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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유 앤 웨일 - 1집 Hardboiled [재발매]
더블유 앤 웨일 (W&Whale) 노래 / 윈드밀 이엔티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나에겐 코드가 잘 맞는 친구가 있다. 코드건 취향이건 궁합이건 어쨌든 그는 나의 '믿는 구석'같은 것인데, 이를테면 요즘 이 보컬의 목소리에 푹 빠져있어, 라며 이 노래를 파일로 건네줬을 때 나는 이미 아 얼마나 좋은걸까, 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숱한 날들을 그 친구가 남성이 아닌 여성이기를, 나와 같은 동성이기를 바랐더랬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래오래 사이좋은 친구로 지낼 수 있을테니까. 그래봤자 그가 어느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갑자기 여성으로 변할 일은 없겠지만.
각설하고.
목소리도 그렇다. 목소리도 나한테 맞는 목소리, 내가 듣기에 좋은 목소리, 나와 궁합이 잘 맞는 목소리가 있다. 물론 다른 많은 것들이 그렇겠지만 이 목소리의 코드 라는 것도 지극히 주관적인지라 남들이 다 좋다는 이선균의 목소리도 내게는 코막힌 소리로밖에 들리질 않는다. 이선균의 목소릴 듣고 있으면 휴지를 대주며 자, 코풀자, 하고 싶어진달까. 보컬로서의 목소리를 예로 들자면, 나는 체리필터의 목소리가 싫다. 그들의 노래는 단 한곡도 끝까지 듣기가 힘들다. 귀를 찢는듯한 음색이라 나는 좀 조용히좀 해, 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싶어진다.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은 체리필터 보컬의 음색은 특이해서 좋다고들 하는데 그건 그들의 취향이지 내 취향은 아니다.
그런점에서 볼때 이 W&Whale 의 음색은 내게 거슬리지 않는다. 사실 꽤 좋은 편에 속한다. 신경질적이지도 않고 가녀리지도 않다. 힘이 있으면서 적당히 강약을 조절하기도 한다. 게다가 그런 목소리로 불러내는 그들의 노래 역시 좋다. 한이 많은 가사로 눈물을 쏙 빼지도 않고 구구절절 사랑을 호소하느라 청승맞지도 않다.
생각보다 작은 그의 어깨로 가만히 내려앉는 나비 한 마리, 같은 가사는 꽤 근사하기까지 하잖아.
적당히 밝고 적당히 즐겁다. 물론 이 적당히 라는 것도 순수히 내 주관이지만.
언젠가 '윤건'의 앨범 리뷰를 쓸 때 나는 출근전에는 듣지 말기를 권했더랬다. 그러나 이들의 앨범은 출근전에 들어도 퇴근후에 들어도 괜찮다. 낙엽 쌓인 거리를 저벅저벅 걸으며 데이트를 하러 나가기 전, 화장하며 듣기에도 손색이 없다. 그리고 듣던 CD를 그대로 빼내어 낙엽 쌓인 거리를 함께 걸을 상대에게 선물해도 또 썩 흡족할만한 앨범이다.
내가 밟고 있는 것이 낙엽이든 하얀 눈이든, 이들의 앨범이 그 분위기에 크게 어긋나거나 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이들의 앨범을 내인생의 앨범이야, 라며 호들갑스럽게 떠들어 댈 정도는 아니므로 별은 하나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