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리사 맥카시' 나온다고 해서 본 영화인데 초반부터 좀 스트레스 받았다. 주인공 '타미'의 일이 잘 안풀리고 그래서 타미가 비관적이고 우울해하는데, 딱히 거기에서 빠져나가려는 의욕 같은 게 보이질 않아서. 더 나은 삶을 딱히 바라거나 하는 건 아닌것 같았지만 현실에서 제자리돌기만 하는 것 같아서 너무 비호감인거다.


고물 자동차로 사슴을 치었고, 다행히도 사슴은 무사했지만 그 일로 파트타임 잡으로 일하는 패스트푸드 점에서 잘렸다. 차도 없고 직장도 잘려 우울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갔더니, 집에는 남편과 이웃집 여자가 함께 있다. 그들끼리 식사를 하고 있어. 도대체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이야? 분노하며, 이웃집 여자에게 '네가 왜 내 남편에게 요리를 해주고 같이 먹고있냐' 라고 따지니, 남편이 말한다.


"내가 요리했어."


타미는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고난 뒤 분노하면서 짐을 싸갖고 집을 나간다. 나가면서 남편에게 말한다.



"당신, 나에게는 요리해준 적 한 번도 없잖아."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이 장면이 너무 슬펐다. 직장에서 잘린 것보다, 고물 자동차가 망가진 것보다, 이게 더 슬펐어. 나랑 함께 사는 동안 나에게 요리를 한 번도 해준 적이 없던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는 요리를 해주었다는 거. 이게 너무 슬프고 상실감에 휘청일 정도였다.



친정엄마가 근처에 살아 친정 엄마에게로 가 사정을 말하고 차를 빌리고자 했지만 엄마는 빌려주지 않았죠. 대신 약을 달고 살아야 하는 멋쟁이 할머니(수전 서랜든!)가 자신과 함께 가는 조건하에 자기 차를 쓰자고 말한다. 게다가 할머니는 돈도 있다!


그렇게 둘이 차를 타고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러 가는데 당연히 여러 일들이 생기고, 타미는 얼른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고, 할머니는 그런 타미에게 '겁쟁이'라고 한다. 항상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 한다면서.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지만, 타미에게 집이 결국 안정적인 곳이 아니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그러니까 그렇게 안정이나 평안을 주는 곳이 아닌데도 돌아가려 한다는 것. 현실이 비극인데도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게 아니라, 이 비극적인 현실에 안주하려 한다는 것. 타미는 좀 다른 세계를 보고 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좀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있는 게 아닐까. 그러니까 영화에서는 자꾸 그걸 말하고자 하는 거다.



할머니에게는 레즈비언 사촌이 있었는데, 타미는 레즈비언 사촌에 대해 딱히 좋은 감정이 없다. 그래서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만날 수밖에 없게 되었고, 오오, 그 할머니의 사촌 '르노어'는 '캐시 베이츠'였다. 등장부터 카리스마 작렬해주는데, 타미가 범죄에 이용했던 차량을 불태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 르노어의 등장은 영화에 활기를 가져왔다. 르노어의 집에 머물게 된 타미는 르노어가 사업도 번창했고 또 집도 아주 근사한 곳이라 놀라고 부러워하는데, 나중에 르노어가 할머니와 다투고 혼자 있는 타미에게 이렇게 말한다.



"원하는 게 있으면 직접 싸워야 해. 우리(르노어와 그녀의 레즈비언 파트너)처럼 말이야.

오랫동안 넌 네 인생이 형편 없다면 불평만 했지. 바꾸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어. 인생은 마법이 아니야.

불평만 내뱉으며 세상이 바뀌길 기다릴 순 없는거야.

이 집이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줄 알아?

나 정말 열심히 일했다.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넌 상상도 못해.

공짜로 얻은 건 아무것도 없어.

철 좀 들어.

네 일에 집중해.

하고 싶은 게 뭔지 생각해보고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해."


르노어가 그녀의 레즈비언 파트너와 함께 부정적인 시각에 맞서가며 힘들게 일해서 번 돈으로 큰 집을 샀다는 것, 그리고 그 집에서 레즈비언 파티를 여는 장면을 보는 건 정말 신났다. 여자들이 함께 모여서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고 맛있는 걸 먹고 마시며 떠들고 불꽃도 터뜨리는 장면, 그리고 다같이 구령을 붙여서 흔적을 없애야할 보트를 불태우는 장면은 얼마나 좋은지! 나는 멜리사 맥카시를 보려고 영화를 보기 시작한건데 캐시 베이츠에게 반해버렸어. 특히나 우리가 힘들게 일했다, 열심히 일했다, 하는 걸 말하는 장면이 너무 좋았다.





뉴욕에서 머무르는 마지막 날 아침, 호텔 1층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 아침을 먹었다. 나는 며칠전부터 프렌치 토스트가 먹고 싶었던 터라, 프렌치 토스트를 주문했다. 와- 양이 엄청 많았다. 식빵 자체도 두꺼운데 그걸 세 쪽이나 반으로 잘라서 내온거다.





메이플 시럽도 잔뜩 함께 나오고 슈가 파우더 까지 뿌려져 있어서 진짜 달았다. 그런데 너무 맛있는 거다! 평소에 메이플 시럽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와 이 프렌치 토스트가 너무 맛있어서!! 너무 배불러서 남기긴 했지만 두고두고 생각나는 거다.


자꾸만 생각나고 또 생각나서 오늘 아침엔 일찍 일어났겠다, 프라이팬에 버터를 잔뜩 바르고 계란물을 풀어 식빵을 넣고 부쳐냈다. 메이플 시럽은 없어서 설탕을 구워낸 식빵 위에 솔솔솔 뿌렸지. 그리고 먹는데 진짜 세상 맛있는 거다. 아아 당분간 프렌치 토스트 중독될 것 같아. 엉엉 ㅠㅠ

거기에 훈제오리까지 구웠다. 아침을 빵으로만 먹으면 허하잖아요. (네?)

역시 사랑은 노력이야, 애를 써야 해, 하면서 아침부터 더운데 프렌치 토스트 하랴 훈제 오리 구우랴, 더웠다. 그렇지만 프렌치 토스트 세상 맛있고 훈제 오리를 들어서 밥을 촥- 싸먹는데 또 세상 맛있어서... 아아, 아침부터 배가 터져버린 것이야.



내가 나를 너무 사랑했나.. 출근길에 배가 너무 불러서 잠깐 반성했다. 적당히 사랑했어야 했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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