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윌슨' 주연의 영화 《어쩌다 로맨스》를 얼마 전에 봤었는데, 이번에 뉴욕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뒷부분의 노래 부르고 춤추는 장면 보고 싶어서 뒷부분만 다시 보았다. 내가 보고싶었던 장면은 바로 이것.






등장인물들 노래하고 다같이 춤추고 이러는 거 너무 좋음. 그래서 다시 보았다. 나중에 막 고성으로 올라가는 부분도 좋은데, 이건 립싱크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고. 어쨌든.



영화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로맨스를 믿지 않는 여자가 우연히 로맨틱한 환경에 놓이게 되고, 거기에서 잘생기고 돈많은 남자와 애인 사이가 된다는 것, 그러나 자신과 가장 친하게 지냈던 베스트 프렌드가 자신의 짝임을 확신하고 그를 찾으려고 시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베스트프렌드에게는 완벽한 얼굴과 몸매와 돈..을 가진 여자가 약혼자로 딱- 옆에 자리잡게 되었지. 그러니까 각자에게 최선의 상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오래, 따로 있었지만, 각자가 만나게 된 연인은 누구나 바라오던 바로 그 이상형이라는 거다. 물론 여자주인공인 '나탈리'는 '그러나 이 근사한 환상적인 남자가 내 짝이 아니다, 내 짝은 오랜 친구인 조쉬다' 라는 걸 깨닫지만, 남자인 '조쉬'는 '나는 결국 우리가 짝이 될거라고 생각했었어' 라고 과거형으로 말하며, 자칭 '요가 대사관' 이라고 말하는 여자와 결혼을 약속한다.



나탈리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남자, 나탈리에게 반해서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너도 느끼니'라고 묻는 남자, 돈도 많고 잘생기고 몸매도 좋고 매너도 좋고 암튼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이 남자는 자꾸만 '크리스 햄스워스' 같아서, 설마 그인가.. 했다가 그가 이런 로맨스에 나왔단 말인가, 하고 뚫어지게 보다보면 '아니구나 닮은 사람이구나' 하게 되는데, 그래서 영화 끝나고 찾아보니, 얼라리여, 그는 '리암 햄스워스' 였고, 크리스 햄스워스의 동생이었다..아 그렇군요. 그래서 그렇게나 닮은 것이었군요.





극중 '요가 대사관'으로 나오며 남자주인공의 이상형 여자로 나오는 '이사벨라' 역의 '프리얀카 초프라'. 나탈리는 그녀에게 요가에 '대사관'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데, '요가 대사관'이라는 거 뭔가 너무 웃겨서 인상적으로 계속 남는다. 이사벨라는 스스로를 'yoga ambassador' 라고 소개하고 다니는 것. 사진 속의 여자가 바로 그 요가 대사관.




요가 대사관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요가하는 장면은 하나도 안나옴 ㅋㅋㅋㅋ 계속 요가 대사관 요가 앰버서더.. 이러고 있다, 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가 앰버서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탈리가 이상적인 남자인 '블레이크'를 차버리는 데에는, 그가 그녀의 능력과 재능을 마치 자신의 것인듯 하는데에 있었다. 사실 그가 근사한 남자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나탈리가 그와 감정적으로 통했느냐 하는 건 다른 문제. 단순히 내 작품이 왜 네것이야? 라는 데에서 오는 불만도 있지만 애초에 그를 '사랑'했느냐는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그러니까 잘생기고 돈도 많고 매너도 좋고 나에게 푹 빠진 남자...이니 내가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어서 애인이 되는 것은 어째서 잘못된 것인가.


내가 바로 그런 경우에서 연애를 한 적이 있다.


잘생겼고 인간성도 좋고 심지어 나를 좋아해서 그가 사귀자고 할 때 딱히 거절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던 것. 그때의 나는 20대 였는데, 나는 이 남자가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해서 내 친구와 소개 시켜주기도 했었단 말이야? 그런데 이 남자가 나를 좋아한다고 나한테 사귀자는 거야. 내가 내 친구에게도 소개시켜준 남자인데 내가 그를 거절할 명분..같은 게 있을리 없잖아. 만약 그를 거절하면 '너는 너도 싫은 남자를 왜 니 친구에게 소개시켜줬어?' 에 뭐라고 답한단 말인가. 아무튼 나는 그를 그래서 사귀어버린 것이다... 이십대의 나여... 하아-


그러나 내가 그를 좋아해서 사귄 게 아니라, 사귀자는 데 딱히 반대할만한 남자가 아니라 사귄 것이므로, 문제는 툭툭 튀어나오는 것인데, 일단 그랑 같이 있기를 원하는 나.. 같은 게 없었고, 다른 남자 만나서 ... 네..그렇게 된 것입니다. 내 양심에 내가 찔려서, 아아, 우리는 이러지 말아야 할 것 같아, 라고 그에게 말하고, 그는 웁니다... 밥을 먹지 못합니다.. 미안합니다... 3년이고 30년이고 나만 기다리겠다고 하던 그 남자는, 그러나 지금 결혼해 아이 낳고 잘 살고 있습니다. 인생이여...




아, 이런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라, 그러니까, '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만나는 것과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탈리의 경우 만나게 된 상대 남자는 정말이지 누가 봐도 '어떻게 저런 남자를 애인으로 삼을 수 있었냐'는 말을 듣게 하는 남자였지. 그건 조쉬의 경우도 마찬가지. 조쉬가 만난 요가 앰버서더 도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 돈까지 많아서 진짜 .. 와.. 그녀에게 '아니'라고 말하는 게 어리석게 보일 정도. 그러나 나탈리는 '블레이크'에게 '내 곁에서 꺼지'라고 말하게 됐고, 조쉬는 이사벨라와 결혼을 약속한다.




나는 그런 실수(?)를 예전에 한 적이 있기 때문에, 뭔가 흠잡을 데 없는 남자라고 해서 무작정 연인이 되지는 않을거라고, 이제는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나 같은 결정을 내릴 지는 내가 알 수 없다. 이를테면, 나는 만나는 남자가 잘생기고, 매너 좋고, 돈 많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선택하지는 않을 거라는 것. 뭔가 내가 좋다, 라는 생각이 들어야 그 사람을 애인이란 포지션으로 내 옆에 둘 생각을 할 거란 말이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럴까? 나는 확신할 수가 없다. 특히나 남자의 경우, 이사벨라 같은 여자를 만났을 때 '아니'를 말하기가 쉬울까? 여자가 얼굴과 몸매가 완벽하고 돈도 많고 나에게 반했다, 라고 할 때, 그러나 내 마음이 그녀에게로 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녀에게 '아니'를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남자들을 대입시켜 보았다. 그 남자는 그녀를 거절할 수 있을까? 뭐 이건 내가 그냥 추측하는 거지만, 내 짐작만으로는 그녀에게 '아니'를 말할 남자가 별로 없을 것 같아. 내가 그녀를 왜 거절한담? 하며 그녀를 선택하겠지. 그리고 좋아하기도 쉽겠지. 좋아하는 게 선택보다 나중이 될지언정, 좋아하는 거 쉬워지지 않을까. 그렇겠지. 그럴거야. 그렇겠지.




그러나 영화속에서 그 모든 것은 현실이 아니었다. 현실에서는 그렇게나 완벽한 이성이 내 앞에 나타나 '당신에게 반했어요' 같은 거 말하지 않아. 오히려 조쉬가 얘기했던 것처럼 '나는 우리가 결국엔 함께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 가 현실이 되었지. 현실이란 그런 것이다. 결국은 우리가 함께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사람과, 그러니까 오래 편하게 알고 지낸 사람과 결국은 함께 하게 되는 것. 요가 앰버서더가 아니라 현실의 내 오랜 친구와 함께하게 되고, 재벌에 근육맨 남자가 아니라 오래 나를 봐주었던 친구와 함께 하게 되는 것. 그런데 저거 되게 중요한 메세지인것 같다. 조쉬가 현재 나탈리와 연인이 아님에도, 자기 혼자 나탈리를 오래 바라보고 있음에도, '결국 우리가 함께 하게 되지 않을까' 했던 것. 늘 바라보기만 하다가 결국에는 '내가 바라본 건 사실 너였어'를 말하게 되는 것. 그렇게 오랫동안 숨길 수 있는 건 없는 법이니까.




아,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페이퍼를 다다다닥 세 개나 썼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잘 먹어서 그러는 것인가봉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점심엔 짬뽕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공기밥도 주는 곳으로... 슝 =3=3=3




아무튼 소식하는 사람으로 새롭게 태어나 나야말로 요가 앰버서더가 되어야겠다. 뿜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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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6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08-16 14:20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일단 사전 찾아보고 쓴 글인데요,

영화속에서 한글 자막은 ‘요가 대사관‘으로 나오고 등장인물은 ambassador 라고 말해요. 영화속에서 ‘이사벨라‘가 영어에 서투른 사람인 설정인듯 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인 ‘나탈리‘가 ‘요가엔 ambassador 라고 하는 게 아니야‘ 라고 하는 대사가 나오는 것 같고요. 저는 영화에 나오는 그대로의 자막과 대사를 가져다 썼습니다.

:)

별족 2019-08-16 16:06   좋아요 0 | URL
^^ 아, 감사해요. 그런 유머는 저는 영화를 봐도 이해 못할 듯 합니다.

다락방 2019-08-16 16:07   좋아요 0 | URL
저도 저 유머를 이해한 건 아니고요, 그냥 영어에 서투른 외국인이구나, 정도로만 이해했어요. 오히려 댓글 쓰다 보니 그것이 그것이었나 보구나... 뒤늦은 깨달음이 오네요. ㅎㅎ

syo 2019-08-16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진 속의 조쉬는 뭔가 살찐 배정남같이 생겼네요.
정감 간다.

요가 대사관이라면, 다락방님도 한 번 지원해보시지 그래요?

다락방 2019-08-16 22:32   좋아요 0 | URL
네????!?????!!! 뭐라구요??????????????

syo 2019-08-16 22:33   좋아요 0 | URL
내가 이 나라에 요가를 전파하러 왔다!!!!!
막 이런 거 아니에요?

그런 거면 다락방님도 자격 요건 완비......

다락방 2019-08-16 22:41   좋아요 0 | URL
아니야 난 아직 아니야 난.. 난... 난 아직 ....... 준비가 안됐다구욧! 한 8년 정도 더 있어야해!!!!!

syo 2019-08-16 22:54   좋아요 0 | URL
8년..... 요가 앰배서더 하시랬더니 요가 대통령 할려고 하신다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8-16 23:36   좋아요 0 | URL
할 거면 대통령 하자! 😤

syo 2019-08-17 10:16   좋아요 0 | URL
맞아 기왕 항 거면 큰 거 하자!!😎
화이팅!! 8년 뒤의 요가대통령이시여!!

- 2019-08-19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인생이여................ ㅋㅋㅋㅋㅋㅋ 이 글 너무 러블리하네요. 영화도 왠지 러블리할 것 같아요. 다락방님은 영화 리뷰도 다락방님의 스타일로 쓰시는 것 같다는!

다락방 2019-08-19 18:46   좋아요 1 | URL
영화는 너무 뻔해서 딱히 추천할만하진 않아요. 이 영화 보다는 멜리사 맥카시 주연의 [스파이] 나,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를 추천합니다.
러블리하다니, 별말씀을요!! 으흐흐흐

- 2019-08-19 18:53   좋아요 0 | URL
락방님 구 연애사를 한탄하는 글은 언제나 럽!흘!리!

다락방 2019-08-19 18:59   좋아요 1 | URL
이런 거 좋아하시는구나!!!!! 열심히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멜리사 맥카시' 나온다고 해서 본 영화인데 초반부터 좀 스트레스 받았다. 주인공 '타미'의 일이 잘 안풀리고 그래서 타미가 비관적이고 우울해하는데, 딱히 거기에서 빠져나가려는 의욕 같은 게 보이질 않아서. 더 나은 삶을 딱히 바라거나 하는 건 아닌것 같았지만 현실에서 제자리돌기만 하는 것 같아서 너무 비호감인거다.


고물 자동차로 사슴을 치었고, 다행히도 사슴은 무사했지만 그 일로 파트타임 잡으로 일하는 패스트푸드 점에서 잘렸다. 차도 없고 직장도 잘려 우울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갔더니, 집에는 남편과 이웃집 여자가 함께 있다. 그들끼리 식사를 하고 있어. 도대체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이야? 분노하며, 이웃집 여자에게 '네가 왜 내 남편에게 요리를 해주고 같이 먹고있냐' 라고 따지니, 남편이 말한다.


"내가 요리했어."


타미는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고난 뒤 분노하면서 짐을 싸갖고 집을 나간다. 나가면서 남편에게 말한다.



"당신, 나에게는 요리해준 적 한 번도 없잖아."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이 장면이 너무 슬펐다. 직장에서 잘린 것보다, 고물 자동차가 망가진 것보다, 이게 더 슬펐어. 나랑 함께 사는 동안 나에게 요리를 한 번도 해준 적이 없던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는 요리를 해주었다는 거. 이게 너무 슬프고 상실감에 휘청일 정도였다.



친정엄마가 근처에 살아 친정 엄마에게로 가 사정을 말하고 차를 빌리고자 했지만 엄마는 빌려주지 않았죠. 대신 약을 달고 살아야 하는 멋쟁이 할머니(수전 서랜든!)가 자신과 함께 가는 조건하에 자기 차를 쓰자고 말한다. 게다가 할머니는 돈도 있다!


그렇게 둘이 차를 타고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러 가는데 당연히 여러 일들이 생기고, 타미는 얼른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고, 할머니는 그런 타미에게 '겁쟁이'라고 한다. 항상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면서.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지만, 타미에게 집이 결국 안정적인 곳이 아니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그러니까 그렇게 안정이나 평안을 주는 곳이 아닌데도 돌아가려 한다는 것. 현실이 비극인데도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게 아니라, 이 비극적인 현실에 안주하려 한다는 것. 타미는 좀 다른 세계를 보고 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좀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있는 게 아닐까. 그러니까 영화에서는 자꾸 그걸 말하고자 하는 거다.



할머니에게는 레즈비언 사촌이 있었는데, 타미는 레즈비언 사촌에 대해 딱히 좋은 감정이 없다. 그래서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만날 수밖에 없게 되었고, 오오, 그 할머니의 사촌 '르노어'는 '캐시 베이츠'였다. 등장부터 카리스마 작렬해주는데, 타미가 범죄에 이용했던 차량을 불태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 르노어의 등장은 영화에 활기를 가져왔다. 르노어의 집에 머물게 된 타미는 르노어가 사업도 번창했고 또 집도 아주 근사한 곳이라 놀라고 부러워하는데, 나중에 르노어가 할머니와 다투고 혼자 있는 타미에게 이렇게 말한다.



"원하는 게 있으면 직접 싸워야 해. 우리(르노어와 그녀의 레즈비언 파트너)처럼 말이야.

오랫동안 넌 네 인생이 형편 없다면 불평만 했지. 바꾸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어. 인생은 마법이 아니야.

불평만 내뱉으며 세상이 바뀌길 기다릴 순 없는거야.

이 집이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줄 알아?

나 정말 열심히 일했다.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넌 상상도 못해.

공짜로 얻은 건 아무것도 없어.

철 좀 들어.

네 일에 집중해.

하고 싶은 게 뭔지 생각해보고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해."


르노어가 그녀의 레즈비언 파트너와 함께 부정적인 시각에 맞서가며 힘들게 일해서 번 돈으로 큰 집을 샀다는 것, 그리고 그 집에서 레즈비언 파티를 여는 장면을 보는 건 정말 신났다. 여자들이 함께 모여서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고 맛있는 걸 먹고 마시며 떠들고 불꽃도 터뜨리는 장면, 그리고 다같이 구령을 붙여서 흔적을 없애야할 보트를 불태우는 장면은 얼마나 좋은지! 나는 멜리사 맥카시를 보려고 영화를 보기 시작한건데 캐시 베이츠에게 반해버렸어. 특히나 우리가 힘들게 일했다, 열심히 일했다, 하는 걸 말하는 장면이 너무 좋았다.





뉴욕에서 머무르는 마지막 날 아침, 호텔 1층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 아침을 먹었다. 나는 며칠전부터 프렌치 토스트가 먹고 싶었던 터라, 프렌치 토스트를 주문했다. 와- 양이 엄청 많았다. 식빵 자체도 두꺼운데 그걸 세 쪽이나 반으로 잘라서 내온거다.





메이플 시럽도 잔뜩 함께 나오고 슈가 파우더 까지 뿌려져 있어서 진짜 달았다. 그런데 너무 맛있는 거다! 평소에 메이플 시럽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와 이 프렌치 토스트가 너무 맛있어서!! 너무 배불러서 남기긴 했지만 두고두고 생각나는 거다.


자꾸만 생각나고 또 생각나서 오늘 아침엔 일찍 일어났겠다, 프라이팬에 버터를 잔뜩 바르고 계란물을 풀어 식빵을 넣고 부쳐냈다. 메이플 시럽은 없어서 설탕을 구워낸 식빵 위에 솔솔솔 뿌렸지. 그리고 먹는데 진짜 세상 맛있는 거다. 아아 당분간 프렌치 토스트 중독될 것 같아. 엉엉 ㅠㅠ

거기에 훈제오리까지 구웠다. 아침을 빵으로만 먹으면 허하잖아요. (네?)

역시 사랑은 노력이야, 애를 써야 해, 하면서 아침부터 더운데 프렌치 토스트 하랴 훈제 오리 구우랴, 더웠다. 그렇지만 프렌치 토스트 세상 맛있고 훈제 오리를 들어서 밥을 촥- 싸먹는데 또 세상 맛있어서... 아아, 아침부터 배가 터져버린 것이야.



내가 나를 너무 사랑했나.. 출근길에 배가 너무 불러서 잠깐 반성했다. 적당히 사랑했어야 했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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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특별판, 양장)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암흑이었을까 빛이었을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암흑일까 빛일까.

애트우드의 모든 작품을 다 읽는 걸 인생 목표중 하나로 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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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9-08-16 0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뒷 이야기가 9월에 나온다고 하니 기대중이에요!!!

다락방 2019-08-16 06:41   좋아요 0 | URL
애트우드 님이 부지런히 더 많은 책을 써주신다면 좋겠습니다! 뒷이야기도 얼른 읽고 싶어요!!(어쩐지 무섭기도 하지만..)

- 2019-08-19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정도 입니까?!! 저는 오늘 진입합니다!

다락방 2019-08-19 18:59   좋아요 1 | URL
쟝쟝님 진짜 장난 아니에요. 저에겐 올해의 소설입니다!

- 2019-08-19 19:04   좋아요 0 | URL
아 신나 ❤️
 

















"날 도와주신다고요? 어떻게요?"

내 목소리도 그만큼 나직하다.

그는 뭔가 알고 있는 걸까, 루크를 본 적이 있을까? 실종된 그를 찾은 걸까? 내게 다시 루크를 돌려줄 수 있나?

"어떻게 도와줄 거라 생각해요?"

여전히 숨소리나 다름없는 낮은 목소리. 다리 위로 미끄러져 올라오는 게 그의 손인가? 그는 장갑을 벗어던졌다.

"문은 잠겨 있소.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요. 그 사람 아이가 아니라는 건 절대로 발각되지 않을 거요."

그는 장막을 걷는다. 그의 얼굴 아랫부분은 하얀 가제 마스크로 가려져 있다. 한 쌍의 갈색 눈동자, 코 하나, 그리고 머리카락이 갈색인 머리 하나. 그의 손은 내 두 다리 사이에 있다. (p.106)



아이가 없어 대리모를 데리고 사는 대부분의 사령관들은 불임인 경우가 많다. 그것도 모르는 채로 시녀들은 어쩌면 자신에게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고. 시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나이 제한이 있다. 사령관과 아이를 갖는 행위를 치르는 것도 임신 가능성이 높은 날 하루 이틀이고. 


오브프레드 역시 임신하지 못하고 있고 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시녀들은 매달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 몸에 이상은 없는지 검진을 받아야 하는데, 이번에 갔더니 닥터가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말하며, 자신과의 섹스를 제안한다. 명목상 그가 하는 제안은 '그녀를 위한' 것이었다. 너희들이 만나는 늙은이들 대부분이 불임인데 너네들이 겪는 고통을 보니 끔찍하다, 는 것. 그러니 자신이 기꺼이(!) 그 일을 함으로써 도와주겠다는 거다. 닥터는 그녀를 검진하면서 어떻게든, 어디든, 어떤 방식으로든 그녀를 만질(?)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에 시녀는 고민해야 한다. 내가 이 제안을 받아들여야 하나. 



진심 어린, 진심 어린 동정의 목소리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는 즐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 동정이며 이 모든 일들을. 두 눈은 동정으로 촉촉하게 젖어 있지만, 한 손은 초조하고 성급하게 내 몸을 더듬고 있다.

"너무 위험해요. 그럴 수는 없어요."

죄의 대가는 사형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들킬 때의 일이다. 그것도 증인 두 명이 있어야 한다.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진료실에 도청 장치가 되어 있거나 문 뒤에서 누군가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내 몸을 훑던 그의 손이 뚝 움직임을 멈춘다.

"생각해 보세요. 당신 차트를 봤어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더군요. 하지만 당신 인생이니까."

"고맙습니다."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남겨야 한다. 제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여운을 흘려야 한다. 그는 느릿하게, 아쉽다는 듯이, 손을 치운다. 그의 입장에선 이걸로 끝이 아니다. 검사 결과를 위장할 수도 있고, 내가 암이나 불임이라고 보고해서 나를 '비여성'들과 함께 식민지로 추방시킬 수도 있다. 지금 듣고 본 일은 없었던 일로 쳐야하지만, 어쨌든 내가 맡게 된 이상 지금 우리 사이의 공기 중에는 그가 지닌 힘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떠돌고 있다. 그는 은근슬쩍 내 허벅지를 가볍게 툭툭 두들기더니 장막 뒤로 물러난다. (p.107-108)



닥터에겐 권력이 있다. 그녀의 목숨을 쥐고 흔들 권력, 그녀의 앞으로의 남은 날들을 쥐고 흔들 권력. 그에게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했다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아니라는 말을 하는데 조심해야 하고, 그의 기분을 건드리면 안된다. 그러면서 어쩌면 이것은 자신에 대한 테스트가 아닐까, 하는 것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내가 수락했다가 혹여라도 이것이 테스트라면, 그래서 자신이 불법에 관여하게 된거라면 역시 목숨을 잃을 테니까. 그런 선택의 기로 앞에서 이걸 선택해도 저걸 선택해도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 그런 선택 자체가 그녀에게 주어진 것이 얼마나 고통인지. 그리고 그것을 그녀의 '선택'이라고 과연 말할 수 있는걸까. 내가 비록 임신해야 하는 여자이지만, 그 역할을 수행해야 앞으로 살아갈 수 있지만, 그러나 그것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닥터의 강간의 손쉬운 목표가 된다는 건 또 얼마나 큰 비극인가. 내가 아무리 그래도 너랑 그럴 순 없어, 라고 말할 수 없는 입장인 것은 또 비극 한덩어리를 더하고. 


어떻게든 그의 기분도 거스르지 않으면서 그러나 그녀가 범법을 저지른 것도 아닌 것을 드러내면서 그 시간을 간신히, 무사히 넘겼다고 하면, 그러면 결과적으로 잘됐다고 할 수 있을까?




"다음 달에 봅시다."

나는 장막 뒤에서 다시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는다. 손이 떨린다. 나는 왜 겁에 질린 걸까? 경계를 넘어서는 짓을 한 것도 아니고, 덥석 사람을 믿어 버린 것도 아니고, 위험을 받아들인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이 안전한데도. 나를 공포에 질리게 만드는 건 선택 그 자체다. 탈출구, 구원의 길. (p.108)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자신의 앞날이 무사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공포. 이제 비로소 그 순간이 지나갔으니 안도할 수 있을까. 아니, 아니다. 닥터는 다음 달에 봅시다, 라고 말했다. 다음 달에도 어김없이 시녀는 이 병원에 방문해 이 닥터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오늘, 지금 일어난 이 일은 그 때 또다시 일어나게 될지도 모른다. 어떤 제안이 반복되면,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봤겠지만, 계속해서 거절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진다. 본의 아니게 허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겨버려. 시녀는 지금은 아니라고 해서 무사히 넘어갔지만, 다음달에는 그리고 그 다음 달에는 어떻게 될까? 다음 달에 다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는 사실, 그걸 알면서 지금 이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계속 공포는 그녀에게 들러붙어 다닐 것이다. 그렇다고 그녀가 집에 가서 사령관에게, '그 병원 닥터 이상하니 다른 병원으로 가겠소' 라고 말할 수도 없다. 어디가서 하소연 할 수도 없어. 그저 묵묵히 그 선택 아닌 선택과 강요를, 압박을, 그 무거운 분위기를 혼자 견뎌내야 한다. 게다가 다음에 또 그것이 올 거라는 걸 각오해야 한다. 



그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 그녀에게는 어떤 권력도 없다는 것, 그녀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권력 자체가 그 자신에게 있다는 걸 알면서 '내가 너를 임신시켜서 너를 고통으로부터 빠져나오게 할 수 있어' 라고 말하는 닥터는 대체 어떤 사람인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권력을 성폭행에 이용하려고 하는 남자. 자신이 가진 힘을 알기 때문에 자비로운 척, 자선을 베푸는 척 강간에 다가갈 수 있는 남자. 




한 남자는 그녀의 위기의 순간을 이용해서 성폭행을 하고자 하고,

또 한 남자는 그전에 같은 일로 목숨을 잃은 시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지금 시녀에게 또 시키고 있다. 걸리면 죽는 건 그가 아니라 시녀니까.




선택이 주어졌기 때문에 오히려 더 두렵고 고통스럽다면, 그것은 그녀가 사실은 선택할 수 없는 입장에 있다는 게 아닌가. 

아, 권력을 가진 놈들이 자상한 척 하고 배려하는 척 하는 게 진짜 너무 싫다. 그러면서 자신의 욕망을 해소하려 하는 게 너무 싫어. 

애트우드가 1985년에 쓴 작품이 2019년인 지금에 읽어도 그 간극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몹시 슬프다.  그때나 지금이나 남자들이 아무것도 변한 것 같지 않아 슬프다. 여전히 좆같은 놈들이 권력을 쥐고 앉아있는 게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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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9-06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령관..반전이엇죠.. (나 또 뭘 기대한겨...!!!!) 전 모이라가 되게 안타까웠어요 ㅠㅠㅠ 힝 ㅠㅠㅠㅠㅠ 저는 어제 저녁 시녀이야기 다 읽고 덮으면서 외쳤어요!! 이거 뭐야 ㅠㅠㅠㅠ 뭐냐고오오오ㅠㅠㅠㅠㅠ 저 막 하얀 베일 올려붙이고 빨간 치마 아래 언니들이 총숨켜서 막 쏘는 그런 서사 기대했거등요..2/3까지 읽어도 그 믿음 놓지 않았는데 아뿔사......

다락방 2019-09-10 08:02   좋아요 0 | URL
빨간 치마 아래 언니들이 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좋은데요? 그건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다 쏴죽어 버렷!! 우당탕탕탕!! ㅋㅋㅋㅋㅋ

곧 다음 이야기도 나온다니 얼른 번역되어 읽어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추석 연휴에 시몬 베유를 시작할까 합니다. 화이팅!
 
킬링 이브 - 코드네임 빌라넬
루크 제닝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얇은데 책장 안넘어가고 재미없어서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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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9-08-14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솔직한 리뷰 고마워요. 리뷰가 귀여워요. 얇고 책장 잘 넘어간다는 줄...

다락방 2019-08-15 19:39   좋아요 0 | URL
얇아도 지루해요 ㅎㅎ

psyche 2019-08-16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는 재미있었는데... 책은 별로군요!

다락방 2019-08-16 06:40   좋아요 0 | URL
저도 드라마 재미있다는 말 들어서 책으로 먼저 읽으려고 한건데 너무 재미없었어요 ㅜㅜ

- 2019-08-19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연기력 오지고 육진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책보는 사람들에게 드라마란... 너무 길고 힘든 것입니다....ㅜㅜ)

다락방 2019-08-19 18:43   좋아요 0 | URL
제가 그래서 드라마를 못보는 걸까요? 전 왜 드라마를 못볼까요?? 전 드라마 보는 게 너무 힘들어요. ㅜㅜ

- 2019-08-19 18:52   좋아요 0 | URL
잘은 모르겠지만 ㅋ시간아까워서 아닐까요?ㅋㅋㅋㅋ 전 드라마 보면 왤케 시간이 아까운지 ㅋㅋㅋㅋ 그래서 혼자 밥먹을 때 보거나, 그림그리면서 봅니다 ㅋㅋㅋ

다락방 2019-08-19 18:58   좋아요 1 | URL
비슷한 것 같아요. 전 정말 드라마를 볼 시간이 없어요!!

- 2019-08-19 19:02   좋아요 0 | URL
컬러링이나 뜨게질을 하면서 보면 좀 덜 자괴감이 들어요 ㅋㅋㅋ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