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습의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2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2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잡지에 난 광고를 보고 책을 구입한 건 오랜만이었다. <견습의사>라는 제목에서 전공의나 인턴이 병원에서 의학지식을 이용해 연쇄 살인을 하는 내용을 연상했지만, 막상 읽어보니 전혀 아니었다.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주인공인 여자 형사 리졸리는 범인을 끈질기게 추적한다. 그리고 살인의 방식은 리졸리가 전에 잡아넣은 ‘외과의사’라는 잔혹한 살인범의 그것을 빼닮았다. 어디서 많이 본 스토리 아닌가?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이 책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양들의 침묵>과 너무도 비슷하다. 아무리 재미있게 썼다 해도 짝퉁이라는 걸 인지하는 순간 책의 흥미는 반감되고 만다.


그것 말고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이 책은 460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400페이지에 달할 때까지 범인의 신원은 오리무중이다. 물론 단서도 거의 없다. 2권도 있나 봤더니 그런 것도 아니다. 이제부터 스포일러. 도대체 어떻게 범인을 잡나 했는데, 범인이 리졸리에게 달려들다가 총에 맞아 죽는 걸로 결말이 나버린다. 생전 이렇게 황당한 결말을 가진 스릴러는 처음 본다. 원래 스릴러라는 건 범인의 신원을 하나하나 추적해가는 맛도 있어야지 않는가? 근데 이게 뭐람. 책의 주인공들만 열라 무서워하고, 독자는 하나도 안무섭고. 끝까지 읽게 만드는 매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잡지 광고에 속은 기분이다.


또 하나 마음에 안드는 건 리졸리의 성격이다. 이름으로 보아 안젤리나 졸리가 연상되는 그는 여자라고 남들이 무시할까봐 강하게 보이려고 모든 사람들에게 적대적이다. 이건 패트리샤 콘웰이 창조해 낸 스카페타와 무척이나 닮았는데, 남자들의 속성을 잘 아는지라 그런 방식으로 대항하는 것도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지만, 그게 과연 최선인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저자인 ‘테스 게리첸’은 전직 의사로, 로맨스 소설을 쓰다가 갑자기 의학스릴러 작가가 되기로 했단다. 그가 한가지 알아뒀으면 하는 게 있다. 의사들의 사랑을 다룬다고 해서 다 의학드라마가 아닌 것처럼, 범인이 외과의사라고 저절로 의학스릴러가 되는 건 아니다. ER이나 그레이 아나토미같이 실제로 병원생활의 애환을 다룬 걸 의학드라마라고 하듯, 다음 작품에서는 의학스릴러에 걸맞은 소설을 선보이길 바란다. 내가 그 책을 살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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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7-05-14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과감히 별 1개를! ㅎㅎ

다락방 2007-05-14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허무한 결말이로군요.

물만두 2007-05-1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외과의사 안보셔죠? 이거 시리즌데 ㅜ.ㅜ

moonnight 2007-05-14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약간 관심 가질라 하다가 하이드님 리뷰읽고 그만 관심 껐던 작가네요. 역시 별로였던 모양여요. (왠지 안심하며 ^^; )

부리 2007-05-21 0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그래도...저보다야 낫죠 호호호호호호
물만두님/외과의사는 평이 안좋아 아예 안읽었어요 시리즈라는 건 이 책만 읽어도 알겠더군요
다락방님/제말이요^^
기인님/헤헤 제가 좀 극단적인 데가 있어서요 괜히 부리겠어요
 

 

야구장에 갔는데 응원하는 팀이 큰 점수차로 지고 있다면 심드렁해져서, 뭔가 재미있는 일이라도 생기길 바라게 된다. 5월 4일 LG 팬들이 아마 그랬을 거다. 메이져리그 출신인 봉중근이 등판했음에도 어설픈 수비가 겹쳐 무려 4점을 빼앗겼으니까. 그때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봉중근이 타석에 들어선 두산 안경현 선수의 머리를 향해 강속구를 뿌린 것. 고의로 그랬을 개연성도 충분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베테랑인 안경현은 잽싸게 몸을 숙이며 공을 피해냈다. 이 경우 타자는 투수를 째려보거나, 투수한테 걸어가다 심판이나 야수에 의해 제지당하는 게 상례였다.


하지만 안경현은 정말 화가 많이 났나보다. 다른 이들이 말릴 새도 없이 안경현은 빛의 속도로 봉중근에게 뛰어갔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안경현이 봉중근의 얼굴을 향해 강펀치를 날리려는 순간 봉중근은 몸을 잽싸게 구부리며 안경현을 뒤로 넘겨 버렸다. 안경현은 공중에 붕 떴다가 바닥에 나동그라졌고, 덕아웃에 있던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됐다. 물론 야구장 싸움이 다 그렇듯 양팀 선수들은 몸으로 미는 등 싸우는 시늉만 하다가 물러갔고, 사건의 주범인 봉중근과 안경현은 동시퇴장을 당하고 만다. 그날 밤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두 선수는 네이버 검색어 1, 2위를 다투었고, 안경현이 공중에 거꾸러 떠 있는 동영상은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남들 앞에서 맞는 건 남자에게 있어서 얼굴 팔리는 일, 아마도 안경현으로서는 선수생활 십여년만에 당한 최대의 치욕이 아닐까 싶다. 그 뒤 야구중계를 보다가 안경현이 나오면 그 장면이 떠올라 혼자 웃게 된다. 그런 수모를 당할 거, 그냥 참고 말 것이지.

 

야구장 싸움 하니까 영원한 라이벌 양키스와 보스톤의 경기가 생각난다. 4년 전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두 팀은 선발로 나선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로저 클레멘스가 서로 빈볼을 교환하면서 경기를 과열시켰고, 결국 보스톤 4번타자에게 던진 빈볼이 계기가 되어 양팀 선수들이 뛰어나와 엉키기 시작했다. 그때 70세를 넘긴 양키스 코치 돈 짐머가 운동장에 있던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투우장의 황소처럼 머리를 앞으로 숙인 채. 짐머 코치가 대머리여서 그 장면이 더 인상적이었는데, 노련한 페드로는 짐머의 공격을 살짝 피하면서 두 손으로 머리를 쥐고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새벽에 그 경기를 지켜보던 나는 물론 수많은 시청자가 그 장면을 목격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짐머 코치는 경기 후 “이런 수모는 평생 처음”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돈 짐머 씨

그보다 더 오래된 일이다. 홈팀이던 애리조나는 상대팀에게 7회까지 10점 차이 이상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관중들은 상당수 자리를 떴고, 남은 사람들도 연방 하품을 해댔다. 그때 그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일이 일어났다. 1루수였던 마크 그레이스가 난데없이 투수로 나온 것. 그는 처음 두 타자를 범타로 처리해 관중들의 함성을 이끌어냈는데, 다음 타자에게 큼지막한 홈런을 맞고 마운드를 내려온다. 그에게 관중들이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음은 물론이다. 그 다음날, 애리조나의 투수가 상대팀 타자에게 홈런을 맞자 덕아웃에 있던 마크 그레이스는 차라리 자신을 내보내 달라는 제스쳐를 써서 관중들을 웃겼다.


아무리 경기가 지루하고, 싸움 구경만큼 재미있는 일이 없다 해도, 야구장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정말이지 볼썽사납다. 진다고 열받아서 싸움을 유도하기보다는 애리조나의 그레이스 선수처럼 즐거운 볼거리를 선사할 수는 없는 걸까. 정치판의 싸움도 지겨운데, 야구장에서까지 싸우는 장면을 보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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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5-14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그럴까요..돈이 결부된 프로라서 그럴까요,?
선수들의 싸움도 싸움이지만.. LG와 두산 경기땐 6회말인가 7회말쯤엔 전광판쪽에서 꼭 팬들끼리 패싸움 벌어진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무스탕 2007-05-14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패싸움 일어날때 그냥 덕아웃에 앉아있으면 벌금형(?)이라는 말도 있던데요..
메피님. 정말 그럴까요? 궁금해지네...

Mephistopheles 2007-05-14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그럴리가요 무스탕님...전 처음 듣는 벌금형입니다만...^^

심술 2007-05-16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무스탕,메피,부리님. 정말 그런 걸로 알고 있는데요. 동료애 내지는 전우애를 키운다는 명분으로. 대신 몸이 재산인 걸 서로 아는 처지들이기 때문에 동업자 정신을 발휘해 몸싸움이 보기에만 격렬하고 실재로 부상 입어 경기 못 나올 만큼 심각한 사태까지 치닫는 일은 아주 드물다고 들었어요. 상대에게 고의로 심한 상처를 입히는 경우엔 왕따하는 게 야구판 불문율이라고 하더군요.

부리님, 쉬즈 더 맨에도 답글 하나 남겨뒀으니 놓치지 마시길.

또 부리님인지 님의 악한 분신 마태님인지가 작게작게님의 선생님들 추억에 관한 글 소개한 게 어딨죠? 다시 찾아보려 하는데 못 찾겠어요.

마지막으로 옛날 딴지일보에 국회의원 선거 끝나고 일종의 관전평 쓰신 거 있잖아요? 전여옥에 대해서 '평소에도 당당한 테러리스트였던 그녀가 국회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걱정된다'였나 뭐 그렇게 쓰셨던 글. 근데 그 글에 전여옥이 수영복 입은 사진이 함께 실렸었잖아요? 그거 진짜 전여옥 사진 구한 거예요 아니면 딴지에서 장난치느라 합성한 건가요?

부리 2007-05-16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술님/알라딘 버그로 댓글 날라갔어요 님 말씀이 맞아요 덕아웃에 앉아서 싸움 안나가면 벌금내죠... 최희섭이 커브스 시절 다쳤을 때 나가지 말랐다고 해서 귀하신 몸 어쩌고 우리 언론이 떠들었었죠... 선생의 추억 글은 쓴 기억이 없는데.... 찾아볼께요 전여옥 사진은 제가 한 게 아니구요, 더 어이없는 건 제가 그 글을 썼는지 역시나 기억이 안난다는 거... 제 뇌가 노화하고 있어요 흑. 하여간 심술님,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메피님/전 팬싸움 못봤는데...그냥 엘쥐바보 이런 노래만 부르고 그러지 않나요???
무스탕님/심술님이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패스~~^^

심술 2007-05-16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추억에 대한 글 쓰신 분은 작게작게님이고요 부리님이 아녜요.
그 글을 님 마이페이퍼에 소개하셔서 제가 작게작게님 서재를 알게 된 사연깊은 소개글이기에 다시 찾아보려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아 잠깐 엄밀하게 말하면 작게작게님이 쓰신 그 글은 선생님에 관한 게 아니었을 지도 모르겠어요. '같은 사람이라도 보는 사람들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가 글의 주제였고 그 예로 작게작게님의 어느 선생님 예만 들었던 건지도 몰라요. 전 그 예 때문에 선생님에 관한 글이었다고 기억하는 거고요. 작게님 글엔 이런 구절이 있었던 듯 해요. '내가 좋아하던 어느 선생님을 동창 누구는 아주 나쁘게 평가하는 걸 봤다. 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제가 어떤 글 말하는 건지 이제 아시겠는지?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너무 무리한 나머지 몸이 가루가 되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잠을 잘 잔 것도 아닌 것이, 꿈 속에서 난데없이 전직 메이져리거 최희섭이 나타나 날 괴롭혔기 때문이다. 현실이라고 크게 다를 바가 없어서, 나만 보면 밥을 먹으라고 열댓번씩 권하는 할머니가 날 세차례나 깨우셨고, 아침부터 걸려온 두통의 전화가 그나마의 잠을 방해했다. 겨우 눈을 뜨긴 했지만 제 컨디션은 분명 아니었다.

“학교를 가긴 가야 할텐데...”

난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하늘을 원망스럽게 바라봤다.


발단은 같이 일하는 연구원에게 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거였다. 병아리 때문에 연방 기침을 해대던 그분은 날이 따뜻해진 걸 계기로 병아리들을 베란다 밖으로 내몰았다. 그게 목요일이었다. 금요일은 날씨가 아주 화창해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토요일 아침부터 비가 오자 슬슬 걱정이 되었다.

‘박스 안으로 비가 들이치면 어쩌지? 애들이 추울 텐데, 얼어죽지나 않을까?’

전날 주긴 했지만, 마실 물이 있는지도 걱정이었다. 가긴 가야겠지만 몸 상태를 보니 도무지 내키지가 않았다. 4주만에 내 방 인터넷을 개통시킨 기념으로 글을 한편 쓴 뒤 난 긴 잠에 빠져들었다.


잠은 보약이었다.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난 나는-이번엔 꿈에서 날 괴롭히는 이가 없었다-할머니와 더불어 설렁탕으로 저녁을 떼운 뒤 천안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버스에서 듣자니 내일 아침 기온이 10도밖에 안된단다. 가려고 마음먹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베란다로 뛰어갔다. 괜한 걱정이었다. 병아리들은 아주 잘 있었다. 전등을 켜놓아서 그런지 추워하는 기색도 없었다. 더러워진 신문지를 갈아줬다. 물을 줬더니 우르르 몰려들어 마신다. 어느덧 2주가 지나 제법 날개짓도 하지만, 물 마실 때 한모금 먹고 하늘을 보는 건 여전했다. 병아리 몇 마리를 쓰다듬었더니 따스한 체온이 그대로 전달된다. 이렇게 예쁜 애들이 나중에 닭이 되는구나. 확실히 대부분의 동물은 어릴 적이 더 예쁘다. 어릴 때도 여전히 못생겼던 나는 예외지만.


다음주, 아니면 다다음 주면 또 어디선가 기생충을 구해와 저 병아리들에게 먹이겠지. 그리고 나서 이틀마다 병아리들을 죽일 것이다.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가 아닌, 내 승진에 필요한 논문점수를 위해서. 이런 거 말고, 좀 생명을 존중하는 우아한 실험은 없는지 머리를 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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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7-05-13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아리 하면 왠지 봄과 너무 잘 어울리지요. 개나리때 쫑쫑쫑! ㅎㅎ

조선인 2007-05-13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생출 실험은 병아리로 하는가 보군요. 에구.

2007-05-13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07-05-13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명을 존중하는 우아한 실험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물론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제가 아는 사람은 어릴 때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 한 마리 사다가 잘 키웠대요. 쥐가 병아리 다리 물고 가는 거 구해주고 빨간약도 발라주고 해서 예쁘게 키웠다가 닭이 된 뒤 잡아먹었다는..흑흑 (근데 이 얘기가 왜 나왔지..^^;;)

다락방 2007-05-13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넥스트의 노래가 생각나서, 혹시 얄리의 이야기일까 싶어서, 부랴부랴 달려와 읽었어요. 그런데 체온이 전달되는 이야기로군요.

그런데요 부리님, 기생충을 병아리들에게 먹이는것도 궁극적으로는 생명을 존중하기 위함, 아닌가요?

어제는 비가 퍼붓더니 오늘은 제법 쨍쨍한 날씨네요. 기운내세요!

무스탕 2007-05-13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에 최희섭이 나타나서 피곤해 죽겠는데 테니스 치자고 하던가요? ^^
그리고요.. 병아리는 못 날아요... 다 커서 닭되도 못 날아요...

부리 2007-05-14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그래도 통 갈아주려고 할 땐 열심히 날개짓 하더이다 있잖아요 떨어질 때 좀 늦게 떨어지는 것도 나는 거 아닐까요^^
다락방님/글쎄요 생명을 존중하기 위함이라.... 그게 아닌 것 같아 마음이 아파요 ㅠㅠ
꼬마요정님/제가 말만 그렇지 실제로 하는 건 남들하고 비슷하죠...글구 다 큰 병아리, 아니 닭은 정말 잡아먹는 거 말고는 쓸데가 없는 걸까요...
속삭님/어머 제 마음 아시면서.... 더 이뻐지심 제가 쳐다도 못볼까 걱정됩니다
조선인님/꼭 그런건 아니지만 그래야 할 때가 가끔 있답니다 조류를 써야 한다면 청둥오리를 쓸 수는 없는 노릇이라...
전호인님/아 네 맞습니다 봄과 가장 잘 어울리는 동물은...병아리죠! 겨울에서 봄이 되는 건 개구리!
 

 

 

 

 

밤늦은 시각, 난 올림픽도로를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비가 오다 그친 뒤라 거리는 깨끗했는데, 그보다 더 기분이 좋았던 건 93.1 MHz에서 유난히 주옥같은 노래들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어느 노래도 안치환이 부른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이하 사람꽃>만큼은 아니었다. 이 노래의 신나는 전주가 나오기 시작할 때부터 난 꺅꺅 비명을 질러댔고, 전주의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어 댔다. 그러고보면 춤이라는 건, 우리 몸에 새겨진 유전자의 발현이 아닐까 싶다.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건 내가 아직 서른이 되기 전의 어느 날이었다.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서 술과 더불어 그저 그런 노래들을 불렀던 날. 일행 중에는 여자도 있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 그런지 그녀의 남동생이 차를 가지고 데리러 온 모양이었다. 그래도 왔는데 그냥 보내면 예의가 아니어서 동생한테 노래를 시켰다. 그는 우리들이 생전 처음 보는 노래를 불렀는데, 그게 바로 <사람꽃>이었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더불어 그 노래는 우리들 마음을 뒤흔들었고, 그네들이 집에 간 뒤에도 우린 한동안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야, 그 노래 뭐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둥 가사가 좀 이상하지 않데?”

“그러게 말야. 그나저나 그 친구, 노래 진짜 잘하더라.”


한겨레에서 주최한 마라톤 대회에 나갔을 때, 몸을 푸는 우리에게 틀어준 노래가 바로 이거였다. 그땐 내가 <사람꽃>을 몇 번 더 들었던지라 무슨 노래인지는 알았는데, 아쉽게도 가사를 몰라 따라부를 수가 없었다. 내가 아는 대목은 “누가 뭐래도~”로 시작하는 후렴구, 그건 다른 이들도 다 마찬가지인지라 웅얼웅얼하던 노래소리는 후렴 때부터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4년 3월, 탄핵이라는 희대의 사건이 있던 그 시절, 광화문에 나갈 때마다 우린 그 노래를 한번씩 불렀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데, 거기 무슨 저항의식이 들어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왜 그 노래가 민주주의의 상징처럼 불리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하여간 <사람꽃>은 노래방같은 음침한 곳보단 그런 데서 불리는 게 더 어울리는 노래였다. 어느 날인가는 안치환 본인이 직접 나와서 그 노래를 불러 줬는데, 반응이 어찌나 뜨거운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가사집을 미리 배포한 게 도움이 됐다).


아직도 난 그 좋아하는 <사람꽃>의 가사를 외우지 못했다. 그리고 여전히, “누가 뭐래도”로 시작하는 후렴구부터 노래를 따라 부른다. 오늘 가만히 가사를 들어보니 후렴 전까지의 가사가 양이 많고 외우기도 만만치 않다. 에이, 가사를 모르면 어떠랴. 들으면서 즐거우면 그만이지. 네이버를 찾아가 <사람꽃>을 듣는 이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지는 모르겠지만, 그 노래는 정말 꽃보다 아름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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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7-05-12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또한 이노래를 무척 좋아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이렇게도 이야기 한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사람의 얼굴에 살포시 피어나는 웃음꽃이라고요. 그 꽃도 결국은 사람이더라구요. 지금 음악틀고 있습니다.
"누가뭐래도 ~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워~~"

Mephistopheles 2007-05-12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물같은 노래를 품고사는 사람은 알게되지 음 알게되지
내내 어두웠던 산들이 저녁이 되면 왜 강으로 스미어 꿈을 꾸다
밤이 깊을수록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부둥켜 안은채
느긋하게 정들어 가는지를 음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본 사람은 알게되지 음 알게되지
그 슬픔에 굴하지 않고 비켜서지 않으며 어느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되고
산이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것을

기억하시는 가사 누가 뭐래도~~ 바로 앞까지의 가사랍니다..
가사가 유난히 이쁜 노래에요..^^

세실 2007-05-12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래도 꽃이 더 아름다운걸요? 헤헤~~~
요즘 유채꽃, 꽃잔디, 제라늄, 시클라멘, 게발선인장, 천사의 나팔, 허브향에 취해 살고 있답니다.

비로그인 2007-05-12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면 춤이라는 건, 우리 몸에 새겨진 유전자의 발현이 아닐까 싶다.

@_@  참 멋스런 표현이네요...시의 한 구절이랄까?


무스탕 2007-05-12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우리동네 축제에 안치환 업빠가 와서 저 노래를 불러줬지요~~ >.<
정말 저 노래는 전주부터 사람 흥분시키죠.. 저도 운전할때 저 노래 들으면 핸들 두드리고 난리납니다 ^^;;
창문 꽉 닫고 볼륨 최대로 해서 들어보세요. 뒷 유리창 들썩들썩 거릴정도로 크게 틀어놓고요. 내가 악을 써서 노래를 불러도 내 목소리가 안들릴 만큼 크게 틀어놓고요. 미티디요... ^__^b
 

1. 평안히 지내셨습니까?


- 잘 못지냅니다. 강의준비 말고도 학교 일에 여러가지 연관이 되어 있어서 많이 괴롭습니다. 게다가 집 컴퓨터는 왜 고장이 났는지, 그리고 왜 3주가 다 되도록 고치지 못하고 있는지... 요즘 점점 사람들을 안만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 우울하기도 하네요. 중년의 위기라고 할까요.


 

2. 독서 좋아하시는지요?


- 독서는 테니스, 영화, 미녀와 더불어서 제가 좋아하는 빅4입니다. 마음은 책을 읽고 싶은데 생각만큼 많이 못 읽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중년의 위기라고 생각해요. 한 석달쯤 틀어박혀서 책 와장창 읽고 싶은데...


 

3. 그 이유를 물어 보아도 되겠지요?


- 안됩니다. 제가 책을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없습니다.


 

4. 한 달에 책을 얼마나 읽나요?


- 작년까지는 한달에 10권 정도 읽었습니다. 근데 너무 숫자에 집착하는 것 같아 올해부터 책달력을 없앴습니다. 그 여파로 매달 최저치를 경신해 가고 있습니다. 4월달에는 한 다섯권 읽었나 모르겠군요. 5월달엔 지금까지 한권 읽었으니...끄응. 중년의 위기입니다.


 

5. 주로 읽는 책은 어떤 것인가요?


- 제가 산 책을 주로 읽고, 선물받은 책도 읽습니다.


 

6. 당신은 책을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 책은 '주둥이'라고 정의하겠습니다. 저는 그 주둥이에 귀를 대고 그가 해주는 이야기를 듣지요. 속된 말로 주둥이를 '부리'라고도 합니다. 그러니까 책이 곧 저고, 짐이 곧 책....


 

7. 당신은 독서를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 독서는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이라고 정의하겠습니다. 전 어디 멀리 가는 여행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책을 통한 여행은 아주 좋아합니다.


8. 한국은 독서율이 상당히 낮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어릴 적부터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심어주기 때문이죠. 억지로 하는 것 치고 커서까지 하는 게 있나요. 책은 절대적인 취미가 아닌, 여러 취미의 한 종류일 뿐이라고 교육시키는 게 어떨까 싶어요.


 

9. 책을 하나만 추천하시죠?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 아, 이런 게 제일 어려운데... <내 인생의 영화>를 추천하겠습니다.

 

 

 

 

 

 

10. 그 책을 추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지금 그 책이 제 책상 위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미녀분이 보내주셨죠.

 

11. 만화책도 책이라고 여기시나요?


- 전 만화책을 차별하는 풍토에 저항하고 싶습니다. 만화책도 훌륭한 취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만화책을 그다지 잘 읽지 않습니다. 알게 모르게 사회적 선입견에 물들어서 그런지 잘 고쳐지지 않더라고요.


 

12. 문학을 더 많이 읽나요? 비문학을 더 많이 읽나요?


- 문학을 더 많이 읽어요. 한 60% 정도?


 

13.판타지와 무협지는 "소비문학"이라는 장르로 분류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흐음, 소비문학이라는 장르가 있는지 몰랐습니다. 굳이 그렇게 불러야 하는지 의문이네요. 모든 책은 다 소비되는 거 아닌가요? 요즘 젊은이들이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 걸 개탄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전 이런 책들보다 '여자인생 20대에 결정된다' 따위의 자기개발서들이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책의 외양을 덮어썼을 뿐 책이 아니라고까지 생각해요.


 

14. 당신은 한 번이라도 책의 작가가 되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


- 알면서...


 

15. 만약 그런 적이 있다면 그때의 기분은 어떻던가요?


- 출판사에 원고를 갖다줄 때, 그리고 완성된 책을 받아볼 때 아주 기쁘죠.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마음고생이 찾아오죠. 제 책이 정말 못썼다는 걸 깨닫는 데는 이틀이면 충분합니다. 그래서 전, 책 나오고 나서 제 책을 들춰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16.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누구입니까?


- 심윤경 작가를 좋아합니다. 제가 아는 분 중 가장 유명한 작가고, 제 기대를 뛰어넘는 작품을 써주시고 있지요.


 

17. 좋아하는 작가에게 한 말씀하시죠?


- 지난 3년간, 일년에 한번씩이지만 님과 더불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18. 이제 이 문답의 바톤을 넘기실 분들을 선택하세요. 5명 이상, 단 "아무나"는 안 됩니다.

 

 -켈리님, moonnight님, 야클님, 홍수맘님, 그리고 모과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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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5-08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저 닳지않은 치솔 갖고있는 거 비밀이에요. 몇년 전에 알라딘에서 샀어요.
갑자기 부리님이 쓰신 책 한 권 갖고 싶어져요. (떼 쓰고 있음ㅎㅎ)

조선인 2007-05-08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보 바보, 홍수맘님은 이미 했는데, 이미 했는데 (마로 버전으로) =3=3=3

2007-05-08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Joule 2007-05-08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거는요? ('' )( '')('' ) 제가 마태우스님에게 했는데.

마늘빵 2007-05-08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이 어떻게 중년이세욧. 편견을 버리세욧. 저랑 같은 세대면서. :)

antitheme 2007-05-08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부리님이 쓰신 책 한 권 갖고 싶어져요. 2
그럼 저도 아프님과 같은 세대?

Mephistopheles 2007-05-08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해요..빅 4에...왜...술이 안들어있는지요..??

물만두 2007-05-08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그건 아마도 미녀와 술은 함께이기 때문이 아닐까요=3=3=3

치유 2007-05-08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통한 여행은 즐겁지요..비용도 안들고...

꼬마요정 2007-05-08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힛~ 저는 닳지 않는 칫솔이랑 대통령과 기생충,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다 가지고 있어요~~ 세 권 모두 멋진 말 그림이 있답니다.^*^ 제게는 소중한 책이라죠~~^^

진/우맘 2007-05-09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제 생각에, 술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부리의 숙명 아닐까요.....ㅋㅋㅋㅋ

진/우맘 2007-05-09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주둥이......흠........멋져요, 멋져.^^
근데 혜경님 바통을 받아 부리가 썼으니....제 바통은 마태님이 안 받아주시려나? ^^;;;;;
(존재론적인 고민.ㅋ)

부리 2007-05-09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소중하게 여겨주셔서 감사드려요^^ 담번에 책 내면 꼭 요정님께 보내드리겠삼
배꽃님/그럼요 아주 즐거운 여행이지요^^
물만두님/제말이그말이어요^^
메피님/술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거든요^^
안티테마님/헤헤 담번에 책 쓰면 님도 드릴께요. 그니까 아프님, 저, 안티테마님 모두 같은 세대...
아프님/그, 그건 그래요....-.-
쥴님/어맛 그러셨군요! 사실은요 마태가 요즘 서재에 들어올 수가 없어서요 양해 바랍니다 꾸벅
속삭님/저도 그건 알고 있지만... 다른 아이디로 나타나주길 바라면서 썼답니다
조선인님/흑...요즘 너무 뜸했더니 상황파악이 안되서요...
배혜경님/아앗 닳지않는 칫솔이라니..... 그것만 갖고 계신가요 혹시??

부리 2007-05-09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주둥이라는 게 바로 제 이너뷰의 하이라이트죠^^ 글구 마태가 사정이 어려워서요..... 양해 바랍니다. 글구 마태는 쥴님도 찜하셨답니다 이미.

무스탕 2007-05-09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평안히 지내셨습니까?

- 잘 못지냅니다...  중년의 위기라고 할까요.
 

2. 독서 좋아하시는지요?

- 독서는 제가 좋아하는...  중년의 위기라고 생각해요...

 

4. 한 달에 책을 얼마나 읽나요?

- 작년까지는 ...끄응. 중년의 위기입니다.

 

누가 이 아저씨좀 말려주세요... 이왕이면 미녀분께서...

전 ㅁ 으로 시작되는 닉을 가지신 알라디너님께 바통을 넘겼는데 마태님께서 받아주실까요? ^^


프레이야 2007-05-09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그것만 갖고있답니다.^^

부리 2007-05-12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옛말에 이런 게 있죠 주둥이는 아무도 못말려...^^ 마태님은 아마도.... 다른 일에 여념이 없으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연구...
배혜경님. 아아 그렇다면 제가 두권을 더 보내드려야겠군요!!

2007-05-13 0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