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영화를 보고 친구랑 술을 마시고 알라딘 중고샵 종로점에 들러서 닥치는대로 책을 쇼핑 바구니에 넣었다. 며칠전부터 중고샵 종로점에 너무 가고 싶었던 터라 정말 신나게 골랐다. 얏호~ 하며 저만큼을 골라잡고 계산을 한 뒤, 무거워서 들고갈 수 없으니 택배로 보내달라 말하였다. 2천원어치만 더 구매하면 택배비가 무료지만, 너무 돌아다니면서 책을 이것저것 고른터라 한 권을 더 고를 힘이 없더라. 걍 택배비 낼게요, 하고 택배비를 현금으로 계산했다.
그리고 오늘.
통장에 잔고는 없지, 명절이라 돈은 마구 써야하지, 이래저래 생각해보다 갑자기 지난 토요일 중고샵의 결제사건이 떠오르면서 아....저것만 안샀어도 48,000원이 절약인데..싶어지며 후회가 쓰나미로 몰려오는거다. 난 지난번에 술마시고 강남점 가서도 책을 11권 사왔던 터. 술 안마시고 가면 몇 권 안고르는데 술만 마시고 가면 저렇게 막 다 쳐넣어서.. ㅠㅠ 그래서 저 계산서를 물끄러미 바라보니, 저 중에서 내가 정말 사려고 마음먹었던 건 딱 두 권인거다. <1001개의 거짓말>과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이렇게 두 권. 아니..중간에 저 <데드맨>은 뭐야? 저 책은 왜산거야? <아주 보통의 연애>는 왜샀지? 별로 안읽고 싶은데? 아아아아 후회막급. 그래서 안되겠다, 알라딘에 전화를 걸었다.
저기, 지난 토요일에 알라딘 중고샵 종로점에서 책을 구입하고 택배신청했는데요, 아직 발송되기 전이면 전체취소..가능할까요? 라고.
한시간후 쯤 전화가 왔다. 이미 발송이 되어 주문취소는 곤란하지만, 박스가 오는대로 물건을 받지않고 보내면 매장에서 받은 뒤에 카드승인취소가 가능하다고, 단 이 때는 반품 택배비는 내가 지불해야한다는 거다. 그래서 알겠다고 하고 끊었는데, 하아- 어쩌지. 박스 오면 취소해서 카드 마이너스 -48,000원 만들까, 현금 2,500원이면 가능하잖아? 그럼 결국 택배비 5,000원을 그냥 길에다 뿌린거네? 하아- 그냥 받아서 쌓아두고 다른 책들을 빨리 읽어서 5만원어치 팔까? 그럼 똔똔이잖아? 아니지, 그렇게 팔 수 있는데 저걸 안샀다면 오히려 5만원 이익이지.
아, 물건은 오지 않았고 나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아 이런 내가 너무나 찌질해서 미칠것 같아. 48,000원어치 책 사놓고 전전긍긍 안절부절 아아 나를 어쩌면 좋아. 안그래도 중고등록알림문자 올 때마다 잽싸게 주문하느라 자꾸 카드명세서에 알라딘이 찍히는데, 가뜩이나 돈 없는 달에 이런 미친 짓을 하면 어떡해. 매장에 들어갔을 때는 <1001개의 거짓말> 한 권만 들고 돌아다녔던 것 같은데, 대체 언제 일곱권이나 들고가 계산을 마친거지. 슬프고 찌질하다. 어떡하지, 저거 죄다 주문취소할까. 저거 아니어도 읽을책이 수두룩한데. Orz