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멜리나네 위층에 살던 리디아 아주머니가 말썽꾸러기 아이들의 뒤를 쫓으며 발소리를 냈는데 그날 밤 멜리나는 밤새 대걸레로 천장을 두들겨대며 소란을 피웠다. 도나토 아저씨는 평화를 유지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나 섬세하고 상냥한 사람이었다. 두 여자는 서로를 계속 공격하더니 길에서 마주치거나 계단에서 만날 때마다 험한 욕지거리를 주고받기에 이르렀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나도 슬슬 겁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가장 끔찍한 장면은 멜리나와 리디아 아주머니의 고함소리로 시작되었다. 어느 날 창가에서 시작된 그들의 욕설이 계단까지 이어졌다. 계속되는 욕설에 어머니가 현관으로 뛰어나가 문을 열었다. 어머니 뒤를 쫓아간 우리들의 눈앞에는 두 여자가 엉켜서 계단 아래로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나는 내 발치에서 불과 몇십 센티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진 하얀색 멜론마냥 멜리나의 머리가 층계 바닥에 부딪히는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p.43)
아주 오래전 어느 해의 여름이었다. 다른 날과 다름없이 출근하던 길. 길동역 계단을 분주히 다다다닥, 샌들을 신고 내려가는데, 발을 헛디뎌 그만 굴러버리고 말았다. 신발은 제멋대로 저기 어딘가로 떨어져있고 찾기 위해 두리번거려야 했다. 무릎은 까져서 피가났고 온 몸이 아팠다. 너무 아팠다. 옷에도 잔뜩 뭐가 묻었고... 다리는 이상한 형태로 꼬여있었지만, 부러지거나 한 건 아니었다. 아프기도 아팠지만 정말 엄청 쪽팔렸다. 나는 내려가는 길이었지만 그 계단을 올라오던 여자가 내 앞에 멈춰서서는 "괜찮으세요?" 물었다. 나는 하나도 괜찮지 않았지만 괜찮다고 대답했다. 별 수 있나. 정신을 차리며 이상하게 꼬여있는 다리를 끌어모아 일어나서는 신발이 어디있나 두 개를 다 찾고 신었다. 내가 괜찮은지 물었던 여자는 놀랐는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고, 나는 수습이 다 됐다 생각하고 계단을 다시 내려가면서 욱씬거리는 고통을 참았다.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신발도 갈아신을까 잠깐 생각했지만, 그랬다가는 회사에 지각할지도 몰랐다. 너무 쪽팔려서, 그 계단을 내려가면서 그 당시 사귀던 남자한테 전화를 걸었다. 아프거나 쪽팔린 고통에 대해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 상황에서 내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기 위해서는 전화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던 거다.
나는 아팠고 쪽팔렸지만, 사실은 아주 크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만큼만 굴러서 다행이라고. 내가 더 크게 다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게 괜찮냐고 말을 걸며 밑에서 올라오던 여자, 나 때문에 멈춰섰던 여자가 임신중이었기 때문이다. 배가 많이 나와있었는데, 내가 내려가는 길로 올라오던 중이라, 만약 내가 그만큼 구른 게 아니라 더 굴렀다면, 그녀까지 넘어뜨렸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내가 굴러서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게 너무 끔찍했다. 게다가 임신중인데. 아직까지도 나는 그 날의 일을 생각하면서 천 번쯤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녀까지 넘어지지 않게 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내가 계속 굴러서, 중간에 멈추는 게 아니라 계속 굴러서 그녀를 넘어뜨렸다면, 그래서 만에 하나 그녀가 잘못되기라도 했다면, 아, 나는 그 다음 삶을 어떻게 살아낼 수 있었을까. 식은 땀이 난다 진짜.
엘레나 페란테의 저 부분을 읽는데, 계단에서 굴렀던 그 때의 나와 내게 괜찮냐고 물었던 그녀가 생각났다. 아마 그녀도 생각하지 않았을까. 정말 다행이라고. 그리고 얼마나 놀랐을까. 어휴...
영화 《모나리자 스마일》의 '줄리아 로버츠'는 여대 교수이다. 우수한 학생인 커스틴 던스트는 마을의 부자 남자에게 시집을 갔고 다른 여학생들에게도 '좋은 남자 시집 가는 게 장땡이다'는 걸 계속 얘기한다. 줄리아 로버츠는 아주 우수한 학생인 '줄리아 스타일즈'에게 대학원을 권유하는데, 줄리아 스타일즈는 큰 도시로 나가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이 마을에 남아 학업을 이제 그만두고 남자친구랑 결혼하기를 원한다. 줄리아 로버츠는 그녀를 찾아가 너는 더 공부해야 한다, 여기서 멈추면 안된다고 그녀를 설득하는데, 줄리아 스타일즈는 '그건 니가 생각하는 이상이고 나의 바람은 그것이 아니다' 라고 말한다. 나 역시도 결혼하는 것은 멈추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줄리아 스타일즈의 말에 잠깐 벙쪘었다. 맞아,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간형과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간형은 다른건데, 나는 내 기준으로 봤구나, 싶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실, 더 공부하고 싶고 더 알고 싶고 더 큰 세계로 나가보고 싶었던 건 커스틴 던스트였다. 그걸 인정하는데 좀 오래 걸린 셈이다. 그녀는 사실은, 아닌척 했지만,자신이 남편과 사는 삶이 행복하지 않았다고 밝힌다. 그리고 공부를 하겠다고 얘기한다. 그녀가 줄리아 스타일즈에게 공부가 아니라 결혼이 답이다라고 했던 건, 그녀가 더 멋진 곳으로 가는 것에 대한 시기였다.
《나의 눈부신 친구》속 '릴라'는 구두수선하는 남자의 딸이다. 그녀는 굉장히 영특해서 혼자 독학으로도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공부할 수 있다. 암산도 누구보다 빠르고 학급의 누구보다도 글을 빨리 익혔다. 선생님은 그녀가 계속 공부하고 나아가길 원했지만, 중학교에 진학하고 싶다는 릴라의 말에 릴라의 아버지는 릴라를 문밖으로 내던져버린다. 릴라는 알고 싶어하고 공부하고 싶어하고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는 아이었지만, 공부할 환경이 못되었다. 선생님은 릴라의 가정 환경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모르지만, 릴라가 자신이 속한 천민의 세계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다고 릴라를 멸시한다. 릴라의 눈부신 친구인 레누는 릴라만큼은 아니었지만 공부를 잘했고 선생님은 이제 레누에게 기대를 건다. 그러나 레누의 부모님도 역시 레누가 공부하는 걸 반가워하지 않는다. 공부는 해서 뭐하나 집에서 엄마를 도와 일이나 하지, 생각한다. 선생님은 레누의 부모님을 설득하고 레누는 선생님의 설득에 힘입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해 계속 학업할 수 있으며 또 뛰어난 학생이 되기도 한다.
더 큰 세계를 원하고 더 많은 걸 알고 싶고 더 쑥쑥 자라고 싶고 하늘을 보고 싶었던 릴라는 자신이 원했던 바가 아니지만 결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사춘기를 지내면서 예뻐지고 남자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그녀를 원하는 동네 남자들이 많아지는데, 그녀에게 접근하고 청혼하는 남자들, 그녀의 마음을 얻고 싶어하는 남자들은, 그녀의 마음을 공략하기 보다는 그녀의 가족을 공략한다. 정확히는 아버지와 오빠를. 아버지와 오빠의 사업을 도우면서 릴라를 자신의 아내로 삼고자 한다. 자신의 꿈을 실현해서 부자가 되고 싶었던 릴라는 결국 부자로 살 수 있게 되긴 했지만, 더이상 배우는 걸 욕망하지 않는다. 여기서, 이제 더 해서 무얼해?
이뿐인가. 레누는 좋아하는 남자 아이의 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당한다. 누구에게도 그 일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좋아하는 아이를 볼 때마다 아버지가 떠올라서 괴롭다. 릴라의 오빠와 아빠는 릴라를 때리고, 릴라에게 접근하는 남자들도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다. 나는 읽으면서 이들이 언제 어떻게 폭발할지 몰라 조마조마하다.
중학교를 마치면 어디를 가야 하는건지, 어떻게 더 공부할 길이 열려있는지 알지도 못했던 레누가 고등학교에 진학해 우수한 학생이 되는 건 너무 근사한 일이다. 물론 도서관에서 문법책을 빌려 혼자 공부하는 릴라도 마찬가지고. 나는 공부하는 사람들,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너무 끌린다 진짜. 레누는 릴라를 계속 의식하고 릴라보다 더 많은 걸 습득하고자 하는데 릴라의 타고난 능력을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알파벳도 모르는채로 중학교에 진학했다. 그 때는 나같은 아이가 많았다. 학급 학생 수가 48명정도 되었었는데, 한 열 명정도가 이미 알파벳을 알고 들어온 걸로 기억한다. 나는 알파벳에 소문자가 있다는 것도 몰랐고, 쪽지시험으로 본다고 해서 미친듯이 공부해서 쪽지시험 백점을 받는, 그런 아이였다. 선생님이 발음기호에 대해 얘기할 때 무슨 말인지 몰라 다른 행성에 가있는 기분이었는데, 그 때 내가 앉은 줄의 맨 앞자리 학생은 선생님이 묻는 말에 답까지 하는 걸 보고 너무 놀랐다. 나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쟤는 어떻게 알지? 수업이 끝난 뒤에 그 아이한테 가서 물었다. 너 영어 어떻게 그렇게 잘해? 하고. 그 아이는 영어 과외를 받고 있다고 했다.
나는 국민학교 때 공부를 잘하는 아이었다. 그냥 뭐든 다 잘했다. 뭐든 다 잘해서 칭찬만 받는 아이었기 때문에 내가 뭔가를 모른다는 것, 못한다는 것이 너무 충격이었다. 물론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거치면서, 실상은 내가 무엇이든 못하는 축에 끼는 사람이라는 걸 점점 깨닫게 되었고, 지금은 잘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지만, 그 어린 시절의 나는 선생님이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게 너무 충격이었던 거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나도 영어과외를 시켜달라 했다. 엄마는 깜짝 놀라서 안된다고 했다. 당시에 과외는 우리에게 비싼 거였고, 실상 시켜달라 말하면서 나도 안된다는 답이 올 줄을 알았다. 영어 학원이라도 보내달라 했더니 그도 안된다 했고, 엄마가 대신 내게 해준 건 중고책방에 가 영어참고서를 중고로 사 준 거였다. 나는 표지도 없는 중고 영어참고서를 들고 내 방에 들어가 한참을 바라보았다. I am Insu 가 왜 나는 인수인지 알 수 없었다.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봐도 모르겠더라. 게다가 발음기호는 다른 행성 얘기였다. thank 의 th 가 번데기 발음이라는데, 번데기 발음은 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 거다. 참고서를 열한시까지 들여다봐도 모르겠어서(아 쓰다가 눈물나네 ㅠㅠ) 그걸 들여다보다 울었다. 모르겠어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나는 공부잘하는 똑똑한 아이었는데, 영어 때문에 이제 평범하게 공부 못하는 아이가 될거란 생각을 하니 진짜 미치겠는 거다. 나는 영어를 잘하고 싶었고, 참고서를 들여다봐도 모르겠으니, 하는 수 없었다. 발음기호도 모르는 데 별수 있나. 선생님이 인수라고 읽으면 그 단어 밑에 한글로 인수라고 썼다. 프렌드라고 읽으면 프렌드라고 썼다. 그리고 집에 가서 자기전까지 교과서를 외워버렸다. 달달 외웠다. 쪽지 시험을 보는 족족 다 맞았는데, 그게 너무 자랑스럽고 뿌듯해서 그 영어 과외하던 애한테 가 '너도 다 맞았니?' 물어보면, 걔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응 다 맞았지' 이러는 거다. 틀리는 애들이 많았는데도 나는 그 애들은 안중에도 없고, 굳이 영어 과외하는 걔한테 가서는 '너 다 맞았어?' 자꾸 확인했던 거다. 아마도 나는 과외하는 애보다 내가 더 잘한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는 가 보다. 그러나 중학교 1학년 때, 그렇게 노력해도, 내 영어 점수는 90점을 넘어가질 못했다.
레누를 보는데 자꾸 그 때의 내가 겹쳤다. 처음에는 '아니, 자기 공부 열심히 하면 되지 레누는 왜이렇게 릴라에게 집착하지?' 했는데, 왜 남과 자기를 비교해, 나는 나대로 살면 되지, 했는데, 저기 저 어린 시절에, 내가 그랬다. 그리고 레누는 그때의 내 나이였고. 아아, 어린 시절의 나여.
내가 그랬어.
내가...
내가.......
저 슬픈 얘기를 끝까지 해보자면,
중학교 1학년 2학기 때였나... 영어 선생님이 갑자기 바뀌었다. 우리 영어선생님이 지방으로 가게 되었다는 거다. 남편이 지방에서 일하게 되어 갑자기 가게 되었다나, 그래서 갑자기 영어 선생님이 새로 왔는데, 그 쌤은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무섭게 하지도 않았던 사람이었다. 나는 영어 공부해도 어차피 실력도 안늘고, 선생님은 무섭지도 않으니, 포기해버렸다. 영어 점수는 70점대가 되었다....
나는 그냥 영어 못하는구나... 난 영어 안되는구나....안되는 거 붙잡고 늘어지지 말자.......
하고는 70점대의 나를 내버려두었는데,
그러던 어느날, 두둥-
이 새로온 영어쌤이 글쎄, 한창 유행하던 '장국영'의 <to you>노래 가사를 칠판에 쓰고 라디오를 들고 와서는 그 노래를 틀어주는 거다. 와- 나는 신세계를 경험했어. 세상 좋은 거다. 물론 발음을 선생님이 해주는대로 한글로 쓰긴 했지만, 내가 영어로 된 노래를 따라부를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한거다. 그래서 집에 가 엄마에게 장국영 테이프를 사달라 했고, 그래서 엄마는 나를 데리고 동네 비디오 가게에 가서, 거기에서 파는 최신팝송믹스 테입을 사준 것이다. 나는 허구헌날 장국영의 투유를 틀어놓고 따라 불렀고 급기야 다 외웟으며, 이게 세상 좋아서, 나중에는 닥치는대로 팝송을 외웠던 것이야. 영화 [더티 댄싱]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은 전곡을 다 외워 따라 불러가지고, 나랑 친했던 전교1등 아이가 '너 천재냐?' 물어보았던 것이다. 물론 그 팝송을 외우기까지는 삼촌의 도움이 컸다. 방학 때 외갓댁에 갔는데 그당시에 미혼이었던 삼촌하고 얘기를 하다가, 내가 발음기호를 모른다는 걸 알고 삼촌이 깜짝 놀라서는 나를 옆에 앉히고 새벽 두시까지 발음기호 가르친거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아 진짜 훌륭한 삼촌이었어. 영어 사전 꺼내놓고 맨 앞에 있는 발음기호 가르키면서, 이건 ㅔ 발음이고, 이건 ㄷ 발음이고, 하면서 막 알려준 것이야... 나는 진짜 완전 쭉쭉 빨아들였고, 삼촌은 내가 얼추 다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하자 그 다음엔 사전의 아무페이지나 펼쳐서는 단어 하나를 짚고 '이거 읽어봐' 했다. 그러면 나는 배운 대로 읽었지. 삼촌은 그렇게 몇 번 하더니 나한테 완전 쏠랑 반해가지고, 너 진짜 잘한다, 완벽해 하고 칭찬해주고 그날 잤는데,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삼촌이 외할머니, 이모, 엄마, 동생들 다 있는데서 그러는 거다. '얘가 진짜 보통 똑똑한 애가 아니다, 두 시간 발음기호 공부하더니 완전 마스터 했다' 하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완전 어깨 으쓱해서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이모가 '그거 두시간이면 되지 뭐' 이러는 게 아닌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모 미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나는 이제 선생님이 발음하는 거 한글로 적지 않아도 되었고, 팝송을 다 외웠고, 그래서 어떻게 됐냐면, 중2때 담임이 영어였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시로 쓴 교과서에 안나오는 단어도 혼자 대답하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천재천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냐면 나는 팝송으로 공부하는 아이니까. 그리고 이제 난리가 나서 막 듣기평가는 다 맞고 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어 안틀리는 아이가 되어있었어.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성문기초영어 이런거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맨투맨도 사놓기만 하고 들여다보지도 않았는데, 남들 몇 번씩 뗀다는 성문기본도 사놓기만 하고 쳐박아 두었는데, 볼 필요가 없었어. 보는 애들보다 영어를 잘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급기야 고3 때는 담임이 영어였는데 영어선생님 되라는 말까지 들었다. 아하하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그러다 지금은 구몬 수동태 다 틀리는 사람이 되어서 밀려가지고 끊어버리는 어른이 되었지....인생? 알 수 없는 것이야.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아니 근데 이야기가 왜 여기까지 왔지? 페이퍼 창을 열었을 때만 해도 사실 내가 쓰고 싶었던 건, '내 친구의 옆에 있고 싶어서 나한테 사귀자고 한 남자'에 대한 거였는데, 왜 쓰고나니 내 영어잘난척인거지? 알 수 없네....
예전에 [유희열의 스케치북]이었나, 관객석하고 인터뷰하는 게 있었는데, 거기에서 어떤 여자가 나와서 그러는 거다. 좋아하는 남자애가 자기한테 잘해주길래 아아, 얘도 나를 좋아하나 했더니 언니에게 접근하기 위해서였다고. 그래서 지금은 언니의 남자친구가 되었다는 거다. 내가 그거 남동생하고 보고 있다가,
야, 내 여동생하고 사귀었던 남자중에도 나 좋아서 그랬던 애가 있을까?
물었다가 쌍욕만 바가지로 얻어 먹었었지... 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야, 이게 아니야, 돌아와. 그런데 이 책속에서 레누에게 어릴 때 사귀자고 했던 애가 시간이 지난 후에 릴라가 빛나서 너희들의 관계에 끼고 싶었다고 말하는 거다. 그 땐 사귀는 게 뭔지 몰랐지..이러면서...아 넘나 슬픈 이야기 아닌가. 슬픔의 새드니스... 어제 이 부분 읽고 너무 슬펐어...
그래서 곰곰 책장을 덮고 돌이켜 보았다. 내가 사귀었던 남자중에 내가 아닌 내 주변의 누군가 때문에 나에게 접근한 사람이 있었을까? 하나씩 꼽아 봐도 답은 '아니었다'. 오히려 내 주변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는채로 나를 만났던 남자, 그래서 나와 소식이 끊기면 그의 소식을 들을 수 없는 남자가 있었지. 그렇다면 내가 이 슬픔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하면, 아니다. 레누한테 그런 의도로 접근했었던 남자가 있다는 사실 때문에 계속 우울했다. 나는 이 세상 모든, 사랑에 실패한 사람들의 편이야.... 슬픔의 새드니스....
릴라와 레누의 이야기는 몇 십년전의 이탈리아가 배경인데도 지금의 내가 사는 세상과 다르지 않다. 여자를 성적대상화 시키고, 여자를 공부 못하게 막고(우리 아빠도 내가 대학에 진학하지 않기를 원했다), 시집 잘가는 게 여자가 출세하는 건 줄 알았던 시대. 남자가 예쁜 여자를 쳐다보는 게 여자의 잘못이고, 말을 안들으면 아빠든 오빠든 폭력을 마구 써버리는 시대. 있는 그대로 다 까발려 버리고 있는 이 책이 그래서 재미있는데, 그런데 나는 밤에 잠을 못이룰 정도로 재미있지도 좋지도 않다. 그건 아마도 문체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별을 다섯을 줄 수가 없는 그런 책이여... 그래도 어쨌든 2권이 오고 있다. 사실... 3,4 권도 오고있지.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의도와 다르게 영어잘난척을 했더니 또 내 영어잘난척이 더이상 먹히지 않게 된 사건이 떠오른다. 그러니까 십년쯤 전, 여전히 영어잘난척을 하면서 살던 그 때, 나는 칠봉이를 처음 만났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나는 나를 어필하고 싶었던건지 영어 잘난척을 오지게 한거다. 그러면서 '수능에서도 영어 점수가 제일 잘나왔어요, 수능 보면 외국어 별로 안틀렸어요' 이랬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얘기 다 듣고나서 칠봉이가 '아, 국어랑 영어를 잘하셨구나' 하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외국어영억 만점 받고 대학갔어요' 하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쌍욕나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잘난척에 더 잘난척으로 맞대응하는 자식 같으니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자식은 늘 이런식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런 게 진짜 한두개가 아니야. 내가 잘난척 하나 하면 두개로 갚어 이노믄 자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이러려고 한 게 아닌데 페이퍼 졸 길게 썼네. 오늘 일 할 게 산더미인데...에라이, 그냥 점심 먹고나면 그때부터 일하자...
오늘 아침에 엄마랑 밥먹다가 곰국 진짜 맛있게 먹으면서 곰국 좋아 곰국 행복해 곰국 마실거야 막 이러면서, 동료중에 입이 짧고 식사도 잘 안하는 사람이 있다는 얘길 하게 됐다. 엄마는 그 사람 날씬하냐 물었고, 응 날씬해, 라고 답했더니 내게 '너도 그러면 밥을 먹지말고 굶어. 그러면 날씬해지잖아' 하는 거다. 그래서 나는 ,
엄마, 나는 안먹으면 성격 나빠져.
라고 답했는데, 그러자 엄마가 그랬다.
"넌 먹으나 안먹으나 성격 나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둘다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뭐 그러는 엄마는 성격 좋은 줄 알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나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