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고통

그녀 역시 포도를 먹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오토의 포도송이는 즙도 많고 알이 매우 빽빽하게 붙어 있어서 도대체 어떻게 떼어 먹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테레즈는 그 포도송이를 보며 강건한 가을 신의 털 무성한 성기를 떠올렸다. 포도송이는 하루 종일 파리 떼가 달려들고 햇빛에 수분이 말라서 쪼글쪼글해졌다. 두 사람은 강력한 매력을 뿜어내는 그 포도송이에 자칫 빠져들어서는 안 되며, 맛을 볼 경우 이성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p.89)

 

 

 

 

 

 

 

 

 

 

 

 

 

 

 

 

 

기대하면서 읽으면 실망으로 이어지곤 하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어느 순간 색연필을 들고 밑줄을 긋고 있었다. 이 책에는 아주아주 아름다운 장면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아들과 함께 홀로 사는 여자가 매일밤 욕망에 시달리다가 숨막힐듯한 긴장감을 주는 독일군 포로를 마을에서 만나게 된다. 그녀는 그와 앞으로 사랑을 하게 될 것이란걸 본능적으로 짐작했는데, 그 첫만남 다음날, 여자의 집 정원 탁자에 포도송이가 놓여있다. 독일군 포로는 포도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지붕이 홉 덩굴로 뒤덮인 토넬 아래에는 자그마한 철제 탁자가 놓여 있었는데, 누군가 밤사이 그 탁자 위에 커다란 포도송이 세 개를 가져다놓았다. 테레즈 들롱브르는 과연 누가 자신에게 이런 선물을 했을까 생각했다. 흑다이아몬드처럼 푸른 빛다발을 사정없이 내뿜는 그 포도송이가 그녀를 매혹했다. 포도송이는 마치 소냐 양의 젖퉁이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다. 두툼하고 향기 나는 세모꼴을 보자 사랑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입술과 손에 쾌감이 느껴졌다. (p.88)

 

눈 앞에 포도가 그려졌다. 아주 탱탱한 포도가. 그리고 그 포도는 관능의 절정을 가져왔다. 포도가 이토록 관능적인 과일이었다니. 포도 한송이로 관능을 이렇게 표현해내다니. 테이블 위에 놓여진 포도를 보고, 그것을 차마 맛보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이 장면들에서 나는 마치 포도 송이가 테레즈와 테레즈의 아들을 그리고 나를 숨막히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아마 앞으로 나는 포도송이에서 포도를 한 알 떼어내 입으로 가져갈때마다 이 책의 이 장면들을 눈으로 떠올리며 극심한 쾌감에 눈을 감지 않을까. 왜 지금 우리집 냉장고에는 포도가 없을까. 왜 수박만 있는걸까.

 

 

이토록 아름답고 생생한 묘사가 이 포도 장면에서만 그치는게 아니다. 사실 그런 장면은 그녀와 그, 테레즈와 독일군 포로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려졌다.

 

곧이어 들판에서는 소리 없는 변화가 일어났다. 젖은 나뭇잎 하나하나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연못 밑바닥의 개구리들은 더 큰 소리로 울고, 달은 박쥐들을 앞세우며 뤼브롱 산꼭대기에 나타났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의 그림자가 담벽에 비쳤다. 붉게 타는 담배 끄트머리가 청록빛에 파묻혀 희미해졌다. 마법이 풀렸다. 남자들은 테레즈의 흰옷 여기저기에 자그마한 검은색 꽃들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 (p.83)

 

늘 외롭고 욕망에 시달리던 밤을 보내던 그녀의 사랑은 그녀의 아들에게만 향해있었는데,  어느날 밤 자신의 집 앞에서 독일군 포로들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설레이고 기대한다. 이 책속에서는 그녀의 그 순간의 긴장과 그 순간의 벅차는 감정이 고스란히 다 드러난다. 그녀는 그들중 한 명을 사랑하게 된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서로의 모습을 분간조차 할 수 없던 그 밤, 마법이 풀려 그들은 자신들이 대화하고 있는 상대가 누구인지 볼 수 있게 된다. 밤. 여자가 남자를 만나는 밤,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 밤. 그리고 앞으로 여자가 남자를 안게 될 밤.

 

자고로 여자와 남자는 밤에 만나야 한다. 그들이 여자, 와 남자, 라면.

 

다음 날, 그녀는 하루 종일 오토 생각에 빠져 지냈다. 즐거웠다. 아직은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그를 열렬히 사랑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불경한 짓을 저질렀다고 생각되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어떤 사랑이든 자기 마음을 인정하느라 보내는 최초의 시간은 축복받은 시간이다. 특히 자신의 감정을 헤아리는 데 그다지 익숙하지 못한 존재들에게는. (p.84)

 

그래, 사랑은 밤에 하는 것. 사랑은 밤에 하고, 밤이 오기 전까지는 하루 종일 그 사랑을 생각하며 지내자. 즐겁게, 축복받은 시간을 즐기면서.

 

 

이 얇은 책은 아름답고 찬란하고 열정적이며 고통스럽다. 그 고통은 마치 사랑이 처음 찾아올 때 그렇듯 숨막힐 지경이다. 나는 아주아주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드는 책을 만났다. 책장을 넘기며 긴장을 하고 눈부시다고 느끼면서, 그 고통들의 끝을 궁금해하면서도, 나는 이런 책을 만난것이 무척 즐거웠다.

 

 

좋은 책은 좋은 책이고, 아, 그런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일요일은 가고 있다. 또 하나의 이 여름밤이 지나고 나면 월요일이 올테지. 덥다. 더운 밤이다. 그런데 이 더운 밤이 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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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2-06-25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보관함이 터지겠어요! ㅎㅎ

다락방 2012-06-25 11:02   좋아요 0 | URL
보관함은 터지라고 있는것!

가연 2012-06-25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여담인데 성격테스트를 할 때 포도를 고르면 좀 내성적이고 뭐 이렇다던데..ㅎㅎ 항상 성격테스트 재미로 할 경우 저는 포도를 고르거든요. 그런데 막상 먹는 것을 보면 포도는 별로 안좋아해요. 거봉이 아니면.. 그냥 포도는 맛이 없어요, 풋. 정말 먹는 것은 딸기. 딸기를 정말 좋아하는데 막상 성격테스트할때는 안고르게되더라구요.

다락방 2012-06-25 11:05   좋아요 0 | URL
저는 청포도를 잘먹긴 하지만 포도가 딱히 좋아하는 과일은 아니에요. 좋아하는 과일이 그때끄때 바뀌는것 같기는 하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탐스럽고 아름답고 달콤하고 유혹적인 과일은 단연코 복숭아 입니다!!!!! 어제 시장에 갔다가 복숭아 나온거 보고 완전 행복해졌어요. 복숭아는 천국이에요. ㅠㅠ

굿바이 2012-06-25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접수!!!^^

제가 얼마 전에 포도밭에 일하러 갔는데 말이죠, 포도넝쿨에 청개구리가 있었어요. 그야말로 환상이었죠.
그 작고 연한 생명체가 폴짝폴짝 포도송이 사이를 뛰는데 뭐랄까 거시기하게 동화적이었어요.
그런데 그때 도랑에서 움직이는 것을 봤어요. 뱀이었죠. 음....거기서 저는 급조한 소설 한 편을 상상했답니다.
궁금하시죠? ^_______________^

다락방 2012-06-25 11:25   좋아요 0 | URL
우악. 저 개구리 진짜 무서워해요. ㅋㅋㅋㅋㅋ 어디로 뛸지 몰라서 완전 조마조마. ㅎㅎㅎ 그렇지만 말씀하시는 장면을 그려보니 어떤 의미의 환상인지 알겠어요, 굿바이님.

아, 그러니까. 포도밭..청개구리..움직이는 뱀...어떤 소설을 급조하셨을까요? 저도 그래서 이 댓글 읽고 소설 급조했습니다.

저는 포도밭에 일하러 갑니다. 그리고 청개구리를 발견하죠. 저는 조심스레 그 청개구리를 손 위로 올려놓고 가만히 쳐다봅니다. 저와 눈이 마주친 청개구리는 근사한 왕자가 되어요. 자신과 눈을 마주친 여성이 아름다운 여성이라면 자신에게 씌워진 개구리마법이 풀릴거라는 거였죠. 저는 그말에 화들짝 놀라서 뒷걸음질 치다가 뭔가 밟아버리는데, 그게 꿈틀거리는 뱀이었어요. 그 뱀도 역시 펑, 하고 왕자님으로 변합니다. 아름다운 여자가 뒷걸음질 치다가 자신을 밟으면 뱀의 저주가 풀리는 거였대요. 저는 갑자기 나타난 두 왕자 때문에 몹시 혼란스럽고 아무것도 결정할 수가 없어서 그 자리에서 도망치기 위해 마구 뛰어요. 그러나 저는 두 왕자에게 붙잡히고 말죠. 결국 저는 그 두왕자와 궁전에서 함께 살기로 했답니다.

moonnight 2012-06-25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도 얼른 읽어보고 싶어요. 역시나 첨 들어보는 책인데 -_-;;;; 다락방님이 좋다 하시면 무조건 읽어야죠. 보관함에 들어갑니다. ^^

다락방 2012-06-25 18:00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맥주 한 캔 드시면서 읽으시기에 아주아주 적절한 책입니다, 특히 이 계절엔 더 그래요. ㅎㅎ

라로 2012-06-25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관심갖고 있었는데,,,근데 말이죠!!저도 말이죠,,소곤소곤,포도가 자극적으로 생겼다는 생각을 했더랬어요,,색감하며,,세상에나!!

다락방 2012-06-25 18:01   좋아요 0 | URL
저는 포도가 자극적이란 생각을 한 번도 해본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 책에서 포도가 이토록 관능적으로 표현된게 꽤 놀라웠어요!!

무해한모리군 2012-06-25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옮겨놓으신 대목들이 아주 뭐랄까 탐스럽네요 ㅎㅎㅎ

다락방 2012-06-25 18:01   좋아요 0 | URL
어휴, 대낮에 읽었기에 망정이지 야밤에 읽었다면 뒤척였을거에요. ㅎㅎㅎㅎㅎ

프레이야 2012-06-26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보고 포도를 사왔어요. 오늘 관능적(^^)으로 먹을래요.ㅎㅎ
84쪽 인용문이 턱하니 목에 걸리네요. 불행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열렬히 사랑하진 않았다는...

다락방 2012-06-26 11:02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저 당신의 그녀는 그를 보게된지 겨우 하루가 지난 후였어요. 그러니 아직 열렬히 사랑하진 않고 다만 즐거울 뿐이죠. 하루종일 그의 생각을 하느라. 사랑의 시작은 언제나 즐거운데 왜 그중 많은 사랑들은 결국은 불행하다고 느껴지게 되는걸까요?


저는 이 책에서 묘사하는 터질듯한 포도를 먹고 싶어요. 입속에 넣고 깨물면 탁, 터지게요. 훗
 
고통
앙드레 드 리쇼 지음, 이재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숨막힐듯 찾아온 사랑, 숨막힐듯 찾아오는 죽음. 바로 그곳에 존재하는 고통의 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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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토록 관능적인 포도
    from 마지막 키스 2012-06-24 22:55 
    그녀 역시 포도를 먹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오토의 포도송이는 즙도 많고 알이 매우 빽빽하게 붙어 있어서 도대체 어떻게 떼어 먹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테레즈는 그 포도송이를 보며 강건한 가을 신의 털 무성한 성기를 떠올렸다. 포도송이는 하루 종일 파리 떼가 달려들고 햇빛에 수분이 말라서 쪼글쪼글해졌다. 두 사람은 강력한 매력을 뿜어내는 그 포도송이에 자칫 빠져들어서는 안 되며, 맛을 볼 경우 이성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p.89)
 
 
비로그인 2012-06-24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다락방님 읽으셨네요!!! 저도 곧 읽을 거에요! (두근두근~)

다락방 2012-06-25 11:06   좋아요 0 | URL
이 책 정말 아름다워요, 수다쟁이님. 두근두근에 대한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줄 겁니다.

하루 2012-06-24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비슷한 책 흐름을 요즘 보여주시는데요 :)

다락방 2012-06-25 11:06   좋아요 0 | URL
오, 그렇군요! 혹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새엄마 찬양] 읽어보셨어요? 이 책은 그 책을 자꾸 떠오르게 해요.

레와 2012-06-25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점이 다섯개!!
이 책은 표지가 인상적이여서 눈여겨 보고 있었어요.^^

다락방 2012-06-25 11:06   좋아요 0 | URL
올해 만난 가장 좋은책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

레와 2012-06-25 13:20   좋아요 0 | URL
와우!

moonnight 2012-06-25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프랑스(맞죠?;) 여인과 독일군 포로의 사랑이라니. '고통'스럽긴 하겠어요. 슬프다. ㅠ_ㅠ

다락방 2012-06-25 18:02   좋아요 0 | URL
네, 그런 의미로도 고통스럽고 다른 의미로도 고통스럽습니다, 문나잇님. 하아-

2012-07-01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4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돈은 있고 상식은 없는, 오만에 쩔은 삼성












며칠전에 서점에 갔는데 박민규의 『더블』중 B 권이 낱권으로 풀려있었다. 마침 작년이었나, 이 중에 어느 단편을 좋다고 추천했던 친구가 생각나 책을 집어들고 목차를 살폈다. 그 단편의 제목이 두 글자였던 건 기억났지만 어떤 제목인지를 몰라서 목차를 보면 알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봐도 눈에 띄는 제목이 없는거다. 그래서 A 권을 보려고 했는데 B 권은 쌓여있지만 A 권은 없었다. 아무리 B 권을 들춰내고 들춰내도 그 밑에 A 권은 없었다. 어쨌든 이제는 낱권으로도 파나보구나 싶어서 그 단편이 실려있는 책만 사서 읽어보자, 하고 좀 전에 알라딘을 검색해보니 이 책은 여전히 셋트로 팔리고 있었다.


아....짜증나.....대체 왜 셋트로 파는걸까? 왜? 설사 시리즈라고 해도 1권을 읽고 재미없으면 2권을 사지 않을 자유를 줘야 하는거 아닌가. 대체 왜 단편집을 두 권을 묶어놓은거야? 난 이런거에 기분 나빠하는 사람인데. 어쨌든 목차를 살펴보니 친구가 추천했던 작품이 기억났다. A권 처음에 실린 「근처」였다. 나중에 중고샵 가게 되면 찾아봐야겠다. 


















지겨운 책읽기(영국 남자의 문제;;)를 끝낸 기념으로 휙휙 넘어가는 책읽기를 하기 위해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이 책을 들고 나왔다. 86페이지까지 읽은 현재까지 좀 실망스럽다. 뭔가 좀...습작스럽달까. 잘 쓰여진 책이라는 느낌을 못받고 있는 것. 더글라스 케네디를 좋아하는 남동생은 현재 신간으로 나온 『행복의 추구』를 제외하고는 그의 모든 작품을 읽었는데, 이 책을 읽을때는 처음에 잘 안읽힌다고 했었다. 그러나 다 읽고 나서는 재미있고 감동적이라고 했다. 나는 겨우 80페이지를 넘겼을 뿐이니 아직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래도 좀.....어쨌든 정말 감동적인지 끝까지 읽어볼 참이다. 


















오전에는 1공장과 2공장의 직원 두 명에게 업무상 이메일을 보내야했다. 나는 업무적인 메일을 보낼때 하다 못해 날씨가 좋네요, 라는 등의 어떤 사적인 문구도 전혀 넣지 않는 편인데, 오늘은 어제 이 책을 읽었던 느낌에서 빠져나오질 못해, 처음에 이 책을 아느냐고 운을 뗐다. 그리고 추천했다. 내가 쓴 이메일은 정확히 이랬다.



안녕하십니까, 날씨가 덥습니다.
혹시 '김수박'의 [삼성에 없는 것: 사람냄새] 라는 책을 읽어보셨나요?
만화책이라 읽는데 한 시간도 안걸립니다.
혹시라도 이 더운날 몰두할 무언가가 필요하다면 그 책을 추천해 드립니다.
단, 읽고난 후의 감정은 책임지지 않겠습니다.


보내놓고나서도 괜한짓을 했나 싶었다. 왜 안하던 짓을 했을까. 그리고 저 책을 읽는게 누군가에게는 꽤 불편한 일일수도 있는데 왜이랬을까 싶은거다. 그런데 좀 전에 2공장 직원으로부터 답장이 왔다. 예상하지 못한 답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공장 *** 대리입니다.
과장님, 빠른 업무처리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책은 바로 주문했어요 ~ ...^^* ( 리브로에서 10,800 원 ~ ...>_< )
먼지없는 방은 읽었더랬는데, 이런 책도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오! 바로 주문한것도 놀랍고 먼지없는 방을 읽은것도 놀랍다(나는 아직 사지도 않았는데)! 며칠전에도 빠른 업무처리 고맙다는 인사를 유선상으로 들었더랬는데, 오, 이렇게되면 앞으로도 신경써서 잘 해줘야지. 이뻐해줘야지. 꼬박꼬박 인사도 잘하는 예의바른 남자직원이다. 좋은 정보래 ㅠㅠ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신경써서 이메일을 보낼걸 그랬다. 추천하는 글이 너무 허접하네 ㅠㅠ



이 책은 4월에 출간됐는데 예상보다 리뷰와 구매자평이 없어서 놀랐다. 난 알라딘에서라면 이 책에 대한 리뷰가 주르르르르르르르 달려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이 책이 만화책인지를 몰라서 잘 안읽히고 있는걸까? 나의 경우에도 표지만 보고는 이 책이 삼성에 대해 말하는 책이라는 건 알겠지만 잘 읽어낼 수 없을것 같아서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난주였나, 경향신문에서 만화라는 기사를 본거다. 그래서 잽싸게 주문한 것. 



어제 강남 교보에 가서 같이 간 친구에게도 이 책을 사줬고, 제부와 여동생 읽으라고도 또 한 권을 사두었다. 그리고 내가 읽은 책은 회사 동료에게 읽으라고 빌려줬다. 남동생에게도 읽으라고 해야지. 이 책이 홍보가 부족한가? 내가 부지런히 여기저기 홍보해야지.




금요일이다. 금요일에 걸맞게 나는 오늘 맥주 약속이 있다. 노가리와 쥐포를 뜯을 것이다. 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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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2-06-22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처를 보시고 싶으시면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1889478 이걸 구매하시는 방법도 있어요 :)

다락방 2012-06-22 11:50   좋아요 0 | URL
꺅! 장바구니에 넣었어요. 웬디양님 완전 사랑해요! 역시 천재야 천재. 멘사 시험 보러 가자니깐요! (응? 나는 왜? ㅋㅋ)

웽스북스 2012-06-22 12:00   좋아요 0 | URL
알라딘 배송 중고도 1권 있네요. 4,500원. ㅋㅋ

다락방 2012-06-22 12:07   좋아요 0 | URL
중고는 좀 보고 사고 싶어서. ㅎㅎ
방금 주문하려고 했는데 무료배송이 안되서 다른 책을 한 권 더 넣었거든요. 그리고 막 결제하려다가 내가 이번 6월달에 너무 많이 알라딘에서 결제했다는 생각이 드는거에요. 그래서 스톱! 했어요. ㅎㅎ

다음번 지름 전에 알라딘 중고샵 가면 살펴봐야겠어요.

2012-06-22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2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2 1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2-06-22 11:57   좋아요 0 | URL
아!

하루 2012-06-22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그 대리님 멋진데요, 락방님도 :)

다락방 2012-06-22 13:05   좋아요 0 | URL
좀 그렇죠? 흐흣. 으쓱.

레와 2012-06-22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이 책 홍보에 동참하겠소! (미약하겠지만..)


그 남자대리 이쁘다!

다락방 2012-06-22 13:40   좋아요 0 | URL
내가 이뻐서 내 주변엔 이쁜 사람들이 있나봐요 ㅋㅋㅋㅋㅋ

건조기후 2012-06-22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블은 박민규가 LP처럼 만들고 싶어서 컨셉잡아 낸 거래요. 그래서 사이드 A,B로 나뉘어있고 앨범속지처럼 부클릿도 있고 ㅎ 실제 LP크기로 내려고 했다가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서 지금 형태로 됐다며. ㅎㅎ LP크기 책 ;;

요샌 눈이 피로해서 책 읽을 마음이 안 나는데.. 사람냄새는 만화책이었군요 ㅎㅎㅎ 봐야지 헤헤

다락방 2012-06-25 11:08   좋아요 0 | URL
저는 박민규를 딱히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저 책은 애초부터 사고 싶은 생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근처를 좋다고 말한 친구를 좋아해서...또 좋아하면 맹목적으로 말 잘듣고 싶고 그러니까......그런데 역시 두 권 컨셉잡아 파는게 완전 마음에 안들고....

네네 건조기후님, 사람냄새는 만화책이에요. 어휴..이 책 읽고 건조기후님이 받으실 분노가 벌써부터 상상되네요. 울지도 몰라요. ㅠㅠ

프레이야 2012-06-22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역시 다락방님^^
저런 이메일에 저런 답장이라니, 멋진걸요.
사람냄새, 읽어봐야겠어요.
저 지금 맥주 한 캔 중이야요.ㅎㅎ

다락방 2012-06-25 11:09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저는 금요일에는 생맥주 토요일에는 캔맥주를 아주 원없이 들이부었습니다. 하하하핫.
더워서 그런지 맥주는 술술술 잘도 들어가는 것 같아요. 헤헷

프레이야님, 사람냄새 읽어보세요. 프레이야님은 우실지도 몰라요. ㅠㅠ

blanca 2012-06-22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공장 직원도 그런 메일을 보낸 다락방님도 너무 근사합니다. 더불어 저에게도 이 책을 읽어야 할 부책감 같은 것이 다가오니 다락방님은 확실히 홍보에 재능이 있으시군요.

다락방 2012-06-25 11:10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블랑카님도 꼭 [사람 냄새]를 읽어보세요. 순간순간 울컥하게 되서 끝까지 다 읽지 못할지도 몰라요. 저도 끝까지 읽지 말까, 포기할까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어휴. 정말 힘든 책이에요. 그림으로 그려져서 공감지수가 더 커진걸까요. 아주 힘들었어요.

가연 2012-06-25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는 다른 것 보다도 과장님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오는구먼요. 다락방과장님ㅎㅎ

개인적으로 박민규를 좋아해서 그의 작품도 거의 대부분을 읽었는데, 저 더블은 잘 눈에 안들어오더군요. 제가 카스테라, 단편집을 읽고 느낀것인데 박민규는 단편보다는 장편이 더 잘 읽히는 것 같아요, 제 개인적 느낌으로는 말이죠. 그의 특이한 문체는 이야기를 길게 끌고 가는데 더 적합하달까.

다락방 2012-06-25 11:12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 제 나이가 나이니만큼(ㅠㅠ) 과장이란 칭호가 어색하진 않죠. 전 차장되기 전에, 그러니까 더 진급하기 전에 이 회사 때려치는게 목표에요. 진급은 정말 싫어요. ㅜㅜ 전 구석에 숨어서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살고 싶은 사람이에요. 이 얘기를 했더니 제가 아는 남자사람친구가 '눈에 띄지 않기에 넌 너무 덩치가 커' 라고 하더군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더블은 책 저렇게 구성된 것 부터 마음에 안들어요. 원래도 딱히 박민규를 좋아하지 않기도 했지만.
 
사람 냄새 :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평화 발자국 9
김수박 지음 / 보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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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렌지 위에 냄비를 올려놓고 불을 켜두었을 때 조카가 그 근처로 가면 나는 조카에게 거기는 뜨거우니 가까이 가지 말라고 말한다. 길을 걷다가 뒤에서 차가 오는 소리가 들리면 우리는 옆에 있던 사람에게 물러서라고 말한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반드시 그들을 뜨겁게 사랑해서는 아니다. 그들이 다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이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고, 나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이 삶을 단 한 번 밖에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태안으로 내려가 오염된 바닷가를 깨끗이 만들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저 먼 아프리카로 날아가 굶주린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기도 한다. 이건 누가 시켜서 하는게 아니다. 우리가 '그냥' 아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 내가 살고 있으니까. 우리는 혼자 살지 않으니까. 우리는 함께 살고 있으니까.

 

그런데 동네 꼬마도 알고 나도 아는 걸 멍청한 삼성은 모른다.

 

화장을 하면 안 된다, 뛰면 안 된다, 세 명 이상 모여 있으면 안 된다, 무스나 스프레이를 사용하면 안 된다, 손톱을 기르거나 매니큐어 바르면 안 된다.

 

제품을 위한 교육인 거죠.

안전 수직은 교육 받은 적이 없어요. (p.36)

 

멍청한 삼성은 화학물질과 오염된 공기로 가득한 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안전 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직원들이 건강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다만, 좀 더 많은 제품을 생상할 수 있는 방법만을 가르칠 뿐이다. 몰라서 그랬을 거다. 알면서도 그랬다면, 그건, 할 짓이 아니잖아.

 

 

 

삼성한테 화가 나는건 비단 이 때문만은 아니다. 삼성은 직원을 그리고 직원의 가족을 무시했다. 생산직에 근무해서 암에 걸린 직원이 부자이고 많이 배운 사람이었다면, 그리고 가족들도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사람이었다면 -그랬다면 그 일을 하려고 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때도 사표 쓰기를 종용하고 산재가 아니라고 떼를 쓰며 바깥으로 말을 내지 말라고 했을까? 나는 알지만 너는 여기까지는 모를거야, 설마 그런걸 알겠어? 설마 그렇게까지 하진 않겠지, 하는 사람에 대한 무시가 그들에게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삼성이 실수했다. 지금은 매스컴을 장악해서 민주화운동을 빨갱이들의 데모라고 설득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아니란 말이다. 이것도 모르는 건 아닐테지, 설마. 무언가 잘못된 것 같으면 그걸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걸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이제는 거기에 대해 주변으로 퍼뜨려줄 사람들이 생겼고, 그들을 도와줄 매체도 생겼다. 그러니까 삼성은 더이상 사람들을 무시하지 못한다. 그 짓은 끝장났다. 이제는, 그들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를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처음 그것을 말하는 사람에게는 지금까지 오는 과정이 힘겨웠지만, 이제는 그들의 힘이 되어주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는 삼성이 망하면 나라도 망할거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기업도 그렇지만 나라도 그렇게 쉽게 망하지 않는다. 그리고 삼성이란 기업이 '망하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무식한 삼성이 이제는 상식을 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윗대가리부터 교육을 받아야 한다. 백혈병 걸린 직원에게 찾아가 사표쓰기를 종용한 과장은 자의로 그랬을까? 그것이 기업의 이념이고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위에서부터 상식 교육을 똑바로 받아야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삼성이 제발, 부디, '정상적인' 기업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스크루지 영감은 자신이 가진 돈을 잃는 것이 가장 무서운 줄 알았다가 꿈을 꾸고 나서야 가장 무서운 건 자신의 무덤앞에 아무도 찾아와주는 이가 없다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삼성이 가장 무서워해야 하는 건 자신들의 기업 가치가 내려가는 일이 아니고 잠재적인 고객이 불매를 선언해서 매출이 하락하는 것이 아니다. 삼성이 가장 무서워해야 하는 건,

 

귀사에 입사하고 싶습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건 그만큼 삼성이 '그들이 데리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취급했는지를 보여주는 거니까. 그만큼 생생한 증거는 없다.

 

 

삼성이 이대로 계속 멍청하게 굴면 여기서 그리고 다른 어딘가에서 사람들은 삼성이 멍청하다고 알릴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방식으로 이미 얘기하기 시작했다. 이 책속에서 황유미씨의 아버지는 기자들에게 얘기했고 그리고 이 책의 작가는 이렇게 책으로 얘기한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은 리뷰로 얘기할 것이고, 이 사실을 아는 자들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시간은 좀 오래 걸릴지도 모르지만, 삼성의 반도체 공장에는 일하려는 자들이 없어질 것이다. 암에 걸려 죽을까봐, 가 아니라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니까. 그런데 우리는 사람이니까.

 

 

 

삼성아.

 

상식을 키우자. 모르면 배우자. 예의를 기르자. 그것도 모르면 배우자. 오만을 버리자. 그리고 제발, 정상적인 기업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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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에 대한 사소한 이야기들
    from 마지막 키스 2012-06-22 13:01 
    며칠전에 서점에 갔는데 박민규의 『더블』중 B 권이 낱권으로 풀려있었다. 마침 작년이었나, 이 중에 어느 단편을 좋다고 추천했던 친구가 생각나 책을 집어들고 목차를 살폈다. 그 단편의 제목이 두 글자였던 건 기억났지만 어떤 제목인지를 몰라서 목차를 보면 알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봐도 눈에 띄는 제목이 없는거다. 그래서 A 권을 보려고 했는데 B 권은 쌓여있지만 A 권은 없었다. 아무리 B 권을 들춰내고 들춰내도 그 밑에 A 권은 없었다. 어쨌
 
 
카스피 2012-06-22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성에 입사하는 것이 가문의 영광이요,동네 자랑이 된 요즘 삼성에 입사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것 같습니다.아마 삼성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온 국민들이 삼성 물건 안사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제 삼성은 워낙 글로벌 공룡기업이 되어 국민들의 진정어린 말에도 이미 귀를 닫아 버린것 같습니다.

다락방 2012-06-22 09:18   좋아요 0 | URL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카스피님. 삼성에 입사하는 것이 가문의 영광이고 동네 자랑이 되어버린 건 맞지만, 그런 현상이 조금쯤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제 또래들 중에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제 후배중에는 삼성 SDI 에 입사해서 2년간 근무하다가 그만 둔 녀석도 있고요. 오히려 삼성 물건 안 사겠다는건 더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삼성 물건은 너무 광범위하게 많이 퍼져있어서 불매가 성공적으로 될 것 같지도 않고, 또 국내에서 모두가 불매를 해도 수출하는 물량도 상당하니까요. 그러나 수출하는 물량 자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직원을 구할 수 없는게 더 무서울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신이랑 더이상 함께 일하지 않겠어요'라는 말이 '니네 물건 안사'보다 더 무서울 것 같아요. 그쪽이 더 현실 가능성이 있을 것 같고 말입니다. 물론, 지금은 청년 실업시대라 이조차도 아주 먼 일이 되겠지만 말이죠.

아무개 2012-06-22 09:53   좋아요 0 | URL
삼성 물건 불매, 삼성 입사 거부와 이건희 일가를 심판하는 일중 어느것이 더 빠를까요. 기업 삼성 자체가 나쁜것이 아니라 그 기업의 수장이 잘못 된 것이겠죠.

다락방 2012-06-22 09:57   좋아요 0 | URL
삼성 '불매'는 제가 생각하기에 좀 위험하게 느껴져요. 기업에 대한 시위 방법으로는 불매가 가장 효과가 빠른 그리고 정확하겠지만, 이 불매는 '너네가 망해봐야 정신차리지'의 의도가 좀 들어가 있는 것 같아서요. 잘못했으면 벌을 받는건 당연하지만, 삼성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덩달아 피해를 입을 것 같아서 말이죠. 그들에게는 죄가 없는데요. 불매가 조심스러운 이유에요.

삼성 입사 거부도 제가 생각하기에 불매보다 더 효과가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렇게 현실성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먹고 살아야 하는데, 어디라도 돈을 준다고 하면 가게 되지 않을까요? 설사 삼성을 최후의 보루로 놓는다고 해도 최후의 보루를 꺼내들어야 할 때가 오기는 하니까.. 끙.

이건희 일가를 심판하는건 역대 전적으로 보건데 이 나라에선 불가한것 같아요. 에휴..

2012-06-28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4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100자평] 영국 남자의 문제














퓰리처상에 『깡패단의 방문』이 있다면 부커상에는 이 책, 『영국 남자의 문제』가 있다. 둘다 괜찮은 책이지만-좋아할 수는 없다- 책을 읽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려야한다. 어찌나 책장이 안넘어가는지...영국 남자의 문제는 깡패단 보다 더 안 넘어가더라. 나는 영국 남자의 문제를 시작하고 너무 책장이 안넘어가서 도중에 다른 두 권의 책을 읽었다. 『옆 무덤의 남자』와 『집착』. 그리고 다시 영국 남자의 문제로 넘어왔는데, 아, 포기할까 말까를 엄청 망설였다. 이 책을 나보다 먼저 읽은 친구는 왜 부커상을 받았는지 알겠다고 했고, 그랬기 때문에 나는 이 책에 뭔가가 있을거라는 기대로 포기하지 않고 꾹 참고 읽었다.


이 책은 책 뒷 표지에 쓰여진 [옵저버]의 찬사처럼 '위트와 따뜻함, 지성, 인간적인 감성과 이해심으로 가득한 작품' 임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찬사처럼 '정말 웅장하다, 위대하고도 위대한 작가' 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이 책은 따뜻한 책이다. 서로 다른 입장에 놓인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가득한 책이니까.


친구는 이 책이 영국 남자의 문제가 아니라 유대인의 문제라고 했지만, 나는 이 책이 영국 남자의 문제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제목처럼.


유대인이면서 유대인을 비난하는 남자
유대인이면서 유대인을 보호하려는 남자
유대인이 아니면서 유대인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는-유대인이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반유대주의자라는 말까지 듣는- 남자


이 모든 영국 남자들의 문제.


작가는 이 모두의 입장에서 이 모두의 의견을 보여준다. 그들 모두의 생각에 그럴 수 밖에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건 작가의 노력이 제대로 반영된 게 아닐까. 한 번 더 읽으면 좀 더 잘 이해될 것 같지만, 한 번 더 읽는다고 지루한 책읽기가 갑자기 재미있는 책읽기가 될 것 같지는 않으니 포기.



이 책의 주인공 '트레스러브'는 순간순간 나를 닮았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는 그 모습이. 게다가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울거라는 망상에 시달리는 데에는 달리 위로할 도리가 없다. 아니라고 아무리 말해봤자 자신의 망상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걸. 유대인이 아닌 그는, 자신이 유대인일거라는 확신에 가득차서 '부모가 내게 유대인이라고 말하지 않은건 그걸 내게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잘생겼지만 사람들은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이것저것 많은 강의를 들었지만 잘 할 수 있는건 없다. 그는 쉽게 사랑에 빠진다.



"힘내." 사람들은 구내식당에서 그를 만나면 이렇게 말하곤 했다. 하지만 그는 그 말을 들을 때면 그저 울고 싶었다. '힘내.' 그건 정말 슬픈 말이었다. 기대할 것이라고는 힘내는 것밖에 없다면, 그가 힘을 낼 가능성이 없음을 인정할 뿐 아니라 힘내서 할 일도 별로 없음을 시인하는 셈이니까. (p.16)



나는 힘내라는 말이 별로 와닿지도 않고 좋지도 않아서 듣기도 싫고 하기도 싫은 말인데, 그게 트레스러브와 같은 이유였을까.  



트레스러브는 그간 마른 여자들을 애인으로 두었었다. 그의 두 아들의 각자 다른 엄마 둘도 말랐다. 그러나 지금 그가 사랑에 빠진 여자, 헤프지바는 아주아주 덩치가 크다. 자신이 그동안 사랑했던 여자들과는 다르다.


모든 것이 달랐다. 헤프지바를 만나기 전에 그는 입으로만 먹었다. 이제 그는 온몸으로 먹었다. 그의 몸 전체를 닦으려면 아주 많은 냅킨이 필요했다. (p.267)


헤프지바는 대개 다음 날까지 설거지를 미뤘다. 싱크대에 그릇을 쌓아두어서 주전자에 물을 채우는 것도 거의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리고 싱크대에 들어가지 못한 것은 부엌 테이블에 놓여 있곤 했다. 냄비와 자기그릇은 손님 1백 명을 치르기에도 충분할 정도였다. 트레스러브는 그녀의 그런 점이 좋았다. 그녀는 과식 후에는 설거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즐거움에는 대가가 따르지 않았다. (pp.270-271)


아, 헤프지바의 사고 방식은 너무나 근사하다. 멋지다! 과식 후의 설거지는 너무 우울하잖아!!


그는 헤프지바가 움직일 때 매트리스가 크게 출렁이는 것이 좋았다. 그녀가 끼어들면 모든 것이 거대해졌다. 그가 그녀와 함게하는 처음 그 순간부터 땅은 움직이고 바다는 들썩이고 하늘은 한데 모여서 검게 변했었다. 그녀와 사랑을 나누는 것은 심한 뇌우 속에서 살아남는 것과 같았다. (pp.352-353)



아, 덩치 큰 여자와 사랑한다는 건, 심한 뇌우 속에서 살아남는 것과 같은 거구나! 멋지다. 뇌우 속에서 살아남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여자라니. 멋지다. 



오늘 점심에는 쌈밥을 먹었다.



아주 많은 야채와 고기를 잔뜩 먹고 배가 불렀다. 과식을 했다. 그렇지만 이 과식 후에 나는 설거지를 할 필요가 없었다. 디저트는 초코 케익이었다. 죄책감이 느껴질만큼 넘치는 쾌락을 선물해주는 초코케익. 윽. 뜨거운 아메리카노와 마시면서 어찌나 흡족했는지, 나는 아마도, 이대로 가다가는, 뇌우 속에서 살아남는 기분을 선사해주는, 그런 여자가 되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벌써 그런 여자......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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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6-21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저도 힘내, 라는 말을 꽤나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덮어놓고 응원하는 느낌이라서요. 그런데 다락방님 페이퍼에 출현하는 책들은 다 한 번쯤은 읽어보고 싶어져요. 다락방님이 좋다고 하시든, 별로라고 하시든 말이에요. 저는 오늘 밤 베개 맡에 <한 여자>를 두고 읽을 예정이랍니다. 왠지 이 책은 그렇게 읽어야 더 좋을 것 같아서 ㅎㅎ
ps. 뇌우 속에서 살아남는 기분을 선사받는 것과 선사해주는 건 다른 느낌일까요?

다락방 2012-06-21 16:13   좋아요 0 | URL
우앗, [한 여자] 정말 좋아요, 수다쟁이님. 수다쟁이님의 감성이라면 몇 번이고 울컥울컥 할거에요. 이 책, 영국 남자의 문제는, 좋은 책인데 너무 지겹게 읽혀요. 독자를 빨아들이는 힘이 전혀 없어요, 전혀. 이 책 한 권 읽는데 일주일 이상 걸렸네요. 어휴.

뇌우 속에서 살아남는 기분을 선사 받는 것과 선사해 주는 건, 아마도, 다른 느낌이겠죠. 어떤 기분이 '더' 좋은지는, 우리 비밀로 하도록 합시다. ㅎㅎ (뭔말인지..............)

비로그인 2012-06-21 17:33   좋아요 0 | URL
CD 플레이어 구매 완료!
고마워요, 다락방님 ^ㅇ^~ 모르고 지나칠 뻔했어요~

다락방 2012-06-21 17:37   좋아요 0 | URL
마침 하루 특가지 뭡니까! 으흐흐흐흣

야클 2012-06-21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치고는 좀 heavy 하게 드셨네요. 혼자 드시진 않았을테고, 매번 이렇게 푸짐한 점심을 같이 드시는 분(아마도 회사동료?)은 누구실까요? 완벽한 그림이 되려면 옆에 소주도 한 병 있어야 할 듯. ^^

다락방 2012-06-21 16:14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너무나 너무나 소주를 마시고 싶었지만 점심 먹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야 하는 처량한 신세라 맥주 한 병으로 만족했습니다. ㅎㅎㅎ
고기를 저보다 더 좋아하는 직장 동료와 함께 먹었습니다. 꺄울!

레와 2012-06-21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츄릅................................. ㅡ.ㅜ


배고파 다락방..

다락방 2012-06-21 16:14   좋아요 0 | URL
난 아직 든든해요. 이것이 바로 고기의 힘!! 움화화화화화화화화홧. 점심을 거하게 먹으니 오후 네 시에 배가 고프지 않네요. 원래는 세 시에 고프기 시작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인장 2012-06-21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상을 받았다는 말이, 한국 출판계에서는 거의 주례사처럼 쓰이는지라 그리 관심을 두지는 않지만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은 이후로 부커상이라면 혹시? 하는 기대가 생겨버렸어요.
부커상+다락방님이라면 일단은 흠....

힘내라는 말은 하하에게나..(ㅋㅋㅋ, 도대체 무한도전이 없는 토요일을 언제까지 견뎌야 할까요?)
아주 오래 전 기형도의 편지를 읽고 난 후, 그를 흉내내어 저는 언제나
이봐, 힘을 아껴봐, 라고 말해요.

힘내라는 말보다, 힘을 아끼라는 말이, 훨씬 더 위로의 말로 들리거든요.
안 그래도 우린 너무 힘을 내서 살고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님도, 힘을 아껴요..
고기의 힘도, 늦은 밤에는 위력을 잃을테니... (그러나저러나 배 고프네...^^)

다락방 2012-06-21 17:57   좋아요 0 | URL
저는 퓰리처상 엄청 좋아하거든요. [올리브 키터리지]와 [로드]라니. 아우...진짜 짱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깡패단의 방문]이 좀 당황스러웠어요. 그간 제가 읽어온 퓰리처와는 좀 달랐다고 할까요. 그 책도 지루하게 책장 안넘어갔는데, 이 책 [영국 남자의 문제]도 책장이 안넘어가네요. 어찌나 길게 걸리는지 중간에 몇 번이나 포기 하려고 했거든요. 책은 좋아요. 저는 그 모두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좋았어요. 그들 모두를 이해하려고 하는게 보인다고 해야할까요. 그렇지만 감탄할만큼 좋은 책은 아닌것 같아요. 이건 아마도 지루함이 많이 작용한 탓이겠죠.

저는 비슷한 말로 기운내도 별로에요. 그리고 제일 싫은 말은 '신경쓰지마'에요. 이미 신경을 쓰고 있는데 거기다 대고 신경쓰지마, 라고 말하는건 굉장히 무책임하게 느껴지거든요. 신경쓰지마, 라고 누가 말한다고 신경쓰지 않게 되는게 아니잖아요. 그 말은 듣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그 말에는 전혀 힘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 말인것 같아요.

저는 저녁에 불족발을 먹을거라서 힘 써도 괜찮아요, 선인장님. ㅎㅎ 그 때 그 때 쓴 힘을 저는 알아서 척척 보충한답니다. ㅎㅎㅎㅎㅎ(힘에 있어서 만큼은 자기관리 철저한 여자사람입니다. 훗)

2012-06-21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른바다 2012-06-21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 <한국 남자의 문제>를 쓸 사람은 없을까요? 혹시 다락방님이^^

다락방 2012-06-22 09:58   좋아요 0 | URL
ㅎㅎ 한국 남자의 문제를 굳이 책으로까지 쓸 생각은 없네요. 생각하기도 싫어서요. ㅎㅎㅎㅎㅎ

비연 2012-06-21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배고파요...참외 한쪽 먹고 앉아 있는데..ㅜ

다락방 2012-06-22 09:58   좋아요 0 | URL
어머, 비연님. 왜 겨우 참외 한 쪽을! 저는 저녁에는 불족발과 칼국수를 먹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카스피 2012-06-21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쌈밥에는 돼지 불고기(그것도 고추장)가 정석 아닌가요???

다락방 2012-06-22 09:59   좋아요 0 | URL
노노노노 그렇지 않습니다. 음식의 세계는 무궁무진합니다!

댈러웨이 2012-06-22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들었다 놨다 했던 책이네요.
하워드 제이콥슨, 어느 북쇼에서 남들 다 싫다는 책 한 권을 풀어내는데 쉽지 않은 사람이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나저나 전 다락방님이 좀 살이 찐 분이였음 해요. 이 무슨 심보? ㅎㅎㅎ
음...그렇지만 자꾸 졸리가 떠올라요. --

다락방 2012-06-22 09:59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좋은 책이었지만 하워드 제이콥슨을 또 찾아읽게 될 것 같지는 않아요. 빨려드는 글을 쓰는 작가는 아닌듯 해서요.

댈러웨이님, 걱정마세요. 전 알라딘에서 주는 검정색티 라지 사이즈를 쫄티로 소화시키는 여자사람입니다. 훗.
:)

아무개 2012-06-22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진이라도 뜯어 먹고픈 마중물입니다아~
30분 있음 퇴근이네요. 불타는 금욜 화르르르륵!!! ^^

2012-06-22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5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06-22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점심에 삼겹살 먹고파요.ㅎㅎ
덩치 큰 여자랑 사랑, 뇌우 속에서 살아남는 기분.ㅋㅋ
전 당장 왜 올리브 키터리지가 떠오르죠? 덩치 크고 무뚝뚝하고 시큰둥하지만 사랑할 줄 아는 여자.
마지막 편 '강' 읽다가 일흔 넘은 올리브의 사랑에 눈시울 붉어지더라구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2-06-25 11:16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저는 아까부터 오늘 점심은 무얼 맛있고 푸짐하게 먹을까를 고민중이랍니다. 같이 먹는 동료랑 같이 고민하고 있어요. 아침엔 점심 메뉴 고민, 점심엔 저녁 메뉴 고민...인생은 이런거겠죠. ( ")

아, 프레이야님 이럴때 정말 저는 깜짝깜짝 놀라요. 저도 올리브 생각했거든요. 사실 페이퍼에 올리브 이야기를 하려고도 했는데 그러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생략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프레이야님께서 언급해주시네요. 아, 이런거 정말 좋아요! 제가 얼마나 좋아할지 프레이야님도 짐작하시죠? :)

저는 덩치 큰 올리브가 동료 선생의 도망가자고 하면 가겠어? 라는 말에 그러겠다고 대답했던게 정말 좋았어요. 사람들은 으레 덩치가 크면 그 사람의 성격도 강할거라고 생각하잖아요. 강하고 굳은 사람일거라고. 그러나 그 안에 섬세한 여자가, 여자로서 인정받고 싶은 여자가 있죠.

안그래도 프레이야님의 페이퍼 읽었어요. 저도 일흔 넘은 올리브가 남자의 전화를 받고 무지개 같았다고 했던 그 장면을 무척 좋아했어요. 올리브 키터리지는 정말 정말 좋아요, 프레이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