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부터 제육볶음이 먹고 싶었다. 빨간, 아주 빠아아알간 제육볶음. 그래서 인천공항에서 출국하기 전 먹어야겠다 생각했는데, 늦은 밤에 살아있는 메뉴는 몇 개 되질 않았고, 제육볶음은 살아있는 메뉴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는수없이 뚝불을 먹었는데 맛이 없어... 그래서 계속 제육에 대한 욕망이 팔딱거리고 있었다. 그런 차에 여동생은 백종원 레시피로 제육볶음을 만들었다며 사진을 보내주더라. 아아. 나한테 이러지마. 덕분에 포르투갈에서 돌아온 인천공항에서는 제육볶음을 허겁지겁 먹었다. 그리고는 친구에게 말했다. 인천공항 음식은 출국할 때 맛없고 입국할 때 맛있네, 라고. 하하하하하. 그렇지만 다른 나라에서 돌아와 흡입한거지, 그 제육볶음 자체가 맛있진 않았다. 이걸 꼭, 그래서, 다시 먹어야 했다!!!!!


그런 차에 어제, 집에서 쉬던 하루. 어떻게 하면 맛있는 제육볶음을 먹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이걸 어디서 사먹을 수 있을까? 한솥도시락? 노노 맛없음. 김밥천국? 노노 안돼. 그럼 대체 어디에서 먹을 수 있냐!! 마트가서 양념된 걸 사올까? 하다가 머릿속에 섬광같은 깨달음.....아! 내가 만들어먹자!!!!!!!!!!!!!!!!!!!!!!!!!!!!!!!!!!!!!!!!!!!!!!!!!!!!!!!!!!!!!!!!!!!!!!! 내가 만들면 되지, 뭘 고민해!!!!!!!!!!!!!!!!!!!!!!!! 그래서 백종원 레시피 검색했고 후훗, 10분 제육볶음이라길래 얼씨구나 하고 읽어봤다. 으음, 재료 구하기도 어렵지 않고 웬만한 건 냉장고에 있고 별 거 아니군. 그렇게 나는 시장에 가서 굴소스를 사왔고 고기를 사왔다.



그렇지만 내가 요리를 하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던가. 생일선물로 받은 '무스까또 다스띠' 와인을-선물은 와인이 진짜 베스트아이템인듯 ㅋㅋㅋ- 완성된 제육볶음과 먹으려던 나는, 요리하면서 내가 경험하게 될 빡침을 진정시키기 위하여, 요리전부터 마시기로 한다. 그래서 한 잔 따라놓고 으음, 맛있군, 하면서 요리를 시작한다. 나는 나를 스트레스 받게 둘 수 없어.....




우선 재료준비. 집에 있는 야채를 총총 썰어둔다. 대파를 어슷썰기로 하는 게 보기 좋았겠지만, 냉동실에 저렇게 썰어둔 대파가 있으므로 괜히 또 수고를 하지 않고 가져다 쓰기로 한다. 청량고추도 몇 개 썰고 양파를 잔뜩 썬다. 파프리카는 냉장고에 있길래 넣기로 한다. 




그리고 양념장 만들기. 양은 백종원 레시피 검색하면 나올테니 만들 의향이 있으신 분들은 직접 검색하시길. 나는 불친절한, 차가운 도시 블로거. 고추장, 고춧가루, 굴소스,올리고당, 에 또..뭐가 있더라.. 아, 간장, 다진 마늘...에 또....이게 단가? 여튼 이것들을 레시피보다 두 배 씩 넣어 양념장을 만든다. 고기도 두 배로 준비했으니까!




그리고 기름을 살짝 두른 프라이팬에 고기를 볶는다. 다 익어갈 때쯤 설탕을 넣는다. 설탕은 레시피가 시키는것보다 적게 넣었다. 나는 설탕을 많이 먹고 싶지는 않은, 차가운 도시여자...



그렇게 설탕을 넣고 볶다가 양념장을 투척하고 양파와 .. 당근 같은 걸 투척한다. 나는 당근이 없으므로 양파만...아니야, 또 뭐 넣었던가? 양파만 넣었지. 그렇게 넣고 볶다가 다른 야채들도 다함께 때려넣고 볶는다.



얼추 다 됐다고 생각해서 깨를 송송 뿌린다.



음..그렇지만.... 맛도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고 비쥬얼도 내가 원하는 것과 다르다. 하아- 이를 어쩌지. 와인은 벌써 두 잔을 마셔버렸.... 

고민고민하던 나는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자꾸 때려넣는다. 게속 때려넣어..빨개져랏!!


앗!! 그러다 생각났다. 나는 상추를..준비하지 못했어... 하아- 어쩌지? 파프리카도 양파도 다 들어있으니까 그냥 저걸 먹어? 아니야, 나는 술을 마시고 싶어, 그러면 상추가 있는게 좋겠어. 상추랑 제육을 먹자, 제육과 밥을 먹지 말고! 아아, 그치만 오늘 두 번이나 시장에 나갔다 왔잖아...그냥 대충 먹어. 아니야, 이걸 하느라 땀을 뻘뻘 흘렸는데 그 수고를 생각해서라도 최대한 맛있게 먹어! 하아- 갈등에 갈등을 거듭하다 나는 다시 지갑을 들고 시장엘 간다. 그래서 상추를 사가지고 온다. 상추를 사가지고 오니 내가 어제 하루 만 보를 넘게 걸었더라. 아...나 일자산에 간 것도 아닌데, 회사를 간 것도 아닌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내게....



암튼 그래서 상추를 대충 씻어 물기를 탁탁 털고는 제육을 접시에 담는다. 술과 함께 한 상을 준비하는데,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때려넣은 효과일까, 색이 제법 후훗, 원하던대로 나온다.



꺅>.< 내가 원하던 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먹을만하다. 비쥬얼도 좋고!! 아아, 요리실력이 날로 늘어가고 있어. 이정도라면 누군가에게 해서 대접할 수도 있겠다. 물론 10분 레시피라지만 1시간 이상 걸린 게 문제... 뭐, 누구 해주고 싶으면 미리 준비하면 되지, 뭐. 여튼 제육이 다 되어 접시에 낼 때쯤 와인은 이미 다 떨어진 상태..애초에 저 한 병이 700미리도 안되는 거였어...그래서 새로운 와인을 따라 마신다. 



아아, 나는 이제 내가 먹을 제육은 내가 해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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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15-08-18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맛은 확인할 수 없지만 ㅎ 비주얼은 괜춘한데요!!

다락방 2015-08-18 12:45   좋아요 0 | URL
맛이 나쁘진 않았는데 딱히 좋지도 않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개 2015-08-18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화가 안되서 점심은 콜라 한캔으로 때웠지만,
역시 고긔고긔 사진은 보기만 해도 침이 고입니다.
게다가 매콤달콤해 보이기까지 하니 츄릅~~

저기 저 위에 멘트
`여름이라 낮술 마시는 다락방`에서
`내 제육은 내가 해먹는 다락방`으로 바꾸심이 ^^:::::::::::

다락방 2015-08-18 12:45   좋아요 0 | URL
전 어제 한의원에 갔었는데 저의 소화기관이 뛰어나다는 말을 들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저는 돼지고기 사랑. 돼지고기 럽..럽럽...

일단 제육을 뚝딱, 만들 수 있게 되면 그렇게 바꿔봐야 겠어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08-18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백종원 제육볶음 이야기는 저도 여러번 주위에서 들었던터라, 많이 궁금했는데,
다락방님, 성공하셨군요. 축하드려요. 비주얼도 근사하구요.

금방 점심 먹었는데, 먹고 싶네요. 좋아하는 음식이 보통 자기 체질에도 맞지 않나요?
나도 돼지고기.... 좋아해요.^^

다락방 2015-08-18 16:07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맞아요. 제 체질에 돼지고기가 잘 맞는다는 걸 보고는 내가 그래서 그렇게나 삼겹살 삼겹살 하는거로군, 싶었어요. ㅋㅋㅋㅋㅋ

맛으로 치면 막 완전 성공 이런건 아닌데 그래도 비주얼 좋고 맛도 나쁘지는 않아서, 이건 좀 연습하면 뭐랄까, 자신있는 요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과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방금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먹었어요. 히히.

지금행복하자 2015-08-18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저는 백종원레시피보다 차승원레시피가 더 좋아요.
비주얼은 확실해 보여요~ ㅎㅎ

다락방 2015-08-18 16:08   좋아요 0 | URL
저는 차승원레시피를 몰라요. 그렇다면 다음 번엔 차승원레시피를 검색해서 한 번 해봐야겠어요. 뭐가 더 맛있나 비교해봐야지. ㅋㅋㅋㅋㅋ 그래서 더 맛있는 걸 제 것으로 하겠어요!! >.<

레와 2015-08-18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만~ 모스가또는 식전주!! ㅎㅎㅎㅎ


다락방 2015-08-18 16:08   좋아요 0 | URL
ㅇㅇ 완전 달콤해서 꿀떡꿀떡 잘도 넘어가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one fine day 2015-08-18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영화 중에 `바베트의 만찬`이라고 있는데, 주인공 요리사가 와인을 홀짝홀짝 마시면서 요리하는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라 그 장면만 몇번을 돌려봤더랬습니다. 다락방님 요리하는 모습이 그 주인공을 떠올리게 하네요 ㅎㅎ.

다락방 2015-08-18 16:09   좋아요 0 | URL
어느멋진날님, 저 그 영화 봤어요!! 네, 요리하면서 와인을 홀짝이는 거, 저도 기억해요!! >.<
그렇지만 그 영화는 저에게 살아있는 거북이가 부뚜막에서 움직이던...장면으로 더 기억에 남는 ㅠㅠㅠ 메추리랑 ㅠㅠㅠㅠㅠ 식재료가 요리되기 전 살아있는 모습을 보는 건 좀 힘들더라고요. ㅠㅠㅠㅠㅠ거북이 보고 되게 충격 받았던 생각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혜윰 2015-08-18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여주신 음식 중 젤 먹음직스럽습니다^^ 전 화이트와인이 먹고파요ㅠㅠㅠㅠ

다락방 2015-08-18 16:09   좋아요 0 | URL
그치요? 비주얼은 확실히 좋아요. 역시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팡팡 써야 색깔이 예쁜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전 지금 당장은 레드 와인 마시고 싶어요~

유부만두 2015-08-18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오늘 저녁 메뉴는 제육볶음 입니다! ^^

다락방 2015-08-18 17:14   좋아요 0 | URL
오, 유부만두님은 맛있게 만들어 드세요!! 아마 맛있게 만드시겠지만요. 흣.

무스탕 2015-08-18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주 쥑이네요 ㅎㅎ
근데 쐬주안주로 더 어울리는거 아니에요? :)

다락방 2015-08-19 11:14   좋아요 0 | URL
혼자서 소주를 마시려니 다 못마실 것 같더라고요. 홀짝대기에는 와인이 더 나을 것 같아서요. ㅎㅎㅎ 와인 마시면서 `소주로 바꿀까`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푸른희망 2015-08-18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와인에 제육볶음 먹고싶어요
위의 어느 분 말처럼 백종원표보단 차승원표가 저도 좋지만 더 좋은건 누가 해주는 제육볶음입니다~~

다락방 2015-08-19 11:20   좋아요 0 | URL
저는 제육볶음 조금 남아서 오늘 아침에 밥에 덮어먹고 왔어요. ㅋㅋㅋㅋㅋ 또 만들어봐야 겠어요. 이번엔 좀 더 맛있게 되기를 바라면서. 차승원표도 검색해서 만들어봐야겠어요. 저도 누가 만들어주는 게 좋긴한데, 울엄마는 제육볶음을 맛있게 하시진 않아서.. 제가 나은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슬비 2015-08-19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진짜 간단하게 고추장, 올리고당 그리고 신김치와 김치국물이 끝이예요. ㅎㅎ
신김치 많이 넣고 볶으면 맛있더라구요. ㅋㅋㅋㅋ

다락방 2015-08-19 11:25   좋아요 0 | URL
오, 그렇게 간단하게 넣어도 맛있나요? 저 인천공항에서 제육김치 먹었는데 김치가 너무 시어가지고 ㅠㅠ 일단 제육을 자유자재로 잘 만들게 되면 김치 넣고 하는 걸 도전해봐야겠어요. 헤헷

보슬비 2015-08-19 22:59   좋아요 0 | URL
저는 돼지고기가 두꺼운쪽보다 대패삼겹에 가깝게 얇아서 바짝 구운쪽을 더 좋아해요. 김치제육일때는 뜨끈한 두부가 함께 하면 더 맛있어요. ~~~ ㅎㅎ

Mephistopheles 2015-08-19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안젤리나 졸리가 요즘 38KG까지 나가는 저체중으로 공식석상에 나온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었어요..

저 제육볶음을 삼시세끼를 먹이면 다시 살이 오를텐데..참 안타깝네요..

(싸랑해요 제육복끔~~!!)

다락방 2015-08-19 13:19   좋아요 1 | URL
네, 그 기사 저도 봤어요. 아니 어떻게 키가 170넘는 여자가 그런 몸무게를 .. ㅠㅠㅠ 너무 속상해요. ㅠㅠㅠㅠㅠ 제육볶음 잔뜩 해다가 먹으라고 좀 주고 싶어요. 밥도 듬뿍 퍼서 주고 말이지요. 상추에다 쌈 싸가지고 마늘쌈장푹 해가지고 입에 넣어줄까요? ㅠㅠ 내꺼 20키로만 가져가지..그러면 졸리도 좋고 나도 좋고...(응?)

moonnight 2015-08-20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맛있어보여요♥ 저도 요리(라고 하기엔 민망한 수준이지만-_-;)할 땐 와인이나 맥주를 마셔가며 하는데 음식먹을 때쯤이면 이미 알딸딸;;;

다락방 2015-08-20 14:28   좋아요 0 | URL
저도 요리하면서 와인마시는 걸 즐기기 위해 앞으로 요리를 좀 더 해볼까봐요. ㅋㅋㅋㅋㅋ

개인주의 2015-08-22 0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천공항에서 한식메뉴중 뭔가를 시켰는데.. 먹는 시늉만 하다가 다 남길 정도로 맛대가리(!)가 없더이다.
내돈...

다락방 2015-08-22 21:45   좋아요 0 | URL
인천공항 음식을 맛있게 먹으려면 외국에 오랫동안 머물고 와야 할것 같아요. 저 한국에 다시 돌아오고 나서 먹을 때는 맛있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