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습의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2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2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잡지에 난 광고를 보고 책을 구입한 건 오랜만이었다. <견습의사>라는 제목에서 전공의나 인턴이 병원에서 의학지식을 이용해 연쇄 살인을 하는 내용을 연상했지만, 막상 읽어보니 전혀 아니었다.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주인공인 여자 형사 리졸리는 범인을 끈질기게 추적한다. 그리고 살인의 방식은 리졸리가 전에 잡아넣은 ‘외과의사’라는 잔혹한 살인범의 그것을 빼닮았다. 어디서 많이 본 스토리 아닌가?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이 책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양들의 침묵>과 너무도 비슷하다. 아무리 재미있게 썼다 해도 짝퉁이라는 걸 인지하는 순간 책의 흥미는 반감되고 만다.


그것 말고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이 책은 460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400페이지에 달할 때까지 범인의 신원은 오리무중이다. 물론 단서도 거의 없다. 2권도 있나 봤더니 그런 것도 아니다. 이제부터 스포일러. 도대체 어떻게 범인을 잡나 했는데, 범인이 리졸리에게 달려들다가 총에 맞아 죽는 걸로 결말이 나버린다. 생전 이렇게 황당한 결말을 가진 스릴러는 처음 본다. 원래 스릴러라는 건 범인의 신원을 하나하나 추적해가는 맛도 있어야지 않는가? 근데 이게 뭐람. 책의 주인공들만 열라 무서워하고, 독자는 하나도 안무섭고. 끝까지 읽게 만드는 매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잡지 광고에 속은 기분이다.


또 하나 마음에 안드는 건 리졸리의 성격이다. 이름으로 보아 안젤리나 졸리가 연상되는 그는 여자라고 남들이 무시할까봐 강하게 보이려고 모든 사람들에게 적대적이다. 이건 패트리샤 콘웰이 창조해 낸 스카페타와 무척이나 닮았는데, 남자들의 속성을 잘 아는지라 그런 방식으로 대항하는 것도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지만, 그게 과연 최선인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저자인 ‘테스 게리첸’은 전직 의사로, 로맨스 소설을 쓰다가 갑자기 의학스릴러 작가가 되기로 했단다. 그가 한가지 알아뒀으면 하는 게 있다. 의사들의 사랑을 다룬다고 해서 다 의학드라마가 아닌 것처럼, 범인이 외과의사라고 저절로 의학스릴러가 되는 건 아니다. ER이나 그레이 아나토미같이 실제로 병원생활의 애환을 다룬 걸 의학드라마라고 하듯, 다음 작품에서는 의학스릴러에 걸맞은 소설을 선보이길 바란다. 내가 그 책을 살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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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7-05-14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과감히 별 1개를! ㅎㅎ

다락방 2007-05-14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허무한 결말이로군요.

물만두 2007-05-1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외과의사 안보셔죠? 이거 시리즌데 ㅜ.ㅜ

moonnight 2007-05-14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약간 관심 가질라 하다가 하이드님 리뷰읽고 그만 관심 껐던 작가네요. 역시 별로였던 모양여요. (왠지 안심하며 ^^; )

부리 2007-05-21 0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그래도...저보다야 낫죠 호호호호호호
물만두님/외과의사는 평이 안좋아 아예 안읽었어요 시리즈라는 건 이 책만 읽어도 알겠더군요
다락방님/제말이요^^
기인님/헤헤 제가 좀 극단적인 데가 있어서요 괜히 부리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