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뷔페식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다가 샐러리를 후무스에 찍어 맛있게 먹었더랬다. 그 레스토랑에 가면 후무스랑 샐러리 혹은 오이를 먹게 되는 일이 종종 있는데 그 때마다 참 맛있게 먹는다. 후무스는 병아리콩으로 만든 소스인데, 흐음, 이거 맛있단 말야? 요즘 생야채 안먹는 내가 후무스에 찍어서는 좀 먹는단 말이지? 내가 만들어볼까? 하다가 어쩐지 이건 좀 어려운 과정일 것 같아서, 그보다는 '판매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 검색해보았다. 역시나 팔고 있었고 나는 잽싸게 구매했다. 헤헷. 그러면 샐러리랑 오이도 사야지!



후무스는 컬리에서 샀다.



샐러리는 마트에서, 오이는 시장에서 샀다. 샐러리 썰어서 접시에 담는데 싱그런 냄새가 후욱- 코로 들어오고 공기중에 떠다닌다. ㅋ ㅑ ~ 엄마 아빠 찍어서 드렸는데 아빠는 먹을만하다 하셨지만 다시 안드셨고 엄마는 괜찮은데? 하면서 잘 드셨다. 나도 잘 먹었다. 후무스 너무 작은 거 아닌가 했는데 막상 뜯어서 찍어먹다보니 제법 양이 되더라. 


이걸 어제 소주 한 병 와인 한 병과 먹었는데, 곁들인 음식은 연잎삼겹살. 역시나 컬리에서 샀다. 연잎삼겹살은 그냥 전자렌지에 4~5분만 데워내면 되는거라 먹기가 세상 간편해서 가끔 먹는다.



엄마가 시장에서 상추도 사오셔서 생마늘과 함께 싸먹기도 했다. 그렇게 소주 한 병 비워내고 와인도 한 병 비워낸 것. 그런데 이거 먹다 보니 파김치랑 같이 먹었는데도 살짝 느끼했고, 결국 엄마랑 나는 컵라면에 물을 부어오는데... 하하하하하.


이게 어제 저녁이었다면 어제 간식은 크로아상 샌드위치 였다. 냉동실에 두었다 자연해동으로 먹을 수 있는 크로아상인데 나는 여기에 잠봉을 넣어 샌드위치로 만든거다. 바게트를 뺀 잠봉뵈르 샌드위치 준비물이 다 있던 터라 뚝딱 만들어냈다.



맛있었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보니, 유니스의 식사 준비가 참 좋았다. 유니스여..















그 일이 끝나자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커버데일 가족이라면 오후 한 시에 먹는 식사를 점심 식사라고 불렀을 테지만. 그들은 자신의 가정부가 대낮에 속을 든든하게 해 주는 뜨거운 음식을 얼마나 절실하게 먹고 싶어 했는지 절대로 알지 못했으리라. 유니스는 냉동실에서 커다란 스테이크 한 조각을 꺼내 기름에 구웠다(석쇠가 아니라 기름이었다). 깍지콩과 당근, 파스닙(배추 뿌리같이 생긴 채소)을 삶는 동안 감자도 튀겼다. 뒤이어 애플 커스터드 크림을 얹은 애플 푸딩에 비스킷과 치즈, 진한 홍차도 곁들였다. -p.91



'속을 든든하게 해 주는 뜨거운 음식', '절실하게', '커다란 스테이크', '기름에 구웠다', '삶는 동안 감자도 튀겼다', '뒤이어 애플 커스터드 크림을 얹은 애플 푸딩에 비스킷과 치즈, 진한 홍차도 곁들였다' .. 아, 이 구절은 아름다운 단어가 참 많이도 들어가있다. 유니스여, 그렇게 잘 먹고 힘도 잘 쓰는데, 당신이 글만 읽을 줄 알았어도.. ㅠㅠ 너무 안타깝네요 ㅠㅠ


음 그런데 잘 모르겠다.

글을 읽을 줄 알면 몰랐던 때보다 더 많은 걸 보고 익힐 수 있을 것이고 거기에 외국어를 하나 더 할 줄 알게 된다면 세상은 분명 더 확장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도덕 혹은 윤리 감각에 있어서도 그럴까? 그 점에 있어서는 잘 모르겠다. 읽고 이해하는 일이 그 후에 내 사상에 변화를 주는 것일까? 유니스가 글을 읽을 줄 알았다면 일가족을 잔인하게 학살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선과 악에 대한 구분이랄까 개념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다른 식의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는 거 아니었을까? 아니면, 글만 읽을 줄 알았다면 사람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거듭났을까? 여전히 여기에 대한 답은 모르겠다. 그런데, 하여간 본인이 먹을 식사 준비 하나는 끝내주는 사람이어서, 만약 글을 읽고 쓸 줄 알았다면, 유니스도 먹고 사는 일에 대한 글을 쓰면서 다른 식의 삶을 살아갈 수는 있었겠지. 책으로 가득한 집이 공포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만약 내가 글을 읽을 줄 몰랐다면 윤리 감각에 대한 개념이 더 약해졌을까? 감각은 글로써 습득하는걸까? 잘 모르겠다.


여하튼 나만큼이나 유니스도 자기 자신을 잘 먹이는구나, 했다. 음 솔직히 말하자면 유니스가 더 잘 먹는 것 같긴 하지만.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올림픽공원을 뛰고 집에 돌아오는 길, 아 맞다 정희진 쌤의 매거진 발행되었지? 하고 듣기 시작했다. 자, 뭘 먼저 들어볼까 하다가 정혜실 작가가 나온 코너를 선택했다. 정혜실 작가는 [우리 안의 인종주의]라는 책을 썼다고 하는데 오 이 책 읽어보고 싶다, 하고 검색해보았는데 아니, 2023년에 나온 책이네? 나는 왜 모르고 넘어갔지?
















지난주에 여성학/젠더 책에 신간은 뭐가 나왔나 훑다가 마리아 미즈의 신간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됐다.















아니, 마리아 미즈라니. 이건 사야해!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너무 감탄하며 읽었는데 그런 마리아 미즈의 신간이라니. 이걸 어떻게 사지 않고 넘어간단 말인가!


어떤 감각, 어떤 선을 놓지 않기 위해 혹은 잊지 않기 위해 혹은 잃지 않기 위해 간혹 꺼내들어야 하는 작가가 있는것 같다. 그건 전작주의를 하겠다고 결심하게 하는 작가와는 좀 다른 개념인데, 나에게는 '반다나 시바', '장 지글러' 가 있고 이제 '마리아 미즈'가 있다. 나란 인간은 지독하게 개인주의적이고 또 자본주의적인데 가끔 나에게 브레이크를 걸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면, 내가 내 세계에 침몰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러지말고 세상을 봐야한다고 이 작가들이 있는 것 같다. 반다나 시바를 읽고나서는 어쩌면 그룹지어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장 지글러를 읽고 나면 생애 일정부분은 난민들 옆에서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일에 보탬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리아 미즈는 자본주의에 제동을 걸어줄 것 같다. 워워, 너 너무 몰두하고 있네 너무 열심히 자본주의적이야, 멈춰, 하는 것 같달까. 하여간 마리아 미즈 님 좀 짱이신듯. 마리아 미즈 사야겠다... 라고 쓰면서 역시 그러나 이것도 소비가 아닌가.... 하게 되네요?




일요일이 가고 있어서 너무나 아쉽다.

자, 이젠 무슨 책을 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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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 2024-07-07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든든히 드시는 다락방님 제 스타일이셔.. 수육에 느끼해질 때면 컵라면으로 좀 느글느글함을 내려주고… 그리고 또 다락방님 덕분에 알게된 새 책을 살포시 제 장바구니에 담아갑니다,,,! 남은 일요일 야무지게 보내세요!! 무슨 책부터 시작하실 건가요?

다락방 2024-07-07 21:57   좋아요 1 | URL
저는 다음주에 남동생이 방문할거라 해 남동생 주기 위해 스릴러 책 한 권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읽기 시작하자마자 졸려가지고 ㅋㅋ 낮잠을 잤어요. 많이잤어요. 저는 오늘밤에 잠 다 잤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오늘 저녁은 불고기 해가지고 ㅋㅋㅋ 또 와인을 한 병 살포시 비웠지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무리 달려도 살 빠지지 않는 삶을 사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내일 아침부터는 이번달 여성주의 같이 읽는 책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집중은 출근길에 잘 되어서요. 후훗. 달자 님 안나 카레니나 읽으시던데요! 저 그 책 되게 재미있게 읽었어요. 톨스토이 소설 속에서는 독자가 갑자기 개(dog)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책입니다. (생뚱)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나면 ‘그거 불륜 소설이잖아!‘ 라는 말에 ‘그게 그게 아니라니까??‘ 막 이렇게 됩니다. 달자 님 화이팅요!!

달자 2024-07-09 00:46   좋아요 0 | URL
왜 독자가 갑자기 개가 되죠?? 톨스토이 책은 분명 학창시절에 몇 권 읽은 거 같은데 하나도 기억이 안나고요 솔직히, 자의로 읽는 책은 이 안나 카레니나가 처음이거든요. 너무 재미있어요. 한국문화원에서 1권을 빌렸었는데 다 읽고 반납 및 2,3권을 빌리러 가야하는데 오픈 시간이 도저히 ㅠㅠ 회사 스케줄이랑 맞지 않아서 못가다가 토요일에 가서 반납하고 나머지 2,3권 빌려왔지요 후후 즐거운 독서 이어가고 있답니다. 저는 출근길이 오히려 집중이 안되는데...아직 졸립고 잠이 덜 깬 느낌이랄까..

다락방 2024-07-09 16:09   좋아요 1 | URL
아 안나 카레니나 3권이었나, 사냥개 시점에서 잠깐 이야기가 펼쳐지거든요. 사냥하다가요. 그때 너무 몰입이 되어서, 아니 톨스토이 이 사람 뭐지, 왜 나를 심지어 개가 되어보게도 하는거지? 했었더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나 카레니나 세 권이나 돼서 시작하기 전에 좀 갈등하게 되기는 하지만 그런데 정말 재미있지요!! 그래서 고전은 고전인가 봅니다. 달자 님의 안나 카레니나 읽기를 응원합니다. 빠샤!!

망고 2024-07-07 1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니스가 문맹이어서 선악의 기준이 모호하게 되었다고는 저도 생각하진 않아요. 읽고 쓸 줄 알지만 유니스와 같이 살인을 하는 미친 친구도 있으니까. 하지만 상류층 가족을 살해하게 된 것은 분명 문맹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이 소설은 보여주려는 것 같았어요. 자신과 비슷한 계급에 속한 사람들이 문맹을 알아챘을 땐 도움도 요청하고 그랬지만 상류층이 눈치챘을 땐 살인까지 간다는 것에 주목하면요. 그러니까 콤플렉스 폭발의 지점인 문맹과 계급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이 소설은 극대화해서 보여주려던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아참 그리고 저도 유니스가 뭐 해먹고 집안 청소하고 일처리 깔끔하게 하는 묘사가 너무 속시원했답니다. 일을 너무 잘해ㅋㅋㅋㅋ

다락방 2024-07-07 22:03   좋아요 1 | URL
네, 망고 님 말씀대로 상류층과의 계급차이를 말하고자 했던 것 같고 거기에 힘쓴 것 같다는 생각은 하는데 사실 저에게 그건 좀 설득력이 약하게 느껴졌어요. 그보다는 유니스라는 개인이 그토록이나 치명적으로 숨기고 싶어했던 것을 다수가 알게 되었을때 유니스는 그 집에서의 생활을 그만둬야 했잖아요. 그토록이나 평안했던 생활인데 그걸 할 수 없게 된데 대한 궁지에 몰림이 저에게는 더 크게 다가오긴 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상류층이 눈치 채서 살인까지 갔다는 걸 보여주려는 게 작가의 의도였던 것 같긴 하지만, 실제 제가 체감한 건 ‘내 숨기고자 했던 평온한 삶이 더이상 유지 가능하지 않다‘는 데에서 오는 살인 쪽이 더 크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제가 최근에 마리아 미즈를 너무 인상깊게 읽어서 그런것도 있을 것 같은데 이 상류층의 ‘사람좋고자 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자꾸 생각해보게 됐고요. 나는 아랫사람에게 이렇게 잘해, 나는 아랫사람을 이렇게 챙겨, 나는 교양있는 상류층이지, 내가 너를 얼마나 생각하는데, 하는 자기 위치에서의 기준. 사실 계급 차이는 유니스의 살인에서 보다 저는 이들의 태도에서 더 느껴지긴 했거든요.

유니스가 일을 너무 잘해서 저는 요즘에 태어났다면 인스타그램으로 인플루언서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4-07-07 23:0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유니스의 평온한 삶, 딱 걸어갈 수 있을 정도의 거리만큼의 그 작고 안정적인 삶이 깨진 것에서 느끼는 분노! 그리고 친절을 가장해서 자꾸 멋대로 타인의 삶에 간섭하려는 부잣집 사람들에 대한 분노도요ㅠㅠ 암튼 여러 생각을 하게한 소설이었어요😆

햇살과함께 2024-07-08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무스 너무 좋죠~ 저는 예전에 중동식당에서 후무스 처음 먹었을 때 웩~ 했는데
그 이후 회사 근처 팔라펠 가게가 생겨서 거기서 팔라펠과 후무스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자주 갔어요.
근데 그 가게 무슨 사정인지 금방 문 닫아서 아쉬움...
집에서도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몇 번 먹었는데 그 맛이 안나더라고요.
저도 오늘 출근길에 공부 들었는데 <우리 안의 인종주의> 읽고 싶네요. 밀린 책들이여 ㅠㅠ

다락방 2024-07-08 12:45   좋아요 2 | URL
후무스 맛있어요, 햇살과함께 님! 저는 중동에 가본 적은 없지만 후무스 먹고 있으면 뭔가 ‘이건 중동의 맛이야!‘ 하게 돼요. 왜일까요? ㅋㅋㅋㅋㅋ덕분에 주말 내내 야채 좀 먹었네요. 후훗.
우리 안의 인종주의 책은 얇더라고요. 아마 금세 읽지 않을까 싶습니다. 얇아서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까 잠깐 생각했는데 아마 밑줄 그을 부분이 많을 것 같아서 저는 사려고 합니다. 후훗. 아마 다음주 월요일 책탑에서 보게 될 것 같아요!! >.<

달자 2024-07-09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후무스에 질좋은 올리브유를 약간 무슨 참기름 뿌리듯이 아주 넉넉히 뿌려서 섞어서 먹어주면 더 맛있답니다....!! 안해보셨다면 담번에 추천추천!! 올리브유 이렇게 많이 뿌려도 되나? 싶을 때 까지 넉넉히 뿌리는게 포인트!!

다락방 2024-07-09 09:23   좋아요 0 | URL
네???? 후무스에 올리브유를 요??? 오오 생각해본 적 없는 조합인데 댓글 읽는 순간 뭔가 전구가 번쩍! 하는 것 같아요. 좋은 팁 감사합니다. 진짜 맛있을 것 같아요. 어우 너무 좋네. 빨리 집에 가서 해보고 싶어요!! >.<

단발머리 2024-07-09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안의 인종주의, 7월호 듣자마자 장바구니에 넣어두었어요. 저도 두께 확인했는데 ㅋㅋㅋㅋㅋㅋ 얇더라구요.
곧 읽어볼 참입니다.
저는 후무스도 잘 먹습니다. 올려주신 음식들이 다 제 스타일 ㅋㅋㅋㅋㅋㅋㅋ배고프네요.
잠봉뵈르에 후무스까지. 파김치에서 스콘까지. 게다가 프레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리아 미즈 신간도 나왔네요. 책소개 읽으러 갑니다. 참진실만 말씀하시는 미즈님 신간이라니.

다락방 2024-07-09 16:07   좋아요 1 | URL
안그래도 우리 안의 인종주의는 단발머리 님도 관심있어하실 책이라 생각했어요. 저는 이번에 똭 나온 신간인줄 알았는데 작년에 나왔더라고요. 단발머리 님은 진작 사두셨을 것 같은 책인데 여전히 장바구니군요!!

단발머리 님, 제가 안그래도 오늘 아침에 공쟝쟝 님이 잔인한 낙관에 대해 올린 페이퍼를 읽었는데요, 어렵...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리스트 정할 때, 그 책 넣기 전에 [인셀 테러] 넣으려고 고민햇었거든요. 인셀 테러 넣을까 잔인한 낙관 넣을까 엄청 고민하다가 잔인한 낙관 쪽이 좀 더 학술적 내용이겠다 싶어 넣긴 했는데 .. 올해 젠더와 민족주의 도 그렇고 도나 해러웨이도 넘나 어려웠었기 땜시롱... 인셀 테러로 바꿀까...하고 있었는데 마리아 미즈 신간을 보니까 우리가 속시원히 마리아 미즈를 읽는 쪽으로 가야하는거 아닌가, 했다가... 그런데 마리아 미즈를 한 해에 두 권...으로 너무 편파적으로 애정하는건 아닐까.... 하는 갈등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단발머리 2024-07-09 16:13   좋아요 0 | URL
진짜 진짜 <잔인한 낙관>은 좀.............. 미뤄두고 싶습니다. 아주 많이요~~ 저 3일간 서론만 ㅠㅜㅠㅠ
<인셀 테러>랑 <마을과 세계> 목차만 보고 왔거든요. 아, 두 권 다 읽어야할 책이긴 한데, 제 느낌상 느낌으로 인셀 테러는 혼자 읽어도 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합니다ㅋㅋㅋㅋ읽을 수 있을 거 같고요.

왠지 마리아 리즈는 우리 알라딘 마을에서 같이 읽어야 할 거 같아요. 한 해에 두 권은 편애 맞지요. 갈등하지 마세요. 편애를 인정하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편안~~~~~~~~

다락방 2024-07-09 16:16   좋아요 1 | URL
저도 인셀 테러 망설였던게 충분히 혼자 읽기 가능한 책이라는 점이었습니다(라지만 혼자 읽다 손놓고 있긴함 ㅋㅋ). 음.. 그러면 편애를.. .해볼까요, 어디? 저 편애하러 다녀올게요!! 슝 =3=3=3=3
 

이런 일을 벌이게 된 이유는 그녀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세상을 사랑하는 만큼, 세상은 사랑에 빠진 사람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멜린다는 자신의 사랑에 고무되어 사랑과 행복을 하사하려 했지만, 그 대상이 유니스 파치먼이었다는 사실은 비극이었다. - P170

그 일이 끝나자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커버데일 가족이라면 오후 한 시에 먹는 식사를 점심 식사라고 불렀을 테지만. 그들은 자신의 가정부가 대낮에 속을 든든하게 해 주는 뜨거운 음식을 얼마나 절실하게 먹고 싶어 했는지 절대로 알지 못했으리라. 유니스는 냉동실에서 커다란 스테이크 한 조각을 꺼내 기름에 구웠다(석쇠가 아니라 기름이었다). 깍지콩과 당근, 파스닙(배추 뿌리같이 생긴 채소)을 삶는 동안 감자도 튀겼다. 뒤이어 애플 커스터드 크림을 얹은 애플 푸딩에 비스킷과 치즈, 진한 홍차도 곁들였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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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
다카세 준코 지음, 허하나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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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위로하고 남편 말에 귀기울이며 이쓰미는 혼잣말 한다. 혹시 정말로 계속 목욕을 안 할 거야? 놀라웠다. 이 온화한 사람과 결혼하고 삼십대도 중반을 넘기면서 이제 인생에는 예기치 못한 일 따위 더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아이를 가지려는 것도 그만뒀고, 부부 둘이 그런대로 즐기면서 나이를 먹어가리라 생각했다. 나이를 먹는 상상 속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몹시 빨라서 마치 징검다리 같았다. 서른다섯 살인 지금, 쉰 살 무렵, 일흔 살 무렵, 그리고 죽음. -p.22



다른 사람과 한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우리가 평생 다르게 살아온 사람이어서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는데 타인에 대해서는 오죽할까. 나만해도 족발의 뼈까지 뜯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이젠 뼈에 붙은 고기까지 먹는다. 몇해전까지만 해도 샐러드 좋아해서 뷔페에 가면 샐러드 먼저 먹고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생야채가 싫어져 샐러드를 잘 먹지 않는다. 야채를 좋아하는 건 변함없지만 익힌 야채쪽을 선호한다. 어린 시절 그리고 좀 더 젊은 시절의 나는 페미니즘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016년부터 페미니즘 책을 읽고 강의를 부지런히 따라 다녔으며 2018년 부터는 숫제 페미니즘 책 읽기를 같이 하고 있다.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깨달을 때면 어김없이 '내가 이럴 줄은 몰랐어!' 하게 된다.


그래서 어렵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살아간다는 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 따라와야 가능해지는 것이다. 상대의 수많은 장점도 그렇지만 단점을 알면서도 그 사람 옆에 있고 싶은거. 사랑하지 않는다면 단점 하나에도 돌아설 수 있고 손을 놓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사람 옆에 있고 싶은것, 그게 사랑이 아닐까.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차 허락할 수 없는 치명적인 조건 혹은 한계가 있다면, 그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결혼하기로 결심한 남자는 결혼하기로 결심하기까지 알고 지낸 남자다. 이런 남자라는 걸 알기 때문에 함께할 미래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예측가능하다. 이 남자와 나의 수입으로 우리는 경제적으로 어떨지 예측할 수 있고 이 남자와 나의 식성으로 우리의 식생활이 어떨지도 예측할 수 있다. 이 남자와 나의 성격으로 우리가 더불어 함께하는 삶이 어떨지 예측할 수 있다. 그건, 지금까지의 나와 지금까지의 당신을 알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니 지금의 내가 지금의 내가 아니게 되고 지금의 이 남자가 다른 남자가 된다면 그 때의 나는 어떻게 될까? 이를테면 나랑 감자탕을 맛있게 먹던 남자였는데 결혼후 몇 년이 지난 시점에서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한다면? 나와 함께 환경운동을 하던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일회용품에 중독되어 버린다면? 나와 함께 여성의당을 지지하다가 결혼 후에 이준석을 지지하게 된다면? 이런 변화들 속에서 어떤 것들은 비록 '그럴 줄 몰랐지만'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랑 감자탕에 소주 먹는 시간 너무 좋아했지만 채식주의자가 된다니,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다른 음식을 차려두고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글쎄, 일회용품을 생각없이 사용한다면 그러지 말라고 말하겠지만, 그렇다고 이 새끼랑 못살겠다 하게 되진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이준석을 지지한다면..... 그만 두자, 이런 쓸데없는 상상은. 그러니까 나라는 사람의 기준에서 남편(혹은 연인)의 어떤 변화들은 여전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일 수 있겟지만, 그러나 아무리 '당신이어도' 도저히 안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그것은 폭력일 수도 있고 포르노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냄새도 그렇다. 나는 냄새 진짜 참을 수가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언제나 그런것처럼,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 된다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더, 구체적인 대상을 넣고 생각해보았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에 누군가를 대입해놓고, 그 사람이 어느날 목욕을 거부하는 사람이 된다면,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그에게서 지독한 냄새가 난다면,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할 수 있을까?


아니.

이건 뭐 고민하고 자시고 할 게 없었다.

아니, 아니다. 나는 사랑할 수 없다.


이래서 어렵다. 만약 이 남자가 애초에 목욕을 싫어하는 남자고 냄새나는 남자였다면, 이 남자를 사랑하는 단계까지 오지 않았을 거다. 애초에 나는 냄새 나는 사람 정말 싫어하니까. 연인들이 섹스하기 전에 손도 안씻고 덤벼들면 너무 짜증이 나서 손씻고 오라고 말을 해야 하는게 나다. 내가 특별히 남들보다 더 강박적이거나 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씻지 않은 손으로 나를 만지는 거 너무 끔찍하다. 너무 더럽다. 나는 요즘도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쓰곤 하는데, 그건 지하철 안에서 어떤 남자들로부터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나는 그 냄새들이 너무 힘들고 그래서 마스크를 쓴다. 더 강박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냄새에 굉장히 예민한 사람이기는 하다. 비온 후의 숲냄새를 좋아하고 값비싼 캔들의 향도 좋아한다. 요가센터의 인센스 스틱 향도 좋아하고 갓 내린 커피의 향도 좋아한다. 땀냄새보다 향수를 좋아하고 땀냄새보다 차라리 진한 향수를 뿌리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사랑해서 내가 선택한 사람, 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고 함께 잠드는 사람이 어느 순간 목욕하기를 그만둔다?


와- 대환장...



책속 남편은 성실하게 직장생활 잘 하고 아내와도 사이가 좋았는데 어느날 목욕을 하지 않기로 결심을 한다. 어쩌면 얼마전에 회사 후배가 장난으로 물을 뿌린 뒤에 충격을 받고 그렇게된 건 아닐까, 어쩌면 우울증인걸까 추측해봐도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남편은 수돗물의 냄새를 견딜 수 없고 그래서 목욕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가끔 생수로 얼굴만 닦는다. 시간이 갈수록 그에게서 냄새가 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 아내는 남편이 회사에서는 괜찮은건지 출퇴근길 지하철에서는 괜찮은지 걱정된다. 게다가 냄새가 점점 더 심해져서 생수를 잔뜩 사와 머리라도 감으라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머리를 감으면서는 비누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로부터 냄새가 가실 일이 없다. 그의 냄새는 더 진해지고 더 지독해진다. 그런 그가 참을 수 있어하는 물 좋아하는 물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다. 비가 오면 그걸로 자신의 몸을 흠뻑 적시고 들어와 마른 수건으로 닦는다. 아내는 혹여라도 남편에게 상처를 줄까봐 냄새가 지독하다는 말을 하지도 않고 제발 씻으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울면서 애원하거나 하지도 않고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편이랄까. 씻지 않는 남편도 짜증났지만 나는 이 아내는 뭐 이렇게 착해가지고 이런 남편을 받아들이려는걸까 수십번 생각했다. 어쩌면 그래서 그녀에게는 남편이 있고 나에게는 남편이 없는걸까? 그런데 책 속에서 이런 구절을 보게 된다.



용서하고 싶어서 괴롭다. 유약한 남편을 용서하고 싶다. 미쳐가는 남편을 용서하고 싶다. 하지만 나를 혼자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p.133



수돗물에서 냄새가 나 목욕할 수 없다는 남편을 이해한다. 나는 종이컵에서 냄새 나서 종이컵의 음료는 마실 수 없다는 사람을 만나보기도 했다. 나의 경우 햇반을 전자렌지에 돌리고난 후에 나는 그 특유의 냄새를 너무 싫어해서 햇반을 가급적 먹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무심히 넘기지만 나는 도저히 넘겨버릴 수 없는 냄새가 누구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남편은 그 수돗물의 냄새를 싫어하기 때문에 자신이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내는 처음에 같이 목욕을 안해보기도 하면서 어쨌든 남편과 계속 함께하는 삶을 택했고. 남편은 회사에서 영업직이었는데 당연히 남편의 냄새는 회사에서도 문제가 된다. 대중교통 안에서는 남편 주변에 사람이 없다. 그런 남편이 어느날 아내의 친정 근처에 강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거기에 가 강가에 몸을 담그면서 기뻐한다. 그래, 남편과 함께 사는 삶이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도시가 아니라면 가능해진다. 도시가 아니라면 한적한 시골에서, 다른 사람들을 마주치지 않으면서 매일 강물에 몸을 담그면서, 어쩐지 고독하지만 자유로우면서 둘이 함께하는 삶이 가능해질것이다. 아내는 남편과 함께할 방법을 찾고 자신의 현재 상황에서 중요한 것들을 바꿔나간다. 



나는 목욕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하기 싫다. 목욕을 거부하는 사람과 특히나 함께 살아가는 건 싫다.

책에서도 아주 오래전의 인간에겐 목욕이란 게 없었을 것이라고, 이렇게 가끔 강물에나 몸을 담갔을 거라고 얘기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그 오래전의 삶을 굳이 살아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 삶을 선택한 사람을 '그래 그 땐 그랬겠지' 하면서 받아들일 생각도 없다. 무엇보다 나는 '나를 혼자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의 감정이 절실하지 않다. 사실 그런 감정이 별로 없고, 그게 왜 어떤 사람들에겐 이렇게나 절실한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 감정, '나를 혼자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감정이 상대의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게 만들것이다. 그런 감정이 결국은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삶을 유지하게 해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보다는, 이렇게 냄새를 풍기다니 나는 혼자인 편을 택하겠어! 쪽인 것이다. 인생이여..



나는 백화점에 들어섰을 때 백화점 특유의 1층 향수 냄새 화장품 냄새를 좋아한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방문할 때면 그 냄새를 한껏 들이키며 '나는 세속적이야, 백화점 1층 냄새 너무 좋아!' 한다. 백화점 쇼핑하다가 나눠주는 캔들이나 향수 시향지는 받아서 향을 맡곤한다. 좋으면 그 매장에 찾아가 이거 뭐에요? 묻고 사들고 들어올 때도 여러번이다. 일전에 추운 겨울 나에게 자켓을 벗어주었던 남자에게 그 자켓을 돌려주었을 때, 그가 집에 가는 길에 '내 자켓에서 니 향수냄새가 난다'고 말했던 순간 같은 것을 나는 좋아한다. 이런 나는 그래서 어떤 인간 본연의 체취가 싫다. 향수를 뿌리지 않거나 화장품을 잘 바르지 않는 사람에게서는 간혹 은은한 그 사람 고유의 체취가 난다. 싫어서 도망갈 정도는 아니지만 '아 체취난다..' 속으로 생각한다. 아무리 술에 떡이 되어 들어가도 샤워를 하고 자는 이유는 하루만 안씻어도 몸의 구석구석에서 지독한 냄새들이 풍기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냄새역시 나에게는 상상 가능한 지점이기 때문에 그래서 씻지 않는다는 행위에 대해 이미 지독한 냄새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영화에서 갑자기 부츠 벗고 섹스하는 씬이 나온다거나, 하루종일 일하고 그대로 만났는데 상대의 다리 위에 앉아버린다든가 하는 씬이 나오면 증맬루 너무나 괴롭다. 아직 씻지 않았는데 겨드랑이와 똥꼬에서 얼마나 냄새가 날까 ㅠㅠ 이런 것 때문에 나는 너무나 괴롭다. 그런데,


지독한 외로움, 지독한 혼자 되기 싫음, 어쩌면 지독한 사랑, 어쩌면 지독한 받아들임은, 씻지 않은 채로 한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는 남자와 같이 밥을 먹고 한 침대에서 잠들게 한다. 어쩌면 책 속 아내에게 냄새는 그렇게까지 예민한 지점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남자랑 함께 사는 방법을 찾아보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책 속 아내에게는 인류애가 더 크게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그만 돌아서버리는 건,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틀린 사람 취급하는 건 인간에게 권장되는 건 아니니까.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사는 세상에서 나와 다른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이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나는 그렇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을 지지하지만, 그러면서 이게 뭐야, 아니 목욕하지 않는 사람은 못받아들여 하는 이 나는 뭐란 말인가... 바람직한 인간, 피씨한 사람은 나같은 사람은 아닐 것이다. 아, 그렇지만 


안돼, 나는 안되겠다 정말 안되겠어.

갑자기 변해버린 게 목욕이라면, 아, 나는 안되겠어. 어떻게든 함께할 방법을 찾느니 나는 혼자를 선택하겠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책은 냄새 얘기에 집중하지 않는다. 냄새에 집중한 건 이 책을 읽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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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7-05 1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잉? 엄청 빨리 읽었네요?!
저 남편 그래서 대체 왜 안 씻게 된 건지 나오기는 나오나요? 전 이 책 소개 보면서 아내는 참는다고 쳐도, 회사 사람들은 뭔 죄냐... 싶더라고요. -_-;;

찌찌뽕! 저도 햇반 특유의 냄새 안 좋아해요! 그리고 감자탕... 일회용품... 그래 그래 하다가 ˝이준석 지지자˝에서 빵터졌습니다. 이준석 지지자는 절대 못 만날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다락방 님 요즘도 전철에서 마스크 쓰는군요? 마스크 써도 냄새는 다 들어오잖아요... 전 (사랑하는 사람 제외하고) 사람 체취도 그닥이지만 향수 냄새 진한 것도 별로 안 좋아해서 향수 진하게 뿌린 사람이 근처에 있으면 자리 옮기기도 해요..;특히 약간 너무 과하게 달콤한 향 맡으면..... 꾸엑..... 하지만 다락방 님 만날 땐 향수를 좀 뿌리고 가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7-05 10:51   좋아요 4 | URL
남편은 수돗물에서 냄새가 나서 씻기 싫다고 해요. 그 냄새를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사람인 것입니다.
당연히 회사 사람들에게도 민폐라 회사 상사가 남편의 엄마에게 -.- 전화를 하기도 합니다.

요즘도 마스크를 계속 쓰지는 않고요, 가지고 다니다가 윽, 냄새가... 싶으면 마스크를 씁니다. 마스크를 쓰면 그래도 좀 나아지거든요. 휴.. 특히 요즘은 남자들 땀내가 ㅠㅠ 참 신기하지요? 모두에게 여름이고 모두에게 땀나는데 왜 유독 남자들에게선 지독한 냄새가 날까요 ㅠㅠ

잠자냥 님 향수 안뿌리고 오셔도 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거 아세요? 사람이 다른 사람 좋아하는 것은 냄새 영향도 있대요. 내가 맡는다고 인지하지 못함에도 서로의 체취가 맞기 때문에 서로를 받아들이는 거래요. 저는 잠자냥 님이 향수 안뿌려도 매우 좋을 것 같습니다!!

다락방 2024-07-05 10:53   좋아요 2 | URL
아 이 책 되게 얇아서 후딱 읽어요 ㅎㅎ

잠자냥 2024-07-05 10:53   좋아요 4 | URL
아니 이놈아! 수돗물 냄새가 니놈 냄새보다 낫겠다!!!! 소리 지르고 싶어집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어머나 마지막 단락 심쿵..........

건수하 2024-07-05 11:58   좋아요 3 | URL
저는 진한 향수 냄새도 힘든데… 코가 아프더라고요. 그런데 아침마다 향수 뿌리는 사람이 있어서 아침엔 그 근처에 안갑니다.. 그 사람은 1층 말고 백화점 2층 (보통 명품관) 냄새를 좋아하더라고요.

아내가 만성 비염 환자면 읽는 사람이 좀 돌 괴로웠을까요?;;; 작가가 이 소설로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가 잘 상상이 안 되네요…

다락방 2024-07-05 12:32   좋아요 3 | URL
제가 냄새에 좀 집착하는 사람이라 냄새에 대해 쓰긴 했지만 책에서 작가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여줌으로써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생각도 있었다고 보여지고요 도시와 시골 생활의 차이도 보여주면서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사는 건 도시의 삶이어서가 아닌가 라는 것도 계속 얘기해줍니다. 실제로 목욕하지 않고 살아가는 남편이 도시에서는 지독한 냄새를 풍겼지만 시골로 옮기고 매일 강에 들어가면서 그 냄새가 약해지긴 하거든요. 이 책이 좋은 책이라서 추천을 하겠느냐 라고 하면 딱히 그럴것 같진 않은데요, 읽는 사람에 따라 저보다 더 많은 걸 가져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합니다.

건수하 2024-07-05 13:38   좋아요 2 | URL
음음 그런 얘길 할 수 있겠군요. 소재가 좀 자극적이기도 하고 또 어쩌면 환경에 대해 자각하는 사람이 많은 요즘 어필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저는 안 읽겠지만…

독서괭 2024-07-05 13:52   좋아요 3 | URL
저도 언젠가 다락방님 만날 날이 오면 향수 뿌리고 가야겠다고 생각 ㅋㅋㅋ

건수하 2024-07-05 14:03   좋아요 3 | URL
전 제 코가 괴로워서 향수 뿌리는 거 안 좋아하는데 다락방님 만나러 가려면… 감수해야겠군요… 후… (만나준다고 하신 적도 없는데 미리 걱정)

다락방 2024-07-05 14:30   좋아요 5 | URL
여러분 향수 안 뿌려도 돼요 제가 만난 여자들중 향수 뿌린 여자들보다 안뿌린 여자들이 훨씬 많았는데요(뿌린 여자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전혀 싫지 않았습니다. 일단 남자분들이 아니라면 향수 안뿌리셔도 정말 괜찮습니다. 걱정하지들 마셔요!!!

(특히 남자가 향수 뿌리는 걸 좋아함)

잠자냥 2024-07-05 15:11   좋아요 4 | URL
다사모 모임에 참석 건수하 ˝방 안 가득 채운 온갖 향수 냄새... 차마 못 들어가고 발길 돌려˝ 고통 호소

단발머리 2024-07-05 1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생리할 때 몸에서 나는 냄새가 싫어서.... 고등학교 때 돈도 없는데 좋은 향수 아닌 독한 향수 사가지고 그 기간에만 뿌리고 그랬죠ㅋㅋㅋㅋ 독한 냄새로 이 냄새를 덮으리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백화점 1층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이고요. 향수 세일하면 꼭 들여다 봅니다. 저번에 구입할 때는 직원이 30% 세일이라 면세점 보다 싸다고 했는데 진짜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은 패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7-05 12:39   좋아요 4 | URL
저는 생리할 때 냄새가 너무 싫어서 그 때만 향수 쓴다는 여자사람들을 그전에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아마 많은 여성들이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학생 때는 생리할 때 유독 냄새가 난다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아요. 아니면 그게 저한테 크게 거슬리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네요. 성인이 되고부터는 무조건 매일 향수를 뿌리는 사람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생리중에도 향수 뿌리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제가 향수 뿌리는 거에 비해서 제 몸에서 딱히 향수 냄새가 나는 것 같진 않더라고요? 진한 향수를 뿌려야(샤넬 라인) 그나마 좀 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저는 샤넬 넘버파이브를 참 좋아하는데요, 제 친구중 하나는 향수는 다 좋은데 샤넬 넘버파이브는 싫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진해서. 전 진한 향수 좋아하는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님도 백화점 1층 냄새를 좋아하시는군요? ㅋㅋㅋ 전 항상 이런 제가 너무 자본주의에 찌들은 게 아닌가 가끔 반성하긴 하는데, 그래도 백화점 1층 냄새를 좋아합니다. 흑흑 ㅠㅠ 단발머리 님도 좋아하신다니 너무 좋아요!!


아, 그리고 완전히 다른 얘긴데요,
일전에 제가 정희진 선생님이 ‘오바마와 애국의 계보학 저자가 사귀엇었다‘는 얘기를 하면서 이 얘기를 어디 가면 내가 읽을 수 있나 궁금하다 한 적 있잖아요. 혹시 기억하실까요? 그거 미국에서 전기작가가 쓴 오바마 전기에 나온대요! 그런데 아직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은 것 같고요. 전 그거 번역되면 읽어보고 싶어요. 으흐흐흐흐

단발머리 2024-07-05 12:45   좋아요 2 | URL
샤넬 넘버 5는.... 저는 좀 진하더라구요. 그러나 구입은 1번 해보았죠. 그 날이었죠.
내가 샤넬을 뿌리고 간 날, 다락방님이 내게 향수가 뭐냐고 물어보았고, 나는 샤넬 넘버 5라고 답했죠.
삼겹살집의 막강 고기 냄새를 뛰어넘는 샤넬 넘버 파이브ㅋㅋㅋㅋㅋㅋㅋㅋ


락방님, ‘오바마 전기‘라고 검색하니, 2017년에 그런 책이 나왔네요. 기사 보세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려는 정치적 야망에 청혼까지 했던 백인 연인과 헤어지고 미셸 여사와 결혼했다는 내용을 담은 책이 나왔다.

2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마틴 루서 킹 목사 전기로 퓰리처상을 받은 역사학자 데이비드 개로가 쓴 오바마 전기 ‘떠오르는 별‘(Rising Star)을 소개했다.

개로는 대통령을 목표로 오바마가 수십 년간 어떤 계산을 하며 살았는지 파헤쳤다. 그는 이 책에서 오바마가 미셸을 만나기 전 사랑했던 한 백인 여성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WP가 소개한 책 내용을 보면 오바마의 옛 여자친구는 네덜란드계와 일본계 후손으로 한반도 전문가인 실라 미요시 야거 미국 오벌린대 교수다.

기사 링크요~~ https://www.wikitree.co.kr/articles/300581

단발머리 2024-07-05 12:47   좋아요 2 | URL
아직도......... 번역 안 되었네요.

다락방 2024-07-05 14:25   좋아요 2 | URL
아 단발머리 님, 제가 그 이야기가 하도 궁금해서 오바마랑 실라 미요시 야거 이름 넣고 검색했었거든요. 그랬더니 링크 주신 그 기사가 나오더라고요. 덕분에 알게 됐어요. 아 오바마 전기에 나온 내용이구나. 그래서 데이비드 개로가 썼다는 오바마 전기를 또 검색했더니 아직 번역이 안됐더라고요. 저는 왜 이런 이야기가 이렇게 궁금할까요? 하하하하하. 얼른 사놓은 애국의 계보학이나 읽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맞아요, 샤넬넘버파이브는 단발머리 님의 향수입니다. 제가 그날 삼겹살 집에서 여쭤봤었죠. 아, 이거 뭐더라, 뭐더라, 이거 내가 아는건데, 하다가 물었는데 그게 똭!! 제가 그 뒤로 샤넬넘버파이브를 또 샀습니다. 샤넬은 넘버파이브도 좋아하고 샹스도 좋아해요. 저는 그렇게 진한 향기도 좋습니다. 으하하하하.

독서괭 2024-07-05 13: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마지막 줄이 반전인데요? 냄새 얘기가 아니었어요? ㅋㅋㅋ 다락방님이 어쩌다 이 소설을 읽게 되신 걸까 궁금했는데 .리뷰는 온통 냄새 얘기 ㅋㅋㅋ
어쩐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생각나는데.. 딱히 큰 계기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육식을 극단적으로 거부하는 설정이요. 흠..
아무튼 이 책은 읽고 싶지 않군요 ㅋㅋ

잠자냥 2024-07-05 14:03   좋아요 3 | URL
다사모 달자 님이 읽어보시라고 해서...

다락방 2024-07-05 14:29   좋아요 2 | URL
냄새는 자기만 괜찮다면 사실 타인을 위해 신경써야 되는 부분이잖아요. 그렇다면 목욕을 안하고 다른 사람들도 잘 만나지 않고 혼자서 살아간다면.. 그건 딱히 나쁘다고 볼 수 없지 않나 싶고요. 되게 이상하고 치료해야 할 것 같고-책 속에서도 병원은 가봤냐고 시어머니가 묻습니다- 그렇지만, 그런데 그게 그렇게 나쁜건가? 그런 식으로 묻고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채식주의자에서는 그 뭐더라, 무슨 충격적인 장면을 보지 않았었나요? 키우는 닭들 앞에서 닭을 잡아 먹는 장면이었던가, 개를 잡아 먹는 장면이었던가, 뭔가 하여간 되게 잔인한 장면을 보고 그랫던 것 같은데요. 아.. 이건 채식주의자 가 아니라 한강의 다른 소설이었던 것 같네요.

제가 이 책을 읽은 건 달자 님의 이 글 때문이었습니다.

https://blog.aladin.co.kr/pourkkahier/15663356

독서괭 2024-07-05 15:23   좋아요 2 | URL
달자님 추천이었군요!

다락방님, 채식주의자에 그거 나오는 거 맞아요. 마을 사람들이 개를 때려잡아서 먹는 장면이었을 거예요. 근데 어릴 때 본 그 장면 때문에 갑자기 채식주의를 시작하게 된 건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거든요. 특별히 꼬집을 이유가 없어서 더 묘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납니당.
혼자서 살아간다면야 안 씻어도.. 되겠지만.. 혼자 안 사는데.. 부인 있는데?? ㅠㅠ 아무튼 서울은 안 됩니다. 지하철, 버스, 어쩔 거예요. 아오..

다락방 2024-07-07 13:26   좋아요 2 | URL
특히나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의 냄새는...저는 그런 사람과 같은 칸에 있다면 다른 칸으로 옮기거나 내릴겁니다. ㅠ 저 사람이 상처받겠지, 하면서 그걸 참아낼 사람이 저는 아닙니다. ㅠㅠ

자목련 2024-07-05 17: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리뷰와 댓글과 별개로, 다락방 님 <우리가 본 것>도 분량 적은데..
근데 같이 밥 먹고 한 침대에서 계속 잔다고요? 대단한 아내...

다락방 2024-07-07 13:26   좋아요 1 | URL
네네, 우리가 본 것도 곧 읽을 예정입니다. 어휴 읽을 책 왜이렇게 많지요? 좋으면서 싫고 싫으면서 좋으네요. ㅎㅎ

망고 2024-07-05 1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남편은 혼자 자연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락방 2024-07-07 13:24   좋아요 2 | URL
망고 님, 남편은 혼자 지낼 생각도 있지만 아내가 그와 함께 있길 원합니다. 남편은 아내가 직장을 포기하고 시골로 내려오는걸 원한게 아니었는데, 아내는 그렇게 합니다. 이것을 찐사랑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아내가 혼자 있는 걸 견디지 못하는 사람인 것 같았어요. 저 남편은 혼자 지내는 쪽이 낫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그런 남자를 아내는 선택했습니다. 혼자이기보다는 냄새나는 남자랑 같이 하는 쪽을...

달자 2024-07-05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떨결에 다락방님께 지독한ㅋㅋㅋㅋㅋㅋ독서를 안겨드린 점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7-07 13:25   좋아요 2 | URL
오 아닙니다! 책은 번갈아 시골에서의 유년 생활 보여주며 더 많은 걸 말하려고 했다고 보여져요. 제가 냄새에 꽂혀버린 거지요. 달자 님은 이 책 어떻게 읽으셨어요? 달자 님의 감상도 들려주세요!!

달자 2024-07-07 17:01   좋아요 1 | URL
제 감상은 요기에 ! https://blog.aladin.co.kr/pourkkahier/15670994
 


요즘은 딱히 보고 싶은 영화도 없고 볼 시간도 없고 해서 OTT 구독 해지를 좀 했다. 아마존도 해지, 쿠팡도 해지.. 다른 것들도 보고 싶은 거 있으면 구독했다가 나중에 해지했다가 하는데 넷플릭스는 일단 그대로 두고 있다. 그리고 어제 퇴근길, 오랜만에 뭐 볼 거 없나, 하고 들어갔다가 영화 <가족이라서 문제입니다 A Family Affair>를 알게 됐다. 번역된 제목이 '가족이라서 문제입니다' 라서 전혀 흥미가 가는 제목이 아닌데, 출연배우에 니콜 키드먼과 캐시 베이츠, 잭 에프론, 조이 킹 이 있는거다. 잭 에프론과 조이 킹도 들어본 이름이고 니콜 키드먼과 캐시 베이츠라니. 이거 뭐 이렇게 화려해? 그래서 아무 정보 없이 그냥 재생했다.


24세여성 '자라(조이 킹)'는 까칠하고 제멋대로인 유명 남자배우 34세 '크리스(존 에프론)'의 매니저 겸 비서로 일하고 있다. 그가 여자랑 헤어질 때마다 이별 선물을 사는 것도 자라의 몫이고 너무 유명해서 마트도 갈 수 없는 배우를 대신해 과자를 사다주는 것도 자라 몫이다. 2년전 일자리를 구할 때 크리스는 그녀에게 피디로 진급을 시켜줄거란 얘길 했었는데 그것에 대해서도 요즘 까먹고 있는 것 같다. 고집불통에 멍청이같은 이 배우가 너무 싫어서 이 일을 때려친다고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나왔는데, 너 필요없어 해고야! 햇던 크리스도 막상 자라가 없으니 너무 불편하고 그래서 그녀에게 보조피디 시켜줄테니 다시 일해라, 말하기 위해 자라의 집을 찾아간다. 음 근데 배우의 비서겸 매니저가 피디로 진급하는게 어떻게 가능한건지 잘 모르겠다. 뭐 그렇다니까 그냥 그런줄 아는거다. 어쨌든 그래서 예정에 없이 이 유명한 배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얼굴 잘생기고 몸 좋은(이 영화의 설정에서 그렇다) 이 크리스가 자라의 집에 방문을 하는데, 그 집에 자기가 만나러 간 자라는 없고, 자라의 엄마인 50세 여성 '브룩(니콜 키드먼)'이 있는거죠. 왜 내 부하 직원의 엄마가 니콜 키드먼 인가요??


자라는 외출중이고 오려면 몇 시간 있어야 하고 그러자 크리스는 여기서 기다려도 될까요, 묻고 그래 그럼 그럽시다, 하면서 크리스와 브룩은 대낮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데...(네?) 서로 말이 잘 통한다는 걸 확인하게 되는겁니다. 네... 대화는 주로 잘생기고 예쁜 여자들 사이에 잘 통하는 법이죠. 흠흠. 그래서 술도 마시고 취했겠다 대화도 재미있겠다 서로 가까이 앉았겠다..아니 그런데 처음 본 사인데 왜이렇게 가까이 앉는거야? 모를일... 아무튼 그래가지고 서로 만난 첫 날 대화 즐거워 서로 상대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분위기 무르익어.... 키스를 하게 되고(얼라리여~~~)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침대로 갑니다. 네... 이 과격한 여성은 남성의 위로 가서는 남성의 티셔츠를 찢어버려요. (참고로 섹스 하면서 옷 찢는거 싫어합니다. 환경파괴..) 그런데 마침 그 때 집에 돌아온 자라는 '엄마! 엄마!' 하고 몇 번이나 부르면서 집 안을 돌아다니다가, 그 말 못듣고 섹스에 열중하고 있는 자기 엄마와 상사의 섹스..를 목격하게 되는데...



자라는 분노하고 충격에 빠진다. 

가뜩이나 제멋대로 상사가 마음에 안들었거든. 게다가 여자들하고 어떻게 만나고 헤어졌는지도 다 아는데 엄마한테 상처줄 수도 있잖아? 엄마 도대체 그 남자랑 몇 살차이야, 스무살 차이는 나지 않아? 했더니 엄마는 열여섯살 차이나, 라고 한다.


이 영화의 설정이 그전에 보았던 '앤 해서웨이' 주연의 <너라는 개념>과 상당히 닮아있다. 뭐야, 이거 트렌드야? 두 영화에서 모두 딸 하나와 함께 사는 싱글맘인 여성이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슈퍼스타 남자랑 사랑에 빠지거든. 둘중에 어떤 영화가 먼저 나온건지, 다른 하나가 이전 것의 영향을 받은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50세의 니콜 키드먼은 16살 차이나는 딸의 상사와 사랑에 빠지고 그 남자는 슈퍼스타 였다. 모든 여자들이 이 남자를 흠모하는데, 그 약발이 안먹히는 여자가 극중 브룩이었다. 그녀는 이 세계적인 스타의 영화도 본 게 없거든. 그녀는 그가 출연하는 슈퍼히어로 영화에는 관심이 없고 이미 책을 출판한 적이 있고 퓰리처 상을 받은 적 잇는 작가였던 거다. 크리스는 자신을 잘 모르는 이 여성, 그런데 너무나 지적인 이 여성에게 속절없이 끌려가고 이번의 이 감정은 그간 다른 여성들을 만났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자라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하다. 그 둘이 헤어지길 바라서 그 남자에 대해 엄마에게 폭로하기도 하면서 이 관계에 끝을 가져오려고 하는데, 영화에서 갈등은 필수적인 법. 브룩과 크리스는 이별을 받아들이려고 하고 뒤늦게 자라는 반성하며...


참 인상적이었던 건 이별 후에 브룩에게 대학에서 교수직 제안이 들어왔고 브룩은 그걸 받아들였으며 그래서 그 일을 하기 위해 이사를 가야 한다는 거였다. 역시 여자는 똑똑하고 봐야 하는구나. 나이 오십에도 새로운 일자리를 제안 받는다니, 너무 좋지 않나. 이별을 하고 아픈 가슴 추스르기 위해 선택하는 게 교수직 받아들이는 거라니, 졸라 근사하잖아. 물론 이런 일은 아무에게나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교수직을 제안받는 50세 있을 수 있고, 매일 필라테스를 하는 것 같은 몸매를 가진 (영화속에 등장하는 대사다) 50세 당연히 있을 수 있고, 슈퍼스타랑 사랑에 빠지는 50세 있을 수 있고, 16세 연하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50세 있을 수 있는데, 이 모든게 한 사람에게 집중된다는 건 좀 .. 영화잖아? 당장 나만해도 일을 그만두고 50세에 새로 일을 찾게 된다면, 그것이 교수직은 아닐 것이다. 오 신이시여. 교수직이 나에게 들어오지 않을 뿐더러 들어올만한 어떤 전문적인 지식도 내게 전무하다. 나는 어느 순간 퇴사를 할것이고 나를 먹여살릴 건 나이니까 일자리를 다시 구하긴 할 것인데, 내가 생각하는 몇 개의 일자리 중에 교수는 없다. 그건 내가 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아니까. 나는 아마 경력단절의 상태로 최저시급을 받으면서 일하는 걸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될 것이다. 좋다. 내가 최저시급 받으면서 일하다가 어떻게 해서 연하의 남자랑 사랑에 빠졌다고 치자. 그런데 그 남자는 그렇다면 어떤 남자일까? 그가 영화에서 브룩에게 그랬던 것처럼 인적 없는 바닷가의 외딴 별장으로 나를 데려갈 수 있는 사람일까? 글쎄다. 아... 나는 왜 진작 공부해두지 않았을까. 아니, 너무 뽀대 작렬이잖아. 남자랑 뜨겁게 사랑하다 헤어졌는데 '너 교수 좀 맡아주지 않을래?' 라는 제안이 들어오다니. 진짜.. 뽀대 미쳤다. 그런데 내가 앞으로의 그런 생활을 위해 지금 교수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한다면.... 정말 미친듯이 열심히 공부해서 학위를 따고 유학 다녀오고 그러면... 아마 그걸 무사히 마친다고 하면..... 교수직 제안이... 70세에 들어오게 될까? 그런데 지금 안하면 70에도 교수직 안들어오잖아? (그래서 하겠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아무튼 교수 멋지다는 얘기다.

나는 오십세의 여성이 34세의 슈퍼스타 잘생긴 남자 만나 뜨겁게 사랑하는 것보다,

이별 후에 교수직 들어오는 게 너무 근사했다. 개꿀이야... 너무 좋네. 아니 그건 그녀의 실력이고 능력이지. ㅋ ㅑ ~


그건 여러모로 뽀대나는 일일 것 같다.

이를테면 우연히 길에서 헤어진 남자 만났는데 이런 일 벌어지지 않겠나.


"어...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응.. 프린스턴 대학에서 아이들 가르치고 있어."


혹은,


"오랜만이네. 대학에서 아이들 가르친다는 말 들었어."

"응. 맞아."



뽀대나지 않나여... 


뭐 그정도의 뽀대는 나지 않겠지만 나름 걍 열심히 살아야겠다. 음 그리고 영화 보면서 계속 생각한건데 니콜 키드먼은 진짜 작가가 안어울린다. ㅋㅋ 어쩐지 안어울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라는 직업에 잘어울리는 건 에세이의 신 이유경 작가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영화속에서 니콜 키드먼 앞머리 너무 거슬린다. 내가 귀에 꽂아주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 도대체 머리 왜 그렇게 한거야. 더듬이같아. 으으..


조이 킹은 너무 예뻤다. 특히 엄마와 남자친구의 섹스를 목격했을 때와 자신의 상사가 엄마와의 밤 시간 언급할 때 빡쳐서 듣기 싫어하는 연기 진짜 너무 잘했다. 으하하하하. 



영화속에서 브룩은 11년전에 남편과 사별했다. 그 후에 연애는 지금 이 남자, 크리스와 처음. 자신에게 이런 연애 감정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게 반갑고 좋다. 너무 그에게 푹 빠질까봐 걱정도 된다. 그를 만나서 저녁만 먹고 들어오려고 했지만 그게 또 그게 안돼, 만나기만 하면 자꾸 신체접촉을 하게 된다. 여기가 어디든 우리 둘만 있는 것 같고 너에게 속절없이 끌려가는 나, 왜 너만 보면 내 몸은 너에게 들러붙는걸까, 왜 우리는 만날 때마다 육체적 접촉을 하지 않는 때가 없는가..... 참... 좋을 때다. 그래, 그런 때가 있는거다, 인생에, 어느 한 순간에는 말이다. 그 때네, 지금. 그래, 행복하시라.



나는 뽀또를 한봉지 까먹었다. 그전에는 약과도 먹었다(feat.알라딘). 점심은 뭘 먹을지 생각해야겠다. 대식가 되는 거 , 그거 일도 아니지.

아무튼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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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07-04 11: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등장한 에세이의 신 이유경 작가🤣🤣🤣🤣🤣 작가님 다음 책 좀 쓰시라니까요 그럼 어떤 제안이 들어올지 누가 아나요!?!

다락방 2024-07-05 10:36   좋아요 1 | URL
제안이 들어오면 언제나 늘 준비되어 있어야 하기 땜시롱 이렇게 자주 페이퍼를 쓰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될 필요는 없긴하죠, 이미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제안만 들어오며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이 잊지 않도록 가끔 에세이의 신 언급해주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7-04 12: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뽀대나는 에세이의 신 이유경🤣🤣🤣

다락방 2024-07-05 10:36   좋아요 1 | URL
어떻게, 뽀대 좀 나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니 2024-07-04 15: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어는...미쿡 영화 볼 때마다 제일 희한하다고 생각하는 게, 어찌하여 대부분의 50세 또는 그 이상의 여성도 성욕이 왕성할까...입니다...
16세 이하의 정력과 겨뤄도 충분한 그런 성욕...50세에서 가능한지 항상 그게 궁금....

blanca 2024-07-04 16:00   좋아요 1 | URL
ㅋㅋㅋ 핵심을 찌르셨네요...

다락방 2024-07-05 10:37   좋아요 0 | URL
왜 그런 말도 있었잖아요. 한국에서 여성들에게는 노섹스 운동이 가능한데 미국에서는 노섹스 운동은 불가하다고. 여자들도 섹스를 너무 좋아해서... 저는 이제 머릿속으로만 섹스해도 피곤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7-04 15: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세이의 신 이유경 작가....🤣🤣🤣


그나저나. 니콜 키드먼은 그렇다 치고 저 남자가 34세의 잘 나가는 배우라고요? 40대 아저씨 같은데!

다락방 2024-07-05 10:38   좋아요 1 | URL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지점은 다르긴 하지만, 저도 저 남자배우에게 전! 혀!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24-07-04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초반 오 분 보고 볼까 말까 중인데 봐야 하나요? 저는 저 남자 주인공 적어도 사십대 중반이라고 생각했는데 삼십대 설정이라니! 이런 내용이었군요. 끝까지 한번 봐야겠네요.

다락방 2024-07-05 10:43   좋아요 0 | URL
지금쯤이면 다 보셨을까요? 전 재미있게 봤어요. 라스트씬이 좀 허무맹랑하긴 했지만 ㅋㅋ
그런데 ‘자라‘의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가족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그런 점이 좋았습니다. 후훗.

moonnight 2024-07-04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0세 엄마가 니콜 키드먼.. 거기까지만 했어도 34세 배우가 좋아하는 거 이해되었을텐데(외모지상주의 죄송-_-;) 퓰리처상 작가에 교수님. 핫핫핫;;;

다락방 2024-07-05 10:4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엄마가 니콜 키드먼 이라니. 맙소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딸도 극중에서 그런 엄마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부분이 나오거든요. 이해합니다. 하아-

단발머리 2024-07-04 2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게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를 염두에 둔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도 최근에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최근 아니죠? ㅋㅋㅋㅋ ) 연상연하 커플(이 경우 여성이 연상입니다.)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많이 나오는 거 같아요. 40대 여성을 타켓으로 한 거라고 전 생각합니다. 근데, 40, 50대에도 여전히 매력적이고 건강하기가 어디 쉽습니까. 게다가 예쁘기는...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가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우린 예전의 (죄송합니다, 예전 분들) 4,50대보다는 덜 ‘늙었다‘고, ‘늙어 보인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게 가능할 것도 같지만....

역시나 저도 50대의 교수 제안이 제일 멋지네요. 대학-대학원-외국 박사학위에 모교로 돌아오는 이 과정이 하나라도 어긋나면 교수 되기 어렵잖아요. 점점 교수들이 젊어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더라구요. 하지만 그보다 더....

에세이의 신 이유경 작가는 니콜 키드먼보다 훨씬 더 작가다운 작가 아니겠습니까. 거기에 힘을 보태보기로 해요!!

다락방 2024-07-05 10:46   좋아요 1 | URL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의 중년 여성들은 충분히 자기 인생을 설계할 수도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영화의 흐름이 있는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저는 이 흐름이 싫진 않습니다. 다만, 상대가 어째서 슈퍼스타이냐... 는 좀 갸웃하긴 합니다. 일반인 남자로 해줘도 될텐데요. 슈퍼스타로 해버리는 바람에 너무 현실에서 동떨어져 버린달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어릴때부터 교수란 직업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게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일인 걸 알았다면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해볼걸.... 이라고 하지만 그 때로 돌려놔도 안할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교수란 직업을 그냥 멋있어하는 게 제 역할인가 봅니다. 그보다는 말씀대로 더 나은 작가가 되는 쪽으로 방향을 잘 잡아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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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리언 매캘리스터 지음, 이경 옮김 / 시옷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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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혹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 우리는 얼마만큼 알 수 있을까. 시간을 거슬러 거슬러 또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거기엔 내가 모르는 당신이 있고 그러나 운명은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만들었다. 내가 아는 당신이 아니었어도 우리가 기어코 만나는. 다소 억지스럽긴 했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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