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껴안았는데, 왜? - 2021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도서관 어린이인권도서 목록 추천, 2021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 바람그림책 40
이현혜 지음, 이효실 그림 / 천개의바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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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서적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성적 대상화'란 말이 쉽게 와닿질 않았다. 일상적으로 늘 겪고 있는, 경험하고 듣고 보는 일이면서도 그 용어 자체는 어려웠다. 그래서 조금 더 쉽게 쓰여진, 더 잘 읽히는 페미니즘 서적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 성적 대상화, 가시화 등의 용어들을 처음 접했을 때, 책을 읽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아 페미니즘은 어려운 거구나' 라고 자칫 관심을 닫아 버릴까봐 조금 더 쉽게 쓰여진 책을 원했던 거다. 훅- 다가설 수 있도록. 나처럼 생각했던 사람이 많았는지 이제는 쉽게 쓰여진 페미니즘 책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그전에, 그러니까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 페미니즘이란 용어 자체의 설명도 어려울 때, 그때는 어떤 책이 좋을까? 



어릴 적에 누구나 초등학교를 다니면서(나는 국민학교를 다녔다) 남자아이들의 짓궂은 장난을 견뎌야했던 적이 많을 거다. 수시로 치마를 들추고 머리를 잡아당기고 끌어안고 뽀뽀하고 브래지어 끈을 잡아당기고... 내 경우엔 지금 언급한 모든 일들을 수차례 당했는데, 사실 나는 가만있는 성향의 사람이기 보다는 해결해보고자 하는 타입이었다. 선생님께 일러바친 적도 있었는데(선생님, 쟤가 저 껴안아요!), 그때 선생님은 내게 '너 좋아해서 그러는건데 그런걸로 이르지마라' 고 했더랬다. 여자 선생님인데도 그랬다. 그래서 그 뒤로는 선생님이 안계신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가 숨었던 적도 있더랬다. 종치면 나가야지, 하고. 머리를 잡아당기거나 치마를 들출 때도 마찬가지. 선생님한테 일러봤자 해결되는 건 없었다. 오히려 소문만 무성해진다. 쟤가 쟤를 좋아한대요~ 하고. 다른 반 남자아이가 쉬는 시간에 찾아와 공개적으로 날 좋아한다고 말하고 가기도 했다. 그 때 내가 얼마나 얼굴이 시뻘개졌는지는 어휴- 말해 다 무엇해. 한 번은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칠판에 판서를 하는 틈을 타 내 앞자리 남자아이가 내 다리를 만지면서 니 속을 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수업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러지마 개새끼야!



하고 소리를 질렀더랬다. 휴- 이런 일화야 셀 수 없이 많다. 



나는 선생님에게 일러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냈는데, 그게 폭력이었다. 크- 나는 나를 괴롭히는 남자아이들을 때렸다. 나를 안을라 치면 주먹으로 때리고 또 안으려고 다가오면 필통을 들고 때렸다. 그냥 막 때렸다. 내 옆에 오지 못하게 저리가! 이러면서 맨 손을 때로는 무기를 휘둘렀다. 체육 시간에 한 번은 몸이 아파 교실에 혼자 남아 있었는데, 혼자서 칠판에 낙서를 하고 있었는데 같은 반 남자아이가 뭔가를 가지러 교실에 들어왔다가 내게 다가왔다. 아무도 없을 때 안아보자며 내게 다가오길래, 나는 거침없이 녀석의 뺨을 때렸다. 꺼져, 라고 하면서. 언제였더라, 수학여행 때는 내가 자고 있는 여학생들 방에 다른 반 남자아이들이 떼로 몰려왔다. 밤이었고 우리는 불을 켰는데, 찾아온 남자아이들 중에 대장은 일전에 우리 반에 와서 나를 좋아한다고 말한 놈이었다. 여자아이들이 꺅 소리를 지르며 애들에게 나가라고 하는데도 애들은 히죽거리면서 방안으로 들어왔고, 나는 자다 깨서는 그 애들을 향해 말했다.



야, 죽고 싶지 않으면 나가라.



그러자 남자 아이들은 '나가자' 이러면서 다같이 나갔다. 나는 하도 폭력을 휘둘러서, 당시에 깡패로 소문이 나있었다. 깡패로 소문나기 전까지의 나는, 전교부회장 선거에 후보로 나갔었고(떨어졌지만), 신문과 티비에 나온 적도 있었으며, 공부잘하고 예쁘기로(응?) 소문이 났었더랬다. 그런데 깡패...로 바뀌어 있었다. 그나마 6학년이 되어서는 남자아이들 때리는 걸 멈출 수 있었는데, 그때는 남자아이들이 안는다는 식으로 내게 접근하지 않았었다. 


내게 다가오는 남자아이들을 때리면서 나는 진짜 피곤했다. 어린 나이에 피곤했어 ㅠㅠ 아이들과 맞서 싸우면서 피곤한 게 아니라, 그냥 그 상황 자체가 피곤했던 것 같다. 나는 싸워서 피곤했지만, 나처럼 남자아이들을 때리지 못하는 아이들은 또 그 아이대로 피곤했을 것 같다. 싫은데 어쩔 수가 없으니까. 이게 좋아해서, 예뻐서라고 하니까 다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 자신만의 소극적 저항을 하면서 얼마나 피곤했을까.




일전에 조카가 아래 위로 까만 색을 입었는데 너무 잘 어울려서 예쁘다, 귀엽다 했더니 조카는 그렇게 입기 싫다고 했다. 아빠가 자꾸 놀린다는 거였다. 나는 조카의 그 말을 듣고 '아빠가 타미 귀여워서 그러는거야' 라고 했는데, 그때 조카가 그랬다.


이모, 귀여우면 귀엽다고 해야지 놀리면 어떡해!



아!! 내가 지금 이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거지? 무심결에 내가 어른들로부터 그토록 듣기 싫어했던 말을 해버렸어! 문제 해결엔 아무것도 도움이 안되는 말을 내가 했어! 그 때 진짜 내가 무서웠다. 나는 얼른 아이에게 사과했다. 아 미안해 타미야. 타미 말이 맞아. 귀여우면 귀엽다고 해야지 놀리면 안되는거야, 타미 아빠가 잘못한거네, 라고. 이 일이 내게 오래 남았다.





'좋아해서' 여자아이를 끌어 안던 남자아이들은 자라서 '좋아하니까' 성희롱을 하는 남자 어른이 된다. 여자들이 싫다고 해도 그것을 '에이 좋으면서 뭘그래' 라고 받아들인다던가, '이렇게 좋아하는 데 내 마음 왜 몰라줘' 라고 하면서 강제적으로 스킨십을 시도한다. 진짜 씨발스러운 경운데, 이건 헤어지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가 하나씩은 갖고 있는 찌질한 전남친들의 경우, '연락하지마' 라고 하는데도 계속 연락하고 찾아오고를 반복하지 않나. 새벽 두 시에 '자니?' 라는 것도 싫고, 나한테 연락하지 말라고 차단을 걸어도 계속 다른 식의 접근을 시도하는 그 행위는 폭력이다. '너를 잊지 못해서' 라고 상대에게 그 이유를 덮어 씌우지만, 그건 실제로 자기 자신을 위한 거다. 너를 잊지 못해서 '나는' 너를 다시 가져야겠어, 다시 내 옆에 두어야겠어, 라는 이유. 그래놓고 '너를' 잊지 못한다고, 너를 좋아하는 내 마음을 왜 받아주지 않느냐고 징징댄다면, 그건 상대의 의도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다. '안돼' 라고 하면 그 말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은 상대를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고서를 떠나, '안되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다. 내가 너를 받아들이지 않겠다, 라고 한다면, 그 말을 받아들여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안돼 라는 말은 안된다는 거다. 




나는 아무리 친한 사람,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과도 거리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늘 그렇게 주장해왔다. 물론,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야 매번 든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밀착되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나의' 마음이지 상대의 마음이 아니다. 그렇기에 매번, 좋아하면 할수록, 가까이 다가가고 싶으면 그럴수록, 더 조심하게 된다. '조심하지좀 마' 라는 말도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조심하려고 노력하는데, 그건 아마도 내 스스로가 내 경계선 안으로 침범하려는 것을 지독하게 싫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내가 허락한 적 없는데 밀고 들어오는 거 진짜 너무 싫고 소름 돋는다. 나한테 밀착하려는 것도 싫고, 내가 싫다고 하는데도 밀고 들어오려는 거 싫고, 나를 열 번 찍는 것도 싫어한다. 그럴수록 정나미가 떨어진다. 이 사람들(대체적으로 남자사람들)은, 왜 내가 싫다는데도 이렇게 밀고 들어오지? 싫다고 하면 '너는 왜이렇게 자신을 압박하냐' 등의 개소리를 하기도 하더라. 좀 더 마음을 열어야 되지 않겠냐 등등.... 내 마음 내가 원하는 만큼 내가 열겠다는데 지들이 뭔상관? 나는 이 남자들이 다들 경계를 모른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쳐둔 경계선을 멋대로 무시하려 드는 거라고 생각한다. 얼마전에 글 썼던 것처럼, 상대의 허락받지 않고 상대 얼굴 사진을 전시하는 일 따위, 그런 건 상대가 쳐둔 경계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이며 상대의 몸을 상대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그들에게 '경계'라는 게 무엇인지 처음부터 교육시켜야 하지 않을까. 그들 모두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 하고 싶다.




'준수'는 '지아'가 너무 좋아서 껴안았는데 지아가 싫어한다. 준수로서는 좋아서 끌어안았는데 왜 지아가 싫어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선생님은 경계선에 대해 설명한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나라를 구분해주는 선이 있고, 인도와 차도처럼 차와 사람 사이에도 선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허락없이 넘어서는 안되며, 그럴 경우 다칠 수도 있고 위험할 수도 있다고 말해준다. 친구의 장난감을 내 마음대로 갖고 놀지 않아야 하고 친구의 과자를 내멋대로 먹어서도 안된다. 친구의 공간에 들어갈 때, 친구의 장난감을 갖고 놀고 싶을 때, 우리는 반드시 친구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거다. 몸도 마찬가지. 지아의 몸은 지아의 것이다. 그런데 지아의 몸을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끌어안아서는 안된다. 지아에게 묻지 않고서는 지아에게 무엇도 해서는 안된다. 친구를 놀리는 것도 마찬가지. 상대가 '싫어, 하지마' 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을 '해도 된다'고 허락하는 게 아니다. '안돼'라고 말하지 않았어도 나쁜 짓은 나쁜 짓이다. 이 경계선에 대해 이해하게 된 준수는 지아에게 사과의 편지를 쓴다. 네 몸은 네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알겠어, 라고.



우리에게 어릴 적이 필요했던 교육은 이런 것이 아니었나 싶다. 세상의 모든 찌질한 전남친들, 잘 헤어지지 못하는 옛 연인들과 또 세상에 모든 '성적대상화에 익숙해진' 성인남성들에게 부족했던 게 바로 이런 게 아니었나 싶다. 내 몸은 내 것이듯이, 다른 사람의 몸 역시 다른 사람의 것이다. 그것을 상대의 허락도 없이 품평하고 대상화 시켜서는 안된다. 이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우리는 어릴 적에 교육받지 못했던 것같다. '좋아해서 그래'라니, 이 말은 얼마나 많은 성희롱과 성폭력을 잠재하고 있는가. 더이상 '아이스케키~' 가, 끌어안는 일이, '좋아서 그래'로 덮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나 자기 몸의 주인은 자기라는 것을, 다른 사람이 함부로 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어릴 적부터 알고 자랐으면 좋겠다. 이 책은 그렇게 말해주고 있고,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도 필요하지만 쥐뿔도 모르고 마음대로 경계를 넘으려 하는 성인들에게도 필요한 책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싫다고 했으면 싫은 거다.

안된다고 했으면 안되는 거다.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내 의사에 반해 네 마음대로 행동하면 안되는 거다. 내 몸의 주인은 나니까. 나의 주인은 나니까. 당신은 내 경계선을 내 허락없이 넘어서도, 지워서도 안되는 거다. 이 단순하고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면서 살자. 




조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그래서 이 책은 조카에게 선물할 것이다.

조카야, 누가 네 경계선을 넘으려 하면 안된다고 말해주고, 너 역시 다른 사람의 경계선에 들어가고 싶다면 반드시 노크를 하도록 해. 

이 말을 내 대신 이 책이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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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7-02-20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고!!

이 책 보관함에 넣고, 선물할 리스트에도 넣을게요.

참 좋은 글이다. 다락방! 땡큐!!

다락방 2017-02-20 10:19   좋아요 0 | URL
히힛. 좋다고 말해주니 기분이가 참 좋으네요. ㅎㅎ
고마워요!
:)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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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중인데)

.......나 이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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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16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아, 다락방님 입에서 이런 말도 나올 수 있군요!^^ 왓~~ 신기 신기!!!

다락방 2017-02-16 21:02   좋아요 1 | URL
저 끝까지 못읽겠어요, 그장소님. 어떡하죠? ㅋㅋㅋㅋㅋ ㅠㅠ

[그장소] 2017-02-16 22:04   좋아요 0 | URL
대체 얼마나 시끄럽길래...하하핫~ 누군가의 고독이 말그대로 농도 짙은 독인 모양입니다~^^

수평선 2017-02-16 2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저랑 똑같은 생각을!!!

다락방 2017-02-17 09:40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하도 좋다고 하길래 읽어보려 한건데 저는 ??????????????????????????? 이렇게 되었어요. ㅎㅎ

hellas 2017-02-17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인지 알것만 같은 그 기분ㅋㅋㅋㅋㅋ 힘내세요:)

다락방 2017-02-17 09:40   좋아요 0 | URL
힘내려고 어제 더 읽기를 시도했지만 끝에 조금 남겨두고 아아, 이걸 계속 읽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글읽기연습인가...했습니다. Orz

고양이라디오 2023-07-06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 다락방님 100자평에 위안을 얻습니다. 지금 반쯤 읽었는데 재미가 없네요. 계속 읽어도 똑같을 거 같네요ㅠ

다락방 2023-07-06 18:2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 이게 뭔소리여~ 이러면서 읽었던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
 
혼자를 기르는 법 1
김정연 지음 / 창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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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고 아름다운 책이다. 특히나 자신이 기르는 햄스터를 보며 ‘어떻게 하면 너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부분은 내내 기억에 남는다. 물론 주인공이 가끔 쌍욕하는 것도 아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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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02-15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하면 너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을까?‘
사랑할때 그런 생각 많이 했던것 같아요..

다락방 2017-02-15 16:0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나와같다면님! 실제로 사랑을 하게 되면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인 것 같고요. 상대로 인해 나의 마음이 충족되고 또 나로 인해 상대의 시간들이 행복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삶의 질은 쑥 올라가잖아요. 사랑을 한다면 자존감도 높아지고 또 삶의 질도 높아지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저도 사랑하면서 그런 생각 했어요. 우리는 서로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사람이구나, 하는 거요.

:)
 
토니와 수잔 버티고 시리즈
오스틴 라이트 지음, 박산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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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초반 흡입력이 대단하다. 그나마 수잔이 책을 읽다가 중단하고 일상으로 돌아올 때, 그때야 비로소 나도 함께 일상으로 돌아오는 게 가능해진다. 독서에 재미를 잃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으로 다시 흥미를 갖게 될거라고 장담한다. 그 흡입력이 끝까지 지속되는 건 아니지만 이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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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0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영화에선 토니가 너무 찌질 섬뜩 한남으로 나온대서 보지않았는데 책은 좀 덜한가요? 톰 포드의 문제인거신지...
장르는 너무 제 스타일이라 혹했거든요ㅠㅠ 다락방님 이거 다읽으시면 꼭 자세한 후기 남겨주세요😍

다락방 2017-02-20 17:26   좋아요 1 | URL
롸님, 저 이거 다 읽었어요. 다 읽고 백자평 쓴거고요 ㅎㅎ
책에서도 토니는 좀 찌질해요. 이해가 되기도 하면서 찌질해요. -_-
책의 초반 흡입력은 대단한데 그게 끝까지 이어지진 않고요. 어쩌면 토니 안의 찌질함, 나약함을 우리 모두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뭐 그런 이야기를 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끝에 가서는 힘이 빠지더라고요. 초반의 그 어마어마한 재미남을 끝까지 유지하지는 못해요. 지금 제 주변에 두 명이 이 책을 읽고 있는데 둘다 멈출 수가 없다고 했지만, 한 명은 중간을 넘겨가면서는 점점 별로가 되어간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토니 별로에요 -_-

2017-02-20 18:39   좋아요 0 | URL
제가 너무 흥분해서 읽고 계신 중이라는 말로 오독했네요 ㅋㅋ 하긴 다 안읽으셨는데 백자평 쓰셨을 리가ㅠㅠ
다락방님은 계속 토니 별로라고 하시는데 왠지 더 읽고싶어져요ㅋㅋㅋ 책 읽고 제안의 찌질함도 돌아보겠습니다🤔

다락방 2017-02-21 09:39   좋아요 1 | URL
롸님도 읽고 어땠는지 꼭 알려주세요!
분명한 건, 초반에 진짜 엄청나게 빨아들인다는 거예요. 책 읽는데 방해하는 모든 것들에 짜증이 날만큼요! ㅎㅎ
 



호세는 아나스타샤의 친구다. 그러나 그는 아나스타샤를 좋아한다. 아나스타샤가 그레이랑 연인이 된 지금 그는 씁쓸하기만 하다. 그런 호세가 사진 전시회를 연다. 아나스타샤는 친구 호세의 전시회에 찾아가는데, 거기에서 벽에 아주 크게 걸린 자신의 사진을 보게 된다. 게다가 한 두 장이 아니다. 자연스런 아나스타샤의 모습인데, 거기에서 자신의 사진을 보게 될 줄 몰랐던 아나스타샤는 당황한다. 아나스타샤가 자신의 사진을 보며 당황하고 있을 그 때, 사진전을 연 호세가 그녀에게 다가온다. 너의 사진이 반응이 좋다고 말한다, 제일 좋다고. 아나스타샤는 자신의 사진이 이렇게 크게 벽에 걸리게 될 줄은 몰랐다고 당황함을 표현하는데, 호세는 이에 이렇게 말한다.



미리 말하면 니가 부끄럽다고 안된다고 할까봐 말 안했어.



...뭐라고? 이게 말이야 방구야. 아니, 내 사진을 거는데...나한테 말을 안한다고? 내가 부끄러워할까봐? 그러면 안걸었어야지. 미쳤냐, 지금? 이걸 친구라고 그간 두고 있었던 거야? 와- 진짜 그 장면에서 죽빵을 날리고 싶었다. 아나스타샤의 사진은 너무 예뻤고, 나조차도 그 사진을 갖고 싶을 만큼 아름답게 그녀가 나오긴 했지만, 설사 내가 아무리 아름답게 나왔다고 해도 나한테 허락도 받지 않고 내 사진을 올리다니...지금 제정신인가......어쩌면 이렇게 개념이 없지? 그렇게 사람들 다 보게 전시해놓고는 왜 당당하고 자랑스러워하지? 내 사진을, 내 얼굴을 그렇게 내 허락도 없이 모두에게 공개해놓고 왜 뿌듯해해? 쳐돌았냐?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심연》은 이렇게 영화의 시작부터 나를 개빡치게 했는데, 그 다음장면도 난리가 났다. 아나스타샤의 전시된 초상사진 여섯장을 한 남자가 다 샀다는 것. 후훗. 이러면 그레이지. 이런 식으로 등장하시는군... 



영화의 전편에서 그레이는 아나스타샤를 성적 흥분을 위해 때렸다. 아나스타샤는 고통스러워서 울었고, 이에 그레이에게 이별을 고했다. 나는 이것이 고통스럽고, 나의 고통을 보며 네가 흥분해한다는 게 싫다, 고. 그런데 그레이가 전시장에 찾아왔다. 할 말이 있다며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하고서는 자신에게 돌아와달라 말한다. 이제 니가 싫어하는 그런 거 안할게, 내가 그런 걸 좋아하지만 네가 더 좋아, 하면서는 자신에게 돌아오라고 한다. 이제 그런 계약도 없고 룰도 없다고. 아나스타샤도 그레이를 사랑하고 있던 터라 그레이에게 돌아간다. 




그레이는 진짜 억만장자다. 고작 스물일곱(27)의 나이인데 큰 회사를 가지고 있고 이 회사 저 회사 다 먹어치우고 있고, 15분 꼴로 24,000 달러를 번다고 한다. 그레이는 아나스타샤의 취업을 축하한다며 맥북과 아이폰을 선물로 보내주고, 좋은 헤어샵에 데려가며 개인 요트를 태워준다. 그리고 돈도 준다. 아나스타샤는 이 돈을 받을 수 없다고 수표를 돌려주지만 그레이는 '너 써' 라고 한다. 이에 아나스타샤는 그레이가 보는 앞에서 그 수표를 박박 찢어버리는데, 그러자 그레이는 벌떡 일어나 자신의 비서에게 전화를 해서는 '아나스타샤 계좌에 돈을 넣어' 라고 하는 거다. 아니..왜이러지? 내가 돈 주지 말래잖아? 싫다고 수표를 찢기까지 했잖아? 근데 왜 계좌에 돈을 넣으래? 도대체가 왜이렇게 말을 들어쳐먹질 않는거지?????????????? 야, 싫다고. 싫대잖아. 나도 취업해서 돈 벌고 있는데 니 돈 안받겠다고. 싫다는데 왜 꾸역꾸역 줘?? 얘도 참 어지간히 강압적이네. 진짜 딱 싫어...



이 억만장자 그레이는 자신이 돈 많은 걸 알고 있고 그걸 쓰는데에 거리낌이 없다. 게다가 상대가 자신이 사랑하는 아나스타샤라면 오죽할까. 자선 무도회가 있는 날 밤에 그녀에게 드레스를 골라보라며 수십벌의 드레스를 자신의 집에 가져와 골라보게 한다. 옷걸이에 좌악 걸려있어..




(이 한 칸에만 걸려있는 게 아니라 다른 칸에도 있다)




아나스타샤는 이제 막 입사한 신입직원이다. 출판사에 들어가 편집팀장의 비서를 맡고 있다. 팀장이 지시한 것보다 더 많은 책을 읽으며 자신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나스타샤를 보는 팀장의 눈빛이 껄끄럽다. 그 눈빛을 목격한 그레이는 가서 자신의 소개를 한다.



남자친굽니다.



그런데 이 팀장도 지지 않는다.



보씁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다른 사람이 내 것을 보는 게 싫다'는 그레이는, 그래서, 아나스타샤가 입사한 회사까지 살 생각을 한다. 인수를 추진중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참 세상 편하게 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마침 출판업에 진출하고 싶었다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새꺄. 있는 놈이면 있는 놈답게 있는 거나 좀 잘지켜라. 괜히 여기저기 다 끼어들어서 그것만이 유일한 밥줄인 사람들 굶어죽게 하지말고. 하여간 있는 놈들이 욕심이 똥구멍까지 차가지고... 물론 이건 여자를 온전히 자신 혼자 차지하기 위한 게 더 크지만...


이 팀장은 아나스타샤를, 그레이와 마찬가지로 갖고 싶어하는데-하여간 새끼들 왜 정상적으로 달달한 연애할 생각을 안하고 가질라 그래...개놈들-, 그 과정에서 아나스타샤는 이러지 말라고 하는데도 아나스타샤의 몸에 손을 댄다. 이에 아나스타샤는 그의 고환을 걷어차고(아오마메!!) 그 상황에서 뛰어나오는데, 여기에 빡친 그레이는 그 회사에서 편집팀장을 짤라버린다. 자, 여기까지는 알겠다. 그런데, 갑자기 빈 그 편집팀장 자리에, 편집팀장의 비서였던 아나스타샤가 앉게 된다.



읭??????????????????????????????????????????????????????????




갓 들어온 비서가 자신의 보쓰 자리에 앉게 된다고??????????????????????????????????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야, 내가 회장 비서면, 회장님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순간 내가 회장 되는거냐?????????????????????????????????? 물론 아나스타샤의 상사는 회장이 아니라 편집팀장이긴 했지만, 이것이 무슨...대학 졸업하고 막 입사한 신입사원이..이게 가능해? 그래서 선임으로 있던 다른 비서가 아나스타샤의 비서가 된다. 이게 무슨 개같은 상황이야. 하아- 그 다른 비서도 아나스타샤에게 축하한다고 말하는데, 하아, 진짜 얼마나 이를 갈았을까. 그거 보면서 얼마나 속상했을까. 그레이는 아나스타샤의 진급을 축하하며 '네가 능력이 있어서' 라고 말한다. 정말? 정말 아나스타샤의 능력이야? 신입사원으로 있는 동안 얼마나 많은 능력을 발휘했길래 갑자기 팀장이 돼?????????????? 



어처구니가 없다.




위에서도 한 번 언급했지만 그레이는 억만장자다. 돈이 많아도 보통 많은 게 아니다. 로또 같은 거 살 필요도 없을 정도로 돈이 많고, 로또를 산다면 당첨된 수의 조합을 포함한 로또까지 죄다 살 수 있다. 그러니 자신의 성적 취향까지 바꾸면서까지 옆에 두고 싶은 아나스타샤를 위해 좋은 옷과 좋은 차와 좋은 음식과 뭐 기타등등을 사주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아나스타샤의 입장에서 막 입사한 신입사원에게 월급이란 많지 않을 터. 자신이 1년에 버는 돈을 그레이가 한 시간안에 다 쓰는 것을 종종 목격할 것이다. 아나스타샤는 나에게 이렇게 돈을 주지 말라고 말하고, 나였어도 이러지 말라고 말했겠지만, 이게 생각해보니 좀 복잡하다. 일단 내 연봉을 한시간안에 소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는 그를 만나면서 얼마나 많은 자괴감이 들까. 나 이만큼 벌기까지 겁나 스트레스 받는데 이 사람은 어쩌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쓰지? 하고 말이다. 그런 한편, 회사 다니기 싫은데 이 참에 회사 그만두고 이 남자 옆에서 지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당연히 들 것 같다. 내가 돈을 보고 그 사람을 사랑한 것도 아니고, 그 사람으로부터 돈을 뜯어내고자 연애를 시작한 것도 아니지만, 마침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억만장자라면,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해서 해주는 모든 것들을 누린다고해서, 그게 뭐 잘못된 일인가? 그러니 나는 그냥 그가 사주는대로 받아도 되는거잖아? 나 일하기 얼마나 싫었어? 그러니 얼마나 좋은 기횐가 말이다. 이거, 나쁜 거 아니잖아? 안 될 이유가 하나도 없는 거다. 너무나 돈 많은 한 쪽이 다른 한 쪽에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것도 해주고 저것도 해주는데, 내가 그걸 받지 않을 이유가 뭐란 말인가? 나는 맥북 하나 살 때 이걸 살까말까 몇날 며칠을 고민했고 또 사면서도 할부는 몇개월을 할까를 고민했는데, 이런 내가 그레이를 사귄다면 그냥 '맥북 있었으면 좋겠네' 하고 말하면 끝이잖아? 내가 거의 이십년을 빡세게 일하면서 스트레스 받으면서, 눈에 다크써클 생겨가면서 일했는데, 지금처럼 새벽 다섯시반에 기상해서 하루종일 회사에 앉아있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걸 가질 수 있다면, 내가 그걸 선택하면 뭐 어때? 게다가 그 남자는 나를 사랑해서 나에게 해주는 게 기쁘대. 그러면 쌍방이 좋잖아? 




이게 안될 게 없구먼...좋구먼..... 생각하다가, 그러나 모든 사랑은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라던 줄리언 반스의 말이 똭- 떠올랐다. 그런데 내가 그랑 헤어지게 된다면? 그 다음은?



아아 경력단절..경력단절이 이렇게 오는구먼. 


그와 연애하는 동안 일하지 않았던 나는, 그와 연애중에 부족함 없이 살 수 있었다 해도, 그와 연애를 끝내는 순간 다시 돈이 필요해진다. 그때 가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하면 그 연애 기간이 길면 길수록 나의 경력단절의 시간도 그만큼 길어질 터. 재취업을 해도 월급은 쥐꼬리만큼일테고, 재취업이 된다는 보장도 없어. 게다가 나처럼 저기 어디에 있는 대학 나오고 저기 어디에 있는 회사를 다녔던 사람, 뭔가 스펙같은 거 1도 없고, 전문직도 아니며, 나이만 먹은 여자...의 경우엔 재취업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러면 나 어떡해. 뭐 먹고 살아. 아아 경력단절 노노해. 역시 회사를 다녀야겠구나.. 극중에서 아나스타샤는 자신의 일이 좋아서 자신의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나는 아니다. 이 일이 싫지만,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와서 경력단절 되어버리면 그 다음에 내가 살 길이 막막해지기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 계속 일을 해서 차곡차곡 내 커리어를 쌓아야지, 그래야 홀로된 노년이 다가온다고 해도 먹고살 수가 있겠지, 돈 많은 남자 만났다고 얼쑤~ 하면서 그 돈으로 살다가, 헤어지면 낭패야....



이 얘길 오늘 망고남에게 하니, '위자료를 받으면 되지 않냐' 라고 말한다. 어? 그러네? 그렇지만... 음..... 결혼하지 않고 연애만 길게할 수도 있는 거잖아. 그랬더니 '사귀는 동안 샵을 하나 차려달라고 해' 라고 하더라. 으음... 아무리 그래도 그 말은 못할 것 같아... 출근길에 여자동료1을 만나 이 얘길 하니, '사귀는 동안 계속 돈을 모아야죠, 남자한테 돈 받아서' 라더라. 어? 이것도 또 생각못했네 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역시 하수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때문에 나는 '부자 남자랑 사귀다 헤어지면 경력단절로 굶어죽을지도 모르니 연애를 하더라도 계속 일을 해서 헤어진 뒤에도 잘 먹고 잘 살자' 같은 거 밖에 생각을 못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의 집은 엄청 좋다. 아주아주 크고 방도 많은데 거실에서는 통유리 바깥으로 시내 전경이 다 보인다. 와우- 진짜 내가 꿈꾸는 그런 집이야. 전망 진짜 좋고요! 그런데 그레이가 아나스타샤에게 청혼을 한다. 와우- 아나스타샤는 예스를 말하는데, 예스를 말하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저 집에는 가사도우미가 있으니까 아나스타샤는 가사노동에서 해방이구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 졸 편해지겠어. 아아, 역시 가사도우미를 채용할 수 있는 부자 남자랑 결혼하거나 내가 부자가 되어야 하는데, 부자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부자가 되기는 낙타의 똥을 먹는 것보다 어려운 게 아닌가. 히잉 ㅠㅠ 그 커다란 집을 가진 억만장자 그레이가, 자신의 요트로 데려가 네가 운전해봐, 이러면서 여자친구에게 알려주는 억만장자 그레이가 아나스타샤에게 청혼을 하는 순간, 아아, 나는 수키에게 청혼하던 남자가 생각났다. 그는 슈리브포트에 아파트가 있다고 했어!!!!!








우리는 함께 있으면 서로 즐거워해요. 나는 내 침대 안에서 당신을 보고 싶어요. 그런 마음이 너무 심해서 아플 지경이에요. 우리가 함께 더 지내고 나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당신은 지금 당장 살 곳이 필요하잖아요. 내게는 슈리브포트에 아파트가 하나 있어요. 당신이 나와 함께 머무는 것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214쪽







주말에 여동생이 와서 내 책장을 보면서, 언니 책 자주 파는데 저 책들은 안파네? 하며 수키 시리즈를 가리켰다. 나는 응, 저 책 너무 좋거든, 여주인공 캐릭터가 진짜 짱이야, 했다. 자기 욕망에 솔직하고 또 무조건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아. 아주 당당해. 너무 좋아. 그리고 '나는 슈리브포트에 아파트가 있어요' 하고 청혼하는 남자도 나와.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저문장 너무 외우고 다닌다.



내게는 슈리브포트에 아파트가 하나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거 너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그레이는 아파트 하나뿐만 아니라 진짜 별 걸 다 갖고 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맞다. 나 서울 시내에 아파트 사면 어떤 남자한테 청혼하기로 했는데, 그때까지 딱 기다리라고 했는데, 그가 그게 언제냐고 물었는데, 내가 그랬지. 환갑 때까지는 될까???? 라고. 하아- 인생....Orz 역시 나는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해.....





아나스타샤는 확실히 나보다 용기가 있다. 그레이의 결혼을 승낙했다는 사실로 나는 그렇게 판단했다. 나라면 그레이에게 이별을 말할 것이다. 세이 굿바이.. 그는 그렇게나 돈이 많지만, 그러나 그를 사랑하는 일이 몹시 피곤한 일이라 그렇다. 과거에 만났었다는 여자가 총을 들고 아나스타샤를 찾아온다. '내게는 없고 당신에게 있는 게 뭐지?' 라면서 총을 아나스타샤에게 겨누는 거다. 아이고야... 게다가 그레이에게 성을 가르쳐준, 성에 눈뜨게 해준 그레이의 엄마 친구는 자꾸 아나스타샤에게 '그랑 헤어져, 너는 그가 원하는 여자가 아니야, 넌 꽃뱀이야' 이딴 소리 해대고.... 과거의 여자들이 자꾸 앞에 나타나서 아나스타샤에게 해코지 하는데, 아니 이런 일들을 겪고서도 그레이를 선택할 수 있다니, 진짜 대단하다. 어쩌면 아나스타샤는 그레이를 진짜 너무 우라지게 울트라캡숑으로 사랑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이런 피곤함과 고통과 두려움과 신경쓰임을 다 극복하고서도 그의 옆에 있기로 결심할 정도로 그를 사랑하는 걸테지. 그렇지만 나는 이 결혼에, 그가 아무리 큰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내가 아파트로 청혼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다고 하더라도, 



NO!!



라고 할 것이다. 나는 살면서 내가 사랑했던 남자의 과거의 여자들이 자꾸 내 눈앞에 나타나길 원치 않는다. 여태 나타난 두 명은 어찌어찌 해결했지만, 사실 그게 해결이 완벽히 된건지도 알 수 없을 뿐더러, 또다른 여자가 나타나서 어떤 식으로 해코지 할 줄 어떻게 아나. 아니 무슨 총 들고 과거의 여자가 찾아와.... ㅠㅠ 내가 피곤해서 이런 남자랑 어떻게 살아. 그에게 아무리 경호원이 여러명 붙어 있다고 해도, 이런 삶을 어떻게 살아. 나는 자유롭고 싶다. 그렇게 총들고 찾아오는 사람 만나고 싶지 않고, '너는 그가 원하는 여자가 아니야' 같은 거 졸졸 따라다니면서 말하는 여자도 마주치고 싶지 않아. 어휴, 나는 고통스러워, 싫어. 피곤해..나는 피곤한 연애를 하고 싶지 않아. 그냥 혼자 지낼래. 나는 그레이에게 이별을 말할거야.



그레이, 잘가.... 안녕. 이소라 노래의 가사처럼, 널 잊진 않을게, 그렇지만 우린 헤어져...




어제 친구랑 이 영화를 보고 나와 집에 가기 위한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내가 '어휴, 그렇게 과거의 여자들이 막 총들고 오는데 그 연애를 피곤해서 어떻게 해, 나는 헤어지자고 할래' 라고 하자 친구가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 후에 몇 초간의 적막이 찾아왔고, 나는 갑자기 빵터져서 웃었다.



아 또 왜 나 아나스타샤가 됐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왜 그걱정을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억만장자남자 사귀면서 경력 단절되는 고민.... 내가 왜 하고있는거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빠져나와라, 얍!! 현실로 돌아와야햇!!





어제 친구랑 에로틱한 장면들이 되게 부드럽고 약하다는 얘기를 하면서, 그레이 비슷한 책 있지 않았나? 하고 둘이 지하철에 앉아서 검색 들어갔다. 나 그거 전자책으로 사서 읽어볼래, 하고. 그런데 제목이 생각이 안나는 거다. 제목에 '파이어'가 들어갔던 것 같은데...파이어폭스? 이건 아니고...캣칭 파이어? 아아 이것도 아닌데...그러다가 똭- 크로스파이어! 하는 벼락같은 깨달음!!




















이 책도 3부작인데, 이게 그레이보다 나은 작품일 수 있을테니, 오오, 재미나게 전자책으로 읽어볼까? 하고 책소개를 봤다.





아니... 이건 뭐 ..... 그레이 쥬니어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명적인 성적 매력, 세계에서 손꼽히는 재력, 어두운 과거.....무슨 소설 주인공들이 다 이모양이야. 그리고 책소개 더 읽어보니 여기 남자주인공은 28살이다. 그레이보다 한 살 많군. 이렇게 젊은 나이에 뭘 이렇게 이뤄놓은 게 많냐. 치명적인 성적 매력과 세계에서 손꼽히는 재력, 어두운 과거를 가진 남자들은 왜 이렇게 평범한 직장에서 쥐꼬리만한 월급 받는 여자들과 거부할 수 없는 끌림을 느끼는걸까. 참나원...나야말로 평범의 대명사인데, 내가 만난 남자들 중에 치명적인 성적 매력, 세계에서 손꼽히는 재력, 어두운 과거를 모두 다 갖춘 남자는 진짜 단 한 명도 없었다. 치명적인 성적 매력은...뭐여? 세계에서 손꼽히는 재력은... 또 뭐고??????? 그건 어떤 거냐, 대체???



그래서 이 책은 안 읽고 패스하기로 했다. (아니야, 이북 읽어볼까??)




오늘 아침엔 출근하면서 내가 자판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랑 책을 넣으면 생각이 쏟아져나오는 자판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심연》은 지루하고 화나는 영화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생각을 겁나 많이 했거든. 억만장자와의 연애, 경력단절, 과거의 여자...까지. 영화를 보는 것보다 그 후의 생각과 대화들이 좋아서 계속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멈추지 말아야지. 




자, 이제 일하러 가볼까. 일을 하고 돈을 벌고 그렇게 서울 시내에 아파트를 사야 내가 청혼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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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듀 2017-02-15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이렇게 생각만해도 짜증나는 영화를 보고도 이렇게 재밌는 글이 튀어나오는 락방님! 진짜 자판기야... 내방에 하나 설치하고 싶오... -구 lovelydew

다락방 2017-02-15 14:14   좋아요 0 | URL
스윗듀님 오랜만이에요! 자주 좀 오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스윗듀님 방에 저를 설치해주세요... (부끄..) ㅋㅋㅋㅋㅋ

>.<

단발머리 2017-02-23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그런 억만장자들은 대체 어느 별에서 산대요... 우리로서는 볼 일이 전혀 없네요. ㅎㅎㅎㅎ

나도... 억만장자의 청혼, 아파트, 직장, 승진, 경력단절, 아~~ 드레스, 이런 거 고민해보고 싶어요.
아나스타샤가 되어야겠네요. 영화 봐야겠어요.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