냥 날이 좋아 걸었다. 코로나 19 영향인지 거리와 가게에 사람들이 진짜 드물었다.

 

집에 새로 필요한 가구가 있어 가구점에 들렀다가 가격에 크게 실망했다. 

 

당근마켓이나 뒤져보아야겠다.

 

그제인가는 딸아이 의자 바꾸고 남은 의자를 올렸다가 바로 팔아서 이 지역 말로 진짜 오졌다리.

이것저것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주소 묻고 에누리 같은 것도 없이 바로 사간 아저씨 리스펙.

 

나름대로 의자를 깨끗하게 썼고 다시 매직스펀지로 닦고 해서 팔았지만

의자구매자 아저씨가 부인에게 이 지역 최고가로 사왔냐고 한소리 듣지는 않을지 걱정되었다.  나도 참 별 잔걱정이 많아 탈이다.     

 

 

 

 

 

 

 

 

 

 

 

 

 

 

 

 

 

코로나 19로 도서관도 오랫동안 휴관이라 있는 책들이나 다시 잘 읽어야겠다.

 

병원을 다니며 수면 패턴을 다시 잡는 중인데 여전히 많이 걷고 너무 일찍 잠들다 보니 새벽에 자꾸 깨게 된다. 스마트폰을 바닥에 진동으로 두고 새벽마다 일어나는 윗집 덕분에 강제 기상하게 되는 날도 많았다.

 

쉬는날이면 사람들 초대해 여러 집에서 모인 게 분명한 아이들은 마구 뛰고 부모들은 한켵에서 부어라 마셔라가 연상되는 윗집이 어제 이사를 나가서 수면의 질이 조금은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그리고 진부하지만 책에 나오는 대로 감사할 일들 찾기.

 

저녁에 어인 일인지 분리수거하러 나가고 싶어 나갔다가

중학교 가는 아들 자습서들 득템.

 

아이가 갈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는지 다행히도 출판사들이 꼭 맞아 좋았다. 역시 자유학기를 시행하는 1학년에는 자습서를 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 불끈.

 

아들은 사실 문제집을 끝까지 푼 적이 거의 없고 딸에게 고이 물려주는 편이다.    

 

 

 

 

 

우리집도 <수학의 정석> 이렇게 쓸 판이다.

 

 

 

 

 

 

 

 

 

 

 

 

 

 

 

 

 

 

 

그래도 딸아이가 있으니 이 작품집은 구매해야겠다. 굽시니스트 팬인 아들이 몇 주 전에 이 책들을 사달라고 해서 사서  보여주는 중이다. 특유의 아재개그와 드립에 반해서 구석에서 깔깔거리며 보는 아들이 진짜 신기하다. 역사만 이렇게 좋아할 수 있는지.

 

날이 밝으면 올 시즌 마지막 면접을 보고 와서 엄마 병원에 계신 동안에 진행할 집 인테리어 일정을 짜야 한다.

 

보관이사 업체와 인테리어 업체를 선정하느라 전화 주고 받고 하다보니 한달치 말을 다한듯하다.

 

딸이 필통을 가지고 싶어 문제집들을 사달라고 했는데 아들이 물려준 문제집이 한 가득이라 금액을 채울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편집은 깔끔하지만 기본 내용이 아쉽다.

 

 

 

 

 

 

 

 

 

 

 

 

 

 

 

그냥 이런 구성으로 사야겠다.  

 

머릿속에 이런저런 일들로 가득 차 있는 이 시기이지만

어디까지나 좋은 생각 또 좋은 생각.

 

아니지 그보다는 생각을 비워내고 멍 때리며 자주 쉬고 또 쉬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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