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선 1집 - Reflet
나윤선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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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고 미루던 나윤선의 데뷔앨범 [Reflet]을 드디어 사게 되었다. 돈이 생겨서가 아니라 1년을 mp3로 버티다가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9월말에 신보도 나왔는데 그건 아직 못 샀고, 일단 처음부터 한 장씩 CD로 모아볼까 한다.

종종 한국의 아티스트가 오히려 해외에서 더 유명해지는 경우가 있다. 국가별로 문화적 배경이 다르므로, 해외에서 인정받는 음악이 반드시 수준이 높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윤선이 프랑스 재즈 스쿨 CIM을 수료했으며 유럽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녀의 명성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국내에 이런 감성을 가진 보컬리스트가 또 어디 있는가.

고음과 저음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스캣을 장기로 가진 보컬리스트로서뿐만 아니라, 작사와 곡 해석에 있어서도 그녀의 음악적 역량은 단연 독보적이다. 특히 Jimmy Webb(96년 Pat Metheny의 연주로 더 유명하다)의 곡 The Moon's a Harsh Mistress(#1)는 브러쉬 드러밍 위로 펼쳐지는 그녀의 스캣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곡이고, Hard To Say Goodbye(#8)는 대중적인 멜로디로 다가와 감동을 안겨주는 곡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한국어 가사의 Ballad for Friends(#4)와 원래는 패티김의 곡 초우(#12) 등도 친숙한 크로스오버 재즈(발라드)곡이다. 반면 Horace Silver의 곡 Jody Grind(#3)나 나윤선의 자작곡 Blueside(#7) 같은 빠른 템포의 곡들은 메인스트림 재즈에 대한 나윤선의 해석력과 기교를 볼 수 있는 곡이다.

데뷔 음반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이 음반에서 나윤선은 안정적이고 서두르지 않는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프랑스에서의 충분한 경험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윤선 쿼텟의 백킹과 다른 여러 프랑스 뮤지션들의 참여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익숙할 정도로 편안한 기분, 청자에게 이것을 선사하기 위해 그녀는 얼마나 치열한 노력을 기울였을까. 그리고 앞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아, 빨리 신보를 사야겠다.(2005-10-19, 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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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OUS LIVE 93
지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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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은 앨범을 하나 낼 때마다 거기 맞춰 라이브 음반을 꼭 한 장씩 냈는데(적어도 5집까지는 그랬다) 그러니까 이 음반 [Serious Live '93]은 그의 3집 [방황]에 대한 라이브 음반이다. 그리고 15년간의(86년 부활 1집~01년 6.5집) 그의 목소리를 들어온 내가 최고로 꼽는 그의 라이브 음반이다. 무엇부터 얘기해야 할까... 일단 커버부터 죽이지 않는가 -_ㅠ)b

이승철은 솔로 앨범을 발표하면서 '비와 당신의 이야기', '희야', '마지막 콘서트'(원래는 '회상 3'), '슬픈 사슴', '회상 1' 등 부활(정확히는 김태원)의 곡을 리메이크하는데, 이게 대히트를 하면서 이 곡들은 부활이 아닌 이승철의 곡으로 사람들에게 각인되었다. 이 음반에도 이승철의 공연 주 레퍼토리인 '마지막 콘서트'와 '희야'를 비롯해 원래는 메탈 발라드였던 '비와 당신의 이야기'와 시적인 가사를 담고 있는 '슬픈 사슴' 등 총 4곡의 부활 곡이 들어있다. 김태원의 걸걸한 코러스(?)와 특유의 흐느끼는 듯한 기타 연주는, 이승철만의 건드리면 부서질 것 같은 애절한 발라드로 재창조되어 흐른다. 특히 '슬픈 사슴'의 라이브는 다른 어떤 음반에도 실려있지 않기에 더 소중하다.

이외에 당시 주 레퍼토리였던 두 곡이 들어있다. '이 순간을 언제까지나'와 '발레리나 걸'. 둘 다 2집에 수록되었던 경쾌한 곡이다. '발레리나 걸'은 음반 낼 때마다 편곡은 물론 가사까지 심하게 바뀌던(농담이 아니라 사실이다) 곡인데, 이 93년 라이브 버전이 그 여러 버전 중 최고로 멋지다. 스트레이트한 편곡과 현장감이 생생히 느껴진다.

나머지는 3집 수록곡들로, 손무현 작곡의 '추억이 같은 이별'이나 한국식 RnB 발라드 메이커의 대부 하광훈이 쓴 '넌 또다른 나'와 같은 주옥같은(식상한 표현이지만-_-) 발라드곡들과, 업템포의 '방황'(표절시비에 휘말렸던 3집 타이틀곡), '검은 고양이', '가까이 와봐' 등이다. 후자에 해당하는 곡들은 스튜디오 앨범에 비해 사운드가 좀 빈약한 티가 나긴 한다. 3집 수록곡 중에서 빠진 유일한 곡 '나의 하루'는 4집에 대한 라이브 [Secret Live '95]에 실리게 된다.

이 음반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마지막 트랙 '마지막 콘서트'이다. 관중들의 아쉬움, 환희, 격정이 소름끼칠 정도로 전해져 온다. 내가 몇 년만 더 일찍 태어났다면 분명 여기에 끼어있었을텐데... 아쉽게도, 다른 몇몇 곡에서와 같이 관중들의 환호를 오버더빙한 흔적이 살짝 느껴진다. 아쉬운 부분이긴 한데, 드라마틱한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용했으리라 생각한다.(2005-10-17, 필유)

 

덧: 그리고 아무리 품절된 음반이긴 하지만, 알라딘에 있는 트랙리스트는 상당히 잘못되어 있다. 올바른 트랙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01   Include Video
02   Good Eveing
03   비와 당신의 이야기
04   희야
05   이 순간을 언제까지나
06   슬픈 사슴
07   가까이 와봐
08   발레리나 걸
09   방황
10   후회
11   추억이 같은 이별
12   넌 또다른 나
13   검은 고양이
14   마지막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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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 - Showbiz
뮤즈 (Muse) 노래 / 워너뮤직(WEA)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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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반을 산 건 2001년 10월로, 그러니까 2집을 내면서 한창 muse가 뜨고 있던 때였다. 라이센스도 아니고 수입반이었는데, 모던록이라곤 끽해야 suede 음반이 전부였던 나로서는, 큰 마음 먹고 샀던 거였다(당시에도 아트록 위주로 음반을 모으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 아마도 time is running out처럼 CF에 나오면서 유명해진 곡 - unintended라는 초초초-명곡이 들어 있었으니까. 당시 열애-_-중이었던 나는 심심찮게 이 노래를, 그녀에게 불러주곤 했다. 나보다도 그녀가 더, 이 노래를 좋아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노래방에서 찾을 수 있는 muse의 곡은 plug-in baby가 전부였고, unintended가 노래방에 등장한 건 작년 후반이나 되서였다. 그 때는 이미 열애-_-가 파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던 때였다.

요즘은 음악 좀 듣는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muse라는 이름을 떠들고 다닐 정도로 유명해졌지만, 오히려 나는 더 이상 이들에게 관심이 없다. 2002년 hullabaloo가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살까 말까 고민을 하긴 했지만, 결국 그 돈으로 Sarah McLachlan을 사버렸다. 의식적으로 muse를 피해왔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가끔 노래방에서 우연스럽게 혹은 무의식적으로 unintended라는 제목을 스치게 될 때면, 뭐랄까, 마음 한켠이 뭉클해지곤 한다. 앞으로 두 번 다시는 누군가를 위해 노래 부를 일이 없을 것만 같은, 그런 쌉싸름한 느낌.

그녀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이 노래를 듣고 있을까?

젠장... 나에게 unintended라는 노래는, 그런 애증섞인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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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rto Grosso Per1,2
뉴트롤스 (New Trolls) 노래 / 굿인터내셔널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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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3월, '그'의 손에 이끌려 학교 근처에 새로 생긴 레코드샵을 갔다.
A부터 Z까지 훑던 그는(나중에 알았지만 그건 그의 오래된 습관이었다)
이 음반을 발견하고는 내게 말했다.

"이거 사라. 무조건 사."

당시에는 아트록에 대한 관심보다 RnB에 대한 관심이 컸던 나였기에,
이유도 안 가르쳐주면서 무조건 사라는 그의 말이 황당하게 들렸다.
어떤 음악이냐고 아무리 물어봐도 그는 대답하지 않았고,
결국 나는 그를 믿고 이 음반을 사버렸다.
그리고는 의심반 기대반으로 집에 와서 음악을 틀었고.

 

그 다음 일이야 뭐.

나는 아트록의 세계에 빠져 들어갔다.

 

왜, 장 그르니에의 [섬] 서문에 보면,
알베르 카뮈가 그 책을 주위에 열심히 권하고 다녔다지 않던가.

'그'에게 있어서도, 지금 선물용으로 이 음반을 두 번째 주문한 나에게도,
그리고 70년대에서 90년대를 거쳐온 수많은 아트록 리스너들에게도,
이 음반은 그런 식으로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아직도 나의 시간은 그 때, 대학교 1학년 시절에 멈춰있다.
그리고 이 음반은 나를 멈춰있게 만든 최초의 사건일 것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나는, 이 음반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말할 수가 없다.

들으면 들을수록 헤어날 수 없는 이 현의 울림을,
글자 그대로 감동의 물결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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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ien Rice - O & B-side
데미안 라이스 (Damien Rice) 노래 / 워너뮤직(WEA)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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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음악은 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Damien Rice의 [O]는 그런 좋은 음악 중에 하나다. 그러니 길게 주절거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런 음반이 이렇게 가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았음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영화 [Closer] 삽입곡 Blower's Daughter 한 곡만으로도 CD를 살 가치는 충분하지만 Volcano, Amie, I Remember 등 어느 곡 하나 버릴게 없을 정도로 훌륭한 음반이다. 그의 목소리는 내 귀를 사로잡고, 그의 멜로디는 내 가슴을 적신다.

제프 버클리의 영향에서 어느 정도는 자유롭다는 사실만으로도 Damien Rice는 훌륭한 싱어송 라이터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Delicate에서 제프 버클리의 Hallelujah를, Cheers Darlin'에서는 Lover, You Should've Come Over를 떠올리는 것까지는 막을 수가 없다. 어쩌면 그는 제프 버클리의 환생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히려 나는, 그것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옛 사랑을 다시 만나기라도 한 듯,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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