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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표지가 너무 예쁜 책이었다. 그리고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제목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이라니. 일단 책을 열자 실제로 시작부터 쉽사리 문장에 빨려들어갔다.
호흡 조절뿐만 아니라 서술자(주인공)의 심리가 투영된 풍경 묘사도 상당히 능숙한 수준이다. 신인작가(게다가 이제 막 20대 초반인)의 겨우 두 번째 소설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젊은 일본 작가들의 소설을 읽다 보면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소소한 비유를 끌어다 쓰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미적 관점을 떠나서 부러운 동시에 존경스럽기도 한 모습이다. 이 작품 역시 그런 신선한 비유로 넘쳐난다. 가령 다음과 같은 부분.
그런데 이 남자아이는 어딘가 이상하다. 어디가 이상한 건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이 애를 바라보는 동안 마치 모래가 빠지지 않아서 서걱거리는 된장국 속의 조개를 씹었을 때와 같은 섬뜩한 이질감이 일순 꿰뚫고 지나간다.(p.9)
이런 감각적인 문체를 통해 작가는 이 시대 제도권 학생들의 생활 속에서 '따돌림'이라든가 '그룹' 짓기, 오타쿠 현상 같은 것들을 끄집어낸다. 서술자 자신이 따돌림당하는, 혹은 스스로 따돌림을 자처하는 입장이다보니 '그룹'에 속해있는 다수의 평범한 학생들에 대해 다분히 적개적인 시각의 문제의식이 표출된다. 상당히 뼈있는, 풍자섞인 위트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작품 역시 무수한 성장소설들과 궤를 같이 하여, 타인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AT 필드(cf. [에반게리온])는 결국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주제로 귀결된다.
주인공 하츠는, 지름길로 직행한 키누요를, 뒤늦게 먼 길을 돌아서나마 따라가는 거다. 타인과의 벽을 허물기 위해서, 말이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이 시대 10대들의 진지한(적어도 당사자들에게는) 자기고백과 자기성찰을 담고 있는 기록으로도 읽힌다. 작가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더욱 그럴테고.(05-12-2, 필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