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싱가폴에 돌아왔다.

싱가폴 창이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또 어찌나 좋던지. 여기가 내 집이다 싶었는데, 그래봤자 이제 4개월 정도 남아있구나.

집에 돌아와서 짐을 풀고 학교에 교재를 받으러 다녀오고 충동적으로 까페에 들어갔다.

바깥에 입간판을 보고 끌리듯이 들어가버렸다. 실론티, 너무 맛있겠네..



보통 스타벅스를 자주 가곤 했는데 그래, 오늘은 여기에 들어가서 실론티를 마셔보자! 그렇게 나는 실론티를 주문했다.



저 위에 뭔가 떠있는거.. 약간 계란 흰자 살짝 익은거 같은데 이게 뭐지? 하고 그냥 숟가락으로 떠 먹어봤는데 뭔가 잘 모르겠다. 그래서 휙휙 저어봤다. 뭔가 녹아들지 않고 저 상태로 계속 있는데, 이게 밀크티를 마실 때마다 입 안으로 숙숙 들어와. 그런데 식감도 그렇고.. 좀 별로인거다. 이거.. 좀 싫어.. 맛없어.. 실론티는 맛있는데 이건 별론데.. 해가지고 .. 그리고 도대체 이게 뭔지 정체가 궁금했다. 그래서 직원에게 이거 뭐야? 라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milk cream 이란다. 그러니까 cream made of milk? 하니까 맞다고, 그러면서 자기들은 이걸 '말라이'라고 부른단다. 그래서 알았다고 고맙다고 하고선 채경이에게 말라이가 뭐냐고 물어봤다. 말라이, 내가 제대로 들은건지 좀 궁금했단 말이지.


저것의 식감이 안좋아서 비싼데도 다 마시지를 못했다. 하아- 그런데 이게.. 싱가폴의 대부분 음식점과 까페는 계산하고 나갈 때 서비스 차지와 세금이 붙는다. 스타벅스, 버거킹 같은 곳은 메뉴판에 있는 가격 그대로 지불하면 되는데, 대부분은 그렇지 않은 거다. 이번에도 6.5 달러 보고 들어갔는데 내가 나올 때 지불한 금액은..



싱가폴 돌아와서 기분 좋고 내 집에 돌아와서 기분 좋고 현지 까페 들어와서 기분 좋았는데 가격 무슨 일... 실론티 한 잔에 8천원인 건에 대하여..



급 삼겹살 먹고 싶어서 저녁엔 삼겹살 해먹고, 다음날인 일요일 오전에는 동네를 좀 달렸다. 그동안 가보지 않았던 곳으로 공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달렸는데 도마뱀 봐버렸어. 하... 이제 여기서 안달려..



베트남 갔을 때였나 도마뱀 보긴 햇었지만 싱가폴 도마뱀 정말 많고, 얘들아, 내가 도마뱀 머리에 맞고 글 쓴 거.. 알고 있니? 하늘에서 남자들이 떨어진다는 노래 있잖아? 레이닝 맨인가... 나에겐 도마뱀이 떨어지더라?


https://brunch.co.kr/@elbeso77/124



그리고 오후에는 창이공항에 친구 마중을 갔다. 친구는 한국에서 나를 만나려고 싱가폴에 왔다. 싱가폴에 사는 친구가 있다니, 씐나서 온 것. 그렇게 친구를 데리고 우리집으로 왔는데, 친구가 가져온 커다란 수트케이스에는 전부 나에게 줄 것만 담겨있었다. 너, 나 이거 주려고 온거니..



물엿과 소주,당면은 내가 부탁한 거였고 ㅋㅋㅋ 나머지는 모두 친구의 선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상쾌한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모카세 김 먹어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고마워 친구야. 넌 감동이었어..


친구랑 알차게 2박3일을 보냈다. 2만보이상 걸으면서 땀도 엄청 흘렸다. 나야 여기서 생활했었지만 친구는 여기 왜이렇게 덥냐며 덥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그리고 어젯밤, 창이공항에서 친구를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혼자 들어온 집이 허전하게 느껴졌다. 잠깐이지만 같이 있던 친구가 가니 허전하더라. 오늘부터 수업이라 어제 일찍 자려고 했는데 잠들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은 학교에 와있다. 레벨4의 시작. 선생님은 <Write to Me About Yourself> 로 60분간 250~300 단어를 사용해 글을 써보라고 하셨다. paragraph 세 개가 필요했다.


Who are you and about you


What are your future dreams and ambitions?


Learning English


다 써서 제출하고 페이퍼 쓰고 있다. 

















아 지난번 페이퍼에 올렸던 <찍을게요> 주연 배우가 브리저튼 시리즈 2의 주연배우 라는걸 건수하 님 댓글로 알게됐다. 아니, 봤던 배우인데 몰랐네. 그건 모른채로 와, 어떻게 저렇게 아름답냐! 감탄만 했었다. 엄청난 미모의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브리저튼의 그 배우였어. 하하. 저 남자배우는 <애프터> 의 그 배우다. 어른이 되어버렸다. 


https://blog.aladin.co.kr/fallen77/16813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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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10-22 1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어제 브런치에서 다락방 님 얼굴 공개 페이퍼 보고 ㅋㅋㅋ 파란 원피스 입은 얼굴 좀 보려고 결제하려고 했는데...ㅋㅋㅋㅋㅋ
아니 이게 무슨 일? ㅋㅋㅋㅋㅋㅋㅋㅋ 제 브런치 로그인 정보 까먹어서 열라 시도하다 실패하고 그냥 왔는데..
도마뱀 머리에 맞은 스토리가 브런치에 있었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친구 ㅋㅋㅋ 소주랑 상쾌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좋은 친구네요.ㅋㅋㅋㅋㅋ
근데 정작 우는 나와 우는 우는 이야기 없어서 나 운다.......

건수하 2025-10-22 13:57   좋아요 0 | URL
얼굴 공개 페이퍼가 있어요???
(브런치 계정 비밀번호를 까먹었는데 찾아야하나...)

잠자냥 2025-10-22 14:18   좋아요 1 | URL
전 찾다 말았어요.... 얼굴 알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5-10-22 14:23   좋아요 0 | URL
저도 사실 전에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그래도 팬심으로...?
근데 찾기가 쉽진 않은가보군요 ㅎㅎ

잠자냥 2025-10-22 14:33   좋아요 1 | URL
아니 제 비밀번호랑 아이디 찾다가 말았다고요. ㅋㅋㅋ

https://brunch.co.kr/@elbeso77/116

건수하 2025-10-22 15:03   좋아요 0 | URL
아 잠자냥님도 로그인을 못하셔서 ㅋㅋㅋㅋ
저 전에 티스토리였나 그 계정이라... 맨날 로그인이 잘 안 되더라구요 ㅎㅎ

다락방 2025-10-22 19:36   좋아요 1 | URL
네, 도마뱀 머리에 맞은 스토리가 브런치에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다른 알라디너 한 분도 브런치 로그인을 못하고 계시다고 하더라고요. 브런치 대체 무슨 일이야... ㅋㅋㅋㅋㅋ
[우는 나와 우는 우는]은 도대체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참 인상깊은 책이었는데 뭐라고 표현할 말이 없어서 못쓰겠어요.

멤버십 독자들을 위한 베네핏이 좀 필요할 것 같아서 얼굴 공개를 했습니다. 이것은 베네핏이 맞을까요 아닐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5-10-23 09:04   좋아요 1 | URL
베네핏이라 제가 아이디 패스워드 찾아서 로그인했습니다 ㅋㅋㅋ

망고 2025-10-22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페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은 너무 좋은데요? 햇빛도 좋고 예쁜 건물도 보이고요ㅎㅎㅎ친구분 맛잘알시군요 맛있는 것만 가지고 오셨어요 튀김우동 제가 젤 좋아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10-22 19:38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망고 님! 저도 카페에서 바라보는 저 풍경이 너무 좋아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음에 가서 실론티 주문하고 저 우유크림은 빼달라고 할까...도 생각하고 있어요. 저기에 앉아있는 순간이 좋았거든요. 후훗.
튀김우동은 가끔 먹고 싶을 때가 있죠! 게다가 친구가 다 큰 사이즈 컵라면을 사와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습니다!! >.<

단발머리 2025-10-22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뭐 ㅋㅋㅋㅋㅋㅋ 글에서도 한국보다 싱가폴 좋아하는 마음이 아주 폴폴~~~ 행복하고 좋은 시간 많이 보내시길요.
으슬으슬한 추위에 진작부터 수면 잠옷 입는 저는 더위가 부럽고요. 튀김우동도 부럽고 실론티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러워요!

다락방 2025-10-22 19:40   좋아요 0 | URL
저는 다음달에도 다다음달에도 계속 여름이란 사실이 너무나 좋습니다. ㅋㅋ 실내에서 시원하게 있다가 나가서 또 뜨거운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면 그게 또 좋고 그렇습니다. 저 실론티는 말라이 없이 재도전하고 싶습니다. 나중에 재도전하게 되면 또 인증하도록 하겠습니다.
하- 숙제 있어서 숙제 해야해요. 레벨4는 빡셀 예정입니다. ㅠㅠ

hnine 2025-10-22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디트로이트 공항 스타벅스에서 카페라떼 short size로 한잔 시키고 만원 냈어요 ㅠㅠ
나에 대해서 쓰기에 다락방님은 250-300단어가 부족했을 듯.

다락방 2025-10-23 00:06   좋아요 0 | URL
헉... 스타벅스에서 만원이요? ㅜㅜ 너무해요. 저는 그나마 스타벅스가 세금이나 서비스차지 안내서 더 나은 선택이긴 한 것 같아요. 여기에서는요. ㅠㅠ
나인 님 댓글 읽고나니, 그러게 편하게 쓰면 길게 쓸 수 있었을텐데 왜 그것밖에 못했지, 하는 생각이 지금 드네요. 저 타이틀 안에 세부사항들이 있거든요. 그거 맞춰 쓰는거에 집중하다보니 편하게 많이 쓰지를 못했네요. 좀 더 편하게 생각해봐야겠어요. 댓글 감사드려요!

단발머리 2025-10-23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제가 유튭에서 시력 관련 영상 보다가 알게 됐는데, 피부과 의사가 그러더라구요. 피부에 선크림 바르듯이 눈에도 자외선 차단이 필요한데 눈에는 바를 수 없으니 선글라스! 그래서 안경을 쓰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노안이 늦게 온다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저는 다른 건 잘 모르겠고, 눈이 부시는 느낌이 싫어서 한여름 아니어도 선글라스 잘 끼거든요.
더운 나라에 계시니 선크림과 선글라스 착용에도 신경 쓰시기를 ㅋㅋㅋㅋㅋㅋ 이상 잔소리꾼 ㅋㅋㅋㅋㅋㅋㅋㅋ 😜🥰😎

다락방 2025-10-23 14:20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썬글라스 끼는걸 싫어해서 잘 안끼거든요. 그래서 싱가폴 올 때도 안가져왔는데, 이번에 한국 갔다 오면서 ‘가져가보자‘ 하고 가져왔지 뭡니까! 단발머리 님의 이 댓글 읽고나니 가져오길 잘했다 싶네요. 나름 열심히 착용하도록 노력해볼게요. 도움되는 말씀 감사합니다. 제 노안이 제가 힘드니까요 ㅠㅠ 단발머리 님의 댓글은 전혀 잔소리가 아닙니다. 피가 되고 살이 됩니다!!
 
우는 나와 우는 우는 - 장애와 사랑, 실패와 후회에 관한 끝말잇기
하은빈 지음 / 동녘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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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느끼는 내 모든 감정들이 속되고 속되다. 속되다는 생각조차도 속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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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원서읽기는 로맨스 소설을 추천할까 싶어서 후다닥 이미 구매해뒀던 로맨스 소설을 번역본으로 읽었다.

이 책의 원서를 진작에 사두었는데 나중에 이 책의 번역서가 나온거다. 오호라, 번역서 읽고 읽자 한건데, 사실 이 책의 원서는 충동적으로 서점 갔다가 충동적으로 구매했던 걸로 기억한다. 


처음에 주인공의 성격이 별로 내 마음에 들질 않아서 좀 짜증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긴 했다. 게다가 에로틱한 씬도 나쁘지 않았고.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일단 원수였던 직장 동료를 사랑하는 모든 이야기는 샐리 쏜으로부터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샐리 쏜은 그녀의 책 [헤이팅 게임]에서 직장 동료인 여자 루시와 조슈아가 원수관계로 으르렁 거리지만 사실 서로에 대한 욕망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얘기를 했더랬다. 그 과정에서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체육대회를 넣었고, 결혼식을 넣어 '여자친구인 척' 결혼식에 가주는 장면도 넣었다. 헤이팅 게임 이전에도 아마 원수가 사랑하게 되는 내용의 로맨스 소설은 있었겟지만, 헤이팅 게임은 내가 읽은 첫 동등한 관계의 여남이자 직장동료가 으르렁대다가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어느 한쪽이 보쓰가 아니라 비슷한 나이대 그리고 비슷한 직장내에서의 위치 라는 거였다. 

















나는 여태 읽었던 로맨스 소설 속에서 이 책 속의 남자주인공 조슈아를 가장 좋아한다. 그건 내가  진지하고 성실한 남자를 좋아하기 때문이고, 조슈아가 어떻게든 진지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육체적 매력 뿜뿜하고 근육질 대박인 남자주인공은 많지만 그들이 언제 운동하는지는 나오지 않는데, 조슈아는 부지런히 운동하러 다니는 것도 나온다. 운동하러 다녀오면서 루시를 만나기도 한다. 하여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조슈아 앓이를 했더랬다.  그런데,


그 뒤로 읽게 되는 로맨스 소설 중에 일단 '동료이지만 원수같아 재수없고 그런데 사랑하게 되는' 로맨스 소설은, 다 헤이팅 게임으로부터 소재며 흐름을 가져온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처음은, 필리핀 로맨스 소설이었다. 어디, 아시아 로맨스 소설 한 번 볼까, 하고 읽었던게  [러브 온 더 세컨드 리드] 였다. 















'원수에서 연인되기'라는 이야기 자체에는 물론 당연히 비슷한 이야기가 담길 수밖에 없겠지만, 이 책 러브 온 더 세컨드 리드 는 헤이팅 게임과 주인공 이름만 빼고 거의 다 비슷해서 좀 어이가 없었더랬다. 그래서 내가 당시에도 이 책을 읽고 필리핀 버전 헤이팅 게임이라고 리뷰를 쓴 적 있는데 , 이번에 읽은 스페인 작가의 [스패니시 러브 디셉션]도 역시나 스페인버전 헤이팅 게임 같다. 


어쩌면 체육대회 라는 것, 몸을 격렬히 쓰는 장면이라는 것은 이제 로맨스 소설의 필수요소가 되어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왜 아니겠나, 남자 주인공하고 아직 섹스는 안해서 벗은 몸은 못봤지, 그런데 벗은 몸 혹은 그의 근육을 확실하게 봐서 아니, 저 원수같은 놈이 저렇게 육체적 매력이 뛰어나다고? 는 해야겠지, 하다보면 체육대회는 필수로 넣어야 하는 것일지도. 그리고 원수이기는 하지만 서로의 필요에 의해 서로를 도와주기로 하면서 [스패니시 러브 디셉션]에서 여자는 원수같은 남자를 언니의 결혼식에 '남친인척' 데리고 간다. 물론 언니 결혼식에 누구 데리고 가지, 하다가 남자가 '내가 가줄게'한거긴 하지만, 여하튼  '아직 애인이 아닌데' 결혼식에 데리고 가고, 그 날 결정적 일이 발생한다...는 것도 그렇다. 헤이팅 게임에서도 루시는 조슈아의 요청으로 조슈아 형의 결혼식에 함께 간다. 


그러니까 나도 안다. 세상에는 많은 결혼식이 있고, 체육대회라는 것도 어디서나 빈번하게 일어나고, 그러니까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겠지만, 만약 내가 로맨스 소설을 쓴다면 체육대회를 넣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내가 로맨스 소설을 쓴다면 '결혼식에 데려가기'를 넣었을까? 어쩐지 아니었을것 같다. 그건 물론 결혼식이라는 제도 자체가 스페인과 미국과 한국이 달라서일 수도 있겠으나, 나는 필리핀의 작가도 스페인의 작가도 어쩐지 헤이팅 게임을 읽고난 후에야 이 작품들을 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는 읽으면서 자꾸 '이건 헤이팅 게임에서 다 한거잖아' 싶은거다. 그리고 그건 [러브 온 더 세컨드 리드]에서 훨씬 더 심하긴 했다. 이건 좀 도덕적으로 아니지 않아요? 할 정도로. 그런데 [스패니시 러브 디셉션]도 , 작가님, 헤이팅 게임 재미있게 읽으셨나봐요... 싶어진거다. 이 경우는 러브 온 더~ 처럼 막 찡그려지는 그런 케이스는 아니었지만, 읽으셨네요, 정도의 느낌이랄까. 스페니시 러브 디셉션의 작가 엘레나 아르마스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소재와 이야기들을 중심적으로 넣어서 필리핀 작가가 그랬던 것처럼 '뭐야, 따라했잖아'는 아니다. 


그래서 지금 찾아봤더니


헤이팅 게임 2016년

스패니시 러브 디셉션 2021년

러브 온 더 세컨드 리드 2023년


이다. 



난.. .좀 그래?


내가 로맨스 소설을 읽으면서 헤이팅 게임 읽고 썼네, 하면서, 그런데 '앨리 헤이즐우드'를 읽어도 앨리 헤이즐우드 처럼 쓸 순 없겠구나 싶어졌다. 앨리 헤이즐우드는 이과대학 대학원생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실제 자신이 박사과정 밟았던 과정을 녹여냈기 때문에, 그녀의 작품을 읽었다고 소재나 흐름을 가져올 수 있겠나 싶어지는거다. 독보적 영역의 로맨스랄까.  그런 한편, 샐리 쏜이 이 책들을 읽는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싶어졌다. 너무.. 내 책하고 비슷하다.. 하지 않을까? 

















나의 경험은 미천하여 만약 내가 로맨스 소설을 쓴다고 한다면 나 역시 내 경험과 내 지식으로 쓸테니 앨리 헤이즐우드 처럼은 전혀 못쓸 것 같고 그러나 샐리 쏜을 따라하지 않을 수 있도록 어떤 나만의 독창적인 소재를 가져와야 할 것 같다. 인물도 마찬가지고.  그렇지만 머슬맨 포기못해. 나는 여자주인공이 언제 남주의 근육을 느끼고 반하게 해야할까? 소주 뚜껑 따주는 전완근에 반해버릴까? 우연한 기회에 푸시업 하는 걸 볼까? 아! 턱걸이 하는거 우연히 볼까? 일단 무조건적으로 체육대회 피할 것!!



그리고 결혼식에 대한 얘기를 하고싶다. 이 결혼식이라는 것이 외국의 많은 곳에서는 아주아주 엄청나게 큰 행사인 것 같고, 그리고 그 행사에 하객으로 갈 때-특히 가족 구성원일 때- 파트너를 데리고 가는 것은 어떤 압박 같은 것인가보다. 되게 많은 작품에서 결혼식에 파트너를 데려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거다. 게다가 그 결혼식은 대한민국에서처럼 식 자체가 짧고 밥 먹는것도 두 시간도 안걸리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 하루 온종일 식과 연회가 이어지거나 심한 경우에는 결혼식 전부터 전야 행사가 있고 막 그런거다.  <걸어서 세계속으로> 나 <세계 테마 기행>에서도 간혹 여행지에서 현지 결혼식 구경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건 마을 전체의 엄청난 이벤트가 되곤 했다. 오 마이 갓이야. 


[스패니시 러브 디셉션]의 '카탈리나'는 고향 스페인을 떠나 뉴욕으로 와 거주하며 회사를 다니고 있다. 나름 이곳으로 옮겨와 열심히 일하면서 차근차근 경력도 쌓았다. 그런데 언니의 결혼에 맞춰 결혼식 참석을 위해 스페인에 돌아가야 하고, 그건 가족들과 동네 사람들을 비롯하여 전(EX)남친을 마주쳐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카탈리나의 연애와 그리고 실패는 모두에게 알려졌었고, 그녀는 자기의 구남친이 교수였고 자신은 제자였다는 사실로 인해 능력을 의심받았으며,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던 것을 아프게 기억하고 있다. 그곳으로 돌아가 모두의 동정을 받아야 한다는게 너무나 끔찍한데, 설상가상으로 전남친은 약혼녀를 결혼식에 데려온다는게 아닌가! 게다가 전남친은 카탈리나 언니가 결혼할 남자의 형이다! 그래서 그 결혼식에 혼자 가야한다는 것이 몹시 고통스럽고 걱정이 된다. 가족들이 안쓰럽게 볼게 너무나 뻔하고, 동네 사람들도 아직도 그 남자를 극복을 못했네, 하게 될까봐 미치겟는거다. 바로 그 때 '애런' 이 나타나 '내가 같이 가줄게' 한거다. 물론 애런에게도 그녀에게 부탁할 게 있어서 제안한거긴 하지만,어쨌든 그들은 언니의 결혼식에 연인인 척 함께 가기로 하고, 연인이라니까 방도 하나..를 줄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하객으로 온 사람들에게(물론 카탈리나는 가족이지만) 잘 곳을 마련해주고 그리고 결혼식 당일이 되기 전날부터 막 게임하고 술 마시고 놀고 난리가 나는거다.


대체 이들에게 결혼식은... 뭘까?


얼마전에 본 로맨스 영화에서도 여주인공들이 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고 자신의 아직 성공하지 못한 일에 대한 처지를 어쩔 줄 몰라하고, 그리고 온 가족이 주인공의 남자친구를 찾아주느라 애를 쓰는 장면이 나왔더랬다. 


아니 그러니까 생각나는데, 내가 <다섯 번의 소개팅> 이란 영화와 <찍을게요> 라는 영화를 봤는데, 와, 이거.. 둘이 내용이 완전 똑같다. 심지어 여주인공이 소개팅받는 남자 중에 한 명이 여주인공의 엄마를 사랑하는 것까지 똑같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정도로 똑같은건 따라한 건 아니고 아마도 리메이크 한게 아닌가 싶다. 둘 다 최신영화인 것 같은데 응 우리는 중국 배우 쓸게 응 우린 인도배우 쓸게 뭐 이렇게 한듯. 그런데 <찍을게요> 남주 어디서 많이 봤다 했는데.. 설마, 너, ... 애프터의 바로 너니? 오 마이 갓... 많이 컸네..


아무튼 이들에게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결혼식은 아주아주아주아주 흥미로운 파티인 것 같다. 결혼식 한 번 참석하면 신부 신랑은 물론이고, 하객들까지 완전히 진이 다 빠질듯.. 그런 한편, 우연한 만남과 사랑이 싹트기에도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그러니 소설과 영화의 단골 이벤트가 된게 아닐까. 헤이팅 게임에서도 결혼식에서 오해가 발생하기도 하고 또 사랑하는 사람의 편이 되어주기도 하는데, 스패니시 러브 디셉션에서도 결혼식은 그들을 이어주는 매개가 된다. 오래전에 읽었던 '산드라 브라운' 의 소설에서도 여주와 남주가 서로에게 성적 긴장감을 느끼면서 그 때 여주가 '그건 우리가 결혼식에 다녀와서 그래' 라고 말하기도 했더랬다. 결혼식의 낭만적 감정이 지금 우리에게 남아있어 우리가 서로에게 흥분한다는 취지였다. 결혼식이 그런 식의 낭만을 줄거라고는 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 가서 돈 내고 밥 먹고 오잖아.. 물론 친한 친구들의 경우에는 갔다가 울컥 하기도 한다. 그게 뭐라고 남의 결혼식에 울컥해. 하여간 대한민국이랑 다르게 엄청난 행사인 것 같은데, 언니 결혼식 가려고 다이어트 하다가 스패니시 러브 디셉션의 주인공은 쓰러지기도 한다. 밥을 잘 안먹음. 하여간 내가 안좋아하는 캐릭터야... (밥 잘 안먹는 캐릭터 싫어함)



이번주 초에 여동생 집에 갔다가 술을 마시면서 <세계 테마 기행>을 보았다. 평소 내가 집에서 술 마실 때면 <걸어서 세계속으로>와 함께 즐겨 보는 프로그램인데, 이 프로는 '테마'를 정하는 것이니만큼 한 나라에 갈 때 그 나라에 대한 어떤 식으로든 전문가가 출연하여 안내를 한다. 오스트리아에 가면 거기서 성악하는 남자가 안내를 하고, 페루에 가면 셰프이면서 그 나라 말을 하는 사람이 가고 그런 식인거다. 신계숙도 중국어를 하면서 대만 여행을 가는 걸로 이 프로그램에 처음 출연했던 걸로 안다. 하여간 이번에는 공학박사가 나왔는데,  처음부터 본 게 아니었단 말이지. 그런데 이 공학박사가 안내를 하면서 이런 말을 하는 거다.


"전 요즘 석회암이 좋아지는데요."


... 네? 석회암이요?? 석회암이... 좋아져요? 

와 너무 참신한 말이었다. 너무 인상적인 말이었다. 이거 말고도 인상적인 멘트가 하나 더 있었는데 그게 아무리 기억하려고 해도 떠오르지가 않아. 내가 너무 그 멘트가 인상적이라 여동생한테도 말해줬다. 이 사람은 요즘 석회암이 좋아진대!


보통 '좋아진다'는 말은 이럴 때 쓰지 않나.


나 요즘 마라탕이 좋아져.

나 요즘 와인이 좋아져.

나 요즘 앤드류가 좋아져.


뭐 이럴 때 말이다. 그런데 석회암이 좋아진다는거다. 석회암이 좋아진다고 했던가 정확한 워딩이 기억이 잘 안나는데, 아니, 공학박사란 무엇이길래 석회암을 좋아하지? 하여간 이 공학박사가 신나서 막 설명을 하는데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의 석회암 지역을 가서 막 감탄하고 들뜨는게 그대로 보이는거다. 같이 간 사람들이 어떤 의도로 같이간건지 모르겠는데, 공학박사는 막 신나서 얘기하고 그런데 듣는이들은 아무도 신나하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저들은 왜 저기에 가있는가.. 그러면서 공학박사가 설명해줬다.



"석회암은 바다생물의 껍데기가 굳어서 만들어진건데요,  그 석회암이 시멘트가 되고, 그 시멘트로 우리는 집과 건물을 만들어 우리의 껍데기가 되는거죠. 껍데기로 만들어진게 껍데기가 되는겁니다. "



분명 나도 학창시절 언젠가, 지구과학 시간이라든가 뭐 그럴 때였을까, 하여간 석회암을 배웠단 말이지. 그러니까 내가 '나는 석회암을 배웠다'는 사실은 기억하지만 석회암이 뭔지는 전혀 모르고 있는데(공부 잘 못함), 공학박사 설명 들으면서 깜짝 놀라면서 동생에게 '야, 석회암이 바다생물 껍데기로 만들어졌대!' 막 이런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동생 생물선생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나 학교때 과학 선생님이 저렇게 설명해줬으면 내가 공부를 더 잘하지 않았을까...라는 괜한 원망을 한 번 해보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지금은 싱가폴로 돌아가기 위해 비행기 기다리면서 대한항공 라운지에 와있는데, 오~ 대한항공 라운지 완전 바뀌었는데?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지고 음식 종류도 더 많아졌다. 시간이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도 별로 없고 완전 넓은 자리에서 먹고 마시면서 쓰고 있는데 ㅋㅋ 나는 이런거 진짜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군중 속에서 혼자 글쓰기 혹은 군중 속에서 혼자 책읽기.


사실 저녁으로 짜장면 먹고 공항으로 온거라 배가 안고팠고, 그래서 '라운지 가서 쉬면서 와인 한 잔 하면서 책 읽다가 비행기 타자' 하고 온건데, 음식들 보고 돌아다니다가 한 상 퍼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채죽, 김밥, 피자, 샌드위치, 순대, 양념고추, 호박샐러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진 찍어서 단톡방에 보냈더니 엄마가 '너는 저녁 먹었는데 그걸 또 먹니?" 하셨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비행기에서 안먹으면 되지, 뭐.



으이크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슬슬 비행기 타러 갈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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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10-17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세상에 맛있는거 거기에 다 있네요. 저도 방금 김밥 뚝딱!
즐거운 비행 되시구요~ 다음 페이퍼는 싱가폴에서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10-18 08:15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 님, 저는 지금 싱가폴의 제 집에 와있습니다. 싱가폴 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막 신났어요. 그리고 제 집에 도착해서 너무나 좋습니다. 여기가 그냥 계속 제 집이었으면 좋겠네요. 일시적인게 아니라. ㅎㅎ

단발머리 2025-10-18 08:24   좋아요 0 | URL
아하하 ㅋㅋㅋㅋㅋㅋㅋㅋ 6시간 걸리는데 벌써 집까지 도착!
축하합니다! 웰컴 투 싱가폴, 다락방님! 맘껏 즐겨요~~~~~~~~~~~~~~~

단발머리 2025-10-17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맨스 소설에서는 ‘fake’한 관계가 기본이죠. 연인인척 하면서 연인들의 행동을 따라하다보니 자연스레 스킨십. 그 사이에 체육대회([사랑의 가설]에서도 애덤이 웃통 벗고 달립니다ㅋㅋㅋ) 나와주어야 하구요.
친구에서 연인, 이 설정도 자주 등장하는 소재 같아요.
다락방님이 쓴 로맨스 소설 너무 기대됩니다.
준비는 더 필요없으실거 같아요!!

다락방 2025-10-18 08:18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님의 댓글을 읽고보니 정말 그렇네요. 우리가 재미있게 본 하이틴 로맨스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도 주인공들이 연인인 ‘척‘ 하잖아요. 그러려다보니 스킨십도 어느 정도 해야 하고 다정한 사진도 함께 찍어야하고 만나서 얘기하는 시간도 많아지게 되고..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되는 일도 어렵지 않게 일어나겠죠. 사랑의 가설에서 썬크림 장면, 기억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가짜 사랑 위험합니다. 가짜 사랑은 진짜 사랑으로 변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저는 도대체 어떤 로맨스를 써야할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떻게 만나야할지..... 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5-10-18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석회암 그분 혹시 박문호 박사님 아닌가요? 세계테마기행 호주 뉴질랜드편 저도 봤어요. 지질 지형을 쉽게 설명해 주면서 석회암 화강암 붉은 사암 등등을 보고는 흥분하며 아주 좋아하시던ㅋㅋㅋㅋㅋ
로맨스 소설에서 처음에 서로 싸우다 정드는 설정은 하나의 장르가 된 것 같아요. 비슷비슷한 설정이 많은데 그걸 어떻게 재치있고 유머러스한 대사로 설레이는 감정을 잘 쌓느냐가 읽는 사람들을 사로잡는 것 같고요. 사실 많이 안 읽어봐서 저도 잘 모르지만 드라마를 보면 그렇더라고요ㅋㅋㅋㅋ
다락방님 싱가폴 잘 도착하시고, 저는 다락방님의 열심히 공부하는 생생한 외국생활 이야기 기대하겠습니다😀

다락방 2025-10-18 08:20   좋아요 0 | URL
아마 망고 님이 말씀하신 그 분이 맞을것 같습니다. 직접 눈으로 보고 막 신나하고 그러면서 설명을 하시다보니 듣는 사람도 재미있게 듣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그분과 함께한 분들은 별 감흥이 없어보였어요. 그래서 저들은 어떤 관계일까..저들은 어쩌다 여기에 오게 됐을까 싶더라고요. 일반적인 관광장소는 아니니까요. 하여간 참 독특한 분이었어요.

저는 어제 어페어(번역본) 읽다가도 느낀건데 잘 먹는 주인공이 나오는 걸 좋아합니다. 로맨스 소설에도 잘 먹는 여자와 잘먹는 남자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ㅋㅋㅋㅋㅋ

저는 싱가폴에 도착했습니다. 씐나요!! >.<

hnine 2025-10-18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석회…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저는 ‘석회화’라는 병리적 증상이 연상되서 별로 기분이 안좋던데 말입니다. 싱가폴까지는 멀지 않아서 좋아요. 저 지금 Pittsburgh에 잠깐 와있는데 13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몇시간 더 가야해서 아주 지루하더라고요. 싱가폴에서 많은 경험 하시기를. 그게 다 글감이 될테니까요.^^

다락방 2025-10-18 08:22   좋아요 0 | URL
오오 나인님 핏츠버그에 가 계시군요!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또 무엇을 느끼게 되실까요. 글 적어주세요!
저는 여섯시간 반 오는데도 종아리가 힘들더라고요. 돈 많다면 계속 비지니스 타고 다니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하하.
싱가폴에 돌아왔습니다. 시간이 가는게 아쉬울 정도로 이곳에 머무는게 참 좋아요. 열심히 지내다가 돌아갈게요. 필승!!

건수하 2025-10-18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Picture this의 여배우는 <브리저튼> 2시즌의 그 배우네요!

석회암이 좋아지… ㅎㅎㅎ 그 느낌 뭔지 알 것 같네요. 석회암 지대는 대개 풍경이 멋져서 그런가 했는데 껍질 얘기 하시니… 박문호 박사님 특유의 생각을 따라가긴 어려울 거 같아요 ㅎㅎ

다락방 2025-10-18 23:13   좋아요 0 | URL
앗! 저는 영화 보면서 ‘이 여자는 뭐가 이렇게 예쁘냐. 진짜 압도적으로 예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오, 그러고보니 브리저튼의 그 배우로군요! 못알아봤네요. ㅎㅎ 하여간 엄청난 아름다움의 소유자였습니다.

석회암이 너무 좋아서 막 신나하며 설명하는 걸 들으니 그런 수업을 듣는다면 공부가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ㅎㅎ

구단씨 2025-10-18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로맨스에 푹 빠져도 좋을 계절이 왔네요. ^^
위에 세 권 다 보관함에 넣었는데, 헤이팅 게임은 중고 가격도 어마무시하군요.
재밌는데 절판이라 그럴까요?

석회암 얘기는 뭔가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생각하다 보니 특별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

다락방 2025-10-18 23:15   좋아요 0 | URL
헤이팅 게임이 제일 재미있고요 그 다음이 스패니시, 러브 온 더 순입니다. 헤이팅 게임이 절판이라 너무 아쉽네요. 이게 전자책도 있었던 것 같은데, 종이책 절판이면 전자책도 같이 안팔더라고요 ㅠㅠ 헤이팅 게임 절판이라니 너무 아쉬워요. 저도 지금 검색했는데 중고 가격 엄청나네요. 세상에... ㅜㅜ 로맨스 소설 좀 더 읽고 싶네요. 찾아봐야겠어요. 후훗. 좋은 로맨스 소설 찾으면 또다시 글 쓰도록 하겠습니다!!
 
스패니시 러브 디셉션
엘레나 아르마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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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된 파트너인거 누군가한테 들켜서 오해받고 토라지고 그럴까봐 스트레스였는데, 이 책에서 들키는 과정은 안나온다. 오히려 갈등은 다른 로맨스에 비해 신선했고, 그리고 주인공이 예전과 다르게 그 상처를 연대로 인해 극복해낼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야한씬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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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10-18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이라고요? 다 읽어야 나오겠네요! 🤪

다락방 2025-10-18 23:16   좋아요 0 | URL
ㅋㅋㅋ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래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이거 번역본 엄청 두껍거든요? 재미있게 책장을 넘기긴 햇지만, 로맨스 소설이 이렇게 양 많을 일이냐 싶었고요, 하여간 끝에 야합니다. 흠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름 없는 주드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6
토마스 하디 지음, 정종화 옮김 / 민음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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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우선 이 책은 모두들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말로 시작하고 싶다.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 책은 토머스 하디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려준다. 여성에게 가해진 사회적 압박을 그 누구보다 냉철하게 직시하고 있었음을 이 책에서 그대로 다 보여준다. 그걸 보여주기 위해 하디는 '수 브라이드헤드'를 만들었고, 물론 '아라벨라'도 만들었다.


이 책의 제목은 이름없는 '주드' 이고, 당연히 처음 시작부터 주드의 이야기가 나온다. 주드가 부모도 없는 가난한 환경에서 그렇게나 공부를 하고 싶어했지만 아무도 지원해주지 않았고, 그래서 먹고 살기 힘든 와중에 혼자 독학하면서 그 삶을 이어가는 장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나도 대학에 가겠지, 하고 무모한 희망을 품는 주드의 젊은 생애. 그러나 주드는 '아라벨라'를 만난다. 그녀의 얼굴과 육체에 정신을 잃고 그는 '공부를 포기해야겠다' 싶을 정도로 그녀에게 빠져들고 그녀와 결혼하면서 불행한 삶을 시작한다. 그는 사랑하는 여자와 행복할 줄 알았으나 가난은 그들을 행복한 삶으로 가는걸 방해했고, 사랑은 곧 사라져버린다. 어쩌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착각이었을지도. 주드는 아라벨라와 헤어지고 다시 공부를 하다가, 사촌여동생인 '수'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수 브라이드헤드는 역시 혼자였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는 여자였고 당당한 여자였다. 그녀 역시 주드를 사랑하지만 그건 '오빠'로서였고 처음부터 연애감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수와 주드는 몹시도 비슷한 사람이었다. 영혼의 쌍둥이라고나 할까. 한예로, 주드는 어릴 적에 이웃집 농장에서 새들이 곡식을 쪼아먹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일을 했지만, '저 새들이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먹고 가렴' 해서 쫓겨난 일이 있다. 주드는 키우던 비둘기를 처분해야 했는데, 그 비둘기를 사간 사람이 분명 그걸 식용으로 팔거란 생각에 괴로워해서 돈을 받았으면서도 구매자 몰래 비둘기의 새장 문을 열어준다. 혼자서 열심히 살아가는 주드와 수였던 것이다. 주드는 그런 수를 사랑하지만 한 때 결혼한 적이 잇었던 자신의 처지와 또 사촌간이라는 것때문에 수와 결혼할 수가 없어 괴롭다. 한편 수는 자신에게 구애하는 스무살 이상의 '필롯슨'의 청혼을 받아들여 그의 아내가 되면서 동시에 그가 인수한 학교의 선생이 된다. 만약 수가 필롯슨과 결혼생활을 이어갔다면, 먹고살 걱정 없이 오히려 사회적 명성을 얻으면서 평온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마음 속에 주드를 품은 채로 그러나 오빠로서 다정하게 지내면서 말이다. 그러나, 수는 그런 여자가 아니었고 그런 삶을 선택하지 않는다. 


수는 필롯슨을 선생으로서는 존경했고 친구로서도 좋아했지만 도저히 남편으로서 좋아지지가 않는다. 그의 손길이 닿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게다가 수는 자꾸만 주드가 그립다. 수는 이 삶을 이어갈 수가 없다. 필롯슨에게 날 보내줘, 난 너랑 못살겠어, 난 괴로워, 나는 주드에게 갈게, 만약 주드에게 가는게 싫다면 혼자여도 되니까 제발 날 보내줘, 나는 너를 친구로서 좋아하지만 너의 아내로 살 순 없어, 한다. 필롯슨은 수를 사랑했기 때문에 너무나 괴롭지만, 그러나 그게 진정으로 수가 원하는 거라면, 그것이 수가 행복한 길이라면, 그런데 내가 뭐하러 붙잡고 있어야 하는가 하고 그녀를 보내준다. 그렇게 수는 주드에게로 간다. 그러나,


당시의 사회는 이런 상황을 용납할 수가 없다. 아내를 보내줬다고? 혼자라고? 그런 남자가 학교 선생을 해도 돼? 필롯슨은 그렇게 겨우 일궈둔 자신의 학교에서 쫓겨나고 가난해진다. 아내를 보낸 남자를 받아줄 학교가 더는 없어 일자리도 구할 수 없다. 그래서 오래전에 일했던 동네로 가 간신히 작은 학교의 선생을 하며 근근이 먹고 살아야 한다. 필롯슨의 친구도 한사코 수를 잡았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러나 필롯슨은 자신의 처지가 이렇게 비참해졌어도 자신의 생각과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확신한다.


자, 이제 둘이 그토록 원하는 함께하는 삶을 살게된 주드와 수는 행복해졌을까? 

수는 결혼식을 거부한다. 법적으로 결혼한 부부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 주드도 수도 이미 한 번씩 결혼에 실패했었고, 그것이 법적인 제약이며 결혼과 동시에 부부가 묶인다는 것, 남편이 달라진다는 것, 구속력이 생긴다는 것 등등 굳이 그걸 해야할 이유가 무엇이냐 싶다. 그렇게 주드에게 끊임없이 설득해서 그들은 법적인 부부가 되지는 않는다. 오빠,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요, 왜 그래야 해요? 우리만 사랑하며 살면 그만이지. 수의 말은 하나도 틀림이 없다. 수는 주드와 행복했고 누가봐도 그 둘이 서로를 보는 눈에서는 애정이 흘러내렸다. 저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그리고 그 자리를 놓친게 샘이 날 정도로 그들은 사랑했단 말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들을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다. 뭐야, 너는 정식 아내가 아닌거야? 그것을 사회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식 아내가 아닌데, 그런 부부에게 일자리를 줄 수는 없지, 정식 부부가 아닌데 어떻게 방을 줄 수 있겠어? 그렇게 손가락질 당하고 일자리도 없어져서 이 동네에서 저 동네로 이동해야 하는 삶을 주드와 수 부부가 산다. 수는 혼자서 충분히 공부를 많이 했고 똑똑하고 당당하고 당찬 여성이었다. 그런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주드의 전처로부터 보내진 아이를 사랑으로 양욱하고 또 자신들의 아이도 낳으면서 열심히 살았단 말이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사회적 압박은 도무지 그칠줄 모른다. 그리고 그들에게 비극적 일이 일어난다. 


이 슬픔은 도저히 극복가능한 것이 아니다. 주드와 수는 한없이 무너진다. 주드는 신앙을 가진자였으나 신앙에 회의적이 된다. 그런 한편 수는 이 비극을 맞이하고 가슴아파하다가 기존의 자신의 성향을 완전히 다 버린다. 바꿔버린다. 다 내탓이다, 내가 신을 믿지 않아서다, 내가 신의 말을 듣지 않아서야, 라고 자책하는데, 무엇보다 그녀는 자신이 사회적 관습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을 자책한다. 다 내 탓이야. 내가 필롯슨과 결혼을 유지해야 했어, 나는 그의 아내로 살아야했어. 그녀는 잘못된 관습을 따르지 않으려고 했고 압박으로부터 벗어나려고 그렇게나 꼿꼿했는데, 비극앞에 무릎 꿇어버린다. 나도 그렇게 살아야 했어, 나도 남들처럼 결혼하고 그렇게 살아야 했어. 누군가의 아내로서, 그리고 법적 계약을 가진 부부로서 그렇게 살아야 했던거야. 그렇게 수는 다시 필롯슨에게 간다. 너의 아내로 살아갈게. 너와 부부가 될게. 수는 필롯슨의 자기 근처에만 와도 살 떨릴 정도로 싫지만, 그에게 이제 섹스도 허락한다. 싫은데, 그래야 하는거니까. 싫어서 안했더니 자기 앞에 고통과 비극이 찾아왔으니까. 그건 자기 잘못이니까. 남들 하는대로 해야 되는거였어.



내가 살고싶은대로 살아가는 걸, 세상이 그리고 사회가, 그리고 사람들이 못견뎌한다. 너도 이렇게 해야지, 너는 왜 다르게 살려고해? 사회에서 내동댕이 치려고 한다. 그 일은 결국 커다란 비극으로 그녀에게 돌아오고. 수가 '나는 그런 계약을 하고 싶지 않아' 라고 했더니 수의 전남편이 일자리를 잃고 현남편도 일자리를 잃고 자식들에게도 비극이 찾아온다. 결혼식을 올리지 않겠다고, 결혼하지 않겠다고, 결혼하지 않고 그냥 사랑하면서 살겠다고 한게 그렇게 큰죄인가? 그렇게나 당당하고 똑똑하게 맞서왔던 수이지만, 결국 무너진다. 사회적 압박에 무릎끓는다. 그녀는 미쳐버린다. 그녀가 사회적 관습에 남들처럼 들어가게 된건, 그녀가 이제 미쳐버렸기 때문이다. 제정신으로 살아가면 세상이 똘똘 뭉쳐서 그녀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내가 나로 살겠다는게 그게 잘못이라고 자꾸 사람들이 숙덕거린다. 



나는 이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해, 이건 옳지 않으니 하지 않을테야, 라던 수에게도 결혼은 비극이었지만, 그러나 그 사회적 계약을 누구보다 성실히 수행하려던 아라벨라에게도 이것은 압박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결혼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그리고 그렇게 살아야 하는거라고 생각했던 아라벨라는 때가 되어 남편감을 찾아내고 결혼하지만, 결혼했더니 이게 영 맞지가않다. 남편이란 작자 꼴보기 싫고 하나도 행복하지 않아, 그를 내팽개치고 다른 남자랑 결혼했는데, 얼라리여 그 남자는 수틀리면 아라벨라를 팬다. 아 이 남자도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아. 그러나 아라벨라는 능력있는 여성이었다. 놀기를 좋아하고 남자를 좋아하고 지금처럼 BAR에서 일하면서 사실 충분히 혼자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그건 지금 여기에 사는 내 생각이고, 아라벨라는 남편이 죽자 다시 결혼을 생각하고 이제 혼자가 된 주드를 노린다. 그렇게 꾀를 부려서 가까스로 싫다는 주드를 다시 남편으로 삼았건만, 하, 이 남자가 결혼하자마자 시름시름 앓아눕는다. 하아, 나는 왜이렇게 재수가 없지, 병든 남편 수발이나 해야 하다니, 하면서 다음 남편감을 물색한다. 누구보다 결혼이란은 것을 받아들이고 하려고 했던 아라벨라이지만, 나는 아라벨라야말로 자신이 결혼에 맞지 않다는 것을 진작에 깨달았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살앗는데, 아 나는 자꾸 불행하네? 남들 사는것처럼 살아야 한다는 이 커다란 사회적 압박은, 수를 망치고 아라벨라를 망쳤다. 



주드도 수가 살았던, 아라벨라가 살았던 이 시대의 피해자이다. 왜냐하면 가난했으니까. 죽는날까지 자신이 이루지 못한 대학으로의 꿈을 품고 살아가야 했던 그가, 대학에서의 축제를 비 맞으면서도 구경했던 그가, 그렇다면 이 사회의 피해자이기만 햇을까? 아니, 그는 남성이라는 성별로서 사회가 여성에게 압박을 가한 그 시대의 마찬가지 가해자이기도 하다. 함께 살지만 육체적 관계는 하고 싶지 않았던 수에게, 주드는 은근한 압박을 가한다. 비가 오던 늦은밤 주드의 집을 찾아와 호텔까지 데려다달라던 전(前)아내 '아라벨라'를 늦은밤 위험하니 그걸 어떻게 거절하냐 며 가지 말라는 수에게 다녀오겠다고 말하는거다. 그러면서 '너는 어차피 나한테 네 육체를 주지도 않잖아' 라고 하는거다. 냉정하게 따지면 내 아내는 아라벨라 아니야? 라면서. 그날밤 수는 주드를 거기에 보내고 싶지 않아서, 아라벨라를 데려다주는 걸 막고 싶어서, 알았어 너랑 잘게, 잘게, 하는거다. 그랬더니 비오는 늦은 밤 위험해서 아라벨라 데려다주겠다던 주드가 갑자기 돌변해서 '그녀는 혼자 가라지' 하며 문 걸어잠그고 아라벨라가 가든 말든 신경 안쓰는거다. 이제 수랑 잘 수 있으니까! 하- 수랑 섹스할 수 있으면 밤길 갑자기 안전해지는 부분이냐..수랑 섹스를 하지 않으면 밤길은 위험해지고? 물론, 그것은 주드 개인의 문제라고만은 볼 수 없다. 가난은 여자와 남자 모두에게 불행한 삶을 가져다주었지만, 그러나 여자에게 그 불행은 더 컸다. 


그리고 하디는 이 모든 것을 보는 사람이었다.

사회적 압박이 사람을 어떻게 미치게 하는지, 사람들은 자신과 같아지라고 얼마나 다른 사람들을 압박하는지 말이다. '난 그렇게 살기 싫다니까?' 하는 사람을, 어떻게든, 기어코 그렇게 살도록 만들어버리고 마는 사회를 하디는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뒷표지에 보면 '로렌스'가 쓴 평을 볼 수 있다.



수는 우리 문명이 빚어낸 최상의 산물로, 그녀는 우리를 두렵게 만든다. -D.H.로렌스 



책을 읽기 전에는 왜 '주드'를 읽는데 '수' 얘기를 했을까, 생각하게 되지만, 책을 다 읽고나면 이것은 사회의 압박에 저항하려고 했던, 그러나 끝내 무릎꿇고야 말았던 수의 이야기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네가 이래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이러고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어디 얼마나 버티는지 보자! 끊임없는 압박속에 수는 결국 무릎 꿇는다. 무릎 꿇기까지 그녀에게 가해진 고통과 괴로움을 보노라면, 혹여라도 수처럼 생각햇던 사람들이 '아니야, 남들처럼 살아야해, 안그러면 저렇게 돼' 하지 않았겠는가. 사회적 압박이, 관습이, 그러니까 정상가족에 대한 판타지와 가부장제가 그토록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방법일 것이다. 끊임없이 압박하고 괴롭히기. '그녀의 말이 맞아'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역시 괴롭히기. 


하디가 이걸 보여줬다, 사회적 압박이, 특히 똑똑하고 당당한 여성에게 가해진 사회적 압박이 어떠했는지를, 그런 여성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하디가 너무나 잘 보여줬다. 감탄이 나오는 책이다. 하디가 정말 대단했구나. 


모두에게 읽기를 권한다.




 "뭔가 알 수 없는 외부적인 존재가 우리에게 말을 해요. '너희들 하지 말지어다!' 라고요. 처음에는 '너희들 배우지 말지어다! 라고 하더니 그다음에는 '너희들 일하지 말지어다!'라고 하고, 지금 와서는 '너희들 사랑하지 말지어다!'라고 해요." -P.253


언제나 그랬듯이 그녀는 주드가 질투를 느끼는 경우 금세 알아차렸다. 사실 지금처럼 두 사람의 생활과 직접 관계가 없는 대화를 나누는 경우에도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밖으로는 표현되지 않은 제2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두 사람 사이의 상호교감이 그만큼 완전했기 때문이었다. - P17

내가 내 마음속의 충동에 얼마나 끌려다니는지를 오빠에게 말하면 오빠는 충격을 받을 거예요. 쓸 수도 없는 매력을 타고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느끼는 내 마음을 오빠가 안다면 놀랄 거라고요. 다른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고 싶은 여인의 마음은 때로는 채울 수가 없어요. - P19

그는 편지를 부활절 전야에 띄웠다. 두 사람이 내린 결론은 그것으로 최종적인 듯했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들의 결정 외에 또 다른 힘과 법칙이 작용했다. - P25

"여자가 결혼 초기에 싫어하는 것은 오륙 년 지나면 무관심한 마음으로 편안하게 다 털어버린다고 했어요. 그러나 그 말은 시간이 지나면 나무 다리나 팔에 불편 없이 익숙해지기 때문에 사지를 절단하는게 아무 고통도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 P34

이상한 것은 그의 첫 번째 소원-학문적 숙달을 향한-이 한 여자에 의하여 제지되었는데, 그의 두 번째 염원-사도(使徒)가 되려는- 도 또한 여자에 의하여 제지됭었다는 사실이다. "이건," 그가 중얼거렸다. "여자의 잘못인가? 아니면 사물의 인위적인 체제 때문인가? 그래서 정상적인 성적 충동이 무서운 집안의 올가미로 변해서 발전을 원하는 사람들을 붙잡는 것인가?" - P43

"하지만 우린 어떻게 하지? 수, 잘 알겠지만, 사랑해요."
"그 사실은 충분히 알아요. 하지만 난 지금 살고 있는것처럼 낮에만 만나면서 연인으로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러는 쪽이 훨씬 더 달콤해요, 적어도 여자에게는요. 그쪽이 남자에 대해 더 확실한 감정을 가질 수 있어요. 따라서 우린 지금처럼 남의 이목에 특별히 신경을 더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 P115

"난 오빠가 생각하는 만큼 예외적인 여자는 아니에요. 결혼을 좋아하는 여자는 오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그 수가 적어요. 여자가 결혼을 하는 이유는 결혼이 주는 위엄 때문이고, 때때로 사회적 이점이 따르기 때문이죠. 난 위엄과 이점은 없어도 살아요." - P117

"어디로 가죠?" 시간 아범이 궁금해하면서 말했다.
"우린 가는 것을 알려서는 안 된다. 아무도 우리가 간 곳을 찾지 못하게……. 우린 알프레드스턴으로 가서는 안된다. 맬체스터도 안 되고 새스턴도 안 되며 또 그라이스트민스터도 안 되지. 이런 곳을 빼고는 우린 어디로 가도 좋단다."
"왜 그런 곳은 안 되지요, 아버지?"
"그건 우리 머리 위에 떠 있는 구름 때문이란다. 비록 ‘우리가 아무에게도 불의를 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해롭게 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속여 빼앗은 일이 없더라도!‘ 비록 ‘우리 소견에 옳은 대로 행했더라도.‘" - P202

"글쎄, 나는 좋아하오. 이건 어쩔 수가 없소. 난 그곳을 사랑하오. 그곳은 나 같은 사람을 모두 미워하는 줄 알고 있소. 소위 말하는 독학자를 말이오. 그곳은 우리가 노력해서 얻은 지식을 경멸해요. 그런 것에 대한 존경심을 제일 먼저 보여줘야 할 텐데 말이오. 크라이스트민스터는 우리의 라틴어에서 잘못된 음절의 장단과 발음을 비웃어요. 가엾은 친구, 도움이 필요한데요 하고 말을 해야 하는데 말이오! ……그러나 나에게 그곳은 내 어린 시절의 꿈 때문에 우주의 중심이 되었으며, 그것은 누구도 바꿔놓을 수가 없어요. 곧 크라이스트민스터는 깨어나겠지요. 그리고 관대해지겠지요. 난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요! …… 거기로 돌아가서 살고 싶소. 거기서 죽고 싶소! 이삼 주일 뒤면 나는 거기로 갈 수 있겠지요. 그땐 6월이 되는데, 어느 특정한 날 거기 가 있고 싶소."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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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10-15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2025-10-15 15:51   좋아요 0 | URL
저는 ‘하디 ‘하면 테스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아닙니다. ‘하디‘ 하면 ‘주드‘인 것입니다!!

잠자냥 2025-10-15 16:12   좋아요 0 | URL
나도 빨랑 읽어야지........=3

다락방 2025-10-15 16:32   좋아요 1 | URL
얼른 읽고 리뷰 써주세요!! 저 잠자냥 님의 리뷰도 무척이나 읽고 싶어요!!

단발머리 2025-10-15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디의 작품으로 이걸 딱 픽해 주시니 저도 읽어야겠네요. 아, 2권짜리라서 🙄

다락방 2025-10-16 13:38   좋아요 1 | URL
두 권짜리지만 책장 잘 넘어가고 각 권이 두껍지는 않습니다!! 가보시죠!! ㅎㅎ

독서괭 2025-10-18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나 강추하시니 꼭 읽어야겠군요…

다락방 2025-10-18 14:57   좋아요 1 | URL
꼭 읽어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