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에 정말 많은 일이 한꺼번에 닥치면서 읽고 쓰는 일이 안 되었다.

진짜 그런 상황인데 꾸역꾸역 일을 나가서 수업 노동을 하고 부천을 오가며 엄마 병원에도 갔다가 관공서나 여러 일을 처리하며 지쳤다.

 

발병이 처음도 아닌데 매번 수습할 때면 황망하기만 했다.

분명히 비슷한 패턴이기는 한데 약간 다르고

같은 고통이라고 생각했는데 더 극심했다.

 

작년의 경험은 정말 강렬했다.

 

 

그래도 작년의 큰 소득이라면 나의 상태를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엄마만 오래 환자라고 생각했지,

내가 환자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런데 작년에 나도 같은 병을 비슷하게

하지만 다소 약하게 앓으면서 환자의 심리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나으려고 약도 먹고 상담도 받으려고 한다.

 

다행히 나에게는 병식이 있다.

 

환우 카페에 가서 병원 정보를 다시 묻고 고통을 토로하는 일을 하면서 한없이 심난했지만

그래도 병을 알고 내가 다소 덜 아프다는 것이 지나고 나니 참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픈 중에도 책을 읽기는 했지만, 지금도 아프지만

<심신단련>을 읽고 다시 그래도 나도 더 단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심신단련>을 읽고, 건강한 생명력을 느꼈다.

온건한 마음, 바른 상식에 위안 받았다.

 

가족 각자의 삶에 충실하면서 연결되어 있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나의 원가정, 엄마와 나의 관계를 생각해보니 한없이 씁쓸하기도 했지만

이제 내 가정에서 새로이 시작하면 되는 것이니

많이 배워가야겠다.

 

늘 병원에 가면 엄마의 삶이나 심리를 설명하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아프고 나니 나도 내 삶을 정리하기 힘든데 왜 이러고 있나, 싶었다.

 

환자가 환자를 돌본다며 서로 할퀴고 있었다.

 

뒤늦게 동네 병원을 찾아 하나하나 풀어가고 있다.

처방받은 약이 아직 잘 맞지 않고 의사 선생님에게 온전히 마음을 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엔 정기적으로 다녀보려고 한다. 

 

의사 선생님은 지난한 내 삶의 조각(메모에 적힌 엄마의 투병기)을 보시고는

가족의 무게로 힘드셨군요.

힘든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오셨는데, 힘든 것이 당연한 상태는 아니라고 하셨다.

 

추운 방(가정환경, 경제적 문제)에 있으면

감기가 들기 마련이고 감기가 들면 치료해야 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묘하게 설득되어 다음 약속을 잡았는데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역시 방이 따뜻해지믄 많이 해결될 일이다.

 

그러니

부지런히 이력서를 쓰고 다니고

엄마 병원을 알아보고

처리해야 할 여러 일들을 해결해야 한다.

 

 

 

 

 

 

 

 

 

 

 

 

 

 

 

이렇게만 쓰다 보니 엄청 고생만 한듯한데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 이전에

아들 초등 졸업 기념으로 대만에도 갔었다.

 

자유여행 한다고 책 사고 카페 가입하고 난리치다

정신 없는 와중이라

결국은 패키지로 다녀왔는데

후회 반, 다행이었다는 느낌 반.

 

여행사의 관행과 가이드의 현실을 보고 여행 마무리엔 불편한 마음 가득이었다.

 

그리고 역시 나는 해외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정말 돈과 시간이 많아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때가 오면

달라질 수도 있지만 ㅎ

 

 

 

 

 

 

 

 

 

 

 

 

 

이 책에 장강명 씨 부인이 보라카이 화이트 비치 석양에 감동하기보다 동네에서 일상 중 산책하는 데에 더 큰 기쁨을 느끼는 부분이 나오는데 나도 공감한다.

 

"나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HJ가 가난한 집 딸의 자세를 아직 떨쳐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즐거움을 맛볼 때도 늘 본전을 생각하는 습관이 그녀의 몸 속 깊이 배어 있는 것이다. 토요일에 소파에 편히 앉아 컴퓨터로 <라디오 스타>를 보는 데에는 전기료밖에 들지 않는다. 샌드위치는 내가 전날 밤에 마트에 갔다가 사 온 떨이 상품이다"    202쪽

 

그래서 내가 해외 가면 불편했구나. ㅋ

 

 

그래도 아들이 간만에 의욕 있는 모습을 보였고

가족끼리 의견 충돌이 없이 마무리되었다는 데 의의를 두려 한다.

 

사춘기 아이들과는 패키지 여행을 추천함.

 

다행히 가이드와 일행이 있으니 본연의 모습이 나오지 않고 꽤 체면을 차리며 의젓하게 있어주어 고마웠다.

 

*

 

2020.

어릴 때 미래 상상화를 그릴 때면 늘 택시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컨베이어벨트 같은 데 서서 다니면 어디든 갈 수 있는 그런 풍경을 그렸는데 체감상 달라진 것은 핸드폰뿐이다.

 

미세먼지 가득하고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들이 자주 떠돌고

아이들은 이전보다 많이 태어나지 않는다.

 

평범한 청년들은 일할 기회를 얻기 힘들고

나이든 사람들은 오래 고통받으며 천천히 죽어가는 요즘.

 

이런저런 기사를 보며 아침에는

생각만 많다.

 

그저

입원할 지경에 이르지 않게 일도 줄여보고

올해에 처리할 일들을 천천히 해가야지.

 

꼭 해야하는 일이 많지만

내 쉴 자리는 남겨두면서 가야겠다.

 

엄마처럼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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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자 2020-02-18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뚜유님 글을 볼 수 있어 정말 좋네요.
병원 잘 다니세요. 저도 작년에 병을 앓게 되어 일상에서 멀어지게 되니 건강에 대해 내 몸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됐어요.
뚜유님 책 소개와 살아가는 이야기 올라오지 않아 많이 궁금했어요. 건강하세요!!

뚜유 2020-02-19 08:51   좋아요 0 | URL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흔한 말로 안물안궁 아닌가 하다가 그냥 올려봤어요.

로자님도 편찮으셨군요. 살아가면서 건강이 제일 중요한 듯해요.
단순한 진리를 이제야 더 절절이 깨닫고 있어요
책 덜 보고 일도 줄이고 많이 쉬고 웃고 걷고 그러려고요.
로자님도 건강 지키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