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오랜만에 백화점에 들러 백화점을 털었다. 월급을 다 갖다 바치고나서 돌아오려는 길, 식품코너에서는 훈제오리를 할인하고 있더라. 워낙 훈제오리를 좋아해서 훅- 했는데, 백화점의 말에 따르면 26,300원짜리 오리를 9,900원에 준다는 거다. 진짜 저 가격이었던 오리인건지는 모르겠지만, 9,900원이면 나름 저렴하다 싶어 두 팩을 사들고 집에 왔다.
아, 잠깐 백화점 얘기를 하고 넘어가야겠다. 백화점 간 김에 신민아 목걸이 해봤다. 끝.
자, 다시 오리 얘기로 돌아가서,
어제는 그래서 아빠랑 훈제오리를 먹기로 했다. 나는 나름 다이어트 중이니 아빠 혼자 드시라, 했더니 아빠는 너랑 같이 먹을래, 하시는 게 아닌가. 흠...어쩔 수 없지. 같이 먹어야겠다, 싶어서. 집에 들어가는 길에 부추를 한 단 사기지고는 집에가서 부추 겉절이? 뭐 그런 걸 했다. 그러니까 부추랑 양파를 송송 썰어 넣고, 참기름, 식초, 고춧가루, 매실가루를 넣어 버무린다. 끝. 훈제 오리는 프라이팬에 구워서 한 상 차렸고, 아빠는 밥과 함께 드시고 나는 와인과 함께 먹었다.

나중에 한 판 더 구울 때는, 오리가 다 익어갈 때쯤 부추 겉절이를 넣어 한데 볶아버렸다. 그랬더니 완전 꿀맛. 아빠는 연이어 아 맛있다, 정말 맛있다 하시며 드시고 나 역시도 '남은 건 내가 다 먹어치울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며(응?) 열심히 먹었다. 암튼 완전 맛있게 다 먹고 났는데, 씻어놓기만 하고 먹지 않은 부추가 아주 많이 남아있더라.
나는 부추의 보관방법을 몰라...
상을 치우기전 엄마에게 전화했다. 엄마, 부추를 씻어놨는데, 저거 어떻게 보관해? 엄마는 부추는 먹을만큼만 씻어 먹고 나머지는 씻지 않은채 신문지에 싸서 보관해야 하는거라며, 이왕 씻어놓은 부추는 먹어야 한다고 하셨다. 어떻게 먹어..배부른데..하니, 부추김치를 담그라시는 게 아닌가. 부.추.김.치????????????????????? 요리병신인 나에게 부.추.김.치?
그래, 어디 설명이나 들어보자 싶어 엄마, 어떻게 하는건데? 물으니 '너 젓갈 어디있는지 알지?' 하신다. 응. 그거 밥그릇에 절반정도 넣고, 매실 세 국자쯤 넣고 고춧가루는 색이 좋을때까지 넣어서 버무려. 그러면 김치가 되는거야 하신다. 그래, 좋다, 내가 해보리라. 도전!!
자, 부추김치 들어갑니다.
1. 커다란 그릇을 꺼낸다.
2. 젓갈을 던다. 음...밥그릇 대신 그냥 눈대중으로 한다.
3. 매실을 세 국자 넣는다.
4. 부추를 송송 썰어 넣는다.
5.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린다.

6. 응? 이 색이면 되나? 싶어 고춧가루를 더 넣고, 더 넣는다.
7. 응? 나는 가만 한자리에서 하는데 왜 거실 천지에 부추 쪼가리들이 널려있냐...
8. 다 버무려진 부추김치를 보관할 그릇에 담는다.
9. 음..고춧가루를 더 넣어야 하나? 싶어 그릇에 담은 뒤에 한 번 더 뿌려버린다.

이렇게 그릇에 담아두고서는 뚜껑을 닫았다. 엄마 말로는 하루 둔 다음에 아침에 냉장고에 넣으라신다. 완성. 맛이 어떨지는 내일 두고보자, 하고는 나는 자러 들어간다.
그리고 오늘 아침.
두구두구둥-
어제 내가 담근 부추김치를 맛보는 시간.
두구두구둥-
작은 그릇에 예쁘게 담았다.

아침이 되니 숨이 죽었더라. 그리고 맛보는데...오! 맛있다!! 맛있는데? 좀 짰지만 맛있어... 남동생에게도 먹어보라 하니 맛있다고 한다. 그런데 짜다, 덧붙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또 짜게 먹는건 별로니까, 오늘 집에 오는 길에 오이를 하나 사서 여기에 투하할까, 생각하다가, 아서라, 그러다 일 망친다 싶어 이대로 먹기로 했다. 이대로 먹되, 짜니까 조금씩만 먹자. 히힛.
뭐랄까.
요리에 있어서 나는 월반한 느낌이다.
어쩌면 나에게는 쉬운 요리는 잘 맞지 않는 거였나봐.
고차원적인 요리가 나에게 맞는건가봐.
김치..라니. 무려, 김치!! 라니. 움화화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