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의 Playful Thinking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그래봤자 겨우 5권. 150쪽 정도 분량으로 게임 관련 고급 주제를 다루는 시리즈로 2013년부터 나왔다. 1권이 무려 예스퍼 율이 쓴 작품이고 제목도 화려한 [실패의 미학]이었는데, 음… 역시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았다. 예스퍼 율은 책이 무려 2권이나 국내 번역된 그나마 최신 동향을 이끄는 게임학 분야의 거장인데, 이런 사람 책마저 국내에서는 안 팔린다. 하물며 이 시리즈는 문고본이니 국내에 번역될 일은 없을 듯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시리즈 중에서 그나마 가장 대중성 있는 내용을 다룬다(게다가 표지도 <저니>다!). 2010년대 정도인가 소위 ‘감성 디자인’이 뭔가 뜨거운 키워드였는데, 이를 게임에 응용했달까. 제목 그대로, 유저의 감정, 마음, 정서를 움직이는 게임 디자인에 대해 학술적으로 접근하는 책이다. 아, 여기서 ‘학술적’이란 말만 없으면 뭔가 잘 팔릴 책 같기도 한데, 참 국내 출판사들도 냉정하단 말이지. 약간 더 구체적으로 책 소개를 내 맘대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오늘날 우리는 게임의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게임 장르와 게임이 다루는 감정의 영역도 무척 넓다. 게임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이 책은 플레이어에게 강렬한 감정 경험을 선사하는 참신한 디자인 기법을 살펴본다. 저자는 게임이 사람들을 고립되고 무감정하고 반사회적으로 만든다는 주장에 반기를 든다. 게임은 실제로 공감 능력과 긍정적 감정 경험을 유도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저자는 게임이 정서와 사회적 관계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선택과 몰입을 강조한다. 이 두 개념은 게임을 다른 매체와 구분 짓고, 게임 개발자는 아바타, NPC, 커스터마이제이션을 통해 이 개념을 구현한다. 신체 움직임으로 감정 경험을 향상하는 기법과 장거리 네트워크 플레이도 다룬다. <리틀 빅 플래닛>에서 인디 게임 <저니>, 아트 게임 <트레인>까지 다양한 사례를 살펴본다.
이 책은 게임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영화, 문학 등 다른 매체와 마찬가지로 게임을 혁신적이고 강력한 매체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 책 한 권의 내용이 굉장히 독보적이라든가 국내 기획자들에게 당장 가뭄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책이 당장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도움이 되는, 음, 그러니까 팔릴 만한 책만 내는 것도, 출판사의 도리는 아니다. 길게 가는 책이 있고, 시대를 선도하는 책을 낼 사회적 의무도 출판사에는 있는 거다. 그것이 레거시 산업임에도 지식산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출판이 취할 하나의 길이라고 본다. 네, 이상 이런 책이 번역되지 않는 데 대한 일개 독자의 징징거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