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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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롤런드에게는 이렇다할 직업이 없다. 하는 일이 뭐냐고 물어보면 딱히 이거다, 라고 말할만한 게 없다. 시를 쓰지만 딱히 시로서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는 풀타임 직업을 갖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 7개월된 아들을 두고, 아내가 집을 나갔다. 싱글 대디가 된 그는 돈벌이가 여유로운 것도 아니라서 국가에 한부모 보조금을 신청해 타게 된다. 나는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 그가 심히 걱정스럽다. 늘상 아이 옆에 붙어 있어야 하는데, 돈은 어떻게 벌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아내는 이런 상황에서 집을 나갔단 말인가. 아내는 집을 나간 상황이 있겠지만, 아니 그래도 어떻게 이렇게 어린 아이를 두고 간단 말인가, 너무나 원망스럽다.


그리고 경찰이 찾아온다. 아내가 사라졌을 때 남편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게다가 형사는 그 집을 둘러보다가 시인이라는 롤런드가 써둔 시를 보게 된다. <나에게 평온이 필요할 때, 그녀는 죽어 있어야만 한다 p,44> 라고 적힌 글을 읽고, 형사는 그에 대한 의심을 풀 수가 없다. 아내가 자신에 대한 걱정을 하지 말라며 엽서를 보내와도, 형사는 그를 의심한다. 설사 아내는 안죽였어도, 당신은 과거에 다른 누군가를 죽인거 아니야?


그가 평온이 필요할 때 죽어 있어야 했던 여자는 그의 어릴 적 피아노 선생님이다. 기숙 학교에서 그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던 선생님. 그가 열네살일때 스물다섯이던 선생님. 그가 열한살일 때 이미 그를 만졌던 선생님. 세상에 미사일이 쏘아지고 그렇다면 그걸 한 번도 해보지 못하고 죽는거 아니냐는 말을 친구들과 하다가, 그는 '나를 찾아오라'고 말했던 피아노 선생님을 삼년만에 찾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섹스를 하고 연인이 된다. 그러니까 남자 아이가 아직 열네살 미성년자일 경우에는 섹스라는 단어를 쓰는게 아니라 강간이라는 단어를 써야하는데, 그런데 그들은 어쨌든 서로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그리고 서로에게 집착하며 섹스에 탐닉한다. 


어른인 선생님이 아이인 그를 처음 만진것부터 잘못되었지만, 그리고 그녀를 찾아온 사춘기의 소년을 몰아내지 않고 집 안으로 끌어들이고 그에게 사랑이라고 말하며 욕망을 채운것도 잘못되었지만, 그녀의 집착은 그를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게 방해했고, 나는 그 점에 더 분노했다. 그는 그녀가 정해주는 시간에 그녀에게로 가야했고 그리고 그녀 옆에서 섹스해야했고, 그리고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려야했다. 그가 학업에 집중할 수 없는건 뻔한 일이었으며 그는 결국 모든 과목에서 낙제를 한다. 자신의 성적에 충격을 받은 그에게 학교 선생님들은 한 번 더 기회를 줘보기로 한다. 그는 피아노에 뛰어난 재능이 있어 지역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과학 선생님에게 인상적인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에세이를 써서 에이플러스를 받기도했다. 그는 보기 드물게 똑똑한 학생이라고 선생님들은 생각했고, 그래서 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보자고 학교장을 설득한 후다. 롤런드는 그에게 주어진 다시 한 번의 기회를 마땅히 기뻐하며 감사히 받아들여야 했다. 그런데, 피아노 선생님은 그런 그를 말린다. 학교에 돌아가지 말라고 한다. 롤런드가 있어야 할 곳은 그녀의 침대라고 말한다. 심지어 열여섯이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는 곳에서 결혼하자고 그를 설득한다. 아니, 그래도 결혼은 좀 아니지 않나, 그렇게 롤런드는 그녀를 떠난다. 그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공부를 마친다면 좋았겠지만, 그러나 그는 학교에 돌아가지 않기를 선택하고, 그리고 돈을 번다. 그리고 자라고, 어른이 되고, 여자들을 만나고, 섹스를 좋아하고, 그러나 풀타임 직업을 갖지는 못한 채로 지금 한 아이의 아버지가, 싱글 대디가 된 것이다.


나는 롤리타를 생각했다. 험버트의 성적 노예가 된 롤리타. 롤리타 옆에는 롤리타를 지켜줄 어른이 없었고, 롤리타를 이용하는 의붓아버지 험버트가 있었다. 롤리타는 연극 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롤리타에게 집착하고 롤리타와의 관계를 철저하게 숨겨야하는 험버트는, 롤리타가 즐거워하는 테니스도 못하게 하고 롤리타가 재능을 보이는 연극도 못하게 한다. 그렇게 롤리타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더 발휘하지 못하게 하고, 그렇게 롤리타에게 올 수 있었던 어떤 미래들을 차단한다. 롤리타가 험버트를 벗어나 도망을쳐도, 그녀에게 펼쳐진 미래는 또 그녀를 이용하려는 다른 남자의 기다림이었다. 


롤리타는 나보코프의 1955년 작품이다. 나보코프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언제 어떻게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언 매큐언의 레슨은 2022년 작품이다. 이언 매큐언 역시 마찬가지로 알고 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그 아이의 미래를 어떤 식으로 방해하는지. 그러나 이 70년 사이에 세상은 변했다. 롤리타의 편이 되어준 사람은 없었지만, 그리고 롤리타가 쓰여졌던 당시 많은 평론가들의 험버트의 '사랑'을 이야기했지만, 그러나 70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롤런드가 범죄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똑똑히 인지하고 있다. 가해자의 서사가 그 범죄에 변명이 되어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내가 집을 나가 아내를 살해한 용의자였던 롤런드는, 얼마후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살해했을 가능성을 가진 남자가 되었지만, 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 시를 가지고 다시 그를 찾아온 젊은 형사는 그에게 말한다.



"베인스 씨는 성폭력 피해자입니다. 이건 범죄 문제예요." -p.481



롤런드의 삶은 순간순간 '그 때 그 일이 없었다면'을 생각하게 했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것은, 섹스에 집착하게 된 것은,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 못한 것은, 어떤 일에도 제대로된 성과를 낸 적이 없는 것은, 그 때 그 일 때문이 아닐까. 악몽을 꿀 때면 피아노선생님이 나왔지만, 그러나 그는 싱글 대디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갔다. 아이는 자랐고 다른 여자들과 연인이 되기도 했다. 만족스러웠던 건 아니지만, 축하카드의 문구를 써준 걸로 돈을 여유롭게 가질 수도 있었다. 그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이었지만, 그러나 사랑하는 여자에게 고백했을 때, 그리고 나도 그 당시 원했다고 얘기했을 때, 그녀는 그에게  말한다. 너는 고작 열네살이었다고. 롤런드는 롤리타와 달랐다. 롤런드는 세상이 그 일을 어떻게 보는지 알고 잇었고, 사실 그러나 나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나, 라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그러나 그런 일이 자기 아들에게 일어나서는 결코 안된다는 것도 안다. 어떤 것이 잘못이고 어떻게 잘못된건지 아는 일은 중심을 잡는데 필요하다. 롤런드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이 삶에 있어서 고난을 만나고 고통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러나 기쁨과 행복을 만난다.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일들을 이해하기도 한다. 어릴 때 그 일이 없었다면 그의 미래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펼쳐졌을 수도 있지만, 그러나 그게 지금 불행한 삶을  사는 걸 뜻하는건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감히 타인의 삶을 불행하다고 혹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는 남들이 그러듯이,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구나 그러하듯이,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된다. 아이가 있고 사랑하는 여자가 있고 부모를 떠나보내고 손주들을 만나게된다. 



롤런드의 이야기가 700페이지에 육박하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 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인생의 전부도 아니고 끝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롤런드가 만나는 사람들도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그 사람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그에게 영향을 미쳤다. 롤런드는 통일전의 독일인과도 친구였고 지금은 정치적으로 꼴도 보기 싫은 정치인과 과거에 밴드를 같이하기도 했다. 그를 두고 떠난 아내는, 보잘것 없는 소설을 써서 그가 비웃을 수 있기를 바랐지만, 그가 읽어도 크게 놀랄만한 대단한 소설가가 되어 노벨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노년이 되어 이제 자신의 삶을 백 장의 사진으로 정리하기 위해 천천히 준비하는 롤런드는, 망설이다가 그 백 장안에 피아노 선생님의 사진도 넣는다. 그의 인생에는 그 선생님이 있었다. 단순히 있었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그녀의 존재가 거기, 그와 계속 있었다.



이 책이 의미를 가지는 건, 이 책이 단지 '아동 성폭행 피해자 롤런드'를 얘기 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에게 그런 일이 있었지만, 그러나 롤런드라는 한 인간의 인생 전체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이 그의 인생 전체를 의미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일은 있었고, 그 일은 어떤 식으로든 그에게 영향을 미쳤지만, 그러나 그의 인생이 그것 만으로 정의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삶을 살았다. 그가 만난 사람들은 역시, 그 사람들 고유의 인생을 살았다. 그의 인생은, 각자 고유한 인생을 살아갔던 사람들과의 총체적 합이다.


그의 아내 앨리스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은 아주 많이, 그 아내의 입장에 대해서 그리고 그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어린 아이와 남편을 두고 떠나버린 여자. 자신이 침몰할까봐, 자신의 엄마가 글쓰기를 포기하고 침몰했던 것처럼, 자신도 침몰해서 계속 우울하게 인생을 살까봐 기꺼이 버리고 돌아선 여자. 그래서 그녀는 어떻게 되었는가. 정말로 대단한 작품을 써냈다. 대단한 작품을 써내고, 또 써냈다. 매몰차게 아이와 남편을 무시하면서 보란듯이 성공한 작가가 되었다. 롤런드는 수시로 얘기한다. 만약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집에, 그녀가 떠나지 않고 우리와 살았다면, 그랬다면 그런 작품을 써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물론, 어떤 사람들은 부모의 역할도 해내면서 훌륭한 작품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가 그런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떠났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리고 글에 대한 이야기. 작가는, 세상에 글을 써내는 사람은, 그 글에 자신의 가족과 지인들에 대해 얼만큼의 이야기를 해야하는걸까. 글을 써서 발표하는 것에 있어서 윤리란 어떤 것일까. 



롤런드의 인생을 그리고 앨리스의 인생을 좋은 인생이었노라 그리고 나쁜 인생이었노라 다른 사람이 판단할 수는 없다. 누구나 죽음을 앞두고는 어떤 일을 후회하고 어떤 일에 있어서는 만족하는 것일테다. 어떤 비극이 나에게 있었고 또 어떤 후회가 나에게 남았어도 또 어떤 자랑스러움과 어떤 행복이 공존한다. 아이었을 때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어떤 실수를 하고 또 어떤 행복과 안정을 느끼기까지, 이언 매큐언은, 그 삶을 살아냈기 때문에 써낼 수 있었다. 늙어가는 부모 그리고 결국 부모를 떠나보내는 것을, 그리고 이제는 내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지 않았다면 어떻게 써낼 수 있을까. 


롤런드에게 의붓형이 있었다는 것을, 노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된다. 그리고 이것은 이언 매큐언에게도 있었던 일이다. 의붓형의 존재를 뒤늦게 알게된 일. 책 속의 롤런드가 그랬듯이 이언 매큐언도 기숙 학교를 다녔다. 그 기숙학교의 어떤 선생님은 실명으로 이 책 속에 존재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어느 정도 이언 매큐언의 이야기이구나, 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이 되었는데, 이언 매큐언은 감사의 말에서 이렇게 끝을 맺는다.



그 학교에 미리엄 코넬 같은 피아노 선생님은 없었다. -p.688, <감사의 말> 중에서





스스로 만든 지옥은 흥미로운 구조물이다. 누구나 평생에 적어도 한 번은 만들게 되어 있다. 어떤 이들의 삶은 그런 지옥일 뿐이다. 성격이 불행을 자초한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롤런드는 그런 생각을 자주 했다. 자기 손으로 고문 기계를 만들고 그 안으로 기어들어간다. - P35

그의 오른쪼긍로 난 농로는 평평한 들판을 가로지른 후 크라우치하우스를 지나 워런 레인을 따라 오리 연못과 어워턴홀로 이어졌다. 앤 불린이 어릴 적에 그곳을 바문해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며, 나중에 헨리 8세가 그녀에게 구애하기 이해 그곳에 왔었다는 사실을 모든 학생이 알고 있었다. 앤 불린은 왕의 명령으로 런던탑에서 참수되기 전에 자신의 심장을 어워턴교회에 묻어달라고 간청했다. - P186

그는 일을 마친 후 침실에서 자신의 O레벨 시험(과거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보통 16세가 된 학생들이 치던 과목별 평가 시험) 결과가 은 갈색 봉투를 떨리는 손으로 뜯었다. 그느느 침대에 앉아 목록을 바라보며 특정한 한 글자가 다르게 보이도록 애썼다. 모두 열한 과목이었는데 단 한 과목도 통과하지 못했다. 모든 과목 옆에 ‘F‘가 찍힌 얄팍한 인쇄지는 그야말로 물리적 충격이었다. 영어마저도. 영어는 저능아만 낙제한다고 다들 말했다. 음악까지도. 그는 합격에 필요한 지식을 배우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럼 식스폼에 못 올라가고, 상급 영어와 프랑스어와 독일어도, 대학도 물건너간 일이었다. - P356

"넌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에 충분한 나이야."
"그래도 선생님을 만나러 갈 거예요. 전과 똑같을 거예요."
"난 네가 여기에 항상 있기를 원해."
"네."
"난 네가 학교를 떠나기를 원해. 네가 내 침대에 있기를 원해."
그는 공중전화 부스 문에 몸을 의지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 P361

"내가 이미 여러 번 부탁했잖아요. 아프다는 걸 당신도 알잖아요."
그러면 그는 심통을 부렸다. "다정하게 대해준 대가가 고작 이거야?"
그런 분위기에서 아버지는 부루퉁함과 격노의 조합을 능숙하게 보여줬다. 그리고 술도 즉각 와인에서 맥주와 독주로 바꿔 교대로 마셨다. 로절린드는 주방에서 설거지를 마친 뒤 곧장 침실로 가버렸고, 롤런드는 거실에 아버지와 함께 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어색한 분위기를 의식하고 다른 화제로 넘어가고 싶을 때, 그리고 롤런드도 함께 넘어가주기를 바랄 때 늘 그러듯 이렇게 말했다. "신경쓰지 마라, 아들. 신경쓰지 마." - P371

그리고 올드타운을 지나 렉토리그로브를 따라 집을 향해 짧게 걸어가는 길에도 끔찍하고 부적절한 생각이 고개를 드렀다. 해방감. 그는 더 커진 하늘 아래 서 있었다. 넌 더이상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야. 넌 그저 아버지일 뿐이야. 이제 너와 네 무덤으로 가는 분명한 길 사이에는 아무도 서 있지 않아. 아닌 척하지 마-스픔만이 아니라 고양감도 온당한 감정이야. 그는 죽음에 관해서는 초심자였지만 처음 드는 감정을 의심할 줄은 알았다. - P420

그의 아버지에겐 친구가 없었다. 군대 동료, 장교클럽의 술친구는 상황에 의해 억지로 맺어진 관계였다. 그들은 수년 동안 그의 삶에 존재하지 않았다. 롤런드는 이제야 분명하게 알 것 같았다. 잔디깎이 사건은 작은 일례일 뿐이었다. 고립된 남자, 그는 동네 술집에서 편하게 어울리기엔 너무 독단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고 남의 말에는 귀를 닫았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받아들이지 못하고, 지능은 높으나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해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했으며, 매일 보는 신문 외에는 관심사가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군대식 질서 의식과 시간 엄수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며 깊은 권태감을 가렸는데, 술이-적어도 그 자신에게는-모든 걸 견딜 만하게 해주었다. - P427

그는 걸음을 옮기며, 아이를 키우는 것 외엔 자기 삶의 모든 것이 비정형의 상태로 남아 있고 그걸 바꿀 방버비 없다는 생각을 했다. 돈은 그를 구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이룬 게 없었다. 삼십년 전 비틀스에게 보내려고 쓰기 시작했던 곡은 어떻게 되었는가? 없었다. 그후로 무엇을 이루었는가? 아무것도 이룬 게 없었다. 백만 번쯤 테니스공을 치고, 천 번쯤 <클라임 에브리 마운틴>을 연주한 것 말고는, 자신이 쓴 진지한 시들을 읽을 때면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의 아버지는 한순간에 쓰러져 죽었다. 어머니는 정신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뇌 검사를 받아보면 확실해질 터였다. 부모의 운명은 그의 운명을 말해주었다. 그는 부모의 운명으로 자신의 삶을 판단할 수 있었다. 그는 지금 자기 나이 때 부모님이 어땠는지 또렷이 기억했다. 그때부터 그들은 육체적으로 쇠약해지고 병든 것 말고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었다. - P441

반면 앨리사는-그녀의 결단에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어느 바람 부는 화창한 평일 아침에 그녀는 작은 여행 가방을 꾸린 후 열쇠를 남기고 현관문을 나서며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꾸었다. 그때 그녀는 야망에 사로잡혀 그것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고 다른 이들에게도 고통을 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 P442

그는 잠들기 전에 귀사타브 플로베르의 [감정 교육]을 30쪽 정도 읽었다. 청년 프레데렉 모로는 나이 많은 유부녀와 깊은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어느 저녁 사교 모임에서 작별인사로 그의 손을 잡았고, 그 직후에 집으로 걸어가던 그는 퐁네프 다리에서 걸음을 멈추고 황홀한 상태에서 "더 높은 세계로 올라가는 것 같은 영혼의 전율을 체험한다". 롤런드는 그 문장을 다시 읽었다. 손을 잡다. 이 단계에서 둘 사이에 섹스의 가능성은 없었다. 그녀는 아마 그의 감정에 대해 전혀 모를 터였다. 롤런드의 문고본에 적힌 작품 소개에 따르면, 작가 플로베르 자신도 열네 살 때 스물여섯 살 유부녀와 사랑에 빠졌다. 그 여자는 거의 반세기 동안, 여러 차례 공백기를 두고 그의 삶에 남았다.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의견이 갈렸다. - P453

"베인스 씨는 성폭력 피해자입니다. 이건 범죄 문제예요." - P481

"당신이 참아줄 수 있다면 하나 더 이야기하죠. 나는 당신이 다른 학교에 다녔는지, 지난 세월동안 뭘 하며 살았는지 몰라요. 하지만 당신이 프로 콘서트피아니스트가 되지 않았다는 건 알아요. 수년간 계속 찾아보고 알아봤으니까. 당신이 성공하면 내가 당신에게 끼친 피해가 조금이라도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 하지만 그 바람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어쩌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르죠. 그리고 나 때문에 당신이 갖지 못한 것, 음악을 사랑하는 세상을 갖지 못한 것에 대해 너무너무 미안하게 생각해요. 당신에게 광기를 쏟아부은 것도." - P512

지금, 마침내 그가 갑작스러운 동작에 약간 현기증을 느끼며 일어섰을 때, 잔에는 위스키가 4분의 3이나 남아 있었다. 그의 뱃속에 들어가 수면을 망치느니 거기 있는 게 나았다. - P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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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25-12-09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롤런드의 아내가 훌륭한 소설을 썼다는 말을 들으니,
‘에밀‘을 쓴 루소가 떠오르는군요...

루소도 두가지 일을 병행하기 어려웠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기도 했구요.

잘읽었는데 마음이 약간은 무겁습니다.

물론, 롤런드를 향한 마음은 한량이 없습니다!

추신ㅡ 그런데 말입니다.
˝자기 손으로 고문 기계를 만들고 그 안으로 기어들어간다˝

아무리 작가라지만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해낼 수 있는거지요?
하.... 저는 이런 참신하고도 독창적인 표현을 죽는 그날까지
해내지 못할겁니다 ㅠ



다락방 2025-12-09 17:24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차트랑 님. 자기 손으로 고문 기계를 만들고 그 안으로 기어들어간다. 무슨 뜻인지 너무 잘 알겠는데, 그런데 그 표현을 왜 저는 못할까요? 그래서 작가는 작가이고 독자는 독자인가 봅니다.

두가지 일을 병행하는 것이 가능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누구나 그래야만 한다면 해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다른데 신경쓸 일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더 잘해낼 수 있겠지요. 왜, 여자에게도 아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아내와 엄마를 하면서 작가까지 되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차트랑 2025-12-09 18:48   좋아요 1 | URL
일과를 마무리 하기 전에 한 말씀 드리고 갑니다.

다락방님께서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내셔야합니다.

제가 죽어도 못할 일을
다락방님께서는 반드시 해내셔야하고
그렇게 하실 수 있다는 저의 믿음에 보답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다락방님의 ‘Amor Fati‘ 입니다 !!!
설마 잊으시려는 것은 아니시겠지요?

그럼, 저는 이만....




다락방 2025-12-10 00:57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차트랑 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요. 열심히, 최선을 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잠자냥 2025-12-09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네 살이요?! 아니 저건 소아성애인데....-_- 저게 어떻게 사랑이라고.
아니 그리고 침대에서 깨워서 학교 보내도 모자랄 판에.... 아이고야.
여남이든 남녀든 여여든 남남이든 성인이 미성년자 성적으로 그루밍 착취하는 걸 사랑이라고 그리는 거 참 싫습니다....;;; (한쪽이 미성년자일 때 만났다가 성인이 되어 결혼하는 것도 전 그래서 좀 그렇더라고요.....)

아무튼 이 글 읽으면서 저도 <롤리타> 생각이 났는데(롤런드도 그래서 일부러 이름 비슷하게 지은 건가 싶기도...) 롤리타와 다른 결말이고 다른 결로 소설을 풀어나가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언 매큐언 저는 이상하게 손이 안 가는 작가라서 이 작품은 다락방 님 리뷰 읽은 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이 작품 이언 매큐언 자전적 이야기라고 해서 성착취 그 부분도 자기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라서 다행이네요;;;

다락방 2025-12-09 17:30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나 소설에서 등장인물은 그걸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자기 변명이지만),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그것이 사랑이 되는 것은 아니지요. 이 작품 속에서 미성년자와의 관계에 대해 피아노 선생도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러나 이 작품이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잠자냥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이 작품속 주인공의 이름이 ‘롤런드‘인 것은 롤리타를 생각해서 가져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롤리타를 읽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롤리타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고요, 저는 이언 매큐언도 롤리타를 생각하며 쓴 것 같다고 계속 생각했어요. 그러나 세월이 흐른만큼 뒷부분은 다르게 풀어내고요.

저도 이언 매큐언은 여러권 읽긴 했는데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하게 되진 않더라고요? 그러면서 신간이 나오면 또 관심을 갖게 되고 말이지요. 하여간 이 책은 뒷부분으로 갈수록 좋았습니다.

망고 2025-12-09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이 책 반정도 읽고 있기 때문에 다락방님 리뷰는 흐린눈으로 안본 듯 쓰윽 봤습니다ㅋㅋㅋㅋ저는 애초에 이런 내용이 들어있는 걸 알았다면 시작 안 했을거 같아요ㅠㅠ 피아노 열심히 배우는 내용일거라 예상하고 재밌을거 같아서 나오자마자 샀건만...ㅠㅠ

잠자냥 2025-12-09 14:26   좋아요 0 | URL
망고 님이 읽는 부분은 침대에서 그러고 있느라 정작 피아노는 치지도 못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5-12-09 14:27   좋아요 0 | URL
열네살짜리랑...너무 싫었어요ㅠㅠ

잠자냥 2025-12-09 14:31   좋아요 0 | URL
아 전 요즘에 한국에서 교사가 18세 제자랑 숙박업소 전전... 심지어 한 살 아들 동반... 그 기사 보고 이거랑 겹쳐서 더 싫었............

잠자냥 2025-12-09 14:49   좋아요 0 | URL
망고 님에게 <아름다운 청춘 Lust Och Fagring Stor, All Things Fair>(1995)을 추천합니다. 🤣🤣

망고 2025-12-09 14:42   좋아요 0 | URL
와 이 영화 뭐에요!!! 이런 영화도 있었네요... 유럽은 이런쪽으로 좀 관대한가... 프랑스 대통령도 떠오르고 그러네요ㅠㅠ

잠자냥 2025-12-09 14:49   좋아요 0 | URL
근데 전 이 영화는 좋아해요. 소재는 좀 그렇지만 명작입니다..... (다락방은 이 영화 알 거 같은데....?)
이언 매큐언 <레슨>도 그럴 거 같습니다. 소재는 그렇지만 좋은 작품인 영화/소설이 아닐까.

망고 2025-12-09 15:19   좋아요 0 | URL
이 책도 소재가 그래서 제가 읽기 괴롭다는 것 뿐 문학적으로 괜찮은 작품인거 같아요 아직 다 안 읽었지만ㅎㅎㅎ 저 영화 잠자냥님이 좋아하는 영하라구요? 오호~ 한번 봐볼까

다락방 2025-12-09 17:34   좋아요 0 | URL
망고 님, 책은 걱정말고 끝까지 읽으셔도 되겠습니다. 끝으로 갈수록 좋아지고요, 마지막엔 아 별 다섯을 줄까도 살짝 망설이긴 했거든요. 어떤 부분들에서는 헉, 하고 놀라다가 뭐야, 작가가 나를 이렇게 만들기 있긔없긔?! 이러면서 읽기도 했습니다. 끝까지 읽으세요, 망고 님. 인간은 결국 다른 인간과 함께 살아가야하고, 그리고 모든 인간은 늙어가고 병들고 그리고 과거는 미래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줍니다.


잠자냥 님/ 언급하신 영화는 제가 본 영화고요, 지금은 오래되어서 기억이 잘 안나는데, 어렴풋하게, 소년이 선생님의 집에도 갔던, 그런데 선생님의 남편도 있었고 그 남편과도 친하게 지냈던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이 관계에서 빠져나가기 힘들어했던 여자...도요.

단발머리 2025-12-09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리뷰 읽어보니 이 책, 두께만큼이나 넓은 책인 것 같습니다. 롤런드의 삶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 아내가 훌륭한 작품을 써냈다고 하는데서 한편으로 시원하기도 하구요. 우치타 다쓰루라고 한국에 여러 책이 소개된 일본 작가가 있는데, 이혼하면서 8살인가 어린 딸을 자기가 키웠다고 하더라구요. 아이가 아빠랑 살겠다고 해서 ㅋㅋㅋㅋ도시락 싸주면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뒷바라지. 그래서 육아 때문에 대학 쪽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약간 독학식으로 공부했는데 나중에는 일가를 이뤘죠. 롤런드의 아내는 롤런드를 떠나서 성공할 수 있었을 거 같아요. 보통의 경우에 그런 경우 여자가 희생하니깐요. 근데 롤런드가 힘들기는 했겠네요. 그래서, 결론은. 피아노쌤은 나쁘다....로.

다락방 2025-12-10 01:04   좋아요 0 | URL
<반면 앨리사는-그녀의 결단에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어느 바람 부는 화창한 평일 아침에 그녀는 작은 여행 가방을 꾸린 후 열쇠를 남기고 현관문을 나서며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꾸었다. 그때 그녀는 야망에 사로잡혀 그것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고 다른 이들에게도 고통을 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 P442>

제가 위에 인용문도 삽입하긴 했는데요, 앨리사(롤런드의 아내) 에게는 자신의 고통을 감내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고통을 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던거죠. 저는 이게 되게 인상깊었어요. 사실 내 고통을 감내하는 건 할 수 있어도, 다른 이들에게도 고통을 준다고 하면 그건 꺼려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특히나 어린 자식을 두고 떠난다? 이건 보통의 마음먹기로 가능한게 아니잖아요. 그야말로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걸 알면서, 그런데도 두 눈을 질끈 감은거잖아요. 이것에 대해 굉장히 복잡한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런데 너무나 훌륭한 작품을 써냈대요. 롤런드의 생각처럼, 남편과 아이를 두고 떠나지 않았다면, 아내와 엄마로 계속 머물렀다면, 그랬다면 정말 불가능한 것이었을까. 이 점에 대해서 되게 복잡했어요. 앨리스에 대해 복잡한 마음을 더 써보고 싶었는데, 리뷰가 너무 길어지더라고요. 사실 되게 할 말이 많은 작품이거든요.

롤런드의 엄마 로절린드 얘기도 진짜 할 게 많아요. 중요한 건 스포일러가 될테니 더 말하진 않겠지만, 참전한 남편이 사망해서 재혼을 하고, 롤런드는 그 두번째 남편의 아들인데요, 이 남편이 폭력적이라서 아내를 때리거든요. 그러니까 이 엄마, 아내의 입장도 그리고 그것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아들에게 계속해서 말하는 아버지도. 그리고 다시 앨리사 이야기로 돌아가면, 앨리사 어머니가 평생 ‘책을 썼어야 했는데 남자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아이를 낳느라 그걸 못했다‘고 아쉬워하는 것까지. 앨리사는 그런 엄마를 보고 자라서 자신은 엄마처럼 침몰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여기에 대해서도 되게 복잡했어요. 만약 앨리사의 엄마가 침몰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앨리사는 어떤 삶을 살게 됐을까요?

피아노 선생님에 대해서라면, 정말이지, 과거는 미래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을 따름입니다.
 















너무 좋을 것 같아서 이 책을 샀고, 얼른 읽고 싶어서 시작했다.

오늘, 아직 처음 부분 조금만 읽었는데 괴롭다. 너무 괴롭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며 비스듬히 기울이는 복잡한 동작을 해 보였고 그녀의 얼굴이 호를 그리며 내려와 그의 입술을 덮쳤다. 그녀의 입술이 그의 입술에 완전히 포개진, 부드럽고 긴 키스였다. 그는 거부하지도, 호응하지도 않았다. 그 일은 일어났고 그는 잠자코 받아들였으며 끝날 때까지 아무 느낌도 없었다. 오직 회상 속에서만, 홀로 그 순간을 떠올리며 생생하게 되살릴 때만 그 중요성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녀가 그에게 입술을 포개고 있는 동안 그는 멍하니 그 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러다 갑자기 무언가가 그들의 주의를 빼앗았고, 키스는 끝났다. -p.26



26페이지에 등장하는 저 문장은, 성인들의 것이 아니다. 키스를 갑작스레 당하는 쪽은 남자아이고 저 당시 고작 열한살이다. 그리고 갑작스레 키스를 하는 쪽은 피아노 선생님, 성인 여자이다. 왜, 성인 여자가 열한살 남자아이에게 키스를 한단 말인가. 

키스를 하기 전에도 그녀는 피아노를 잘 못쳤다는 이유로 그를 꼬집거나 자로 때리고 바지 않으로 손을 넣기도 했다. 그런데, 그 날, 실수없이 친 그 날, 그녀는 그에게 키스를 했다. 창밖으로 무언가 지나간 것 같은 그 때에야 비로소 키스를 멈췄다.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 

왜그래. 


이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른다. 나는 모른다. 그런데 성인 여성이 열한살 남자아이에게 키스를 했다는게 너무 싫어서 미치겠다.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 이언 매큐언이 이 이야기를 굳이 앞에 넣은 이유는 뭘까? 아마 끝까지 읽어보면 알겠지. 



집에 가서 액션영화나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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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5-12-06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래서 초반을 못 벗어나고 2주째 들고 다니기만 하고 있어요ㅠㅠ 제가 너무 싫어하는 종류...14살 소년과 25살 피아노 선생님의 관계가 계속 나와요ㅠㅠ

다락방 2025-12-07 00:51   좋아요 0 | URL
아... 계속 나오나요.. 제가 진도를 못나가네요. 하아- 다 읽고 싶기는 한데 말입니다. 이를 어쩌죠.. 저도 초반에 멈춰있어요.

hellas 2025-12-06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장바구니에서 빼야겠네요.....

다락방 2025-12-07 00:52   좋아요 0 | URL
뭔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이걸 넣었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좀 스트레스에요. ㅠㅠ

hellas 2025-12-07 00:53   좋아요 0 | URL
그렇겠죠. 근데 이제 그런 스트레스받으며 하는 독서를 안하고싶어져서요 ;ㅂ;

다락방 2025-12-07 01:35   좋아요 1 | URL
네, 읽을 책은 너무나 많으니까요!

차트랑 2025-12-07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잘 지내고 계심은 물론 쓰신 글을 통해 알고있습니다.

인플루언서께서 친정(親政)하시니
진정어린 감사의 뜻과 함께
저의 견해를 말씀드린 후 돌아가보겠습니다.

제 생각에도, 그러면 안될것만 같군요.....

(추신ㅡ 세번 째는 언제 나올까요.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다락방 2025-12-07 18:02   좋아요 0 | URL
악, 차트랑 님, 반갑습니다! 후훗.
세번째는...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하여간 세번째를 내기는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하핫.

독서괭 2025-12-07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쳤나봐요 열한살짜리에게 그런 감정이 드니?? ㅠㅠ 든다고 행동하면 되니?? ㅠㅠㅠ

다락방 2025-12-07 18:02   좋아요 1 | URL
아무튼 뒷부분도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야기가 대체 어찌 진행되려고 이러는것인지... 휴..

단발머리 2025-12-08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건 아니죠.
근데 저는 <차일드 액트>에서도 약간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게 기억이 나요. 정확히는 아닌데, 약간 그랬던. 그 소설에서도 여성이 연상이라 그랬을지도 모르지만요. 전 시작도 안 해서 일단 다락방님이 읽고 난 이후를 도모해도 괜찮을 거 같아요.

다락방 2025-12-09 10:05   좋아요 1 | URL
저는 차일드 액트는 좀 좋았거든요. 그런데 [레슨]은 완전히 어긋낫다, 라고 여기까지 읽고 생각했었고요, 그리고 다 읽은 지금(어제 하루종일 읽었어요) 이 책이 좋았습니다. 할 말이 참 많은데 이걸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곧 페이퍼든 리뷰든 뭐든 쓸게요. 여기 진짜 할 말이 무척 많아요.
 

오늘 4레벨의 마지막 시험, 최종 시험이 있었다.

이 시험은 그전의 test 들처럼 점수를 알려주지 않고, 통과했는지 아니면 실패했는지를 알려준다. 통과하면 5레벨로 가서 수업을 듣는다. 지난 3레벨의 경우, 나는 HD 가장 높은 등급으로 통과를 했더랬다. 너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는데, 4레벨에  올라오니 수업이 너무 빡세서, 모르는 단어도 많고 선생님 말은 속도가 너무 빨라서, 어느날은 채경이에게 '나 4레벨을 통과할 수 있을까?' 물어보았더랬다. 휴.. 채경이는 내가 할 수 있다고 했다. 하하하하하.


아무튼 그래서 오늘 기말 시험을 보고난 후기는 브런치에 올렸다.


https://brunch.co.kr/@elbeso77/137



시험시간을 한시간 이상 남기고 제일 먼저 제출한 뒤에 학교를 나와서는 밥을 사먹고 간식도 사먹고 차도 마시면서 책을 좀 읽었다. 한참 밖에서 놀다가 집으로 가면서는 '제이슨 스타뎀 나오는 영화를 한 편 봐야지, 후훗' 했더랬다. 그리고 아마존 프라임 에 제이슨 스타뎀 이름을 넣고 검색해보니, 다행히도 2025년에 만들어진 영화, 즉 내가 아직 보지 못한 영화가 있었다. 만세! 좋았어. 나는 얼큰계란탕을 만들어두고는 영화를 재생했다.




특수부대 출신 레번(제이슨 스타뎀)은 지금은 공사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자신이 파병중에 우울증을 앓던 아내는 자살을 하고,  어린 딸은 현재 외할아버지와 같이 살고 있다. 외할아버지는 레번에게 '네 주변엔 폭력이 따라다닌다'며 딸을 완전히 빼앗아 오려고 한다. 그러나 레번은 공사현장에서 주는 돈을 열심히 모아서 변호사 비를 대고 트럭에서 살면서 언제든 딸을 데려올 생각만 하고 있다. 그런데,


공사현장 사장 부부의 딸이 납치를 당한다. 이제 대학생이 되었고 한학기 끝났다고 파티를 하러 갔는데 납치를 당한거다. 사장 부부는 레번을 신뢰하며 가족같이 대해주었고 그의 딸 '제니' 역시 마찬가지. 그전에 제니가 자신의 일을 눈감아준게 있어 그녀에게 도와주겟다 약속을 한 적도 있어서, 그걸 지키고자 레번은 제니를 구출해 오기로 한다. 자꾸 폭력을 사용하면 안되는데, 폭력에서 손을 떼기로 했는데, 그런데 제니를 구하기 위해서 어쩔 수가 없네. 그는 제니가 인신매매 당한 경로를 추적해 그 과정에 가담한 악당들을 죄다 죽이는데, 하필이면 거대한 러시아 마피아 조직이어서 죽일 놈이 한두명이 아니다.


나는 이 과정에서 너무 쫄렸다. 일단 젊은 여성이 폭력배에게 인신매매 당했고, 그 인신매매는 '나 저 여자 마음에 들어' 하고 찍은 고객이 있어 이뤄진 것이라, 분명 강간 장면이 나올거라 생각해서였고, 게다가 이 러시아 마피아가 레번의 정체를 파악한 이상, 레번의 어린 딸을 인질로 삼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둘다 진짜 내가 너무 보기 싫은 장면이어서, 동생들에게 제이슨 스타뎀 영화 보는 중이라고 말하면서 '그런데 추천하진 않아, 젊은 여자 납치됐는데 그걸 제이슨 스타뎀이 구하거든, 그런데 제이슨 스타뎀에게 어린 딸이 있어서 그 어린 딸 인질 삼을까봐 너무 쫄려' 라고 했다. 제발 어린애 납치 같은거 나오지 말아줘, 아무리 아빠가 제이슨 스타뎀이라도 그러지 마라 진짜... 하는 마음으로 완전 쫄아서 봤는데, 이 영화 알라딘에서는 나밖에 안볼 것 같아서 말하자면,


어린애 납치는 일어나지 않는다. 레번은 특수부대 시절 자신이 생명을 구해줬던, 너무나 강한 전직 동료에게 아이를 맡긴다. 거긴 안전하다. 게다가 그 동료는 강하다. 그리고,

강간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옷 벗기는 장면도 전혀 나오지 않는다. 완전 쫄았다가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게다가 인신매매로 납치된 여자는, 끝까지 정신 차리려고 주는 음식 마구 먹으면서 기회가 닿는대로 반항을 한다. 조연이었지만, 무력하지 않았다. 젊은 여자가 인신매매 당해서 누가 봐도 성폭행 당하는 장면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런 장면은 보여주지 않는다. 나는 그 점이 너무나 좋았다. 그리고 우리의 어린 아이, 안전하게 잘 보호받았다. 나, 마지막엔 좀 눈물이 났다니까? 


그런데, 이게 제이슨 스타뎀 주연의 영화라서, 러시아 마피아 조직, 엄청 크고 강한 조직인데, 심지어 경찰도 뇌물 받아먹고 비리경찰인데, 제이슨 스타뎀 혼자서 다 죽여버린다. 그건 너무 멋있고 좋았지만, 그렇지만, 혼자는 좀 너무하지 않나요. 나는 자꾸만 잭 리처 생각을 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잭 리처가 기꺼이 도와줄텐데! 게다가 잭 리처는 정말 커다란 의지가 될텐데!! 레번, 특수부대 출신이라며, 헌병 출신 잭 리처 몰라? 연락해봐!! 그러나, 레번은 영국의 특수부대 잭 리처는 미국의 헌병.. 그래도 건너건너 알 수 있고 뭐 그러지 않아요? 사실 몰라도, 잭 리처는 그게 여자와 아이를 위한 일이라면 발벗고 도와주지! 빠샤!! 아무튼 그래서, 레번이 잭 리처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함께 싸운다면 진짜 좋을텐데! 악을 뿌리째 뽑아버릴 수 있을텐데!!


마지막에 악의 우두머리는 죽지 않은 채로, '내 자식들을 그놈이 죽였어!' 하고, 사적인 복수를 다짐하기 땜시롱 그 다음편이 시리즈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 감독님, 제 얘기 새겨들으세요. 잭 리처랑 조인하세요. 콜라보 하세요. 잭 리처 부르세요. 그래서 악을 아예 뿌리째 뽑아버리세요. 레번 혼자 너무 힘들잖아요. 잭 리처랑 힘을 합치긔!!!!!



나는 다 보고나서 동생들과의 톡방에 다시 말했다.

니네 봐도 되겠다. 강간 장면도 안나오고 아이 도 무사해! 라고. ㅎㅎㅎㅎㅎ 휴.....


내가 제이슨 스타뎀 영화 본다니까, 여동생이 '즐기는구나, 방학식을' 이라고 말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만든 얼큰계란탕 사진 투척하려고 했는데, 지금 영화 포스터 사진도 안올라가네. 뭔일이여, 알라딘. 일 좀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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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5-12-06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험시간을 한시간 이상 남기고 나오셨다면 대부분 아는 내용이라 빨리 답을 쓰셨다는 말씀이군요. 시험 잘 보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얼큰계란탕 맛있을 것 같아요. 저도 이따 저녁에 만들어볼까봐요. ㅎㅎㅎㅎ

다락방 2025-12-06 19:18   좋아요 0 | URL
사진 올리고 싶은데 지금 알라딘에 사진 올리기가 안되네요. 비쥬얼이 근사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물을 많이 넣어서 그런지 좀 싱거웠어요. 다음에 만나면 사진 보여드릴게요.

쓰기 주제가 평소 생각하던거라 후다닥 쓰고 나왔습니다. 후훗. 운이 좋았어요. 이제 이곳에서의 시간도 4개월이 지났어요. 시간 정말 빠르네요. 지금은 혼자 나와서 호가든 생맥 마시면서 놋북으로 댓글 쓰고 있습니다. 껄껄.

독서괭 2025-12-07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정말 강간장면 어린이납치 안 일어나서 다행이예요! 저도 정말 싫습니다 그런 장면은 ㅠㅠ
마지막 시험 끝내신 거 축하드립니다! 속이 더 시원하셨을 듯~ 다락방 고생했어요!!

다락방 2025-12-07 18:03   좋아요 1 | URL
네네 5레벨이 벌써부터 걱정되지만-과연, 알아들을 수 있을까?- 그런 한편 5레벨 끝나면 이제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아쉽기도 합니다. 힝 ㅠㅠ

차트랑 2025-12-08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원빈이 와서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금니빨 빼고 죄다 씹어먹어줄께!!!!!!!!!‘

열공!!!

다락방 2025-12-08 12:33   좋아요 0 | URL
ㅎㅎ 하여간 혼자는 외롭고 고독하고 힘이든 것입니다. 악과 맞서 싸울 때는 누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강하고 정의로운 자가 말이지요.

열공!! 인데 지금은 펑펑 놀고 퍼져있습니다. 후훗.

단발머리 2025-12-08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잭 리처 생각하시는 마음은 일면 이해가 되지만서도 말입니다. 두 사람을 한 작품에 같이 넣는다는 것은 일단 개런티 문제가 있고요. 그리고, 두 사람간의 비중을 잡는게 참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아직은 리처 쪽입니다.

그리고, 사진은 기다리고 있습니다. 얼큰계란탕이요~~

다락방 2025-12-09 10:09   좋아요 1 | URL
하..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단발머리 님. 둘을 공평하게 역할분담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고, 누군가는 조연이 되어야 할텐데... 레번도 잭 리처도 조연하기 싫어할텐데... 하.. 역시 그들은 혼자여야만 할까요. 그렇지만 혼자는 힘든데......... 하....... 하여간 저는 제이슨 스타뎀도 잭 리처도, 이렇게 좋아하는 액션 주인공들이 있다는게 좋습니다. 하하하하하.

오오 알라딘 이제 사진 올라가는 것 같은데, 그러면 올려보도록 할게요!! >.<
 

3레벨의 쓰기,읽기 선생님은 Rina 였다. 말하기,듣기 선생님은 따로 있었고, 4레벨에서는 선생님이 바뀌었다. 그러니까 나는 여태 총 네 명의 선생님을 만난건데, 그 중에 누가 가장 좋았냐고 물어본다면 고민없이 나는 Rina 를 말할거다.

Rina는 우리가 모를 것 같다고 생각되는 단어에 대해 설명할 때, 그러니까 어떤 단어에 대해 설명할때 막연하거나 추상적으로 대충 어떤 단어랑 비슷하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았다. 정확하게 그것은 무엇이다, 라고 설명해줬는데, 그 때 그 설명은 마치 내가 사전을 펼쳐 읽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Rina 가 단어에 대한 설명을 할 때면 그게 그렇게나 좋았더랬다. 영어 단어에 대한 설명을 영어로 듣노라면, 그 단어가 더 명확하게 이해되고 더 잘 기억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설명해준 단어중에 처음 배워서 기억하게 된 단어가 commute 였다. 나는 그 당시 처음 보는 단어였다. 그리고 이 단어가,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서, 아, 통학하거나 출퇴근 하는 걸 의미하는구나, 라는걸 깨달았다. 잠시, 여기서 영영한사전에는 뭐라고 나와있는지 들춰보겠다.


commute: to travel regularly in order to get to work 직장에 출근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이동하다


그리고 그렇게 이동하는 사람을 commuter 라고 한다. 통근자. 



너무 잘 이해되고 기억되어서 바로 외운 단어가 되었는데, 첫번째 test 에서 이 단어가 답인 문제가 나왔다. 그리고 나는 정답을 맞혔다.


나는 Rina 가 단어에 대해 설명해주는게 너무나 좋았다. 그녀는 마치 사전 같아, 라고 생각했다. 다른 모든 사람들도 단어에 대해 저렇게 설명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Rina 를 제외한 다른 어떤 선생님들도 Rina 같지 않았다. 사전같지 않았다. 사실 단어에 대한 설명에 있어서라면, 다른 선생님들이 말해줄 때 다소 불만일 때가 많았다. 그건 아마도 내가 그전에, 가장 처음으로 Rina 의 설명을 들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었다. 왜 저렇게 밖에 못하지? 왜 Rina  처럼 설명해주지 못하는거야? 내심 속으로 불만을 가졌더랬다.


그러던 어느날 복도에서  Rina 를 마주쳤다. 나는 반가워서 네가 그립다고 말하며 그녀에게도 내 생각을 말했다.


"너가 너무 그리워. 특히 너가 단어에 대해 설명할 때면 너는 사전 같았어. 너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Rina 는 너무 고맙다고 활짝 웃었다. 나는 정말로 Rina 가 그리웠다. 단어에 대한 그녀의 설명이 특히 그리웠다. 그래서 영엉사전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영영사전 이라면 이미 가진게 있었다. 한국 집에. 내가 대학 들어가고나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첫 월급으로 나는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 영영사전을 샀더랬다. 사놓고 너무 좋아서 여기저기 들춰보기도 했다. 영영사전은 나의 보물이었다. 사실 한동안 보고 그 뒤로는 보지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것이 내게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영영사전이 집에 있는데 여기서 또 사는건 낭비겠지, 그런데 한국에 있지 여기엔 없잖아, 나는 당장 보고 싶다고, 그렇다고 한국에 있는걸 여기로 보내달라고 하면, 그 돈으로 사전을 사겠지... 고민하다가, 문득, 오래전에 내가 영한사전을 사고 싶다는 페이퍼를 썼고 거기에 라파엘 님이 댓글을 달아주셨던게 생각났다. 다시 그 페이퍼를 찾았다. 라파엘 님은 영영한 사전을 사라고 조언해주셨다. 아, 맞다, 그랬었지!


마침 한국에서 나를 보려고 싱가폴 오겠다는 친구가 있으니, 나는 그 사전을 사서 그 친구 집으로 보냈다. 친구야 올 때 가져다주렴. 그렇게 영영한사전이 내게로 왔다.

















그리고 이 사전을 받아들고 단어를 찾아보는데 너무 좋다! 아, Rina 가 단어 설명해주던 그걸 이제 수시로 느낄 수 있어. 만세! 너무 좋다. 진짜 좋다. 이 영영한사전은, 영영한사전 자체로 재미있다. 그리고 자꾸 반복해 찾다보면, 어쩐지 영어도 잘 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왜냐하면 단어 뜻 읽으면서 수시로 문장을 만나게 되잖아. 게다가 그 문장은 우리를 이해시키기 위해 결코 어렵지가 않다. 사전을 반복해 보다보면 영어도 더 잘하게 되지 않을까? 후훗.


독서괭 님의 요청을 받아 사진도 좀 추가해본다.







이거 사진 찍다가, 아, 나는 유튭 계정 있는 사람이지! 유튭으로도 짧게 리뷰해보았다. 이게 다 독서괭 님 때문이다.


(목소리가 너무 작게 나오니 알아서 조절해서 들으세요. 편집 기술 없습니다..)






방금 빨래 널고 있으면서 텔레비젼 틀어두었는데, 싱가폴 뉴스에서도 한국 계엄 얘기 나온다..




그럼 여러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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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5-12-04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덕분에 choice의 뜻을 새로 알았네요. 저는 지금까지 choosing (선택하는 행위)와 choice (선택할 권리, 선택할 기회)를 별 구분 없이 쓰고 있었어요.
종이사전 오랜만에 보니 그것도 좋구요. ‘사전적 정의‘ 라고들 하잖아요. 어떤 말의 의미를 넓혀가며 쓰는 것이 필요할때도 있지만 ‘사전적 정의‘를 알고 있을 때 더 정확한 말과 글을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chocolate을 찾아보신 다락방님 ^^ youtube에 올라와있는 것외에 또 뭘 찾아보셨을까요?)

다락방 2025-12-04 15:48   좋아요 0 | URL
지금 나인 님의 댓글을 읽고 제가 무슨 단어를 찾았나 사전을 들춰보았는데요, occasional 을 찾았네요. 아마도 교과서나 책이나 어딘가에서 보고 아, 이게 내가 아는 뜻이 맞나, 하고 찾아본 단어 같아요.

occasional : happening sometimes but not often 자주는 아니지만 때때로 일어나는. 가끔의. 이따금의.

라고 되어있습니다.

독서괭 2025-12-04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다락방님 감사합니다! 사전 유용할 것 같아요. 애들 영어공부 할 때도.. 사놔야겠습니다. 선생님이 그렇게 단어 설명을 잘해주시면 참 좋겠어요. 집중 잘 될 듯. 또 안 잊고 리나에게 칭찬 아낌없이 해주는 다락방님,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니깐..

다락방 2025-12-04 15:49   좋아요 1 | URL
네, 정말 단어 설명해줄 때 어찌나 좋던지요. 좋은 경험이었고 그래서 이렇게 사전 구입으로 이어졌습니다.
누군가에게 장점이 있다면 그리고 좋아하는 감정이 있다면, 하여간 긍정적인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면 그건 꼭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나를 좋게 생각한다는 거 아는 거, 정말 좋잖아요!! >.<

책읽는나무 2025-12-04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특히 리나 선생님 이야기.
복도에서 가르쳤던 학생이 진심을 담아 건넨 그 말 한마디를 들었을 리나 선생님의 기분이 어땠을지? 상상이 갑니다.
더 다정하고 더 자세히 수업에 임하실 것 같아요.
영영한 사전 정말 유용할 것 같습니다.
종이 사전 정말 얼마만에 보는 건지 모르겠어요. 얇은 종이가 차라락 넘어가던 질감과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합니다.
그리고 저렇게 곳곳에 형광펜이나 볼펜으로 그어가던 시간들. 또 좋네요.ㅋㅋㅋ

다락방 2025-12-04 15:50   좋아요 1 | URL
저는 워낙 사전을 좋아하긴 햇었어요. 사전을 막 자주 찾아보는 사람은 아니었어도 그냥 사전이라는 물건을, 아이템을 좋아했어요. 사전은 그냥 무조건 집에 있어야 되는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ㅎㅎㅎㅎㅎ 영영한사전은 특히 만족도가 큽니다. 책나무 님도 이 참에 한 권 들이시죠. 훗.
단어 찾아보고 이렇게 밑줄 긋고나면 그 단어가 머릿속에 들어와 확 박혔으면 좋겠어요. 찾은 단어 다시 찾아볼 때의 나에 대한 실망감이란... 흑 ㅠㅠ

망고 2025-12-04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이사전 언제 들춰 봤더라 추억이 새록새록ㅋㅋㅋ학교 다닐때 책상에서 사전 베고 귀에 이어폰 꽂고 엎드려 꿀잠자던 기억이 떠올라요😆
그후 저는 지금까지도 전자사전을 씁니다 폰으로 찾는것 보다 인터넷 안되니까 집중 잘 되고 키패드 누르는 감각도 좋고해서요 저는 이 오래된 전자사전 고장날까봐 지금 하나 더 살까 고민중입니다ㅋㅋㅋㅋ
근데 다락방님 페이퍼보니 종이 사전에 밑줄 긋던 느낌도 다시 느껴보고 싶어지네요😄

다락방 2025-12-04 15:51   좋아요 0 | URL
저 중학생 때였나, 영어 시간에 사전 가지고 오라고 해서 사전 찾기 연습도 하고 그랫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일이 없겠죠. 네이버 영한사전으로 찾으면 발음까지 바로 다 들어볼 수 있잖아요. 망고 님은 전자사전 쓰시는군요. 한때 티비 광고로도 전자사전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아련...
종이사전 너무 좋아요!! 찾는데 시간 걸리지만, 그래도 참 좋아요!!

jeje 2025-12-04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하하하 저 이순간부터 영영한사전 사고싶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ㅋㅋㅋ
다락방님 라파엘님 독서괭님 감사합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5-12-04 15:51   좋아요 0 | URL
제제 님, 사전은 사치품이 아닙니다, 필수품 입니다. 이참에 한 권 들이시지요. 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12-04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저는...
사전 종류대로 출판사대로 여러가지 가지고 있는데, 롱맹 영영한 사전을 사야지만 오늘 밤에 잠이 올 것 같은 그런 사람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아, 이를 어쩐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12-04 20:24   좋아요 1 | URL
하하하하 저는 이 사전이 아주, 아주 마음에 듭니다. 꺅 >.<

감은빛 2025-12-06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커뮤터라는 영화가 생각났어요. 리암 니슨 아저씨가 퇴직한 경찰이자 보험회사에서 박봉을 받는 회사원으로 나오는 영화예요. 커뮤터죠. 퇴근하는 열차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로 있죠.

다락방 2025-12-06 17:09   좋아요 0 | URL
오 액션인가요??

감은빛 2025-12-06 17:17   좋아요 0 | URL
액션 장면은 생각보다 적어요. 오히려 추리물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롱맨 영영한사전 - 개정2판
금성출판사 편집부 엮음 / 금성교과서(금성출판사) / 200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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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좋아 너무 좋아. 사람들이 다 이거 사서 단어 찾았으면 좋겠다.
이 영영한사전을 추천해주신 라파엘 님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영영사전도 있고 영한사전도 있지만, 영영한사전이 있다는 건 라파엘 님덕에 처음 알았어요. 이래서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며 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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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12-03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잉! 영영한 사전이요? 저도 몰랐어요!

다락방 2025-12-03 15:27   좋아요 1 | URL
여기에서 필요해서 샀는데 진짜 너무 좋아요. 독서괭 님, 추천합니다! >.<
제가 단어 몇 개 찾아서 페이퍼 써보도록 할게요!!

독서괭 2025-12-03 16:52   좋아요 0 | URL
네 궁금해요. 사진도 부탁드립니다! ㅋㅋ

다락방 2025-12-03 23:58   좋아요 1 | URL
페이퍼 쓰고 사진도 올렸고 영상도 올렸습니다!!

건수하 2025-12-03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이죠 ^^ 전에 샀었던 거 같은데... 어디로 갔는가... =ㅁ=

근데 요즘 라파엘님 못 뵌지 한참인것 같아요.

다락방 2025-12-03 15:27   좋아요 0 | URL
맞아요, 라파엘 님 못 뵌지 한참됐네요. 잘 지내고 계시겠지요..
전 이 롱맨 영영한사전에 완전 만족합니다! >.<

단발머리 2025-12-03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어 공부의 시작과 끝은 사전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전의 최고봉은 영영사전 아니고 영영한 사전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좋은 거 가르쳐주신 라파엘님 어디 계세요? 잘 지내고 계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12-03 23:59   좋아요 0 | URL
영영한사전 너무 좋아요, 단발머리 님. 저의 애정템입니다. 비록 찾아본 단어는 몇 개 안되지만 말이지요.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