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다보니 문득 회의가 들었다. 정작 읽어야할 사람은 안읽고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만 자꾸 읽는 게 아닌가... 하고. 게다가 사람은 쉽게 바뀌지도 않아서, 책을 읽는다고 해서 '아 그동안 내가 몰랐던 게 이렇게나 많았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결국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고 스스로 페미니스트가 되고자 하고, 지금의 상황이 불평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만이 계속 관심갖는 게 아닌가 싶고... 


그렇지만, 내 남동생도 지금 자기가 스스로 페미니스트라 칭하는 경지에 이르렀고-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게다가 나랑 개그프로 보면서 여성혐오 심하다는 말도 하고 있고-때로는 개그니까 그냥 보자, 라고도 하지만 ㅜㅜ-, 계속계속 얘기하면 어딘가에서 작은 변화라도 일어날테니, 결국 그 변화가 점점 더 커질테니, 부지런히 읽고 쓰는 것이 나의 소임인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



성차별을 주제로 이야기한다면, 당연히 스스로는 무지할 수밖에 없는 남성이 당신의 경험을 빌리고 당신에게 확인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화는 당신이 끊임없이 설명하면, 상대가 시비를 가르는 식으로 흘러가곤 합니다.


· 음……별로 안 와닿는데.

· 에이, 그럴 리가 있겠어?

· 정확한 근거가 있어?

· 난 그런 말 못 들어봤는데?

· 왜 네 주변에만 그런 일이 생겨? (p.57)



최근에 내 주변 친구의 경험을 얘기한건데도 상대는 내게 '난 그런 사람 한 번도 못봤는데?' 한 일이 있었다. 그런 일이 있다고 얘기하는 내게 '난 못봤는데?' 그러면... 대화 단절..................... 그러면서 내게 일부 남성들이 여성혐오하듯이 너도 남성혐오 하는거다, 라고 하더라. 나는 맞다고 인정했다. 나는 당신같은 남성을 혐오한다.





가부장제는 경제권을 독점하고, 여성과 달리 '군대에 갈 자격이 되는' 남성의 우월성을 토대로 작동합니다. 따라서 가부장제에 반기를 든 게 아니라면 남성은 '김치녀'와 더치페이를 할 수 없습니다. 남성의 돈으로 사치를 하는 여성은 가부장제의 가공물이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에, 가부장제의 유지를 위해 남성이 전부 부담해야 합니다. 그리고 결혼을 하면 자신의 가정을 끝까지, 군말 없이 혼자 벌어 책임져야 합니다. 남성만이 군대에 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그 부당함을 여성에게 토로하는 치졸한 짓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군대에 갈 수 있는 남성만 진정한 시민으로 인정을 받는 기제는 가부장제가 만들었으므로, 가부장제를 없애지 않는 한 남녀가 동등하게 군대에 갈 일은 없을 겁니다. 우월한 남성이라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남성 개인은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가부장제는 남성에게 의무를 부과했고, 보상으로 권위와 특혜, 남성이 우월하다는 훈장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이 의무가 부당하다고 외치는 남성들이 있습니다. 음? 적의 적은 친구라더니, 얼핏 들으면 이들이 급진적인 페미니스트인가? 하는 의아함이 생깁니다. 아, 이 사람 혹시 지금 가부장제의 폐해를 페미니스트에게 이르고 싶은건가? 싶은 것이죠. 그런데 이들의 다음 논리를 가만 들어보니 '남자가 불쌍하다', '역차별이다', 그 다음은 김치녀 공격으로 이어지는군요. 그들은 더치페이를 하지 않는 '김치녀'가 너무 미운 모양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번지수를 잘못 짚었습니다. 더치페이를 하고 싶은 이에게 돈을 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주는 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가부장제입니다. 가부장제가 좋으면 남자답게 군말 없이 압박감을 떨쳐내고 돈을 낼 것이며, 가부장제가 싫으면 이에 반기를 들면 됩니다. 가부장제가 싫은데 맞설 용기가 없거나 귀찮다면 그냥 살아도 됩니다. 대신 그로 인한 압박감과 울분을 애꿎은 여성들 혹은 페미니스트에게 터뜨려서는 안 되겠지요. (p.52-53)



나는 데이트비용을 내가 절반 이상 부담하는 편이다(내 친구들도 그렇다). 뭐, 운이 나빴던건지 모르겠지만, 돈 많은 남자를 만나 연애한 적이 없기도 했고, 내게 돈이 있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데이트는 '같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애인이든 친구든 맛있는 걸 사준다고 하면 너무나 기분이 좋다. 그렇지만 그 기분을 상대에게 들게 하기 위해 나 역시 그렇게 행동한다. 그러나 아직도 어떤 여자들이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내야지' 라고 생각한다는 것도 안다. 그 여성들은 대부분 가부장제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데이트 비용 외에도, 다른 부분에서도 가부장제의 수혜자인 남성과 비슷한 시선으로 여자들을 본다. 여성들이 옷을 야하게 입고 다니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거나, 군대도 안가면서 권리를 주장하려고 하면 안된다고 한다거나, 너무 똑똑한 여자는 남자들이 싫어한다거나 하는, 남성위주의 생각을 가진 여성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태어나서 자라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런 환경속에 있었기 때문에,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잘못됐다는 인식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게 편하다면, 위의 인용문처럼, 지금처럼 그냥 살면 된다. 그렇지만 나는 안그럴거다.



여성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밥을 쉽게 얻어먹는 것 같고 군대도 가지 않고, 편해 보입니다. 자신들보다 강하고 견고한 가부장제를 공격할 수 없으니 자신들보다 약한 여성들에게 권리만 누리고 의무를 회피한다는 손쉽고 뜬금없는 비난을 토해냅니다.

그렇지만 여성이 페미니즘 운동으로 '군대에 가지 않을 권리'를 얻어냈을 리 만무합니다. 가부장제를 타파하자는 페미니즘더러, 여성을 하등시하여 여성에게 내어주지 않은 가부장제의 의무부터 따르고 권리를 주장하라는 말은 지독한 모순입니다. 여성이 징집 대상이 되지 않기를 원하는 쪽은 군대를 만든 가부장제입니다. 여성을 군대에 갈 수 없는 열등한 존재로 박제해두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열등한 존재인 여성은, 군 복무를 경험한 남성이 비춰 보며 자신감을 고취하는 거울이 됩니다. 동시에 시민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얌체로, 가부장제를 유지하는 남성의 화풀이 대상이 됩니다. 지켜달라 말한 적이 없는데 여성을 지키러 군대에 갔다 왔다고 주장하며 화를 내는 남성이 속출하는 이유가 이겁니다. 남성들은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고 국방부에 요구하거나 헌법 소원을 내지 않습니다. 이 문제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는 여성이었습니다. 대신, 남성은 여성을 비방하며 자심의 힘듦을 토로하는 대표 무기로 언제까지고 '군대'를 내세웁니다. 군대는 뻔뻔한 여성들이 지지 않으려 하는 힘든 짐인 동시에 여자 따위는 감히 질 수 없는 대단한 사명이라는 모순이 그들의 기반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는 걸, 남성들은 잘 아는 겁니다. 

페미니즘이 쟁취하고자 하는 권리는 기본권입니다. 밥 몇 끼 얻어먹으려고 페미니스트가 되는 이는 없습니다. 기본권은 인간이라면 당연하게 가져야 할 권리로, 무언가를 해야 주어지는 보상이 아닙니다. 페미니스트는 가부장제가 제시하는 '틀'을 거부하고 기본권을 위해 싸웁니다. 가부장제와 여성혐오의 틀 속에서 남성들에 의해 주어지는 알량한 배당금을 누리는 데 관심이 있기는커녕, 배당금을 포함한 틀 자체를 부수고 바꾸고자 합니다. 그러니 '군대도 가지 않는 김치녀 페미니스트들이 권리만 누리고 의무를 저버린다'는 가부장제 속 남성들의 비난은 얼마나 모순적이며 무지한 것입니까? (p.54-55)



군대도 가지 않는 김치녀 페미니스트들이 권리만 누리고 의무를 저버린다, 같은 비난은 비단 남성들뿐만 아니라 개념녀 프레임에 갇힌 여성들도 하고 있다(어제 작성한 《쇼코의 미소》 페이퍼에서 기자 선배가 바로 이랬지). 개념녀라는 프레임도 제발 부수고 나와줬으면... 누구에게 인정받고 싶은 개념녀인가....



남성은 가부장제를 유지하고 싶은지, 유지하기 싫은지 분명히 해야 합니다. 많은 수의 남성이 유지는 하고 싶은데 그냥 징징대고 싶었음을 인정해야 할 겁니다. 아무리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 한들 설마 가부장제를 페미니스트가 만들었겠습니까? 페미니스트를 공격하는 논리로 쉽게 등장하는, '권리만 챙기고 의무를 지지 않는' 쪽이 누구인지부터 봅시다. 번지수를 잘못 짚는 불상사만 피해도 상황이 보다 명쾌해집니다. (p.56)



덧붙이는 말없이, 그냥 인용만 해도 하고 싶은 말을 거의 대부분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성은 공감능력이 부족하니 여성이 알려주어야 한다'는 말은 남자는 관심과 공감을 표하는 것만으로 칭찬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의미밖에는 못 됩니다. 애초에 공감을 못 하는 존재로 태어났다면 영영 못 하는 대로 살았을 텐데, 누군가가 이렇게나 노력한 끝에 결국 바뀐 걸 보면 스스로 먼저 노력 해볼 수도 있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p.32)



책으로나 영화로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경로는 다양합니다. 그러니 기득권이어서 몰랐다면 더더욱, 몰랐던 입장을 그들이 조금 이해했다고 바로 감동하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벽인 줄 알았는데 귀가 있다니 얼마나 감동이겠냐만은, 귀가 있었는데 왜 이제 들었냐고 열 받아도 됩니다. (p.32-33)




더 어려운 게 있습니다. 바로 예쁜 말씨로 하나 마나 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제일 위험한 게 바로 이런 예쁜 헛소리입니다. (p.79-80)



이들은 참 점잖고 느긋합니다. '너무 극단적으로 치우친 쪽'이 분개하면, 타이르기도 합니다.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중용을 지키며, 긍정적이고 사회에 보탬이 되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비슷한 예는 더 있습니다. 외모지상주의가 심한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겠다면서 외모지상주의가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왕이면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게 건강에도 좋지, 학교폭력 당사자아게 아무리 그래도 친구인데 친하게 지내는 게 좋지, 청년 실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삭생이 무급 인턴으로라도 이력서를 한줄 채워보겠다는데 굳이 거기에다 한 마디 하기를, 그래도 다 네 실력을 쌓는 거고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니 좋지, 가사 분담에 무책임했으면서 내 덕에 요리실력이 늘게 된거니까 고맙게 생각해. 간단히 말하자면, 눈치가 없는 겁니다. 눈치 없이 혼자 느긋한 이유는 달리 없습니다. 느긋해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느긋한 채로 살 수 있는 쪽과 그렇지 못한 쪽이 정해져 있어서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는, 본인이 팔자가 좋다는 걸 드러내지 않는 게 예의입니다. (p.80-81)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페이퍼에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나는,


태도의 폭력이 내용의 폭력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좋게 넘어가자'며 분노하는 이들을 온화하게 타이를 수 있는 것은 그가 분노할 필요가 없는 기득권이기 때문일 뿐입니다. 기득권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에게 기득권이 설파하는 아름다운 의도는 무의미하며, 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분노할 수 있다는 것을 좀 깨닫고 예쁜 헛소리는 넣어두어야 한다는 겁니다. (p.82)



넣어둬라, 응?



여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은 남성을 설득하고 포용해 이해로 나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견디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설득이 이루어진다면야 좋겠지만, 여성의 목소리가 기득권자인 남성을 이해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부터가 오만한 발상입니다. 여성의 목소리와 행동은 온전한 주체가 되고자 하는 몸부림이지, 다른 주체에게 인정을 받고자 하는 시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오독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당신이 당연하게 상대를 설득해야 하고, 그때의 어조는 당연히 온화하고 이성적이어야 하고, 상대가 당신의 말을 듣는 시늉을 하면 당신은 그에게 감사하고 그를 받아들여줄 줄 압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권리를 얻기 위해 목소리를 냈을 뿐, 당신에게 상대를 설득할 의무는 없습니다. 상대를 사랑으로 감싸야 할 의무는 더더욱 없습니다. 당신은 상대가 내민 손을 잡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은 당신의 마음이 내킬 때에만 행동해야 합니다. (p.86-87)




"그렇다고 꼭 '남혐'을 해야겠느냐", "혐오에 혐오로 맞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 누가 질문하느냐에 따라 대답이 정확히 다릅니다.

우선 여성혐오 문제에 거의 관심을 가진 적이 없는 대다수의 남성이 묻는 거라면, 제가 다시 묻겠습니다. 당신은 여성혐오를 언제 알았습니까? 남성혐오 전에 알고 있었습니까? 그렇다면 어떤 문제의식을 가졌습니까? 만일 남성 혐오가 생겨나고서야 여성혐오의 존재를 알았다면, 그 순간 남성혐오는 목적을 달성해버리므로 유의미합니다.

지금 말하는 '남혐'이라는 현상은 작년도 메르스 사태 이후 생겨났습니다. 인터넷상에서 마치 하나의 자연스러운 문화처럼 존재해온 '김치녀'와 '된장녀'를 필두로 한 여성혐오 현상을 '미러링'하여 남성들이 여성 일반의 생활, 소비, 행동 등을 싸잡아 비난하고 재단하던 어휘를 그대로 여성이 남성에게 하는 말로 바꿔 제시한 움직임에서 비롯된 겁니다. 이것을 손쉽게 '혐오에 혐오로 맞서는 것'이라고 동일시하면서 '그렇게 똑같이 혐오로 맞대응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하려면, 남성혐오가 생겨나기 이전에 그토록 만연했던 여성혐오에 대한 비판과 제재가 있어야 했고, 그것을 재밌다고 소비하거나 묵인 혹은 방관하는 이들에 대한 비난이 있어야 했고, 남성혐오 직전까지 여성들이 수없이 제기해온 온건하고 지적인 비판에 반응을 했어야 합니다. 여성이 더 나은 수를 생각하지 못한 게 아니라 남성이 '저급하고 의미 없는 수'에만 반응한 겁니다. 이런 이야기는 이미 여러 저명한 이들이 백 번 천 번 명확하게 말했으니 저는 그저 다시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남성혐오가 왜 싫습니까?

그냥 싫다거나, 다른 방식의 행동을 가르쳐주고 싶어 꺼낸 말이라면, 어떻게 행동할지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시도해본 사람이 아닌 이상 그는 가르침을 줄 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만약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고 싶은 거라면, 온건한 방식에 참여하면 됩니다. 참여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온건하게 행동하는 이들은 많이 있습니다. 설마 페미니스트가 남성혐오만 한다고 생각한다면, 오만 시도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엔 오직 남성혐오만 보인다는 뜻이므로 남성혐오는 또 한 번 유의미해집니다. (p.112-114)




(시각이 편향됐다며 비난하는 사람들에게)당신과 나, 둘 중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쪽이 당신이라는 착각이 얼마나 편향된 건지는 아십니까? (p.174)




페미니즘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당신은 페미니스트를 자처해도 한 번 실수하는 순간 '네가 무슨 페미니스트냐'라는 질타를 받게 됩니다. 당신의 한계부터 파악하려는 눈길이 당신에게 쏟아집니다. 노동권, 보편 인권, 동물권 등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페미니즘에만 신경을 쓰면 이율배반이라는 평가도 뒤따릅니다. '이런 문제를 논하지 않고 네가 어떻게 페미니스트야?'와 같은 말로 끊임없이 당신을 검증하려 합니다. '페미니즘보다는 산적한 다른 문제에 주목해야 하지 않아?'는 더 노골적입니다. 다른 문제에도 모조리 나선 뒤에야 페미니즘을 말할 자격이 겨우 주어진다는 논리의 저변에는, 페미니즘이란 모든 문제가 해소된 뒤에야 건드려볼 법한 부차적이고 하찮은 문제라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페미니즘이란 성별로 발생하는 권력의 불균형을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일 뿐이며, 페미니스트는 그저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노동문제며 동물권에 관심을 더 갖는 쪽도 어차피 이들이긴 합니다.) 페미니스트라고 모든 질문에 완벽한 대답을 내놓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분야의 권리운동에 나서서 전천후의 투사임을 입증해야 할 이유는 당연히 없습니다. (p.178-179)




책의 사이즈가 작고 무게도 가볍다. 그래서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에 너무 편했다. 세상 모든 책들이 이 사이즈, 이 무게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맨날 무거운 책들 가지고 다니느라(요 네스뵈!!!!!!!!!!!!!!!!!!!!!!!!!! 버럭!!!!!!!!!!!!!!!!!!!!!!!!!) 너무 힘들어. 이건 출퇴근길이 노동이야, 노동 ㅠㅠ 




지난 토요일에는 친구와 면세점 쇼핑을 했는데, 티파니 매장을 지나치게 됐다. 아, 나는 누가 나에게 티파니 반지 사줄 일이 없을테니, 내가 살까? 하니, 친구가 '응 들어가보자' 하더라. 아니야 무슨... 나 반지 있는데 뭐...... 그냥 내가 사서 끼기에는 너무 비싸잖아..... 하니 친구가 왜 못사냐며 이렇게 말했다.


"우정반지 할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빵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정반지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티파니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깔깔 웃으며) 좋네, 우정반지로 티파니!

- 응.

- 못할 게 뭐있어!

- 응 하면 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러고 그냥 지나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티파니 반지................ 그냥 살까? 왜냐하면 내가 지난주에 네일 받으러 샵에 갔다와가지고 지금 손이 이렇게나 예쁜 거다!!



반지 끼면 더 예쁠듯!! 음... 그렇지만......



저거 예쁘다고 반지 사서 끼면 잘 어울리고 예쁘겠지만, 네일은 지워질거고, 반지가 예쁘니까, 네일 또 하고 싶을 거고, 그런데 또 지워질거고, 또 네일 받으러 가고, 또 지워지고 또 네일 받으러 가고......................그러면 너무 돈을 많이 쓰게 되겠지..................그러니까......................애초에 반지를 안사는 게 답이겠지................... 그렇겠지..................... 반짝이는 반지를 갖고 싶네...............음.....................음...........................



네일 받을 때는 진짜 너무나 지겨운데, 이렇게 두고두고 며칠씩이나 예뻐서 기분이 넘나 좋다. 오늘도 자꾸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했다. 크- 돈이 좋긴 좋구먼.....쩝.........



우정..........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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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7-19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개님 방에서 이 책 보고나서... 으흠... 나는 2쇄때나 읽을 수 있겠군, 하고 있었는데,
다락방님 방에서 반은 읽은듯한 이 느낌 같은 느낌^^

아무개님이 인용해주었을 때도 그렇구요. 제가 제일 띵~~~ 했던 부분은요.
페미님즘의 이해 혹은 페미니즘의 논쟁과 관련해 남성들의 동의가 필요없다는 부분이예요.

우리에게는 설득할 의무가 없지요. 알아서 알아채면 좋겠지만.
아이 수학 문제 가르쳐주듯, 다정할 필요가 없다는걸, 그걸 알았어요.
책을 다 읽어본 것도 아니고, 저자 의견에 모두 다 동의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 이야기는 정말 마음에 콱!! 와서 닿네요.

그나저나 네일 이뻐요~~~ 반지 끼면 더 이쁠듯해요 (우정반지 부추기는 이 부추김^^)

다락방 2016-07-21 08:20   좋아요 0 | URL
이게 조만간 서점에서도 팔 것 같은데 아무쪼록 널리 읽히기를 바랍니다. 그렇지만 위에 제가 페이퍼에도 썼듯이, 정작 읽어야할 사람들은 관심도 없겠죠... 하아-

우리에게 설득할 의무도 없고 대답할 의무도 없다는 게 참 마음 편해지더라고요. 항상 잘 대답해줘야 겠다는 생각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는데, 만약 제가 대답해준다면, 그건 제 `호의`였던 거에요. 이젠 제가 원할 때에만 답해야겠어요.

단발머리님이 동의할 수 없었던 작가의 생각은 어떤거에요?

2016-07-19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21 0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6-07-19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일 예뻐요.
악세사리 취향이 완전 확고해서 제가 사는걸 더 좋아합니다만, 반지만은 왠지 선물로 받고 싶네요..
저도 예쁜 은반지를 티파니에서 얼마전에 봤는데 ㅋㅋㅋㅋㅋㅋ

제 여성학 지식의 8할은 남자선배들이 채워주었는데, (여자선배는 한명뿐인 극한 환경 ㅠ.ㅠ) 오직 한가지만 마음에 남았어요. 내가 모르거나 불편하지 않다고 해서 모두가 그렇거나 문제가 없는건 아니라는 거죠.

저도 요즘 읽는 책이 엄청난 무게라 출근길에 가지고 나오지 못해서 엄청 진도가 느려요. 이러다 다 못읽을지도 =.=

2016-07-21 0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21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21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6-07-19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페이퍼 읽으니 울 남편은 진정한 페미니스트가 아닐까 하는. 월급도 통째로 맡기고 본인은 용돈 타 쓰고, 결혼 해보니 명절이 얼마나 여성에게 불합리한 가부장제도인지 설명하면서 나중에 나는 명절 일년에 한번만 하겠다, 요즘 딸 하나 낳고 딸 둘만 있는 부모도 있는 사람도 많은데 아들 가졌단 이유로 명절때 우리집 먼저 오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명절은 한번만 하자고 하니 수긍해 주고, 직장 부서내에서도 여직원 한명 있는데 고과 좋게 줘서 과장으로 승진 시켜주면서 주변 남직원들의 댓발 나왔을 때, 여자라고 승진 못 할 이유가 뭐냐고 니네들도 잘 하면 승진 시켜 주겠다면서 불만 잠재우고. 드러내진 않지만, 상당히 진보적이란 생각이 드네요.


우리 사회가 여성 외모에 대해 이쁜 것만 찾는 건 생각해 볼 만 한 것 같아요. 제가 여성주의에 눈을 뜬 게 제임스 카메론의 에일리언과 터미네이터 영화였는데, 거기 여주인공들 시고니 위버와 린다 해밀턴의 전투적인 모습 때문이었어요. 카메론 이전에 여성을 저렇게 전투적이고 적과 싸울 수 있다는 영상 이미지를 보여 준 감독은 없었거든요. 진짜 놀라웠다는. 그 때부터 여자도 남자와 똑같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어린 나이에 들더라구요. 저 그 때 중 2~ 80년대만 해도 여주들이나 여 가수들 얼마나 이쁘게만 보일려고 했거든요. 영상이미지가 참 중요하긴 해요. 그 후 미드 보면 이쁜 여배우들보단 그 역에 맡은 여배우들에게 역을 주더라구요. 로앤 오더의 마리스카 하지테이(올리비아역)나 굿와이프의 마굴리스 보면 이쁘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드라마 보면 볼수록 진짜 적격이다 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우리도 싸우면서 서서히 바꿔야할 것 같아요. 울 딸한테 오늘 넥슨이 김자경 성우 짤랐다길래 넥슨 탈퇴하라 했네요. 본인도 수긍하고~

다락방 2016-07-21 08:37   좋아요 0 | URL
명절 정말 불합리한 가부장제죠. 저는 결혼하기 싫은 이유중에 하나가 명절이거든요. 아 너무 싫어요. 지금은 명절 때면 어디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데, 제가 결혼하고 나면 명절 때 놀러간다고 했을 때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별로 겪고 싶지 않아요. 그걸 불합리한 거다 생각할 수 있다니, 남편분이 정말 멋지시네요 ㅠㅠ

물론 외국도 여전히 여성혐오가 있고 비하가 있지만, 그래도 우리보다 더 빨리 눈을 뜬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이번에 넥슨 사건 보면서, 남자들이 메갈의 미러링 만으로도 이렇게 광분해서 뛴다는 게 너무나 놀랍더라고요. 그 거친 말들을 너무나 무서워해요. 서프러제트에서 여성의 참정권을 주장하기 위해 여성들이 하다하다 안되니까 유리창에 돌던져 깼던 거 생각도 나고요. 아직 유리창에 돌던져 깬 수준도 아니고, 그저 소녀들은 왕자가 필요없다는 티셔츠 만들어 입었을 뿐인데, 그걸 가지고 광광 울면서 안돼 안돼, 이러고 성우 밥줄 끊어버리고.. 어휴.. 남자들 너무나 못났어요, 진짜. 그 와중에도 <소녀는 왕자가 필요없다>는 티셔츠 입은 어떤 남자들은 인증샷 찍어서 올리고 그래서 참 좋았어요. 어찌나 예쁘던지 ㅠㅠ

아직 갈 길이 멀죠.
아니, 거기 티셔츠 사입은 사람들이 훨씬 메갈을, 페미니즘을 잘 알텐데,
그간 여성혐오하는 모든 것들에 입닥친 남자들이 뭘 그렇게 `메갈이 어떤덴줄 알아?`, `페미니즘이 뭔줄 알아?` 이러면서 맨스플레인을 해대는건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외모는 상당히 비중이 크죠. 가수든 골프선수든 일단 후원해줄테니 성형 하고 오라고 하잖아요. 못생기면 못생겼다고 욕하고, 그래서 성형하면 성형괴물이라 욕하고.. 뭘 해도 그냥 욕먹는 것 같아요. 여전히 개그 프로에서는 못생기고 뚱뚱한 걸 비하하며 개그 소재로 쓰고요. 토할 것 같아요 진짜.

hellas 2016-07-19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말씨로 하나마나한 아무말하는 거 진짜 무익 할뿐 아니라 백해 하죠 ㅡㅡ 일단 내 기분을 엿같이 만들잖아요. 어째 하루도 조용할 날없는 여성인권후진국에 살다보니 예민해지는건 너무 당연한 수순이네요. 넥슨 보이콧합니다:(

다락방 2016-07-21 08:40   좋아요 0 | URL
진짜 욕나옵니다. 뭘 그렇게 예쁜 태도 좋아해요? 예쁜 태도로 병신 같은 말 하는 거 진짜 빡치는데 말예요. 게다가 여자에겐 예쁜 말을 더 기대하는 것 같아요. 어이구, 점잖으셔서 소라넷 같은 거 만들었나 봅니다. 너무 싫어요.

singri 2016-07-20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레오파드 읽는중인데 책이무슨 쌓은벽돌도 아니고 요네스뵈 버럭..버럭..보고 있으면 전자책이 좋은거구나 하게됨 ㅋㅋ

다락방 2016-07-21 08:41   좋아요 1 | URL
저 레오파드 사야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거워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제 좀 지침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고 전자책은 집중이 안되고... 아아, 벽돌같은 책 들고다니며 힘들어하는 게 이번 생에서 제가 맡은 역할인가 봅니다. 흙 ㅜㅡ

moonnight 2016-07-20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다락방님 네일 예뻐요♡ 한번도 안 해 봤고 앞으로도 할 일 없겠지만 다른 사람들 예쁜 네일은 좋아요^^ 좋은 책 구경하고 갑니다.

다락방 2016-07-21 08:41   좋아요 0 | URL
할 때는 너무나 지겨운데 하고나면 예뻐서 기분이 좋아요. 얼른 다른 색깔도 해보고 싶어요. 히히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