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윌슨' 주연의 영화 《어쩌다 로맨스》를 얼마 전에 봤었는데, 이번에 뉴욕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뒷부분의 노래 부르고 춤추는 장면 보고 싶어서 뒷부분만 다시 보았다. 내가 보고싶었던 장면은 바로 이것.






등장인물들 노래하고 다같이 춤추고 이러는 거 너무 좋음. 그래서 다시 보았다. 나중에 막 고성으로 올라가는 부분도 좋은데, 이건 립싱크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고. 어쨌든.



영화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로맨스를 믿지 않는 여자가 우연히 로맨틱한 환경에 놓이게 되고, 거기에서 잘생기고 돈많은 남자와 애인 사이가 된다는 것, 그러나 자신과 가장 친하게 지냈던 베스트 프렌드가 자신의 짝임을 확신하고 그를 찾으려고 시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베스트프렌드에게는 완벽한 얼굴과 몸매와 돈..을 가진 여자가 약혼자로 딱- 옆에 자리잡게 되었지. 그러니까 각자에게 최선의 상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오래, 따로 있었지만, 각자가 만나게 된 연인은 누구나 바라오던 바로 그 이상형이라는 거다. 물론 여자주인공인 '나탈리'는 '그러나 이 근사한 환상적인 남자가 내 짝이 아니다, 내 짝은 오랜 친구인 조쉬다' 라는 걸 깨닫지만, 남자인 '조쉬'는 '나는 결국 우리가 짝이 될거라고 생각했었어' 라고 과거형으로 말하며, 자칭 '요가 대사관' 이라고 말하는 여자와 결혼을 약속한다.



나탈리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남자, 나탈리에게 반해서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너도 느끼니'라고 묻는 남자, 돈도 많고 잘생기고 몸매도 좋고 매너도 좋고 암튼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이 남자는 자꾸만 '크리스 햄스워스' 같아서, 설마 그인가.. 했다가 그가 이런 로맨스에 나왔단 말인가, 하고 뚫어지게 보다보면 '아니구나 닮은 사람이구나' 하게 되는데, 그래서 영화 끝나고 찾아보니, 얼라리여, 그는 '리암 햄스워스' 였고, 크리스 햄스워스의 동생이었다..아 그렇군요. 그래서 그렇게나 닮은 것이었군요.





극중 '요가 대사관'으로 나오며 남자주인공의 이상형 여자로 나오는 '이사벨라' 역의 '프리얀카 초프라'. 나탈리는 그녀에게 요가에 '대사관'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데, '요가 대사관'이라는 거 뭔가 너무 웃겨서 인상적으로 계속 남는다. 이사벨라는 스스로를 'yoga ambassador' 라고 소개하고 다니는 것. 사진 속의 여자가 바로 그 요가 대사관.




요가 대사관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요가하는 장면은 하나도 안나옴 ㅋㅋㅋㅋ 계속 요가 대사관 요가 앰버서더.. 이러고 있다, 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가 앰버서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탈리가 이상적인 남자인 '블레이크'를 차버리는 데에는, 그가 그녀의 능력과 재능을 마치 자신의 것인듯 하는데에 있었다. 사실 그가 근사한 남자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나탈리가 그와 감정적으로 통했느냐 하는 건 다른 문제. 단순히 내 작품이 왜 네것이야? 라는 데에서 오는 불만도 있지만 애초에 그를 '사랑'했느냐는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그러니까 잘생기고 돈도 많고 매너도 좋고 나에게 푹 빠진 남자...이니 내가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어서 애인이 되는 것은 어째서 잘못된 것인가.


내가 바로 그런 경우에서 연애를 한 적이 있다.


잘생겼고 인간성도 좋고 심지어 나를 좋아해서 그가 사귀자고 할 때 딱히 거절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던 것. 그때의 나는 20대 였는데, 나는 이 남자가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해서 내 친구와 소개 시켜주기도 했었단 말이야? 그런데 이 남자가 나를 좋아한다고 나한테 사귀자는 거야. 내가 내 친구에게도 소개시켜준 남자인데 내가 그를 거절할 명분..같은 게 있을리 없잖아. 만약 그를 거절하면 '너는 너도 싫은 남자를 왜 니 친구에게 소개시켜줬어?' 에 뭐라고 답한단 말인가. 아무튼 나는 그를 그래서 사귀어버린 것이다... 이십대의 나여... 하아-


그러나 내가 그를 좋아해서 사귄 게 아니라, 사귀자는 데 딱히 반대할만한 남자가 아니라 사귄 것이므로, 문제는 툭툭 튀어나오는 것인데, 일단 그랑 같이 있기를 원하는 나.. 같은 게 없었고, 다른 남자 만나서 ... 네..그렇게 된 것입니다. 내 양심에 내가 찔려서, 아아, 우리는 이러지 말아야 할 것 같아, 라고 그에게 말하고, 그는 웁니다... 밥을 먹지 못합니다.. 미안합니다... 3년이고 30년이고 나만 기다리겠다고 하던 그 남자는, 그러나 지금 결혼해 아이 낳고 잘 살고 있습니다. 인생이여...




아, 이런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라, 그러니까, '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만나는 것과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탈리의 경우 만나게 된 상대 남자는 정말이지 누가 봐도 '어떻게 저런 남자를 애인으로 삼을 수 있었냐'는 말을 듣게 하는 남자였지. 그건 조쉬의 경우도 마찬가지. 조쉬가 만난 요가 앰버서더 도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 돈까지 많아서 진짜 .. 와.. 그녀에게 '아니'라고 말하는 게 어리석게 보일 정도. 그러나 나탈리는 '블레이크'에게 '내 곁에서 꺼지'라고 말하게 됐고, 조쉬는 이사벨라와 결혼을 약속한다.




나는 그런 실수(?)를 예전에 한 적이 있기 때문에, 뭔가 흠잡을 데 없는 남자라고 해서 무작정 연인이 되지는 않을거라고, 이제는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나 같은 결정을 내릴 지는 내가 알 수 없다. 이를테면, 나는 만나는 남자가 잘생기고, 매너 좋고, 돈 많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선택하지는 않을 거라는 것. 뭔가 내가 좋다, 라는 생각이 들어야 그 사람을 애인이란 포지션으로 내 옆에 둘 생각을 할 거란 말이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럴까? 나는 확신할 수가 없다. 특히나 남자의 경우, 이사벨라 같은 여자를 만났을 때 '아니'를 말하기가 쉬울까? 여자가 얼굴과 몸매가 완벽하고 돈도 많고 나에게 반했다, 라고 할 때, 그러나 내 마음이 그녀에게로 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녀에게 '아니'를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남자들을 대입시켜 보았다. 그 남자는 그녀를 거절할 수 있을까? 뭐 이건 내가 그냥 추측하는 거지만, 내 짐작만으로는 그녀에게 '아니'를 말할 남자가 별로 없을 것 같아. 내가 그녀를 왜 거절한담? 하며 그녀를 선택하겠지. 그리고 좋아하기도 쉽겠지. 좋아하는 게 선택보다 나중이 될지언정, 좋아하는 거 쉬워지지 않을까. 그렇겠지. 그럴거야. 그렇겠지.




그러나 영화속에서 그 모든 것은 현실이 아니었다. 현실에서는 그렇게나 완벽한 이성이 내 앞에 나타나 '당신에게 반했어요' 같은 거 말하지 않아. 오히려 조쉬가 얘기했던 것처럼 '나는 우리가 결국엔 함께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 가 현실이 되었지. 현실이란 그런 것이다. 결국은 우리가 함께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사람과, 그러니까 오래 편하게 알고 지낸 사람과 결국은 함께 하게 되는 것. 요가 앰버서더가 아니라 현실의 내 오랜 친구와 함께하게 되고, 재벌에 근육맨 남자가 아니라 오래 나를 봐주었던 친구와 함께 하게 되는 것. 그런데 저거 되게 중요한 메세지인것 같다. 조쉬가 현재 나탈리와 연인이 아님에도, 자기 혼자 나탈리를 오래 바라보고 있음에도, '결국 우리가 함께 하게 되지 않을까' 했던 것. 늘 바라보기만 하다가 결국에는 '내가 바라본 건 사실 너였어'를 말하게 되는 것. 그렇게 오랫동안 숨길 수 있는 건 없는 법이니까.




아,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페이퍼를 다다다닥 세 개나 썼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잘 먹어서 그러는 것인가봉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점심엔 짬뽕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공기밥도 주는 곳으로... 슝 =3=3=3




아무튼 소식하는 사람으로 새롭게 태어나 나야말로 요가 앰버서더가 되어야겠다. 뿜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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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6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08-16 14:20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일단 사전 찾아보고 쓴 글인데요,

영화속에서 한글 자막은 ‘요가 대사관‘으로 나오고 등장인물은 ambassador 라고 말해요. 영화속에서 ‘이사벨라‘가 영어에 서투른 사람인 설정인듯 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인 ‘나탈리‘가 ‘요가엔 ambassador 라고 하는 게 아니야‘ 라고 하는 대사가 나오는 것 같고요. 저는 영화에 나오는 그대로의 자막과 대사를 가져다 썼습니다.

:)

별족 2019-08-16 16:06   좋아요 0 | URL
^^ 아, 감사해요. 그런 유머는 저는 영화를 봐도 이해 못할 듯 합니다.

다락방 2019-08-16 16:07   좋아요 0 | URL
저도 저 유머를 이해한 건 아니고요, 그냥 영어에 서투른 외국인이구나, 정도로만 이해했어요. 오히려 댓글 쓰다 보니 그것이 그것이었나 보구나... 뒤늦은 깨달음이 오네요. ㅎㅎ

syo 2019-08-16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진 속의 조쉬는 뭔가 살찐 배정남같이 생겼네요.
정감 간다.

요가 대사관이라면, 다락방님도 한 번 지원해보시지 그래요?

다락방 2019-08-16 22:32   좋아요 0 | URL
네????!?????!!! 뭐라구요??????????????

syo 2019-08-16 22:33   좋아요 0 | URL
내가 이 나라에 요가를 전파하러 왔다!!!!!
막 이런 거 아니에요?

그런 거면 다락방님도 자격 요건 완비......

다락방 2019-08-16 22:41   좋아요 0 | URL
아니야 난 아직 아니야 난.. 난... 난 아직 ....... 준비가 안됐다구욧! 한 8년 정도 더 있어야해!!!!!

syo 2019-08-16 22:54   좋아요 0 | URL
8년..... 요가 앰배서더 하시랬더니 요가 대통령 할려고 하신다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8-16 23:36   좋아요 0 | URL
할 거면 대통령 하자! 😤

syo 2019-08-17 10:16   좋아요 0 | URL
맞아 기왕 항 거면 큰 거 하자!!😎
화이팅!! 8년 뒤의 요가대통령이시여!!

공쟝쟝 2019-08-19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인생이여................ ㅋㅋㅋㅋㅋㅋ 이 글 너무 러블리하네요. 영화도 왠지 러블리할 것 같아요. 다락방님은 영화 리뷰도 다락방님의 스타일로 쓰시는 것 같다는!

다락방 2019-08-19 18:46   좋아요 1 | URL
영화는 너무 뻔해서 딱히 추천할만하진 않아요. 이 영화 보다는 멜리사 맥카시 주연의 [스파이] 나,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를 추천합니다.
러블리하다니, 별말씀을요!! 으흐흐흐

공쟝쟝 2019-08-19 18:53   좋아요 0 | URL
락방님 구 연애사를 한탄하는 글은 언제나 럽!흘!리!

다락방 2019-08-19 18:59   좋아요 1 | URL
이런 거 좋아하시는구나!!!!! 열심히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