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7]권의 읽기를 마쳤다. 앞으로 8,9,10권이 남아있고, 읽으면서 스트레스 받았던 만큼 잠시 다음 읽기를 보류하자, 싶은데, 어김없이 계속 읽고 싶어지게 하는 내용들이 튀어나와 참말이지, 나를 어쩌지 못하게 한다.
강실이에게 가해지는 시련이 너무도 혹독해(두 번의 강간, 임신, 납치) 이 책을 내 던져버리리라, 하다가도 분명 이 시대가 잘못된 시대라는,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고 말해주는 젊은 목소리가 어김없이 튀어나오니 응원하는 마음이 된다.
매안 가문의 청암부인이 죽고 좋은 자리에 묘를 썼는데, 상민중의 상민이 자신들 다음 세대는 좋게 태어나고자 하는 열망을 담아 자기 아버지의 뼈를 청암무인의 묘를 파 옆에 묻는다. 그리고 이 일이 매안 가문에 들통나 이 상민들은 그야말로 죽을만큼 두드려맞게 된다. 어떻게해서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때릴 권리를 갖게 된것일까. 두드려맞은 부부중 남편쪽은 머리도 부서진 것 같다. 더 읽어봐야 알 일이다.
그럼에도 매안 가문, 청암부인의 아들 기채는 여전히 분이 풀리질 않는다. 그런 참에 동경으로 유학갔던 조카 '강호'가 집에 들른다. 강호는, 이 일이 잘못돼있음을 안다. 이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안다. 좀 길지만, 인용하겠다.
"네가 이제 가마채 잡는 교군꾼까지 한단 말이냐?"
기표는 아예 입을 다물어 버린 그대로 가만히 있고, 이기채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물었다.
"천하 상것들이 메는 게 가만데."
"내가 내 힘으로 내 몸 움직여서 근로하고, 그 노동과 근로를 통해서만 내가 먹을 밥과 내가 읽을 책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떳떳한 일인가요. 내가 흘린 땀을 꼭 그만큼의 밥과 책으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가장 정확한 교환 방법이고, 또 정직한 소득인 것이지요."
강호의 음성은 평소에도 울림이 있어 낭랑한 편인데, 격성을 내는 일이 거의 없는지라, 무슨 이야기든지 담론을 하는 것처럼 들린다.
"한번은 그런 일도 있었는걸요. 그날따라 인력거 손님이 연달아서, 타고 내리고 타고 내리고 쉴 틈이 없이 온종일 동경 시내를 누비고 뛰었는데 날이 저물어요. 그래 좀 한숨 돌리려고 인력거를 담벼락에 기대서 받쳐 놓으려는 찰나, 또 손님이 다가오드구만요. 옆구리에 가죽가방을 따악 기고 아주 점잖허게 인력거를 타러 오는데, 저녁나절이니 피곤도 했지마는 이 손님 때문에 정말 땀 많이 흘렸어요. 어찌나 뚱뚱한 사람이었는지. 인력거 채가 공중으로 솟구쳐서 널을 뛰건만 제 체중으로는 그 채를 끌어내릴 수가 없었지요. 그래 실랑이를 하면서 대롱대롱 매달려 얼마나 씨름을 했는지, 겨우 균형이 잡힌 것을 가까스로 끌고는 그 손님 가자는 대로 어디까지 갔더니, 이제 까끄막 비탈 고개 꼭대기를 넘어가야만 한다는 겁니다. 정말이지 난감허드구만요. 그날따라 점심도 못 먹고, 허기가 져서 그냥 걷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맡은 손님이라 두 말도 더 안하고 비탈길을 오르려는데요, 그러다가 정말 큰일날 뻔했지요, 이 인력거가 자꾸만 뒷걸음을 치면서 미끄러지잖겠어요? 시근땀이 비지땀으로 범벅이 되면서 등판이 온통 팥죽땀 반죽을 하는데 한 걸음도 더 못 나가겠어요. 팔목에 힘이 빠지고. 머리 속이 노오랗게 어지럽고. 다리는 후들후들 떨리고."
그러나 인력거에 탄 손님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나는 돈 주고 탔다. 너는 돈 받고 끈다."
는 것이지요.
옳은 말입니가. 그것은 계약이니까요.
그는 인력거에 탄 그 순간부터 내릴 때까지 꼼짝도 안해도 됩니다. 반면에 저는 인력거를 끌다가 언덕 비탈 꼭대기에서 거꾸로 미끄러져 굴러 떨어지는 한이 있어도, 곤두박질 나가 떨어지는 한이 있어도, 기어이 그 손님을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어야만 합니다.
그것은 계약이니까요.
그 손님에게 잠시 좀 내려서 걷는 인정을 바라거나, 제가 하던 일을 중도에 그만두어 버린다는 것은 불성실한 위반입니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두 사람 사이에 약속된 일은 끝까지 지켜져야지요. 그리고 그 일이 끝났을 때는 마땅한 보수가 주어집니다. 약속대로.
비록 그 액수가 적을지라도 약속이 지켜지기만 한다면 그래도 나은 편이지요.
처음부터 약속 같은 것으로 서로 계약하는 관계조차 아닌, 오직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에 한쪽은 나서부터 인력거를 타고 있고, 한쪽은 오직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에 인력거 채를 죽을때까지 끌어야 되는 관계. 그런 관계도 있지 않습니까. 그것은 정말 참혹한 것이지요.
양반과 노비, 양반과 상민.
그 자신의 노력이나 자질과는 아무 상관도 없이 그저 자신에게 숙명적으로 지워진 신분의 굴레 때문에 제가 태어난 환경을 벗어나지 못한 채, 일생 동안, 금방 고꾸자려 뒤집히면서 죽을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비탈길에 매달린 무산자(無産者)들.
그러나, 이 인력거 채나마 붙들고 있어야만 제 존재를 비빌 언덕을 이 가파른 세상에 겨우 세울 수 있는 노비,상민,가련한 족속. 저 칼등 같은 비탈의 인력(引力)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으려고 그토록 안간힘 하다니요. 어리석다고 비웃을 수는 결코 없겠지만, 헤어나는 방법을 몰라 대대손손 똑같은 굴레를 끝없이 뒤집어쓰는 그들이 너무나 가엾지 않습니까.
그러다가 기껏 욕심을 낸다는 것이, 인력거 채를 내동댕이치고서 나도 인력거 속으로 들어가 타고 앉겠다는 것이, 죽은 아비 뼈다귀를 파다가 남의 선산 산소 귀퉁이에 밀어 넣는 꾀밖에 못 내고.
손님 옆에 나도 좀 같이 앉읍시다, 하는 것이지요.
"불경스럽구나."
드디어 이헌의가 낮은 소리로 강호를 막았다.
그렇지요. 불경(不敬). 바로 그 불경 때문에 인력거꾼은 쫓겨나고, 매를 맞고, 피투성이가 되고, 혹은 죽기도 합니다. 이미 가진 자의 몫을 가지지 못한 자가 넘보는 것은 제도 속에서 반란이고, 혁명이고, 용서할 수 없는 불경이기 때문에,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죄(罪)'라고 몰아붙입니다.
누리는 자는 대를 물려 영원히 그 기득권을 누려야 되고, 착취당하는 자는 영원히 제 가죽과 뼈를 착취당해야만 '순리(順理)'라 하고요.
순리.
그러나 그 순리는 누구를 위한 순리일까요.
왜 그 순리는, 누구에게는 권리가 되고 누구에게는 억압이 될까요.
그것이 참으로 진정한 순리라면 누구도 누구를 해치지 않으면서 공생하고 상생해야 할 터인데. (p.251-254)
문중의 어른들을 앞에 놓고 혼자 저리 말하는 강호가 참으로 용기 있다 생각되었다. 일대일이라면 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 어렵다는 종가집의 어른들이 아닌가. 그 앞에서 감히 제 의견을 또박또박 말하는 것이, 강호에게도 당연 어렵지 않았을까. 응당 해야할 말이고,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골백번 생각해도, 그 뜻이 어른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임은, 강호 자신도 잘 알터이다. 그러나 저 말을 하는 것은, 하지 않는 것보다 백 번 나았을 것이다. 말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잘못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 자체를 아예 시도조차 안할테니. 그러나 지금 이렇게 강호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면 '이자식 왜이래?' 라고 모두 생각하되, 그중에 한 두명 쯤은 '어허, 이런 내가 잘못 하고 있나'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다 두 번 들으면 또 세번 듣고 네 번 듣고 반복해 듣다보면 '어쩌면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라며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사람이 좀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 '어차피 너희들은 바뀌지 않겠지' 라고 체념하며 아무말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들이 잘못하고 있는 걸 수 있다는 걸 끊임없이 일깨워주려고 하는 걸, 그러니까 다시 생각해보게 시도하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다. 게다가 강호의 인력거꾼에 대한 비유는 정말이지 적절하지 않은가. 저렇듯 따뜻한 우유에 에스프레소 섞이듯 예를 들어 설명하니 처음부터 거부감 없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잖은가. 만약 강호가 '오늘 그 상민들을 때린 건 너희들이 진짜 잘못한거야' 라고부터 시작했다면, 이 문중의 어른들이 가만있을 리가 없으니까. 아예 강호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문득 며칠전 엄마와 나눴던 대화가 생각났다. 엄마와 나는 와인을 마시고 있었고, 나는 대화중에 '엄마, 어릴때 아들과 딸을 차별하지 않고 키워줘서 정말 고마워, 그런 환경에서 날 자라게 해줘서 고마워' 라고 말했다. 엄마는 이 말이 무척 좋았는지, 근무중인 아빠에게도 전화를 걸어 여보, 락방이가 우리한테 고맙대, 라며 내가 한 말을 고스란히 전하시더라. 그러더니 '솔직히 말해 나 고등어 가운뎃 토막은 너 줬어, 아들 안주고' 라고 하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 아들한테 꼬랑지 줬어, 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여튼 그런 대화들을 이어가다가, 엄마가 최근에 읽기 시작한(그러나 읽기를 중단하셨으며 앞으로 읽지 않으실 것 같은) 책, '서민'의 [집나간 책] 에 대한 대화를 하게됐다. 엄마는 '이 작가는 나쁘다' 고 했다. 왜? 그네누나를 욕했으므로. 그걸 책으로 썼으므로. 엄마 그게 왜나빠? 나도 써. 앞으로도 쓸거야. 그러자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엄마 생각은 이래. 어쨌든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고 우리가 일을 맡겨놨으면 임기동안 그 사람을 잘 보필해야지, 이렇게 욕을 하면 어떡해. 그렇게 임기동안 잘 보필하다가 다른 사람이 대통령하면 또 그 사람 잘 보필하면 되잖아.
그래서 내가 말했다.
엄마, 잘 들어봐. 내가 아까 엄마한테 우리 어릴때 남녀차별하지 않고 키워줘 고맙다 그랬지. 그런데 만약 엄마가 남녀차별을 했어봐, 내가 가만 있었을까? 엄마한테 분명 '남녀차별은 나쁜 거니까 그렇게 하지 마시라' 고 말했을 거 아냐. 그래야 엄마도 알고 고치지. 만약 내가 엄마가 엄마란 이유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면 엄마는 지금까지 내내 남녀차별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거 아냐, 나도 계속 그런 환경에서 자랐을 거고. 그러니까 엄마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내가 말해야겠지? 서민 교수도 지금 대통령한테 그렇게 하는 거잖아.
그러자 엄마는 나를 째려보셨다...
우린 건배를 했다.
엄마는 아마 이 책을 더는 안읽으실 것 같다.....
[혼불]을 읽다보면 여러차례 그 당시의 아녀자의 도리에 대한 글귀가 나온다. 읽다보면 빡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그러다보니 그 뭐냐, 내가 성에 대해 공부좀 해보겠다고 읽었던 책, 그 뭐더라...친구 추천으로 읽었는데.. 그 책 생각도 난다. 그 책도 읽다가 내가 빡쳐가지고 별 두개 리뷰를 썼었지..아, 완전 그간 썼던 리뷰 다 찾아봐서 제목 알아냈다. [카마수트라] 였어. 여튼, 혼불 7권에도 어김없이 그런 부분이 나온다. 대체 왜이렇게 여자들한테 하지말라는 게 쳐많은거냐.
"무릇 말할 때 '죽겠다'고 잘하거나 '죽이겠다'고 서슴없이 하는 사람은 절대로 길하고 상서로운 부인이 아니요 걸핏하면 흐느끼어 잘 울고 요염하며 공교롭게 웃는 사람은 결코 정숙하거나 안한(安閒)부인이 아니다."
"평소에 모습이 까닭없이 턱을 괴고 갈 곳을 몰라 하는 듯한 것은 원망하는 데 가깝고, 귀를 대고 남남남 종알종알하는 것은 참소하는 형용에 가깝고, 즐겁게 웃는 모양을 그치지 않는 것은 방탕한 데 가깝고, 시끄러운 말을 멈추지 않는 것은 꾸짖는 데 가깝다."
라고 할 뿐만 아니라
"많이 꾸짖고 자주 책망하며 잔말을 번거롭게 반복하면, 분부하는 명령이 잘 행하여지지 아니하고, 비복들은 배반하며, 머슴은 떠나가게 된다."
그러한즉 항상
"종을 부르는 소리는 급하고 높아서도 안된다. 그 소리가 사랑채에 닿는 것도 두려운데, 하물며 그 소리를 이웃 사람으로 하여금 듣게 하랴."고 타일렀다. 그리고
"과부와 처녀가 여러 사람들이 앉아 있는 곳에 참여하여 말을 마구 하거나, 함부로 웃음을 터뜨리는 것은 품위 있는 부녀자의 행실이 아니다."
하였으며 오직
"마음을 진실하게 하고 낯빛을 바로 하고, 예절과 의리를 지켜 정결하게 살면서, 귀로는 떠돌아다니는 소리를 듣는 일이 없고, 눈으로는 사특한 것을 보는 일이 없으며, 나갈 때는 얼굴을 요사스럽게 다듬는 일이 없고, 들어와서는 몸단장을 그만두는 일이 없으며, 여러 무리를 떼로 모으는 일이 없이 언제나 남몰래 덕행을 쌓을지니라." (p.225-226)
뭔가 하나부터 열까지 죄다 반대로 해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규율이라 하겠다. 개개인의 특성을 싸그리 깔아뭉개는 도리가 아닌가. 나같은 경우 여러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이야기하며 술을 마시고 웃곤 하는데, 이시대에 태어났으면 완전 천한것이라 손가락질 받았을 것 같다. 심지어 내 웃음소리는 누구의 말을 빌면 경박하다는데(응?) 크- 내가 이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참, 저런건 누가 저렇게 정해놓은 것일까. 그러니까 말인즉슨, 설치고 떠들고 생각하지 말라는 뜻이렸다? 흥. 나는 생각하고 생각하고 조낸 생각할 것이다. 우라지게 생각할거야. 생각할거고, 문란해지겠다. 나대고 설치고 시끄럽게 휘젓고 다녀야지. 구석에 처박혀 얌전히 지내는 데 만족하지 않겠다.
'조앤 해리스'는 자신의 소설 [초콜릿]에서 이렇게 말했었다.
「난 좀 더 지나친 행동들을 해도 돼. 이제부터 나는 무절제하게 굴 거야, 그리고 경박해질 거고. 난 소리가 큰 음악을 그리고 전율을 주는 시를 즐겨야해. 난 과격해질 거야.」 (p.149)
나도 과격해질 것이다. 지금보다 더.
하도 피자피자 노래를 불렀더니 어제는 한 알라디너가 피자 기프티콘을 보내주었다. 꼭 한 판 혼자 먹으라는 말과 함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와인을 사가서 같이 먹어야겠다고 하자 그 친구는 '피자엔 소주'라 일갈했다. 헐. 아니, 피자에 소주는 F 님만 부르짖는 줄 알았는데..아니었어......
피자에 진짜..소주가 좋나??
치킨에만 소주가 좋은게..아니었어?
그렇다면 소주는...완전한음식이냐!!!!!!!!!!!!!!!!!!!!!!!!!!!!!!!!!!!!!!!!!!!!!!!!!!!!!
백프로의 존재감, 소.주.
아침에 ㅇㅇㅂ님의 제인 오스틴에 대한 명품페이퍼를 읽고나니 아아, [이성과 감성]을 사야해! 라고 마음 먹게 된다. 펭귄이냐 민음사냐, 그것이 문제로다. 현대는 안중에도 없어서 먀네... 이번호 시사인을 읽고서는 정여울의 서평에 홀랑 넘어가 [소공녀]를 또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가을엔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면 사계절 내내 내 장바구니도 살찌는 것 같다. 제 주인 닮았지 뭐야........................
요즘엔 박정현의 노래에 흠뻑 빠져 살고 있다. 분명 CD 가 집에 있는데 리핑하기가 넘흐 귀찮아서 오늘 음원 결제 해버렸다. 계속 유툽으로 찾아듣다가 귀찮아서...<생활의 발견> 듣다가, 어휴, 막 너무 힘들어.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십년도 훨씬 전에 당시 애인하고 드라이브를 하다가 라디오에서 '이가희'의 <바람맞던 날>이 나와서 내가 막 슬퍼했었다. 아우, 가사 너무 슬프다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니까, 애인이 그걸 되게 이상하게 생각하는 거다. 야, 너 지금 내 옆에 있잖아, 근데 왜 바람 맞는 가사 듣고 울라그래? 그러게나 말이다. 헤어진 게 아니어도 헤어짐에 대한 노래를 들으면 진짜 슬픔이 폭풍 쓰나미로 쳐들어와....생활의 발견 가사 귀에 쏙쏙 박히는데, 하아, 미치는 줄 알았어.
https://youtu.be/bdmTxugHjiQ
혼자서 감당하긴 힘든 일이 생길 때
니가 옆에 없단 것 가끔 서러워.
친구에게 들었던 재밌는 이야기들
너에게 못 들려줘 조금 아쉬워.
맛있는 집을 알아냈는데
이젠 혼자 가야 한다는 그 사실이 낯설고
재밌는 영화개봉 하는데
같이 가자 전화할 니가 없다는 게 외로워
곧 괜찮아 지겠지. 처음도 아닌데
조금만 참다보면 잊혀질 거야.
나는 너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나 이렇게 아픈데 넌 지금 어떤지,
너도 가끔 내 생각 하긴 하는지.
오늘은 <꿈에>를 듣는데 미치겠는거다. 마침 들으며 따라 부르고 감정이 저 꼭대기 차올라있던 출근길, 회사 동료를 만났다. 어휴, 박정현의 꿈에 듣는데 슬퍼서 미칠것 같아. 이별하고 이거 들으면 죽겠다고 할것 같아. 아, 그러고보니 혼불에서 그랬지. 죽겠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그래, 이 말만은 새겨 듣는게 낫겠다.
https://youtu.be/kY-Qj3kMYGw
날 안아주네요, 작별인사라며.
나 웃어줄게요, 이렇게 보내긴 싫은데.
뒤돌아서내요, 다시 그때처럼.
나 잠 깨고 나면 또 다시 혼자 있겠네요.
저 멀리 가네요. 이젠 익숙하죠. 나 이제 울게요.
또 다시 보내기 싫은데 보이지 않아요.
이제 다시 눈을 떴는데 가슴이 많이 시리네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나 괜찮아요. 다신 오지 말아요.
그렇지만 요염하게 웃는 건 멈추지 않겠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