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내가 본 또 한 편의 <중학생도 안 볼 영화 내가 본다 시리즈> 되시겠다.
영화 제목에서 말하는 '티파니'는 그 고급 보석 브랜드 티파니가 맞다.
일전에 나도 티파니 반지 하나 나에게 사줄까, 평생 누가 나한테 사줄 일 없을테니 내가 내 티파니 사자, 하였지만 너무나 고가의 제품들이라 살 수 없다는 걸 알았고, 그중 가장 저렴한 건 살 수 있긴 했지만, 몇해전에 그게 70만원이었나..하여간 비싸서, 친구들과 그런 얘기를 했던 적이 있다. 티파니에 보석 사러 가서 카드 내밀면서 "12개월 할부해주세요" 말하면 어떨까, 하고. 70만원짜리 사면서 그렇게 말하면 나를 우습게 볼까? 하하하하하. 아무튼 나는 반지도 안사고 티파니에도 안갔다. 앞으로도 내가 갈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면세점에서 간혹 보게 되는 티파니는 너무 고급이라 사람이 북적이지 않았는데, 이 영화 <티파니에서 온 선물> 보면 사람들이 북적거리면서 잘들 티파니를 사더라. 얼라리여~ 아마도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크리스마스라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에단(멘드릭 샘슨)'은 자신의 딸 '데이지'와 함께 티파니 매장에 가 애인 '바네사(셰이 미첼)' 에게 줄 다이아몬드 반지를 고른다. 그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청혼할 생각이다. 매장 안에는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을 사러 온 '게리'가 있다. 그는 나름 '합.리.적.인.'가격의 제품을 추천받길 원하고 그 제품을 사가지고 나가다 교통사고가 나 쓰러지게 된다. 이 광경을 목격한 에단은 그가 괜찮은지 살피러 갔다 이 둘의 티파니 쇼핑백이 바뀌게 된다.
이 설정 자체는 오래전 영화 <폴링 인 러브>를 떠올리게 한다.
그 영화에서도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드니로는 서점에서 우연히 만난다. 그 때도 내 기억에 크리스마스였고 그들은 모두 자신의 배우자에게 줄 책을 사러 왔던 거다. 메릴 스트립은 남편을 위한 책 로버트 드니로는 아내를 위한 책을 골랐는데, 이 둘이 서점에서 부딪치면서 그들의 서점 봉투가 바뀌게 되고, 집에 가서 선물을 주니 각자의 아내와 남편의 반응은 읭?? 이었던 것. 이때 서점이 뉴욕의 <리촐리 북스토어> 였고, 내 나이 스물아홉, 처음으로 뉴욕에 갔을 때, 나는 리촐리 북스토어에 당연히 갔다. 그 영화 좋아했고, 그 서점 꼭 가보고 싶었어!! 리촐리 북스토어에는 리촐리 북스토어의 명함이 있었는데, 그거 기념으로 가져왔었지만 지금은 그걸 어디에 둔건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아마도 그 서점은 없어지지 않았을까.. 잘 모르겠다.
내가 폴링 인 러브 보고 리촐리 북스토어는 다녀올 수 있었는데 <티파니에서 온 선물> 보고 티파니는 못가겠네요. 껄껄.
자, 게리는 무사했고 사고 후유증으로 잠깐의 기억상실이 왔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때 여자친구 '레이첼(조이 도이치)'에게 선물이라고 내밀었는데, 막상 거기에서 다이아몬드 반지가 나오자 놀란다. 이는 레이첼도 마찬가지. 아니, 아직 결혼.. 생각한 적 없는데.. 당황스럽네. 그렇지만, 응, 일단 예스, 는 해놓고 아니 이 고가의 반지를 어떻게 샀지. 돈 모은다더니 이 반지값도 모은거였나.. 막 이러고. 게리는 게리대로 기억은 안나지만 내가 반지를?? 하고 어쨌든 반지가 나오자 당황하며 어쨌든 청혼을 한건데, 나중에 카드 청구서 보고 자기가 결제한 금액은 반지를 결제할만한 금액이 아니라서 좀 거시기한 기분이다.
문제는 에단이다. 바네사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똭 티파니를 줬는데, 청혼을 하려고 했는데, 아니 거기에서 앙증맞은 귀걸이가 나온겁니다. 놀랐죠. 바네사는 귀엽다고 좋아하긴 했지만, 아니 청혼..하려고 했는데.. 에단 당황. 그런데 '어, 내가 준비한 건 그게 아냐, 반지인데 바뀌었나봐' 라고 말을 못한다.. 아, 그때 바뀌었구나, 하고 병원에 게리 안부 물으러 갔다 만난 레이첼을 찾아가 얘기해보려 하지만, 그녀의 손에 끼워진 반지..차마 말 할 수 없었어요. 그러면서 에단과 레이첼은 대화를 몇차례 하게 되는데. 즐겁습니다. 잘 통합니다. 내 애인이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부분에서 이들은 나를 이해해줍니다. 아, 우리 사이엔 뭔가 있습니다..
여차저차 반지의 주인은 반지를 찾아가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이 커플들은 각자 자신들이 서로에게 맞지 않는 짝임을 알게 된다. 어떤 부분은 오해를 했고 어떤 부분은 앞으로 조율이 불가능해 이 두 커플 모두 깨지게 된다. 레이첼은 레이챌대로 괴롭고 에단은 에단대로 괴로운데, 아니 ㅋㅋ 바네사가 '우린 안되겠네' 이러면서 떠난 다음날 아침, 에단의 딸 데이지는 에단에게 그럽니다.
"레이첼은 백인이지만 요리를 잘해요."
응? 아니, 니네 아빠의 애인이 오늘 아침 떠났는데.. 지금 새로운 여자 만나러 가라고???
"아빠 뭐해요, 얼른 엉덩이 들고 일어나요!"
이러니까 아빠는 엉덩이 들고 일어나기. 그렇게 레이첼 찾아가기. 그리고 키스하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거, 뭐야? 물론 너무 마음에 드는 상대여서 그럴 수 있긴 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자기 자신에게 단 한순간도 혼자인 시간을 주지 않을까? 나로서는 좀 당황스러웠다. 어제 내 애인과 사요나라, 굿바이 해놓고 오늘 새로운 사람에게 키스를... 네, 뭐 인생은, 그런 것이기도 하겠죠. 나는 좀.. 아무튼 좀 그랬다. 물론 이별 후 다음 연애까지의 적당한 공백은 얼마만큼이냐, 라고 하면 그런거에 어떻게 정답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어제 헤어지고 오늘 새로 1일~ 하는건 좀 ㅋㅋㅋㅋ
아무튼 그래서 처음 티파니 반지가 주인을 잘못 찾아갔지만, 그것은 사실 제대로 찾아간거였다, 라는 충분히 제목에서 짐작 가능한 이야기의 흐름이 펼쳐진다. 에단은 그 반지로 다시 레이첼에게 1년 뒤 청혼하거든. 아니 진짜 ..
방금 티파니 검색해서 아무 목걸이나 하나 찍어 가격 봤더니 115,600,000 원이다.
세상에 이런 목걸이가 존재한다는 걸 분명히 아는데 가질 수는 없는, 이 자본주의의 커다란 .. 후려갈김..... 딱히 이 목걸이가 갖고 싶다는 것 보다는, 나는 이 지점이 되게 이상한거다. '이런 거 존재하는 데 너는 못가지지롱~' 하는 이 지점. 그건 집도 그렇고 목걸이도 그렇고 레스토랑도 그렇고 다 그래. 세상에 그런게 존재해, 그런데 그걸 가질 수 있는 사람중에 나는 없어.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냐? 어떤 사람들은 따뜻한 물도 나오지 않는 집에서 간신히 월세 마련해가면서 사는데, 어떤 사람들은 강남 아파트를 몇 채씩 가지고 있는거,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나요? 어떤 사람은 50년을 일해도 목걸이를 살 수 없는데, 어떤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그 목걸이를 가질 수 있어.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아? 난 개이상해..
"이렇게 추운데 우리 집은 왜 난로를 켜지 않나요?"
"아빠가 실업자가 되어서 석탄을 살 수 없단다."
"아빠는 왜 실업자가 되었나요?"
"그건 석탄이 너무 많이 생산되어서란다."-[고전으로 읽는 자본주의], 조준현, 287쪽
지금도 대개의 경제학 교과서들은 '수요'라는 말을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의사로 정의한다. 그러나 맬서스는 아무리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더라도, 실제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되묻고 있는 것이다.-[고전으로 읽는 자본주의], 조준현, 142쪽
노동자들의 행동에는 언제나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열악한 노동 조건, (적절한 것과는 거리가 멂에도 불구하고 강자의 논리에 따르면) 적절한 보수, 사회적으로 전혀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오랫동안 견뎌왔던 노동자들이 일을 중단하기로 결심한 데에는 당연히 주주들의 악랄한 남용이 작용했을 겁니다.
노동자들이 언제 수익 배당금, 주식 매입 선택권 업무용 고급 승용차, 개인 잠수함, 제트기 따위를 요구하며 파업하는 것을 본 적 있나요?
반면 수익이 천정부지로 치솟기만 할 수는 없는데도, 이윤에 대한 주주들의 욕망은 한도 끝도 없이 높아만 가요.
어린아이가 사탕 봉지에서 그 작은 주먹으로 사탕을 한 움큼 꺼내면, 보통 다시 내려놓으라고 충고하잖아요. "그렇게 많이 먹으면 안 돼!" 라고요.
그런데 왜 우리는 억만장자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하죠?
그러면 안 돼!
혼자 다 먹어버리면 안 돼.
케이크는 한 조각만 먹어야지.
옷을 입은 채로 수영장에 뛰어드는 거 아니야!
다른 사람들의 인생이 망가지든 말든 오직 수익만 생각하고 공장 문을 닫으면 안 돼! -《그래서 나는 억만장자와 결혼했다》, 오드레 베르농, p.134-135
지난 주말 친구랑 등산을 마치고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노래를 몇 곡 듣기도 했다.
그 날 들었던 곡들 중에 '하림'의 <출국>이 자꾸 맴돌아 어제도 몇 번 반복해 들었다.
가사 중에 '하늘에 니가 더 가까이 있으니 기도해 주겠니/떠올리지 않게 흐느끼지 않게/무관심한 가슴 가질 수 있게'
라는 부분이 있는데, 저 가사를 들을때면 어김없이 생각한다.
무관심한 가슴 가질 수 있게 기도해달라는 건, 지금 결코 무관심한 가슴이 아니라는 뜻이지, 하고.
그리고, 김소영의 신간을 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