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9일은 조카의 생일이었다. 남동생과 엄마와 나는 셋이서 돈을 모아 보조바퀴 달린 자전거를 조카에게 선물로 사주었다. 조카는 당장 타고 싶다며 성화였다. 내 다정한 귀요미 친구는 내 조카의 생일축하 선물이라며 그림책 9권을 내게 보내주었다. 나는 이 그림책 아홉권과 조카에게 줄 예쁜 엽서를 몇 개 챙겨서는 조카에게 선물이라며 또 주었다. 이거봐봐, 이거는 이모 친구가 타미 읽으라고 보내준 그림책이야, 선물이야, 라고. 그러나 그 책을 받아든 나의 조카는 딱히 기쁜 내색을 하지 않는 거였다. 하아- 나는 이 아이가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아, 너를 내 기대에 맞추려고 하지 않을게. 라고 수십번 다짐해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가 책을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정말 사라지질 않아. ㅠㅠ


타미야, 타미는 책은 별로야? 라고 묻자, 응, 하고 시큰둥하더라. 


남동생의 여자친구는 타미 생일선물이라며 엘사가 그려진 우산과, 모자와, 가방을 선물해주었고, 이 선물은 여섯살 조카의 마음을 제대로 저격했다. 조카는 흥분했고 신나했다. 평소에 제동생이 갖고 싶어해도 절대 주려고 하지 않던 자신의 뽀로로 우산을 기꺼이 자기의 의지로 제동생에게 선물이라며 주었다. 자기에겐 이제 엘사 우산이 있으니까!! 나의 아홉권의 책들은 엘사 우산과, 모자와, 가방에 묻혀졌....


그래, 이런 거에 실망하면 안돼. 이 아이는 나와 달라. 이 아이는 손으로 만들기를 좋아하지, 자진모리 장단이라며 젓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리는 걸 좋아하지, 글 읽는 걸 좋아하지 않아. 그래, 나랑 달라. 받아들여. 받아들이자. 


내 방 책장에 있는 몇 백권의 책들을, 나중에는 조카가 언제든 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내심 생각했던 터라 좀 서운했지만, 아이가 내 생각과 다르다고 서운해하면 안되는거지... 히융 ㅠㅠ



그렇지만 우리가 조카에게 생일 선물을 전달해주고 집에 돌아온 토요일, 그 날 오후, 여동생으로부터 사진 한 장이 날아들었다. 뭐하고 있나 봤더니 소파에서 저러고 있네, 언니 친구에게 받은 책들 가져다 보면서, 라는 메세지와 함께.




아이고 예쁘기도 하지. 엘사 모자와 엘사 가방을 여전히 두른 채로, 책들을 넘겨보고 있다. 아, 무척 예쁘다. 정말 좋은 사진이다. 헷 :)



책을 선물해준 귀요미친구님께도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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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7-20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타미가 저렇게 컸군요!!!!!!!@@
엘사 선물 같은 것은 받는 순간 좋은 거고 책은 시간이 지날 수록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제 아이들을 보면요~~~^^
그나저나 책을 아홉권이나 선물하는 친구를 둔 다락방님이 부러워요~~~~^^*

다락방 2015-07-20 18:21   좋아요 0 | URL
아이들 크는 거 보면 정말 놀랍죠. 아, 이만큼 나도 늙어가는구나 싶으면 또 서운하기도 하고요.
타미 동생도 많이 컸어요. 이제 몇 가지 단어들을 말할 수 있을만큼요.
우리 타미도 시간이 지나면 저 책들을 좋아하게 될까요? 그랬으면 좋겠다, 싶긴한데, 그러지 않아도 뭐 제가 어쩔 수는 없겠죠. 흑 ㅠ

Juni 2015-07-20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딸아이가 책을 좋아하길 바라지만 항상 엘사에게 완벽하게 밀립니다 ^^

다락방 2015-07-20 18:21   좋아요 0 | URL
엘사가 무적이로군요. 엘사 앞에선 무엇도 이길 수 없는겁니까!! ㅠㅠ

춤추는인생. 2015-07-20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방 책장에 있는 몇 백권의 책들을, 나중에는 조카가 언제든 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내심 생각했던 터라...타미가 되고싶습니다 다락방님^^
동생한테 밀리지 않도록 늘 사랑해주는 이모가 있어서 타미는 정말 행복할것같아요^^ 아기타미도 예쁘고 어린이 타미도 예쁘네요!!

다락방 2015-07-20 18:22   좋아요 0 | URL
어린이 타미도 물론 예쁘지만, 아가였을 때가 자꾸 생각나서 .. 어린이 타미가 말을 잘 안들어요. 게다가 얼마나 말을 잘하는지....말로 이길 수도 없고요.
타미가 느낄 수 있도록 충분히 크고도 큰 사랑을 계속 주고 싶어요. 그런 이모가 되고 싶어요, 춤인생님.
헷 :)

blanca 2015-07-20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아가씨 부럽네요. 사방에서 선물이... 축하해요. 저도 분홍이가 생각보다 책을 멀리해서 너무 우울하지만 ㅋ 그래도 열심히 고전을 모아두고 있어요. 언젠가는 꼭 읽을 거라는 꿈을 가지고요.

다락방 2015-07-20 18:23   좋아요 0 | URL
아니, 엄마나 이모가 책을 좋아해도 아이들은 책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는거군요. ㅎㅎ
하긴 저희 부모님들은 두 분 다 책을 안보세요. 저희 가족들중 책을 보는 사람은 제가 유일해요. ㅋㅋㅋㅋ
네,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을 조카에게 나중에 읽어보라 주고 싶어요. 그거 읽고 같이 얘기 나눌 수 있는, 그런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블랑카님.

단발머리 2015-07-20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자 쓰고 책 읽는 타미, 너~~~무 사랑스럽네요. 생일 선물 사주겠다는 제 이모(말 그대로 저의 이모)에게 제 딸이 그랬다죠.

책 말고 아무거나 다요!!

그 아이가 책을 좋아하네요, 타미처럼 ㅋㅎㅎㅎ

다락방 2015-07-20 18:26   좋아요 0 | URL
아이가 제 기대대로 되지 않는다고 실망하면 안되는거죠, 단발머리님?
세상에 기대대로 되는 게 어디있겠어요. 아아. 그런데 어쩐지 서운해.
그리고 이 아이가 크면..책을 좋아하게 된다고요?
크면 같은 책을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었으면 좋겠어요. 아, 너무 낭만적이야. >.<

무스탕 2015-07-20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미가 정말 많이 컸네요. 세상에... 태어난게 엊그제 같은데..
항상 건강하고 밝은 아이로 자라길 바랍니다 ^^

다락방 2015-07-20 18:27   좋아요 0 | URL
네, 쑥쑥 자라죠, 무스탕님.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저는 쑥쑥 늙어가요. Orz
고맙습니다, 무스탕님. 무스탕이모님 바람대로 밝고 건강한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헷 :)

무스탕님, 안녕? 잘 지내셨어요?

살리미 2015-07-20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아들래미랑 조카님의 생일이 같네요^^ 저도 아들이 어릴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으면해서 책을 가까이 하도록 열과 성을 다해봤지만 어째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더 멀어져만 가는듯 하네요^^ 책보다 좋은 친구들이 너무 많아서 그렇겠지요. 이제는 제가 매년 내려놓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책을 안 읽더라도 분명 다른 장점도 있을테고.. 오늘 장대익씨의 책을 읽다보니 자기도 중학교를 졸업할때 까지는 만화책도 읽지 않는 학생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또 살짝 기대를 해보네요~^^

다락방 2015-07-22 12:48   좋아요 0 | URL
네, 오로라님. 저도 제 취미를 강요하면 안된다는 생각하에 내려놓는 게 답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진짜 쉽지 않네요. ㅎㅎㅎ 그리고 다른 분들도 어릴때 책 안읽어도 나중에 책 좋아하게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말씀하시고요. 그러니 묵묵히 지켜보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겠죠. 사랑하는 사람과는 취미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어서 우리가 이러는걸까요, 오로라님? 하핫

책읽는나무 2015-07-20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타미가 벌써 저렇게 컸나요?순간 깜짝 놀랐어요 분명 서너 살때였던 것???아~~그후로 처음 봤군요 계산해보니^^(그동안 사무가 바빠 잠수를ㅜㅜ)
늦었지만 생일 축하합니다^^

타미는 순간 엘사공주에 더 눈길이 갔을뿐~~실은 책 좋아하는 공주가 맞아요!!! 아이들은 유혹의 대상들이 많잖아요?뽀로로~~그다음엔 겨울왕국!!ㅋ
그래도 곁에 책이 있다면~~책을 읽게 되더라구요??울집 큰아들이 책 읽기 싫대놓곤 어느새 읽고 있어요 그래놓고 또 읽기싫다 그러고~~무한반복중여요ㅜ
우쨌거나 엘사모자 쓰고 독서하는 아가씨 이쁘네욤^^

다락방 2015-07-22 15:15   좋아요 1 | URL
네네, 타미가 저렇게 자랐습니다, 책나무님!
뽀로로와 겨울왕국을 보내고나면 책에 눈을 돌리게 되는 날이 올까요?
아,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같이 책 읽고 이야기나누고 싶어요, 책나무님. 그러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흣.

transient-guest 2015-07-21 0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저 보이는 곳에 책을 두는 것으로 중독의 시작을...ㅎㅎㅎㅎ

다락방 2015-07-22 15:16   좋아요 1 | URL
이미 이모집에 오면 책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저희 집에 오면 제 방을 제일 좋아하는데, 그건 아마도 제 책들..때문인걸까요? (그렇게 믿고 싶은 1人)

에이바 2015-07-22 1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나중에 글을 쓰는 걸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요? 지금은 글 읽는 걸 즐기진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 읽을테고 이모가 읽는 모습을 10년 더 보여준다면?!!! ~*

다락방 2015-07-22 15:17   좋아요 1 | URL
제가 부지런히 책읽는 모습을 보여줘야겠어요. 이 아이가 아주 애기였을 때도 제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줬거든요. 그래서 책 좋아하는 꼬맹이가 될 줄 알았는데 그냥 엘사 좋아하는 꼬맹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아이가 어떻게 자랄지, 기쁜 마음으로 지켜봐야겠어요. 헤헷

moonnight 2015-07-26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타미가 소녀가 되어가네요. 예쁘다.^^ 지금은 아니라도 언젠가, 다락방이모의 책장을 공유하는 기쁨을 타미가 느끼는 날이 분명히 올 거에요. 제가 믿고 싶은 일이기도 하지요.^^; (제 조카아이들은 오직 만화책사랑;;;) 아이들이 언제 이렇게 컸나 생각하면 뭉클해요♥

다락방 2015-07-27 14:32   좋아요 1 | URL
소녀가 되어가는 게 행복하면서 무섭고 또 좋다가 슬프기도 하고 그래요. 어린 시절의 타미는 이모이모, 하면서 저를 무척이나 따랐는데 점점 더 타미에게 친구가 중요해지는 것 같아서요. 당연한거지만, 제가 사랑을 주는 만큼 받고 싶은 그런 심리랄까요. 아이가 자라는만큼 저는 늙어가겠지만 ㅠㅠ 그래도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서 언젠가는 이모 방의 책장을 좋아하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흑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