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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주드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6
토마스 하디 지음, 정종화 옮김 / 민음사 / 2007년 5월
평점 :
와-
우선 이 책은 모두들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말로 시작하고 싶다.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 책은 토머스 하디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려준다. 여성에게 가해진 사회적 압박을 그 누구보다 냉철하게 직시하고 있었음을 이 책에서 그대로 다 보여준다. 그걸 보여주기 위해 하디는 '수 브라이드헤드'를 만들었고, 물론 '아라벨라'도 만들었다.
이 책의 제목은 이름없는 '주드' 이고, 당연히 처음 시작부터 주드의 이야기가 나온다. 주드가 부모도 없는 가난한 환경에서 그렇게나 공부를 하고 싶어했지만 아무도 지원해주지 않았고, 그래서 먹고 살기 힘든 와중에 혼자 독학하면서 그 삶을 이어가는 장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나도 대학에 가겠지, 하고 무모한 희망을 품는 주드의 젊은 생애. 그러나 주드는 '아라벨라'를 만난다. 그녀의 얼굴과 육체에 정신을 잃고 그는 '공부를 포기해야겠다' 싶을 정도로 그녀에게 빠져들고 그녀와 결혼하면서 불행한 삶을 시작한다. 그는 사랑하는 여자와 행복할 줄 알았으나 가난은 그들을 행복한 삶으로 가는걸 방해했고, 사랑은 곧 사라져버린다. 어쩌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착각이었을지도. 주드는 아라벨라와 헤어지고 다시 공부를 하다가, 사촌여동생인 '수'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수 브라이드헤드는 역시 혼자였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는 여자였고 당당한 여자였다. 그녀 역시 주드를 사랑하지만 그건 '오빠'로서였고 처음부터 연애감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수와 주드는 몹시도 비슷한 사람이었다. 영혼의 쌍둥이라고나 할까. 한예로, 주드는 어릴 적에 이웃집 농장에서 새들이 곡식을 쪼아먹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일을 했지만, '저 새들이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먹고 가렴' 해서 쫓겨난 일이 있다. 주드는 키우던 비둘기를 처분해야 했는데, 그 비둘기를 사간 사람이 분명 그걸 식용으로 팔거란 생각에 괴로워해서 돈을 받았으면서도 구매자 몰래 비둘기의 새장 문을 열어준다. 혼자서 열심히 살아가는 주드와 수였던 것이다. 주드는 그런 수를 사랑하지만 한 때 결혼한 적이 잇었던 자신의 처지와 또 사촌간이라는 것때문에 수와 결혼할 수가 없어 괴롭다. 한편 수는 자신에게 구애하는 스무살 이상의 '필롯슨'의 청혼을 받아들여 그의 아내가 되면서 동시에 그가 인수한 학교의 선생이 된다. 만약 수가 필롯슨과 결혼생활을 이어갔다면, 먹고살 걱정 없이 오히려 사회적 명성을 얻으면서 평온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마음 속에 주드를 품은 채로 그러나 오빠로서 다정하게 지내면서 말이다. 그러나, 수는 그런 여자가 아니었고 그런 삶을 선택하지 않는다.
수는 필롯슨을 선생으로서는 존경했고 친구로서도 좋아했지만 도저히 남편으로서 좋아지지가 않는다. 그의 손길이 닿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게다가 수는 자꾸만 주드가 그립다. 수는 이 삶을 이어갈 수가 없다. 필롯슨에게 날 보내줘, 난 너랑 못살겠어, 난 괴로워, 나는 주드에게 갈게, 만약 주드에게 가는게 싫다면 혼자여도 되니까 제발 날 보내줘, 나는 너를 친구로서 좋아하지만 너의 아내로 살 순 없어, 한다. 필롯슨은 수를 사랑했기 때문에 너무나 괴롭지만, 그러나 그게 진정으로 수가 원하는 거라면, 그것이 수가 행복한 길이라면, 그런데 내가 뭐하러 붙잡고 있어야 하는가 하고 그녀를 보내준다. 그렇게 수는 주드에게로 간다. 그러나,
당시의 사회는 이런 상황을 용납할 수가 없다. 아내를 보내줬다고? 혼자라고? 그런 남자가 학교 선생을 해도 돼? 필롯슨은 그렇게 겨우 일궈둔 자신의 학교에서 쫓겨나고 가난해진다. 아내를 보낸 남자를 받아줄 학교가 더는 없어 일자리도 구할 수 없다. 그래서 오래전에 일했던 동네로 가 간신히 작은 학교의 선생을 하며 근근이 먹고 살아야 한다. 필롯슨의 친구도 한사코 수를 잡았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러나 필롯슨은 자신의 처지가 이렇게 비참해졌어도 자신의 생각과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확신한다.
자, 이제 둘이 그토록 원하는 함께하는 삶을 살게된 주드와 수는 행복해졌을까?
수는 결혼식을 거부한다. 법적으로 결혼한 부부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 주드도 수도 이미 한 번씩 결혼에 실패했었고, 그것이 법적인 제약이며 결혼과 동시에 부부가 묶인다는 것, 남편이 달라진다는 것, 구속력이 생긴다는 것 등등 굳이 그걸 해야할 이유가 무엇이냐 싶다. 그렇게 주드에게 끊임없이 설득해서 그들은 법적인 부부가 되지는 않는다. 오빠,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요, 왜 그래야 해요? 우리만 사랑하며 살면 그만이지. 수의 말은 하나도 틀림이 없다. 수는 주드와 행복했고 누가봐도 그 둘이 서로를 보는 눈에서는 애정이 흘러내렸다. 저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그리고 그 자리를 놓친게 샘이 날 정도로 그들은 사랑했단 말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들을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다. 뭐야, 너는 정식 아내가 아닌거야? 그것을 사회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식 아내가 아닌데, 그런 부부에게 일자리를 줄 수는 없지, 정식 부부가 아닌데 어떻게 방을 줄 수 있겠어? 그렇게 손가락질 당하고 일자리도 없어져서 이 동네에서 저 동네로 이동해야 하는 삶을 주드와 수 부부가 산다. 수는 혼자서 충분히 공부를 많이 했고 똑똑하고 당당하고 당찬 여성이었다. 그런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주드의 전처로부터 보내진 아이를 사랑으로 양욱하고 또 자신들의 아이도 낳으면서 열심히 살았단 말이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사회적 압박은 도무지 그칠줄 모른다. 그리고 그들에게 비극적 일이 일어난다.
이 슬픔은 도저히 극복가능한 것이 아니다. 주드와 수는 한없이 무너진다. 주드는 신앙을 가진자였으나 신앙에 회의적이 된다. 그런 한편 수는 이 비극을 맞이하고 가슴아파하다가 기존의 자신의 성향을 완전히 다 버린다. 바꿔버린다. 다 내탓이다, 내가 신을 믿지 않아서다, 내가 신의 말을 듣지 않아서야, 라고 자책하는데, 무엇보다 그녀는 자신이 사회적 관습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을 자책한다. 다 내 탓이야. 내가 필롯슨과 결혼을 유지해야 했어, 나는 그의 아내로 살아야했어. 그녀는 잘못된 관습을 따르지 않으려고 했고 압박으로부터 벗어나려고 그렇게나 꼿꼿했는데, 비극앞에 무릎 꿇어버린다. 나도 그렇게 살아야 했어, 나도 남들처럼 결혼하고 그렇게 살아야 했어. 누군가의 아내로서, 그리고 법적 계약을 가진 부부로서 그렇게 살아야 했던거야. 그렇게 수는 다시 필롯슨에게 간다. 너의 아내로 살아갈게. 너와 부부가 될게. 수는 필롯슨의 자기 근처에만 와도 살 떨릴 정도로 싫지만, 그에게 이제 섹스도 허락한다. 싫은데, 그래야 하는거니까. 싫어서 안했더니 자기 앞에 고통과 비극이 찾아왔으니까. 그건 자기 잘못이니까. 남들 하는대로 해야 되는거였어.
내가 살고싶은대로 살아가는 걸, 세상이 그리고 사회가, 그리고 사람들이 못견뎌한다. 너도 이렇게 해야지, 너는 왜 다르게 살려고해? 사회에서 내동댕이 치려고 한다. 그 일은 결국 커다란 비극으로 그녀에게 돌아오고. 수가 '나는 그런 계약을 하고 싶지 않아' 라고 했더니 수의 전남편이 일자리를 잃고 현남편도 일자리를 잃고 자식들에게도 비극이 찾아온다. 결혼식을 올리지 않겠다고, 결혼하지 않겠다고, 결혼하지 않고 그냥 사랑하면서 살겠다고 한게 그렇게 큰죄인가? 그렇게나 당당하고 똑똑하게 맞서왔던 수이지만, 결국 무너진다. 사회적 압박에 무릎끓는다. 그녀는 미쳐버린다. 그녀가 사회적 관습에 남들처럼 들어가게 된건, 그녀가 이제 미쳐버렸기 때문이다. 제정신으로 살아가면 세상이 똘똘 뭉쳐서 그녀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내가 나로 살겠다는게 그게 잘못이라고 자꾸 사람들이 숙덕거린다.
나는 이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해, 이건 옳지 않으니 하지 않을테야, 라던 수에게도 결혼은 비극이었지만, 그러나 그 사회적 계약을 누구보다 성실히 수행하려던 아라벨라에게도 이것은 압박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결혼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그리고 그렇게 살아야 하는거라고 생각했던 아라벨라는 때가 되어 남편감을 찾아내고 결혼하지만, 결혼했더니 이게 영 맞지가않다. 남편이란 작자 꼴보기 싫고 하나도 행복하지 않아, 그를 내팽개치고 다른 남자랑 결혼했는데, 얼라리여 그 남자는 수틀리면 아라벨라를 팬다. 아 이 남자도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아. 그러나 아라벨라는 능력있는 여성이었다. 놀기를 좋아하고 남자를 좋아하고 지금처럼 BAR에서 일하면서 사실 충분히 혼자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그건 지금 여기에 사는 내 생각이고, 아라벨라는 남편이 죽자 다시 결혼을 생각하고 이제 혼자가 된 주드를 노린다. 그렇게 꾀를 부려서 가까스로 싫다는 주드를 다시 남편으로 삼았건만, 하, 이 남자가 결혼하자마자 시름시름 앓아눕는다. 하아, 나는 왜이렇게 재수가 없지, 병든 남편 수발이나 해야 하다니, 하면서 다음 남편감을 물색한다. 누구보다 결혼이란은 것을 받아들이고 하려고 했던 아라벨라이지만, 나는 아라벨라야말로 자신이 결혼에 맞지 않다는 것을 진작에 깨달았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살앗는데, 아 나는 자꾸 불행하네? 남들 사는것처럼 살아야 한다는 이 커다란 사회적 압박은, 수를 망치고 아라벨라를 망쳤다.
주드도 수가 살았던, 아라벨라가 살았던 이 시대의 피해자이다. 왜냐하면 가난했으니까. 죽는날까지 자신이 이루지 못한 대학으로의 꿈을 품고 살아가야 했던 그가, 대학에서의 축제를 비 맞으면서도 구경했던 그가, 그렇다면 이 사회의 피해자이기만 햇을까? 아니, 그는 남성이라는 성별로서 사회가 여성에게 압박을 가한 그 시대의 마찬가지 가해자이기도 하다. 함께 살지만 육체적 관계는 하고 싶지 않았던 수에게, 주드는 은근한 압박을 가한다. 비가 오던 늦은밤 주드의 집을 찾아와 호텔까지 데려다달라던 전(前)아내 '아라벨라'를 늦은밤 위험하니 그걸 어떻게 거절하냐 며 가지 말라는 수에게 다녀오겠다고 말하는거다. 그러면서 '너는 어차피 나한테 네 육체를 주지도 않잖아' 라고 하는거다. 냉정하게 따지면 내 아내는 아라벨라 아니야? 라면서. 그날밤 수는 주드를 거기에 보내고 싶지 않아서, 아라벨라를 데려다주는 걸 막고 싶어서, 알았어 너랑 잘게, 잘게, 하는거다. 그랬더니 비오는 늦은 밤 위험해서 아라벨라 데려다주겠다던 주드가 갑자기 돌변해서 '그녀는 혼자 가라지' 하며 문 걸어잠그고 아라벨라가 가든 말든 신경 안쓰는거다. 이제 수랑 잘 수 있으니까! 하- 수랑 섹스할 수 있으면 밤길 갑자기 안전해지는 부분이냐..수랑 섹스를 하지 않으면 밤길은 위험해지고? 물론, 그것은 주드 개인의 문제라고만은 볼 수 없다. 가난은 여자와 남자 모두에게 불행한 삶을 가져다주었지만, 그러나 여자에게 그 불행은 더 컸다.
그리고 하디는 이 모든 것을 보는 사람이었다.
사회적 압박이 사람을 어떻게 미치게 하는지, 사람들은 자신과 같아지라고 얼마나 다른 사람들을 압박하는지 말이다. '난 그렇게 살기 싫다니까?' 하는 사람을, 어떻게든, 기어코 그렇게 살도록 만들어버리고 마는 사회를 하디는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뒷표지에 보면 '로렌스'가 쓴 평을 볼 수 있다.
수는 우리 문명이 빚어낸 최상의 산물로, 그녀는 우리를 두렵게 만든다. -D.H.로렌스
책을 읽기 전에는 왜 '주드'를 읽는데 '수' 얘기를 했을까, 생각하게 되지만, 책을 다 읽고나면 이것은 사회의 압박에 저항하려고 했던, 그러나 끝내 무릎꿇고야 말았던 수의 이야기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네가 이래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이러고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어디 얼마나 버티는지 보자! 끊임없는 압박속에 수는 결국 무릎 꿇는다. 무릎 꿇기까지 그녀에게 가해진 고통과 괴로움을 보노라면, 혹여라도 수처럼 생각햇던 사람들이 '아니야, 남들처럼 살아야해, 안그러면 저렇게 돼' 하지 않았겠는가. 사회적 압박이, 관습이, 그러니까 정상가족에 대한 판타지와 가부장제가 그토록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방법일 것이다. 끊임없이 압박하고 괴롭히기. '그녀의 말이 맞아'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역시 괴롭히기.
하디가 이걸 보여줬다, 사회적 압박이, 특히 똑똑하고 당당한 여성에게 가해진 사회적 압박이 어떠했는지를, 그런 여성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하디가 너무나 잘 보여줬다. 감탄이 나오는 책이다. 하디가 정말 대단했구나.
모두에게 읽기를 권한다.
"뭔가 알 수 없는 외부적인 존재가 우리에게 말을 해요. '너희들 하지 말지어다!' 라고요. 처음에는 '너희들 배우지 말지어다! 라고 하더니 그다음에는 '너희들 일하지 말지어다!'라고 하고, 지금 와서는 '너희들 사랑하지 말지어다!'라고 해요." -P.253
언제나 그랬듯이 그녀는 주드가 질투를 느끼는 경우 금세 알아차렸다. 사실 지금처럼 두 사람의 생활과 직접 관계가 없는 대화를 나누는 경우에도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밖으로는 표현되지 않은 제2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두 사람 사이의 상호교감이 그만큼 완전했기 때문이었다. - P17
내가 내 마음속의 충동에 얼마나 끌려다니는지를 오빠에게 말하면 오빠는 충격을 받을 거예요. 쓸 수도 없는 매력을 타고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느끼는 내 마음을 오빠가 안다면 놀랄 거라고요. 다른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고 싶은 여인의 마음은 때로는 채울 수가 없어요. - P19
그는 편지를 부활절 전야에 띄웠다. 두 사람이 내린 결론은 그것으로 최종적인 듯했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들의 결정 외에 또 다른 힘과 법칙이 작용했다. - P25
"여자가 결혼 초기에 싫어하는 것은 오륙 년 지나면 무관심한 마음으로 편안하게 다 털어버린다고 했어요. 그러나 그 말은 시간이 지나면 나무 다리나 팔에 불편 없이 익숙해지기 때문에 사지를 절단하는게 아무 고통도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 P34
이상한 것은 그의 첫 번째 소원-학문적 숙달을 향한-이 한 여자에 의하여 제지되었는데, 그의 두 번째 염원-사도(使徒)가 되려는- 도 또한 여자에 의하여 제지됭었다는 사실이다. "이건," 그가 중얼거렸다. "여자의 잘못인가? 아니면 사물의 인위적인 체제 때문인가? 그래서 정상적인 성적 충동이 무서운 집안의 올가미로 변해서 발전을 원하는 사람들을 붙잡는 것인가?" - P43
"하지만 우린 어떻게 하지? 수, 잘 알겠지만, 사랑해요." "그 사실은 충분히 알아요. 하지만 난 지금 살고 있는것처럼 낮에만 만나면서 연인으로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러는 쪽이 훨씬 더 달콤해요, 적어도 여자에게는요. 그쪽이 남자에 대해 더 확실한 감정을 가질 수 있어요. 따라서 우린 지금처럼 남의 이목에 특별히 신경을 더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 P115
"난 오빠가 생각하는 만큼 예외적인 여자는 아니에요. 결혼을 좋아하는 여자는 오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그 수가 적어요. 여자가 결혼을 하는 이유는 결혼이 주는 위엄 때문이고, 때때로 사회적 이점이 따르기 때문이죠. 난 위엄과 이점은 없어도 살아요." - P117
"어디로 가죠?" 시간 아범이 궁금해하면서 말했다. "우린 가는 것을 알려서는 안 된다. 아무도 우리가 간 곳을 찾지 못하게……. 우린 알프레드스턴으로 가서는 안된다. 맬체스터도 안 되고 새스턴도 안 되며 또 그라이스트민스터도 안 되지. 이런 곳을 빼고는 우린 어디로 가도 좋단다." "왜 그런 곳은 안 되지요, 아버지?" "그건 우리 머리 위에 떠 있는 구름 때문이란다. 비록 ‘우리가 아무에게도 불의를 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해롭게 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속여 빼앗은 일이 없더라도!‘ 비록 ‘우리 소견에 옳은 대로 행했더라도.‘" - P202
"글쎄, 나는 좋아하오. 이건 어쩔 수가 없소. 난 그곳을 사랑하오. 그곳은 나 같은 사람을 모두 미워하는 줄 알고 있소. 소위 말하는 독학자를 말이오. 그곳은 우리가 노력해서 얻은 지식을 경멸해요. 그런 것에 대한 존경심을 제일 먼저 보여줘야 할 텐데 말이오. 크라이스트민스터는 우리의 라틴어에서 잘못된 음절의 장단과 발음을 비웃어요. 가엾은 친구, 도움이 필요한데요 하고 말을 해야 하는데 말이오! ……그러나 나에게 그곳은 내 어린 시절의 꿈 때문에 우주의 중심이 되었으며, 그것은 누구도 바꿔놓을 수가 없어요. 곧 크라이스트민스터는 깨어나겠지요. 그리고 관대해지겠지요. 난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요! …… 거기로 돌아가서 살고 싶소. 거기서 죽고 싶소! 이삼 주일 뒤면 나는 거기로 갈 수 있겠지요. 그땐 6월이 되는데, 어느 특정한 날 거기 가 있고 싶소."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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