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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비긴즈 (2disc) - 할인행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크리스찬 베일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유감스럽게도, 팀 버튼이 빠지고 만들어진 배트맨의 후속작들은 하나같이 배트맨의 이미지를 깎아먹기만 했다. 그런 하향곡선 속에서 배트맨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이야기가 나돌았고, 후속작(시퀄)들의 실패가 있었으니 이 프리퀄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만은, 이건 거의 완전 결정타다. 이럴 거면 차라리 시퀄을 만들지 뭐하러 프리퀄을 만들어서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자처했냔 말이다. 일단 배트맨 아니 브루스 웨인의 박쥐에 대한 트라우마가 밝혀지는 부분까지는 설득력이 있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그 장면조차도, 겨우 그 따위로밖에 못 만드냐 하는 불만이 없는 건 아니지만서도. 어쨌든, 그 이후가 더 문제다. 인술(닌지슈)에 입문하여 수련을 하고, 큰 사건에 의해 탈퇴(?)를 하게 되는 시점까지의 진행은 완전 개판이다. 개연성도 설득력도 없을 뿐아니라, 이건 웨인 자체가 모순 투성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까봐 생략하고-_-)/
이어서 마침내 새롭게 탄생한 배트맨은 점점 큰 사건에 휘말려 결국 고담시 전체의 존폐를 놓고 싸우게 된다(고담시는 정말 무서운 도시다. 시리즈 한 편 나올 때마다 대위기에 처하니까). 실로 기발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신무기 테크놀로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뭐 이런 걸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을 생각은 없다. 오히려 이런 상상력은 칭찬을 할 모습이다.
하지만 배트맨의 액션신에 대해서는 또다시 불만이 생긴다. 크리스찬 베일의 무술연기 문제라기보다, 그 이전에 카메라의 문제다(참고로 [이퀼리브리엄]에서 크리스찬 베일의 무술연기는 완전 감동이었다). 카메라는 액션신의 클리셰만 남용할 뿐 성의가 없어, 액션의 핵을 짚어내지 못한다고나 할까, 임팩트가 없다. 그 흔한 슬로모션조차 사용하지 않는 걸 보면, 뭐 인술의 특징을 살리려는 의도였는지도 모르겠다만, 글쎄 과연 그럴까. 뭣보다 압권인 장면은 후반부의 프로토타입-배트카의 시내질주 장면이다. 배트맨이 아무리 제정신이 박힌 슈퍼영웅이 아니라지만, 이건 뭐, 시민의 안전은 전혀 안중에 없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소소하다면 소소한 단점들이지만, 이렇게 몇 줄씩 쌓인 걸 보면, 결국 이 영화는 망했다고 봐야 한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참 크더라. 이래서 기대를 하면 안 되는 건데.(05-12-3, 필유)
*보너스(인상깊었던 대사): 간만에 조우한 레이첼은 웨인에게 이런 말을 한다: "정말 예전의 네가 맞는 거야? 이건 네 모습이 아니야. 하지만 네 행동이 널 만드는 거야." 배트맨의 페르소나를 감추려고 노력하는 웨인에게, 이 말이 얼마나 큰 상처로 다가왔을지. 또 한번 슈퍼영웅들만의 고뇌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