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커플과 중년의 커플 그리고 노년의 커플이 나오는데, 셋 중에 노년 커플의 이야기가 제일 좋았다. 이제 65세인 남자와 60세인 여자가 만나 새로이 시작되는 이야기. 남자는 독일에서 대학 교수였는데 이제 그리스로 와 정착하기로 했다고 한다. 여자는 전업주부로 살고 있었지만 매우 우울했다. 예순에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다정한 관계가 될 수 있다니, 그게 너무 좋았는데, 그래서 이들이 이대로 함께여도 좋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했다. 더이상 어딘가에 혹은 누군가에게 구속되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움직이는 삶. 여자는 영어에 서툴렀고 독서에 그닥 취미도 없었지만, 천천히, 남자가 주는 책들을 읽기 시작한다. 여자는 '나는 사랑이야기가 좋아요' 라고 말했는데, 남자는 '나도 사랑이야기가 좋아요' 라고 하더라. 이런 대화도 좋다. 사랑 이야기가 좋다고 말하는 남자라니, 이런 거 너무 좋아. 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부끄럼이 없이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이 좋다. 궁극적으로 사랑을 하고 살거면, 사랑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공부하고 그래야 되는 거 아닌가. '로맨스 소설 같은 거, 여자들이나 읽지' 하는 남자들보다 백배는 더 연인으로 이상적이라 생각한다. 사랑이야기 같이 읽고, 같이 보고, 그러고 같이 사랑에 대해 얘기 나누는 거 너무 근사하지 않나. 어쨌든 그렇게 남자가 주는 책들을 즐거이 읽었는데, 어느 날엔 남자가 여자에게 영어로 써진 책을 주는 거다. 여자는 영어에 서툴고 잘 못하므로 나한테 영어로 된 책을 주면 어떡하냐고 하지만, 남자가 자신과 함께 읽자고, 어렵지 않을 거라고 격려하고, 이에 여자는 모르는 단어를 찾아가며, 뜻을 써가며 즐거운 마음으로 천천히 한 장 한 장 읽는다. 아 너무 좋아. 나는 왜이렇게 새로운 걸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흠뻑 빠지는 지 모르겠다. 여자가 서툰 영어 원서를 읽는 게 너무 좋아서, 나도 얼른 집에 가서 영어 원서 읽어야지, 천천히... 하고 영화를 보는 동안 결심했지만, 집에 오기가 무섭게 콩나물 불고기를 해먹고 와인을 마시고 취해서 잠들었으며, 그 뒤엔 원서를 읽겠다는 생각마저 까맣게 잊었다고 한다... 인생...






중년의 커플은 여자가 너무 인상적이었는데, 헤어스타일이 진짜 너무 예쁜 거다. 게다가 까칠한 성격도 마음에 들고. 그러나 너무 냉정하달까, 그래서 남자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 그러니까 남자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여자는 우울증을 앓고 약을 먹는게 '약하다'는 거라고 생각하고, 그 점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이에 남자는 말한다.

'니가 밤에 잘 자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들어와서 너를 흔들어 깨우고 마구 때리고 집어 던진다고 생각해봐. 지금 우리 그리스 사람들은 다 이런 상황에 놓인 거라고.'

그러자 여자는 그 말을 가만 다 듣고 있다가 이렇게 말한다.

'밤에 자고 있는데 그 '누군가'는 어떻게 들어왔을까? 니가 문을 열어놓은 건 아닐까? 문단속을 잘 하지 않은 건 아닐까? 누가 침입했을 때 너에게도 잘못이 없다고 할 순 없잖아?'



여자는 북유럽 사람이고 그리스에 출장차 왔다. 회사를 합병하기 위해 온 사람인데 남자의 회사를 맡게 되고 인원을 감축한다. 약한 사람을 싫어한다고 말했던 여자고, 우울증 약을 먹는 걸 이해하지 못한 여자였지만, 한 회사의 근로자들을 자꾸 해고하면서 이제 자신이 약을 먹는 사람이 되었다. 약을 먹고 불안해하고 견디지 못하는 감정에 휩싸이다가 회사에 다른 사람을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나는 우리가 잘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내게 주어진 일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이 여자는 내가 그동안 영화를 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배우였는데, 너무 예쁘더라. 짧게 자른 머리도 너무 잘 어울리고 키도 훌쩍 큰 거다. 헤어스타일이 나랑 비슷한데 키는 내 두 배고 몸무게는 내 절반인건가... 자괴감이 드는 마음에 이 배우를 검색창에 넣고 검색했는데, 몇 편 안되는 영화를 찍었고 거기에 내가 본 영화는 없더라. 그리고 키가 175센치라고 나와 있었다. 우와... 크다.....멋져.  집에 와서 거울을 보았다. 내 헤어스타일과 그녀의 헤어스타일이 크게 차이가 없는데, 그런데 그녀는 그녀이고 나는 나인 것은, 키 때문인가..... 나이도 나랑 별로 차이 안나던데......하다가, 아아, 그녀가 금발이기 때문이다, 라고 결론 내렸다. 다를 게 뭐람? 눈에 띄는 차이는 뭐, 키 조금에다가, 금발이지 뭐. 나는 갈색머리, 당신은 금발..이것이 우리의 차이... 


헬로우 스트레인저.

헬로우 북유러피언.

아 임 코리언....





자 가장 젊은 커플의 이야기로 가면, 여자는 대학생이고 그리스의 경제위기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은 저마다 이민자들 탓이다를 얘기하는데, 얼마전에 성폭행을 당할 뻔한 여자주인공을 구해준 것은 이민자 였다. 그녀는 토론에 적극적으로 끼어들진 않지만, 결과적으로 이민자들을 위해서도 그들이 이 나라를 떠나야 되는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하고 있다. 여자는 그 이민자를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고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눈으로 이민자들이 얼마나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본다. 그러나 그녀의 아버지는, 이민자들에 대해 정부가 손 놓고 있으므로 본인이 직접 이민자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 단체에 소속된 채 길에서 이민자들을 내쫓고 때리고 급기야 총을 들고 그들을 찾아가기도 한다. 정부도 손 놓고, 아내랑 자식은 현실을 모른다고 광광 울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그러나 그의 아내가 말한다.

'당신이 그 일이 그렇게 자랑스럽다면 왜 당신 자식들한테 당당하게 그런다고 말하지 못해? 왜 숨겨? 당신도 알고 있는 거야. 당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를!'

나 역시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이,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건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잘하고 있다고!' 아무리 혼자 소리쳐봤자 남들에게 숨겨야 하는 거라면, 그 일이 정말 '잘하는' 일인걸까? 사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만나서는 너 사랑해, 오천번 사랑해,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 라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나는 이 사람을 사랑한다' 라고 말하는 대신 자꾸 숨긴다면, 그것은, 사랑일까? 자신이 사랑한다고 '말'은 하지만, 자신의 선택에 자신이 없고, 누군가가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걸 알까봐 숨기게 된다면... 그건 대체 뭘까? 일이든 사랑이든 그게 뭐든, '응 그것이 내 선택이었어' 라고 당당히 말하는 대신, 누가 알까봐 자꾸 꽁꽁 숨기는 거라면, 그것은 그 일이 옳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는 걸 뜻할 것이다.


여자는 시리아에서 온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 둘이 만나서는 사랑한다고 속삭이지만, 학교에 가서는 '결국은 그들이 그들 자신을 위해서라도 이 나라를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자신이 시리아에서 온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고 자신의 엄마에게만 말한다. 나는, 엄마에게도 말하고 아빠에게도 말하고 친구들에게도 말하고 조카들에게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 응,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이사람이야, 하고. 그리고 상대 역시 나를 사랑한다는 말을 함에 있어서 망설임과 고민이 없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숨겨야 하는 사랑이라면, 그런 사랑은 그냥 안하는 게 장땡이다. 사랑 안해도 인생 너무 재미있고요, 할 것도 많습니다. 맛있는 것 먹고 마시고 살아도 인생은 쏘해피해피야~ 사둔 책 읽으면서 지내도 시간은 잘만 흐르고요~





영화는 별로였다. 나는 그리스를 보고 싶었는데, 그리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보고나면 그리스 가고 싶다고 열병을 앓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리스의 풍경에 대해 기억나는 건 별로 없고, 그리스가 경제 위기로 많이 어렵구나, 하는 것만 강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것은 난민들에게도, 직장인들에게도, 그리고 가정에 까지도, 당연하지만, 아주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구나. 아름다운 그리스를 상상하고 그걸 보고 싶었던 건 나의 로망이었던 거다. 실제로 그리스든 어디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현재를 살고 삶을 산다. 당연히 아름다운 풍경 대신 지친 사람들의 모습이, 우울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여질 것이다. 거짓을 말하는 사람들, 신경질적인 사람들, 우울한 사람들, 비참한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사이 웃고 사랑하는 시간들까지. 여기에는 풍경보다 더 리얼한 삶이 있는 것이다. 여행객의 시선과 그곳에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시선은 다를 수밖에 없다.



영화속에서 65세 남자가 60세 여자에게 읽으라고 주는 영어 원서의 제목이 《second chance》인데, 알라딘에도 아마존에도 검색되지 않는, 오래된 책인 것 같다. 네이버 검색해보니 'k simmons' 작가의 책이라는데, 알라딘에 검색하면 '다니엘 스틸' 책이 나오네. 나는 그냥 이 책이 그 책이다, 생각하고 다니엘 스틸을 읽어볼까...다니엘 스틸은 로맨스 소설의 대표 작가잖아... 그러고보니 내가 산드라 브라운은 많이 읽었지만 다니엘 스틸을 읽진 않았던 것 같아... 아, 지난 번에 읽겠다고 원서 샀다가 다시 팔았지.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내 인생은 뭐지? 왜 샀다가 안읽고 파는 짓을 하는거지? 이번에도 또 사면 그렇게 되겠지? 그러니까 그냥 사지 말아야겠지?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7-04-24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굿모닝^^
사랑이야기 좋아요~~~~
저 요즘 다이엘 스틸 읽고 있거든요.
에구, 반가워라~~~~
<Leap of faith> 라고... ㅎㅎㅎ
저 책은 처음 본 책이예요. 저도 이 책이 그 책이다 하고 읽어볼까~~~ 합니다.

유부만두 2017-04-24 09:4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전 방금 다니엘 스틸 읽지말라고 댓글 달았는데요. 단발머리님께서 읽고 계시다니, 이거이거 저도 궁금해지네요. ^^

단발머리 2017-04-24 09:49   좋아요 0 | URL
ㅎㅎㅎ 비교적 최근에 나온 <진짜 영어공부>라는 책 있잖아요~~ 73개 언어에 도전하는 레몬쌤~~ 이라고 광고하는 책이요. 그 책에서 다니엘 스틸 책을 하도 추천해서 읽고 있거든요.
생각없이 비교적 쉽게 읽혀서...4분의 1 정도 읽었는데 유부만두님이 다니엘 스틸을 말리시는 이유... 저도 좀 알려주세요~~ 궁금궁금합니다@@

다락방 2017-04-24 10:00   좋아요 0 | URL
저도 사랑이야기 너무 좋아해요! 산드라 브라운 좋아했던 이유가 성인 여성과 성인 남성의 사랑을 아주 끈적이게 잘 표현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성적 충동, 긴장 .. 이런 거요. ㅋㅋㅋㅋㅋ 다니엘 스틸이 어떨지는 모르겠어요. 어쩌면 어릴 적에 읽어봤을 수도 있는데, 기억은 전혀 안나요. 이번 참에 한 번 읽어볼까 싶지만, 원서 읽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그러느니 사두고 안읽은 번역서 책들을 더 많이 읽는 게 낫지 않을까 싶고... 이미 집에 있는 원서도- 몇 권 안되지만- 한 권도 완독한 게 없어요. 아, 샬롯의 거미줄 읽었다!! ㅎㅎㅎㅎㅎ 그러니 더 사는 건 그냥 욕심이 똥구멍에 찬 것 밖에는 안되겠죠. 어흙-

뉴욕가서 사 온 산드라 브라운 원서도 있는데....( ˝)

유부만두 2017-04-24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설명을 재미있게 읽어내려오면서 ‘아, 찾아봐야겠다‘...했는데 영화가 별로라고 쓰셨네요. ㅎㅎ
그런데 다니엘 스틸 읽지말아요. 전에 샀다고 했던 우리의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책 읽어주세요...
다락방님 감상이 너무 궁금해요. 그나저나, 이야기 못하는 사랑을 하지 않아도 재미있게 인생을 살 수 있다....흠,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방금 제인 에어를 다 읽었더니 말랑말랑한 마음입니다.

다락방 2017-04-24 10:03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 별로 였거든요. 좀 작위적이란 생각이 들었고요. 그런데 영화평 찾아보면 본 사람들이 다 좋다고 달았어요. 하하하하하. 평이 좋은 영화네요. 상영관에 제가 갔을 때 관객은 저 포함 11명 이었지만....Orz

저는 이야기하지 못하는 연애를 실제로 한 적이 있었는데 별로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않았어요. 오히려 그런 사랑을 안하고 있을 때 저 자신에게 당당하고 행복했었죠.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 각자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어떤 걸 할 때 즐거운지, 어떨 때 행복한지를 알고 그렇게 사는 방향으로 움직였으면 좋겠어요. 비밀스러운, 숨기고 싶은 사랑에서 기쁨을 찾는다면, 그렇게 하면 되고...저는 뭐가 됐든 당당한 쪽이 즐거운 사람인 것 같아요.

아,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원서....도 있죠, 제가........ 얼마전에는 책장에서 그거 보고 ‘읽지도 못하는데 저것도 팔까‘ 했던 기억이 나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전 너무 사대기만 해요. 엉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

moonnight 2017-04-24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여쁜 북유럽 여성은 니콜 키드먼인 줄@_@; 예쁘네요♡ 저도 가끔 정신줄 놓고-_- 원서 사들일 때가 있는데 첫페이지 펴보고 고이 꽂아놓는답니다ㅜㅜ;

다락방 2017-04-24 11:47   좋아요 0 | URL
저는 심지어 표지도 안펼쳐볼 때가 대부분인데, 그런데 왜 원서를 사는걸까요, 문나잇님? 이 욕망은 뭐죠? ㅜㅜ 이상한 데에다 돈 쓰고 있어요. 흙흙 ㅠㅠ

저 여성 참 매력적이었어요. 아, 저랬으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후훗. 그런데 뭔가 차가운 여자를 연기했지만 막 차가운 느낌은 아니었어요. 전 쎈 이미지가 좋은데 말이죠. 안젤리나 졸리같은.. 아하하하하

비연 2017-04-24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리뷰를 보면서, 제방 한켠에 쌓인 원서들을 뿅 떠올려 봅니다... 한숨 푸욱.

다락방 2017-04-24 14:02   좋아요 0 | URL
대체 국내도서도 안읽고 잔뜩 쌓아두면서 원서를 거기에 왜 더할까요? 저는 심지어 원서 읽지도 못하는 여자사람인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syo 2017-04-24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좀, 동떨어진 이야기 같은데, 첫번째 사진 보니까 생각나서요.

다락방님 혹시 ˝윤식당˝이라는 프로그램 보시나요? 지난 주 방송분에, 중년부부-노부부 사이의 어느 지점에 있는 듯한 부부(커플?)이 등장했는데요. 서로를 보는 눈에 어찌나 꿀이 뚝뚝 떨어지는지, 세상 행복해보였어요. 그러다보니 그냥 막 작은 거 하나 하나에 다 감동하고 고마워 하더라구요. 진짜 사랑하며 온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더니......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제가 다 너무 좋으면서 싫더라구요-_-ㅎ

다락방 2017-04-25 08:22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어제 친구가 그 짤 너무 좋다고 보내줬었어요. 보면서 저도 좋더라고요. 그거 영상으로 보면 더 달달하다고... 하하하하하. 애정이 있는 관계여서 그런 것 같아요. 애정이 있는 관계여서 함께 하는 모든 순간들이 빛나고 찬란하고 아름답고 소중하고 그래서 앞으로의 시간들도 또 함께하고 싶어지고..
‘좋으면서 싫다‘라니, 어떤 감정인지 알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룩말 2017-04-24 23: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게 말이예요. 살다 보니 진짜 사랑하는 사람인데 식구들한테 도저히 말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더라구요. 지금 제가 사랑하는..앞으로 죽을 때까지 같이 가겠다고 다짐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5개월여 지났는데 식구들은 전혀 몰라요. 그냥..평생 말 안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유부남은 아니예요^^

다락방 2017-04-25 08:25   좋아요 0 | URL
아, 얼룩말님. 네, 그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세상엔 정말 아주 많은, 다양한 종류의 사랑의 형태가 있고, 그리고 그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차마 말할 수 없는 경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위에서 말한 건, 얼룩말님이 덧붙이셨듯이, 어떤 제한적인 상황 같은 거였어요. 그러니까, ‘말할 수 없는‘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을텐데, 언급하셨듯 유부남이라든가, 양다리라든가 기타등등 해서 자꾸 숨기는 거 있잖아요. ‘누구야?‘ 물어도 ‘아무도 아니야‘ 라고 대답하게 되는 상황이요. 그런 상황에 대해 생각하다 글을 쓴건데, 얼룩말 님 댓글을 읽어보니 제가 글을 더 자세히, 신중하게 썼어야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흐음...

좋은 사람과 오래오래 함께하세요, 얼룩말님!!

AgalmA 2017-04-26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긴다는 건 윤리적으로 고민하는 상태라 온전히 나쁘다고 볼 순 없습니다. 상황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고.... 요즘은 숨기는 것보다 자기가 옳다고 우기고 합리화하는 게 더 문제죠ㅎ;;

다락방 2017-04-26 08:46   좋아요 1 | URL
네, 제가 너무 소수의 경우만 생각하고 써서 편파적인 글이 된 것 같아 쓰고나서 반성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이미 써둔 걸 지우자니 그것도 좀 아닌 것 같고 말이지요. 글을 쓰기전에, 그리고 쓰면서도 계속 신중해야 할 이유인 것 같아요. 저 역시 고민하는 지점은 분명 필요하다고 보고요, 또 사정상 말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점에 대해서 글에 다 넣지 못했네요.

다른 얘긴데, 오래, 반복되어 한다고 해서 반드시 잘하게 되는 건 아닌가 봅니다. 요즘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아주 많이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저 좋자고 글을 쓴거였는데, 이 글이 제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뻗어나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그것은 제 의도와 상관없이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할 수도 있고 상처를 줄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아, 할수록 완벽에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해야겠구나 싶었어요.

아, 제가 댓글로 너무 주저리주저리 늘어놨네요. 하핫.
댓글 고맙습니다, 아갈마님.

AgalmA 2017-04-26 09:02   좋아요 1 | URL
우선 저는 다락방님 표현을 지적한 게 아님을 밝힙니다^^ 위에 얼룩말님 댓글도 있듯이 세상엔 우리가 미처 파악할 수 없는 많은 부분이 있죠. 다락방님 고민 저도 동감합니다. 저도 이말저말 하고서 ‘아차...‘, ‘아냐 이건....‘ 할 때 많죠; 그러나 이런 이불킥 순간들을 겪으면서도 우리가 말하고 쓰는 걸 멈출 수 없는 건 이 과정을 통해 자신과 사람을 더 잘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다고 지향하기 때문이죠. 다락방님은 이걸 잘 알고 있고 또한 스스로에게 응원도 아끼지 않는 사람이죠. 다락방님 글은 같이 생각해 볼 거리를 주셔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하고요. 의기소침하지 마시길^^/

다락방 2017-04-26 09:00   좋아요 1 | URL
아, 아갈마님. 저도 아갈마님이 저에게 어떤 지적을 하기 위해 댓글을 쓰신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 이 페이퍼를 써두고나서 시간이 지난 뒤에 좀 후회하고 있었거든요. 아, 이렇게 쓰지 말걸, 아 저렇게 쓸걸, 하고 말이지요. 후회하고 반성하고 그러다보니 아갈마님의 댓글을 읽고 제가 그저 혼자 뜨끔한 겁니다. 그래저 서도 모르게 주저리주저리... 하핫;;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어제 아갈마님 서재에서 [단어의 사생활]보니, 오, 이 책은 내게 필요한 것이겠구나! 싶으면서 읽고싶어지더라고요? 계속계속 읽고 써야겠어요, 아갈마님. 이 댓글도 고마워요. 오늘 막 계속 고맙네요. ㅎㅎㅎㅎㅎ

얼룩말 2017-04-27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중하게 쓰지 말아요. 그럼 글이 재미없어지고 생기가 없는 글이 될 거예요.
서로 헤헤..헤헤..거리면서 그냥 막 얘기해요!

다락방 2017-04-28 08:3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신중하게, 재미있게, 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