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가 너무 보고 싶다. 지금 예매할까 페이퍼 다 쓰고 예매할까...일단 페이퍼를 쓰자. 아침부터 페이퍼 쓰고 싶어서 미칠 뻔했는데 오늘 상사가 히스테리를 부리는 바람에 내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하아- 이놈의 회사... 어떻게든 이번 해에도 버텨내야 하는데, 회사를 다니면서 할 게 있는데....나를 또 흔드네.....하아- 드러...하아- 월요일 아침부터 저쉐키가...나를 ..... 이 나를...... 자, 각설하고.
토요일밤에는 여차저차해서 매우 평화롭고 행복한 마음으로 잠들었는데 일요일 새벽, 아니, 아름답고 찬란한 꿈을 꾸어도 모자랄 판에 무척 슬픈 꿈을 꾸었다. 꿈에서 얼마나 대성통곡을 했는지 원. ㅠㅠ 울부짖고 절규하고. 그러니까,
꿈에서 나는 무척 좋아하는 남자와 동거중이었다. 주말 오후쯤이었고 날씨가 좋았는데 동거남과 나는 외출후 집에 버스를 타고 돌아가고 있었다. 둘이 나란히 버스 안에 늘 그랬듯 다정하게 앉아 있었는데, 어느 정류장에서 문이 열리고 승객이 타는데 초미녀가 타는거다. 키도 크고 늘씬하고 틀어올린 머리 모양이 마치 비행기 승무원의 이미지를 풍겼는데 젊고 화장도 곱게 했더라.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보는 순간 초미녀다, 라고 생각을 했고 자연스레 동거남을 보았는데 동거남의 표정에선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버스안에서 그녀가 뭔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생겼고, 나의 동거남은 벌떡 일어나 그녀를 도와줬다. 도와주는 과정에서 그녀와 동거남은 몇마디 말을 했고, 그녀는 내 동거남에게 웃었고, 뭔가 야릇한 눈길이 느껴져 좀 찝찝했지만, 다 도와주고 내 옆자리에 다시 앉는 동거남을 보고 내가 '과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너무 예민해진거라고. 그런데 아무 말 없이 내 옆에서 가던 동거남이 갑자기 내게만 들리게 말하는 거다. 나 반한것 같아, 라고. 나는 잘 못들었다는 듯 무슨 말이냐 물었고, 키스하고 싶은 여자가 생겼어, 라는 그의 대답을 듣게 된다. 아 씨발.. 이게 뭔 개소리야?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자기가 여기서 여자에게 반했고 키스하고 싶다고 한들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몹시 불쾌했고 불안했다. 그러던 차에 초미녀가 버스에서 내렸다. 나의 동거남은 계속 내 옆자리에 앉아 있었고 표정도 변하지 않았다. 그래, 사람이 이성을 보고 예쁘다거나 욕망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 그럴 수 있어, 라고 생각하고 담담하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녀가 내리고나서 버스는 출발했고 그리고 그 다음정거장에서 문이 열였다. 아무런 일도 없었다. 그리고 또 다음 정거장 에서 버스가 멈추고 문이 열렸는데, 갑자기 내 옆에 앉아있던 동거남이 튀어 나가는 게 아닌가. 나한테 아무런 말도 없이! 나는 따라 내릴 수도 없었다. 버스의 창문을 통해 그가 어디를 가나 보니,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마구 뛰는 게 아닌가. 하아-
당황하고 멘탈이 찢어진 상황에서 나는 버스 안에 앉아 창밖을 보는데, 얼마 안가 내 동거남과 초미녀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웃으며 걷는게 아닌가. 그리고 어딘가로 사라진다. 아... 하고 싶다던 거 하러 가는구나... 그리고 나는 내가 내릴 곳에 내린다. 내려서 집을 향해 터벅터벅 걷는데, 내 옆으로 동거남이 지나간다. 그는 혼자였고 초미녀의 짐을 들고 있었다. 그녀의 집에 그녀의 짐을 가져다 주고 있는 거란다. 나는 그러냐고 심드렁하게 대꾸하고는 내 집으로 돌아왔다.
내 집은 가게를 겸하고 있었고, 무슨 가게인지 잘 모르겠는데 벽의 모든 면이 책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내가 돌아온 가게 안에, 알바생인지 손님인지 모르겠는데 늘 있던 대로 유연석(!) 이 있었다. 우리는 조금 친한 사이었고, 그는 내게 동거남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나는 미친년처럼 돌아와 가방을 내던진 뒤 이 벽 저 벽 뒤지며 책을 찾기 시작했다. 책을 찾아야 해, 책을 읽어야 해. 그런 나를 보고 유연석이 뭘 찾느냐 물었다.
괴테요, 괴테. 젊은 베르터의 슬픔.
그러자 유연석이 소리내 웃었다. 괴테가 뭐에요. 헐. 유연석은 괴테를 몰랐다. 작가 이름이요, 작가 이름이 괴테 책이름은 젊은 베르터의 슬픔. 나는 말했다. 그리고 정말 미친년처럼 여기저기 뒤지는데, 아무리해도 그 책이 보이질 않는 거다. 하늘색 표지에요 하늘색. 나는 또다시 말했고, 찾지 못할수록 감정이 북받쳐와 결국 울며 소리를 질렀다. 읽고 싶어 지금 당장, 지금 당장 읽고 싶어 엉엉. 젊은 베르터의 슬픔 좀 찾아달란 말야. 엉엉. 그러자 유연석은 알겠다며 여기저기 책장을 뒤지다가 찾은 것 같아요, 소리치고는 책을 한 권 꺼내왔는데 괴테가 쓴 다른 책이었다. 이거 아니야, 이거 아니라고요. 나는 또 엉엉 울고 주저앉았는데 마침 그때 동거남이 들어왔다. 자기 짐을 가지러 왔다고 했다. 나는 약하게 보이고 싶지 않아 눈물을 닦으며 일어나서는 다른 벽으로 가 책을 찾기 시작했는데, 잠시동안 그 상황을 지켜보던 동거남이 유연석에게 말하는거다. 그 책 아니고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라고 있어요. 그 책을 찾아 주면 돼요.
나는 또 그 말이 그렇게나 서러웠다. 저런 거 다 아는 사람인데, 내가 지금 젊은 베르터의 슬픔을 찾는다는 걸 다 아는 사람인데, 유연석은 모르는데, 그게 서러워 엉엉 울면서 벽을 다시 찾아 헤매고 그러다 저기 저 높은 곳에 있는 젊은 베르터의 슬픔을 찾아낸다. 찾았어요! 나는 유연석을 부른다. 유연석은 키가 크니까. 저기 저 위에 저 하늘색 표지 보이죠? 저것 좀 꺼내줘요. 그러면서 나는 또 울고, 유연석은 알았다며 책을 꺼내주고서는 나를 뒤에서 안아준다. 내가 너무 울어서 달래주느라고. 계속 엉엉 울고, 그러면서 나는 차라리 유연석을 좋아했다면 좋았을 것을, 하고 생각하면서 또 엉엉 운다. 그리고 동거남에게 소리친다. 당장 꺼지라고, 그여자한테 차이지나 말라고, 유연석의 품에 안겨 울면서(응?) 깼다.
와- 대단히 슬픈 꿈이로구나. 너무 슬퍼. 아침부터 기진맥진. 힘이 쪽 빠지더라. 나는 일어나 침대에 앉아서는 내 책장을 바라본다. 그리고 제일 위에 꽂힌 책장을 본다. 거기에, 젊은 베르터의 슬픔이 있다. 저 책이네, 하고. 하필 왜 저 책을 그렇게나 찾았을까.
그리고 나는 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고 하지 않고 굳이 베르터 라고 했을까?? 책을 한 번 꺼내본다.
어? 젊은 베르터의 '슬픔'이 아니라 '고뇌'로구나.
왜 나는 하필 꿈속에서 이 책을 찾았을까? 왜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미친년처럼 책장을 다 뒤져댔을까? 도대체 왜? 어째서 그럴까? 읽고 죽자, 뭐 이런거였을까????? 아직도 왜 그렇게나 이 책을 찾은 건지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책은 이 책이 아닌데. 이 책은 대단한 책이지만 내가 사랑하는 책들은 다른 책장에 나란히 꽂혀 있는데..왜 하필 이 책을 그렇게나 찾았을까? 알 수가 없네.
혼자 사는 마르게리트 할머니는 신경써야 할 게 아주 많다. 이제 나이가 많고 혹시라도 아프거나 다치면 여러가지로 문제이니 늘 조심스레 걷고 조심스레 행동하기 위해 노력한다. 자식과 손주들이 있지만 혼자 보내는 크리스마스를 더 편하다고 여길 정도로 고독과 친해져있다. 이런 할머니의 일상을 덤덤하게 읽어나가다 보면 이런 문장이 나온다.
시간이 좀 흘러 남편이 세상을 떠났어요. 지난 60년 동안 사랑했던 사람이요. 그 사랑이 내내 쉬웠던 건 아니에요. 세상을 떠나기 몇 해 전, 남편이 치매에 걸렸거든요. 하지만 이따금 할머니의 기억에 구멍이 나도 할머니가 남편을 사랑하지 않은 날은 기억나지 않아요. (p.16)
60년 동안 사랑했다는 시간의 무게가 확- 느껴져왔다. 그것은 정말 대단한 시간이 아닌가. 인간의 수명을 백년이라고 본다하면, 내가 지금부터 죽을때까지 한 사람을 사랑해야만 60년간 사랑한다는 게 가능해진다. 백년을 살지 못한다면, 나는 죽는날까지 한사람을 사랑해도 60년을 채우지 못할 것이다. 또한 60년간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 했다는 건 도무지 현실성 있는 얘기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편, 그래서 그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진다. 그런 삶, 사랑하는 사람과 아주 오랜 시간을 함께 한다는 건 대체 어떤 것일까? 나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다.
내게 그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아주 먼 이야기일 뿐이다. 내가 그리는 나의 미래는 언제나 고독하므로. 나는 혼자인채로 늙어갈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혼자인 채로 늙어가면서 늘 그랬듯이 먹고 싶은 걸 먹고 읽고 싶은 걸 읽으면서. 그러나 그 삶을 나는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그건 그것대로의 재미가 있을 거라고, 그것대로 행복할 거라고 나름 자부하고 있으니까. 틈틈이 주변 사람들이나 친구, 지인들을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맛있는 걸 함께 먹고 마시며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도 인생은 충분히 행복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함께' 한다는 거, 그걸, 선택하지 않는다해도, 그 삶은 어떤걸까, 하는 궁금증은 생긴다. 그래서 이 그림책 한 권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졌었다. 뭐지, 이건 뭘까. 나는 어쩌면 더 좋은 것 보다 덜 좋은 걸 선택하고자 한 건 아닐까? 물론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니 받아들이고 살아나가는 것도 다르겠지만, 어쩌면, '둘'이 더 좋은 건 아닐까? 내가 뭔가 잘못가고 있나?
어쩌면 저토록 슬픈 꿈을 꾼 건, 내가 이 영화를 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보고 있는 것과 내가 가진 생각-나는 혼자 살 것이다- 이 충돌해서 그런 꿈을 꾼 게 아닐까.
영화속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이제 아주 많이 늙었다. 칠십년 이상을 함께 해온 삶이라니, 와- 어마어마하다. 늙어갈수록 몸이 약해지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말하는 것도 듣는 것도 점점 능력을 상실하게 되는데, 그럴 때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이 영화를 보면서 했다. 멀리까지 외출하기도 힘든 나이가 되었을 때, 늘 옆에서 말벗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건 그대로 또 완벽하지 않은가. 물론 둘이 함께 하는 게 언제나 늘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로 끝나는 게 아니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사람들이 '둘이 함께 사는 것'을 선택하는 건, 어쩌면 그게 더 '낫기' 때문은 아닐까? 화장실 가는 게 무서우니 바깥에서 노래를 불러달라는 요청에 노래를 불러줄 수 있는 상대랑 산다는 거, 내 몸 하나 씻기 힘이 드는데 천천히, 있는 힘을 끌어모아 내 몸을 씻겨줄 사람과 함께 산다는 거. 그들이 서로에게 그런 상대가 될 수 있도록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는 거. 그건, 대체 뭘까? 또한 그렇게 오래 함께한 사람이 이제 내 곁을 떠난다는 것까지도. 나는, 이 영화가 외롭고 무서웠다. 나는 겁이 많다. 무서웠다.
얼마전 히친스의 책을 읽었을 때도, 60년간 사랑한 사람을 떠나보낸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도, 그리고 70년 이상을 함께 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봤을 때도, 나는 내내 '줄리언 반스'의 말을 떠올렸다.
모든 사랑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평지에, 편편한 면 위에 발을 딛고 산다. 그렇지만, 혹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열망한다. 땅의 자식인 우리는 대로 신 못지않게 멀리 가 닿을 수 있다. 누군가는 예술로, 누군가는 종교로 날아오른다. 대개의 경우는 사랑으로 날아오른다. 그러나 날아오를 때, 우리는 추락할 수 있다. 푹신한 착륙지는 결코 많지 않다. 우리는 다리를 부러뜨리기에 충분한 힘에 의해 바닥에서 이리저리 튕기다가 외국의 어느 철로를 향해 질질 끌려가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사랑 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아니었대도, 결국 그렇게 된다. 누군가는 예외였다해도, 다른 사람에겐 어김없다. 때로는 둘 모두에게 해당되기도 한다. (p.60-61)
모든 사랑 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이다.
도무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문장이다. 모든 사랑 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이므로. 2년을 연애한 사람과 헤어지는 것과 70년을 함께 한 사람이 헤어진다면, 거기에서 오는 이별의 고통은 그 크기가 다를까? 감당하기 쉽지 않은 건 다 마찬가지겠지? 분명한 사실은, 사랑하는 동안 우리는 분명 날아오르며, 또한 반드시 추락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줄리언 반스가 말했듯,
푹신한 착륙지는 결코 많지 않다.
유연석은..푹신한 착륙지일지도.
그런데 왜 괴테를 몰라??
내가 착륙할 사람이라면, 괴테 정도는 알면 좋잖아?? 중학교 때도 배우잖아?
아, 뭐 내 꿈에서 몰랐다는 거지 실제로 그가 문학천재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건 모르겠지만 여튼 내 착륙지는 될 수 없을 듯.
하아- 이 책 저 책에서 받은 슬픔, 저 영화에서 받은 슬픔, 나는 모두 잭 리처로 날려버릴테닷! 기다려라 잭 리처, 우리 책 속에서 만나자!
잭 리처, 알러뷰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