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수키시리즈의 주연을 '안나 파킨'이 맡는다는 소식을 듣고 안나 파킨이 누구인가 검색해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 《트루 블러드》를 1회인가 본 적이 있고. 이 드라마는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다고 했는데, 안나 파킨은 그 드라마를 찍으며 '빌' 역을 맡았던 배우와 결혼하여 쌍둥이를 낳았다. 뭐, 내가 하려는 얘기는 그게 아니고.
회사 동료랑 트루 블러드 얘기를 하면서, 그런데 안나 파킨이 앞니 사이가 벌어졌잖아, 하는 얘기도 당연히 나왔는데, 그들이 완전 당당한 게 아니라면, 미국에서는 앞니 벌어진 게 아무렇지도 않거나 혹은 매력의 상징인가봐, 분명 교정할 수 있을텐데도 교정하지 않고 꿋꿋이 앞니 벌어진 채로 나오니까 말이야, 라는 대화를 주고 받았었다. 우리 나라였다면 데뷔전에 이미 교정하고도 남았을텐데. 소속사에서 권유한다거나 말이다. 내 경우엔 스무살 시절, 편의점에서 알바하다가 어떤 '아저씨'를 좋아한 적이 있었는데, 그 아저씨가 다 좋은데 웃을때마다 이빨이 벌어진 게 못내 안타까웠던 거다. 대체 저 이빨은 왜 벌어진거람? 하고. 뭐 그렇다고 벌어진 이빨 때문에 사이가 멀어졌다거나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벌어진 이빨은 뭐랄까 살짝 아쉬운 느낌을 주는, 외모상의 '옥의 티'로 생각됐던 거다.
그런데 안나 파킨은 얼마나 당당하게 웃는가 말이다.
게다가 최근에 내가 본 영화 《더 로맨스》에서는 그녀가 완전 아름답고 매력적인 인물을 연기하는거다. 설득력 없어...여튼, 그 예전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탄 흑인 남자도 앞니가 심하게 벌어졌던 걸로 기억되는데..그도 이빨을 교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오늘 출근길 지하철안에서 책을 읽다가, 이런 멘붕스러운 문장을 만나게 된다.
헬라나의 살짝 벌어진 치열, 목 선,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었을 때 드러나는 뒷덜미의 자태 때문에 실제도 더욱 힘이 들었다. 그는 드러내놓고 헬레나를 피해버렸다.(p.136)
읭? '살짝 벌어진 치열'이 '목 선'과 '뒷덜미의 자태'와 함께 놓일 수 있는, 그런 대등한 문장이란 말인가. 이 책의 주인공 '이스마일'은 아름답고 관능미가 넘치는 형수 '헬레나'에게 자꾸만 빠져들게 되는데, 그 요인들 중 하나가 저 '벌어진 치열'인 것이다. 오, 맙소사!
막연하게 미국에선 벌어진 이빨이 매력의 상징인가보다, 라고 추측했었는데, 알바니아에서도 그건 남성을 유혹하는 필살기로구나. 오, 벌어진 치열!
벌어진 치열
벌어진 치열
벌어진 치열
나의 '덧니 하나 없고 가지런하며 잘생긴 이빨'은 미국이나 알바니아에 가면 절대 어필할 수 없는 치아구조로구나. 아...'벌어진 치열'이 '목 선'과 같은 거로구나, 그런 느낌으로 남자를 유혹하는구나. 유후- 뭔가 어지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